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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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15화 -맹격! 뇌신(雷神) 푸르크슈탈-
"흐읍!!"
-화아악!!
푸르크슈탈이 자세를 취하고 전신에 힘을 끌어 모았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서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조아 크리스털이 밖으로 활성화되면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몸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모습에서 점점 벗어난 형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푸르크슈탈이 전투 형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쿠르릉!!
푸르크슈탈이 변신을 하기 시작하면서 달이 환히 보일 정도로 맑던 밤하늘에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저 멀리서는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날씨 변화였다. 역시 푸르크슈탈의 변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윽고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 변신이 완료되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조아 크리스털이 모습을 드러내고 신장도 기간틱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커졌다. 삼각형을 연상시키는 얼굴 형태등과 더불어 규오나 무라카미의 전투 형태와는 달리 각이 많이 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형태였다. 케이는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체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된 이상 너를 더 이상은 내버려 둘 수가 없다."
푸르크슈탈은 각오를 다졌다. 발카스는 신과 푸르크슈탈, 그리고 다른 신장 멤버 전원에게 절대로 기간틱과의 단독 교전은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단독 교전, 특히나 육탄전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이미 이마카람이 요코하마에서 당한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싸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버 기간틱이 일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한 이상 일본지부 총독으로서 더 이상 눈뜨고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푸르크슈탈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크로노스 12신장의 명예를 걸고! 가이버 기간틱, 너를 쓰러트리겠다!!"
-우르릉!!
푸르크슈탈이 오른 손을 높이 치켜들자 갑자기 먹구름이 더욱 더 짙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천둥 치는 소리가 더 심해졌다. 케이가 당황해 하는 그 순간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겨누며 손을 힘껏 내리쳤다.
"받아랏!!!"
-콰르르릉!!!
갑자기 케이의 머리 위 상공에서 한줄기 번개가 내려쳐졌다. 헤드 센서의 경고에 케이는 순간적으로 바리어를 전개하고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피했다. 케이의 바로 옆으로 강력한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빗나간 번개는 그대로 땅으로 직격, 바로 아래에 있던 승용차 한 대를 완전히 태워 버렸다. 저 번개를 정통으로 맞았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한 케이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낙뢰 공격, 이것이 바로 푸르크슈탈의 능력이었던 것이다!
"조준이 좀 빗나갔군. 허나!!"
-쿠르르릉!!
푸르크슈탈이 다시 오른 손에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 여기저기서 번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그런 행운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번에야 말로 각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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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를 내리친다고?!!"
"케이씨!!"
아지트에서는 TV앞에 모인 베르단디들이 허둥대고 있었다. TV 화면에는 스쿨드가 급조해서 현장으로 보낸 무인 항공기가 보내온 영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케이가 걱정된 이들은 현장 상황이라도 보고 싶어서 무인 항공기를 보낸 것이다. 솔직히 베르단디를 비롯한 모두는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서 케이를 돕고 싶었지만 그건 린드가 막았다. 조아로드가 상대라면 지금 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또 쏜다!!"
스쿨드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연속된 푸르크슈탈의 낙뢰 공격에 케이는 그저 이리저리 피해만 다닐 뿐이었다. TV를 보던 울드는 푸르크슈탈의 능력에 치를 떨었다.
"저 녀석!"
역시나 지상 최강의 생물체라는 조아로드였다. 낙뢰 한방 한방의 위력이 화면으로 보기에는 전격계 고급 법술인 굉뢰천열참과 맞먹었다. 물론 울드도 저 정도 낙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쉴 새 없이 쏘는 건 얘기가 전혀 다르다. 지금 푸르크슈탈은 영창 시간 같은 딜레이 타임도 없이 쉴 새 없이 저런 벼락을 쏘고 있었다. 아무리 울드라도 그런 공격을 연속으로 하는 건 어려웠다. 게다가 저렇게 빠른 속도의 연속 공격이라니.
"일전에 무라카미가 말했었지. 조아로드는 천계의 고위 신족들을 압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체라고. 저 모습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
지금 아지트에 남은 사람들 중 가장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린드 뿐이었다. 케이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린드는 지금 조아로드의 전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지런히 머리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녀는 스쿨드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하였다.
"스쿨드. 이 전투 확실히 녹화하고 있겠지?"
"녹화는 하고 있어! 하지만 린드는 케이가 걱정도 안 돼?!"
"걱정이라면 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 이럴 때 우리는 조아로드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모아야 한다."
스쿨드의 원망어린 목소리에도 린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대답하였다. 걱정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린드의 태도만 봐서는 조금도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린드의 뜻을 알고 있는 베르단디를 제외한 모두는 린드의 차가운 태도에 질렸다는 듯 한 표정들이었다. 베르단디는 고전하고 있는 케이를 보면서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니...!
'케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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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리가오카의 대피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도저히 무리였다. 갑작스러운 가짜 기간틱의 난동 때문에 미처 경보를 받지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되 버린 것이다. 통제국 요원들은 그저 사람들을 안전한 대피로로 유도 하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푸르크슈탈이 전투를 벌이는 곳은 사람들이 모두 대피가 끝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가이버 기간틱도 푸르크슈탈과의 전투로 인해 다른 데로 가질 못해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푸르크슈탈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마음먹은 대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콰르릉!!
"우악!"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서 텅 빈 아파트 옥상 위에 두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푸르크슈탈의 전투 현장 바로 근처에서 기간틱과 푸르크슈탈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지켜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장면을 열심히 사진기로 찍고 있었다.
"웅크릴 시간 있으면 사진 찍어."
아니 사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건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한 명은 번개가 내리 칠 때마다 고개를 쳐 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보지도 않고 사진 촬영에만 집중하였다. 낡은 털모자를 쓰고 턱에는 제대로 다듬지 않은 텁수룩한 턱수염을 가진 그의 외모에는 관록이 느껴졌다. 반면 고개를 처박고 떨고 있는 다른 한 명은 나이가 좀 어려 보이는 것이 척 봐도 애송이 티가 역력했다.
"서...선배님은 무섭지도 않으세요?!!"
"뭐 어때. 저런 거 한 방 제대로 맞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증발돼 버릴 거야. 고통은 느낄 새도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게 아니라요오오~~!!"
이들은 바로 기자들이었다. 털모자의 나이가 좀 든 남자는 사진 기자 '아소', 그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젊은 기자는 이제 막 입사해서 현장 일을 배우고 있던 '다이라'였다. 이 두 사람은 최초에 기간틱이 도쿄 중심가에서 테러를 일으켰을 때부터 '가이버 기간틱'이 조만간 다시 테러를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고 바로 이곳 아카리가오카 지구로 달려온 것이다. 인구 밀집지대라서 절호의 테러 지점이 될 것이라는 아소의 '현장기자의 감'만 믿고 몇 시간 전 부터 이곳 아파트 옥상에서 잠복 중이었던 것이 제대로 맞춘 것이다. 덕분에 뒤늦게 기간틱의 출현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다른 매스컴의 기자들이 전부 통제국 요원들에게 가로 막혀 전투 현장에는 접근조차 못한 것에 비해 이들은 단독으로 커다란 특종을 건질 찬스를 만난 것이다. 기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콰르르릉!!!
"히이익!!"
그러나 베테랑인 아소에 비해 다이라는 역시나 애송이였다. 게다가 사람이 담력도 약했다. 처음에 푸르크슈탈이 변신하는 장면을 찍을 때만해도 특종이라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더니만 지금은 사진은 찍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런 다이라를 무시하면서 아소는 그의 라이카 카메라에 다시 필름을 바꿔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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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잉! 탁!
전투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이들 두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각 아파트 옥상을 건너 뛰어 가면서 케이와 푸르크슈탈의 전투 현장에 접근 하였다. 근처까지 온 그 그림자는 일단 옥상의 물탱크 뒤쪽에 숨어서 전투 장면을 보고 있었다. 검은 색의 곤충형 몸, 바로 앱톰이었다.
'멍청한 놈!'
앱톰은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케이를 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저 바보, 함정이란 것을 모르고 기어 나온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사람들을 구하겠답시고 나온 걸까? 어느 쪽이던 간에 앱톰은 케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자라면 정말 돌대가리고 후자라면 그 정도 도발도 못 참는 한심한 놈이었다.
그래도 앱톰은 케이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케이가 예뻐서 그러는 건 아니다. 케이는 어디까지나 앱톰 본인이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제까지의 앱톰 인생의 목표, 아니 전부였다. 그런 걸 남이 꿀꺽 먹게 내버려 둘 앱톰이 절대로 아니었다. 일단 앱톰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그는 이 전투에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이 그의 목표인 케이를 잡는 것도 막고 잘만 하면 조아로드라는 최강의 생물을 흡수할 기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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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꽈릉!!
케이는 간발에 차로 또 한 번 낙뢰를 피했다. 그는 지금까지 바리어와 헤드 센서에 의지해서 치명적인 공격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번개가 내리치는 속도는 그야말로 찰나의 속도.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 당연히 피한 직후 반격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망만 다닐 수는 없다. 지금은 운 좋게 피한다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제대로 한 방 먹고 만다.
"좋아! 그럼 간다!!"
-쿠우웅!!
케이는 다시 한 번 등의 부스터를 풀가동시켰다. 그리고 푸르크슈탈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푸르크슈탈은 강력한 원거리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적을 상대로 떨어져서 싸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거리를 좁혀야 한다. 케이는 지금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거리를 좁힐 생각인가! 쥐새끼 같은 놈!'
푸르크슈탈은 케이의 의도를 간파하였다. 저 녀석은 지금 푸르크슈탈에게 육탄전을 걸어오는 것이다. 육탄전이 되면 푸르크슈탈이 너무 불리했다. 그는 즉시 하늘의 번개 에너지를 모았다. 그리고 케이의 진로 앞을 조준하고 번개를 내리쳤다.
-콰아앙!!
-콰릉!!
푸르크슈탈의 번개 공격이 케이를 노리고 내리쳐졌다. 그러나 모든 공격이 간발의 차로 케이의 바로 뒤 쪽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의 예상 지점을 노리고 번개를 쏠 때쯤에는 이미 기간틱은 그곳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기간틱의 속도를 푸르크슈탈의 낙뢰 공격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푸르크슈탈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낙뢰 공격을 하였다. 케이는 착실히 푸르크슈탈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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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저 녀석 머리 좋은 걸?"
멀리 다른 아파트 옥상에서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케이의 대담한 행동에 이들도 조금 놀랐다. 사실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는 철저하게 원거리전이다. 규오나 이마카람의 전투 형태는 원거리전과 육탄전에 균형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육탄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양자 간의 능력에 일종의 타협을 본 것이다. 그러나 푸르크슈탈은 그런 타협의 여지없이 철저하게 원거리 전에만 모든 능력이 맞춰져있다. 그래서 원거리 전에는 더 없이 강력한 면모를 보이지만 육탄전에는 너무나 약했다.
육탄전을 거는 케이의 행동은 그런 면에서 최선의 행동이었다. 기간틱의 능력으로 미루어 볼 때 육탄전으로 들어가게 되면 푸르크슈탈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다만 가이버 I 이 그걸 알고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오기를 부려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건 결과. 과연 푸르크슈탈은 기간틱의 저 돌격에 어떻게 대응할까?
세 신장은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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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케이는 오른 주먹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아까 가짜 기간틱을 박살냈을 때 썼던 그래비티 펀치를 다시 한 번 쓰려는 것이었다. 이제 거리는 거의 좁혀졌다. 푸르크슈탈은 분명히 바리어를 펼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대로 놈의 품에 파고들어 그래비티 펀치를 제대로 먹인다면.... 반드시 이긴다!
"간다!! 푸르크슈탈!!!!"
드디어 푸르크슈탈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케이는 주먹을 뒤로 당겼다. 그 순간 푸르크슈탈이 최후의 번개 공격을 하려는 듯이 오른 손을 높이 들었다.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낙뢰 공격을 할 틈이 없는데도 푸르크슈탈은 바리어로 방어하는 대신 공격을 택했다. 그 순간 케이가 푸르크슈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받아라앗!!!"
"와라! 기간틱!!"
바로 그 순간! 이제까지 내리쳐 진 낙뢰보다 몇 십 배는 강력한 번개가 바로 이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번개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집어 삼켰다.
-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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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통신이 끊겼어!!"
TV 화면의 영상이 끊기자 스쿨드는 당황해 하며 무인기를 조작해 보았지만 무인기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낙뢰가 치면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펄스로 인해 무인기의 전자 장비가 고장 나면서 그만 추락한 것이다. 화면이 끊기자 스쿨드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당황해 하였다. 이들은 서둘러 일반 TV 채널로 전환해서 현장의 뉴스라도 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어느 뉴스 채널이든지 전부 현장에서 중계가 되지 않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나오고 있던 것이다.
베르단디들은 미처 몰랐지만 낙뢰의 영향은 엄청났다. 보통의 번개를 훨씬 초월하는 위력의 번개 공격으로 인해 그 일대의 모든 전자 장비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마치 핵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발생하는 EMP (Electro-Magnetic Pulse : 전자기 펄스) 효과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의 중계 장비에도 영향이 가해져서 현장 생중계가 불가능했다. 심지어는 상공을 비행하던 방송국 헬기 두 대가 이 전자기 쇼크로 인해 조종능력을 상실해서 추락하기까지 했다.
"다른 무인기는 없어?"
"부품이 없어서 그거 한 대 뿐이었단 말이야! 이잉~~!!"
울드의 질문에 스쿨드는 울상을 지었다. 이제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직접 현장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갔다가는 전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케이의 약점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울드는 즉시 전화기를 붙잡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천계에서 이 전투를 관찰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현재 상황을 물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미리 말해두는데 아무리 걱정된다고 해도 직접 현장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마라. 직접 가든 분신채를 보내든 말이야."
린드는 만약을 대비해서 모두에게 강하게 다짐을 하였다. 그녀는 특히 베르단디에게만큼은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았다. 베르단디의 성격상 케이 걱정에 뛰쳐나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베르단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케이를 도우러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자면 지금의 자신으로는 조아로드를 상대로는 조금도 도움이 될 수가 없었다. 베르단디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노이즈 가득한 TV 화면을 응시하였다.
'케이씨.... 부디 무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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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푸르크슈탈이?!!"
-"예, 그렇습니다. 저희도 필사적으로 말렸습니다만....."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푸르크슈탈에게 현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려고 일본 지부와 교신한 신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을 저지하기 위해 혼자 현장으로 출동했다는 것이다. 측근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어떠한 지원도 없이 단독으로 간 것이다. 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가 금방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얘기 했건만 혼자서 뛰쳐나가다니!
'이럴 수가...! 자네, 어쩌자고 혼자서....!'
신은 낮게 신음하였다. 발카스 박사가 기간틱과는 절대 단독 교전을 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그걸 무시하고 혼자 나가다니. 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푸르크슈탈의 성격으로 보자면 이해가 갔다. 아마도 시민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격한 것일 꺼다. 어쨌든 상대가 기간틱이라면 조아노이드 부대로는 잠시 발목을 붙잡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삐익! 삐익!
그 때 다른 곳에서 급히 직통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지를 보니 미국 워싱턴의 지부였다. 신은 이번엔 또 뭔가 싶어서 통신을 연결하였다. 화상 전화기에 나온 상대방을 보니 자기 부관이었다.
-"각하! 크...큰일났습니다!"
"이번엔 또 뭐냐?"
-"워싱턴의 제3 조제시설이 레지스탕스들의 공격을 받고 지금 괴멸 직전입니다!!"
"뭐라고!!"
신은 경악하였다. 워싱턴 제 3 조제시설이라고 한다면 제압 이전 미 국방성 (펜타곤)으로 불렸던 곳이다. 제압 이후 그곳을 접수한 크로노스는 펜타곤 건물을 거의 다 뜯어 고쳐 총 7000기에 달하는 조제통과 관련시설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조제 및 연구 시설로 만들었다. 그런 곳인 만큼 상시 경비에 임하는 조아노이드 숫자도 5000명이나 되는데다가 그 근처에는 크로노스 미국 지부 건물인 '필라즈 오브 헤븐'까지 있다. 이들의 지원까지 받으면 전투 병력은 순식간에 만 명 단위까지 올라간다. 그런 곳이 잘해야 겨우 백 단위의 레지스탕스 놈들의 공격에 괴멸 직전이라니!
-지지직!
갑자기 통신이 끊어졌다. 깜짝 놀란 신은 황급히 워싱턴에 급히 재 연결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 부관이 일부러 끊었을리는 없고 아마도 무언가가 강제로 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부관이 통신을 한 곳은 공격 받고 있다는 제 3 조제시설이 아니라 미국 지부인 필라즈 오브 헤븐이었다. 설마 거기까지 같이 공격 받은 것인가!
<각하! 이제 일본 영공에 진입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앞으로 30분 후 입니다.>
그 때 조종석에서 기장이 신에게 통보해 왔다. 신은 잠시 허둥댔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다. 이제 와서 다시 되돌아간다 해도 워싱턴의 조제 시설을 구하는 건 너무 늦었다. 게다가 신으로서는 조제 시설 같은 것 보다는 친구인 푸르크슈탈을 구하는 것이 더 급했다. 게다가 현재 미국에는 발카스 박사가 있고 다른 신장 멤버도 있으니 그들이 어떻게든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인터폰으로 기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동경만에 도착해서 속도를 줄이면 출입문을 열어라! 거기서 부터는 내가 직접 현장으로 날아가겠다!"
<예? 가...각하. 하지만 그건....>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공항에 착륙하느라 낭비할 시간 없어. 거기서 부터는 내가 직접 날아가는 게 더 빨라!"
신은 초조하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 때까지 푸르크슈탈이 무사하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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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
"크으! 이거 정말 심하군."
앱톰은 낙뢰가 떨어진 현장 부근에 내려앉았다. 케이가 푸르크슈탈의 품에 파고든 그 순간 그 두 사람을 덮친 초대형 번개는 그 바로 아래 지면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초 고열로 인해 그 일대 반경 수십 미터의 땅이 마그마처럼 녹아버려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엄청난 위력에 앱톰은 치를 떨었다. 푸르크슈탈 녀석, 원거리 공격으로 케이를 맞추질 못하니까 아예 자기 바로 앞까지 깊숙이 끌어당긴 다음에 바로 자기 자신한테 낙뢰를 떨어트린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백 프로 기간틱을 명중시킬 수 있다. 어쨌든 케이도 그 시점에서는 회피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반 자살이라니.
-슈우욱
"웃!?"
바로 그 때 아직도 붉게 타오르고 있는 대지 한 가운데서 무언가가 불쑥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앱톰은 서둘러 근처의 커다란 콘크리트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 마치 사람처럼 생긴 그것은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푸르크슈탈이었다! 낙뢰의 영향으로 인해 입고 있던 전투복은 전부 다 날아가 버렸지만 어쨌든 그는 살아 있었다. 자기도 그 낙뢰를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살아있다니!
'저 놈은 괴물이냐!'
그러나 사실 푸르크슈탈의 몸은 초고압에 노출돼도 무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 천둥이 칠지 모르는 먹구름을 부른 후 인위적으로 벼락을 내리는 것으로 싸우는 푸르크슈탈이 벼락에 맞아 죽는다면 그것만큼 코미디도 없다. 때문에 푸르크슈탈은 조제 단계에서 벼락을 맞아도 신체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조제되었다. 마치 전기뱀장어가 물속에서 아무리 고압 전기를 발한다 해도 자기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게다가 한 술 더 떠 푸르크슈탈은 자기 자신의 몸에 일부러 벼락을 떨어트려 그 에너지를 모아 놨다가 원하는 때에 강력한 빔으로 방출할 수 있는 '선더 브라스트'라는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동반 자살 같아 보이는 무모한 작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허, 푸르크슈탈은 무사하구만. 저 녀석 보기와는 달리 꽤 대담한 걸."
육탄전에 극히 취약한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의 접근을 허용하면 그걸로 끝장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들은 푸르크슈탈이 어떻게 해서든 기간틱과 거리를 벌리려고 노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깊숙이 끌어들여서 자기 몸에다가 낙뢰를 떨어트리는 막나가는 작전을 쓸 줄이야. 세 신장은 푸르크슈탈의 대담함에 놀랐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쯧쯧....가이버는 완전히 타 버렸겠네 그려. 괜한 헛걸음만 했군."
카브라알은 아쉽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아까의 낙뢰 위력으로 봐서는 푸르크슈탈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의 낙뢰일 것이다. 그런걸 바리어도 못 펼치고 정통으로 맞았으니 기간틱이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컨트롤 메탈의 비밀을 풀어야 하는데 이건 크나 큰 낭패였다.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노사. 저길 보슈."
그 때 쿨메그닉이 손을 들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푸르크슈탈의 근처에 누군가가 일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은 틀림없이 기간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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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 놈, 살아 있었냐?"
낙뢰로 인해 녹아버린 땅 속에서 또 한명이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바로 케이였다. 놀랍게도 케이 역시 그 엄청난 낙뢰 속에서도 목숨을 건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간틱의 모습은 처참했다. 일단 육체 자체는 무사했다. 조금 그을린 곳이 많기는 하지만 겉 부분의 장갑 외피 중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곳은 없다. 문제는 에너지 앰프. 기간틱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에너지 저장 탱크들 중에서 성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다 깨져서 연기만 내뿜고 있었다. 낙뢰가 명중하는 순간 케이는 황급히 전신의 에너지 앰프를 총동원해 급히 낙뢰 공격을 막아내었다.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그 대신 온 몸의 에너지 앰프가 다 망가지고 말았다. 푸르크슈탈은 처음에는 기간틱이 살아있자 당황해 하였지만 이내 놈의 꼴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저 모습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싸울 수가 없었다.
"흥, 내 공격을 받아 내다니 제법이군. 허나, 그런 꼴로는 바리어는 칠 수가 없어!"
푸르크슈탈은 다시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다시 한 번 낙뢰 공격을 퍼부으려는 것이었다. 바로 그 때 푸르크슈탈을 노리고 어디선가 한 발의 생체 미사일이 날아왔다. 푸르크슈탈은 낙뢰 에너지를 모으는 것을 중단하고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간발의 차로 푸르크슈탈은 미사일 공격을 피했다. 푸르크슈탈은 미사일을 날린 놈을 찾아 반격하려 하였다. 그런데 다시 땅에 착지하는 순간 그는 왼쪽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옆구리를 움켜주며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어찌된 일인지 그 자리가 매우 고통스러웠다.
"보아하니 그 쪽도 무사하진 않은 것 같군."
"앱톰!!"
그 때 미사일을 날린 장본인이 이곳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앱톰이었다. 케이와 푸르크슈탈은 갑작스런 앱톰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앱톰은 케이를 한 번 쓱 보고는 말했다.
"케이, 저 녀석은 내가 맡겠다. 넌 어디서 일단 쉬고 있어."
그 말을 들은 푸르크슈탈은 고통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앱톰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감히 실험동물 주제에 조아로드인 나를 상대하겠다고? 주제를 몰라도 정도가 있지. 아무리 앱톰이 이전까지 전례가 없던 극한의 전투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 근본은 조아노이드이다. 조아노이드는 사념파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기본적인 육체적 능력에서부터 조아로드의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건방지게도 푸르크슈탈 자신을 상대하겠다니.
"아냐! 앱톰. 저 놈은 내가 맡겠어!"
그 때 케이가 앱톰에게 강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앱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케이 저 녀석은 자기 꼴이 어떤지 전혀 모른단 말인가?
"고집 부릴 걸 부려. 지금 네 몸으로는 평소 힘의 반도 발휘 못해. 녀석은 그냥 내게 맡기라고."
"아니! 내가 싸우겠어! 녀석과의 담판은 꼭 내가 짖고 싶어!!"
둘의 대화를 들은 푸르크슈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저 녀석들이 건방지게도 푸르크슈탈을 자기가 잡겠다고 서로 다투는 것이었다. 마치 탐나는 사냥감 한 마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사냥꾼들 같은 모습이었다. 바로 그게 푸르크슈탈의 화를 돋웠다. 좀 부상을 당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아로드인 자신이 그렇게 만만해 보일까? 만신창이인 기간틱과 조아노이드가 기본인 실험동물 따위에게?
"이놈들이 날 우습게 알다니!! 각오해라!!"
-파지지직!!
그 때 푸르크슈탈이 가슴 한 가운데로 양 손을 모았다. 그러자 그 손 사이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하더니 그 곳에서 한 줄기의 번개가 발사되었다. 케이와 앱톰은 언쟁 도중 황급히 양 옆으로 갈라지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우윽!!"
-콰콰쾅!!
푸르크슈탈이 발사한 번개는 케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케이는 그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번개 에너지를 체내에 축적해 두었다가 흉부의 방전기로 발사하는 푸르크슈탈의 필살기, '선더 브라스트'였다. 축적된 에너지의 양이 상당했는지 선더 브라스트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케이가 무심결에 푸르크슈탈과 상당한 거리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다시 한 번 낙뢰 공격을 쓸 수 있었다. 푸르크슈탈은 즉시 오른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지금 바리어를 쓸 수가 없는 기간틱이라면 번개 공격 한 방이면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다.
"...큭!!"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왼쪽 옆구리에서 큰 통증을 느꼈다. 푸르크슈탈은 직감적으로 부상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개 에너지가 평소처럼 쉽게 모이지가 않았다.
"지금 한 방 내리치면 푸르크슈탈이 이기겠군."
아파트 옥상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자빌은 푸르크슈탈의 승리를 예상했다. 지금 기간틱은 아까 전에 푸르크슈탈이 혼신의 힘을 다해 발사한 번개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그 대가로 전신의 에너지 앰프가 다 깨져버려 바리어를 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 쿨메그닉과 카브라알은 거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쿨메그닉?"
"자넨 못 봤나 보지? 낙뢰가 내리치는 순간 푸르크슈탈의 복부에 기간틱의 중력 펀치가 명중한 것을."
그 말을 들은 자빌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푸르크슈탈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했다. 거리가 저렇게나 떨어져 있다면 진작 낙뢰를 떨어트렸어야 하는데도 아직 하늘에서는 낙뢰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른 손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걸 보면 낙뢰 공격을 하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렇게 늦어지는 이유가 부상 때문이란 말인가?
"낙뢰가 내리치는 것과 동시에 작렬해서 위력은 감소했지만 그래도 조아노이드라면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날 수준의 위력이었어. 필시 내장 파열을 일으켰을 게야."
카브라알 역시 정확하게 보았다. 카브라알의 말대로 지금 푸르크슈탈의 상태는 심각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긴 하지만 푸르크슈탈은 지금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원래 원거리 전에만 특화된 육체인지라 직접 공격에 대한 그 몸의 방어력은 상당히 낮았다. 게다가 바리어도 칠 수 없고 공격에 온 힘을 집중하느라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옆구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푸르크슈탈은 번개 공격이 가능할까요?"
자빌의 질문에 카브라알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글쎄.... 한 번 정도는 가능할지도. 다만 금방은 안될껄? 내가 보기엔 저렇게 서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쿨메그닉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후, 이제 슬슬 우리가 나설 차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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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금방이라도 번개가 떨어질 듯이 하늘에서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앱톰은 다급하게 케이에게 소리쳤다.
"케이! 빨리 공격해! 녀석이 번개를 쏜다!!"
지금 기간틱은 바리어를 칠 힘이 없다. 만약 아까와 같은 번개 공격을 또 한 방 맞는다면 이번엔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다. 케이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케이는 급한 대로 일단 헤드빔 부터 발사하였다. 에너지가 부족한 지금 급한 데로 쏠 수 있는 무기는 헤드빔 뿐이었다.
-푸슝! 푸슝!
-파앗!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왼팔에 달려 있는 검은 색 장갑판으로 헤드빔을 막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헤드빔이 이 검은색 장갑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푸르크슈탈의 몸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 검은색의 갑각(甲殼)은 상대방의 빔 공격에 대비해 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빔 압소버'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원거리에서 강력한 빔 공격을 날려도 푸르크슈탈은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원거리 전에는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12신장 푸르크슈탈이었다.
"윽! 빔을 흡수하다니! 그럼 이건 어떠냐!!"
-슈아악!!
케이는 오른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오른 팔에 달려있는 고주파 소드를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렸다. 기간틱의 고주파 소드는 그대로 쭉쭉 늘어나서는 무서운 기세로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아갔다. 푸르크슈탈은 황급히 번개 공격을 도중에 취소하고 양 손을 가슴께로 모아 바리어를 전개하였다. 고주파 소드같은 직접 공격 무기에 대한 대응책은 바리어 밖에는 없었다.
-키잉!!
고주파 소드는 바리어에 가로 막혀 그 자리에서 튕겨졌다. 고주파 소드가 막히자 케이는 당황해하였다. 지금 기간틱의 에너지로는 바리어를 뚫을 무기를 가동시킬 수가 없었다.
"받아라!"
-파슝!!
푸르크슈탈은 케이가 당황해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조아 크리스털에서 강력한 위력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목표는 바로 기간틱의 고주파 소드. 푸르크슈탈이 날린 빔은 기간틱의 팔에 있는 고주파 소드의 뿌리 부분에 정확하게 명중하였다. 그러자 빔을 맞은 고주파 소드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바로 두 번째 빔을 연사해서 왼팔의 고주파 소드까지 파괴하였다. 이로서 케이는 지금 당장 확실하게 쓸 수 있는 백병전 무기를 잃고 말았다.
"젠장!!"
케이는 일단 급한 김에 푸르크슈탈에게 달려들었다. 푸르크슈탈은 이번에는 기간틱의 머리를 노리고 세 번째 빔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케이는 고개를 숙여 이를 피하였다. 당황한 푸르크슈탈이 황급히 바리어를 다시 전개하였다. 그리고 그 바리어를 항해 케이가 주먹을 힘껏 뻗었다.
-콰아앙!! 파지직!!!
그러나 기간틱의 주먹 역시 바리어에 막히고 말았다. 바리어는 잠깐 좀 흔들렸을 뿐 건재했다. 케이는 오른 주먹에 큰 통증을 느꼈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철판 위를 맨주먹으로 힘껏 친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푸르크슈탈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보아하니 이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무기는 아무것도 못 쓸 것 같군. 그 꼴로는 내 바리어를 부술 수 없다."
푸르크슈탈의 말은 옳았다. 아까 전의 낙뢰 공격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 급히 전신의 에너지 앰프를 희생한 덕에 이제 기간틱은 에너지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의 기간틱이라면 최대 출력의 그래비티 펀치로 이 바리어를 깰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무리다.
그러나!
"너 역시 바리어를 치고 있는 동안에는 공격이 불가능해!!"
-콰아앙!!
케이는 다시 한 번 푸르크슈탈의 바리어를 향해 주먹을 힘껏 질렀다. 케이의 말대로 푸르크슈탈 역시 케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상황이라면 바리어를 풀 수가 없었고 바리어를 풀지 못하면 특기인 낙뢰 공격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기간틱의 에너지 앰프가 다 망가졌다고 하지만 육탄전이라면 여전히 기간틱이 우세한 대다가 지금 푸르크슈탈은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케이는 계속해서 두 주먹을 번갈아 가며 힘껏 바리어를 두들겨 대었다.
-콰앙! 파지직!!
-쿠웅! 터엉!!
바리어에 부딪힐 때마다 케이의 주먹은 너덜너덜해져 갔다. 아무리 기간틱의 장갑 외피가 경이로울 정도로 단단하다고 해도 맨주먹으로 저렇게 무식하게 바리어를 두들겨대면 절대 성할 리가 없었다. 앱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케이의 단순 무식함에 혀를 찼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대안도 없었다.
이 싸움의 승산은 양쪽이 서로 같은 50 대 50. 케이는 에너지 앰프를 전부 잃어 바리어나 기타 에너지 공격 병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푸르크슈탈이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바리어를 치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격이 불가능한데다가 지금 놈은 상당한 부상까지 입은 상태다. 바리어가 뚫리면 그냥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것이다. 기간틱의 주먹질에 푸르크슈탈의 바리어가 먼저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그 전에 기간틱의 주먹이 먼저 박살날 것인가!
"하아! 하아!"
계속해서 쉴 새 없이 바리어를 두들겨 댄 케이는 지친 듯이 숨을 헐떡였다. 기간틱의 공기 흡입구에서 대량의 공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케이의 호흡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기간틱의 주먹 역시 시꺼멓게 그을려 있는 것이 결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위에 덧입는 장갑이라고 해도 식장자인 케이 역시 상당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푸르크슈탈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소용없다. 맨 주먹으로 조아로드의 바리어를 깨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맞는 말이다. 일체의 에너지 없이 그냥 맨 주먹으로 바리어를 깨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케이는 물러날 수가 없다. 아니 물러날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 만큼은.....너 만큼은 용서 못해!"
"뭐?"
"감히 이런 비열한 함정을 파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너를 쓰러트리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가 없어!!!"
-콰아앙!!
다시 한 번 케이의 분노의 주먹이 푸르크슈탈의 바리어에 작렬하였다. 케이는 절대로 주저앉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함정은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끌어내려고 짠 것일 거다. 물론 진실은 푸르크슈탈이 아니지만 케이로서는 그 사실까지는 몰랐다. 어쨌든 그로 인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케이는 그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우오오옷!!!"
-파지직!!
그 순간 기간틱의 주먹이 바리어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리어가 아까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간틱의 주먹이 점점 바리어를 뚫고 들어오자 푸르크슈탈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바리어가!!"
그리고 케이는 혼신의 힘을 쥐어 짜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이야아압!!!!"
-콰아앙!!
결국 케이의 주먹이 푸르크슈탈의 바리어를 깨 버렸다. 케이의 일격은 그대로 푸르크슈탈의 가슴께에 교차돼 있던 양 팔의 교차점에 명중하였다. 그리고 그 주먹에 직접 부딪힌 푸르크슈탈의 오른팔의 갑각이 그대로 깨져 버렸다.
-퍼어억!!
"우아악!!"
기간틱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푸르크슈탈은 그대로 뒤로 십여 미터를 튕겨나가 땅바닥에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결국 이 무모한 승부의 승자는 케이였다. 맨 주먹만으로 기어코 조아로드의 바리어를 깨 버린 것이다!
"으윽....!"
푸르크슈탈은 신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기간틱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오른팔에는 감각이 거의 없었다. 오른 팔의 갑각도 산산이 깨져 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뼈까지 부서지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팔을 제대로 쓰기는 힘들었다. 바로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일어서다 말고 다시 그 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고 말았다. 그리고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커허억!!"
그러자 그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졌다. 아까 전에 낙뢰 공격 당시 기간틱의 그래비티 펀치를 얻어맞은 부위가 결국 탈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푸르크슈탈은 계속해서 쿨럭 거리며 피를 토해내었다. 내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까지 번진 것이다.
"아...아직 이야...! 난 아직 싸울 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금의 푸르크슈탈은 번개 공격은 고사하고 혼자 힘으로는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케이는 푸르크슈탈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푸르크슈탈."
"다...닥쳐! 난 아직...."
"비열한 함정을 파서 날 유인해 냈지만 마무리가 너무 약했어! 네가 진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시치미 떼지 마!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개조한 가짜 기간틱에게 무차별 테러를 지시해서 날 유인해 냈잖아!!"
함정?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이용한 가짜 기간틱? 푸르크슈탈은 처음 듣는 소리뿐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자기가 테러를 일으켜 놓고는 누구한테 뒤집어씌우는 걸까? 그리고 푸르크슈탈 자신은 아무리 최선의 작전이라 해도 일반 시민들을 이용하는 작전을 할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케이의 태도는 마치 푸르크슈탈이 이 모든 일을 꾸민 것 같이 얘기하지 않은가?
'분위기가 어째 이상한걸?'
앱톰 역시 지금 푸르크슈탈의 반응을 보고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원래 악당들은 자기가 준비한 함정이 간파되거나 깨지게 되면 분해하거나 당황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푸르크슈탈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형세가 역전된 지금에 와서 푸르크슈탈이 유리할 것도 없다. 아무래도 거짓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 함정을 준비한 것은 푸르크슈탈이 아니라 딴 놈이라는 말인가?
-퍼억!!
"컥!"
그 때 어떤 물체가 초고속으로 날아와서는 앱톰의 등을 꿰뚫었다. 기습을 받고 부상을 입은 앱톰은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케이가 깜짝 놀라서는 앱톰에게 달려왔다.
"앱톰!!"
"조...조심해, 케이! 딴 놈들이....또 있어!"
앱톰은 부상당한 몸으로 힘겹게 경고하였다. 케이는 그 말에 경악하였다. 바로 그 때 헤드 센서에 세 개의 강력한 생명 반응이 탐지되었다. 그 반응 셋은 푸르크슈탈의 바로 뒤 쪽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기를 최저선 까지 낮춘 채로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꽤나 고전하는 것 같군. 푸르크슈탈."
"너...너희들은!!"
푸르크슈탈 역시 깜짝 놀랐다. 그의 뒤 쪽에 갑자기 세 명의 조아로드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이었다. 푸르크슈탈은 이들이 미국에 가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이들이 온다는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었다.
"뭘 그리 놀라나? 가이버 기간틱을 잡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고 말했던 건 바로 너잖아?"
"뭐...그...그야 그렇지만...."
"자네는 지금까지 잘 했어.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갑작스런 이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해 하던 푸르크슈탈이지만 어쨌든 '지원군'이 와 줬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푸르크슈탈 자신은 전투는 고사하고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세 신장은 푸르크슈탈을 대신해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케이와 앱톰과 대치하였다.
"자, 그럼 각오해라! 가이버 기간틱!!"
"윽!"
케이는 바짝 긴장하였다. 지금 기간틱의 에너지는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박살난 온 몸의 에너지 앰프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앱톰도 부상을 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세 명이나 되는 조아로드를, 그것도 이제 막 도착한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조아로드 세 명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전투는 절대 무리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 후퇴하는 것 뿐.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키잉!!
그 때 기간틱의 듀얼 컨트롤 메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케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 컨트롤 메탈을 통해서 아키토의 의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내게로 오너라. 기간틱!>
'마키시마 선배? 설마...!!'
Next episode 제16화 '해방된 괴물' coming soon......
p.s : 생각해 보면 푸르크슈탈의 기술은 철저히 대기권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군요. 우주에서는 구름이 안 생기니 불가능. -_- 게다가 어디 동굴 안이라도 들어가면 사용 불가능. -_-;; 이거 의외로 제약이 심한 조아로드네요.
제15화 -맹격! 뇌신(雷神) 푸르크슈탈-
"흐읍!!"
-화아악!!
푸르크슈탈이 자세를 취하고 전신에 힘을 끌어 모았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서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조아 크리스털이 밖으로 활성화되면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몸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모습에서 점점 벗어난 형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푸르크슈탈이 전투 형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쿠르릉!!
푸르크슈탈이 변신을 하기 시작하면서 달이 환히 보일 정도로 맑던 밤하늘에 갑자기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저 멀리서는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날씨 변화였다. 역시 푸르크슈탈의 변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윽고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 변신이 완료되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조아 크리스털이 모습을 드러내고 신장도 기간틱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커졌다. 삼각형을 연상시키는 얼굴 형태등과 더불어 규오나 무라카미의 전투 형태와는 달리 각이 많이 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형태였다. 케이는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체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된 이상 너를 더 이상은 내버려 둘 수가 없다."
푸르크슈탈은 각오를 다졌다. 발카스는 신과 푸르크슈탈, 그리고 다른 신장 멤버 전원에게 절대로 기간틱과의 단독 교전은 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단독 교전, 특히나 육탄전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이미 이마카람이 요코하마에서 당한 것으로 증명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위험을 무릅쓰고 싸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버 기간틱이 일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한 이상 일본지부 총독으로서 더 이상 눈뜨고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푸르크슈탈이 두 눈을 부릅뜨면서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크로노스 12신장의 명예를 걸고! 가이버 기간틱, 너를 쓰러트리겠다!!"
-우르릉!!
푸르크슈탈이 오른 손을 높이 치켜들자 갑자기 먹구름이 더욱 더 짙어지면서 여기저기서 천둥 치는 소리가 더 심해졌다. 케이가 당황해 하는 그 순간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겨누며 손을 힘껏 내리쳤다.
"받아랏!!!"
-콰르르릉!!!
갑자기 케이의 머리 위 상공에서 한줄기 번개가 내려쳐졌다. 헤드 센서의 경고에 케이는 순간적으로 바리어를 전개하고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피했다. 케이의 바로 옆으로 강력한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빗나간 번개는 그대로 땅으로 직격, 바로 아래에 있던 승용차 한 대를 완전히 태워 버렸다. 저 번개를 정통으로 맞았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한 케이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낙뢰 공격, 이것이 바로 푸르크슈탈의 능력이었던 것이다!
"조준이 좀 빗나갔군. 허나!!"
-쿠르르릉!!
푸르크슈탈이 다시 오른 손에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늘 여기저기서 번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그런 행운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번에야 말로 각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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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를 내리친다고?!!"
"케이씨!!"
아지트에서는 TV앞에 모인 베르단디들이 허둥대고 있었다. TV 화면에는 스쿨드가 급조해서 현장으로 보낸 무인 항공기가 보내온 영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케이가 걱정된 이들은 현장 상황이라도 보고 싶어서 무인 항공기를 보낸 것이다. 솔직히 베르단디를 비롯한 모두는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서 케이를 돕고 싶었지만 그건 린드가 막았다. 조아로드가 상대라면 지금 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또 쏜다!!"
스쿨드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연속된 푸르크슈탈의 낙뢰 공격에 케이는 그저 이리저리 피해만 다닐 뿐이었다. TV를 보던 울드는 푸르크슈탈의 능력에 치를 떨었다.
"저 녀석!"
역시나 지상 최강의 생물체라는 조아로드였다. 낙뢰 한방 한방의 위력이 화면으로 보기에는 전격계 고급 법술인 굉뢰천열참과 맞먹었다. 물론 울드도 저 정도 낙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저렇게 쉴 새 없이 쏘는 건 얘기가 전혀 다르다. 지금 푸르크슈탈은 영창 시간 같은 딜레이 타임도 없이 쉴 새 없이 저런 벼락을 쏘고 있었다. 아무리 울드라도 그런 공격을 연속으로 하는 건 어려웠다. 게다가 저렇게 빠른 속도의 연속 공격이라니.
"일전에 무라카미가 말했었지. 조아로드는 천계의 고위 신족들을 압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체라고. 저 모습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
지금 아지트에 남은 사람들 중 가장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린드 뿐이었다. 케이가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린드는 지금 조아로드의 전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지런히 머리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녀는 스쿨드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하였다.
"스쿨드. 이 전투 확실히 녹화하고 있겠지?"
"녹화는 하고 있어! 하지만 린드는 케이가 걱정도 안 돼?!"
"걱정이라면 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 이럴 때 우리는 조아로드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모아야 한다."
스쿨드의 원망어린 목소리에도 린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대답하였다. 걱정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린드의 태도만 봐서는 조금도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린드의 뜻을 알고 있는 베르단디를 제외한 모두는 린드의 차가운 태도에 질렸다는 듯 한 표정들이었다. 베르단디는 고전하고 있는 케이를 보면서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럴 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니...!
'케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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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리가오카의 대피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도저히 무리였다. 갑작스러운 가짜 기간틱의 난동 때문에 미처 경보를 받지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되 버린 것이다. 통제국 요원들은 그저 사람들을 안전한 대피로로 유도 하는 것 이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푸르크슈탈이 전투를 벌이는 곳은 사람들이 모두 대피가 끝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가이버 기간틱도 푸르크슈탈과의 전투로 인해 다른 데로 가질 못해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푸르크슈탈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마음먹은 대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콰르릉!!
"우악!"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서 텅 빈 아파트 옥상 위에 두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푸르크슈탈의 전투 현장 바로 근처에서 기간틱과 푸르크슈탈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지켜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장면을 열심히 사진기로 찍고 있었다.
"웅크릴 시간 있으면 사진 찍어."
아니 사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건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한 명은 번개가 내리 칠 때마다 고개를 쳐 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보지도 않고 사진 촬영에만 집중하였다. 낡은 털모자를 쓰고 턱에는 제대로 다듬지 않은 텁수룩한 턱수염을 가진 그의 외모에는 관록이 느껴졌다. 반면 고개를 처박고 떨고 있는 다른 한 명은 나이가 좀 어려 보이는 것이 척 봐도 애송이 티가 역력했다.
"서...선배님은 무섭지도 않으세요?!!"
"뭐 어때. 저런 거 한 방 제대로 맞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증발돼 버릴 거야. 고통은 느낄 새도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게 아니라요오오~~!!"
이들은 바로 기자들이었다. 털모자의 나이가 좀 든 남자는 사진 기자 '아소', 그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젊은 기자는 이제 막 입사해서 현장 일을 배우고 있던 '다이라'였다. 이 두 사람은 최초에 기간틱이 도쿄 중심가에서 테러를 일으켰을 때부터 '가이버 기간틱'이 조만간 다시 테러를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고 바로 이곳 아카리가오카 지구로 달려온 것이다. 인구 밀집지대라서 절호의 테러 지점이 될 것이라는 아소의 '현장기자의 감'만 믿고 몇 시간 전 부터 이곳 아파트 옥상에서 잠복 중이었던 것이 제대로 맞춘 것이다. 덕분에 뒤늦게 기간틱의 출현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다른 매스컴의 기자들이 전부 통제국 요원들에게 가로 막혀 전투 현장에는 접근조차 못한 것에 비해 이들은 단독으로 커다란 특종을 건질 찬스를 만난 것이다. 기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콰르르릉!!!
"히이익!!"
그러나 베테랑인 아소에 비해 다이라는 역시나 애송이였다. 게다가 사람이 담력도 약했다. 처음에 푸르크슈탈이 변신하는 장면을 찍을 때만해도 특종이라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더니만 지금은 사진은 찍을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런 다이라를 무시하면서 아소는 그의 라이카 카메라에 다시 필름을 바꿔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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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잉! 탁!
전투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이들 두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검은 그림자 하나가 각 아파트 옥상을 건너 뛰어 가면서 케이와 푸르크슈탈의 전투 현장에 접근 하였다. 근처까지 온 그 그림자는 일단 옥상의 물탱크 뒤쪽에 숨어서 전투 장면을 보고 있었다. 검은 색의 곤충형 몸, 바로 앱톰이었다.
'멍청한 놈!'
앱톰은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케이를 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저 바보, 함정이란 것을 모르고 기어 나온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사람들을 구하겠답시고 나온 걸까? 어느 쪽이던 간에 앱톰은 케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자라면 정말 돌대가리고 후자라면 그 정도 도발도 못 참는 한심한 놈이었다.
그래도 앱톰은 케이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케이가 예뻐서 그러는 건 아니다. 케이는 어디까지나 앱톰 본인이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제까지의 앱톰 인생의 목표, 아니 전부였다. 그런 걸 남이 꿀꺽 먹게 내버려 둘 앱톰이 절대로 아니었다. 일단 앱톰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그는 이 전투에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남이 그의 목표인 케이를 잡는 것도 막고 잘만 하면 조아로드라는 최강의 생물을 흡수할 기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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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꽈릉!!
케이는 간발에 차로 또 한 번 낙뢰를 피했다. 그는 지금까지 바리어와 헤드 센서에 의지해서 치명적인 공격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번개가 내리치는 속도는 그야말로 찰나의 속도.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 당연히 피한 직후 반격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도망만 다닐 수는 없다. 지금은 운 좋게 피한다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제대로 한 방 먹고 만다.
"좋아! 그럼 간다!!"
-쿠우웅!!
케이는 다시 한 번 등의 부스터를 풀가동시켰다. 그리고 푸르크슈탈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푸르크슈탈은 강력한 원거리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적을 상대로 떨어져서 싸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거리를 좁혀야 한다. 케이는 지금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거리를 좁힐 생각인가! 쥐새끼 같은 놈!'
푸르크슈탈은 케이의 의도를 간파하였다. 저 녀석은 지금 푸르크슈탈에게 육탄전을 걸어오는 것이다. 육탄전이 되면 푸르크슈탈이 너무 불리했다. 그는 즉시 하늘의 번개 에너지를 모았다. 그리고 케이의 진로 앞을 조준하고 번개를 내리쳤다.
-콰아앙!!
-콰릉!!
푸르크슈탈의 번개 공격이 케이를 노리고 내리쳐졌다. 그러나 모든 공격이 간발의 차로 케이의 바로 뒤 쪽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의 예상 지점을 노리고 번개를 쏠 때쯤에는 이미 기간틱은 그곳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기간틱의 속도를 푸르크슈탈의 낙뢰 공격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푸르크슈탈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낙뢰 공격을 하였다. 케이는 착실히 푸르크슈탈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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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저 녀석 머리 좋은 걸?"
멀리 다른 아파트 옥상에서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케이의 대담한 행동에 이들도 조금 놀랐다. 사실 푸르크슈탈의 전투 형태는 철저하게 원거리전이다. 규오나 이마카람의 전투 형태는 원거리전과 육탄전에 균형을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육탄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양자 간의 능력에 일종의 타협을 본 것이다. 그러나 푸르크슈탈은 그런 타협의 여지없이 철저하게 원거리 전에만 모든 능력이 맞춰져있다. 그래서 원거리 전에는 더 없이 강력한 면모를 보이지만 육탄전에는 너무나 약했다.
육탄전을 거는 케이의 행동은 그런 면에서 최선의 행동이었다. 기간틱의 능력으로 미루어 볼 때 육탄전으로 들어가게 되면 푸르크슈탈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다만 가이버 I 이 그걸 알고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오기를 부려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그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건 결과. 과연 푸르크슈탈은 기간틱의 저 돌격에 어떻게 대응할까?
세 신장은 마치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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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케이는 오른 주먹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아까 가짜 기간틱을 박살냈을 때 썼던 그래비티 펀치를 다시 한 번 쓰려는 것이었다. 이제 거리는 거의 좁혀졌다. 푸르크슈탈은 분명히 바리어를 펼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대로 놈의 품에 파고들어 그래비티 펀치를 제대로 먹인다면.... 반드시 이긴다!
"간다!! 푸르크슈탈!!!!"
드디어 푸르크슈탈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케이는 주먹을 뒤로 당겼다. 그 순간 푸르크슈탈이 최후의 번개 공격을 하려는 듯이 오른 손을 높이 들었다.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낙뢰 공격을 할 틈이 없는데도 푸르크슈탈은 바리어로 방어하는 대신 공격을 택했다. 그 순간 케이가 푸르크슈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받아라앗!!!"
"와라! 기간틱!!"
바로 그 순간! 이제까지 내리쳐 진 낙뢰보다 몇 십 배는 강력한 번개가 바로 이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번개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집어 삼켰다.
-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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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통신이 끊겼어!!"
TV 화면의 영상이 끊기자 스쿨드는 당황해 하며 무인기를 조작해 보았지만 무인기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낙뢰가 치면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펄스로 인해 무인기의 전자 장비가 고장 나면서 그만 추락한 것이다. 화면이 끊기자 스쿨드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당황해 하였다. 이들은 서둘러 일반 TV 채널로 전환해서 현장의 뉴스라도 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없었다. 어느 뉴스 채널이든지 전부 현장에서 중계가 되지 않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나오고 있던 것이다.
베르단디들은 미처 몰랐지만 낙뢰의 영향은 엄청났다. 보통의 번개를 훨씬 초월하는 위력의 번개 공격으로 인해 그 일대의 모든 전자 장비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마치 핵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발생하는 EMP (Electro-Magnetic Pulse : 전자기 펄스) 효과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의 중계 장비에도 영향이 가해져서 현장 생중계가 불가능했다. 심지어는 상공을 비행하던 방송국 헬기 두 대가 이 전자기 쇼크로 인해 조종능력을 상실해서 추락하기까지 했다.
"다른 무인기는 없어?"
"부품이 없어서 그거 한 대 뿐이었단 말이야! 이잉~~!!"
울드의 질문에 스쿨드는 울상을 지었다. 이제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직접 현장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갔다가는 전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케이의 약점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울드는 즉시 전화기를 붙잡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천계에서 이 전투를 관찰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현재 상황을 물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미리 말해두는데 아무리 걱정된다고 해도 직접 현장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마라. 직접 가든 분신채를 보내든 말이야."
린드는 만약을 대비해서 모두에게 강하게 다짐을 하였다. 그녀는 특히 베르단디에게만큼은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았다. 베르단디의 성격상 케이 걱정에 뛰쳐나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베르단디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케이를 도우러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자면 지금의 자신으로는 조아로드를 상대로는 조금도 도움이 될 수가 없었다. 베르단디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노이즈 가득한 TV 화면을 응시하였다.
'케이씨.... 부디 무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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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푸르크슈탈이?!!"
-"예, 그렇습니다. 저희도 필사적으로 말렸습니다만....."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푸르크슈탈에게 현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려고 일본 지부와 교신한 신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을 저지하기 위해 혼자 현장으로 출동했다는 것이다. 측근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어떠한 지원도 없이 단독으로 간 것이다. 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가 금방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얘기 했건만 혼자서 뛰쳐나가다니!
'이럴 수가...! 자네, 어쩌자고 혼자서....!'
신은 낮게 신음하였다. 발카스 박사가 기간틱과는 절대 단독 교전을 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그걸 무시하고 혼자 나가다니. 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푸르크슈탈의 성격으로 보자면 이해가 갔다. 아마도 시민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격한 것일 꺼다. 어쨌든 상대가 기간틱이라면 조아노이드 부대로는 잠시 발목을 붙잡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삐익! 삐익!
그 때 다른 곳에서 급히 직통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지를 보니 미국 워싱턴의 지부였다. 신은 이번엔 또 뭔가 싶어서 통신을 연결하였다. 화상 전화기에 나온 상대방을 보니 자기 부관이었다.
-"각하! 크...큰일났습니다!"
"이번엔 또 뭐냐?"
-"워싱턴의 제3 조제시설이 레지스탕스들의 공격을 받고 지금 괴멸 직전입니다!!"
"뭐라고!!"
신은 경악하였다. 워싱턴 제 3 조제시설이라고 한다면 제압 이전 미 국방성 (펜타곤)으로 불렸던 곳이다. 제압 이후 그곳을 접수한 크로노스는 펜타곤 건물을 거의 다 뜯어 고쳐 총 7000기에 달하는 조제통과 관련시설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조제 및 연구 시설로 만들었다. 그런 곳인 만큼 상시 경비에 임하는 조아노이드 숫자도 5000명이나 되는데다가 그 근처에는 크로노스 미국 지부 건물인 '필라즈 오브 헤븐'까지 있다. 이들의 지원까지 받으면 전투 병력은 순식간에 만 명 단위까지 올라간다. 그런 곳이 잘해야 겨우 백 단위의 레지스탕스 놈들의 공격에 괴멸 직전이라니!
-지지직!
갑자기 통신이 끊어졌다. 깜짝 놀란 신은 황급히 워싱턴에 급히 재 연결을 시도했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 부관이 일부러 끊었을리는 없고 아마도 무언가가 강제로 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부관이 통신을 한 곳은 공격 받고 있다는 제 3 조제시설이 아니라 미국 지부인 필라즈 오브 헤븐이었다. 설마 거기까지 같이 공격 받은 것인가!
<각하! 이제 일본 영공에 진입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앞으로 30분 후 입니다.>
그 때 조종석에서 기장이 신에게 통보해 왔다. 신은 잠시 허둥댔지만 이내 결심을 굳혔다. 이제 와서 다시 되돌아간다 해도 워싱턴의 조제 시설을 구하는 건 너무 늦었다. 게다가 신으로서는 조제 시설 같은 것 보다는 친구인 푸르크슈탈을 구하는 것이 더 급했다. 게다가 현재 미국에는 발카스 박사가 있고 다른 신장 멤버도 있으니 그들이 어떻게든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은 인터폰으로 기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동경만에 도착해서 속도를 줄이면 출입문을 열어라! 거기서 부터는 내가 직접 현장으로 날아가겠다!"
<예? 가...각하. 하지만 그건....>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공항에 착륙하느라 낭비할 시간 없어. 거기서 부터는 내가 직접 날아가는 게 더 빨라!"
신은 초조하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 때까지 푸르크슈탈이 무사하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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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
"크으! 이거 정말 심하군."
앱톰은 낙뢰가 떨어진 현장 부근에 내려앉았다. 케이가 푸르크슈탈의 품에 파고든 그 순간 그 두 사람을 덮친 초대형 번개는 그 바로 아래 지면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초 고열로 인해 그 일대 반경 수십 미터의 땅이 마그마처럼 녹아버려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엄청난 위력에 앱톰은 치를 떨었다. 푸르크슈탈 녀석, 원거리 공격으로 케이를 맞추질 못하니까 아예 자기 바로 앞까지 깊숙이 끌어당긴 다음에 바로 자기 자신한테 낙뢰를 떨어트린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백 프로 기간틱을 명중시킬 수 있다. 어쨌든 케이도 그 시점에서는 회피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반 자살이라니.
-슈우욱
"웃!?"
바로 그 때 아직도 붉게 타오르고 있는 대지 한 가운데서 무언가가 불쑥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앱톰은 서둘러 근처의 커다란 콘크리트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 마치 사람처럼 생긴 그것은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푸르크슈탈이었다! 낙뢰의 영향으로 인해 입고 있던 전투복은 전부 다 날아가 버렸지만 어쨌든 그는 살아 있었다. 자기도 그 낙뢰를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살아있다니!
'저 놈은 괴물이냐!'
그러나 사실 푸르크슈탈의 몸은 초고압에 노출돼도 무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 천둥이 칠지 모르는 먹구름을 부른 후 인위적으로 벼락을 내리는 것으로 싸우는 푸르크슈탈이 벼락에 맞아 죽는다면 그것만큼 코미디도 없다. 때문에 푸르크슈탈은 조제 단계에서 벼락을 맞아도 신체의 기능을 잃지 않도록 조제되었다. 마치 전기뱀장어가 물속에서 아무리 고압 전기를 발한다 해도 자기 자신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게다가 한 술 더 떠 푸르크슈탈은 자기 자신의 몸에 일부러 벼락을 떨어트려 그 에너지를 모아 놨다가 원하는 때에 강력한 빔으로 방출할 수 있는 '선더 브라스트'라는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런 동반 자살 같아 보이는 무모한 작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허, 푸르크슈탈은 무사하구만. 저 녀석 보기와는 달리 꽤 대담한 걸."
육탄전에 극히 취약한 푸르크슈탈이 기간틱의 접근을 허용하면 그걸로 끝장이다. 그래서 처음에 이들은 푸르크슈탈이 어떻게 해서든 기간틱과 거리를 벌리려고 노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깊숙이 끌어들여서 자기 몸에다가 낙뢰를 떨어트리는 막나가는 작전을 쓸 줄이야. 세 신장은 푸르크슈탈의 대담함에 놀랐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쯧쯧....가이버는 완전히 타 버렸겠네 그려. 괜한 헛걸음만 했군."
카브라알은 아쉽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아까의 낙뢰 위력으로 봐서는 푸르크슈탈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의 낙뢰일 것이다. 그런걸 바리어도 못 펼치고 정통으로 맞았으니 기간틱이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컨트롤 메탈의 비밀을 풀어야 하는데 이건 크나 큰 낭패였다.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노사. 저길 보슈."
그 때 쿨메그닉이 손을 들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푸르크슈탈의 근처에 누군가가 일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은 틀림없이 기간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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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 놈, 살아 있었냐?"
낙뢰로 인해 녹아버린 땅 속에서 또 한명이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바로 케이였다. 놀랍게도 케이 역시 그 엄청난 낙뢰 속에서도 목숨을 건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간틱의 모습은 처참했다. 일단 육체 자체는 무사했다. 조금 그을린 곳이 많기는 하지만 겉 부분의 장갑 외피 중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곳은 없다. 문제는 에너지 앰프. 기간틱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에너지 저장 탱크들 중에서 성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다 깨져서 연기만 내뿜고 있었다. 낙뢰가 명중하는 순간 케이는 황급히 전신의 에너지 앰프를 총동원해 급히 낙뢰 공격을 막아내었다.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그 대신 온 몸의 에너지 앰프가 다 망가지고 말았다. 푸르크슈탈은 처음에는 기간틱이 살아있자 당황해 하였지만 이내 놈의 꼴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저 모습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싸울 수가 없었다.
"흥, 내 공격을 받아 내다니 제법이군. 허나, 그런 꼴로는 바리어는 칠 수가 없어!"
푸르크슈탈은 다시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다시 한 번 낙뢰 공격을 퍼부으려는 것이었다. 바로 그 때 푸르크슈탈을 노리고 어디선가 한 발의 생체 미사일이 날아왔다. 푸르크슈탈은 낙뢰 에너지를 모으는 것을 중단하고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앙!!
간발의 차로 푸르크슈탈은 미사일 공격을 피했다. 푸르크슈탈은 미사일을 날린 놈을 찾아 반격하려 하였다. 그런데 다시 땅에 착지하는 순간 그는 왼쪽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옆구리를 움켜주며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어찌된 일인지 그 자리가 매우 고통스러웠다.
"보아하니 그 쪽도 무사하진 않은 것 같군."
"앱톰!!"
그 때 미사일을 날린 장본인이 이곳에 나타났다. 다름 아닌 앱톰이었다. 케이와 푸르크슈탈은 갑작스런 앱톰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앱톰은 케이를 한 번 쓱 보고는 말했다.
"케이, 저 녀석은 내가 맡겠다. 넌 어디서 일단 쉬고 있어."
그 말을 들은 푸르크슈탈은 고통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앱톰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감히 실험동물 주제에 조아로드인 나를 상대하겠다고? 주제를 몰라도 정도가 있지. 아무리 앱톰이 이전까지 전례가 없던 극한의 전투 생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 근본은 조아노이드이다. 조아노이드는 사념파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기본적인 육체적 능력에서부터 조아로드의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건방지게도 푸르크슈탈 자신을 상대하겠다니.
"아냐! 앱톰. 저 놈은 내가 맡겠어!"
그 때 케이가 앱톰에게 강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앱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케이 저 녀석은 자기 꼴이 어떤지 전혀 모른단 말인가?
"고집 부릴 걸 부려. 지금 네 몸으로는 평소 힘의 반도 발휘 못해. 녀석은 그냥 내게 맡기라고."
"아니! 내가 싸우겠어! 녀석과의 담판은 꼭 내가 짖고 싶어!!"
둘의 대화를 들은 푸르크슈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저 녀석들이 건방지게도 푸르크슈탈을 자기가 잡겠다고 서로 다투는 것이었다. 마치 탐나는 사냥감 한 마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사냥꾼들 같은 모습이었다. 바로 그게 푸르크슈탈의 화를 돋웠다. 좀 부상을 당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아로드인 자신이 그렇게 만만해 보일까? 만신창이인 기간틱과 조아노이드가 기본인 실험동물 따위에게?
"이놈들이 날 우습게 알다니!! 각오해라!!"
-파지지직!!
그 때 푸르크슈탈이 가슴 한 가운데로 양 손을 모았다. 그러자 그 손 사이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하더니 그 곳에서 한 줄기의 번개가 발사되었다. 케이와 앱톰은 언쟁 도중 황급히 양 옆으로 갈라지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우윽!!"
-콰콰쾅!!
푸르크슈탈이 발사한 번개는 케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케이는 그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번개 에너지를 체내에 축적해 두었다가 흉부의 방전기로 발사하는 푸르크슈탈의 필살기, '선더 브라스트'였다. 축적된 에너지의 양이 상당했는지 선더 브라스트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케이가 무심결에 푸르크슈탈과 상당한 거리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다시 한 번 낙뢰 공격을 쓸 수 있었다. 푸르크슈탈은 즉시 오른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지금 바리어를 쓸 수가 없는 기간틱이라면 번개 공격 한 방이면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다.
"...큭!!"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왼쪽 옆구리에서 큰 통증을 느꼈다. 푸르크슈탈은 직감적으로 부상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번개 에너지가 평소처럼 쉽게 모이지가 않았다.
"지금 한 방 내리치면 푸르크슈탈이 이기겠군."
아파트 옥상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자빌은 푸르크슈탈의 승리를 예상했다. 지금 기간틱은 아까 전에 푸르크슈탈이 혼신의 힘을 다해 발사한 번개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그 대가로 전신의 에너지 앰프가 다 깨져버려 바리어를 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명, 쿨메그닉과 카브라알은 거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글쎄, 과연 그럴까?"
"쿨메그닉?"
"자넨 못 봤나 보지? 낙뢰가 내리치는 순간 푸르크슈탈의 복부에 기간틱의 중력 펀치가 명중한 것을."
그 말을 들은 자빌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푸르크슈탈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했다. 거리가 저렇게나 떨어져 있다면 진작 낙뢰를 떨어트렸어야 하는데도 아직 하늘에서는 낙뢰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른 손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걸 보면 낙뢰 공격을 하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렇게 늦어지는 이유가 부상 때문이란 말인가?
"낙뢰가 내리치는 것과 동시에 작렬해서 위력은 감소했지만 그래도 조아노이드라면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날 수준의 위력이었어. 필시 내장 파열을 일으켰을 게야."
카브라알 역시 정확하게 보았다. 카브라알의 말대로 지금 푸르크슈탈의 상태는 심각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긴 하지만 푸르크슈탈은 지금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원래 원거리 전에만 특화된 육체인지라 직접 공격에 대한 그 몸의 방어력은 상당히 낮았다. 게다가 바리어도 칠 수 없고 공격에 온 힘을 집중하느라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옆구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니 무사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푸르크슈탈은 번개 공격이 가능할까요?"
자빌의 질문에 카브라알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글쎄.... 한 번 정도는 가능할지도. 다만 금방은 안될껄? 내가 보기엔 저렇게 서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쿨메그닉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후, 이제 슬슬 우리가 나설 차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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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금방이라도 번개가 떨어질 듯이 하늘에서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앱톰은 다급하게 케이에게 소리쳤다.
"케이! 빨리 공격해! 녀석이 번개를 쏜다!!"
지금 기간틱은 바리어를 칠 힘이 없다. 만약 아까와 같은 번개 공격을 또 한 방 맞는다면 이번엔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다. 케이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케이는 급한 대로 일단 헤드빔 부터 발사하였다. 에너지가 부족한 지금 급한 데로 쏠 수 있는 무기는 헤드빔 뿐이었다.
-푸슝! 푸슝!
-파앗!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왼팔에 달려 있는 검은 색 장갑판으로 헤드빔을 막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헤드빔이 이 검은색 장갑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푸르크슈탈의 몸 여기저기에 퍼져 있는 검은색의 갑각(甲殼)은 상대방의 빔 공격에 대비해 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빔 압소버'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원거리에서 강력한 빔 공격을 날려도 푸르크슈탈은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원거리 전에는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12신장 푸르크슈탈이었다.
"윽! 빔을 흡수하다니! 그럼 이건 어떠냐!!"
-슈아악!!
케이는 오른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오른 팔에 달려있는 고주파 소드를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렸다. 기간틱의 고주파 소드는 그대로 쭉쭉 늘어나서는 무서운 기세로 푸르크슈탈을 향해 날아갔다. 푸르크슈탈은 황급히 번개 공격을 도중에 취소하고 양 손을 가슴께로 모아 바리어를 전개하였다. 고주파 소드같은 직접 공격 무기에 대한 대응책은 바리어 밖에는 없었다.
-키잉!!
고주파 소드는 바리어에 가로 막혀 그 자리에서 튕겨졌다. 고주파 소드가 막히자 케이는 당황해하였다. 지금 기간틱의 에너지로는 바리어를 뚫을 무기를 가동시킬 수가 없었다.
"받아라!"
-파슝!!
푸르크슈탈은 케이가 당황해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조아 크리스털에서 강력한 위력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목표는 바로 기간틱의 고주파 소드. 푸르크슈탈이 날린 빔은 기간틱의 팔에 있는 고주파 소드의 뿌리 부분에 정확하게 명중하였다. 그러자 빔을 맞은 고주파 소드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바로 두 번째 빔을 연사해서 왼팔의 고주파 소드까지 파괴하였다. 이로서 케이는 지금 당장 확실하게 쓸 수 있는 백병전 무기를 잃고 말았다.
"젠장!!"
케이는 일단 급한 김에 푸르크슈탈에게 달려들었다. 푸르크슈탈은 이번에는 기간틱의 머리를 노리고 세 번째 빔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케이는 고개를 숙여 이를 피하였다. 당황한 푸르크슈탈이 황급히 바리어를 다시 전개하였다. 그리고 그 바리어를 항해 케이가 주먹을 힘껏 뻗었다.
-콰아앙!! 파지직!!!
그러나 기간틱의 주먹 역시 바리어에 막히고 말았다. 바리어는 잠깐 좀 흔들렸을 뿐 건재했다. 케이는 오른 주먹에 큰 통증을 느꼈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철판 위를 맨주먹으로 힘껏 친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푸르크슈탈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보아하니 이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무기는 아무것도 못 쓸 것 같군. 그 꼴로는 내 바리어를 부술 수 없다."
푸르크슈탈의 말은 옳았다. 아까 전의 낙뢰 공격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 급히 전신의 에너지 앰프를 희생한 덕에 이제 기간틱은 에너지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평소의 기간틱이라면 최대 출력의 그래비티 펀치로 이 바리어를 깰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무리다.
그러나!
"너 역시 바리어를 치고 있는 동안에는 공격이 불가능해!!"
-콰아앙!!
케이는 다시 한 번 푸르크슈탈의 바리어를 향해 주먹을 힘껏 질렀다. 케이의 말대로 푸르크슈탈 역시 케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상황이라면 바리어를 풀 수가 없었고 바리어를 풀지 못하면 특기인 낙뢰 공격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기간틱의 에너지 앰프가 다 망가졌다고 하지만 육탄전이라면 여전히 기간틱이 우세한 대다가 지금 푸르크슈탈은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케이는 계속해서 두 주먹을 번갈아 가며 힘껏 바리어를 두들겨 대었다.
-콰앙! 파지직!!
-쿠웅! 터엉!!
바리어에 부딪힐 때마다 케이의 주먹은 너덜너덜해져 갔다. 아무리 기간틱의 장갑 외피가 경이로울 정도로 단단하다고 해도 맨주먹으로 저렇게 무식하게 바리어를 두들겨대면 절대 성할 리가 없었다. 앱톰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케이의 단순 무식함에 혀를 찼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대안도 없었다.
이 싸움의 승산은 양쪽이 서로 같은 50 대 50. 케이는 에너지 앰프를 전부 잃어 바리어나 기타 에너지 공격 병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푸르크슈탈이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바리어를 치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격이 불가능한데다가 지금 놈은 상당한 부상까지 입은 상태다. 바리어가 뚫리면 그냥 한 주먹 거리도 안 될 것이다. 기간틱의 주먹질에 푸르크슈탈의 바리어가 먼저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그 전에 기간틱의 주먹이 먼저 박살날 것인가!
"하아! 하아!"
계속해서 쉴 새 없이 바리어를 두들겨 댄 케이는 지친 듯이 숨을 헐떡였다. 기간틱의 공기 흡입구에서 대량의 공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케이의 호흡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기간틱의 주먹 역시 시꺼멓게 그을려 있는 것이 결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위에 덧입는 장갑이라고 해도 식장자인 케이 역시 상당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푸르크슈탈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소용없다. 맨 주먹으로 조아로드의 바리어를 깨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맞는 말이다. 일체의 에너지 없이 그냥 맨 주먹으로 바리어를 깨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케이는 물러날 수가 없다. 아니 물러날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 만큼은.....너 만큼은 용서 못해!"
"뭐?"
"감히 이런 비열한 함정을 파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너를 쓰러트리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가 없어!!!"
-콰아앙!!
다시 한 번 케이의 분노의 주먹이 푸르크슈탈의 바리어에 작렬하였다. 케이는 절대로 주저앉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함정은 푸르크슈탈이 케이를 끌어내려고 짠 것일 거다. 물론 진실은 푸르크슈탈이 아니지만 케이로서는 그 사실까지는 몰랐다. 어쨌든 그로 인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케이는 그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우오오옷!!!"
-파지직!!
그 순간 기간틱의 주먹이 바리어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리어가 아까보다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간틱의 주먹이 점점 바리어를 뚫고 들어오자 푸르크슈탈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바리어가!!"
그리고 케이는 혼신의 힘을 쥐어 짜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이야아압!!!!"
-콰아앙!!
결국 케이의 주먹이 푸르크슈탈의 바리어를 깨 버렸다. 케이의 일격은 그대로 푸르크슈탈의 가슴께에 교차돼 있던 양 팔의 교차점에 명중하였다. 그리고 그 주먹에 직접 부딪힌 푸르크슈탈의 오른팔의 갑각이 그대로 깨져 버렸다.
-퍼어억!!
"우아악!!"
기간틱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푸르크슈탈은 그대로 뒤로 십여 미터를 튕겨나가 땅바닥에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결국 이 무모한 승부의 승자는 케이였다. 맨 주먹만으로 기어코 조아로드의 바리어를 깨 버린 것이다!
"으윽....!"
푸르크슈탈은 신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였다. 기간틱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오른팔에는 감각이 거의 없었다. 오른 팔의 갑각도 산산이 깨져 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뼈까지 부서지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팔을 제대로 쓰기는 힘들었다. 바로 그 순간 푸르크슈탈은 일어서다 말고 다시 그 자리에 무릎을 털썩 꿇고 말았다. 그리고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커허억!!"
그러자 그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토해졌다. 아까 전에 낙뢰 공격 당시 기간틱의 그래비티 펀치를 얻어맞은 부위가 결국 탈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푸르크슈탈은 계속해서 쿨럭 거리며 피를 토해내었다. 내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까지 번진 것이다.
"아...아직 이야...! 난 아직 싸울 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지금의 푸르크슈탈은 번개 공격은 고사하고 혼자 힘으로는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케이는 푸르크슈탈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푸르크슈탈."
"다...닥쳐! 난 아직...."
"비열한 함정을 파서 날 유인해 냈지만 마무리가 너무 약했어! 네가 진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시치미 떼지 마!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개조한 가짜 기간틱에게 무차별 테러를 지시해서 날 유인해 냈잖아!!"
함정?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이용한 가짜 기간틱? 푸르크슈탈은 처음 듣는 소리뿐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자기가 테러를 일으켜 놓고는 누구한테 뒤집어씌우는 걸까? 그리고 푸르크슈탈 자신은 아무리 최선의 작전이라 해도 일반 시민들을 이용하는 작전을 할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케이의 태도는 마치 푸르크슈탈이 이 모든 일을 꾸민 것 같이 얘기하지 않은가?
'분위기가 어째 이상한걸?'
앱톰 역시 지금 푸르크슈탈의 반응을 보고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원래 악당들은 자기가 준비한 함정이 간파되거나 깨지게 되면 분해하거나 당황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푸르크슈탈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형세가 역전된 지금에 와서 푸르크슈탈이 유리할 것도 없다. 아무래도 거짓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 함정을 준비한 것은 푸르크슈탈이 아니라 딴 놈이라는 말인가?
-퍼억!!
"컥!"
그 때 어떤 물체가 초고속으로 날아와서는 앱톰의 등을 꿰뚫었다. 기습을 받고 부상을 입은 앱톰은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케이가 깜짝 놀라서는 앱톰에게 달려왔다.
"앱톰!!"
"조...조심해, 케이! 딴 놈들이....또 있어!"
앱톰은 부상당한 몸으로 힘겹게 경고하였다. 케이는 그 말에 경악하였다. 바로 그 때 헤드 센서에 세 개의 강력한 생명 반응이 탐지되었다. 그 반응 셋은 푸르크슈탈의 바로 뒤 쪽에 나타났다. 지금까지 기를 최저선 까지 낮춘 채로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꽤나 고전하는 것 같군. 푸르크슈탈."
"너...너희들은!!"
푸르크슈탈 역시 깜짝 놀랐다. 그의 뒤 쪽에 갑자기 세 명의 조아로드가 나타난 것이다. 바로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이었다. 푸르크슈탈은 이들이 미국에 가 있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이들이 온다는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었다.
"뭘 그리 놀라나? 가이버 기간틱을 잡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고 말했던 건 바로 너잖아?"
"뭐...그...그야 그렇지만...."
"자네는 지금까지 잘 했어.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갑작스런 이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해 하던 푸르크슈탈이지만 어쨌든 '지원군'이 와 줬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푸르크슈탈 자신은 전투는 고사하고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세 신장은 푸르크슈탈을 대신해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케이와 앱톰과 대치하였다.
"자, 그럼 각오해라! 가이버 기간틱!!"
"윽!"
케이는 바짝 긴장하였다. 지금 기간틱의 에너지는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박살난 온 몸의 에너지 앰프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앱톰도 부상을 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세 명이나 되는 조아로드를, 그것도 이제 막 도착한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조아로드 세 명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었다. 전투는 절대 무리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 후퇴하는 것 뿐.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키잉!!
그 때 기간틱의 듀얼 컨트롤 메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케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 컨트롤 메탈을 통해서 아키토의 의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내게로 오너라. 기간틱!>
'마키시마 선배? 설마...!!'
Next episode 제16화 '해방된 괴물' coming soon......
p.s : 생각해 보면 푸르크슈탈의 기술은 철저히 대기권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군요. 우주에서는 구름이 안 생기니 불가능. -_- 게다가 어디 동굴 안이라도 들어가면 사용 불가능. -_-;; 이거 의외로 제약이 심한 조아로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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