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사(魔彈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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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되어서 돌아왔구나~ 레이!"
방긋이 웃고 있는 돌팔이 의사가 오늘따라 왜이리도 반가워 보이던지..
"응~ 아직 손은 멀쩡하니까! 기념으로 시원하게 구멍어때?"
"여전히 포악하군."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랑 고쳐달라고."
"내가 신관이냐. 상처따윌 마구 이어 붙이게?"
라면서 붕대를 다시 묶어주었다. 뭐,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난 나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상처는 약 5일만에 거의 완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 돌팔이 의사의 약품 덕택도 있겠지만...
"돌팔이 의사~ 류미레는?"
"'이미 도망갔다.' 랄까? 레이가 와서 찾으면 수고했다라고 전해달라더군."
"제길.. 찾아서 반쯤 죽이는건데.."
"아레스가 말 안했던가? 역시 레이는 둔감의 극단적인 일례를 보여준다는.."
「철컥!」
뭔가 방아쇠를 당겨서 녀석의 이마 부근에 대어버리고 말았다. 으흠, 객관적으로 말하라면 인내심의 한계?
"그냥 당길까?"
"못된 아이로군. 내일쯤에 퇴실하라구. 안그래도 치료해야 할 인간들이 산더미다."
"칫! 돌팔이 주제에 인기는 좋군."
"원래 돌팔이가 조금 인기가 좋은거야. 큭큭! '뻥'이 조금 섞여야 제맛이거든? 이 바닥은 말이야."
돌팔이 의사는 차트를 차르륵 소리가 나도록 넘겨 닫더니,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병실문을 닫았다.
돌팔이 의사가 가버리자, 결국 병실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으흠, 그다지 인간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수준이었을 줄이야. 할일이 없어져서 결국 총이나 분해해서 기름칠좀 할까 했다. 그러나 폭풍전의 고요라는 어딘가의 속담은 이럴때를 두고서 만든거라고 생각할 일이 잠시후 생겨버렸다. 쿵쾅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곧이어 부서질 듯한 모습으로 걷어차이는 병실의 문, 마지막으로 씨익 웃는 저 살벌한 미소.
"레이잇! 환자따위가 되다니! 축하해!"
"축하?"
"꺄하하~ 그럼그럼! 레이! 드디어 인간으로 되돌아오다!"
라면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이 꼬맹이는 잔느. gAD에서도 몇 되지 않는 마력총 유저랄까. 분홍색의 맑은 눈망울과 갈색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이 유아틱한 분위기의 여성은 일단 총만 잡으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서 사람을 저격할 정도로 사악한 인간이다. 사족을 덧 붙여 주자니, 살인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다라나..?
"인간으로 되돌아오다라니.. 원래부터 인간이라구."
"으잉? 그건 무슨소리야! 레이는 인간이 아니라고 gAD 사이에서는 유명하단말야."
"므어? 그러면 내가 지저분한 몬스터나, 사악해빠진 마족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응!"
이것들.. 혹시 작당하고 날 놀려먹는거 아닐까..
그렇지만 이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 왠지 사실같아서 스스로의 정체감을 바로 잡기 힘들어 진다는 말이다! 라면서 고개를 붙잡고 흐느적 거리는데,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꼬맹이의 입에서 마지막 언어총탄이 쏘아져 나왔다.
"몬스터나 마족보다는.. 조금 더 쌔니까.. 마왕이랄까?"
"..말이라고 다하냐! 크와앗!"
"어라? 붕대 풀렸어 레이.. 피도 난다?"
"컥!"
그렇게 간신히 봉했던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돌팔이에게 2시간동안 붙잡혀 있어야했다. 자안느으.. 살벌한 여인이여..
***
돌팔이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문을 나섰다. 대신 잔느녀석이 돌팔이에 잡혀서 환자를 그렇게 대하면 못쓴다는 둥의 꾸지람을 듣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난 나쁜인간은 아니란거다. 어디까지나, 잔느 저 녀석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까.
병원문을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과일과 빵이 담긴 바구니를 든채로 걸어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병문안 하려는 일반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녀석이 gAD의 핵심 화력중 하나인 바람의 마법사 '이드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녀석이 미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훤칠한 키, 그리고 끝이 살짝 쳐져서 온순해 보이는 눈, 오똑한 코, 갸름하지만 남성스러움을 간직한 턱선, 마지막으로 입술사이로 비취는 새하얀 치아의 환상적인 미소로 마무리 되는 저 완벽한 미남은 이 근방에서는 유명하다.
이드로 역시 나를 발견한 듯이 발걸음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이제 일어나도 괜찮은 거야?"
"돌팔이 녀석은 죽어라고 병원에 시체처럼 보관하고 싶은 모양이야."
"그거 꽤나 좋은 이야기잖아. 레이같은 괴물이 병원에만 있는다.."
「철컥!」
"돌팔이랑 같은 곳에 묻어주지."
"사.. 사양할께. 그보다 자, 병문안 선물. 다음부터는 몸을 좀 아끼라고. 그보다 어디가서 좀 앉자."
라고해서 담쟁이 넝쿨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카스피카 대륙은 아직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어서 그늘에 앉자 시원한 느낌이 기분좋을 정도였다. 난 녀석이 준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어 입에 한움큼 배어 물고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머리는 정돈하고 다니는 거냐?"
"그 얘기는 꺼내지마. 지난번에 정리했더니, 5분후에 류미레의 호출을 받아서 전쟁터까지 강제 텔레포트 당했던 기억이 생생해."
"아하! 그 이야기구나. 난 또 뭐라고~"
밝게 웃는 녀석의 얼굴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내쪽에서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히..
"그때 그 전쟁터에서 지원사격요원으로 나를 직.접.지.명. 시켰던 장본인이 어디사는 누구셨더라?"
"그걸로 삐지고 그래. 사실 그때는 나도 정말로 죽을것 같았단 말야."
"아, 그러셔. 그럼 나는 안죽을 것 같았디?"
"그거야. 레이는 우리 gAD 안에서 인간이 아니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철컥! 타탕!」
반사신경급의 속도로 녀석의 머리를 향해서 총탄을 발사했지만, 마법사답게 총탄은 허공에서 빙글빙글 헛돌고 있었다.
"으아.. 그거 뭐냐?"
"죽여버리겠다. 네놈!"
***
"그렇군요. 후우.."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는 소녀는 곧 몸을 돌려 급히 외출준비라도 하듯이 겉옷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고급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문을 열고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소녀의 뒤를 따라서 같이 발걸음을 옮기는 녹색 머리의 청년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도 레이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뭐죠? 류미레씨."
"아레스군. 그러는 당신도 그 관계에 대해서 집착하는 이유는 뭐죠? 게다가 전 지금 급한 용무가 있다구요."
고개한번 돌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소녀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나 청년은 그런 냉대는 전혀 신경에도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녀석의 과거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쓰잘때기 없는 일은 나중에 비서를 통해서 직접 시간을 잡고 하도록 하죠."
"호오~ 역시 레이 이외의 남자에게는 무관심이라니. 슬프군요."
"맞아볼레요?"
소녀는 몸을 빙글돌리면서 꽉 움켜쥔 두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청년 역시 급하게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아뇨."
"그러면 얼른 일이나 하러 가시라구요. 소드 유저께서 이렇게 농땡이 치고 있으면 얼마나 큰 손실인줄 알아요? 빨리가욧!"
"아.. 넷!"
소녀는 보란듯이 옷이 휘날릴정도로 몸을 휙 돌리고서는 걸어가려했다. 그때에 청년이 이제까지 명랑했던 목소리가 아닌 조금은 침울한 듯한 감정이 묻어있는 말투로 말했다.
"당신도.. 그의 과거를 묻어버릴 생각인겁니까?"
"..과거가 복잡한 남자는 딱 질색인거, 당신도 잘 알텐데요.."
라면서 소녀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하지만 그사람은 신경 쓰이는 걸요."
***
"으와아앙! 쿄스케가 마구 때렸어! 머리에 혹이 3개씩이나! 우와앙!"
"흥! 그러길레 누가 환자에게 못되게 굴라고 하디?"
"레이도 나빠! 혼자만 버려두고 갔어! 으와앙!"
"야야야.. 너희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고 싸우냐?"
이드로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적에 레이와 잔느 두사람은 찬바람이 일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남이사."/"남이사."
"아예. 무섭기도 하셔라. 그런데 레이. 짐은 왜싸는 거냐?"
"그만 퇴실해야지. 더 이상 밍기적 거려봤자, 감만 둔해져서 못써."
라면서 푸른 륙색에 총기와 옷가지를 집어넣고 있는 레이였다. 잔느는 옆에서 총기류 담는것을 돕고 있었고, 레이는 옷을 개느라, 아니 옷은 쑤셔넣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그때에 병실의 문이 다시 거세게 걷어차이면서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 아니 악마가 들어왔다.
"이노옴들! 감히 환자탈출을 돕다니!!"
"오~ 돌팔이 그 버전 오랫만이다."
레이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들며 맞이했다. 그러자 이드로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난 빼줘, 쿄스케."
"우왕! 또 쿄스케가 때리러 왔다!"
"두 떨거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거기 환자양반. 적어도 내일까지는 기다렸다가 나가야지."
"흥! 돌팔이 말은 반만 믿으면 된다고 했던게 누구시더라."
"큭, 그거야 네녀석이 워낙에 말썽이니까 했던 말이지. 지금 이상황에서 어딜나가! 이 바보 멍청이 해삼아!"
차트를 거칠게 휘두르며 말하는 쿄스케를 향해서 레이도 륙색을 거칠게 휘두르며 말했다.
"시끄러웟! 난 이런데가 딱질색이라고! 이 돌팔이야!"
"이래뵈도 난 정식 닥터야! 돌팔이 따위가 아니라고!"
"한입가지고 두말이냐! 이 돌팔이야!"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더니 곧 쿄스케가 병실문을 거칠게 잡아당겨서 닫아버리고 나가버렸다. 이드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더 쉴수 있잖아."
"흥. 난 싫어."
"고집불통."
"그러면 우리 이쪽으로 나가자!"
라면서 잔느가 가리킨 곳은 창문이었다. 그러자 이드로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설마? 여긴 5층이라고?"
라며 안일한 말을 하는동안 레이와 잔느는 힘차게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둘은 능숙하게 지면을 박차며 땅에 내려앉았다.
"이봐아.. 인간 이상의 행동은 자제하라고."
병실안에서 이드로가 허탈하게 말하고 있었다.
***
멀어져가는 두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병원 옥상에서는 두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버렸어요."
"그래. 어차피 더 이상 붙잡아봤자. 결국은 떠나버릴텐데, 쓸때없이 화만 내버렸군."
"어떤가요? 그는.."
하얀 가운속에서 답배갑을 꺼내들고서는 담뱃불을 지피며 의사는 말했다. 침울하게..
"50% 정도 진행됐어. 아마도 마성에 눈뜰날이 멀지 않았다고 봐야겠지."
"절반이라. 강하군요. 레이는.."
"아앙~ 그거야 류미레가 점찍은 녀석인데 두말할 필요가 있겠어? 확실히 그녀석은 인간다움을 가장 잘 유지한 샘플이라고 보는게 좋겠지."
"샘플이라니요. 그는 인간이에요."
바람에 나부끼는 검은 머릿결을 쓸어내리며 마법사는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차트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미안. 아무래도 직업병이다보니.."
"네. 이해하죠."
두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옥상위의 두사람도 그 사라져버린 그림자를 쫓듯이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방긋이 웃고 있는 돌팔이 의사가 오늘따라 왜이리도 반가워 보이던지..
"응~ 아직 손은 멀쩡하니까! 기념으로 시원하게 구멍어때?"
"여전히 포악하군."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랑 고쳐달라고."
"내가 신관이냐. 상처따윌 마구 이어 붙이게?"
라면서 붕대를 다시 묶어주었다. 뭐,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난 나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상처는 약 5일만에 거의 완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 돌팔이 의사의 약품 덕택도 있겠지만...
"돌팔이 의사~ 류미레는?"
"'이미 도망갔다.' 랄까? 레이가 와서 찾으면 수고했다라고 전해달라더군."
"제길.. 찾아서 반쯤 죽이는건데.."
"아레스가 말 안했던가? 역시 레이는 둔감의 극단적인 일례를 보여준다는.."
「철컥!」
뭔가 방아쇠를 당겨서 녀석의 이마 부근에 대어버리고 말았다. 으흠, 객관적으로 말하라면 인내심의 한계?
"그냥 당길까?"
"못된 아이로군. 내일쯤에 퇴실하라구. 안그래도 치료해야 할 인간들이 산더미다."
"칫! 돌팔이 주제에 인기는 좋군."
"원래 돌팔이가 조금 인기가 좋은거야. 큭큭! '뻥'이 조금 섞여야 제맛이거든? 이 바닥은 말이야."
돌팔이 의사는 차트를 차르륵 소리가 나도록 넘겨 닫더니, 사악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병실문을 닫았다.
돌팔이 의사가 가버리자, 결국 병실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으흠, 그다지 인간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 수준이었을 줄이야. 할일이 없어져서 결국 총이나 분해해서 기름칠좀 할까 했다. 그러나 폭풍전의 고요라는 어딘가의 속담은 이럴때를 두고서 만든거라고 생각할 일이 잠시후 생겨버렸다. 쿵쾅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곧이어 부서질 듯한 모습으로 걷어차이는 병실의 문, 마지막으로 씨익 웃는 저 살벌한 미소.
"레이잇! 환자따위가 되다니! 축하해!"
"축하?"
"꺄하하~ 그럼그럼! 레이! 드디어 인간으로 되돌아오다!"
라면서 에너지가 폭발하는 이 꼬맹이는 잔느. gAD에서도 몇 되지 않는 마력총 유저랄까. 분홍색의 맑은 눈망울과 갈색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이 유아틱한 분위기의 여성은 일단 총만 잡으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서 사람을 저격할 정도로 사악한 인간이다. 사족을 덧 붙여 주자니, 살인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다라나..?
"인간으로 되돌아오다라니.. 원래부터 인간이라구."
"으잉? 그건 무슨소리야! 레이는 인간이 아니라고 gAD 사이에서는 유명하단말야."
"므어? 그러면 내가 지저분한 몬스터나, 사악해빠진 마족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응!"
이것들.. 혹시 작당하고 날 놀려먹는거 아닐까..
그렇지만 이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 왠지 사실같아서 스스로의 정체감을 바로 잡기 힘들어 진다는 말이다! 라면서 고개를 붙잡고 흐느적 거리는데,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꼬맹이의 입에서 마지막 언어총탄이 쏘아져 나왔다.
"몬스터나 마족보다는.. 조금 더 쌔니까.. 마왕이랄까?"
"..말이라고 다하냐! 크와앗!"
"어라? 붕대 풀렸어 레이.. 피도 난다?"
"컥!"
그렇게 간신히 봉했던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돌팔이에게 2시간동안 붙잡혀 있어야했다. 자안느으.. 살벌한 여인이여..
***
돌팔이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문을 나섰다. 대신 잔느녀석이 돌팔이에 잡혀서 환자를 그렇게 대하면 못쓴다는 둥의 꾸지람을 듣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난 나쁜인간은 아니란거다. 어디까지나, 잔느 저 녀석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까.
병원문을 나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과일과 빵이 담긴 바구니를 든채로 걸어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병문안 하려는 일반인으로 보였다. 하지만 녀석이 gAD의 핵심 화력중 하나인 바람의 마법사 '이드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녀석이 미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훤칠한 키, 그리고 끝이 살짝 쳐져서 온순해 보이는 눈, 오똑한 코, 갸름하지만 남성스러움을 간직한 턱선, 마지막으로 입술사이로 비취는 새하얀 치아의 환상적인 미소로 마무리 되는 저 완벽한 미남은 이 근방에서는 유명하다.
이드로 역시 나를 발견한 듯이 발걸음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이제 일어나도 괜찮은 거야?"
"돌팔이 녀석은 죽어라고 병원에 시체처럼 보관하고 싶은 모양이야."
"그거 꽤나 좋은 이야기잖아. 레이같은 괴물이 병원에만 있는다.."
「철컥!」
"돌팔이랑 같은 곳에 묻어주지."
"사.. 사양할께. 그보다 자, 병문안 선물. 다음부터는 몸을 좀 아끼라고. 그보다 어디가서 좀 앉자."
라고해서 담쟁이 넝쿨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카스피카 대륙은 아직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어서 그늘에 앉자 시원한 느낌이 기분좋을 정도였다. 난 녀석이 준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어 입에 한움큼 배어 물고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머리는 정돈하고 다니는 거냐?"
"그 얘기는 꺼내지마. 지난번에 정리했더니, 5분후에 류미레의 호출을 받아서 전쟁터까지 강제 텔레포트 당했던 기억이 생생해."
"아하! 그 이야기구나. 난 또 뭐라고~"
밝게 웃는 녀석의 얼굴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내쪽에서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히..
"그때 그 전쟁터에서 지원사격요원으로 나를 직.접.지.명. 시켰던 장본인이 어디사는 누구셨더라?"
"그걸로 삐지고 그래. 사실 그때는 나도 정말로 죽을것 같았단 말야."
"아, 그러셔. 그럼 나는 안죽을 것 같았디?"
"그거야. 레이는 우리 gAD 안에서 인간이 아니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철컥! 타탕!」
반사신경급의 속도로 녀석의 머리를 향해서 총탄을 발사했지만, 마법사답게 총탄은 허공에서 빙글빙글 헛돌고 있었다.
"으아.. 그거 뭐냐?"
"죽여버리겠다. 네놈!"
***
"그렇군요. 후우.."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보는 소녀는 곧 몸을 돌려 급히 외출준비라도 하듯이 겉옷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고급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문을 열고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소녀의 뒤를 따라서 같이 발걸음을 옮기는 녹색 머리의 청년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도 레이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뭐죠? 류미레씨."
"아레스군. 그러는 당신도 그 관계에 대해서 집착하는 이유는 뭐죠? 게다가 전 지금 급한 용무가 있다구요."
고개한번 돌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며 소녀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나 청년은 그런 냉대는 전혀 신경에도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녀석의 과거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쓰잘때기 없는 일은 나중에 비서를 통해서 직접 시간을 잡고 하도록 하죠."
"호오~ 역시 레이 이외의 남자에게는 무관심이라니. 슬프군요."
"맞아볼레요?"
소녀는 몸을 빙글돌리면서 꽉 움켜쥔 두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청년 역시 급하게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아뇨."
"그러면 얼른 일이나 하러 가시라구요. 소드 유저께서 이렇게 농땡이 치고 있으면 얼마나 큰 손실인줄 알아요? 빨리가욧!"
"아.. 넷!"
소녀는 보란듯이 옷이 휘날릴정도로 몸을 휙 돌리고서는 걸어가려했다. 그때에 청년이 이제까지 명랑했던 목소리가 아닌 조금은 침울한 듯한 감정이 묻어있는 말투로 말했다.
"당신도.. 그의 과거를 묻어버릴 생각인겁니까?"
"..과거가 복잡한 남자는 딱 질색인거, 당신도 잘 알텐데요.."
라면서 소녀는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하지만 그사람은 신경 쓰이는 걸요."
***
"으와아앙! 쿄스케가 마구 때렸어! 머리에 혹이 3개씩이나! 우와앙!"
"흥! 그러길레 누가 환자에게 못되게 굴라고 하디?"
"레이도 나빠! 혼자만 버려두고 갔어! 으와앙!"
"야야야.. 너희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고 싸우냐?"
이드로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적에 레이와 잔느 두사람은 찬바람이 일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남이사."/"남이사."
"아예. 무섭기도 하셔라. 그런데 레이. 짐은 왜싸는 거냐?"
"그만 퇴실해야지. 더 이상 밍기적 거려봤자, 감만 둔해져서 못써."
라면서 푸른 륙색에 총기와 옷가지를 집어넣고 있는 레이였다. 잔느는 옆에서 총기류 담는것을 돕고 있었고, 레이는 옷을 개느라, 아니 옷은 쑤셔넣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그때에 병실의 문이 다시 거세게 걷어차이면서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 아니 악마가 들어왔다.
"이노옴들! 감히 환자탈출을 돕다니!!"
"오~ 돌팔이 그 버전 오랫만이다."
레이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들며 맞이했다. 그러자 이드로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난 빼줘, 쿄스케."
"우왕! 또 쿄스케가 때리러 왔다!"
"두 떨거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거기 환자양반. 적어도 내일까지는 기다렸다가 나가야지."
"흥! 돌팔이 말은 반만 믿으면 된다고 했던게 누구시더라."
"큭, 그거야 네녀석이 워낙에 말썽이니까 했던 말이지. 지금 이상황에서 어딜나가! 이 바보 멍청이 해삼아!"
차트를 거칠게 휘두르며 말하는 쿄스케를 향해서 레이도 륙색을 거칠게 휘두르며 말했다.
"시끄러웟! 난 이런데가 딱질색이라고! 이 돌팔이야!"
"이래뵈도 난 정식 닥터야! 돌팔이 따위가 아니라고!"
"한입가지고 두말이냐! 이 돌팔이야!"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더니 곧 쿄스케가 병실문을 거칠게 잡아당겨서 닫아버리고 나가버렸다. 이드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더 쉴수 있잖아."
"흥. 난 싫어."
"고집불통."
"그러면 우리 이쪽으로 나가자!"
라면서 잔느가 가리킨 곳은 창문이었다. 그러자 이드로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설마? 여긴 5층이라고?"
라며 안일한 말을 하는동안 레이와 잔느는 힘차게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둘은 능숙하게 지면을 박차며 땅에 내려앉았다.
"이봐아.. 인간 이상의 행동은 자제하라고."
병실안에서 이드로가 허탈하게 말하고 있었다.
***
멀어져가는 두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병원 옥상에서는 두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버렸어요."
"그래. 어차피 더 이상 붙잡아봤자. 결국은 떠나버릴텐데, 쓸때없이 화만 내버렸군."
"어떤가요? 그는.."
하얀 가운속에서 답배갑을 꺼내들고서는 담뱃불을 지피며 의사는 말했다. 침울하게..
"50% 정도 진행됐어. 아마도 마성에 눈뜰날이 멀지 않았다고 봐야겠지."
"절반이라. 강하군요. 레이는.."
"아앙~ 그거야 류미레가 점찍은 녀석인데 두말할 필요가 있겠어? 확실히 그녀석은 인간다움을 가장 잘 유지한 샘플이라고 보는게 좋겠지."
"샘플이라니요. 그는 인간이에요."
바람에 나부끼는 검은 머릿결을 쓸어내리며 마법사는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차트를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미안. 아무래도 직업병이다보니.."
"네. 이해하죠."
두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옥상위의 두사람도 그 사라져버린 그림자를 쫓듯이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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