BIOHAZARD - Another Survivor : 지옥의 외인들(망할 지옥을 빠져나가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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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에이딘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괴물을 응시했다. 괴물은 예상대로 흥분하여 날뛰며 벽을 타고 기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아까 미토 앞에서 내던 소리보다 더 으스스한 뱀소리를 내 조이스의 혐오감을 자극했다. 조이스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방아쇠를 3번 당겼다.
탕~타탕.
“키엑!”
글록에서 화약이 3번 터졌다. 괴물 앞에서 미약하기 그지없는 노란 화염이 총구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괴물의 몸은 피를 토했다. 살점이 튀고, 핏줄이 엉키며 벽을 피로 물들였지만 괴물은 고통이란 것을 잊기라도 했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벽을 타고 올라왔다.
“젠장!”
탁탁탁탁탁.
괴물과 그의 거리가 3m 정도로 가까워지자 조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덕택에 나뭇바닥은 쿵쿵거리며 요란한 진동을 냈고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진동을 따라 기어가기 시작했다. 조이스는 숙박실과 이어져 있는 막다른 문에 다다르자 권총을 들어올려 응사를 했다. 괴물과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기에 그의 행동은 미친개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미토는 조이스가 하는 행동을 보고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쏘지 말아요! 그놈은 소리를 듣고 반응한단 말이에요!!”
“쾌액!”
“더러운 면상 치워! 이 빌어먹을 놈.”
미토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권총을 쏘아대는 조이스를 말리려 했지만 거리도 너무 멀거니와 그는 이미 독자적으로 지옥 불 속에 뛰어내리고 있었다. 괴물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것은 잘 한 행동이었지만 막힌 문을 뒤로 하고 동귀어진을 펼치는 조이스의 행동은 이해 할 수 없었다. 쏘지 말라고 했는데!! 미토는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며 일본도를 챙겨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이스는 미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괴물의 머리와 다리, 몸통에 피가 퍽하며 튀어 올랐다. 그러나 괴물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예의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기다란 혀를 들이 밀었다. 괴물은 미약한 권총소리를 쫓아 저벅저벅 기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괴물과 조이스의 거리가 1m로 가까워졌다. 미토는 더 빨리 서두르며 2층에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빨리 도망쳐!”
“지금입니다! 나와요!!”
도망칠 생각도 않고 괴물과 대면해 있는 무모한 백인남자가 잠긴 줄 알았던 문을 열었다. 잠긴 문이 아니라 일부러 열지 않았던 것인가? 그렇다면!!
“내 호텔에서 당장 나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동산만한 배를 출렁이며 머리가 다 까진 대머리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의 주인장인 러시아인 예멜이었다. 예멜은 이 사태가 일어날 때부터 손에서 절대 놓지 않았던 그것을 들어 올렸다. 목제와 합금이 적절히 혼합된 살상력 높은 무기 샷건이었다. 예멜이 그것의 앞부분을 당기자 경쾌한 철소리가 들렸고 괴물이 그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그리곤 팔을 휘두르려 했지만 예멜의 샷건이 더 빨랐다.
콰앙.
굉음이 로비에 울려퍼졌다.
권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강도 높은 화약의 폭발음이 3번 울려 퍼진 뒤 로비는 조용해졌다. 미토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일본도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미토는 복도 끝자락에 서서 무기를 든 채 큰 대자로 뻗어 있는 괴물을 살피는 조이스와 예멜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조이스는 심각하다고 몇 번을 중얼거리며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인간형 괴물의 엉덩이를 툭툭 걷어찼다. 예멜은 혐오스러운 바퀴벌레를 밟은 얼굴을 한 채 조이스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뒤이어 메인 뮐러가 미토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 모든 원흉인 망치를 든 손을 덜덜 떨며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건가요?”
“아마도.”
뮐러가 조용히 묻자 조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몇 번 더 엉덩이로 그것을 툭툭 건드렸다. 그것은 기괴한 입을 벌린 채 드러누워 있었다. 미토의 검에 쓰러진 녀석과 똑같은 전철을 밟은 괴물을 보며 미토가 혀를 끌끌 찼다. 괴물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이런 지옥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자신들을 향한 동정이었다. 미토는 자신의 목숨을 노린 괴물에게 나지막하게 일본어로 욕을 뱉고 가래침을 뱉었다.
“괜찮소 미토양?”
머리가 조금 까진 배불뚝이 중년 예멜의 손에는 괴물 사살의 일등공신인 레밍턴 샷건이 자랑스럽게 들려 있었다. 그는 미토의 가죽옷 어깨부분에 살짝 흐르다 만 핏자국을 보고 물었다. 미토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응급지혈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예멜은 막무가내로 들고 있던 반창고를 붙였다. 미토는 고개 숙여 인사하며 피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의자에 허리를 숙이고 앉아 있는 조이스에게 다가갔다. 조이스는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조이스는 다크서클로 얼굴이 떡칠이 되어 있었고 면도도 제대로 못해 털이 촘촘히 드러나 있어 흡사 40년은 더 늙어버린 예멜과 같은 나이의 남자로 보였다. 그가 갈대밭을 이루고 있는 수염을 쓱쓱 긁으며 상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죠? 도망 칠 때 내가 한 소리를 듣지 못 했나요?”
조이스가 뒤늦게 조끼에 묻은 선혈(괴물을 죽일 때 튄)을 휴지로 쓱쓱 문지르며 미토의 얼굴을 살폈다. 미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기 앞에 서 있는 건방진 남자를 노려보았다. 미토의 질문에 조이스는 잠시 생각이라도 하듯 턱 주위를 긁적이다가 말을 이었다.
“듣기야 했습지요. 다만 이미 조용하게 잠적(?)하기에는 글렀다 싶어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들 하지 않소? 그래서 먼저 공격 한 것뿐이오. 뭐...바로 뒤에서 예멜씨가 대기 중이기도 하고...어차피 괴물 놈이 나한테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고 해서.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어쨌든 살았으면 다행 아니오?”
미토가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자 조이스가 빈정거리며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미토는 한숨을 내쉬며 아무 생각 없이 자기 몸을 지옥에 내던지는 한심한 남자라며 욕을 지껄였다. 그래도 그의 무모함 덕택에 자신이 살았다는 것은 잊지 않았기에 목례를 하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긴 미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은 거죠? 하마터면 저까지 저기 로비에 굴러다니는 마지막 희생자가 될 뻔했습니다. 어디서 노닥거리고 있었기에 정문이 뚫린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도 남은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언성을 높인 미토의 얼굴에 노기가 잔뜩 비춰보이자 뮐러는 무언가 입 밖으로 내밀려다가 고개를 돌리며 뒤통수만 살살 긁었다. 미토는 혹시 저 어리바리(?)한 뮐러가 길을 잃고 착각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소식을 못 전한 것은 아는지 의심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여기서 응접실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지원은 왜 안 온 것이야? 미토의 추궁하는 눈빛에 조이스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건 내가 설명하지 미토양. 그렇지만...”
“그 치만?”
조이스가 말꼬리를 흐리며 막상 늘여놓으려던 변명을 늘여놓지 못하자 미토는 의아해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깨닫고 무언가 있음을 짐작했다. 다른 이들도 암울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미토가 노기를 풀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후문 쪽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었소.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미친개들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소. 신원 파악은 완벽히 못했지만 가이드양과 버스기사, 덴마크에서 온 손님, 그리고…….”
“신문기자도 죽은 것 같소.”
미토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순간 멍해졌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남자들은 더욱 암울한 얼굴로 그들이 응접실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참상을 떠올렸다. 문을 열었을 때 찌익-하고 들려오는 살점 찢는 소리. 크르릉 거리는 낮은 개소리가 머릿속을 절대 떠나지 않았다. 예멜과 조이스는 각각 5번씩 증기기관차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놈들을 죽일 탄환이 모자라서 몇 마리는 하는 수 없이 그곳에 가둬놓고 이렇게 찾아왔소. 어떻게든 그럭저럭 버틸 것 같지만...그게 또 쉽지 않을 것 같고.”
“..........”
미토는 어안이 벙벙해져옴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조금씩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조이스가 괜찮냐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미토는 그의 손을 거세게 내리쳤다. 조이스는 미안하다며 이곳보다는 2층 휴게실이 더욱 안전하니 그곳으로 가서 좀 쉬자고 제안했다. 미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조이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빌어먹을 강아지.”
미토는 울먹이는 어조로 욕지기를 뱉어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들을 증오했다. 그리고 맘속으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끊임없이 빌어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이기라도 한 것처럼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토와 다른 일행들도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자 뮐러가 조용히 일어났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침묵이 깨지고 말았다.
“본관도 뚫리고, 후문은 이미 위험하기 그지없고...우린 여기에 갇히고 말았네요.”
무미건조한 뮐러의 말에 모두들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이 호텔에서 어이없이 최후를 맞이해갔다. 엄브렐라사 기업연수라며 좋아라. 떠들며 외치던 것이 불과 그저께의 일이었는데 이젠 그들이 자신들과 맞붙었던 식욕만을 과시하는 괴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미토는 더욱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멜은 응접실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미안해 여보.’
이렇게 암울하고 불안한 와중에도 조이스는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조금 전까지 쌓여 있던 피로감은 온데간데없이 온통 비장함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더 여기 있다가는 아까처럼 기분 나쁜 생명체나, 미친개에게 뜯어 먹힐지도 모릅니다. 다른 호텔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버티는 방법이라도 해볼까요? 그렇지만...”
“굶어 죽느냐, 좀비들에게 물려 죽느냐...둘 중 하나 밖에 더 되겠나? 더 암울하겠군. 그리고 난 전자는 특히 싫어.”
예멜이 조용히 거들었다. 그는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자국을 닦아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모두들 예멜의 볼록한 호빵 같은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직 내 조카 녀석이 살아 있는 한. 절대 그러한 최악이자, 최후의 수단은 쓰지 않을 걸세.”
“큭. 아까 저랑 이야기할 때 하신 말씀 또 하시는 군요. 5점 만점에 2점입니다. 참신함 부족.”
조이스의 바보같은 감상 평에 예멜은 분위기 깨지 말라며 눈에 불을 키며 노려보았고 조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모두들 예멜의 말에 동의하며 조이스가 처음 내뱉은 의견은 조용히 무시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누구든지 생각해볼 수 있는 두 번째 암묵적인 2차 방법을 진행하기에 앞서 예멜이 다시 말을 꺼냈다.
“우선 남은 화약들과 구급약들을 끌어 모읍시다. 남은 것들은 창고와 응접실, 3층 휴게공간 , 옥상의 상자 안에 들어 있소. 물론...응접실은 우리가 폐쇄시켰으니 들어가는데 는 문제가 있지만.”
응급실의 물자 공급은 바로 취소되어졌다. 예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토가 메마른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조카인..픽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그렇소.”
예멜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픽시는 고맙게도 가청 주파수는 모두 잡겠노라고 무작정 옥상으로 올라가버렸소. 응접실에 그 일이 있기 약 30분전에 올라갔으니 픽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오.”
“정말 분명합니까? 화약을 모을 인력도 부족한데...그 아이 찾는다고 시간이라도 빼앗기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그 아이는 분명히 살아 있소!”
예멜이 확신에 찬 얼굴로 미토를 바라보았다. 예멜의 눈에 조금 고여 있는 눈물을 본 미토는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며 일본어로 중얼거렸다. 귀찮군. 나도 이런 일에 자원할 정도로 맘씨 고운 녀석이라니. 최악이야! 그녀는 자신의 의지에 조금 망설이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미토가 자신이 그 아이를 찾으러 올라갔다 오겠다며 입을 열자 조이스가 말렸다.
“안됩니다. 지금 엘리베이터는 이미 선이 끊겨서 작동도 하지 않소. 그러면 올라가야 되는데...당신도 알다시피 4층에 죽은 손님들 때문에 모든 복도를 다 통제한지 오래요. 혹시라도 그들이 좀비가 되어서 돌아다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신 혼자서는 무리일 것입니다! 절대 반대입니다.”
“그래서요? 그럼 댁이 직접 올라갈 거요?”
미토가 반문하자 조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 허접한 카타나 따위 든 당신보다야. 얼굴도 잘생기고 그나마 권총으로 무장한 내가 더 낫지 않겠소?”
“훗. 그 권총 아까 보니까 탄환이 별로 없던데? 30발...맞나요? 그 걸로는 택도 없어요!”
미토가 빈정거리자 조이스도 피가 묻어 있는 저 오싹한 카타나를 예로 들며 빈정거리려던 찰나 예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이 옥상까지 갔다 오십시오. 솔직히 미토양 혼자 보내는 것은 조금 걱정이 들고. 아까와 같은 괴물과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어쨌든 조심들 하시오.”
“잠깐만요! 이런 무모한 바보같은 남자랑 같이 가라고요?”
“쳇~누가 무모하다는 것이오? 용감하다고 표할 것이지...”
‘바보.’
미토는 욕을 지껄이며 남자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왠지 이 남자와 같이 있다가는 자신도 무모한 일에 끼어들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는 호텔에서 대기하자며 주장하던 예멜을 교묘하게 유도해 탈출 쪽으로 의견을 기울이게 한 장본인이 이 백인 남자 조이스 에이딘 인 것 같았다. 그래도 무모한 남자일지언정 지원군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흥. 총 간수나 잘하시죠?”
“그러는 당신은? 아까 내가 챙겨준 권총은 어떻게 한 것이오?”
‘아차.’
미토는 뒤늦게 로비에서 좀비들과 혈투를 벌일 때 방해가 되는 권총을 던지고 카타나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차피 총구가 과열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던 총이라 고칠 방도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 그건.”
“미토 양이나 무기 간수 잘 하슈~!”
“...이 자식.”
미토는 조이스의 빈정거림에 반박 한번 못해 보고 철저히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다. 아직은 활기 찬 두 사람을 보며 예멜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응접실은...봉쇄해버렸소. 그러니 화약은 화약과 약품은 다른 곳에서 찾아와야 하는데..그럼 나와 뮐러군이 창고를 맡겠소. 열쇠는...로비 어딘가에 둔 것 같은데. 찾아보면 나올 것 같으니 문제는 없지만...3층 휴게공간과 옥상의 화약들은...어쨌든 픽시를 데려오면서 그것들도 부탁하오!”
예멜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어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토와 조이스는 지금쯤이면 로비와 3층, 4층 숙박실들을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 있을(것으로 추정되는)좀비들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총에 맞아도 끄떡없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들과 방금 전에 마주쳤던 살점이 벗겨진 끔찍한 괴물들이나 싸우기 편리하다(?)의 차이만 있을 뿐 쓰러뜨리기 어려운 괴물이라는 점은 똑같았다. 그 때문에 모두들 자신들에게 주어진 곳에 쳐들어가는 것은 섣불리 꿈에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목표는 탈출이라는 쪽으로 정해졌고...그걸 포기 한다 해도 주위의 상황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언제 또 방금 전과 같은 괴물들이 창문을 뚫고 난입해올지 모를 일이었다.
“예멜씨. 로비는 제가 갔다 오죠.”
“음? 그렇지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뚫린 정문을 피아노와 몇몇 가구들로 급제조해서 막아 놓은 지 오래이니까...좀비들도 섣불리 들어오지는 못할 테고. 그 이상한 괴물들은 눈도 없는 소경들에 귀만 밝은 것들이니...조심히만 움직이면..”
“그렇다면...나는 미리 창고로 가서 기다리겠소. 창고로 오는 길은 잘 알 것이라 믿소만?”
“네.”
뮐러가 망치를 든 손을 슬며시 들어올려 가장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로비로 가겠다고 자원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뮐러로 향했다. 그는 머쓱한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볼을 조금 붉혔다. 조이스는 조심하라며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고 예멜은 로비의 카운터 열쇠 보관소에 가면 29번 수납장에 창고와 정비실 열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챙겨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뮐러는 29번과 열쇠들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1초라도 더 서둘러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두르죠?”
“OK”
뮐러의 제안 아닌 제안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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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들 잘 보내고 계십니까?
전 그저 그렇습니다만.[곧 자격증 시험도 있고...뭐 아무튼 그저 그렇습니다.]
흠. 다크엔젤님께서 쓰시는 사이렌 소설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분과 저의 좀비 소설의 공통점은...
게임이 원작이라는 것이죠.[그건 다들 아시죠? 모르세요? 우후훗~~ -퍼퍽]
하지만 확실히 공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이렌 쪽이랍니다.
뭐 그런 이야기는 둘째치고.
^^ 오늘도 열심히 글을 올리고 사라지는 베이더경입니다.
비평, 혹은 문제점 지적도 좋으니 열심히 작가들에게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코멘에 목말라 다크 사이드 오브 포스를 내뿜는 베이더랍니다.. -망상중(?)]
탕~타탕.
“키엑!”
글록에서 화약이 3번 터졌다. 괴물 앞에서 미약하기 그지없는 노란 화염이 총구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괴물의 몸은 피를 토했다. 살점이 튀고, 핏줄이 엉키며 벽을 피로 물들였지만 괴물은 고통이란 것을 잊기라도 했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벽을 타고 올라왔다.
“젠장!”
탁탁탁탁탁.
괴물과 그의 거리가 3m 정도로 가까워지자 조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덕택에 나뭇바닥은 쿵쿵거리며 요란한 진동을 냈고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진동을 따라 기어가기 시작했다. 조이스는 숙박실과 이어져 있는 막다른 문에 다다르자 권총을 들어올려 응사를 했다. 괴물과의 거리는 너무 가까웠기에 그의 행동은 미친개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미토는 조이스가 하는 행동을 보고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쏘지 말아요! 그놈은 소리를 듣고 반응한단 말이에요!!”
“쾌액!”
“더러운 면상 치워! 이 빌어먹을 놈.”
미토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권총을 쏘아대는 조이스를 말리려 했지만 거리도 너무 멀거니와 그는 이미 독자적으로 지옥 불 속에 뛰어내리고 있었다. 괴물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것은 잘 한 행동이었지만 막힌 문을 뒤로 하고 동귀어진을 펼치는 조이스의 행동은 이해 할 수 없었다. 쏘지 말라고 했는데!! 미토는 속으로 분통을 터뜨리며 일본도를 챙겨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이스는 미토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괴물의 머리와 다리, 몸통에 피가 퍽하며 튀어 올랐다. 그러나 괴물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예의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기다란 혀를 들이 밀었다. 괴물은 미약한 권총소리를 쫓아 저벅저벅 기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괴물과 조이스의 거리가 1m로 가까워졌다. 미토는 더 빨리 서두르며 2층에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빨리 도망쳐!”
“지금입니다! 나와요!!”
도망칠 생각도 않고 괴물과 대면해 있는 무모한 백인남자가 잠긴 줄 알았던 문을 열었다. 잠긴 문이 아니라 일부러 열지 않았던 것인가? 그렇다면!!
“내 호텔에서 당장 나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동산만한 배를 출렁이며 머리가 다 까진 대머리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의 주인장인 러시아인 예멜이었다. 예멜은 이 사태가 일어날 때부터 손에서 절대 놓지 않았던 그것을 들어 올렸다. 목제와 합금이 적절히 혼합된 살상력 높은 무기 샷건이었다. 예멜이 그것의 앞부분을 당기자 경쾌한 철소리가 들렸고 괴물이 그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그리곤 팔을 휘두르려 했지만 예멜의 샷건이 더 빨랐다.
콰앙.
굉음이 로비에 울려퍼졌다.
권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강도 높은 화약의 폭발음이 3번 울려 퍼진 뒤 로비는 조용해졌다. 미토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일본도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미토는 복도 끝자락에 서서 무기를 든 채 큰 대자로 뻗어 있는 괴물을 살피는 조이스와 예멜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조이스는 심각하다고 몇 번을 중얼거리며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인간형 괴물의 엉덩이를 툭툭 걷어찼다. 예멜은 혐오스러운 바퀴벌레를 밟은 얼굴을 한 채 조이스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뒤이어 메인 뮐러가 미토를 위험에 빠뜨리게 한 모든 원흉인 망치를 든 손을 덜덜 떨며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건가요?”
“아마도.”
뮐러가 조용히 묻자 조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몇 번 더 엉덩이로 그것을 툭툭 건드렸다. 그것은 기괴한 입을 벌린 채 드러누워 있었다. 미토의 검에 쓰러진 녀석과 똑같은 전철을 밟은 괴물을 보며 미토가 혀를 끌끌 찼다. 괴물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이런 지옥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자신들을 향한 동정이었다. 미토는 자신의 목숨을 노린 괴물에게 나지막하게 일본어로 욕을 뱉고 가래침을 뱉었다.
“괜찮소 미토양?”
머리가 조금 까진 배불뚝이 중년 예멜의 손에는 괴물 사살의 일등공신인 레밍턴 샷건이 자랑스럽게 들려 있었다. 그는 미토의 가죽옷 어깨부분에 살짝 흐르다 만 핏자국을 보고 물었다. 미토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응급지혈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예멜은 막무가내로 들고 있던 반창고를 붙였다. 미토는 고개 숙여 인사하며 피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의자에 허리를 숙이고 앉아 있는 조이스에게 다가갔다. 조이스는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조이스는 다크서클로 얼굴이 떡칠이 되어 있었고 면도도 제대로 못해 털이 촘촘히 드러나 있어 흡사 40년은 더 늙어버린 예멜과 같은 나이의 남자로 보였다. 그가 갈대밭을 이루고 있는 수염을 쓱쓱 긁으며 상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죠? 도망 칠 때 내가 한 소리를 듣지 못 했나요?”
조이스가 뒤늦게 조끼에 묻은 선혈(괴물을 죽일 때 튄)을 휴지로 쓱쓱 문지르며 미토의 얼굴을 살폈다. 미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기 앞에 서 있는 건방진 남자를 노려보았다. 미토의 질문에 조이스는 잠시 생각이라도 하듯 턱 주위를 긁적이다가 말을 이었다.
“듣기야 했습지요. 다만 이미 조용하게 잠적(?)하기에는 글렀다 싶어서...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들 하지 않소? 그래서 먼저 공격 한 것뿐이오. 뭐...바로 뒤에서 예멜씨가 대기 중이기도 하고...어차피 괴물 놈이 나한테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고 해서.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어쨌든 살았으면 다행 아니오?”
미토가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자 조이스가 빈정거리며 손을 설레설레 저었다. 미토는 한숨을 내쉬며 아무 생각 없이 자기 몸을 지옥에 내던지는 한심한 남자라며 욕을 지껄였다. 그래도 그의 무모함 덕택에 자신이 살았다는 것은 잊지 않았기에 목례를 하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생긴 미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은 거죠? 하마터면 저까지 저기 로비에 굴러다니는 마지막 희생자가 될 뻔했습니다. 어디서 노닥거리고 있었기에 정문이 뚫린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도 남은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언성을 높인 미토의 얼굴에 노기가 잔뜩 비춰보이자 뮐러는 무언가 입 밖으로 내밀려다가 고개를 돌리며 뒤통수만 살살 긁었다. 미토는 혹시 저 어리바리(?)한 뮐러가 길을 잃고 착각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소식을 못 전한 것은 아는지 의심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여기서 응접실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지원은 왜 안 온 것이야? 미토의 추궁하는 눈빛에 조이스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건 내가 설명하지 미토양. 그렇지만...”
“그 치만?”
조이스가 말꼬리를 흐리며 막상 늘여놓으려던 변명을 늘여놓지 못하자 미토는 의아해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깨닫고 무언가 있음을 짐작했다. 다른 이들도 암울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미토가 노기를 풀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후문 쪽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었소.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미친개들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소. 신원 파악은 완벽히 못했지만 가이드양과 버스기사, 덴마크에서 온 손님, 그리고…….”
“신문기자도 죽은 것 같소.”
미토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순간 멍해졌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남자들은 더욱 암울한 얼굴로 그들이 응접실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참상을 떠올렸다. 문을 열었을 때 찌익-하고 들려오는 살점 찢는 소리. 크르릉 거리는 낮은 개소리가 머릿속을 절대 떠나지 않았다. 예멜과 조이스는 각각 5번씩 증기기관차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놈들을 죽일 탄환이 모자라서 몇 마리는 하는 수 없이 그곳에 가둬놓고 이렇게 찾아왔소. 어떻게든 그럭저럭 버틸 것 같지만...그게 또 쉽지 않을 것 같고.”
“..........”
미토는 어안이 벙벙해져옴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조금씩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조이스가 괜찮냐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미토는 그의 손을 거세게 내리쳤다. 조이스는 미안하다며 이곳보다는 2층 휴게실이 더욱 안전하니 그곳으로 가서 좀 쉬자고 제안했다. 미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조이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빌어먹을 강아지.”
미토는 울먹이는 어조로 욕지기를 뱉어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들을 증오했다. 그리고 맘속으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끊임없이 빌어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이기라도 한 것처럼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토와 다른 일행들도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자 뮐러가 조용히 일어났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침묵이 깨지고 말았다.
“본관도 뚫리고, 후문은 이미 위험하기 그지없고...우린 여기에 갇히고 말았네요.”
무미건조한 뮐러의 말에 모두들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이 호텔에서 어이없이 최후를 맞이해갔다. 엄브렐라사 기업연수라며 좋아라. 떠들며 외치던 것이 불과 그저께의 일이었는데 이젠 그들이 자신들과 맞붙었던 식욕만을 과시하는 괴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미토는 더욱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멜은 응접실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며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미안해 여보.’
이렇게 암울하고 불안한 와중에도 조이스는 침묵을 깨뜨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조금 전까지 쌓여 있던 피로감은 온데간데없이 온통 비장함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더 여기 있다가는 아까처럼 기분 나쁜 생명체나, 미친개에게 뜯어 먹힐지도 모릅니다. 다른 호텔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버티는 방법이라도 해볼까요? 그렇지만...”
“굶어 죽느냐, 좀비들에게 물려 죽느냐...둘 중 하나 밖에 더 되겠나? 더 암울하겠군. 그리고 난 전자는 특히 싫어.”
예멜이 조용히 거들었다. 그는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자국을 닦아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모두들 예멜의 볼록한 호빵 같은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직 내 조카 녀석이 살아 있는 한. 절대 그러한 최악이자, 최후의 수단은 쓰지 않을 걸세.”
“큭. 아까 저랑 이야기할 때 하신 말씀 또 하시는 군요. 5점 만점에 2점입니다. 참신함 부족.”
조이스의 바보같은 감상 평에 예멜은 분위기 깨지 말라며 눈에 불을 키며 노려보았고 조이스는 입을 다물었다. 모두들 예멜의 말에 동의하며 조이스가 처음 내뱉은 의견은 조용히 무시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누구든지 생각해볼 수 있는 두 번째 암묵적인 2차 방법을 진행하기에 앞서 예멜이 다시 말을 꺼냈다.
“우선 남은 화약들과 구급약들을 끌어 모읍시다. 남은 것들은 창고와 응접실, 3층 휴게공간 , 옥상의 상자 안에 들어 있소. 물론...응접실은 우리가 폐쇄시켰으니 들어가는데 는 문제가 있지만.”
응급실의 물자 공급은 바로 취소되어졌다. 예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토가 메마른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조카인..픽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그렇소.”
예멜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픽시는 고맙게도 가청 주파수는 모두 잡겠노라고 무작정 옥상으로 올라가버렸소. 응접실에 그 일이 있기 약 30분전에 올라갔으니 픽시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오.”
“정말 분명합니까? 화약을 모을 인력도 부족한데...그 아이 찾는다고 시간이라도 빼앗기는 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그 아이는 분명히 살아 있소!”
예멜이 확신에 찬 얼굴로 미토를 바라보았다. 예멜의 눈에 조금 고여 있는 눈물을 본 미토는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며 일본어로 중얼거렸다. 귀찮군. 나도 이런 일에 자원할 정도로 맘씨 고운 녀석이라니. 최악이야! 그녀는 자신의 의지에 조금 망설이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미토가 자신이 그 아이를 찾으러 올라갔다 오겠다며 입을 열자 조이스가 말렸다.
“안됩니다. 지금 엘리베이터는 이미 선이 끊겨서 작동도 하지 않소. 그러면 올라가야 되는데...당신도 알다시피 4층에 죽은 손님들 때문에 모든 복도를 다 통제한지 오래요. 혹시라도 그들이 좀비가 되어서 돌아다닐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신 혼자서는 무리일 것입니다! 절대 반대입니다.”
“그래서요? 그럼 댁이 직접 올라갈 거요?”
미토가 반문하자 조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 허접한 카타나 따위 든 당신보다야. 얼굴도 잘생기고 그나마 권총으로 무장한 내가 더 낫지 않겠소?”
“훗. 그 권총 아까 보니까 탄환이 별로 없던데? 30발...맞나요? 그 걸로는 택도 없어요!”
미토가 빈정거리자 조이스도 피가 묻어 있는 저 오싹한 카타나를 예로 들며 빈정거리려던 찰나 예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두 사람이 옥상까지 갔다 오십시오. 솔직히 미토양 혼자 보내는 것은 조금 걱정이 들고. 아까와 같은 괴물과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어쨌든 조심들 하시오.”
“잠깐만요! 이런 무모한 바보같은 남자랑 같이 가라고요?”
“쳇~누가 무모하다는 것이오? 용감하다고 표할 것이지...”
‘바보.’
미토는 욕을 지껄이며 남자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왠지 이 남자와 같이 있다가는 자신도 무모한 일에 끼어들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는 호텔에서 대기하자며 주장하던 예멜을 교묘하게 유도해 탈출 쪽으로 의견을 기울이게 한 장본인이 이 백인 남자 조이스 에이딘 인 것 같았다. 그래도 무모한 남자일지언정 지원군이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흥. 총 간수나 잘하시죠?”
“그러는 당신은? 아까 내가 챙겨준 권총은 어떻게 한 것이오?”
‘아차.’
미토는 뒤늦게 로비에서 좀비들과 혈투를 벌일 때 방해가 되는 권총을 던지고 카타나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차피 총구가 과열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던 총이라 고칠 방도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 그건.”
“미토 양이나 무기 간수 잘 하슈~!”
“...이 자식.”
미토는 조이스의 빈정거림에 반박 한번 못해 보고 철저히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야만 했다. 아직은 활기 찬 두 사람을 보며 예멜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응접실은...봉쇄해버렸소. 그러니 화약은 화약과 약품은 다른 곳에서 찾아와야 하는데..그럼 나와 뮐러군이 창고를 맡겠소. 열쇠는...로비 어딘가에 둔 것 같은데. 찾아보면 나올 것 같으니 문제는 없지만...3층 휴게공간과 옥상의 화약들은...어쨌든 픽시를 데려오면서 그것들도 부탁하오!”
예멜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어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토와 조이스는 지금쯤이면 로비와 3층, 4층 숙박실들을 느릿느릿 걸어 다니고 있을(것으로 추정되는)좀비들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총에 맞아도 끄떡없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좀비들과 방금 전에 마주쳤던 살점이 벗겨진 끔찍한 괴물들이나 싸우기 편리하다(?)의 차이만 있을 뿐 쓰러뜨리기 어려운 괴물이라는 점은 똑같았다. 그 때문에 모두들 자신들에게 주어진 곳에 쳐들어가는 것은 섣불리 꿈에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목표는 탈출이라는 쪽으로 정해졌고...그걸 포기 한다 해도 주위의 상황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언제 또 방금 전과 같은 괴물들이 창문을 뚫고 난입해올지 모를 일이었다.
“예멜씨. 로비는 제가 갔다 오죠.”
“음? 그렇지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뚫린 정문을 피아노와 몇몇 가구들로 급제조해서 막아 놓은 지 오래이니까...좀비들도 섣불리 들어오지는 못할 테고. 그 이상한 괴물들은 눈도 없는 소경들에 귀만 밝은 것들이니...조심히만 움직이면..”
“그렇다면...나는 미리 창고로 가서 기다리겠소. 창고로 오는 길은 잘 알 것이라 믿소만?”
“네.”
뮐러가 망치를 든 손을 슬며시 들어올려 가장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로비로 가겠다고 자원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뮐러로 향했다. 그는 머쓱한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볼을 조금 붉혔다. 조이스는 조심하라며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고 예멜은 로비의 카운터 열쇠 보관소에 가면 29번 수납장에 창고와 정비실 열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챙겨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뮐러는 29번과 열쇠들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1초라도 더 서둘러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두르죠?”
“OK”
뮐러의 제안 아닌 제안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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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들 잘 보내고 계십니까?
전 그저 그렇습니다만.[곧 자격증 시험도 있고...뭐 아무튼 그저 그렇습니다.]
흠. 다크엔젤님께서 쓰시는 사이렌 소설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분과 저의 좀비 소설의 공통점은...
게임이 원작이라는 것이죠.[그건 다들 아시죠? 모르세요? 우후훗~~ -퍼퍽]
하지만 확실히 공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이렌 쪽이랍니다.
뭐 그런 이야기는 둘째치고.
^^ 오늘도 열심히 글을 올리고 사라지는 베이더경입니다.
비평, 혹은 문제점 지적도 좋으니 열심히 작가들에게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코멘에 목말라 다크 사이드 오브 포스를 내뿜는 베이더랍니다.. -망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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