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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Moon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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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엄청난 한숨이네요. 시키씨."

 "엄청난 녀석을 동생으로 두고 있다는게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아키하님은 시키씨를 위해서이니까. 조금은 봐주셔야 할껄요?"

 코하쿠는 넉살좋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다시 벤치에 몸을 뉘였다. 오후의 햇살은 가을 날씨에는 맞지 않게 한창 따사로웠다. 나무그늘을 찾아 앉은 벤치였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코하쿠는 정원을 돌아다니며 빗자루로 블럭을 쓸고 있었다. 숲속은 낙엽이 수북히 쌓여서 다른 세계와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3교시가 시작할 시간이지만, 어제 쓰러진 이후로 아키하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학교를 쉬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할일 없이 벤치에다가 앉혀놓는건 뭐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키하녀석은 아침에 나를 보더니 코하쿠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려버렸다.

 [절대로 오라버니를 눈밖으로 놓치지 마세요. 코하쿠.]

 그냥 들었을 때에는 오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말이었지만, 코하쿠의 다음 행동을 보고서는 깨달아 버렸다. 코하쿠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를 자신이 일하는 곳에 데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휠체어에 앉혀놓고서는 이러저리 끌고 다니는 통에 혼자서 천천히 해보려던 저택순회를 단 3시간만에 끝맞춰 버렸다.

 "시키씨~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라고 해도 말야. 이 상황에서 도망칠 기분도 않난다구."

 솔직히 이 상황에서 도망치면 순식간에 나쁜놈이 되는건 나일테니까.. 라고 자책하면서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녹색빛이 남아있는 나무라고는 한 구석의 소나무와 그리고 숲속의 일부정도 뿐이었다. 대부분은 적일색의 낙엽이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저택을 코하쿠와 히스이 둘이서 담당하는거 힘들지 않아?"

 "어차피 저희의 일이니까요. 아참! 아키하님의 말씀을 잊으신건 아니겠죠? 별관은 다가가선 안돼요. 지은지 오래 된데다가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서 무척 위험하답니다."

 코하쿠는 숲속을 바라보려는 시선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어차피 관심도 없는 대상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저택의 화려한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질릴정도로 관찰한뒤라 눈을 감고서는 휠체어에 머리를 기대었다. 가을 오후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참을 가만히 명상하듯이 있으려니 곳 코하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소를 끝냈으니까. 이만 돌아가죠 시키씨."

***

 점심식사 시간이다. 뭐, 점심식사는 좋다. 문제는 이 몸이 멀쩡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말이지만 말이다. 얼굴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젓가락 쥔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바램이었다. 음식을 뚫어져라 바라보고있자 코하쿠는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아구구! 시키씨 혼자서 먹기에는 조금 힘들겠죠?"

 "아.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도 못하면 그냥 눈을 감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최저다. 결국 코하쿠씨가 떠주는 죽을 받아 먹으면서 점심시간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점심 같지도 않은 점심을 그냥저냥 목으로 밀어 넣고서는 거실에서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응접실의 문을 열고서 히스이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히스이는 나를 보더니 곧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시키님. 몸은 어떠신지요?"

 "그러니까.. '님'자는.. 에구.. 몸은 그저그래. 그런데 어디가는거야?"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시키님의 방에 갈아입을 옷을 두려고 합니다."

 갈아입는 이라는 말에 얼굴이 졸지에 붉어져 버렸다. 아침에 스스로 옷을 갈아입을 수 없자, 코하쿠가 직접 옷을 갈아입혀줬던 것이다. 히스이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는 거실을 나가버렸다. 이거이거.. 의외로 호강이라지만, 나만 나쁜놈이 되어가는 기분인데..

 "이래서 이 몸이 싫다는거야."

 아직도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 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삐리리리리릭! 삐리리리리...

 고음의 전자음이 울려왔다. 그러다가 중간에 끊어지더니 곧 코하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간의 공백이 있은 후에 코하쿠가 종종 걸음으로 전화기를 들고나왔다. 그리고서는 아무말 없이 내 귀에 전화기를 대었다.

 {여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고?}

 "... 그렇다니까. 어이! 이봐 아리히코.. 오해하지 말라니까."

 {알았어. 확실히 어제 네 동생이 너의 증상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길레 얼버무렸는데, 그게 화근이 된 걸지도?}

 "그건 그렇지만, 지금 기분이 최악이다. 네 녀석의 전화를 받고나자 아주 최악이 되어버렸어."

 {앗하하~ 뭘 그렇게 냉정하게 판단...}

 "끊어버려요."

 삑~!

 전자음과 함께 통화가 종료되었다. 코하쿠는 전화기를 내려놓고서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신경을 써주는 친구분이네요."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끈질긴 악연이지. 그런데 히스이는? 식사시간에도 보이지 않던데. 그러고 보니 코하쿠씨는 식사하지 않은 걸까?"

 "아뇨. 저희 사용인은 따로 식사를 했답니다. 그리고 히스이는.. 요리를 잘 못해요."

 의외로 그 완벽해 보이던 히스이의 약한 부분이 코하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코하쿠는 말을 더 하려다가 말고, 입을 가리면서 나를 향하여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는 입가로 손가락을 대면서 말했다. 그것도 굉장히 진지한 어투로 말이다.

 "절대로 비밀이에요."

 "아.. 응.."

 코하쿠는 그렇게 하고서도 믿음이 가질 않는지 재차 삼차 다짐을 받은 후에야 웃음을 지으면서 사라졌다.

 "히스이.. 그렇게 요리에 소질이 없었나?"

 나중에 몰래 물어봐야할지도..

***

 오늘은 반드시 성공할거야. 방해따위에 질 내가 아니지..

 후훗.. 그 녀석의 방해따윈 이제는 두렵지 않아.

 기대가 되는걸? 그를 나의 것으로 하기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랄까.

 저 저주스러운 검은 태양이 지는 그 순간..

 그리고 축복의 하얀 달이 뜨는 순간..

 그를 가지러 가야지.. 후후후훗...

***

 지-------------잉-----!

 시끄럽다. 뭔가가 울리고 있는 느낌..

 지-------------잉-----!

 가슴안쪽에서부터 튀어 올라오는 붉은 액체..

 지-------------잉-----!

 귀찮네.. 이거 정말.. 끝없이.. 울려와..

 "하아.. 하아.."

 몸을 조절하던 실이 다시금 연결 된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어 창가를 향해서 걸어갔다. 창문 넘어로 보이는 나뭇가지를 향해서.. 뛰어올랐다. 뭐지? 몸이 가볍다. 이토록 가볍게 나뭇가지 위를 뛰어 다닐 줄이야. 스스로에게 다시한번 놀라면서 유리같은 달빛의 숲을 건너 담장까지 뛰어넘었다. 감시카메라 따위에 잡히지 않도록 은밀하게 행동했는지, 저택 안에서는 아무런 요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경을 벗었다.

 수없이 보이는 선을 무시한채, 빠르게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공원까지 도착했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내에 흰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며, 피가 공중으로 산화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보일 정도로 분노하며 내 앞에 나타났다. 아아! 기억났다. 이 여자는.. 그때의 그 여자.. 깨끗하게 자르고 싶을 만큼의 충동을..

 카칫------!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고서 적을 바라본다. 점과 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나도 아니다. 인체의 구성, 설령 그것이 인외인일지라도, 베어 넘기는 방법은 존재한다. 적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흩날려보인다. 짙은 적색, 그 적색 사이로는 이미 힘의 균열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놀라운걸? 뱀의 피를 거부한채로 혈관에 억류시키고 있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한가한 목소리. 아주 여유가 넘쳐올라온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만큼 나에게는 더욱 큰 기회이다.

 스팟!

 몸을 날려 이 여자의 몸을 향해 쇄도한다.

 "호라! 예의를 모르네."

 예의 따위.. 서로 죽이는 과정에서는 죽임과 죽음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대로.. 허공을 박차고 녀석에게 날아들었다.

 "흐엣!?"

 파슈욱!

 피가 흩날림과 동시에 녀석이 질러 들어오는 팔을 슬쩍 흘리고서는 되려 그 팔을 도약대로 삼아 뒤로 훌쩍 뛰어 거리를 벌린다.

 "놀라워. 월령의 축복이 가득한 만월의 밤에 이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결코 녹록한 상대는 아냐."

 더욱 짙어진 적색... 그러나 나의 상대는 아냐.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만족할 만큼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서 쾌락을 탐해보는 것.

 "하지만 역시 나의 상대는 아냐."

 순간, 공간이 울렁거렸다. 그것은 위험신호. 빠르게 뒤로 걸음을 밟으며 영향권에서 사라졌다. 공간의 일그러짐이 한 점을 향하더니 곧 폭발하듯이 주위로 강력한 여진을 발생시켰다.

 "..방해받았어. 누구!?"

 "방해하지마. 하얀 공주."

 "-----!!"

 "유미즈.. 카?"

 나타난 것은 그녀.. 피에 흠뻑 젖은 교복을 입은채로 하얗게 웃고있는 그녀가.. 시야에 잡혔다. 순간 주위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가.. 하얀 그림자에 의해서 무산되었다. 그리고 절로 뒤로 밀려나는 거대한 힘의 기류.. 본능 적으로 기류의 경계면중 안전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는다.

 "어쩐지.."

 "하얀공주. 이젠 아무런 원한도 없다구. 그만하고 그를 나의 것으로 넘겨."

 "호오~ 굉장한걸? 그런 소리까지 나불거릴 정도로 여유가 넘쳐."

 안전지대에 안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이미 나의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것은 하얀 그림자..

 "그렇다면 좋아. 너를 상대하기전에.. 이 녀석부터 상대해보지."

 "이이! 그건 내꺼야! 당장 돌ㅇ...."

 순간적으로 주위의 풍경은 변했다. 순간이동이다 싶을 정도로, 공원의 풍경이 어느새 도로의 풍경으로 바뀌더니, 곧 높다란 건물 사이의 허공을 날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하얀 그림자를 바라봤다.

 "재미있어. 당신.. 뱀의 피를.. 나의 피를 거부할 정도로 강한 혈족인가봐?"

 "무슨..."

 "그 재빠른 움직임.. 후후.. 어서말해.. 지금도 이 목을.. 물어 뜯고 싶지?"

 하얀 그림자는 그 붉은 눈으로 흘깃 나의 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어느새 한 아파트의 복도에 내려서 있었다. 하얀 그림자는.. 나를 바라보며 더욱 강하게 추궁했다.

 "어느 혈족? 게다가 그 무기는? 어떤 류의 비술이지? 혹시 고신도(古神道) 아니면 남미의 비보(秘寶)?"

 "무슨 소리야?"

 "어느쪽이든 상관 없겠군. 일단 너의 혈관속에 억류된 뱀의 피를 꺼내지 않으면.. 넌 죽어. 정확히는 구울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지.."

 뭔가.. 나는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일에 휘말려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클레스 메이트를 죽인 그 순간부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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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선생네기님의 댓글

마법선생네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키!! 이자식!!! 올만이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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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월희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잘 몰라서,...

딱히 뭐라 표현은 못하겠군요.

그치만 잘 쓰셨습니다. 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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