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Worl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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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어째서! 난.. 나는!】
그것은 나의 절규였다.
【죽은 고깃덩어리였어.】
그것은 나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난 살아있다.】
그것이 나의 미래였으며, 지금이었다.
모든 것이 뒤섞여가듯이, 나의 몸은 이제 더 이상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주위와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없었어야 했던 존재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야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그래서는 안돼.》
그때 들려온 것은.. 나의 목소리였다. 내가 여기 있을찐데, 나의 목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넌(난)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제는 살아있고 싶지 않다는 나의 소망을 표현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강요했고, 그래서 이렇게 동화되어 없어지는 것이 나의 의무로 삼아버렸다.
《그렇다면, 넌(난) 살아있음에 책임을 져야한다.》
【어째서? 어차피 죽어 있었던 고깃덩어리였던 내(네)가 이제와서 왜!?】
울분이 폭발했다. 이제까지 너무도 거칠고 힘들게 살아왔던 나의 삶이..
【마법따위도 쓰지 못하고! 난 그저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약자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어! 고깃덩어리였던 나(너)에게 마법따위, 부모따위, 세상따윈 나를 필요치 않았던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잖아!】
가슴속 깊이 쌓여있던, 무거운 응어리를 쏟아내자, 또 다른 나(너)의 목소리는 한동안 잠잠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가 만든 여섯의 낯과 일곱의 밤에 접어들 동안..
그 때에, 나(너)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나 넌(난) 살아야한다.》
대꾸조차 하기 싫어졌다. 저딴식으로 반복해봤자, 듣는이로써도 지쳐갈 뿐이니까..
《나(너)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너(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너(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너(나)의 사명. 그러기에 너(나)를 이 자리에서 살리는 것이다.》
【난(넌) 그것에 따라야할 사명같은 건 애시당초부터 없었다.】
《그것은 소용 없다. 네(내) 스스로가 말한 말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으니까.》
그 목소리는 그렇게 말하고서,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와 함께, 하얀 빛이 서서히 눈앞을 채워가며, 모든 것을 하얗게 물들였다.
***
가만히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두 부모님의 얼굴.. 하지만 그것은 걱정따위의 눈빛이 아니었다. 단순한 환희와 그리고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겠다는 듯한 차가운 얼굴.. 나는 그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따라서 두 부모는 나에게서 한걸음씩 뒷걸음질 을 쳤다.
"뭡니까? 두분다.. 그 재미없는 표정들은.."
"가이드. 어제 무슨일이 있었느냐?"
아버지의 말에는 뭔가 딱딱한, 그러니까 친근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주문영창과도 같은 어색함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어머니마저도 평소처럼 나에게 욕을 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나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자벨에게 들으신 겁니까?"
"연구소의 감시반에서 들었다."
이젠 대놓고 감시했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어머니.. 다시금 눌렸던 증오가 폭발하려고 했다. 나의 목소리에 의해서 억압되었던 분노가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리려고 할 때였다.
"가이드님! 위험합니다!"
라고 크게 들려오는 비명같은 이자벨의 목소리.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에 반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머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아니 생각조차도 마비시킬 정도로 강한 감정에 휩쌓였기 때문이다.
"루이크 에체르바리오 휘감아라 대지의 채찍, 묶어라 숲의 주인. 씰 오브 가이아."
투명화 마법이었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주문영창소리에 나의 마지막 이성은 완벽하게 날아가버렸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돌기둥과 나무뿌리들은 이자벨을 향해서 뻗쳐나왔다. 마법겸용 크리쳐라고는 하지만, 이런 합동마법, 게다가 연구소의 노련한 마법사들의 연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자벨은 나무뿌리에 묶여 대지의 틈사이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거의 닫혀져가는 틈사이로 분출되는 인공창조물의 가짜피.. 그러나 사람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붉은색 이었다.
"확실히, 위험했다. 마력조차 지니지 못한 인공생명체. 그것이 너다. 가이드."
"..죽은 고깃덩어리라서 그런 것인가요?"
차갑게 가라앉은 증오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우린 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넌 인공창조물. 너의 나이는 17살이 아니라, 태어난지 3개월도 안된 프로토 타입이다. 그리고 오늘까지의 보호와 감시 끝에 너의 처분이 결정되었다. 어제의 사건으로 우리는 알게 되었다. 마력을 간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불균형한 생명체라고 판정을 지은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저를 자식이라고 진짜로 생각했던 적은 있습니까?"
그 꿈과도 같았던 흐릿한 기억의 영상에서 보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속아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조작된 기억.. 어쩌면 그곳에서부터 알아채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실험은 끝난 것이군요. 대 성공이라고 한 것은..."
"그렇다. 너와는 다른 모델이 채택되었다. 그 모델은 곧 생산이 되겠지."
아버지는 냉철하게 말했다. 아니, 저자가 아버지라는 생각은 지금부터 버려야했다.
"그렇다면, 저는 이제.."
"폐기처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식! 드디어 헛웃음이 입을 통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 모든것은, 단 3개월의 꿈. 신조차도 외면해 버린 인공의 생명은 그렇게 죽음을 숙명으로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은.. 아니 이전부터 나에겐 언제나 죽음의 숙명이 있었다. 그것을 지금에서야 자각하게 된것이다.
"잘가거라. 모델 102-HG. 생명 코어의 작동을 중단할 것을 명한다."
그것은 이제 마지막으로 듣는 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대화..
남은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인 것인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제의 그 일에서부터 저 사람들은 나를 죽여야 할 것을 알았다면.. 난 내가 살아야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네(내) 스스로가 말한 말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으니까.』
그렇다. 나는 살고 싶었기 때문에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창조된 생명체이며, 죽음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가슴에서 퍼져나오던 기운이 차단되었다. 아니 소멸되었다. 모든 것은 정지에 이르렀고, 곧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을 알려왔다. 그것은 내 몸이 스르르 가루처럼 변하여 사라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그것을 나는 말했다.
《나는 살고싶다.》
그것이 진실.. 난 창조되었던 것이라도.. 살고싶었기 때문에 깨달은 것이다.
***
"기분 참 좋지?"
라면서 잠들어 있는 블루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석양의 끝에서 산자락에 매달려 있던 해는 마침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남은 것은 포도주 빛의 하늘뿐이었다. 가만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블루도 일어나 나를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이처럼 평화로운 풍경에도 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끝인가요?"
라고 나조차 밑도 끝도 모를 말을 했다. 그래.. 그것이 내가 지은 죄라면 달게 받아야만 한다.
「휘오오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바람이 나와 블루의 사이를 불어 지나갔다.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평화도 이 하루와 함께 저물어 갔다.
***
【...꿈?】
『아니. 이것은 꿈이 아냐.』
【그러면 무엇이지? 나는..】
스스로조차도 느낄 수 없는 이 어둡기만한 세계. 그것은 문자그대로 나 자신도 느낄 수 없으며, 물론 다른 것 조차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의 세계였다.
단지 느껴지는 것은 나 이외에 또 다른 사념이 있다는 것일 뿐...
『이것은 무(無). 아무것도 없는 것. 유(有)의 개념조차도 포함하지 않은 진정한 무(無)의 세계.』
【..그런 것이군. 그렇다면 넌 누구지? 이곳은 무(無)의 세계라면서, 나에게 말을 거는 너는..】
『나 역시 너처럼 이 세계로 접속한 존재.』
도 다른 사념은 그렇게 자신과 나를 정의했다. 그리고서는 한동안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최초의 적막을 깬 것은 나와 또 다른 사념 모두다였다.
【저어..】/『저어..』
【먼저 말해.】
.........
선뜻 양보해주자, 또 다른 사념은 어색한 듯이 한동안 침묵을 고수했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 오게 된거지?』
너무도 단순한 질문에, 정곡을 찔려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말 못할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 만큼은, 난 창조된 내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법병기로써 창조되었지. 하지만 나는 병기로써의 자질은 없었어. 마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난 주문영창도 못하는 찌질이었거든.. 그런데, 부모라고 생각하던 작자들이 사실은 나를 창조한 사람들. 내 기억까지 창조를 해서는 완전히 가지고 놀다가 나를 버렸어. 난 죽음을 맞이한거지. 하지만 단순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 덕분일까? 이런 이상한 곳에나 오다니.. 역시 욕심이 과한 모양이야.】
단순하게,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해서 말했다.
『기억까지 조작이라.. 그래도 들어보고 싶네. 아무거나 하나만 말해줘.』
또 다른 사념은 나에게 졸라댔다. 나 역시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나보다도 먼저 이곳에 온 녀석이 왠지 더 불쌍해 보였기에, 난 창조된 기억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한 8살 때쯤이었지. 난 구제불능의 마법치라서, 언제나 놀림만 당하고 살았어. 마법사의 사회에서는 마법치라는게 얼마나 큰 놀림감이었는지.. 게다가 언제나 몰매맞기 쉽상이었지. 그래서 하루는 엄마에게 죽도록 대들었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전혀 달랐어. 두 손에 커다란 불꽃을 붕붕 휘두르며 나를 마구 쫓아다녔지. 난 그래도 죽기살기로 악을 써댔어. 결국은 붙잡혔지만, 엄마는 그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절망할 시간이 있거든 나가서 일이나 하거라. 그러면 적어도 돈은 들어오잖냐.'라고 하셨지. 정말이지 일반상식을 한참 벗어난 엄마였어...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다 조작된 기억이라는게 맘이 아프지만 말야.】
.........
다시 한동안 침묵.
『그렇네. 정말이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억이군.』
【하긴.. 훈훈한 소설이지..】
다시금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녀석은 진짜로 감동을 받은 것처럼,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내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무엇이든지, 알고있는 한도내에서 대답해주도록 하지.』
【이 세계는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거야?】
원래대로라면 죽음을 맞이하였어야 할 내가, 이런 곳에서 한동안 노닥거리기까지 했으니, 과연 어떻게 죽지 않고 이런곳에 왔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하지만 녀석은 한동안 끙끙거리며 깊은 생각을 한다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글쎄, 실은 나도 잘 몰라.. 나도 얼떨결에 이곳에 와있게 되었다랄까?』
과연.. 녀석도 나처럼 우연으로 이런곳에 떨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만약 여기가 지옥이라면, 정말이지 가장 재수없는 곳에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조차도 느낄 수 없는 곳.. 자신조차 잃은채 방황하는 마모(磨耗)의 지옥..
-Super World - 幻想(환상)-
그것은 나의 절규였다.
【죽은 고깃덩어리였어.】
그것은 나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난 살아있다.】
그것이 나의 미래였으며, 지금이었다.
모든 것이 뒤섞여가듯이, 나의 몸은 이제 더 이상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주위와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없었어야 했던 존재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야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그래서는 안돼.》
그때 들려온 것은.. 나의 목소리였다. 내가 여기 있을찐데, 나의 목소리는 들려오고 있었다.
《넌(난)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제는 살아있고 싶지 않다는 나의 소망을 표현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강요했고, 그래서 이렇게 동화되어 없어지는 것이 나의 의무로 삼아버렸다.
《그렇다면, 넌(난) 살아있음에 책임을 져야한다.》
【어째서? 어차피 죽어 있었던 고깃덩어리였던 내(네)가 이제와서 왜!?】
울분이 폭발했다. 이제까지 너무도 거칠고 힘들게 살아왔던 나의 삶이..
【마법따위도 쓰지 못하고! 난 그저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약자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어! 고깃덩어리였던 나(너)에게 마법따위, 부모따위, 세상따윈 나를 필요치 않았던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잖아!】
가슴속 깊이 쌓여있던, 무거운 응어리를 쏟아내자, 또 다른 나(너)의 목소리는 한동안 잠잠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가 만든 여섯의 낯과 일곱의 밤에 접어들 동안..
그 때에, 나(너)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나 넌(난) 살아야한다.》
대꾸조차 하기 싫어졌다. 저딴식으로 반복해봤자, 듣는이로써도 지쳐갈 뿐이니까..
《나(너)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너(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너(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너(나)의 사명. 그러기에 너(나)를 이 자리에서 살리는 것이다.》
【난(넌) 그것에 따라야할 사명같은 건 애시당초부터 없었다.】
《그것은 소용 없다. 네(내) 스스로가 말한 말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으니까.》
그 목소리는 그렇게 말하고서,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와 함께, 하얀 빛이 서서히 눈앞을 채워가며, 모든 것을 하얗게 물들였다.
***
가만히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두 부모님의 얼굴.. 하지만 그것은 걱정따위의 눈빛이 아니었다. 단순한 환희와 그리고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겠다는 듯한 차가운 얼굴.. 나는 그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따라서 두 부모는 나에게서 한걸음씩 뒷걸음질 을 쳤다.
"뭡니까? 두분다.. 그 재미없는 표정들은.."
"가이드. 어제 무슨일이 있었느냐?"
아버지의 말에는 뭔가 딱딱한, 그러니까 친근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주문영창과도 같은 어색함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어머니마저도 평소처럼 나에게 욕을 하지 않고, 그저 막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나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자벨에게 들으신 겁니까?"
"연구소의 감시반에서 들었다."
이젠 대놓고 감시했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어머니.. 다시금 눌렸던 증오가 폭발하려고 했다. 나의 목소리에 의해서 억압되었던 분노가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리려고 할 때였다.
"가이드님! 위험합니다!"
라고 크게 들려오는 비명같은 이자벨의 목소리.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에 반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머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아니 생각조차도 마비시킬 정도로 강한 감정에 휩쌓였기 때문이다.
"루이크 에체르바리오 휘감아라 대지의 채찍, 묶어라 숲의 주인. 씰 오브 가이아."
투명화 마법이었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주문영창소리에 나의 마지막 이성은 완벽하게 날아가버렸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돌기둥과 나무뿌리들은 이자벨을 향해서 뻗쳐나왔다. 마법겸용 크리쳐라고는 하지만, 이런 합동마법, 게다가 연구소의 노련한 마법사들의 연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자벨은 나무뿌리에 묶여 대지의 틈사이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거의 닫혀져가는 틈사이로 분출되는 인공창조물의 가짜피.. 그러나 사람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붉은색 이었다.
"확실히, 위험했다. 마력조차 지니지 못한 인공생명체. 그것이 너다. 가이드."
"..죽은 고깃덩어리라서 그런 것인가요?"
차갑게 가라앉은 증오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우린 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넌 인공창조물. 너의 나이는 17살이 아니라, 태어난지 3개월도 안된 프로토 타입이다. 그리고 오늘까지의 보호와 감시 끝에 너의 처분이 결정되었다. 어제의 사건으로 우리는 알게 되었다. 마력을 간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불균형한 생명체라고 판정을 지은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저를 자식이라고 진짜로 생각했던 적은 있습니까?"
그 꿈과도 같았던 흐릿한 기억의 영상에서 보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속아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조작된 기억.. 어쩌면 그곳에서부터 알아채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실험은 끝난 것이군요. 대 성공이라고 한 것은..."
"그렇다. 너와는 다른 모델이 채택되었다. 그 모델은 곧 생산이 되겠지."
아버지는 냉철하게 말했다. 아니, 저자가 아버지라는 생각은 지금부터 버려야했다.
"그렇다면, 저는 이제.."
"폐기처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식! 드디어 헛웃음이 입을 통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 모든것은, 단 3개월의 꿈. 신조차도 외면해 버린 인공의 생명은 그렇게 죽음을 숙명으로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은.. 아니 이전부터 나에겐 언제나 죽음의 숙명이 있었다. 그것을 지금에서야 자각하게 된것이다.
"잘가거라. 모델 102-HG. 생명 코어의 작동을 중단할 것을 명한다."
그것은 이제 마지막으로 듣는 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대화..
남은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인 것인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제의 그 일에서부터 저 사람들은 나를 죽여야 할 것을 알았다면.. 난 내가 살아야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네(내) 스스로가 말한 말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으니까.』
그렇다. 나는 살고 싶었기 때문에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창조된 생명체이며, 죽음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가슴에서 퍼져나오던 기운이 차단되었다. 아니 소멸되었다. 모든 것은 정지에 이르렀고, 곧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을 알려왔다. 그것은 내 몸이 스르르 가루처럼 변하여 사라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그것을 나는 말했다.
《나는 살고싶다.》
그것이 진실.. 난 창조되었던 것이라도.. 살고싶었기 때문에 깨달은 것이다.
***
"기분 참 좋지?"
라면서 잠들어 있는 블루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었다.
석양의 끝에서 산자락에 매달려 있던 해는 마침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남은 것은 포도주 빛의 하늘뿐이었다. 가만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블루도 일어나 나를 따라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이처럼 평화로운 풍경에도 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끝인가요?"
라고 나조차 밑도 끝도 모를 말을 했다. 그래.. 그것이 내가 지은 죄라면 달게 받아야만 한다.
「휘오오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바람이 나와 블루의 사이를 불어 지나갔다.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평화도 이 하루와 함께 저물어 갔다.
***
【...꿈?】
『아니. 이것은 꿈이 아냐.』
【그러면 무엇이지? 나는..】
스스로조차도 느낄 수 없는 이 어둡기만한 세계. 그것은 문자그대로 나 자신도 느낄 수 없으며, 물론 다른 것 조차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의 세계였다.
단지 느껴지는 것은 나 이외에 또 다른 사념이 있다는 것일 뿐...
『이것은 무(無). 아무것도 없는 것. 유(有)의 개념조차도 포함하지 않은 진정한 무(無)의 세계.』
【..그런 것이군. 그렇다면 넌 누구지? 이곳은 무(無)의 세계라면서, 나에게 말을 거는 너는..】
『나 역시 너처럼 이 세계로 접속한 존재.』
도 다른 사념은 그렇게 자신과 나를 정의했다. 그리고서는 한동안 이어지는 침묵.. 그리고 최초의 적막을 깬 것은 나와 또 다른 사념 모두다였다.
【저어..】/『저어..』
【먼저 말해.】
.........
선뜻 양보해주자, 또 다른 사념은 어색한 듯이 한동안 침묵을 고수했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 오게 된거지?』
너무도 단순한 질문에, 정곡을 찔려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말 못할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 만큼은, 난 창조된 내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법병기로써 창조되었지. 하지만 나는 병기로써의 자질은 없었어. 마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난 주문영창도 못하는 찌질이었거든.. 그런데, 부모라고 생각하던 작자들이 사실은 나를 창조한 사람들. 내 기억까지 창조를 해서는 완전히 가지고 놀다가 나를 버렸어. 난 죽음을 맞이한거지. 하지만 단순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런 덕분일까? 이런 이상한 곳에나 오다니.. 역시 욕심이 과한 모양이야.】
단순하게,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해서 말했다.
『기억까지 조작이라.. 그래도 들어보고 싶네. 아무거나 하나만 말해줘.』
또 다른 사념은 나에게 졸라댔다. 나 역시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나보다도 먼저 이곳에 온 녀석이 왠지 더 불쌍해 보였기에, 난 창조된 기억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한 8살 때쯤이었지. 난 구제불능의 마법치라서, 언제나 놀림만 당하고 살았어. 마법사의 사회에서는 마법치라는게 얼마나 큰 놀림감이었는지.. 게다가 언제나 몰매맞기 쉽상이었지. 그래서 하루는 엄마에게 죽도록 대들었다.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전혀 달랐어. 두 손에 커다란 불꽃을 붕붕 휘두르며 나를 마구 쫓아다녔지. 난 그래도 죽기살기로 악을 써댔어. 결국은 붙잡혔지만, 엄마는 그때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절망할 시간이 있거든 나가서 일이나 하거라. 그러면 적어도 돈은 들어오잖냐.'라고 하셨지. 정말이지 일반상식을 한참 벗어난 엄마였어... 그래..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다 조작된 기억이라는게 맘이 아프지만 말야.】
.........
다시 한동안 침묵.
『그렇네. 정말이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억이군.』
【하긴.. 훈훈한 소설이지..】
다시금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녀석은 진짜로 감동을 받은 것처럼,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내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무엇이든지, 알고있는 한도내에서 대답해주도록 하지.』
【이 세계는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거야?】
원래대로라면 죽음을 맞이하였어야 할 내가, 이런 곳에서 한동안 노닥거리기까지 했으니, 과연 어떻게 죽지 않고 이런곳에 왔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하지만 녀석은 한동안 끙끙거리며 깊은 생각을 한다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글쎄, 실은 나도 잘 몰라.. 나도 얼떨결에 이곳에 와있게 되었다랄까?』
과연.. 녀석도 나처럼 우연으로 이런곳에 떨어진 모양이다. 하지만 만약 여기가 지옥이라면, 정말이지 가장 재수없는 곳에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조차도 느낄 수 없는 곳.. 자신조차 잃은채 방황하는 마모(磨耗)의 지옥..
-Super World - 幻想(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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