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AZARD - Another Survivor : 지옥의 외인들(망할 지옥을 빠져나가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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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D(라쿤 시티 경찰)와 용병들의 진압작전이 실패로 끝나고 도리어 세력이 더욱 늘어난 좀비들은 유유자적하며 길가를 누비고 다녔다. 작전의 실패요인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어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뚜렷한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언스’(라쿤 시티 핵 폭격 이후 그가 엄브렐라사와 내통한 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서장이 내린 어처구니없는 화약 분배 때문이라는 설이 중요 요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라쿤 시티의 1/3이상의 시민들이 좀비화 되어 시내를 어지럽히자 아이언스 서장은 서둘러 총포상과 경찰서의 탄약들을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공장소로 분배하고, 받기 힘든 자들을 위해 길거리 곳곳에 화약을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덕택에 진압작전을 벌이기에 충분한 양이었던 라쿤경찰서의 화약은 절반 이상으로 팍 줄어들었고 덕택에 화력을 집중해 쓰러뜨려도 모자란 좀비 대군 앞에 탄약이 떨어진 경관들은 싱싱한 먹잇감이 되는 수 밖에 없었다. 위치 선정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필자는 라쿤시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그만 접고 당시 도시를 빠져 나온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 CNN 뉴스기자 ‘헤럴드 데이몬’의 ‘엄브렐라의 부흥과 그 멸망’
저벅 저벅.
“우어어어...”
그것들은 낮은 소리를 내며 무리를 지었다. 그것들 둘, 혹은 셋씩 떼를 지어 느릭느릿 움직이며 골목, 상가들을 완전히 자신들의 땅으로 점령해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점령해간다는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던 라쿤 시티의 생존자들은 결국 집안에 고이 모셔둔 엽총이나, 권총 따위들을 들고 집안을 나왔다. 아직 탄약이 덜 회수된 가게들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약간의 희망에 자신의 운명을 배팅하며 순찰차를 주차하고 모여드는 경찰들도 있었다. 모든 살아있는 생존자들은 차근차근 무장을 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착실히 준비해나갔다. 맘씨 넓은(?) 생존자들의 적은 걸음을 최대한 느릿느릿 움직이며 시민들과 경찰들이 정조준을 할 준비를 하게끔 도와주워 일은 더더욱 쉬웠다. 경관 몇 명이 유리창이 깨지고, 차체가 찌그러져 운용이 힘들 것 같은 차량을 지렛대로 세워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어떤 이들은 좀비들로 인해 망가지거나, 쓰러진 펜스들을 세워 장애물을 만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모든 살아남은 이들의 눈에는 비장한 각오나 공포심 같은 감정들이 들어 있었다. 한편으론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훌쩍이거나,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아들, 딸, 손녀, 어머니, 아버지, 이웃집 아저씨 등등.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싸워야 할 상대들은 모두 그들이 알고 지내던 라쿤시티의 사람들이란 점 때문에 그들의 공포는 더욱 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에서 총을 떼어 놓을 수는 없었다. 생존자들과 인연이 있었던 자들은 이제 아무런 거림낌 없이 식인을 취하는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진압작전에서 패한 경찰들과 특수부대원들, 군인들까지 똑같은 부류로 만들어 큰길가를 행군해오고 있었다. 그것들이 목 놓아 부르는 군가(?)는 지옥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길도 막혀서 도망 따위는...”
상자들로 급조한 바리케이드에 몸을 맡긴 백인 여경관이 절망스런 눈빛을 하고 동료 마이클(Pika)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청색 경찰관복장을 하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소구경 리볼버가 들려 있었다. 좀비들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인 화력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그저 그런 무기였다. 그녀는 잘록 들어간 허리춤에 매달린 탄환들을 점검한 뒤 왼손에 들고 있던 확성기를 들었다. 그녀의 글래머틱한 가슴이 살짝 흔들렸다.
“모두들 준비하세요!”
유효사거리 안에만 들여오면 리볼버 탄환을 잔뜩 퍼 먹여 주겠다며 마이클 경관(Pika)과 릭스 여경관(다크엔젤)은 잔뜩 벼렸다. 그러나 그들은 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진군해오는 좀비들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심장은 잔뜩 얼어붙어 머리의 현기증을 야기한 것 같았다. 릭스와 마이클처럼 살아남아 총을 들기로 결심한 다른 시민들과 용병들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겉으로는 릭스처럼 내색하지 않고 총을 조준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들도 두려움에 벌벌 떠는 눈치였다. 그래도 죽을 수도 있는데 여기까지 나와서 자신들을 도와주고 있는 시민들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릭스였다.
“녀석들이 오고 있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침착하게 녀석들을 죽이십시오.”
릭스가 이를 딱딱 부딪치고 나서 터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확성기 덕택에 그 효과는 두 배가 되어 총을 조준하고 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으로 알았다는 지시를 보냈다.
“릭스 경관! 거기 남아 있는 수류탄 좀 줘.”
마이클 경관이 릭스의 이름을 부르며 좀비들에게 아직 인간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게 할 무기 지원을 요청했고 릭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류탄 박스에 들어있던 4개 남은 계란형의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릭스는 파란색 제복 위로 봉긋 솟아난 가슴을 조금 흔들며 말했다.
“조심해요! 그거 위험한 무기인지 알죠?”
“흥! 당신 가슴이 더 무서운 무기인줄 알고는 있소?”
마이클이 그녀의 가슴을 문득 쳐다보았다가 저속한 농담을 지껄였다. 릭스는 실소를 지어보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개중에 몇몇 시민들은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입을 손으로 가려야만 했다. 릭스의 따가운 눈빛에 그들은 헛기침을 하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죽어라 좀비들!”
쿠콰카카캉.
마이클의 손에서 벗어나 저 멀리 보석상 문 앞에 떨어진 계란형 물체가 몇 초 뒤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이 떨어진 곳 근처에 있던 좀비들 대여섯이 신음소리를 내며 장렬히 산화하거나 산산조각 나 2~3m를 날아올랐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다가 충격파에 휩쓸려 넘어지는 바람에 바닥과 뜨거운 키스를 하고 낮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좀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의식은 남아 있는지 다시 일어나거나, 기어 오며 자신들의 무서움을 과시했다. 마이클의 수류탄 공격을 신호탄으로 생존자들의 총기가 일제히 노란 화염을 토해냈다.
타탕 - 퍼퍼펑 - 타탕 탕
“우으으으으으...”
한때는 자신들과 똑같은 피가 흘렀던 저것들에게 안신을 주는 시민들의 눈빛은 냉정했다. 그들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여기 모였기 때문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미 2일간에 걸쳐서 저것들에 대해 모조리 파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금 손가락을 당기는 것을 그만둔다면 자신들이 저런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저것들과 맞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이들인지 아는 자는 없었다. 오직 신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렇게 많은 동료들이 모조리 좀비화 되다니...”
탕탕타타탕 퍼펑-
“우으으으으으...”
“빌어먹을”
릭스와 마이클은 곳곳에서 보이는 RPD 복장과 테러진압부대 복장의 경관 좀비들을 쳐다보고 울컥하여 한마디씩 토해냈다. 그녀는 최대한 리볼버를 그들의 머리 쪽으로 향하여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자신들과 친하거나, 말은 걸지 않지만 얼굴만은 눈에 익은 그것들은 머리에서 피가 튀며 쓰러졌다. 릭스는 그것들에게 차마 두 번씩이나 총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안식을 줘야한다는 생각 탓에 그리 얼마 남지 않은 권총탄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자신만은 살아야겠다는 의지 때문이기도 했다.
“우으으으으..”
“으으으...이건 악몽이야!”
그러나 좀비들은 마치 한국 전쟁 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미친 듯이 달려왔다는 중공군들처럼 어마어마한 숫자를 과시하며 느릿느릿 총탄들을 뚫고 돌진해왔다. 그 괴기한 모습에 시민들은 차츰 패닉을 일으키며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사기를 잃어 간 것이다.
“젠장! 나토탄(5.56mm로 서방세계의 자동소총들에 주로 쓰이는 탄환)! 어디 있어!!”
“이쪽은 산탄이 모자라!!”
“머스킷에 쓰이는 탄환 가지신 분!!”
“총포상!!! 여기 탄환이..으어억!!”
총포상을 부르짖으며 바리케이드 근처에서 총을 쏘아대던 남자의 몸이 쓰러지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절대 좀비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창틀을 붙잡고 매달렸고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릭스와 마이클이 그를 도우러 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팔에 쥐가 나도록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의 뒤쪽에 좀비 대여섯이 행복한 신음소리를 내며 두다리를 붙잡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으아악!! X자식들!! 저리가!!”
“우으으으으..”
와그작. 와그작.
“아아악!!! 사람 살려!!”
뒤이어 바리케이드 앞에 도착한 좀비들이 귀곡성을 토해내며 그 남자의 어깨와 다리를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남자는 고통과 공포로 몸을 떨며 저리가라고 외쳤지만 괴물들은 듣지 않았다. 남자의 비명에 이성을 잃은 릭스가 권총을 사정없이 갈기며 그것들에게서 남자를 떼어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이클이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채려했지만 좀비들은 귀곡성을 토해내며 무지막지한 힘으로 남자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성공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남자는 뒷걸음치며 그것들을 피하려 했지만 좀비들은 그를 감싸며 히죽히죽 웃어댔다.
“우아아악!”
푸콰아악. 으적으적. 우드드득. 빠가각.
뒷일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소리가 시민들의 귀를 자극했다.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이 내는 소리보다 더욱 커다랗고 생생하게...모두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산채로 물어 뜯이는 희생자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벌벌 떨며 방아쇠를 당겼다.
“우으으으으.”
“꺼져!!”
좀비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넘거나, 펜스에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아직 사기를 잃지 않은 시민들이 탄환을 전부 소비한 엽총을 휘두르거나 근처에 내동댕이쳐진 쇠파이프로 머리를 가격했지만 인간이 아닌 그들은 도리어 반격해오며 시민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펜스가 무너지며 대여섯 마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방어벽들은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뒤이어 수십이 넘는 좀비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뒤로 물러나요!”
릭스가 멍하니 서서 방아쇠를 당기기만 반복하는 생존자들에게 외쳤다. 그들은 릭스의 고함소리를 듣고 뒤늦게 바리케이드로부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두 팔을 벌려 느릿느릿 걸어오며 고맙게도 릭스의 리볼버의 표적이 되어주었다. 개중에 도망치지 못한 몇몇 시민들이 첫 번째 희생자의 전철을 밟으며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아직 의식이 남거나,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팔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팔들은 얼마 안 있어 축 늘어졌다. 좀비들은 우걱우걱 생살을 씹어 목으로 넘기며 바닥을 흥건하게 피로 장식해갔다. 릭스는 그 모습을 보고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때 릭스의 귀에 마이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릭스!!”
“마이클!”
릭스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다. 마이클은 릭스보다 훨씬 더 앞에 서서 도망치지 못하고 먹잇감이 되가는 시민들을 어떻게든 구출하기 위해 애를 썼고 결과는 참담했다. 마이클의 가슴팍은 사정없이 이에 물어뜯긴 흔적과 함께 시뻘건 피로 청색 경찰복을 적시고 있었다. 마이클은 고통도 잊은 채 신음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그의 앞에 좀비들이 손을 뻗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 CNN 뉴스기자 ‘헤럴드 데이몬’의 ‘엄브렐라의 부흥과 그 멸망’
저벅 저벅.
“우어어어...”
그것들은 낮은 소리를 내며 무리를 지었다. 그것들 둘, 혹은 셋씩 떼를 지어 느릭느릿 움직이며 골목, 상가들을 완전히 자신들의 땅으로 점령해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점령해간다는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던 라쿤 시티의 생존자들은 결국 집안에 고이 모셔둔 엽총이나, 권총 따위들을 들고 집안을 나왔다. 아직 탄약이 덜 회수된 가게들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약간의 희망에 자신의 운명을 배팅하며 순찰차를 주차하고 모여드는 경찰들도 있었다. 모든 살아있는 생존자들은 차근차근 무장을 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착실히 준비해나갔다. 맘씨 넓은(?) 생존자들의 적은 걸음을 최대한 느릿느릿 움직이며 시민들과 경찰들이 정조준을 할 준비를 하게끔 도와주워 일은 더더욱 쉬웠다. 경관 몇 명이 유리창이 깨지고, 차체가 찌그러져 운용이 힘들 것 같은 차량을 지렛대로 세워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어떤 이들은 좀비들로 인해 망가지거나, 쓰러진 펜스들을 세워 장애물을 만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모든 살아남은 이들의 눈에는 비장한 각오나 공포심 같은 감정들이 들어 있었다. 한편으론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훌쩍이거나,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성경 위에 손을 얹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아들, 딸, 손녀, 어머니, 아버지, 이웃집 아저씨 등등.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싸워야 할 상대들은 모두 그들이 알고 지내던 라쿤시티의 사람들이란 점 때문에 그들의 공포는 더욱 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에서 총을 떼어 놓을 수는 없었다. 생존자들과 인연이 있었던 자들은 이제 아무런 거림낌 없이 식인을 취하는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진압작전에서 패한 경찰들과 특수부대원들, 군인들까지 똑같은 부류로 만들어 큰길가를 행군해오고 있었다. 그것들이 목 놓아 부르는 군가(?)는 지옥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길도 막혀서 도망 따위는...”
상자들로 급조한 바리케이드에 몸을 맡긴 백인 여경관이 절망스런 눈빛을 하고 동료 마이클(Pika)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청색 경찰관복장을 하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소구경 리볼버가 들려 있었다. 좀비들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인 화력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그저 그런 무기였다. 그녀는 잘록 들어간 허리춤에 매달린 탄환들을 점검한 뒤 왼손에 들고 있던 확성기를 들었다. 그녀의 글래머틱한 가슴이 살짝 흔들렸다.
“모두들 준비하세요!”
유효사거리 안에만 들여오면 리볼버 탄환을 잔뜩 퍼 먹여 주겠다며 마이클 경관(Pika)과 릭스 여경관(다크엔젤)은 잔뜩 벼렸다. 그러나 그들은 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진군해오는 좀비들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심장은 잔뜩 얼어붙어 머리의 현기증을 야기한 것 같았다. 릭스와 마이클처럼 살아남아 총을 들기로 결심한 다른 시민들과 용병들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겉으로는 릭스처럼 내색하지 않고 총을 조준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들도 두려움에 벌벌 떠는 눈치였다. 그래도 죽을 수도 있는데 여기까지 나와서 자신들을 도와주고 있는 시민들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하는 릭스였다.
“녀석들이 오고 있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침착하게 녀석들을 죽이십시오.”
릭스가 이를 딱딱 부딪치고 나서 터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확성기 덕택에 그 효과는 두 배가 되어 총을 조준하고 있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으로 알았다는 지시를 보냈다.
“릭스 경관! 거기 남아 있는 수류탄 좀 줘.”
마이클 경관이 릭스의 이름을 부르며 좀비들에게 아직 인간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게 할 무기 지원을 요청했고 릭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류탄 박스에 들어있던 4개 남은 계란형의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릭스는 파란색 제복 위로 봉긋 솟아난 가슴을 조금 흔들며 말했다.
“조심해요! 그거 위험한 무기인지 알죠?”
“흥! 당신 가슴이 더 무서운 무기인줄 알고는 있소?”
마이클이 그녀의 가슴을 문득 쳐다보았다가 저속한 농담을 지껄였다. 릭스는 실소를 지어보이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개중에 몇몇 시민들은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입을 손으로 가려야만 했다. 릭스의 따가운 눈빛에 그들은 헛기침을 하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죽어라 좀비들!”
쿠콰카카캉.
마이클의 손에서 벗어나 저 멀리 보석상 문 앞에 떨어진 계란형 물체가 몇 초 뒤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이 떨어진 곳 근처에 있던 좀비들 대여섯이 신음소리를 내며 장렬히 산화하거나 산산조각 나 2~3m를 날아올랐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다가 충격파에 휩쓸려 넘어지는 바람에 바닥과 뜨거운 키스를 하고 낮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좀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의식은 남아 있는지 다시 일어나거나, 기어 오며 자신들의 무서움을 과시했다. 마이클의 수류탄 공격을 신호탄으로 생존자들의 총기가 일제히 노란 화염을 토해냈다.
타탕 - 퍼퍼펑 - 타탕 탕
“우으으으으으...”
한때는 자신들과 똑같은 피가 흘렀던 저것들에게 안신을 주는 시민들의 눈빛은 냉정했다. 그들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여기 모였기 때문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미 2일간에 걸쳐서 저것들에 대해 모조리 파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금 손가락을 당기는 것을 그만둔다면 자신들이 저런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다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저것들과 맞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이들인지 아는 자는 없었다. 오직 신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저렇게 많은 동료들이 모조리 좀비화 되다니...”
탕탕타타탕 퍼펑-
“우으으으으으...”
“빌어먹을”
릭스와 마이클은 곳곳에서 보이는 RPD 복장과 테러진압부대 복장의 경관 좀비들을 쳐다보고 울컥하여 한마디씩 토해냈다. 그녀는 최대한 리볼버를 그들의 머리 쪽으로 향하여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자신들과 친하거나, 말은 걸지 않지만 얼굴만은 눈에 익은 그것들은 머리에서 피가 튀며 쓰러졌다. 릭스는 그것들에게 차마 두 번씩이나 총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안식을 줘야한다는 생각 탓에 그리 얼마 남지 않은 권총탄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자신만은 살아야겠다는 의지 때문이기도 했다.
“우으으으으..”
“으으으...이건 악몽이야!”
그러나 좀비들은 마치 한국 전쟁 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미친 듯이 달려왔다는 중공군들처럼 어마어마한 숫자를 과시하며 느릿느릿 총탄들을 뚫고 돌진해왔다. 그 괴기한 모습에 시민들은 차츰 패닉을 일으키며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사기를 잃어 간 것이다.
“젠장! 나토탄(5.56mm로 서방세계의 자동소총들에 주로 쓰이는 탄환)! 어디 있어!!”
“이쪽은 산탄이 모자라!!”
“머스킷에 쓰이는 탄환 가지신 분!!”
“총포상!!! 여기 탄환이..으어억!!”
총포상을 부르짖으며 바리케이드 근처에서 총을 쏘아대던 남자의 몸이 쓰러지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절대 좀비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창틀을 붙잡고 매달렸고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릭스와 마이클이 그를 도우러 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팔에 쥐가 나도록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의 뒤쪽에 좀비 대여섯이 행복한 신음소리를 내며 두다리를 붙잡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으아악!! X자식들!! 저리가!!”
“우으으으으..”
와그작. 와그작.
“아아악!!! 사람 살려!!”
뒤이어 바리케이드 앞에 도착한 좀비들이 귀곡성을 토해내며 그 남자의 어깨와 다리를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남자는 고통과 공포로 몸을 떨며 저리가라고 외쳤지만 괴물들은 듣지 않았다. 남자의 비명에 이성을 잃은 릭스가 권총을 사정없이 갈기며 그것들에게서 남자를 떼어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이클이 손을 내밀어 그를 잡아채려했지만 좀비들은 귀곡성을 토해내며 무지막지한 힘으로 남자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기는데 성공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남자는 뒷걸음치며 그것들을 피하려 했지만 좀비들은 그를 감싸며 히죽히죽 웃어댔다.
“우아아악!”
푸콰아악. 으적으적. 우드드득. 빠가각.
뒷일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소리가 시민들의 귀를 자극했다.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이 내는 소리보다 더욱 커다랗고 생생하게...모두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산채로 물어 뜯이는 희생자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벌벌 떨며 방아쇠를 당겼다.
“우으으으으.”
“꺼져!!”
좀비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넘거나, 펜스에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아직 사기를 잃지 않은 시민들이 탄환을 전부 소비한 엽총을 휘두르거나 근처에 내동댕이쳐진 쇠파이프로 머리를 가격했지만 인간이 아닌 그들은 도리어 반격해오며 시민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펜스가 무너지며 대여섯 마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방어벽들은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뒤이어 수십이 넘는 좀비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뒤로 물러나요!”
릭스가 멍하니 서서 방아쇠를 당기기만 반복하는 생존자들에게 외쳤다. 그들은 릭스의 고함소리를 듣고 뒤늦게 바리케이드로부터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두 팔을 벌려 느릿느릿 걸어오며 고맙게도 릭스의 리볼버의 표적이 되어주었다. 개중에 도망치지 못한 몇몇 시민들이 첫 번째 희생자의 전철을 밟으며 바닥에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아직 의식이 남거나,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팔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팔들은 얼마 안 있어 축 늘어졌다. 좀비들은 우걱우걱 생살을 씹어 목으로 넘기며 바닥을 흥건하게 피로 장식해갔다. 릭스는 그 모습을 보고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때 릭스의 귀에 마이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릭스!!”
“마이클!”
릭스는 그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다. 마이클은 릭스보다 훨씬 더 앞에 서서 도망치지 못하고 먹잇감이 되가는 시민들을 어떻게든 구출하기 위해 애를 썼고 결과는 참담했다. 마이클의 가슴팍은 사정없이 이에 물어뜯긴 흔적과 함께 시뻘건 피로 청색 경찰복을 적시고 있었다. 마이클은 고통도 잊은 채 신음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그의 앞에 좀비들이 손을 뻗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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