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Worl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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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러나, 이 곳에 있은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때? 에고?】
『뭐, 시간이라는 것도 없으니, 딱히 말할 수 없지만, 심심한건 사실이지. 이드.』
그 후로, 나와 또 다른 사념은 서로를 이드(Id)와 에고(Ego)로 불렀다. 무의식과 자아라는 단어처럼, 나는 창조된 생명. 그는 완벽한 생명이었다. 그것이 이 이름과 묘하게 들어 맞아서 결국 이 이름을 쓰게 된 것이다.
【흐음,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이야기나 나누다니, 신세가 처량하군.】
『아하하. 그거야 그렇지만, 뭐 어떠냐?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런건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게 현실이니까.】
『그런가? 어쨌든 너와 나에 대해서는 거의다 알게된 셈이네.』
에고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나 역시 이런 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렇게까지 찌인한 우정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서서히 마모되어 갈 뿐인 그런 곳에서 에고와 나는 서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막이며, 동시에 서로를 돕는 자양분과도 같았다.
【그건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 그 상태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왜, 성경에 보면 그런거 많이 씌여 있잖냐?』
【그렇군.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것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이거 내가 무슨 대마법사라도 된 기분인데. 결국 이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는 거네?】
『그렇지. 하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지. 아카식 레코드가 이 세상의 근원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카식 레코드 조차도 이곳에서 파생된 것일뿐이지. 다만 아카식 레코드라는 것이 모든것의 지혜. 지혜의 지혜. 라는 것이어서,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라는거야.』
【크헉! 놀랍군. 그렇다면 우리들이야 말로 엄청난 녀석들인데... 마법사들이나 네가 말하던 학자들이나 결국은 모든 진리중의 진리. 즉 이곳을 찾아 해매는 사람들인데.. 우리들은 이미 그 진리를 찾아서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아냐?】
『게다가, 신과도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이지.』
【후후.. 그렇지만, 막상 이곳에 들어오면 생지옥이겠군. 만약 너라는 녀석이 없었다면.. 난 이미 반쯤 흩어져서 이곳에 녹아 있었겠지.】
『동감이야. 나도 흩어질대로 흩어지려다가, 너를 만난 이후로 다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서로가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비추는 꼴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심동체?』
【그건 그쪽대로 좋은 의미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한곳으로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그 흐름은 굉장히 격렬해서 나와 에고는 서로를 붙잡아 존재가 흩어지는 것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가만히 넋을 놓고 있으면 나라는 존재마저도 흩어져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흐름이 멈추자 녀석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갑작스레 이게 무슨 꼴이냐.】
『역시. 시작된 것인가?』
【잉? 뭐가?】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무엇이겠어?』
【설마.. 창조?】
『그렇지. 게다가 운이 없게도 들켜버린 것 같은데..』
【뭐?】
『뭐긴 뭐겠어? 이곳은 신과 가장 가까운 곳...』
***
"그래. '아무 것도 없음'에 포함된 '있음'의 존재들.. 반갑군."
단지 어둡다고 생각한 이곳에 서서히 큰 빛이 생겨났고, 곧 그 빛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사.. 사람?】
"아니, 난 신. 너희들이 알고있는 유일무이한 신이다."
『사람이라니.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아냐? 이드?』
【무.. 뭐어어엇!?】
"아차! 설명 안했었나? 난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기 쉬운 모양으로 나타난 거니까. 맘대로 동물취급따윈 하지마."
라고 하지만, 에고녀석.. 명색 신이라고까지 상대가 밝혔는데, 그 와중에도 강아지라니. 상식이 뒤틀어진 녀석이군.
"그나저나, 곤란한걸? '아무 것도 없음' 중에 너희들처럼 '있음'이 포함되면 골치 아프단 말야."
【역시.. 지옥중에서도 생 지옥이군. 이젠 신한테까지 직접적으로 내쳐지는 것인가?】
"거기. 만들어진 녀석. 조용히해. 내치는 걸로 끝난다면, 나도 이렇게 네 녀석들에게 모습을 보일리가 없잖아."
【만들어진 녀석이라니.. 다 알고 계신겁니까?】
"오냐. 하지만 걱정말라고. 내 손으로 만들어 지지는 않았으나, 너 역시 내가 사랑하던 존재였으니까."
신은 그렇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은 다른쪽.. 즉, 에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을 보면서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사랑하는 존재여. 하지만 정말이지 골치 아프게 되어버렸군. 하필이면 '그런 말'을 하다니. 사자들을 시켜서 '그 말'을 없앤지가 언제적인데.. 너는 '그 말'을 알고 있다니. 역시 내가 직접 나설 것을 그랬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그런말 한다해도, 늦었다. 다만 너에게 단 한번의 기회를 줄 수 있지."
그러면서 신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까전과는 다르게 자비한 미소가 아닌 조금은 처량한 동정의 눈빛이 더욱 강했다. 거기다가 불길한 미소까지도... 나는 멍하니 신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진짜 신입니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그렇군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신은 다시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신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
【에?】
"일전에 나를 죽어도 믿지 않던 녀석이 이런말을 남기고 죽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신의 존재.'라고 말야.."
라면서 신은 나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신이다. 그것은 태고적.. 아니지. 원래부터 정해진 것이다. 운명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운명따위도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신이라는 것이다. 어려운가?"
【난해하지만.. 이해는 가는군요.】
"그렇지만 신이 아니라고 믿는 녀석에게는 요컨대 나는 보이지 않는 신이 되어버리지. 그러면 녀석은 내가 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그래도 내가 신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
【그렇다면..】
"빙고~! 네가 뭐라해도 결국 나는 신이라는 것이다. 아니라고 믿어도 난 신이다. 왜냐하면 너희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통해서 날 신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자유. 그러나 나는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단지 보기 싫다고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자유의지니까. 난 너희가 다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지."
『아, 그런데 성경에 보면 당신을 바라보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흐음.. 그거야 인간의 몸은 더럽혀져 있으니까. 최초의 인간은 나를 본다 하여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원죄를 품게되고, 세상의 죄를 품게 됨으로써 나를 바라볼 수 조차 없게되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너희가 나를 보고자 한다면 너희가 죽지 않고도 나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
뭔가 간단한 말들이 오고갔다. 역시 진리는 간단하다는 예말은 옳았다. 신은 간단한 말들.. 그러나 결코 벗어나지 않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뭐, 굳이 비판하고자 한다면.. 구구절절히 옳아서 화가난다는 것일려나...
그 순간 신이 에고쪽에서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말했다.
"구구절절히 옳은 이야기는 맞아. 그리고 말은 쉽기만 하지. 그리고 노력이나 최선을 다해도 안돼는 일은 있어. 음.. 그럼그럼 너흰 나와 달라서 안돼는 일도 많고, 좌절하며 상처를 입지. 그런면에서 본다면 내가 하는 말들은 화가날만도 하다고.. 그것또한 나도 이해하는 바이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난 말야. 극복할 수 없음을 바라는 것이 아냐. 극복할 수 없음에 도전하는 것을 바랄뿐이지. 점점 완성되어가는 보석은 내가 창조할 수 없어. 나는 그저 원석과 그리고 세공할 도구만을 줄 뿐이야. 자유의지를 준 것도 그 때문이지. 내가 만든다면 그것은 완전하지만 완전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끝이야. 하지만 너희가 만든다면? 불완전 하지만 완전하게 되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끝임없는 과정이 나타나지. 그 과정이야말로 너희가 자유의지를 지닐 수 있는 힘이며 동시에 이유가 되는셈이지. 아아.. 오랫만에 말하니까 왠지 뻘쭘하군."
신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에고가 간만에 입을 열었다.
『너희가 나를 찬양하지 않으면 길가에 돌이나 나무들로 나를 찬양하게 하리라.』
"아! 바로 그거."
신은 끄덕이면서 웃었다.
【그렇다면, 왜 자유의지를 주신 것인가요?】
"말했었지? 난 길가에 돌이나 나무들로도 찬양 할 수 있게 할 수 있어. 하지만 너흰 나의 형상을 입었잖아? 그렇다면 적어도 스스로 기뻐하며 나와 함께 가기를 바라는 것. 그런 단순한 소망이 있지않은거야?"
그렇게 말하며 신은 웃었다. 단순한 소망. 유한하지만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며 만든 피조물을 바라보는 그의 웃음은 정말로 햇살보다 더욱 눈부셨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것 이외에는 더 없을 정도로 알맞은 표현이기에..
신은 그렇게 웃어보이더니, 곧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나와의 대화는 여기까지. 기회를 주겠다. 오랫만에 재미있는 녀석과 대화를 했군. 일전에 나와 대화를 했었던 '모세'라는 녀석보다도 더욱 재미있던 녀석이었어."
신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완연히 바로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러더니 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서 말했다.
"너 역시 에고(Ego)와 똑같은 존재. 그렇기에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신의 손길은 무척이나 따스했고, 나는 그 느낌에 희열을 느꼈다.
"나의 저주를 받아 마땅히 사라졌어야 했을 언어. 내가 인간에게 주었던 권능의 언어 로고스(Logos)의 일부. 인간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모태. '아무 것도 없음'의 언어. 그것을 너에게 내리겠다."
그와 함께 나의 시선은 순수한 백. 그리고 평안의 어둠. 이 세상의 가장 평안함이 자리했다.
"이것을 사용하는 댓가는 너에게 달렸다. 저주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영원한 축복을 누릴 것인지. 자! 기회의 대지로 가라! 창조되었지만, 그 어느것 보다도 나의 사랑을 받은 그리고 받을 존재여."
「파아아앗!」
시선이 멀어져감을 느끼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Super World - 기연(奇緣) 그리고 기회(幾回)-
『뭐, 시간이라는 것도 없으니, 딱히 말할 수 없지만, 심심한건 사실이지. 이드.』
그 후로, 나와 또 다른 사념은 서로를 이드(Id)와 에고(Ego)로 불렀다. 무의식과 자아라는 단어처럼, 나는 창조된 생명. 그는 완벽한 생명이었다. 그것이 이 이름과 묘하게 들어 맞아서 결국 이 이름을 쓰게 된 것이다.
【흐음,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 이야기나 나누다니, 신세가 처량하군.】
『아하하. 그거야 그렇지만, 뭐 어떠냐?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이런건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게 현실이니까.】
『그런가? 어쨌든 너와 나에 대해서는 거의다 알게된 셈이네.』
에고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나 역시 이런 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이렇게까지 찌인한 우정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서서히 마모되어 갈 뿐인 그런 곳에서 에고와 나는 서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방어막이며, 동시에 서로를 돕는 자양분과도 같았다.
【그건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 그 상태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왜, 성경에 보면 그런거 많이 씌여 있잖냐?』
【그렇군.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킨 것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이거 내가 무슨 대마법사라도 된 기분인데. 결국 이런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는 거네?】
『그렇지. 하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지. 아카식 레코드가 이 세상의 근원을 포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카식 레코드 조차도 이곳에서 파생된 것일뿐이지. 다만 아카식 레코드라는 것이 모든것의 지혜. 지혜의 지혜. 라는 것이어서,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라는거야.』
【크헉! 놀랍군. 그렇다면 우리들이야 말로 엄청난 녀석들인데... 마법사들이나 네가 말하던 학자들이나 결국은 모든 진리중의 진리. 즉 이곳을 찾아 해매는 사람들인데.. 우리들은 이미 그 진리를 찾아서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아냐?】
『게다가, 신과도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것이지.』
【후후.. 그렇지만, 막상 이곳에 들어오면 생지옥이겠군. 만약 너라는 녀석이 없었다면.. 난 이미 반쯤 흩어져서 이곳에 녹아 있었겠지.】
『동감이야. 나도 흩어질대로 흩어지려다가, 너를 만난 이후로 다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서로가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비추는 꼴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심동체?』
【그건 그쪽대로 좋은 의미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한곳으로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그 흐름은 굉장히 격렬해서 나와 에고는 서로를 붙잡아 존재가 흩어지는 것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가만히 넋을 놓고 있으면 나라는 존재마저도 흩어져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흐름이 멈추자 녀석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갑작스레 이게 무슨 꼴이냐.】
『역시. 시작된 것인가?』
【잉? 뭐가?】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무엇이겠어?』
【설마.. 창조?】
『그렇지. 게다가 운이 없게도 들켜버린 것 같은데..』
【뭐?】
『뭐긴 뭐겠어? 이곳은 신과 가장 가까운 곳...』
***
"그래. '아무 것도 없음'에 포함된 '있음'의 존재들.. 반갑군."
단지 어둡다고 생각한 이곳에 서서히 큰 빛이 생겨났고, 곧 그 빛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사.. 사람?】
"아니, 난 신. 너희들이 알고있는 유일무이한 신이다."
『사람이라니.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아냐? 이드?』
【무.. 뭐어어엇!?】
"아차! 설명 안했었나? 난 지금 너희들이 생각하기 쉬운 모양으로 나타난 거니까. 맘대로 동물취급따윈 하지마."
라고 하지만, 에고녀석.. 명색 신이라고까지 상대가 밝혔는데, 그 와중에도 강아지라니. 상식이 뒤틀어진 녀석이군.
"그나저나, 곤란한걸? '아무 것도 없음' 중에 너희들처럼 '있음'이 포함되면 골치 아프단 말야."
【역시.. 지옥중에서도 생 지옥이군. 이젠 신한테까지 직접적으로 내쳐지는 것인가?】
"거기. 만들어진 녀석. 조용히해. 내치는 걸로 끝난다면, 나도 이렇게 네 녀석들에게 모습을 보일리가 없잖아."
【만들어진 녀석이라니.. 다 알고 계신겁니까?】
"오냐. 하지만 걱정말라고. 내 손으로 만들어 지지는 않았으나, 너 역시 내가 사랑하던 존재였으니까."
신은 그렇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은 다른쪽.. 즉, 에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을 보면서 잠깐 한숨을 내쉬었다.
『........』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사랑하는 존재여. 하지만 정말이지 골치 아프게 되어버렸군. 하필이면 '그런 말'을 하다니. 사자들을 시켜서 '그 말'을 없앤지가 언제적인데.. 너는 '그 말'을 알고 있다니. 역시 내가 직접 나설 것을 그랬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그런말 한다해도, 늦었다. 다만 너에게 단 한번의 기회를 줄 수 있지."
그러면서 신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까전과는 다르게 자비한 미소가 아닌 조금은 처량한 동정의 눈빛이 더욱 강했다. 거기다가 불길한 미소까지도... 나는 멍하니 신을 바라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진짜 신입니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그렇군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신은 다시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신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
【에?】
"일전에 나를 죽어도 믿지 않던 녀석이 이런말을 남기고 죽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신의 존재.'라고 말야.."
라면서 신은 나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신이다. 그것은 태고적.. 아니지. 원래부터 정해진 것이다. 운명을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운명따위도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신이라는 것이다. 어려운가?"
【난해하지만.. 이해는 가는군요.】
"그렇지만 신이 아니라고 믿는 녀석에게는 요컨대 나는 보이지 않는 신이 되어버리지. 그러면 녀석은 내가 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그래도 내가 신이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
【그렇다면..】
"빙고~! 네가 뭐라해도 결국 나는 신이라는 것이다. 아니라고 믿어도 난 신이다. 왜냐하면 너희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통해서 날 신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자유. 그러나 나는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단지 보기 싫다고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자유의지니까. 난 너희가 다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지."
『아, 그런데 성경에 보면 당신을 바라보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흐음.. 그거야 인간의 몸은 더럽혀져 있으니까. 최초의 인간은 나를 본다 하여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원죄를 품게되고, 세상의 죄를 품게 됨으로써 나를 바라볼 수 조차 없게되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너희가 나를 보고자 한다면 너희가 죽지 않고도 나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
뭔가 간단한 말들이 오고갔다. 역시 진리는 간단하다는 예말은 옳았다. 신은 간단한 말들.. 그러나 결코 벗어나지 않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뭐, 굳이 비판하고자 한다면.. 구구절절히 옳아서 화가난다는 것일려나...
그 순간 신이 에고쪽에서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말했다.
"구구절절히 옳은 이야기는 맞아. 그리고 말은 쉽기만 하지. 그리고 노력이나 최선을 다해도 안돼는 일은 있어. 음.. 그럼그럼 너흰 나와 달라서 안돼는 일도 많고, 좌절하며 상처를 입지. 그런면에서 본다면 내가 하는 말들은 화가날만도 하다고.. 그것또한 나도 이해하는 바이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난 말야. 극복할 수 없음을 바라는 것이 아냐. 극복할 수 없음에 도전하는 것을 바랄뿐이지. 점점 완성되어가는 보석은 내가 창조할 수 없어. 나는 그저 원석과 그리고 세공할 도구만을 줄 뿐이야. 자유의지를 준 것도 그 때문이지. 내가 만든다면 그것은 완전하지만 완전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끝이야. 하지만 너희가 만든다면? 불완전 하지만 완전하게 되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끝임없는 과정이 나타나지. 그 과정이야말로 너희가 자유의지를 지닐 수 있는 힘이며 동시에 이유가 되는셈이지. 아아.. 오랫만에 말하니까 왠지 뻘쭘하군."
신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에고가 간만에 입을 열었다.
『너희가 나를 찬양하지 않으면 길가에 돌이나 나무들로 나를 찬양하게 하리라.』
"아! 바로 그거."
신은 끄덕이면서 웃었다.
【그렇다면, 왜 자유의지를 주신 것인가요?】
"말했었지? 난 길가에 돌이나 나무들로도 찬양 할 수 있게 할 수 있어. 하지만 너흰 나의 형상을 입었잖아? 그렇다면 적어도 스스로 기뻐하며 나와 함께 가기를 바라는 것. 그런 단순한 소망이 있지않은거야?"
그렇게 말하며 신은 웃었다. 단순한 소망. 유한하지만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며 만든 피조물을 바라보는 그의 웃음은 정말로 햇살보다 더욱 눈부셨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것 이외에는 더 없을 정도로 알맞은 표현이기에..
신은 그렇게 웃어보이더니, 곧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나와의 대화는 여기까지. 기회를 주겠다. 오랫만에 재미있는 녀석과 대화를 했군. 일전에 나와 대화를 했었던 '모세'라는 녀석보다도 더욱 재미있던 녀석이었어."
신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완연히 바로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러더니 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서 말했다.
"너 역시 에고(Ego)와 똑같은 존재. 그렇기에 내가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
신의 손길은 무척이나 따스했고, 나는 그 느낌에 희열을 느꼈다.
"나의 저주를 받아 마땅히 사라졌어야 했을 언어. 내가 인간에게 주었던 권능의 언어 로고스(Logos)의 일부. 인간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모태. '아무 것도 없음'의 언어. 그것을 너에게 내리겠다."
그와 함께 나의 시선은 순수한 백. 그리고 평안의 어둠. 이 세상의 가장 평안함이 자리했다.
"이것을 사용하는 댓가는 너에게 달렸다. 저주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영원한 축복을 누릴 것인지. 자! 기회의 대지로 가라! 창조되었지만, 그 어느것 보다도 나의 사랑을 받은 그리고 받을 존재여."
「파아아앗!」
시선이 멀어져감을 느끼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Super World - 기연(奇緣) 그리고 기회(幾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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