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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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20화 - 공간을 가르는 검 -
"뭐야! 이건 환상인가?!"
아키토는 저 멀리 분리돼서 나타난 자기의 오른쪽 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전혀 고통이 없었다. 아니 몸 자체에는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시험 삼아 오른손을 움직여서 왼쪽 어깨 쪽으로 가져가 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자기의 오른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오른손은 확실히 아키토의 의지에 따라 왼쪽 어깨를 만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몸이 진짜로 두토막이 난 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리엔쯔이가 말하던 공간 절단기술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걸로 뭘 어떻게 적을 쓰러트린다는 걸까?
-키이이이!!
그 순간 뭔가 기묘한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자기 몸의 한 가운데를 뭔가가 조여 오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키토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그는 황급히 오른쪽으로 이동하였다. 거의 다 빠져나간 순간,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차키이이잉!!
"아니?!!"
갑자기 아키토의 왼쪽 어깨 장갑이 크게 잘려나갔다. 분단된 공간을 미쳐 다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어깨 장갑은 아키토의 몸 일부가 아니라 기간틱의 기본 장비 쪽에 속하는 건지라 고통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키토는 섬뜩함을 느꼈다. 강인한 기간틱의 장갑 외피를 이렇게 깨끗하게 잘라낼 줄이야!
-휘익! 휘익!
그 순간 리엔쯔이가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이번엔 아키토의 주위를 옆으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아키토가 정신을 못 차리던 그 순간 다시 한 번 리엔쯔이의 기술이 작렬하였다. 그러자 이번엔 아키토의 허리 아래 하반신이 엉뚱한 장소에 나타났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고통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뭔가가 조여 오는 감각이 들었다. 아키토는 즉시 위로 상승하였다.
-차킹!!
이번에는 간발에 차로 공간이 닫히는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키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덕분에 이제 리엔쯔이의 공격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리엔쯔이의 필살기, '절공참'이다. 공간 절단과 좌표 재설정이 특기인 리엔쯔이만의 필살기다. 리엔쯔이는 본인이 그렇게 말했듯이 공간 좌표를 자신의 뜻대로 설정할 수 있다. 어떤 공간에 세 군대의 체크 포인트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세 군데 지점을 각각 선으로 연결하면 보이지 않는 삼각형의 면이 형성된다. 이 삼각형의 면은 공간 이동을 위한 일종의 출입구가 되는데 끝지점은 거의 리엔쯔이의 의지대로 설정할 수 있다. 즉, 이 사이에 끼인 상대는 다른 한 쪽 몸이 전혀 다른 방향에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밖에서 제 3자가 봤을 때는 공간면의 출입구에 끼인 상대의 몸이 두 토막이 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공간면은 서로 연결돼 있는 상태이므로 몸이 잘린 것은 아니다.
몸이 잘리게 되는 것은 이 분단된 공간면이 닫히게 되는 때다. 리엔쯔이의 '단'이라는 키워드 발동과 함께 서로 연결돼 있던 공간면이 차단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이에 끼인 상대의 몸이 그대로 잘려지고 마는 것이다. 즉 방문을 닫을 때 문 사이에 뭔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닫게 되면 그 물체가 그대로 잘리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공격은 모든 방어를 무시하는 엄청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두커니 있다가는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실제로 공간이 닫히기 까지는 약간의 타임래그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공간이 닫히기 전에 어느 한 쪽으로 몸을 피하면 절단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피하고만 다닐 수는 없다. 어서 빨리 승부를 지어야 했다. 하지만 리엔쯔이를 상대로 원거리 공격은 불가능하다. 리엔쯔이의 바로 앞에는 일종의 함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절단면이 전개돼 있다. 함부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게 되면 이쪽의 공격이 리엔쯔이의 절단면 속으로 들어가 결국에는 다시 아키토 쪽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녀석과의 승부는 육탄전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놈에게 바짝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놈이 절공참을 시도하고 난 직후, 절단면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한 이후 그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놈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아키토는 일단 그 자리에서 리엔쯔이를 찾는 척 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절단면의 위치는 아키토의 몸에 (시각적으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어디에 어떻게 전개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녀석은 스스로 만든 절단면을 이용해서 신출귀몰한 공간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눈에 보이는 대로 쫓아가기만 해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녀석이 절공참을 시도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키이잉
'왔다! 절공참이다!'
드디어 리엔쯔이가 절공참을 시도하였다. 아키토의 몸이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왼쪽 아래로 대각선 방향으로 나뉘어 졌다. 아키토는 그것으로 절단면의 방향을 알아내었다. 그렇다면 이제 대각선 방향으로 상승해서...
"헉?!!"
그 순간 아키토의 오른 발목을 뭔가가 붙잡았다. 깜짝 놀란 아키토는 분단된 오른 쪽 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자신의 오른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엔쯔이가 공간면의 출구를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모여 있는 곳으로 설정한 것이다. 아키토는 아차 싶었다. 리엔쯔이의 움직임에만 신경 쓰다 보니 와펠다노스의 존재를 잊고 있던 것이다! 와펠다노스의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우하하!! 어떠냐, 기간틱 다크! 이제 넌 독안에 든 쥐다!!!"
아키토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서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공간면이 닫히고 만다. 그러나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발목을 칭칭 감고 있어서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와펠다노스의 신모 쪽인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공간면을 벗어나는 건 어떨까? 그러나 아키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랬다간 이번에는 와펠다노스의 신모에 온 몸을 칭칭 묶여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상태에서 또 다시 절공참이 발동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아키토는 고주파 소드로 신모만 잘라보려고 하였지만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어서 신모가 어떻게 발을 휘감고 있는지 정확히 볼 수가 없어서 함부로 소드를 휘두를 수가 없었다. 잘못 휘둘렀다가는 자기 발만 자르고 탈출은 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일단 표면의 감촉으로 신모가 오른다리의 무릎 부근까지 휘감고 있는 것은 파악했다. 그러나 절단면의 끝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신모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서 고주파 소드를 휘두를 수가 없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키이이이....
그 순간 절단면이 닫힐 때의 특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리엔쯔이가 키워드를 발동시킨 것이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모 아니면 도하는 식으로 고주파 소드를 휘둘러보거나 아니면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우글거리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자폭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차키이이잉!!
"크으윽!!"
드디어 절단면이 닫혔다.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있던 부근에 대량의 피가 뿌려졌다. 절단면이 닫히면서 아키토의 몸이 잘린 것일까? 그 순간 발카스와 리엔쯔이, 와펠다노스 모두가 경악하였다. 아키토는 그 상황에서 절단면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세 신장은 너무나 놀라 한동안 말을 잊었다. 절단면을 탈출한 이후 허공에 떠 있는 아키토의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리엔쯔이가 노렸던 절단 지점은 거기가 아니라 몸의 한가운데였다. 놀랍게도 아키토는 절단면을 탈출하기 위해 신모에 붙잡혀 있던 자기의 오른쪽 다리를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저...저런 지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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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역 이상 없다고?"
클라우드 게이트의 중앙 관제실에서 신은 부하로 부터 보고를 듣고 있었다. 좀 전에 클라우드 게이트 전체가 미약하게나마 진동한 것이 계측되었기 때문이었다. 진동이 약해서 모르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지도 몰랐지만 신의 생각은 달랐다. 높이 400m나 되는 거대한 빌딩 전체가 진동할 정도의 폭발(아니면 다른 무언가)이 있었을 정도라면 보통 큰 폭발이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 클라우드 게이트에 뭔가 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경비 시스템에는 어떠한 이상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 건물 전체를 울릴 정도의 진동이야! 그런데 아무것도 발견 안 되다니!!"
"그...그게 진원이 지하 어딘가인건 확실한데 각 시설 어디에도 특별한 이상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하는 부하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신의 말에는 전혀 틀린 점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중앙 관제실에서 파악하기에는 각 시설 어디에도 특별한 피해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누군가의 침입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즉 현재까지는 '전혀 이상 없음'이다.
하지만 신은 바로 이 점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이쪽에서 발견을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신의 느낌으로는 이건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중앙 관제실에서 상황 파악을 못하게 정보를 차단하고만 있는 것 같았다. 정보가 차단되고 있으니 이쪽에서 아무것도 발견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쿨메그닉 일당일까? 그 놈들의 일본에서의 행적은 상당히 수상했으니 어쩌면.....
"즉시 모든 모니터 시스템을 체크해라. 총점검이다. 그리고 지하 구역에는 직접 인원을 보내서 원인 규명을 하라. 지하의 모든 구역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전부 직접 가서 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신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쿨메그닉 녀석들이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가이버라는 외부의 적뿐만이 아니라 이제 같은 12신장끼리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은 바짝 긴장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의 친구 푸르크슈탈이 지켜오던 이곳 일본지부를 그는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 여기서 멋대로 구는 건 용서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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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와 베르단디, 하야미는 클라우드 게이트를 위아래로 관통하는 종합환기배관부를 날아 올라왔다. 하야미는 하늘을 날 수가 없으므로 케이가 안고 올라왔다. 이들은 감시가 아예 없었던 환기 배관을 통해 목표인 97층에 도착하였다. 아무런 감시 시스템이 없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97층 천정으로 통하는 조그만 환기 구멍들 앞에서 이들은 일단 멈췄다. 하야미가 그중에 한 군데의 환기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야. 이곳 환기 배관을 기어 들어가면 앱톰이 잡혀 있는 'level 4' 실험실이 나올 꺼야."
환기구는 한 사람이 간신이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갈 수는 있을 수준이었다. 케이는 일단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헤드센서를 가동시켜 97층 전체를 투시하였다. 역시 예상대로 이 층의 경비는 대단히 삼엄했다. 각 통로에는 약 10m 간격으로 두 명씩의 경비원이 배치돼 있고 감시 카메라도 사각 없이 중첩 운용되고 있었다. 목표지점인 level 4 실험실은 두께 약 400mm의 특수 합금제 벽이고 실험실 주변도 각종 감시 시스템으로 도배되다 시피 하였었다. 실험실 내부에도 감시 카메라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감시 카메라 외에 다른 장치는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앱톰 씨의 반응은 찾으셨어요?"
베르단디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케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역시나 반응이 안 느껴져. 실험실 중앙에 앱톰 같아 보이는 물체가 있긴 한데 앱톰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분간이 안 가. 돌로 변해서 체조직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나봐."
가이버의 헤드 센서는 이렇게 벽면을 투시해서 그 너머에 몇 명이 있으며 어떠한 장치가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까지 같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살아있는 생물의 반응을 탐지해서 그 것이 인간인지 조아노이드인지에 대한 것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보이는 건 그 물체의 형태와 생체 에너지 반응정도. 결국 실험실에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었다.
-지지직!
"웃?!"
"왜 그러세요?"
그 순간 헤드센서에 노이즈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케이는 잠시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제까지 가이버의 헤드센서를 써오면서 센서에 노이즈 반응이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 이런 노이즈 반응이 나왔었다. 갑자기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노이즈라.... 글쎄 가이버의 헤드 센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클라우드 게이트는 여러 가지 전자 장비가 잔뜩 있으니 그것들에게서 나오는 전자파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
하야미의 의견이 그럴듯했으므로 일단 케이도 그렇게 믿어 보기로 했다. 헤드 센서도 일종의 전자 장비라 할 수 있으니 전자파에 영향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노이즈 좀 생겼다고 해서 기능에 큰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런 걸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세 사람은 환기구로 비집고 들어갔다. 분신채 상태인 베르단디가 먼저 앞장서고 (그리고 몸이 작게 축소된 상태이니 별로 힘들 것도 없다) 그 다음에 케이가 그 좁은 틈으로 낑낑 거리며 들어갔다. 강식장갑을 입고 있는 덕분에 원래보다 체격이 더 커져버려서 이동이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하야미가 그 뒤를 따랐다.
'.....아직까지 회복이 안되었군.'
하야미는 먼저 들어가는 케이의 뒷모습을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강식장갑의 회복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엔자임들에게 당한 상처나 꽤 많이 남아있었다. 특히 큰 부상을 당한 오른팔은 구멍이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아까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현재 케이는 필사적으로 앱톰의 구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금 조아로드만 그들이 알고 있는 수만 무려 세 명이나 있었고 (실제로는 네 명) 적들이 미리 함정을 파놓았을 것이 분명한 지금 상황에서는 구출은 고사하고 탈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위험한 순간에 히든카드인 기간틱마저도 쓸 수가 없다. 하야미는 결심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케이는 무사히 탈출시키리라고. 그가 살아있어야 크로노스와 싸우다 죽어간 야마무라 교수를 비롯해서 오다기리 주임, 그리고 먼저 간 동료들의 유지를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만이 지금 그들의 희망이었다.
'그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견뎌내야 해. 이제 다 꺼져가는 목숨이지만 반드시 견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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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차키이잉!!
리엔쯔이의 절공참이 다시 한 번 작렬하였다. 아키토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절단면을 빠져 나왔다. 밑에서는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아키토를 다시 한 번 꽉 붙잡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또 다시 신모에 붙잡히면 이번에는 정말 크게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키토로서는 절단면의 생성뿐만이 아니라 신모의 움직임까지 신경 써야 했다. 이러니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미꾸라지 같은 놈!!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단!!!"
-차킹!!!
"도망가지 못한다! 이놈!!"
-슈르륵!!
리엔쯔이의 절공참과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동시에 아키토를 노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키토가 간발의 차로 피한 덕분에 신모만 절공참에 걸려 잘렸을 뿐이다. 두 사람은 예상외로 아키토가 끈질기게 저항하자 점점 약이 올랐다. 오른 다리와 왼쪽 어깨 장갑을 잘려서 데미지도 만만찮은 놈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아키토는 지금 반격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지 않은가.
"......"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리엔쯔이와 와펠다노스를 지켜보던 발카스는 점점 참을 수가 없게 되어갔다. 지금 발카스는 신모를 전개하느라 바리어를 쓸 수 없는 와펠다노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여기에 조아로드가 세 명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기간틱 다크와 싸우는 것은 결국 두 명 뿐이었다. 발카스는 그 점이 너무 부끄러웠다. 싸움은 전적으로 저 둘에게만 맡겨놓고 자기만 이렇게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절공참도 신모도 두 사람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 사용에 무리가 많이 가는 기술이다. 특히나 와펠다노스의 신모는 사용시간에 제한이 있었다. 발카스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더 이상 이 둘만 싸우게 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만 싸우게 하지는 않겠다! 나도 즉시.....'
"그만두십시오, 닥터 발카스."
그 순간 와펠다노스가 발카스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깜짝 놀란 발카스는 멍한 표정으로 와펠다노스를 바라보았다. 와펠다노스는 여전히 기간틱 다크만을 바라보고 있는 체로 말했다.
"전투형태로 변신해서 우리와 함께 싸우실 생각이시라면 그만 두시란 말입니다."
"와...와펠...!"
"박사의 능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알칸펠님을 위해서만 써야 하는 것. 아직은 그 때가 아닙니다."
와펠다노스는 손으로 리엔쯔이를 가리켰다. 리엔쯔이는 절공참을 걸기 위해 짧은 거리의 순간이동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리엔쯔이의 모습은 그냥 옆에서 눈으로 따라잡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리엔쯔이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러니까 여긴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기간틱 다크를 꺾어 보이겠습니다."
"......"
발카스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와펠다노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둘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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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앙!!!!
-우와아아아아!!!!
본부 기지 최하층 P.W.G의 바로 앞에서는 여전히 처절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리베르타스들은 지치지도 않는 다는 듯이 이리저리 날뛰며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이미 아까 전에 처음 투입됐던 하이퍼 조아노이드 경비부대 백 명은 전멸했고 지금은 두 번째로 투입된 다른 구역의 하이퍼 조아노이드 이백 명이 리베르타스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퍼억!! 콰지직!!
리베르타스의 주먹이 한 번 질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조아노이드의 머리가 깨져나가고 복부를 꿰뚫렸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특기나 무기를 총동원해서 싸웠지만 리베르타스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겨우 네 명밖에 없는 리베르타스들은 따로따로 떨어져서 각자 압도적인 숫자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는데도 전혀 위축됨이 없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적들과 싸웠는데도 지친것 같지도 않았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이 장면은 중앙 사령실에서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지금은 최고 지휘자인 발카스가 기간틱 다크와 싸우기 위해 최하층의 우라누스의 성궤로 가 버린 상태여서 임시로 그의 비서가 지휘를 맡고 있었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밀리는 장면을 보며 비서는 초조해져만 갔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에도 또 질것만 같았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관제원들에게 소리쳤다.
"증원은 어떻게 됐나!!"
"곧 3차 증원대가 도착합니다! 도착까지 앞으로 2분!"
사실상 기지내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모두 탈탈 털어 넣다 시피하고 있었다. 만들기가 극히 어려워서 아주 귀중한 전력인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소모한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 전투는 완전히 난전이 돼 버려서 어떠한 전술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식으로 증원부대를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최소한 밑 빠진 독은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의 조제체라도 저렇게 오랫동안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면 결국에는 지치게 된다. 예로부터 전쟁에서는 수적 우세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아무리 소수정예의 병력이라도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절대로 당해낼 수가 없다. 놈들이 지쳐 허덕일 때가 바로 리베르타스들을 꺾을 기회였다. 발카스가 지하에서 기간틱 다크와 싸우고 있는 지금, 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최소한 저 리베르타스들과 그리셀더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이쪽에서 해치워야 했다.
"정 안 되면 일반 조아노이드라도 투입해! 피해는 신경 쓰지 말고 숫자로 밀어붙여!!"
-퍼억!! 우드득!!
또 한 마리의 조아노이드가 리베르타스의 공격에 목이 부러졌다. 이백 명에 달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 부대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지금 상대하는 리베르타스들은 앞전에 이미 백 명에 달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 접전을 벌이고 난 직후 이들과 또 교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지금쯤 지쳐서 허덕거려야 했다. 그러나 리베르타스들의 동작은 여전히 날렵하고 파워가 넘쳤다.
-퍼억!!
그 때 하이퍼 조아노이드 무리 중 한 명이 그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리베르타스의 등을 할퀴었다. 피가 튀면서 리베르타스의 등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아무리 강하다지만 그래도 겨우 네 명. 사방에서 날아오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의 공격을 다 막거나 피할 수는 없었다. 싸우다보면 결국에는 데미지를 입게 되고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죽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푸욱!
그러나 등을 할퀴어진 그 리베르타스는 오히려 곧장 뒤돌아서서는 자기 등을 할퀸 적의 심장에 손을 박아 넣어서는 그대로 상대방의 등 뒤로 빼버렸다. 심장을 당한 그 조아노이드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그 장면을 본 다른 조아노이드들은 기가 막혔다. 저 놈들은 지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저...저걸 봐!!"
그 때 조아노이드들 중 한 명이 중요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그가 가리킨 것은 그리셀더였는데 그녀가 양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양 손바닥 가운데에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모이더니 방금 전에 부상을 당한 리베르타스에게 그 에너지가 방사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리베르타스의 부상이 말끔하게 치유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 지금까지 리베르타스들이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셀더가 뒤에서 힘을 불어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저 여자부터 죽여! 그리셀더를 쓰러트려라!!!"
"크아아아!!"
하이퍼 조아노이드 무리가 그리셀더에게 몰려갔다. 이제까지는 우선 리베르타스들부터 쓰러트린 다음에 그리셀더를 잡으려고 했었지만 저렇게 그리셀더가 후방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면 그저 헛수고일 뿐이었다. 리베르타스들을 쓰러트리려면 그리셀더부터 잡아야 한다. 상위 조제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척 보기에 상당히 갸냘퍼 보이는 여자일 뿐인데 뭐가 어려울까.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기세등등하게 그리셀더에게 달려들었다.
-위이잉!
그 순간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그리셀더의 하얀 색 머리카락 모양의 장식이 하얗게 빛나면서 묘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셀더는 잠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의 거리를 가늠한 다음에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싶자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휙 돌았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치 칼처럼 조아노이드들을 덮쳤다.
-부웅!! 퍼억!! 퍼퍽!!
그리셀더의 머리카락이 한 번 지나가자 여러 마리의 조아노이드가 그대로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간신히 사정거리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조아노이드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셀더 역시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헤커링은 그리셀더를 조제하면서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었다. 일단 그리셀더의 목적은 12신장의 강력한 사념파로 리베르타스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리셀더 역시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다. 아니, 적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셀더를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다. 아마도 가장 먼저 해치우려고 들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셀더 자체도 최소한 하이퍼 조아노이드 정도는 가볍게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춰야만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아로드와의 대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준은 돼야 했다. 물론 조아로드와의 대전은 기간틱 다크가 맡는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란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헤커링은 그리셀더의 머리카락을 일종의 고주파 소드로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투에는 거치적거릴 것만 같은 그리셀더의 긴 머리카락은 그 자체가 바로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부오오옹!!
"어..어억!!"
"우우우....!"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주춤거리던 바로 그 순간 그리셀더의 크리스털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셀더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강력한 사념파를 방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 장소에 있던 모든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이들은 그저 멍한 얼굴로 그리셀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철컹!!!
"지원부대 도착!!'
그 때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원군이 드디어 현장에 도착하였다. 사실상 기지내의 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 부대 전부를 다 털어 넣다시피 한 이들의 숫자는 총 130명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일반 조아노이드 부대 역시 편성을 끝내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들은 곧장 함성을 지르며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려 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눈에 전혀 의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먼저 싸우고 있던 동료들이 그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뿐인 것이었다. 이들은 의아해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이, 왜들 그래? 무슨 일 있어?"
"안 싸우고 뭣들 하는 거야?"
지원부대의 리더 격인 하이퍼 조아노이드가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이들이 갑자기 살기등등한 눈으로 지원부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원 부대원들은 동료들이 자기들을 노려보기 시작하자 당황해 하였다. 바로 그 순간 그리셀더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들은 너희들의 적이야! 리베르타스들과 힘을 합쳐서 전부 없애버려!!>
"크아아아아!!!!"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괴성을 지르며 지원부대에게 달려들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지원부대는 그대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의 공격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퍼억! 콰직!!
"끄아아아!!!"
"무슨 짓이야! 우린 아군이란 말이야!!!"
지원 부대원들이 아군이라고 처절하게 소리쳤지만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부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압도당해 그 의지를 빼앗기고 그리셀더의 명령대로 따르게 된 것이다. 아까까지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발카스가 사념파로 통제한 덕분에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발카스가 기간틱 다크와 싸우려고 최하층의 성궤로 내려가 버린 뒤에는 그 통제가 풀려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카아악!!"
-우지직!! 푸욱!!!
리베르타스들 역시 신나게 지원부대를 항해 공격을 퍼부었다. 아군에게 공격을 당해서 패닉상태에 빠진 이들은 리베르타스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 리베르타스들이 맹공을 퍼붓자 지원부대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원부대가 전멸된 뒤에는 리베르타스가 살아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전부 다 도륙해 버렸다. 결국 최초 전투가 시작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투입된 하이퍼 조아노이드 총 430명이 단 다섯 명의 적들에게 전멸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참패였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전장에서 리베르타스들은 그 자리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리셀더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적들을 전부 정리했습니다. 다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그리셀더."
"다들 수고했어요. 더 이상 적들은 공격해 오지 않을 겁니다. 일단은 대기하세요."
"Yes, sir!!"
발카스가 조아노이드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지금, 아무리 조아노이드들을 대량으로 투입한다고 해도 이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다들 정신이 분산돼서 원래 실력의 반도 발휘 못하거나 아니면 방금 전처럼 오히려 그리셀더에게 정신지배를 당할게 분명했다. 적들도 생각이 있다면 무작정 공격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리셀더 -시즈- 는 잠시 그 자리에 대기하면서 적들의 다음 대응을 지켜본 다음에 행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키토에게서 받은 명령도 리베르타스들과 함께 최하층에서 있는 대로 소란을 떨면서 적들의 주의를 끌라고 했던 것이 다였다. 얼추 한 시간 정도 신나게 싸웠으니 이만하면 됐겠다 싶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즈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자기의 사념파에 압도당한 것일까? 전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발카스의 사념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들의 정신을 지배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그들의 정신에 혼란을 일으켜서 제 실력을 발휘 못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즈의 사념파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간 걸까? 그 말은 결국 발카스가 지금 사념파를 방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레 그러는 걸까?
-이이잉~~
그 순간 시즈의 크리스털에 묘한 반응이 왔다. 이 반응은 틀림없이 닥터 발카스의 조아 크리스털의 공진감각이었다. 깜짝 놀란 시즈는 반응이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반응은 여기보다 더 깊은 지하에서 오고 있었다. 여기보다 더 깊은 지하라면 생각할 수 있는 곳은 딱 한군데 밖에 없다. 바로 아키토가 내려간 우라누스의 성궤다. 게다가 다시 정신을 집중해보니 발카스 말고도 조아 크리스털의 반응이 두 개가 더 있었다. 그 말은 결국 지금 아키토가 조아로드 세 명과 싸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키토님!!'
**************************************************
-차키이이잉!!
오른 다리를 자른 아키토는 그 부상 정도가 절대 가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용케 리엔쯔이의 절공참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일단 아키토는 초조한 마음을 꾹 억누르며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인내하는 자에게 오는 법이니까.
"음!"
신모를 조작하던 와펠다노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신모에 중대한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와펠다노스는 옆에 있던 발카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 아무래도 신모가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뭐야?! 벌써!"
와펠다노스의 말을 들은 발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신모를 완전히 전개한지 그럭저럭 한 시간째. 결국 발카스가 우려했던 데로 신모를 유지하는 것이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이 상태에서 빨리 신모를 걷어 들이지 않으면 신모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아직 기간틱 다크와 승부를 맺지 못한 상태에서 신모를 걷게 되면 리엔쯔이 혼자서는 기간틱 다크를 상대할 수가 없게 된다. 와펠다노스가 큰 소리로 리엔쯔이를 불렀다.
"엔쯔이!! 전력으로 가자! 이번에야 말로 승부를 내야 해!!"
"알았어! 단숨에 끝장내자!"
와펠다노스의 조아 크리스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와펠다노스가 정신을 집중하며 신모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나풀거리던 신모들이 각각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송곳 모양으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와펠다노스는 그렇게 뭉쳐진 신모들을 아키토에게 날렸다.
-키이이잉!!!
"웃?! 이번엔 또 뭐야!!"
아키토는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돌진해 오는 신모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릴 같았다. 그런데 이런 드릴이 하나가 아니었다. 신모들이 그 자리에서 뭉쳐지면서 수많은 드릴로 변화한 것이다. 이 드릴들은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아키토에게 달려들었다.
"어떠냐! 기간틱 다크!! 이것이 나의 궁극의 필살기, '마창난무'다!!"
이제까지 리엔쯔이를 서포트 하기만 하던 와펠다노스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키토를 맞추려다가 빗나간 신모 드릴 하나가 벽면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아키토는 전율하였다. 부드러운 털들을 뭉친 거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신모 드릴의 위력은 굉장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리엔쯔이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날아오고 있었다.
-키이잉!!
"우윽!"
리엔쯔이가 만들어낸 절단면을 통해 와펠다노스의 신모 드릴이 나와서 아키토의 뒤를 덮쳤다. 아키토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그것을 피해내었다. 리엔쯔이의 절공참뿐만 아니라 신모 드릴까지 절단면으로 빠져나와 아키토를 덮치는 등 아까보다 훨씬 공격이 현란해진 상태였다. 리엔쯔이가 어느 한 지점에 절단면을 만들어 내면 신모 드릴이 그 통로로 들어가 아키토의 뒤통수를 치는 작전이었다.
-이이잉~~
그 때 아키토의 몸이 또 다시 둘로 양분되었다. 리엔쯔이의 절공참이 날아오기 직전의 징조였다. 바로 그 때 아키토를 노리고 왼쪽 방향에서 세 개의 신모 드릴이 맹렬히 회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절공참은 어느 한 쪽으로만 몸을 피하면 되고 왼쪽에서는 지금 신모 드릴이 달려들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오른쪽으로 피하기만 하면 아키토는 절공참을 피할 수 있고 신모 드릴 역시 차단되는 절단면에 막히게 된다. 대게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럴 때는 오른쪽으로 피하게 된다.
"내게는 그런 건 안 통해!!"
그러나 아키토는 예상과는 달리 신모가 다가오는 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신모 드릴의 범위가 좁혀지기 직전에 드릴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키토를 놓친 신모 드릴들이 절단면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절단면을 빠져 나온 바로 그 순간, 절단면이 차단되면서 신모 드릴이 잘려졌다.
-차키잉!!
그런데 신모가 잘린 모양이 이상했다. 절단면의 출구로 나오자마자 신모 드릴이 세 토막이 나면서 잘려진 것이다. 절공참이 작렬하게 되면 상대방은 이등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신모 드릴은 나오자마자 처음 출구 말고 그 앞쪽에 비밀리에 열려 있던 또 다른 절단면에 잘리게 된 것이다. 즉 리엔쯔이는 아키토가 신모 드릴을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그 출구 바로 앞에 또 다른 절단면을 몰래 전개해 놓은 것이다. 신모 드릴이 쫓아온다고 무턱대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최초의 절단면을 빠져 나오자마자 또 다른 절단면에 막히게 되는 '더블 트랩'이었던 것이다.
"훗, 내게 그런 잔머리가 통할 것 같더냐. 이런 짓까지 하는 걸 보니 밑천이 다 드러난 모양이군."
"닥쳐라!! 함정 하나 간파해 냈다고 우쭐대기는!"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다. 와펠다노스의 신모 드릴이 아키토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면서 절단면들을 이용하는 덕에 절단면이 어디에 어떻게 전개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한결 더 쉬워졌다. 즉 아이러니 하게도 와펠다노스가 아키토에게 '여기 절단면이 있다'라고 가르쳐 주고 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이것들을 이용하면 신출귀몰하게 순간이동을 하고 다니는 리엔쯔이를 따라잡을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리엔쯔이를 한 방에 박살내고 전세를 뒤집을 수가 있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모 드릴이 마구 날아다니는 지금이 아까보다 더 싸우기 힘들어 보이지만 아키토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잘된 셈이었다. 맨 처음처럼 리엔쯔이가 주공격을 맡고 와펠다노스가 서포트를 하며 아키토의 움직임을 봉쇄하려 했던 것이 훨씬 더 대처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오히려 와펠다노스가 서포트를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바람에 둘의 팀워크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맨 처음과 같은 전술을 뚝심 있게 유지했다면 오히려 아키토를 이길 수 있었겠지만 승부가 좀처럼 나지 않자 초조해진 두 사람이 먼저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이제 아키토의 반격 차례였다. 아키토가 등의 부스터를 가동시키며 고속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쿠우웅!!!
"승부다! 리엔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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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아무도 없는 level 4 실험실 천정의 환기구 철망이 뜯겨졌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서 조그만 인형 같은 것이 먼저 나왔다. 베르단디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가이버 I, 케이가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하야미가 조심스럽게 밑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간 케이가 어깨를 대서 발판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이 내려온 곳은 level 4 실험실로 들어가기 전에 실험복으로 갈아입는 탈의실 이였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이렇다 할 경보 장치도 없었다.
"이 벽 너머가 바로 실험실이야. 특수 합금 처리된 벽이라서 녹록치는 않을 것 같군."
하야미가 손을 들어 한 쪽 벽면을 가리켰다. 잠시 벽면을 쓰다듬어 보던 케이는 하야미와 베르단디를 조금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가이버의 입가에 있던 금속구가 맹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큐우우웅!!
케이는 가이버의 음파 공격무기, 소닉 버스터를 발동시켰다. 목표의 공진주파수를 튜닝해서 거기에 맞는 음파를 보내 물체를 파괴하는 소닉 버스터라면 이렇게 은밀하게 장애물을 부숴야 할 때 제격이었다. 아무리 단단한 물체라 해도 각각의 공명 주파수가 있기 마련이고 그 주파수 대역에 맞는 음파를 계속해서 맞다 보면 분자 구조가 파괴되고 만다. 소닉 버스터 공격을 받은 합금 벽에는 이내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 때 까지도 경보 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이렇게 통로가 열리자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실험실의 벽면에는 복잡한 계기류가 잔뜩 있었고 가운데에는 원탁 같은 둥근 실험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대 위에 놓인 것을 본 세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애...앱톰!"
"앱톰씨...어떻게 저럴 수가...!"
역시나 앱톰은 이곳에 있었다. 머리와 상반신 일부, 오른팔만 남은 앱톰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돌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그런 앱톰의 온 몸에는 천정에서 내려온 고정 와이어가 잔뜩 박혀 있는 체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케이는 헤드 센서로 앱톰의 몸을 스캔해 봤다. 역시나 돌로 변한 덕분에 체조직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이러니 처음에 가이버의 헤드 센서가 앱톰을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돌로 만든 걸까요? 원래대로 돌릴 수는 있을까요?"
"글쎄..... 마법은 아닐꺼고, 무슨 특수 접착제 같은 걸까?"
케이의 물음에 하야미 역시 바로 답하지는 못했다. 멀쩡한 생물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기술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할 문제고 지금 당장은 앱톰의 구출이 가장 급했다. 케이는 앱톰에게 다가가서 와이어를 끊어 버리려고 하였다. 그 때 하야미가 케이를 제지하였다.
"잠깐 기다려 봐. 아무래도 저 와이어는 단순한 고정 장치가 아닌 것 같아."
"그럼 함정일 수도 있을까요?"
베르단디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충분히 함정일 수 있었다. 케이를 클라우드 게이트로 끌어내려는 것이 놈들의 계략이었으니 앱톰이 있는 곳에 함정을 설치하는 건 상식 아닐까? 하야미는 바로 앞에 있는 관제 콘솔로 다가갔다.
"제가 한 번 해보죠. 어쩌면 함정을 해제하고 앱톰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삐삑
하야미는 콘솔을 조작하여 앱톰이 묶여 있는 실험대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역시나 이건 단순한 고정 장치가 아니었다. 앱톰을 고정 시킨 강철 와이어를 통해 강력한 전기 충격을 줘서 해당 생물체에 타격을 주는 장치였다. 만약 앱톰이 어떤 계기로 활성화 되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외부에서 섣불리 건드리게 되면 강력한 고압 전류를 흘려 아예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야미는 신중하게 콘솔을 조작하여 함정을 해제하려 하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앱톰은 목숨을 잃게 된다!
-지지직!
"음!"
"케이씨? 무슨 일 있으세요?"
그 때 가이버의 헤드 센서에 또 다시 노이즈가 발생하였다. 이번엔 그 정도가 아까보다 더 심했다. 베르단디가 어깨 위에 내려앉자 케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베르단디...헤드 센서에 노이즈가 감지되었어."
"또요? 아무래도 고장이...."
"아니, 이건 고장이 아닌 것 같아. 뭔가가 있어....."
베르단디는 케이의 말을 금방 이해하였다. 고장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헤드센서가 뭔가를 감지해 냈다고 봐야 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 어떤 물체인지 정확히 판별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베르단디가 조용히 법술을 외웠다.
"바람의 정령이여, 너의 숨결로 은신해 있는 자의 위치를 가리켜 다오...."
-후웅~
그 순간 사방이 꽉 막힌 실험실 내부에 약한 바람이 불었다. 상당히 약해서 놓치기 쉬울 정도였지만 은밀히 '상대방'을 찾으려면 극히 조용히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베르단디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베르단디가 케이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케이씨 뒤쪽, 7시 방향이요. 거리는 약 3m. 뭔가가... 있어요."
"고마워, 베르단디. 그 정도면 충분해."
케이는 즉시 헤드 센서의 범위를 베르단디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의 형태가 뚜렷해 졌다. 케이는 살며시 그 쪽으로 다가갔다. 물론 대놓고 바로 거기로 직진한 건 아니다. 상대방이 의심하지 못하게 마치 지금 앱톰 때문에 초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하면서 케이는 점점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상대방이 사정거리에 들어온 순간 케이가 고주파 소드를 전개하고 그 쪽으로 휘둘렀다!
-부웅! 퍼억!!
"끄아아아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피가 확 뿌려지며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콘솔을 조작하던 하야미가 깜짝 놀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바닥에 조아노이드의 것으로 보이는 팔 한 짝과 그 주변 바닥에 피가 흥건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두어 발자국 떨어진 지점에서 뭔가가 갑자기 나타났다. 놀랍게도 조아노이드였다!
"케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야미씨, 저게 바로 센서 노이즈의 정체였습니다."
놀랍게도 저 조아노이드는 스텔스 조아노이드였다. 12신장 자빌의 직속 부하로서 '가슈탈'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이 하이퍼 조아노이드는 적외선, 레이더, 레이저 광선 등등 각종 다양한 감지 수단으로 부터 몸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고 심지어는 아까처럼 투명화 되서 인간의 시각에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능력이 너무나 대단해서 가이버의 헤드 센서조차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부상을 당한 가슈탈이 신음을 흘리면서 케이에게 말했다.
"어...어떻게 내 위치를 알아냈지?"
"처음엔 몰랐어. 그러다가 네가 이 좁은 공간으로 들어온 덕분에 노이즈의 정도가 더 심해졌지. 그래서 베르단디에게 부탁해서 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공격한 거야."
그러나 대기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이처럼 베르단디의 바람의 정령에 포착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헤드 센서 역시 완벽하게는 포착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노이즈로나마 포착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건 둘째 치고, 이 녀석이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닌 거라면 문제가 심각했다. 그 말은 결국 놈들은 케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크크크....! 그래 맞아! 내 임무는 너희들을 여기 level 4 실험실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하자면 여기가 바로 너희들의 무덤이다!! 크하하하!!!"
케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이곳의 삼엄한 경비망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놈들의 계략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함정일거라는 건 각오하고 있던 일이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놈들의 의도대로 끌려 다닐 줄이야.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빠져 나가야 했다.
-삐잉! 삐잉!!
-지지지직!!
바로 그 순간 연구실 내부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와이어를 통해 강력한 고압 전류가 앱톰을 향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케이가 앱톰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앱톰!!!"
-파지지직!!
"끄아아!!"
"케이씨!!!"
앱톰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케이는 실험대 바로 앞에서 고압 전류에 감전되고 말았다. 실험대 앞쪽에도 전류가 흘러서 침입자를 막는 구조였던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케이는 강식장갑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그는 힘겹게 하야미에게 소리쳤다.
"하야미씨..! 앱톰을...!!"
하야미는 즉시 콘솔을 조작해서 전기 충격이라도 멈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콘솔 데스크까지 먹통이 되고 말았다. 함정이 발동되면 이곳의 컨트롤을 끊어 버리는 기능이 있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압 전류는 계속해서 앱톰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콰직!! 퍼퍽!!
바로 그 순간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앱톰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몸이 박살난 앱톰의 파편들이 실험대 위에 흩어졌다. 충격을 받은 케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앱토오옴!!!!"
Next episode 제21화 '대폭주! 광란의 전투생물' coming soon......
p.s : 죄송하지만 설정은 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컴터가 뻑 나서 포맷을 했걸랑요.... -_-;; 그리고 포토샵 cd를 잃어버려서 구해와야 해요....ㅠ.ㅠ 올리는 건 한 2~3일 후쯤 될 듯...;;;
제20화 - 공간을 가르는 검 -
"뭐야! 이건 환상인가?!"
아키토는 저 멀리 분리돼서 나타난 자기의 오른쪽 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전혀 고통이 없었다. 아니 몸 자체에는 어떠한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시험 삼아 오른손을 움직여서 왼쪽 어깨 쪽으로 가져가 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자기의 오른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오른손은 확실히 아키토의 의지에 따라 왼쪽 어깨를 만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몸이 진짜로 두토막이 난 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리엔쯔이가 말하던 공간 절단기술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걸로 뭘 어떻게 적을 쓰러트린다는 걸까?
-키이이이!!
그 순간 뭔가 기묘한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자기 몸의 한 가운데를 뭔가가 조여 오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키토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그는 황급히 오른쪽으로 이동하였다. 거의 다 빠져나간 순간,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차키이이잉!!
"아니?!!"
갑자기 아키토의 왼쪽 어깨 장갑이 크게 잘려나갔다. 분단된 공간을 미쳐 다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어깨 장갑은 아키토의 몸 일부가 아니라 기간틱의 기본 장비 쪽에 속하는 건지라 고통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키토는 섬뜩함을 느꼈다. 강인한 기간틱의 장갑 외피를 이렇게 깨끗하게 잘라낼 줄이야!
-휘익! 휘익!
그 순간 리엔쯔이가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이번엔 아키토의 주위를 옆으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아키토가 정신을 못 차리던 그 순간 다시 한 번 리엔쯔이의 기술이 작렬하였다. 그러자 이번엔 아키토의 허리 아래 하반신이 엉뚱한 장소에 나타났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고통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뭔가가 조여 오는 감각이 들었다. 아키토는 즉시 위로 상승하였다.
-차킹!!
이번에는 간발에 차로 공간이 닫히는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키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덕분에 이제 리엔쯔이의 공격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리엔쯔이의 필살기, '절공참'이다. 공간 절단과 좌표 재설정이 특기인 리엔쯔이만의 필살기다. 리엔쯔이는 본인이 그렇게 말했듯이 공간 좌표를 자신의 뜻대로 설정할 수 있다. 어떤 공간에 세 군대의 체크 포인트를 지정한다. 그리고 그 세 군데 지점을 각각 선으로 연결하면 보이지 않는 삼각형의 면이 형성된다. 이 삼각형의 면은 공간 이동을 위한 일종의 출입구가 되는데 끝지점은 거의 리엔쯔이의 의지대로 설정할 수 있다. 즉, 이 사이에 끼인 상대는 다른 한 쪽 몸이 전혀 다른 방향에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밖에서 제 3자가 봤을 때는 공간면의 출입구에 끼인 상대의 몸이 두 토막이 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공간면은 서로 연결돼 있는 상태이므로 몸이 잘린 것은 아니다.
몸이 잘리게 되는 것은 이 분단된 공간면이 닫히게 되는 때다. 리엔쯔이의 '단'이라는 키워드 발동과 함께 서로 연결돼 있던 공간면이 차단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이에 끼인 상대의 몸이 그대로 잘려지고 마는 것이다. 즉 방문을 닫을 때 문 사이에 뭔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닫게 되면 그 물체가 그대로 잘리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공격은 모든 방어를 무시하는 엄청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두커니 있다가는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실제로 공간이 닫히기 까지는 약간의 타임래그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공간이 닫히기 전에 어느 한 쪽으로 몸을 피하면 절단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피하고만 다닐 수는 없다. 어서 빨리 승부를 지어야 했다. 하지만 리엔쯔이를 상대로 원거리 공격은 불가능하다. 리엔쯔이의 바로 앞에는 일종의 함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절단면이 전개돼 있다. 함부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게 되면 이쪽의 공격이 리엔쯔이의 절단면 속으로 들어가 결국에는 다시 아키토 쪽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녀석과의 승부는 육탄전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놈에게 바짝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회는 놈이 절공참을 시도하고 난 직후, 절단면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한 이후 그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놈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아키토는 일단 그 자리에서 리엔쯔이를 찾는 척 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절단면의 위치는 아키토의 몸에 (시각적으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어디에 어떻게 전개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녀석은 스스로 만든 절단면을 이용해서 신출귀몰한 공간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눈에 보이는 대로 쫓아가기만 해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녀석이 절공참을 시도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키이잉
'왔다! 절공참이다!'
드디어 리엔쯔이가 절공참을 시도하였다. 아키토의 몸이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왼쪽 아래로 대각선 방향으로 나뉘어 졌다. 아키토는 그것으로 절단면의 방향을 알아내었다. 그렇다면 이제 대각선 방향으로 상승해서...
"헉?!!"
그 순간 아키토의 오른 발목을 뭔가가 붙잡았다. 깜짝 놀란 아키토는 분단된 오른 쪽 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자신의 오른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엔쯔이가 공간면의 출구를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모여 있는 곳으로 설정한 것이다. 아키토는 아차 싶었다. 리엔쯔이의 움직임에만 신경 쓰다 보니 와펠다노스의 존재를 잊고 있던 것이다! 와펠다노스의 웃음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우하하!! 어떠냐, 기간틱 다크! 이제 넌 독안에 든 쥐다!!!"
아키토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서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공간면이 닫히고 만다. 그러나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발목을 칭칭 감고 있어서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와펠다노스의 신모 쪽인 오른쪽으로 움직여서 공간면을 벗어나는 건 어떨까? 그러나 아키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랬다간 이번에는 와펠다노스의 신모에 온 몸을 칭칭 묶여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상태에서 또 다시 절공참이 발동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아키토는 고주파 소드로 신모만 잘라보려고 하였지만 몸을 쉽게 움직일 수가 없어서 신모가 어떻게 발을 휘감고 있는지 정확히 볼 수가 없어서 함부로 소드를 휘두를 수가 없었다. 잘못 휘둘렀다가는 자기 발만 자르고 탈출은 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일단 표면의 감촉으로 신모가 오른다리의 무릎 부근까지 휘감고 있는 것은 파악했다. 그러나 절단면의 끝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신모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서 고주파 소드를 휘두를 수가 없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키이이이....
그 순간 절단면이 닫힐 때의 특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리엔쯔이가 키워드를 발동시킨 것이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모 아니면 도하는 식으로 고주파 소드를 휘둘러보거나 아니면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우글거리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자폭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차키이이잉!!
"크으윽!!"
드디어 절단면이 닫혔다.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있던 부근에 대량의 피가 뿌려졌다. 절단면이 닫히면서 아키토의 몸이 잘린 것일까? 그 순간 발카스와 리엔쯔이, 와펠다노스 모두가 경악하였다. 아키토는 그 상황에서 절단면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세 신장은 너무나 놀라 한동안 말을 잊었다. 절단면을 탈출한 이후 허공에 떠 있는 아키토의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리엔쯔이가 노렸던 절단 지점은 거기가 아니라 몸의 한가운데였다. 놀랍게도 아키토는 절단면을 탈출하기 위해 신모에 붙잡혀 있던 자기의 오른쪽 다리를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저...저런 지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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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역 이상 없다고?"
클라우드 게이트의 중앙 관제실에서 신은 부하로 부터 보고를 듣고 있었다. 좀 전에 클라우드 게이트 전체가 미약하게나마 진동한 것이 계측되었기 때문이었다. 진동이 약해서 모르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지도 몰랐지만 신의 생각은 달랐다. 높이 400m나 되는 거대한 빌딩 전체가 진동할 정도의 폭발(아니면 다른 무언가)이 있었을 정도라면 보통 큰 폭발이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 클라우드 게이트에 뭔가 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경비 시스템에는 어떠한 이상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 건물 전체를 울릴 정도의 진동이야! 그런데 아무것도 발견 안 되다니!!"
"그...그게 진원이 지하 어딘가인건 확실한데 각 시설 어디에도 특별한 이상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보고를 하는 부하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신의 말에는 전혀 틀린 점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중앙 관제실에서 파악하기에는 각 시설 어디에도 특별한 피해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누군가의 침입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즉 현재까지는 '전혀 이상 없음'이다.
하지만 신은 바로 이 점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이쪽에서 발견을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신의 느낌으로는 이건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중앙 관제실에서 상황 파악을 못하게 정보를 차단하고만 있는 것 같았다. 정보가 차단되고 있으니 이쪽에서 아무것도 발견 못한 것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쿨메그닉 일당일까? 그 놈들의 일본에서의 행적은 상당히 수상했으니 어쩌면.....
"즉시 모든 모니터 시스템을 체크해라. 총점검이다. 그리고 지하 구역에는 직접 인원을 보내서 원인 규명을 하라. 지하의 모든 구역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전부 직접 가서 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신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쿨메그닉 녀석들이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가이버라는 외부의 적뿐만이 아니라 이제 같은 12신장끼리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은 바짝 긴장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의 친구 푸르크슈탈이 지켜오던 이곳 일본지부를 그는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 여기서 멋대로 구는 건 용서치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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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와 베르단디, 하야미는 클라우드 게이트를 위아래로 관통하는 종합환기배관부를 날아 올라왔다. 하야미는 하늘을 날 수가 없으므로 케이가 안고 올라왔다. 이들은 감시가 아예 없었던 환기 배관을 통해 목표인 97층에 도착하였다. 아무런 감시 시스템이 없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97층 천정으로 통하는 조그만 환기 구멍들 앞에서 이들은 일단 멈췄다. 하야미가 그중에 한 군데의 환기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야. 이곳 환기 배관을 기어 들어가면 앱톰이 잡혀 있는 'level 4' 실험실이 나올 꺼야."
환기구는 한 사람이 간신이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갈 수는 있을 수준이었다. 케이는 일단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헤드센서를 가동시켜 97층 전체를 투시하였다. 역시 예상대로 이 층의 경비는 대단히 삼엄했다. 각 통로에는 약 10m 간격으로 두 명씩의 경비원이 배치돼 있고 감시 카메라도 사각 없이 중첩 운용되고 있었다. 목표지점인 level 4 실험실은 두께 약 400mm의 특수 합금제 벽이고 실험실 주변도 각종 감시 시스템으로 도배되다 시피 하였었다. 실험실 내부에도 감시 카메라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감시 카메라 외에 다른 장치는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앱톰 씨의 반응은 찾으셨어요?"
베르단디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케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역시나 반응이 안 느껴져. 실험실 중앙에 앱톰 같아 보이는 물체가 있긴 한데 앱톰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분간이 안 가. 돌로 변해서 체조직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나봐."
가이버의 헤드 센서는 이렇게 벽면을 투시해서 그 너머에 몇 명이 있으며 어떠한 장치가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까지 같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살아있는 생물의 반응을 탐지해서 그 것이 인간인지 조아노이드인지에 대한 것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보이는 건 그 물체의 형태와 생체 에너지 반응정도. 결국 실험실에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었다.
-지지직!
"웃?!"
"왜 그러세요?"
그 순간 헤드센서에 노이즈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케이는 잠시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제까지 가이버의 헤드센서를 써오면서 센서에 노이즈 반응이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 이런 노이즈 반응이 나왔었다. 갑자기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
"노이즈라.... 글쎄 가이버의 헤드 센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클라우드 게이트는 여러 가지 전자 장비가 잔뜩 있으니 그것들에게서 나오는 전자파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 아닐까?"
하야미의 의견이 그럴듯했으므로 일단 케이도 그렇게 믿어 보기로 했다. 헤드 센서도 일종의 전자 장비라 할 수 있으니 전자파에 영향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노이즈 좀 생겼다고 해서 기능에 큰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런 걸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세 사람은 환기구로 비집고 들어갔다. 분신채 상태인 베르단디가 먼저 앞장서고 (그리고 몸이 작게 축소된 상태이니 별로 힘들 것도 없다) 그 다음에 케이가 그 좁은 틈으로 낑낑 거리며 들어갔다. 강식장갑을 입고 있는 덕분에 원래보다 체격이 더 커져버려서 이동이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하야미가 그 뒤를 따랐다.
'.....아직까지 회복이 안되었군.'
하야미는 먼저 들어가는 케이의 뒷모습을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강식장갑의 회복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엔자임들에게 당한 상처나 꽤 많이 남아있었다. 특히 큰 부상을 당한 오른팔은 구멍이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아까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현재 케이는 필사적으로 앱톰의 구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금 조아로드만 그들이 알고 있는 수만 무려 세 명이나 있었고 (실제로는 네 명) 적들이 미리 함정을 파놓았을 것이 분명한 지금 상황에서는 구출은 고사하고 탈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위험한 순간에 히든카드인 기간틱마저도 쓸 수가 없다. 하야미는 결심했다.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케이는 무사히 탈출시키리라고. 그가 살아있어야 크로노스와 싸우다 죽어간 야마무라 교수를 비롯해서 오다기리 주임, 그리고 먼저 간 동료들의 유지를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만이 지금 그들의 희망이었다.
'그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견뎌내야 해. 이제 다 꺼져가는 목숨이지만 반드시 견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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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차키이잉!!
리엔쯔이의 절공참이 다시 한 번 작렬하였다. 아키토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절단면을 빠져 나왔다. 밑에서는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아키토를 다시 한 번 꽉 붙잡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또 다시 신모에 붙잡히면 이번에는 정말 크게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키토로서는 절단면의 생성뿐만이 아니라 신모의 움직임까지 신경 써야 했다. 이러니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다.
"미꾸라지 같은 놈!!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단!!!"
-차킹!!!
"도망가지 못한다! 이놈!!"
-슈르륵!!
리엔쯔이의 절공참과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동시에 아키토를 노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키토가 간발의 차로 피한 덕분에 신모만 절공참에 걸려 잘렸을 뿐이다. 두 사람은 예상외로 아키토가 끈질기게 저항하자 점점 약이 올랐다. 오른 다리와 왼쪽 어깨 장갑을 잘려서 데미지도 만만찮은 놈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아키토는 지금 반격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지 않은가.
"......"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리엔쯔이와 와펠다노스를 지켜보던 발카스는 점점 참을 수가 없게 되어갔다. 지금 발카스는 신모를 전개하느라 바리어를 쓸 수 없는 와펠다노스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여기에 조아로드가 세 명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기간틱 다크와 싸우는 것은 결국 두 명 뿐이었다. 발카스는 그 점이 너무 부끄러웠다. 싸움은 전적으로 저 둘에게만 맡겨놓고 자기만 이렇게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절공참도 신모도 두 사람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 사용에 무리가 많이 가는 기술이다. 특히나 와펠다노스의 신모는 사용시간에 제한이 있었다. 발카스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더 이상 이 둘만 싸우게 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만 싸우게 하지는 않겠다! 나도 즉시.....'
"그만두십시오, 닥터 발카스."
그 순간 와펠다노스가 발카스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깜짝 놀란 발카스는 멍한 표정으로 와펠다노스를 바라보았다. 와펠다노스는 여전히 기간틱 다크만을 바라보고 있는 체로 말했다.
"전투형태로 변신해서 우리와 함께 싸우실 생각이시라면 그만 두시란 말입니다."
"와...와펠...!"
"박사의 능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알칸펠님을 위해서만 써야 하는 것. 아직은 그 때가 아닙니다."
와펠다노스는 손으로 리엔쯔이를 가리켰다. 리엔쯔이는 절공참을 걸기 위해 짧은 거리의 순간이동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다.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리엔쯔이의 모습은 그냥 옆에서 눈으로 따라잡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리엔쯔이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러니까 여긴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기간틱 다크를 꺾어 보이겠습니다."
"......"
발카스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와펠다노스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 둘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
-크아아앙!!!!
-우와아아아아!!!!
본부 기지 최하층 P.W.G의 바로 앞에서는 여전히 처절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리베르타스들은 지치지도 않는 다는 듯이 이리저리 날뛰며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이미 아까 전에 처음 투입됐던 하이퍼 조아노이드 경비부대 백 명은 전멸했고 지금은 두 번째로 투입된 다른 구역의 하이퍼 조아노이드 이백 명이 리베르타스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퍼억!! 콰지직!!
리베르타스의 주먹이 한 번 질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조아노이드의 머리가 깨져나가고 복부를 꿰뚫렸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특기나 무기를 총동원해서 싸웠지만 리베르타스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겨우 네 명밖에 없는 리베르타스들은 따로따로 떨어져서 각자 압도적인 숫자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는데도 전혀 위축됨이 없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적들과 싸웠는데도 지친것 같지도 않았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이 장면은 중앙 사령실에서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지금은 최고 지휘자인 발카스가 기간틱 다크와 싸우기 위해 최하층의 우라누스의 성궤로 가 버린 상태여서 임시로 그의 비서가 지휘를 맡고 있었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밀리는 장면을 보며 비서는 초조해져만 갔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에도 또 질것만 같았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관제원들에게 소리쳤다.
"증원은 어떻게 됐나!!"
"곧 3차 증원대가 도착합니다! 도착까지 앞으로 2분!"
사실상 기지내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모두 탈탈 털어 넣다 시피하고 있었다. 만들기가 극히 어려워서 아주 귀중한 전력인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소모한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 전투는 완전히 난전이 돼 버려서 어떠한 전술도 소용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식으로 증원부대를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최소한 밑 빠진 독은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의 조제체라도 저렇게 오랫동안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면 결국에는 지치게 된다. 예로부터 전쟁에서는 수적 우세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아무리 소수정예의 병력이라도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절대로 당해낼 수가 없다. 놈들이 지쳐 허덕일 때가 바로 리베르타스들을 꺾을 기회였다. 발카스가 지하에서 기간틱 다크와 싸우고 있는 지금, 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최소한 저 리베르타스들과 그리셀더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이쪽에서 해치워야 했다.
"정 안 되면 일반 조아노이드라도 투입해! 피해는 신경 쓰지 말고 숫자로 밀어붙여!!"
-퍼억!! 우드득!!
또 한 마리의 조아노이드가 리베르타스의 공격에 목이 부러졌다. 이백 명에 달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 부대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지금 상대하는 리베르타스들은 앞전에 이미 백 명에 달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 접전을 벌이고 난 직후 이들과 또 교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지금쯤 지쳐서 허덕거려야 했다. 그러나 리베르타스들의 동작은 여전히 날렵하고 파워가 넘쳤다.
-퍼억!!
그 때 하이퍼 조아노이드 무리 중 한 명이 그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리베르타스의 등을 할퀴었다. 피가 튀면서 리베르타스의 등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아무리 강하다지만 그래도 겨우 네 명. 사방에서 날아오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의 공격을 다 막거나 피할 수는 없었다. 싸우다보면 결국에는 데미지를 입게 되고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죽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푸욱!
그러나 등을 할퀴어진 그 리베르타스는 오히려 곧장 뒤돌아서서는 자기 등을 할퀸 적의 심장에 손을 박아 넣어서는 그대로 상대방의 등 뒤로 빼버렸다. 심장을 당한 그 조아노이드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그 장면을 본 다른 조아노이드들은 기가 막혔다. 저 놈들은 지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저...저걸 봐!!"
그 때 조아노이드들 중 한 명이 중요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그가 가리킨 것은 그리셀더였는데 그녀가 양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양 손바닥 가운데에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모이더니 방금 전에 부상을 당한 리베르타스에게 그 에너지가 방사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리베르타스의 부상이 말끔하게 치유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 지금까지 리베르타스들이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셀더가 뒤에서 힘을 불어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저 여자부터 죽여! 그리셀더를 쓰러트려라!!!"
"크아아아!!"
하이퍼 조아노이드 무리가 그리셀더에게 몰려갔다. 이제까지는 우선 리베르타스들부터 쓰러트린 다음에 그리셀더를 잡으려고 했었지만 저렇게 그리셀더가 후방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면 그저 헛수고일 뿐이었다. 리베르타스들을 쓰러트리려면 그리셀더부터 잡아야 한다. 상위 조제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척 보기에 상당히 갸냘퍼 보이는 여자일 뿐인데 뭐가 어려울까.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기세등등하게 그리셀더에게 달려들었다.
-위이잉!
그 순간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그리셀더의 하얀 색 머리카락 모양의 장식이 하얗게 빛나면서 묘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셀더는 잠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의 거리를 가늠한 다음에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싶자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휙 돌았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마치 칼처럼 조아노이드들을 덮쳤다.
-부웅!! 퍼억!! 퍼퍽!!
그리셀더의 머리카락이 한 번 지나가자 여러 마리의 조아노이드가 그대로 두 토막이 나고 말았다. 간신히 사정거리에 들어가지 않은 다른 조아노이드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셀더 역시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헤커링은 그리셀더를 조제하면서 만약의 경우도 대비하고 있었다. 일단 그리셀더의 목적은 12신장의 강력한 사념파로 리베르타스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리셀더 역시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었다. 아니, 적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셀더를 그냥 내버려 둘리가 없다. 아마도 가장 먼저 해치우려고 들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셀더 자체도 최소한 하이퍼 조아노이드 정도는 가볍게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춰야만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아로드와의 대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준은 돼야 했다. 물론 조아로드와의 대전은 기간틱 다크가 맡는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란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헤커링은 그리셀더의 머리카락을 일종의 고주파 소드로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투에는 거치적거릴 것만 같은 그리셀더의 긴 머리카락은 그 자체가 바로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부오오옹!!
"어..어억!!"
"우우우....!"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주춤거리던 바로 그 순간 그리셀더의 크리스털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셀더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강력한 사념파를 방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 장소에 있던 모든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이들은 그저 멍한 얼굴로 그리셀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철컹!!!
"지원부대 도착!!'
그 때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원군이 드디어 현장에 도착하였다. 사실상 기지내의 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 부대 전부를 다 털어 넣다시피 한 이들의 숫자는 총 130명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일반 조아노이드 부대 역시 편성을 끝내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들은 곧장 함성을 지르며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려 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눈에 전혀 의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먼저 싸우고 있던 동료들이 그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뿐인 것이었다. 이들은 의아해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이, 왜들 그래? 무슨 일 있어?"
"안 싸우고 뭣들 하는 거야?"
지원부대의 리더 격인 하이퍼 조아노이드가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이들이 갑자기 살기등등한 눈으로 지원부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원 부대원들은 동료들이 자기들을 노려보기 시작하자 당황해 하였다. 바로 그 순간 그리셀더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들은 너희들의 적이야! 리베르타스들과 힘을 합쳐서 전부 없애버려!!>
"크아아아아!!!!"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괴성을 지르며 지원부대에게 달려들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지원부대는 그대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의 공격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퍼억! 콰직!!
"끄아아아!!!"
"무슨 짓이야! 우린 아군이란 말이야!!!"
지원 부대원들이 아군이라고 처절하게 소리쳤지만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부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압도당해 그 의지를 빼앗기고 그리셀더의 명령대로 따르게 된 것이다. 아까까지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발카스가 사념파로 통제한 덕분에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발카스가 기간틱 다크와 싸우려고 최하층의 성궤로 내려가 버린 뒤에는 그 통제가 풀려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카아악!!"
-우지직!! 푸욱!!!
리베르타스들 역시 신나게 지원부대를 항해 공격을 퍼부었다. 아군에게 공격을 당해서 패닉상태에 빠진 이들은 리베르타스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과 리베르타스들이 맹공을 퍼붓자 지원부대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원부대가 전멸된 뒤에는 리베르타스가 살아남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을 전부 다 도륙해 버렸다. 결국 최초 전투가 시작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투입된 하이퍼 조아노이드 총 430명이 단 다섯 명의 적들에게 전멸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참패였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전장에서 리베르타스들은 그 자리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리셀더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적들을 전부 정리했습니다. 다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그리셀더."
"다들 수고했어요. 더 이상 적들은 공격해 오지 않을 겁니다. 일단은 대기하세요."
"Yes, sir!!"
발카스가 조아노이드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지금, 아무리 조아노이드들을 대량으로 투입한다고 해도 이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리셀더의 사념파에 다들 정신이 분산돼서 원래 실력의 반도 발휘 못하거나 아니면 방금 전처럼 오히려 그리셀더에게 정신지배를 당할게 분명했다. 적들도 생각이 있다면 무작정 공격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리셀더 -시즈- 는 잠시 그 자리에 대기하면서 적들의 다음 대응을 지켜본 다음에 행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키토에게서 받은 명령도 리베르타스들과 함께 최하층에서 있는 대로 소란을 떨면서 적들의 주의를 끌라고 했던 것이 다였다. 얼추 한 시간 정도 신나게 싸웠으니 이만하면 됐겠다 싶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즈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이 자기의 사념파에 압도당한 것일까? 전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발카스의 사념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들의 정신을 지배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그들의 정신에 혼란을 일으켜서 제 실력을 발휘 못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즈의 사념파가 하이퍼 조아노이드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간 걸까? 그 말은 결국 발카스가 지금 사념파를 방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레 그러는 걸까?
-이이잉~~
그 순간 시즈의 크리스털에 묘한 반응이 왔다. 이 반응은 틀림없이 닥터 발카스의 조아 크리스털의 공진감각이었다. 깜짝 놀란 시즈는 반응이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반응은 여기보다 더 깊은 지하에서 오고 있었다. 여기보다 더 깊은 지하라면 생각할 수 있는 곳은 딱 한군데 밖에 없다. 바로 아키토가 내려간 우라누스의 성궤다. 게다가 다시 정신을 집중해보니 발카스 말고도 조아 크리스털의 반응이 두 개가 더 있었다. 그 말은 결국 지금 아키토가 조아로드 세 명과 싸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키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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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키이이잉!!
오른 다리를 자른 아키토는 그 부상 정도가 절대 가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용케 리엔쯔이의 절공참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일단 아키토는 초조한 마음을 꾹 억누르며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는 인내하는 자에게 오는 법이니까.
"음!"
신모를 조작하던 와펠다노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신모에 중대한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와펠다노스는 옆에 있던 발카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사님, 아무래도 신모가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뭐야?! 벌써!"
와펠다노스의 말을 들은 발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신모를 완전히 전개한지 그럭저럭 한 시간째. 결국 발카스가 우려했던 데로 신모를 유지하는 것이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이 상태에서 빨리 신모를 걷어 들이지 않으면 신모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아직 기간틱 다크와 승부를 맺지 못한 상태에서 신모를 걷게 되면 리엔쯔이 혼자서는 기간틱 다크를 상대할 수가 없게 된다. 와펠다노스가 큰 소리로 리엔쯔이를 불렀다.
"엔쯔이!! 전력으로 가자! 이번에야 말로 승부를 내야 해!!"
"알았어! 단숨에 끝장내자!"
와펠다노스의 조아 크리스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와펠다노스가 정신을 집중하며 신모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나풀거리던 신모들이 각각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송곳 모양으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와펠다노스는 그렇게 뭉쳐진 신모들을 아키토에게 날렸다.
-키이이잉!!!
"웃?! 이번엔 또 뭐야!!"
아키토는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돌진해 오는 신모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릴 같았다. 그런데 이런 드릴이 하나가 아니었다. 신모들이 그 자리에서 뭉쳐지면서 수많은 드릴로 변화한 것이다. 이 드릴들은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아키토에게 달려들었다.
"어떠냐! 기간틱 다크!! 이것이 나의 궁극의 필살기, '마창난무'다!!"
이제까지 리엔쯔이를 서포트 하기만 하던 와펠다노스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키토를 맞추려다가 빗나간 신모 드릴 하나가 벽면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아키토는 전율하였다. 부드러운 털들을 뭉친 거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신모 드릴의 위력은 굉장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리엔쯔이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날아오고 있었다.
-키이잉!!
"우윽!"
리엔쯔이가 만들어낸 절단면을 통해 와펠다노스의 신모 드릴이 나와서 아키토의 뒤를 덮쳤다. 아키토는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그것을 피해내었다. 리엔쯔이의 절공참뿐만 아니라 신모 드릴까지 절단면으로 빠져나와 아키토를 덮치는 등 아까보다 훨씬 공격이 현란해진 상태였다. 리엔쯔이가 어느 한 지점에 절단면을 만들어 내면 신모 드릴이 그 통로로 들어가 아키토의 뒤통수를 치는 작전이었다.
-이이잉~~
그 때 아키토의 몸이 또 다시 둘로 양분되었다. 리엔쯔이의 절공참이 날아오기 직전의 징조였다. 바로 그 때 아키토를 노리고 왼쪽 방향에서 세 개의 신모 드릴이 맹렬히 회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절공참은 어느 한 쪽으로만 몸을 피하면 되고 왼쪽에서는 지금 신모 드릴이 달려들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오른쪽으로 피하기만 하면 아키토는 절공참을 피할 수 있고 신모 드릴 역시 차단되는 절단면에 막히게 된다. 대게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럴 때는 오른쪽으로 피하게 된다.
"내게는 그런 건 안 통해!!"
그러나 아키토는 예상과는 달리 신모가 다가오는 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신모 드릴의 범위가 좁혀지기 직전에 드릴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키토를 놓친 신모 드릴들이 절단면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절단면을 빠져 나온 바로 그 순간, 절단면이 차단되면서 신모 드릴이 잘려졌다.
-차키잉!!
그런데 신모가 잘린 모양이 이상했다. 절단면의 출구로 나오자마자 신모 드릴이 세 토막이 나면서 잘려진 것이다. 절공참이 작렬하게 되면 상대방은 이등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신모 드릴은 나오자마자 처음 출구 말고 그 앞쪽에 비밀리에 열려 있던 또 다른 절단면에 잘리게 된 것이다. 즉 리엔쯔이는 아키토가 신모 드릴을 피하려고 오른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그 출구 바로 앞에 또 다른 절단면을 몰래 전개해 놓은 것이다. 신모 드릴이 쫓아온다고 무턱대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최초의 절단면을 빠져 나오자마자 또 다른 절단면에 막히게 되는 '더블 트랩'이었던 것이다.
"훗, 내게 그런 잔머리가 통할 것 같더냐. 이런 짓까지 하는 걸 보니 밑천이 다 드러난 모양이군."
"닥쳐라!! 함정 하나 간파해 냈다고 우쭐대기는!"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다. 와펠다노스의 신모 드릴이 아키토를 적극적으로 공격하면서 절단면들을 이용하는 덕에 절단면이 어디에 어떻게 전개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한결 더 쉬워졌다. 즉 아이러니 하게도 와펠다노스가 아키토에게 '여기 절단면이 있다'라고 가르쳐 주고 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이것들을 이용하면 신출귀몰하게 순간이동을 하고 다니는 리엔쯔이를 따라잡을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리엔쯔이를 한 방에 박살내고 전세를 뒤집을 수가 있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모 드릴이 마구 날아다니는 지금이 아까보다 더 싸우기 힘들어 보이지만 아키토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잘된 셈이었다. 맨 처음처럼 리엔쯔이가 주공격을 맡고 와펠다노스가 서포트를 하며 아키토의 움직임을 봉쇄하려 했던 것이 훨씬 더 대처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오히려 와펠다노스가 서포트를 중단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바람에 둘의 팀워크가 깨져버리고 말았다. 맨 처음과 같은 전술을 뚝심 있게 유지했다면 오히려 아키토를 이길 수 있었겠지만 승부가 좀처럼 나지 않자 초조해진 두 사람이 먼저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이제 아키토의 반격 차례였다. 아키토가 등의 부스터를 가동시키며 고속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쿠우웅!!!
"승부다! 리엔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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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아무도 없는 level 4 실험실 천정의 환기구 철망이 뜯겨졌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서 조그만 인형 같은 것이 먼저 나왔다. 베르단디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가이버 I, 케이가 내려오고 마지막으로 하야미가 조심스럽게 밑으로 내려왔다. 먼저 내려간 케이가 어깨를 대서 발판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이 내려온 곳은 level 4 실험실로 들어가기 전에 실험복으로 갈아입는 탈의실 이였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이렇다 할 경보 장치도 없었다.
"이 벽 너머가 바로 실험실이야. 특수 합금 처리된 벽이라서 녹록치는 않을 것 같군."
하야미가 손을 들어 한 쪽 벽면을 가리켰다. 잠시 벽면을 쓰다듬어 보던 케이는 하야미와 베르단디를 조금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가이버의 입가에 있던 금속구가 맹렬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큐우우웅!!
케이는 가이버의 음파 공격무기, 소닉 버스터를 발동시켰다. 목표의 공진주파수를 튜닝해서 거기에 맞는 음파를 보내 물체를 파괴하는 소닉 버스터라면 이렇게 은밀하게 장애물을 부숴야 할 때 제격이었다. 아무리 단단한 물체라 해도 각각의 공명 주파수가 있기 마련이고 그 주파수 대역에 맞는 음파를 계속해서 맞다 보면 분자 구조가 파괴되고 만다. 소닉 버스터 공격을 받은 합금 벽에는 이내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 때 까지도 경보 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이렇게 통로가 열리자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실험실의 벽면에는 복잡한 계기류가 잔뜩 있었고 가운데에는 원탁 같은 둥근 실험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대 위에 놓인 것을 본 세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애...앱톰!"
"앱톰씨...어떻게 저럴 수가...!"
역시나 앱톰은 이곳에 있었다. 머리와 상반신 일부, 오른팔만 남은 앱톰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돌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그런 앱톰의 온 몸에는 천정에서 내려온 고정 와이어가 잔뜩 박혀 있는 체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케이는 헤드 센서로 앱톰의 몸을 스캔해 봤다. 역시나 돌로 변한 덕분에 체조직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이러니 처음에 가이버의 헤드 센서가 앱톰을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돌로 만든 걸까요? 원래대로 돌릴 수는 있을까요?"
"글쎄..... 마법은 아닐꺼고, 무슨 특수 접착제 같은 걸까?"
케이의 물음에 하야미 역시 바로 답하지는 못했다. 멀쩡한 생물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기술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할 문제고 지금 당장은 앱톰의 구출이 가장 급했다. 케이는 앱톰에게 다가가서 와이어를 끊어 버리려고 하였다. 그 때 하야미가 케이를 제지하였다.
"잠깐 기다려 봐. 아무래도 저 와이어는 단순한 고정 장치가 아닌 것 같아."
"그럼 함정일 수도 있을까요?"
베르단디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충분히 함정일 수 있었다. 케이를 클라우드 게이트로 끌어내려는 것이 놈들의 계략이었으니 앱톰이 있는 곳에 함정을 설치하는 건 상식 아닐까? 하야미는 바로 앞에 있는 관제 콘솔로 다가갔다.
"제가 한 번 해보죠. 어쩌면 함정을 해제하고 앱톰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삐삑
하야미는 콘솔을 조작하여 앱톰이 묶여 있는 실험대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역시나 이건 단순한 고정 장치가 아니었다. 앱톰을 고정 시킨 강철 와이어를 통해 강력한 전기 충격을 줘서 해당 생물체에 타격을 주는 장치였다. 만약 앱톰이 어떤 계기로 활성화 되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외부에서 섣불리 건드리게 되면 강력한 고압 전류를 흘려 아예 목숨을 잃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하야미는 신중하게 콘솔을 조작하여 함정을 해제하려 하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앱톰은 목숨을 잃게 된다!
-지지직!
"음!"
"케이씨? 무슨 일 있으세요?"
그 때 가이버의 헤드 센서에 또 다시 노이즈가 발생하였다. 이번엔 그 정도가 아까보다 더 심했다. 베르단디가 어깨 위에 내려앉자 케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베르단디...헤드 센서에 노이즈가 감지되었어."
"또요? 아무래도 고장이...."
"아니, 이건 고장이 아닌 것 같아. 뭔가가 있어....."
베르단디는 케이의 말을 금방 이해하였다. 고장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헤드센서가 뭔가를 감지해 냈다고 봐야 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 어떤 물체인지 정확히 판별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베르단디가 조용히 법술을 외웠다.
"바람의 정령이여, 너의 숨결로 은신해 있는 자의 위치를 가리켜 다오...."
-후웅~
그 순간 사방이 꽉 막힌 실험실 내부에 약한 바람이 불었다. 상당히 약해서 놓치기 쉬울 정도였지만 은밀히 '상대방'을 찾으려면 극히 조용히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베르단디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베르단디가 케이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케이씨 뒤쪽, 7시 방향이요. 거리는 약 3m. 뭔가가... 있어요."
"고마워, 베르단디. 그 정도면 충분해."
케이는 즉시 헤드 센서의 범위를 베르단디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의 형태가 뚜렷해 졌다. 케이는 살며시 그 쪽으로 다가갔다. 물론 대놓고 바로 거기로 직진한 건 아니다. 상대방이 의심하지 못하게 마치 지금 앱톰 때문에 초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하면서 케이는 점점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상대방이 사정거리에 들어온 순간 케이가 고주파 소드를 전개하고 그 쪽으로 휘둘렀다!
-부웅! 퍼억!!
"끄아아아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피가 확 뿌려지며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콘솔을 조작하던 하야미가 깜짝 놀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바닥에 조아노이드의 것으로 보이는 팔 한 짝과 그 주변 바닥에 피가 흥건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두어 발자국 떨어진 지점에서 뭔가가 갑자기 나타났다. 놀랍게도 조아노이드였다!
"케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야미씨, 저게 바로 센서 노이즈의 정체였습니다."
놀랍게도 저 조아노이드는 스텔스 조아노이드였다. 12신장 자빌의 직속 부하로서 '가슈탈'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이 하이퍼 조아노이드는 적외선, 레이더, 레이저 광선 등등 각종 다양한 감지 수단으로 부터 몸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고 심지어는 아까처럼 투명화 되서 인간의 시각에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능력이 너무나 대단해서 가이버의 헤드 센서조차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부상을 당한 가슈탈이 신음을 흘리면서 케이에게 말했다.
"어...어떻게 내 위치를 알아냈지?"
"처음엔 몰랐어. 그러다가 네가 이 좁은 공간으로 들어온 덕분에 노이즈의 정도가 더 심해졌지. 그래서 베르단디에게 부탁해서 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공격한 거야."
그러나 대기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이처럼 베르단디의 바람의 정령에 포착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헤드 센서 역시 완벽하게는 포착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노이즈로나마 포착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건 둘째 치고, 이 녀석이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닌 거라면 문제가 심각했다. 그 말은 결국 놈들은 케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크크크....! 그래 맞아! 내 임무는 너희들을 여기 level 4 실험실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하자면 여기가 바로 너희들의 무덤이다!! 크하하하!!!"
케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이곳의 삼엄한 경비망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놈들의 계략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함정일거라는 건 각오하고 있던 일이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놈들의 의도대로 끌려 다닐 줄이야.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빠져 나가야 했다.
-삐잉! 삐잉!!
-지지지직!!
바로 그 순간 연구실 내부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와이어를 통해 강력한 고압 전류가 앱톰을 향해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케이가 앱톰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앱톰!!!"
-파지지직!!
"끄아아!!"
"케이씨!!!"
앱톰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케이는 실험대 바로 앞에서 고압 전류에 감전되고 말았다. 실험대 앞쪽에도 전류가 흘러서 침입자를 막는 구조였던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케이는 강식장갑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그는 힘겹게 하야미에게 소리쳤다.
"하야미씨..! 앱톰을...!!"
하야미는 즉시 콘솔을 조작해서 전기 충격이라도 멈추려고 하였다. 그러나 콘솔 데스크까지 먹통이 되고 말았다. 함정이 발동되면 이곳의 컨트롤을 끊어 버리는 기능이 있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압 전류는 계속해서 앱톰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콰직!! 퍼퍽!!
바로 그 순간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앱톰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몸이 박살난 앱톰의 파편들이 실험대 위에 흩어졌다. 충격을 받은 케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앱토오옴!!!!"
Next episode 제21화 '대폭주! 광란의 전투생물' coming soon......
p.s : 죄송하지만 설정은 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컴터가 뻑 나서 포맷을 했걸랑요.... -_-;; 그리고 포토샵 cd를 잃어버려서 구해와야 해요....ㅠ.ㅠ 올리는 건 한 2~3일 후쯤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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