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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한겨울에 까푸쓰타~!&아프간의 소용돌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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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까푸스타 발효 4일째.]

“하라쇼. 하라쇼! 드디어 오늘 개봉이닷!”

퍼퍽.

미친 듯이 날뛰며 낄낄거려 굉장히 기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이반이 말했다. 머리에 이상이 있는 자들처럼 행동하는 그의 철딱서니 없는 모습에 분노한 안나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반음 얌전히 빨갛게 부어오른 혹을 문지르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안나는 개의치 않았다.

“얌전히 있으랄 때 있을 것이지..”


“다~까삐이~딴!”


“똑바로 말 안해?!”


“예, 옙!”

안나의 신경질 부리는 말투에 이반은 살기위해 그저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야만 했다. 오늘밤만큼은 한심하다 못해 바보같이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코믹한 행동들을 볼 수 없을 것 같기에 케이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분노게이지 상승을 보여주는 안나로 인해 케이와 기타 여신들은 긴장해야만 했다.

“후우~식빵이란 식빵은 모조리 챙겨오도록 인줴. 더불어~”


“........”

이반과 대조적인 인줴의 모습은 왠지 비장함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든다. 안나의 말에 대답은 없지만 바로 반응하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안나는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명령을 하달했다. 인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수경례를 해보이고는 손을 내렸다.

“그저께 치누크(Ch-47 헬리콥터)로 보급된 캐비어, 우슬(바이칼 호에서만 잡히는 특이한 어류의 알), 브리누이, 할라스케(소젖을 응고시킨 요리), 고기들을 차근차근 옮기도록. 위험하니까.”


끄덕끄덕.

인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는 듬직한 인줴의 어깨를 손으로 툭 한번 쳐준 뒤 뒤에서 열심히 까푸스타를 마당에서 집안으로 옮기는 이반을 지켜보았다. 양손에 2개씩 총 4개를 아슬아슬하게 옮기는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심어주는 서커스의 광대들을 떠올리게 했지만 불행히도 안나에겐 그런 이들도 웃음보단 화를 자아내게 한다. 이반의 신경 거슬리는 행동에 안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따위 자본주의식 묘기 부릴 시간 있으면 조심조심 까푸스타를 옮기거나 돈 벌 생각이나 해!”


“걱정 마세요~울드씨한테 외발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더니 중심 잡는 게 얼마나 쉬운데요. 식어버린 브리누이 먹는 꼴이라니까요~!”


“뭐이 어드레? 잔말 말고 내 말에 따...”

이반이 슬슬 안나의 신경기를 툭툭 건드리자 안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드러내며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의 화산폭발 분화 같은 굉음에 이반이 화들짝 놀라 손을 떨었다. 그의 양손에 들린 까푸스타가 담긴 병들은 당연히.

-와장창. 쨍강


“.......오 이런.”


“...쵸르트(빌어먹을 자식.)”

난 이제 죽었다. 이반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신음소리 비슷한 웃음소리만 낸 채 멍하니 서서 파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중심을 잃은 결과 와장창 깨져서 눈밭에 나뒹구는 유리병 파편들과 채소절임들이 이반의 최후를 알려줄 뿐 이었다. 뽀드득. 뽀드득. 스폰지 찢어지는 것과 비슷한 눈밭 위를 걷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반은 살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우악! 베르단디 씨 살려줘요!!”


“저..저. 자식!! 잡아!!!”


“............”

이반이 꽁지 빠지게 마당주위를 계속 달리며 방안에 있을 사람들에게 SOS 구호요청을 보냈지만 분노게이지가 터져버린 안나의 씩씩거리는 모습에 모두는 그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안나를 잠재울 수 있는 케이네 최강이자 최종병기인 베르단디의 구원을 바라보는 이반. 물론 그의 구원을 들어줄 여신은 지금 부엌에 붙어서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겨울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못 들을 수밖에...

“거기 안 서!!”


“잘못했수다. 까삐딴~!”


“안 서면 네놈은 총살감이다.”


“흐이익!”

하얀 솜으로 뒤덮인 어느 한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아주 평범한....(이게?)





“뭐야~저 두 사람. 또 시작이야?”


“아아. 병을 깨뜨렸나봐.”

울드가 졸린 눈으로 드러누우며 케이 곁으로 다가와 묻자 케이는 자초지종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들의 대화너머로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쫓아가는 추격자의 괴성과 살기위해 바둥바둥 애를 쓰는 도망자의 비명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였다.

“그나저나 이 병 안에 든 것 맛있을까?”

휘잉.

울드가 병을 마술로 띄워 올려 자신의 코앞에 가져다댔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는 이 병 안에 담긴 당근조각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울드의 시선. 그것을 손가락으로 요리조리 돌리자 병도 허공에서 계속 제자리를 돌았다. 겉으로 보기에 병 속에 담긴 평범한 당근절임들은 울드의 뚱한 입맛을 자극시킬 수 없을 것 같다. 울드가 열심히 병을 나르는 일을 도와주는 케이에게 물었다.

“이봐 케이. 이런 것 먹어본 적 있어?”


“아니. 나도 오늘 처음 먹는 거라. 아 고마워!”

케이가 성심성의껏 울드의 질문에 답하고는 계속 바깥으로부터 안쪽으로 전달되는 인줴가 들어 나르는 병을 운반하였다. 보다 못한 울드가 마술로 여러 병들을 허공에 떠올려 주방으로 전달하였고 케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울드는 여전히 졸린 얼굴로 드러누워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후아암. 들어가 자련다.”


“자는 것은 좋은데. 드러누워서 허공에 뜨지는 말아라.”


“알았어. 케이.”

허공에 둥둥 뜬 상태로 몸을 이리저리 뒹굴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잠자리에서 그러듯 드러눕던 울드에게 케이가 주의를 주었다. 그녀의 편하다 못해 신기한 모습(허공에 둥둥 떠서 드러누운)이 일 하는데 불편하게 만든 것이었다. 울드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졸린 눈으로 둥둥 떠서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미닫이문이 자동문처럼 드르륵 닫혀버렸다. 울드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케이의 얼굴이 갑자기 익은 홍시마냥 붉어졌다.

‘팬티 보인다. 그것도 보라색....’


울드. 생각보다 야하게 입는구나. 케이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울드가 입고 있을 속옷 상의도 떠올리는 대담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이왕에 베르단디가 이런 것을 입었으면!(허헉!! 내가 무슨 생각을 -케이 왈)하는 작은 소망을 빌어보았다. 신이 들어줄 리는 만무하지만. 잠시 후 들려오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케이의 상상이 깨져버렸다. 얼른 일을 끝내자. 케이는 생각했다.

“거기서!!”


“제발 나 좀 살려.”


“어이 거기 시글과 밤페이군. 저 녀석을 잡아!! 네놈들의 공구를 훔쳐 달아난 놈이다.”


“하익! 아냐!!!”

계속 눈 위를 달리며 술래잡기를 하는 안나와 이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만의 술래잡기는 안나의 말솜씨(?)로 인하여 그 술래가 두 개(??)더 추가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이반은 헉헉거리며 터져 나오는 절규를 담아 외쳤다. 정말 평범하고 즐거운(???)하루가 지나갈 무렵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어요.”


“맛있게 먹어.”

한자리에 모인 케이네 일행. 8명이 모이기엔 조금 좁은 응접실이지만 충분히 인원수용이 가능했다. 물론 페이오스는 부득이하게 의자를 써서 울드 옆에 앉아야만했다. 덕택에 페이오스가 씁쓸한 표정이 되어 음식에 손을 대야만 했다. 부엌에서 축복을 내리는 듯 한 베르단디의 목소리와 조금 건방져 보이는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네라고 대답하며 러시아와 일본의 겨울음식들에 식욕을 드러냈다.(개중에는 혹이 5개나 추가되어 머리가 무거워진 이반같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손을 대는 자도 있었다.)

“우와~샤살리는 닭으로만 만드는 것 아니었어! 이 생선 되게 맛있다!!”


“그건 연어다. 전에 우리가 잡은 녀석과 똑같은 어종이다.”


“아항 그렇구나.”

스쿨드가 생선꼬치구이를 한입 베어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감탄을 하자 침묵을 고수하던 인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네 사령관’같은 군대의 분위기가 물씬 피어오르는 말과 우걱우걱 먹는 음식 소리만 내는 인줴였기에 모두들 그의 설명을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 쉰 듯한 그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캬아! 역시 이 보드카. 한번 먹고 두 번 먹어도 자꾸만 먹고 싶네!!”

울드가 행복하다는 듯 흥얼거리며 맑은 액체가 담긴 병을 나발째 불었다. 꿀꺽꿀꺽 목 너머로 흘러가는 액체의 흐름소리에 모두들 밥을 먹기를 중단했다. 전에 외식을 하러 나갔다 묠니르의 배려로 자주 먹을 수 있게 된 보드카들 중 한 병을 마시는 것이었다. 도와준 일도 없고 하루 내내 잠에 취해 이리 가고, 저리가고 한 여신이었기에 술 따위는 오늘만큼은 자제해줘도 될 것 같지만 술과 의자매를 맺은 울드는 술병을 애인처럼 팔에 꽉 낀 뒤 안주거리를 찾았다. 그녀의 취한 모습에 이반이 말을 슬쩍 건넸다.
 
“저기...음주는 그리 좋은 행동이 아니라. 특히 밥상머리 앞에서는 자제를 좀...”


“시끄러. 혹이나 잘 간수해~!”


‘읔’

옙. 이반은 쪽도 못 쓰고 술주정뱅이의 한마디에 무너져야만 했다. 속으로 쓰디쓴 눈물을 삼키며 음식을 집어먹는 이반을 케이가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너도 잡혀 사는구나. 라고. 하지만 이반과 처지가 똑같은 잡혀 사는 남자 케이의 위로는 그에게 전혀 위로를 안겨주지 못했다.

“어때요 맛있어요?”


“응. 맛있어 베르단디.”

베르단디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에이프릴을 벗어놓고 응접실로 다가와 물었다. 모두들 이런 맛좋은 음식을 제공한 베르단디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그녀는 그들의 웃음에 더욱 흡족해하며 케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케이가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베르단디가 케이의 얼굴을 2초 정도 바라보더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읔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까푸스타와 생선구이를 한입 물던 그는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진 채로 상상에 빠졌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쳐다본 이유에 어리둥절해하며 말이다. 아니 척보면 척 아냐? 베르단디의 미소에 당황하여 얼굴을 붉힌 케이를 보고 울드와 페이오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이렇게 말했다.

“바보~그럴 때는 미소를 지어주며 음식 먹여주기라는 고난이도 닭살 테크닉을 밟아야 되는 것 아냐!?”


“그러게 말이야~로맨스를 몰라!”


“읔.”

참자 참아. 여신들의 비아낭거림에 케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나마 베르단디가 두 여신들이 무슨 의도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 케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케이의 착각에 불과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언니. 자 케이씨 아~하세요!”


“아아....”


‘쿨럭 이것...’

베르단디가 젓가락으로 입속으로 전달해주는 튀김과 장아찌를 보고 좋으면서도 망설이는 케이. 받아들이자니 모두의 ‘닭살스럽다’는 시선이 느껴지고 거절하자니...으윽! 우리 사이가!!

“어서요 케이씨. 자 아~”

울드의 도발에 베르단디는 더욱 더 먹음직스러운 부분들을 케이의 입에 전달하기 위해 착 달라붙었고 평소와 다름없지만 유난히 강한 베르단디의 위세(?)에 케이는 서서히 행복의 나락으로 빠져 들기 시작했다.

“아아....”

덥썩.

베어 물었다. 만세다!!!!! 케이의 귓가에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종소리는 울드와 페이오스의 비아낭거림에 조용히 사라져갔다.

“뭐야~평소처럼 아~하고 잘 받아먹기만 하네?”


“그러게~시시해요.”


“두, 두 사람 다 그만해!”

케이가 난처하다며 그들에게 부탁하지만 케이의 난처한 입장은 그들을 더욱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돌변하게 만들어주었고 어느새 케이 곁으로 다가온 울드와 페이오스는 키득거리며 케이의 귓가에 장난스런 귓속말을 건냈다. 케이는 그들의 귓속말 한마디 한마디에 얼굴을 붉혀만 갔다.

“언니, 페이오스 그만해요!”


“아아~”


“후훗. 성공~!”

뭐가 성공했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베르단디가 입을 굳게 다물고 그들을 바라보자 페이오스가 중얼거렸다. 베르단디의 평소와는 다른 굳은 모습과 약간의 화가 담긴 얼굴에 모두들 멈칫하고 말았다. 모두의 이런 상황에도 신경 쓰지 않고 밥 축내기에 바쁜 러시안들도 멈칫하고 말았다. 그들의 눈에는 ‘베르단디의 이런 모습 처음이야!’라고 훤히 쓰여 있었다. 자신의 연인을 농락(?)한 울드와 페이오스를 무섭게(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눈이 굳은)쳐다보는 베르단디의 모습에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던 울드와 페이오스는 슬슬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미소가 고운 사람은....’


‘무섭다. T-80U탱크처럼.’

각자 결론을 내리며 베르단디의 무서움을 몸으로 체험한 러시안들이 다시 쩝쩝거리며 밥먹기를 재개하자 모두들 식사하기로 눈을 돌렸다. 다시 베르단디의 아아~체험기에 케이는 고마워하면서도 주위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아아~닭살 돋아! -스쿨드왈)에 찔끔하며 음식을 해치워갔다.

“아아!”

그러던 중 스쿨드가 뭔가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위를 급하게 둘러보았다. 분명하다! 그 신경 박박 긁어댔던 여자가 없다.

“왜?”

케이가 묻자 스쿨드가 말했다. 놀랍다는 얼굴로.

“아니 그 여....흠흠. 안나는 어디 있어?”

여자라고 무시하듯 부르려다 언니의 ‘그러면 안 돼’라는 주의를 들었던 사실을 떠올린 스쿨드가 케이에게 물었다. 케이도 뒤늦게 깨닫고 밥상에 앉아 있는 러시안들을 살폈다. 한명은 여기가 아니라 외국에 있으니 해당사항에 포함 안 되고...정말 신경질 부리기가 취미인 여자 러시안이 없었던 것이다.

드르륵.

여신들 중 목욕탕사건(?)이후로 그녀와 친해진 베르단디 다음으로 안나와 가장 친한 페이오스가 걱정이 되었는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부엌으로 날아가 버렸다. 베르단디의 설명대로라면 분명 그녀는 부엌에서 나머지 음식들을 챙기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뚝뚝 떨어지는 소리 빼곤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줴, 이반. 그대들의 사령관은 어디로 사라진 거죠?”

밥상으로 돌아와 부하들에게 묻는 페이오스. 그러자 이반과 인줴의 표정이 약간 침울해졌다. 이반이 헛기침을 여러 번 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오늘은 까삐딴이 저녁식사 이후로 안 돌아와도 그냥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게 무슨.”

이반의 얼버무리는 듯 한 소리에 페이오스와 울드가 어리둥절하여 도리어 반문했다. 스쿨드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게 변명이냐며 이반을 닦달했지만 이반은 그게 끝이라며 어눌한 일본어로 중얼거리더니 러시아어로 뭐라 하였다. 인줴는 끄덕이며 밥 먹기에 열중했고 다른 3여신들은 계속 그들에게 물었지만 안나의 행방은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그들의 얼굴에 3여신인 수상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그들을 감시하였다.

“저기.”


“응? 베르단디?”


“왜 그래요?”


“언니 괜찮아?”


“괜찮아 베르단디!”

베르단디가 뭔가 떠올랐는지 약한 신음성을 뱉어내고는 모두를 불러 세우려다 말꼬리를 흐렸다. 베르단디의 저곳을 가리키는 단어(저기)를 들은 모두가 베르단디를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라 그녀의 안부를 살폈다. 베르단디는 평소보다 더 하얗게 얼굴이 질려 있었다. 마치 죽은 미녀의 시체를 보듯 창백해진 그녀의 표정에 세여신들이 안부를 물으며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케이가 그녀를 부르자 베르단디는 괜찮아요란 말만 뱉어냈다.

“.......”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야?”


“........”

울드가 진지하게 추궁하는, 혹은 동생을 걱정하는 남매로써 묻자 베르단디는 죄인이 끌려가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머뭇거렸다.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평소와 다르게 상당히 긴장했다는 사실을 울드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어디 아픈 거야?”

이제는 안나의 행방보다는 베르단디의 건강에 더욱 걱정에 휩싸인 케이가 그녀에게 물었다. 베르단디는 괜찮다며 조금 놀랐다고 말했고 케이는 안나녀석. 어디를 가서 사람 걱정시키는 거야라며 처음으로 그녀에게 화를 냈다. 베르단디가 괜찮다며 그녀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며 얼버무렸다. 자신의 따뜻한 손을 꽉 잡은 베르단디의 손이 얼음장처럼 유난히 차갑다는 것을 케이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질린 표정을 지은 이유가 안나때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케이가 말했다.

“뭣 때문에 그렇게 놀랐는지는 모르겠어...”


“....죄송해요. 저 때문에.”

베르단디가 모기 기어가는 듯 한 소리로 간신히 답하자 케이가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다.

“무슨 일인지....왜 안나가 사라졌는지 말 안 해도 좋아. 그렇지만.”


“???”


케이가 뒷머리를 조금 긁적이더니 이반과 인줴를 응시하였다. 밥 먹는 척하며 여신들의 대화를 도청(?)하던 두 마족은 케이의 가늘게 뜬 시선에 움찔하여 고개를 슬쩍 돌려버리고는 밥 먹는데 열중하는 척 했다. 두 사람의 한심한 모습에 스쿨드가 친히 작은 두 주먹을 들어 올려 꿀밤을 한 대씩 먹였다. 어린여자아이의 체구와 힘을 고려하면 별로 아프지는 않을 주먹이었다.

“베르단디와 안나가 뭣 때문에 고민하고, 또 사라졌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


“우린 한 가족이야. 누군가 곤란에 처했다면 함께 슬퍼하고, 도와줄 수 있는…….”


“베르단디.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을래?”


“.........”

케이씨. 베르단디가 여전히 모기 기어가는 소리로 케이를 불렀다. 케이는 추궁하는 어조가 아닌 부드러움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안나는...어디로 간거야?”


“..........”

베르단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케이네 뒷 산]

“.........”

빌어먹을. 안나 특유의 신경질적인 욕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VODKA라고 영문식 러시아어가 쓰인 기다란 술병이 들려 있었다. 약기운과 특유의 근성으로 버티던 다리는 힘이 풀렸는지 덜덜 떨리며 간신히 휠체어에 기대고 있었다. 등산객들도 이 길은 험하다며 혀를 끌끌 차는 이 등산로를 어떻게 안나가 휠체어에 탄 채 올라온 것인가? 법술을 썼기 때문이라는 가장 논리적인 답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휠체어에 몸을 맡길 수준으로 약해진 지금 법술을 쓰는 것은 가장 불확실한 답이 되어버린다.

“되게 힘들군. 부엌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어...”

척.

안나는 큼지막한 바위 위에 두 개의 유리병과 울드에게서 슬쩍 해온 또 하나의 보드카 술병을 내려놓았다. 유리병 안에는 각각 양배추 절임 까푸스타와 당근을 절여 만든 까푸스타. 이 두 가지 발효식품들이 먹음직스럽게 전시되어 있었다.

차락.

안나가 러시아 제복 속에서 뭔가 종이조각같은 것을 꺼냈다. 물론 그것은 종잇조각이 아니라 사진이었다. 그 사진 한 장을 바위 위에 힘겹게 올린 안나가 거친 숨소리를 내뿜었다.

“하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던가?”

사진에게 한탄이라도 내뱉듯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사진 속에는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동양인 남자가 서 있었다. 흑백사진이라 그의 머리색이 어떻고, 옷색이 또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강직한 성품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의 온화한 미소가 안나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그 남자 옆에는 조금 키가 작은, 하지만 아름답다는 칭찬을 듣게 해 줄 여자가 서 있었다. 안나 에류드나스였다. 그녀 뒤쪽으로 실실 쪼개고 있는 이반과 망토 같은 것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 눈동자만 보이는 인줴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 망할 자식도....”

안나가 사진 속의 또 다른 남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동양인 바로 옆에 붙어 무뚝뚝하지만 시선만은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남자가 귀여운 소년과 소녀를 두 팔에 들고 있었다. 그의 왼쪽 옆에는 포니테일 형으로 머리를 묶은 귀여운 소녀(17세 정도로 추정되는)가 서 있었다. 이 성숙한 소녀의 얼굴은 베르단디를 닮아 있었다.

“어이 까쓰빠진 리(이씨). 네가 살아서 우리들을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아?”

안나는 사진 속의 동양인 남자에게 심드렁하게 질문을 했다. 그치만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항로는?


-여전합니다. 안심하십시오.


-누님과 어머님의 상태에 주의하도록. 그분들은 몸이 약하니까.


-다! 보스.(네! 두목.)


-......이거 까푸스타 아닌가?


-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까푸스타만큼 좋은 음식이 없죠. 흑빵(보리&호밀같은 것으로 만든 흑색 식빵. 요즘 나오는 식빵보다 맛이 더 좋아서 이것을 맛본 이들은 다시는 시중에 나온 식빵을 찾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빵)에 곁들어 먹을 수 있고, 또 고기와 생선에도....


-흥. 네놈이 좋아서 먹는 것이 아니고? 넌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까푸스타 김장을 체험하게 만들었잖아.


-.........니옛(아뇨) 전 단지 이게 맛있다고 했을 뿐입니다. 뭐~느끼하게 먹는 것보다는 폴란드 사람들처럼, 일반 러시안들처럼 조금 밍밍해도 발효식품과 같이 먹는게 좋지 않습니까?


-네가 말한 까례이스키(한국인)들의 킴치와 밥처럼? 야뽄스키(일본인)들의 단무지와 밥처럼?


끄덕끄덕.


-뭐 좋아~어차피 나를 보좌해주는 것은 네녀석이니까. 뭘 먹이든 상관없어.


-.........


-블라디보스톡으로의 진행상황은?


-순조롭습니다. 우리의 첨단 기술덕택이죠.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것입니다.


-잘했어. ‘블라디보스톡’같은 부동항(얼지 않는 항구)은 반드시 우리 RLO가 뺏어야 한다. 시베리아같은 추운 땅에서 자원이 잘 나와도 생산해낸 무기가 제대로 돌아다닐 수 없다면 그건 흑곰이 추위를 탄다는 말밖에는 안되니까...


-걱정 마십시오. 키로프와 우달로이는 순조롭습니다.


-키로프는 살려. 이미 시대에 도태된 우달로이 25척은……. 내 알바 아냐! 우린 악명 높은 괴물을 원하지 어중간한 괴물을 바라진 않아.


-다!


-그나저나....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순조롭습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나가있는 민병대 소속 정보원들과 미군 내 정보원들의 소식통에 의하면 정체불명의 괴한이 미군이 찾아낸 옛 소련의 병기시설에 침입했다고...


-멍청이들! 과거에나 그랬지. 지금은 그라스나야가 소유한 것을 모르나?


-......어쨌든 미군은 민병대와 기타 불리한 상황 때문에 철수하였고, 현재 그 괴한이라는 자만 지하방공호에 남아 있는 듯. 그리고 저희 소식통에 의하면 대부분의 ‘쾨니히스 골렘’들은 미국으로 비밀리에 이송된 듯하다. 도저히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5기만 남아 있다고...


-흥. 첨단 무기를 만들겠다면 뭐든지 다 한다? 대단한 뚝심이야. 다른 멍청한 국가들이 그 제국주의자 놈들을 따를 만 해. 그래 그 방공호로 들어가기 위해 사람은 또 얼마나 죽였을라나?


-어쨌든...쾨니히스 골렘들은 5기. 그리고 괴한 한명.


-킥. 뭐 그것들의 제어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으니 상관없어. 다만...


-다만?


-그동안 우리 RLO가 써먹으려 했던 나치의 잔재들을 빼돌리려 한 그라스나야의 죄.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겠지? 물론 우리를 귀찮게 굴었던 천계놈들도....


-다!


-바이러스 준비. 타입은 행동성으로. 타겟은....안 봐도 척이지?


-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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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고로 울드가 입은 보라색 팬0는 보라색 란제리(!!!)였다는 전설이..[우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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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팬티는 흰색이 가장 무난하면서도 분위기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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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짱♡님의 댓글

베르짱♡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란제리..... 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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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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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ㅅ-;;; 하긴 울드와 함께 지낸다면 실컷(?) 볼 지도 .....;;;; 그런데 마지막에 RLO들 대화 부분이 온통 대사들로만 채워져 있네요. 적절한 설명도 필요할 듯. 건필하세요.^^

p.s : 우달로이 급 25척....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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