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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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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16화 - 해방된 괴물 -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는 크로노스의 북미 지부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초고층 빌딩 '필라즈 오브 헤븐(Pillars of Heaven)'이 그것이다. 포토맥 공원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빌딩은 최상부에 위치한 최고 간부 집무실 바틱스 오브 필라즈까지의 높이가 1,072m, 대지면적 86,064㎡에 달한다. 지상에서 200m 정도 높이의 푸딩 모양의 '그레이트 크레피도머'로 불리는 구조물을 중심으로 각각 1000m에 달하는 세 개의 초고층 빌딩이 뻗어 올라간 이 빌딩은 그 자체가 건축기술의 경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으며 크로노스의 세계 지배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인 본부기지는 물론 애리조나의 지하 비밀기지가 수행하지만 정체를 함부로 드러낼 수는 없는 곳이기에 대중들에게는 필라즈 오브 헤븐이 전 세계 크로노스 지부의 통합 지휘기지로서 각인돼 있다.

그리고 이 빌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압 이전 미 국방성(펜타곤)으로 불리던 곳이 있다. 이곳은 크로노스의 지구 제압 이후 크로노스가 건물 전체를 싹 뜯어고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조제 및 실험시설로 만들었다. 그 옛날 펜타곤 건물 바로 위에 돔 형태의 새로운 구조물을 올리고 건물 자체도 거의 재건축에 가까운 대공사를 거친 이곳은 이제 건물의 형태가 오각형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 옛날 펜타곤의 이미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재건축 후 이 곳은 '북미지구 제3조제시설'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설치된 조제통은 총 7000기나 되는 세계 최대의 조제 시설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바로 이곳이다."

아키토는 구 펜타곤 건물, 지금은 제 3조제시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그의 뒤쪽에 도열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레지스탕스 '제우스의 우뢰'의 공격 목표는 바로 이 곳 제 3조제시설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레지스탕스 멤버들은 전부 백 명이었다. 두어 달 전 아지트가 크로노스에게 공격당했을 때 인원 손실이 많았던 제우스의 우뢰는 아키토가 다시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공백기 동안 인원을 보충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다시 크로노스와 싸울 준비를 척척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새롭게 다시 태어난 제우스의 우뢰가 크로노스에게 선전포고 겸 해서 놈들이 가진 최대 규모의 조제시설을 파괴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기 모인 멤버들은 전부 다 비무장이었다. 그저 전원이 검은색 트렌치코트로 복장을 통일한 것 이외에는 없었다. 지금 공격하려는 시설이 조아노이드만 거의 5000마리 가까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 숫자로 공격을 거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게다가 비무장이라면 이건 그냥 죽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무기의 성능 테스트도 겸하는 날이었다. 아키토는 주저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새롭게 태어난 우리 제우스의 우뢰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줘라. 가라!!"

아키토의 호령이 떨어지자 모든 멤버들이 전부 다 제3 조제시설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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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팝콘 맛있네."

힐드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커다란 팝콘 통을 손에 들고는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미 제 3조제시설로 뛰어가고 있는 제우스의 우뢰 멤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면 마라는 그 옆에서 바짝 긴장한 채로 서 있었다.

"그래, 팝콘은 맛있네. 하지만 내가 여기 미국에 팝콘이나 먹으러 온 것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힐드님."

"베루더, 난 네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다 해서 여기까지 왔어. 재미없으면 떼찌할꺼야~♡."

"보증하죠. 이 세상에서 싸움구경 만큼 재미있는 건 없습니다. 이제 곧 시작될 이 싸움은 앞으로의 대 크로노스 전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대마계장이 하는 말은 비록 농담처럼 말한다 할지라도 그 아래 사람들에게는 무시무시한 협박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힐드는 그냥 떼찌한다고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 말은 결국 힐드가 보기에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면 용서치 않겠다는 의미였다. 더군다나 대 마계장이 직접 와서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으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힐드는 바로 그 점을 이야기 한 것이다. 하지만 베루더는 자신이 있는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특유의 능글능글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도 대 크로노스용 병기를 양산할 계획 아닙니까?"

"아직 결정된 건 없어."

"그 때를 대비해서 참고하시라고 보여드리는 겁니다."

베루더는 힐드의 의중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힐드 역시 '그 계획'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베루더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이 자리에 직접 올 리가 없으니까. 문제는 바로 그 계획을 실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점을 과연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는 바로 그 문제점의 해결책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

베루더는 고개를 돌려 언덕 저쪽 끝에 있는 아키토를 바라보았다. 대마계장이 여기 왔다는 건 아키토에게는 비밀이었기 때문에 지금 힐드들은 아키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키토의 옆에는 하얀색 코트를 입은 시즈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시즈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이전에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온화한 미소 같은 건 온데간데없었다. 베루더는 그녀를 보며 낮게 혀를 찼다. '그것'을 행하면서 부작용이 나온 건지 아니면 원래 그것을 하게 되면 성품도 변하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것을 행한 아키토의 냉혹함에 또 한 번 기가 막혔다.

'마키시마 아키토. 당신 아무래도 우리 마계에는 결정적으로 위험한 인물이 될 듯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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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잉! 삐잉!

<레지스탕스의 습격이다! 전투요원들은 즉시 조아노이드로 변신해서 응전하라!>

미 제3 조제시설에서 긴급 경보가 발령되었다. 전투 요원들은 즉시 조아노이드로 변신해서 요격 태세를 갖추었다. 경비 병력들은 당황해하는 기색 없이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상당히 훈련이 잘 된 정예 요원들인 것이었다.

조아노이드들은 레지스탕스들을 요격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과연 저 멀리서 일단의 사람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기가 막혔다. 뛰어온다? 한 1~2Km는 되는 거리를? 저렇게 뛰어오면 이미 기습의 효과 따위는 없다. 차량으로 단숨에 돌파해도 벅찰 지경인데 한술 더 떠 이들은 무기도 없다. 도대체 제정신인가? 전차를 수십 대 끌고와도 모자랄 지경에 맨손이라고?

"흥.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지옥으로 보내주마!!"

조아노이드 부대가 이들을 향해 달려갔다. 가장 선두에 선 조아노이드가 눈앞에 달려온 레지스탕스 대원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내리쳤다. 강철 장갑판도 찢어발기는 강력한 손톱을 자랑하는 이 조아노이드의 공격이라면 인간 따위는 한 방에 갈기갈기 찢어지게 된다.

-터억!

"아...아니!!"

그런데 전혀 뜻밖에 일이 벌어졌다. 레지스탕스 대원이 조아노이드의 손톱 공격을 양팔을 교차해서 막아낸 것이다! 겨우 인간의 빈약한 신체로 조아노이드의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콱!

"욱! 크..크윽!!"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공격을 막아낸 레지스탕스 대원은 오히려 상대 조아노이드의 얼굴을 한 손으로 꽉 붙잡았다. 상대방은 이를 뿌리치려 하였지만 악력이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 상태 그대로 레지스탕스 대원은 손에 힘을 줬고 그 힘을 못 견딘 조아노이드의 얼굴이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다.

-푸학!!

"우와아!!"

"저...저럴 수가!"

이 대원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레지스탕스 대원들 역시 단지 맨 손으로 상대방 조아노이드를 찢어 죽였다. 이 모습을 본 조아노이드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이런 힘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네...네놈들은 웬 놈들이냐!"

그러자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몸이 커지면서 입고 있던 옷들이 찢겨져 나갔다. 마치 조아노이드가 변신하는 광경과 똑같았다. 그 모습을 본 크로노스 조아노이드 부대는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네...네놈들 조아노이드냐!"

"우리들은 조아노이드가 아니다."

변신이 완료된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크로노스의 조아노이드들과 대치하였다. 변신을 완료한 이들은 여기 모인 조아노이드들이 생전 처음 보는 형태로 변신해 있었다. 약 2m 정도의 크기에 균형 잡힌 체구를 갖춘 이들은 상당히 날렵해 보였다. 하지만 두 다리로 서 있다는 것 빼고는 은색의 눈 하며 온몸에 박혀있는 검은색의 갑각하며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의 이름은 '리베르타스'. 힘이 그리고 영혼이 해방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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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워싱턴의 조제시설이?"

-"예! 그렇습니다! 급히 지원이 필요합니다!"

애리조나 본부기지에서 발카스는 워싱턴의 긴급 통신을 받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일단의 레지스탕스들의 기습으로 미 제3 조제시설이 괴멸 직전이라는 내용이었다. 기껏해야 미조제의 인간 잘해야 백 명 정도가 조아노이드의 숫자가 천단위에 이르는 제3조제시설을 파괴할 수 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누가 그 짓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갔다.

"이놈...! 마키시마 아키토! 기간틱 다크라고 맘대로 설치고 다니는 구나!"

-"아닙니다! 박사님, 기간틱 다크는 여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럼 도대체 어떤 놈들이란 말이냐?"

-"저..정말 믿기 힘드시겠지만....여기 나타난 놈들은 이제까지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조아노이드 무리였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화면의 영상이 바뀌었다. 그 영상을 본 발카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발카스 역시 처음 보는 조아노이드 무리가 제3 조제시설의 조아노이드 부대를 무차별 적으로 학살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을 보니 도저히 게임이 안 되고 있었다. 레지스탕스의 조아노이드 부대는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대부분의 조아노이드들을 단 일격에 박살내고 있었다.

"이...이럴 수가! 레지스탕스가 독자적으로 조아노이드를 조제했단 말인가! 그것도 저렇게 완성도가 높은 놈들을?!"

발카스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조제 기술은 발카스가 강림자의 유적에서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약 4백년에 걸쳐 발카스가 다듬어오고 발전시켜 온 기술이다. 그런 것을 레지스탕스 놈들이 저렇게나 간단히 이루어 내다니. 설비는 어떻게든 입수한다 쳐도 조제 노하우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 설령 관련 자료를 넘겨준다 해도 그것을 옆에서 도와줄 수 있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고급 인재가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조제 공식을 보여준다고 해도 조아노이드 조제를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그 순간 발카스의 뇌리에 한 사람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생각해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쪽을 배신하고 레지스탕스에 붙어 조제 기술을 전수한 배신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그런 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짧은 시일 안에 저런 조제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발카스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딱 한사람뿐이다.

'설마....해커링, 네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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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도 이만 출동하겠습니다."

시즈는 아키토에게 고개 숙여 출동 보고를 하였다. 아키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하였다. 허락이 떨어지자 시즈 역시 리베르타스들이 한창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제 3 조제시설로 항하였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아키토는 아지트에서 해커링 박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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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의 이름은 리베르타스. 마키시마, 자네 요구대로 완성된 신형 조제체일세."

로키 산맥 부근에 비밀리에 마련된 아지트 -겉보기에는 낡은 창고지만- 에서는 닥터 알프레드 해커링의 주도로 레지스탕스의 신형 병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로 아키토가 처음부터 의도하고 있던 신형 조아노이드 군단이었다. 목제 재제소로 위장된 아지트 내부에는 총 80기의 조제통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서 조제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제우스의 우뢰의 멤버들이었다.

신형 조아노이드 부대를 조직하겠다는 아키토의 계획은 조직 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크로노스에 반기를 든 레지스탕스 멤버들이 이제 와서 놈들처럼 조아노이드가 돼야 한다는 것을 찬성할 리가 없던 것이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포기하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아키토는 이 계획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얼마 전에 크로노스가 아지트를 급습했을 때 증명된 일이지만 미조제의 보통 인간은 역시나 조아노이드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조제 상태의 그들이 조아노이드가 경비하던 조제시설 몇 군데를 부술 수 있던 것도 가이버인 아키토가 함께 싸워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키토가 만약 저번처럼 어떤 일이 생겨서 조직을 비우게 되면 그 동안 레지스탕스는 모든 공격 작전을 중지하고 쥐 죽은 듯이 숨어 지내야 한다. 이들 만으로는 기습을 건다 해도 조아노이드 부대를 상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키토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조직이라면 아키토 입장에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결국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조아노이드를 상대하려면 역시 조아노이드로 맞서야 한다는 말에는 다른 멤버들도 반박하지 못했다. 처음엔 거세게 반대하던 이들도 전력 차가 심하다는 현실적인 문제, 그리고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원래대로 되돌려 주겠다는 아키토의 약속(물론 거짓말이다. 한 번 조제를 받게 되면 다시는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이 더해지자 이 계획에 따르기로 하였다. 그래서 멤버 대다수를 거의 강제하다시피 해서 조제를 진행하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결정은 했지만 막상 자기만큼은 빠지고 싶어 하는 멤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자원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들 리베르타스들의 전투력은 상당히 높아.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능가할 정도지. 보통 조아노이드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그건 보증할 수 있네."

아키토는 해커링에게 리베르타스의 조제를 의뢰할 당시 엄격한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그 전투능력은 최고로 높여야 하며 또한 가급적 한 마리로 다양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크로노스는 인원이 풍부한 만큼 특정 임무에 특화된 조아노이드 -예를 들면 정찰형이라든지- 를 따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 이것저것 다 하려고 욕심 부리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 보다는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쪽이 좀 더 임무 효율이 높다. 그러나 인원수가 극히 부족한 제우스의 우뢰 입장에서는 그런 사치를 부릴 수가 없으므로 한 개체가 여러 임무를 겸할 수 있는 만능형을 요구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요구조건은 바로 크로노스 12신장의 사념파에 대한 대응 방안이다. 기껏 최강의 조아노이드 부대를 조직했더니만 12신장의 사념파에 조종당하거나 하면 큰일이다. 그 점에 대해서도 해커링은 확실한 해결책을 내 놓았다.

"이들은 또한 손종 실험체처럼 사념파를 받기 힘든 체질을 획득했지. 물론 이건 자네의 성능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아키토의 성능 요구 조건은 솔직히 너무 무리한 조건들이었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도 훨씬 능가하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생물로서의 균형을 무시한 불완전한 생물체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 대가로 이들 리베르타스들은 손종 실험체들이 그러했듯이 생식능력을 잃고 그 대에서 끝나는 변이체가 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손종 실험체들 처럼 조아로드의 사념파를 받기 힘든 체질이 되었다. 아키토는 특히 이 점을 가장 중시하였다. 이들이 크로노스에 맞서야 하는 입장인 이상 적의 사념파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12신장의 강력한 사념파를 완전히 막을 수가 없네."

손종 실험체는 조아로드의 사념파를 받기가 힘들다. 그러나 받기가 ‘힘들다’는 거지 아예 안 받는 것은 아니다. 손종 실험체라도 조아로드의 사념파에 꼼짝 못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사념파를 수신만 하고 명령에는 복종하지 않는 개체도 있다. 극히 드물긴 하지만 앱톰처럼 아예 사념파 자체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즉 대중없다는 것이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유전적 특질이 다 다르니 똑같은 종으로 조제한다고 해도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리베르타스들이 사념파를 받기 힘든 체질을 획득했다고는 하지만 적의 강력한 사념파에 노출되면 그쪽의 명령에 따르거나 아니면 사념파로 신경이 분산돼서 제 실력을 발휘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 말고 다른 해결책이 또 필요하지."

그렇게 설명하면서 해커링은 아키토를 지하에 별도로 마련된 조제 시설로 안내하였다. 지하에 마련된 조그만 방에는 단 한기의 조제통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제를 받고 있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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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미 제 3조제시설을 경비하던 조아노이드 부대의 방어선이 뚫리고 말았다. 방어선이 뚫리자 리베르타스들이 조제시설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갔고 그 압도적인 전투력을 앞세워 조아노이드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다녔다. 또한 이들은 조제 및 연구시설로 난입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조제 관련 설비를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다녔다.

-쨍그랑!! 쏴아아!!

-콰창!!

지상부에 마련된 조제설비는 민간인 조제 지원자들을 조제하는 곳이었다. 즉 이들은 조아노이드가 되기는 하지만 크로노스의 조직원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리베르타스들은 그런 사정을 봐주지 않고 닥치는 대로 조제통들을 부수고 다녔다. 조제도중 어떤 원인으로 인해 조제통 안에서 강제로 끄집어져 내게 되면 조제자는 그대로 목숨을 잃거나 간신히 살아남는다 해도 인간도 조아노이드도 아닌 어중간한 기형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콰악!!

리베르타스들은 그렇게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후에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조제자들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피와 뇌수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크아아아!!!"

밖에서는 인근에 있던 필라즈 오브 헤븐에서 파견된 지원군과 이를 요격하기 위해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리베르타스들간의 전투가 새롭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리베르타스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원 나온 조아노이드들은 조제 시설로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밖에서 심하게 고전 중이었다. 그들 숫자의 50분의 1 수준의 병력에게. 제 3 조제시설 주변은 이미 박살난 조아노이드들의 육체와 피로 얼룩져 갔다. 조제 시설 자체도 이미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해서 검은 연기가 무수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박사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대로 가다간 시설이....!!"

제 3조제시설의 최고 관리자는 이미 패닉상태였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경비 병력은 이미 거의 전멸하다시피 해서 조직적인 저항이 불가능했고 필라즈 오브 헤븐에서 지원 나온 병력은 아예 이곳에 오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지원이 없으면 이곳은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 그는 통신실에서 애리조나 본부의 발카스에게 거의 울다시피 하며 사정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지금 당장 내 사념파를 그 곳으로 방류시켜 주지."

발카스가 직접 와서 저 놈들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아로드라고는 하지만 발카스는 전투원이 아니라 연구직이니까. 게다가 지금 애리조나 본부 기지에서 여기까지 날아와봐야 조제시설을 구하는 건 시간상 무리였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발카스는 지금 그가 낼 수 있는 최대출력의 사념파를 방사할 생각이었다.

물론 리베르타스들은 손종 실험체들과 마찬가지로 사념파를 받기 힘든 체질들이다. 발카스는 그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조아노이드로 크로노스에 맞설 생각을 했으면 조아로드의 사념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어떤 수단을 조치해 놨을 것이다. 그리고 발카스가 생각하기에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손종 실험체로의 조제다. 하지만 손종 실험체는 사념파를 '받기 힘들다'는 거지 '아예 안 받는다'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 애리조나에서 최대 출력의 사념파를 방사하면 리베르타스들의 활동을 억누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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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R(Psycho Wave Radiator) 상태 양호!"

"P.W.G (Psycho Wave Generator) 출력 상승 개시!!"

애리조나 본부의 중앙 관제실이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부 기지 최하층의 P.W.G 에 동력이 집중되면서 출력이 상승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부 기지 최상층부에 자리 잡은 P.W.R 은 밑에서 증폭되어 올라온 사념파를 방사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발카스 박사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관제원이 발카스에게 보고하자 발카스는 최하층부 중앙 관제실에 특별히 마련된 좌석에 착석하였다. 이 자리는 조아로드의 사념파를 수신해서 P.W.G로 보내주는 일종의 연결 플러그 역할을 한다. 발카스는 즉시 사념파의 방사를 개시하였다. 관제원들이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념파 방사 개시! 증폭 레벨 현재 5!"

"증폭 레벨 6!"

"레벨 7로 이행! 사념파 최대 출력!!"

P.W.G에서 증폭된 사념파는 그대로 최상층의 P.W.R로 보내졌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워싱턴의 필라즈 오브 헤븐 최상층부에 자리 잡은 P.W.R로 방사되어졌다. 본부 기지의 사념파 확대 방사 시스템은 그 출력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하며 여기서 최대 출력으로 방사된 사념파는 지구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위력 역시 가장 강력하다. 여기서 최대 출력으로 방사된 사념파는 조아노이드로 조제되지 않은 보통 사람조차도 그 자리에서 무릎 꿇릴 수 있을 정도다. 원래 보통 사람은 조아로드의 사념파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 옛날 강림자들이 인류를 처음 만들 당시 고대 원시 인류에게는 사념파를 통한 명령이 가능하게 제작을 했었고 수 만년의 세월이 흘러 그 피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미세하게나마 그 때의 흔적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정도로 강력하게 증폭된 사념파라면 손종 실험체라 할지라도 압도할 수 있다.

-우우우웅!!

워싱턴의 필라즈 오브 헤븐의 P.W.R에 드디어 발카스의 증폭된 사념파가 도달하였다. 필라즈 오브 헤븐에서는 즉시 이 사념파를 제 3조제시설 방향으로 유도하였다. 그리고 이 사념파는 그 곳에 있던 모든 조아노이드와 리베르타스들에게 전달되었다.

-고오오오!!!

"오오!! 이 느낌은...!"

"닥터 발카스!!"

"마침내 오셨어! 발카스님이 오셨다고!!"

리베르타스들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던 조아노이드들은 발카스의 강력한 사념파를 느끼자 환호성을 올렸다. 리베르타스들의 전투력에 공포를 느끼던 이들은 순식간에 용기백배해서 사기가 크게 올랐다. 조아노이드에게는 신(神)이나 마찬가지인 조아로드의 사념파는 이들에게 가장 든든한 원군이었다. 비록 발카스는 이 자리에 없지만 지금 조아노이드들에게는 마치 발카스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괘씸한 놈들! 더 이상의 행패는 용서치 않겠다!>

발카스는 사념파로 리베르타스들에게 호통을 쳤다. 물론 조제체인 리베르타스들 역시 발카스의 사념파를 수신하였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발카스의 사념파를 받고만 있었다.

<자! 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라!!>

발카스는 리베르타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손종 실험체라도 이렇게까지 증폭된 사념파에 노출되면 별 수 없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리베르타스들 중에서 무릎을 꿇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사념파에 동요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발카스는 당황해하며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리베르타스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왜지! 왜 무릎을 꿇지 않는 거야!!>

<그야 당연하지요, 닥터 발카스.>

그 때 발카스의 뇌리에 다른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카스는 처음 듣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발카스가 당황해하는 그 순간 전투 현장에 한 명의 여성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은 긴 생머리에 하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발카스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혹시 방금 전의 그 목소리는 저 여자란 말인가?

<넌 누구냐!!>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입고 있던 코트를 천천히 벗었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잠시 후 그녀의 이마에서 뭔가 강렬한 빛이 발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외모가 변하기 시작했다. 체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신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온 몸에 보라색을 띈 갑각이 생겨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마와 복부에 조아 크리스털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물질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검은 긴 머리도 형태가 변해서 두개의 하얀 칼날 비슷한 것으로 변신하였다. 변신이 완료되자 그 여자는 사념파로 발카스에게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그리셀더. 리베르타스들 위에 군림하며 우리들의 주인이신 기간틱 다크를 위해 싸우는 리베르타스들의 여왕.>

그리셀더가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손을 힘차게 내리며 리베르타스들에게 진격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리베르타스들이 괴성을 지르며 조아노이드들에게 달려들었다. 발카스가 다시 지펴 올린 조아노이드들의 사기는 이내 공포로 바뀌었다. 조아노이드들은 압도적인 전투력의 리베르타스들에게 또 다시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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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퍼엉!!

언덕 위에 혼자 남아있던 아키토는 가이버 III로 변신을 하였다. 이제 이번 작전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작전은 아키토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 성공이었다. 해커링 박사의 예상대로 리베르타스들의 전투력은 조아노이드를 능가했고 또한 조아로드의 사념파에도 끄떡없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였다. 아키토는 잠시 그 때 해커링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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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로드의 사념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리베르타스들에게 그들만의 정신적 지주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

조아로드의 사념파에도 끄떡없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무리한 아키토의 요구에 해커링이 내놓은 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리베르타스들이 유일하게 섬기는 신(神)적인 존재. 그들만의 카리스마. 마치 조아노이드에게 조아로드가 있듯이 이들 리베르타스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어야 했다. 크로노스 12신장의 사념파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대 역시 또 다른 사념파의 지배를 받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모순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키토의 기간틱 다크가 아니다. 기간틱 다크는 조제체들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그들과 가까운 존재, 즉 개미들의 집단과 같이 이들 리베르타스라는 일개미들 위에 군림하면서 명령을 내려줄 여왕개미격인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해커링이 아지트 지하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두고 따로 조재를 진행 중인 '여왕개미'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리셀더'입니까."

"그래, 바로 맞았어."

그렇게 대답한 해커링은 그리셀더가 조제중인 조제통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아키토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마키시마. 이제 와서 이런 질문 해봐야 너무 늦었지만......"

"......"

"자네, 정말 괜찮은 건가? 이렇게 해도?"

아키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조제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조제통 안에서 그리셀더로 조제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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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는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키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난 반드시 승자가 돼 보일 거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리베르타스들을 지배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조아로드의 사념파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존재, 그리셀더. 아키토는 그리셀더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아키토만을 보며 그만을 사랑해 오던 시즈를 재물로 바쳤다. 리베르타스는 그리셀더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그리셀더인 시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아키토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아키토에 대한 사랑, 아니 거의 숭배에 가까운 감정이 있으니까.

이로서 아키토가 원하던 강력한 조직이 완성되었다. 이제 제우스의 우뢰는 설사 아키토가 부재중이라 할지라도 독자적으로 크로노스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아키토는 이제 대 크로노스 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작전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군.'

아키토는 저 멀리 위용을 뽐내며 우뚝 서있는 필라즈 오브 헤븐을 처다 보았다. 신생 제우스의 우뢰의 데뷔전의 마지막은 크로노스 북미지구 통제국사 필라즈 오브 헤븐의 파괴! 크로노스의 세계 지배의 상징을 무참히 부숴준다면 그거보다 더 통렬한 선전포고도 없을 것이다.

'좋아, 이제 기간틱을..... 응?'

기간틱을 소환하려던 아키토는 잠시 멈칫하였다. 일본에서 현재 케이가 기간틱을 사용 중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현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이제 케이는 필요 없는 존재고 따라서 그 녀석이 지금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지는 그가 알 바 아니었다. 아키토는 의식을 집중하며 기간틱을 호출하였다.

"자, 와라 기간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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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라 기간틱. 가이버 I 에게서 분리돼서 내게로!>

아키토의 의식이 전해져 오자 기간틱이 그대로 분리되려 하였다. 케이는 필사적으로 의식을 집중하며 기간틱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리고 아키토에게 텔레파시 통신을 시도하였다.

<마키시마 선배! 제발 그만둬요. 지금은 안 돼!>

<내게로 와라. 기간틱>

케이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을 텐데도 아키토는 케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의지를 보내며 기간틱을 강제로 뺏어가려 하였다. 기간틱의 컨트롤은 이미 상당부분 아키토에게 뺏긴 상태라 이젠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붙잡고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러나 케이는 필사적으로 의지를 다지면서 기간틱의 컨트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조아로드도 세 명이나 추가로 나타났고 앱톰도 부상을 당했다. 이 상황에서 기간틱마저 뺏기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케이는 아키토에게 계속해서 이곳의 사정을 설명했지만 아키토는 무시로 일관했다.

<내게로 와라.>

<안 돼! 안 돼!!>

"저 녀석 지금 뭐하는 거지?"

케이는 지금 텔레파시로 아키토와 통신 중이고 기간틱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다. 그러나 어딘가 당황해 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케이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저 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앱톰만은 지금 케이의 모습을 보고 사태를 금방 깨달았다. 지금 기간틱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키이잉!!

기간틱의 듀얼 컨트롤 메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케이는 괴로운 듯이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아키토의 강력한 의지가 전해져왔다.

<어서 와!!>

"안 돼에에에!!!!!"

-파아앗!!

케이의 처절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간틱은 강제로 해제 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세 신장들은 깜짝 놀랐다.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는 동안 벗겨진 기간틱은 공간이동을 해서 그 자리에 나타난 번데기에 격납 되서는 다시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케이는 허탈한 표정으로 사라져가는 번데기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결국 또 다시 아키토의 의지에 지고 만 것이다.

'빌어먹을, 마키시마 아키토 이 망할 자식!!'

앱톰은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 뱉었다. 결국 가이버 III 녀석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케이와 앱톰이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만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우리가 훨씬 유리한 것 같군."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요리해 드릴까?"

세 신장은 무시무시한 웃음을 지으면서 케이와 앱톰에게 천천히 다가서기 시작했다. 앱톰의 부상이야 벌써 다 나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보통의 가이버 상태인 케이와 앱톰 둘 만으로는 조아로드를 셋 이나 한꺼번에 상대할 수가 없었다. 이 두 사람에게 지금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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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커덕! 키이잉!!

아키토는 기간틱 다크로의 변신을 마쳤다. 변신을 완료한 아키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 나약한 케이 녀석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번엔 저항이 꽤 거센 편이었지만 그래도 문제없이 녀석에게서 기간틱을 뺏어 왔다.

-키이이이.....

"응? 에너지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뺏어온 기간틱의 에너지가 거의 바닥이었던 것이다. 케이녀석이 도대체 일본에서 얼마나 날뛰었길레 기간틱이 가진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바닥 난거란 말인가. 기간틱 다크의 에너지 앰프들은 빛이 거의 꺼질듯 말듯 희미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일본에서 얼마나 거칠게 날뛰었든 간에 지금 기간틱 다크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다. 케이에게서 벗겨져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번데기 안에서 기간틱의 세포 조직이 다시 한 번 재구성(Reset)되면서 이전에 입은 데미지들이 깨끗이 수복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소모된 에너지는 그렇게 간단하게 회복되지 못한다. 한 번 다 소모하고 나면 이차원 공간에서 한동안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키토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 이 몸으로는 도저히 기가 스매셔를 쓸 수가 없었다. 기가 스매셔 한 방으로 필라즈 오브 헤븐을 통째로 증발 시켜 버리려고 했었는데 그게 불가능해지고 만 것이다. 아키토는 남은 에너지를 다시 한 번 체크해 보았다. 프레셔 캐논조차도 최대 출력을 낼 수가 없을 수준이었다. 나머지 무기는 필라즈 오브 헤븐을 파괴하기에는 기본 위력이 부족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저걸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우웅!!

아키토는 양 손을 한 가운데로 모아 프레셔 캐논의 발사 준비를 하였다. 곧 기간틱 다크의 복부에 위치한 중력 제어구가 가동되면서 고중력의 웜홀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필라즈 오브 헤븐을 겨냥하였다. 일단은 꿩대신 닭으로 참는 수밖에. 완전파괴는 못해도 중간을 '꺾는' 것 정도는.....가능하다!

"프레셔 캐논!! 기가 맥시멈!!!!"

-파아앙!!

남은 에너지를 전부 쥐어짜 낸 기간틱 다크의 프레셔 캐논이 발사되었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주 거대한 충격파가 발사되었다. 발사시의 반동으로 기간틱 다크가 뒤로 주르륵 밀릴 정도였다. 발사된 프레셔 캐논은 그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필라즈 오브 헤븐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결국 프레셔 캐논은 필라즈 오브 헤븐에 정확하게 명중하였다. 세 개의 빌딩 중에서 제 2번 빌딩의 지상 600m 지점에 프레셔 캐논이 명중하면서 빌딩 한 가운데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빌딩 한 복판을 거대한 괴물이 베어 먹은 것 같은 형상이 된 제 2번 빌딩은 누가 봐도 금방 뚝 부러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금방 무너져 내리지는 않아서 인지, 아니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시민들은 그 광경을 그저 멍하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쿠쿠쿠쿠!!!

그러나 역시나 빌딩의 남은 부분만으로는 높이만 300m에 달하는 남은 윗부분의 중량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남은 부분이 부러지면서 그 위쪽의 무게만 수만 톤에 이르는 거대한 건축물이 지상으로 그대로 추락하였다. 그 아래 있던 워싱턴의 시민들은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 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콰아아아아!!!!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리면서 필라즈 오브 헤븐의 부러진 부분이 지상에 낙하하였다. 높이 600m 에서 떨어진 수만 톤의 건축물이 발생시킨 충격파의 위력은 엄청났다. 필라즈 오브 헤븐 인근에 있던 크고 작은 각종 빌딩들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피해는 점점 확대되어 갔다. 추락지점에서 반경 2Km 안쪽에 있던 건물들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필라즈 오브 헤븐의 부러진 건축물과 무너진 기타 빌딩들에게서 발생한 막대한 양의 분진이 피어올랐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시민들은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좋았어. 오늘은 이만하면 되겠군."

멀리서 필라즈 오브 헤븐이 붕괴되는 장면을 본 아키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시민들이 얼마나 죽고 다쳤느냐는 그의 관심 밖이었다. 중요한 건 신생 제우스의 우뢰의 데뷔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점이었다. 그는 제 3조제시설을 완전히 초토화 시키고 돌아온 그리셀더와 리베르타스들을 보며 명령하였다.

"자, 이만 돌아가자.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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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잇!"

케이와 앱톰은 세 신장 멤버와 대치중이었다. 그러나 이미 전력 차는 압도적인 차로 벌어져 버렸고 지금의 이 균형은 세 신장 멤버가 깨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깰 수가 있었다. 지금은 다만 '사냥감'을 잡기 전에 잠깐 즐기는 타임일 뿐이었다. 앱톰이 케이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어. 도망치자."

"그래야지. 하지만 어떻게?"

"내게 방법이 있어."

그러면서 앱톰은 혹시나 앞에 세 놈이 들을까봐 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케이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앱톰의 계획을 듣고 있었다. 전투 형태의 앱톰은 입이 없으니까 앞에 세 신장은 지금 앱톰이 뭐라 하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앱톰의 계획을 다 들은 케이는 잠시 주저하였다.

"하...하지만 그건...."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내 능력 벌써 다 잊었냐?"

".....알았어."

두 사람이 뭔가 속닥이는 분위기가 계속되자 세 신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대체 뭔 계획을 짜는지 '흥미진진'했다. 과연 놈들이 어떤 계획으로 나와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줄까? 자빌이 케이와 앱톰에게 빈정거렸다.

"후후, 지금 뭣들 하냐? 마지막 기도라도 하는 거냐?"

앱톰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케이 역시 한 발 뒤쪽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려는 듯 자세를 낮췄다. 앱톰이 세 신장에게 말했다.

"마지막 기도? 천만에 말씀!"

-촤악!!

갑자기 앱톰이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았다. 그러자 그의 온 몸에서 뭔가가 삐쭉 솟아나왔다. 생체 미사일이었다. 생체 미사일은 앱톰의 머리, 가슴, 다리 할 것 없이 온 몸에서 솟아나왔다. 고슴도치처럼 온 몸이 미사일로 뒤덮인 앱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네놈들을 날려버릴 작전을 짜고 있었다!!"

세 신장은 크게 놀랐다. 열세인 상황에서 오히려 반격을 가해올 줄이야. 그것도 저렇게 무식하게 많은 생체 미사일이라니! 앱톰이 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받아라아앗!!!"

-투투투투퉁!!!

앱톰의 온 몸에 돋아나 있던 생체 미사일들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그 미사일들은 일단 위로 상승한 후에 궤도를 급격히 바꿔 세 신장 멤버를 향해 날아갔다. 세 신장은 부상으로 바리어를 칠 수 없는 푸르크슈탈을 보호하듯이 나란히 모여서는 바리어를 전개하였다.

-콰콰콰쾅!!!!

미사일들이 바리어에 명중하면서 대 폭발을 일으켰다. 곧 주변은 미사일 폭발로 인해 먼지 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주변의 땅은 폭발로 인해 깊게 패이기 시작했다. 세 신장의 바리어는 그 대폭발 속에서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슈웅! 슈웅!!

-쿠콰콰쾅!!!

앱톰은 여전히 대량의 미사일을 급속히 만들어 내서는 열심히 쏘아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세 신장은 코웃음을 쳤다. 확실히 저렇게 많은 미사일을 순식간에 쏘아 올리는 능력은 대단하지만 조아로드에게 통할 기술은 절대 아니다. 미사일의 위력은 바리어를 뚫을 수준이 아니라서 그저 바리어 바깥에서 허무하게 터지고만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생체 미사일은 발사자의 양분을 이용해서 만드는 무기. 저렇게 무식하게 양분을 소모하면 나중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할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고 만다. 미사일만 다 떨어지면 저딴 녀석쯤은 한주먹 거리다.

-콰콰쾅!!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앱톰은 여전히 미사일을 날려대고 있었다. 아무리 많이 쏜다고 해도 조아로드의 바리어는 미사일 정도에 깨지지 않는다. 그걸 보고도 모르나? 그렇게나 놈이 바보일까? 아니면 혹시......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카브라알은 뭔가를 알아 차렸는지 바리어를 치다 말고 어딘가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쿨메그닉과 자빌은 계속 푸르크슈탈을 보호하며 바리어를 유지하였다. 미사일은 여전히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앱톰의 몸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녀석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응? 이럴 수가!!"

미사일의 탄막사격이 끝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자리에 앱톰은 없었다.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움직이지조차 못할 녀석이 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언제 달아났는지 가이버 I도 보이지 않았다. 미사일 탄막 사격동안 메가 스매셔라도 날릴 줄 알았는데 그새에 도망을 간 것이다. 아니 가이버 I은 그렇다 쳐도 문제는 앱톰이었다. 설마 이 녀석 자기 몸의 살점 단 한 조각까지 전부 미사일로 바꿔버린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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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웅!!

사람들이 전부 대피해서 텅 비어버린 아파트 단지 상공 위를 무수히 많은 조그만 비행 물체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생체 미사일 들이었다. 전투 현장에서 앱톰이 각오하고 날린 미사일들 중 일부가 이렇게 바깥으로 빠져나가 다른 데로 날아가고 있었다. 전투 현장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미사일들이 그대로 아래쪽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타타탁!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미사일들은 사람들이 다 대피해서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빌라의 옥상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 미사일들은 폭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착탄 지점에서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떤 형태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형태를 완전히 갖춘 그 덩어리가 호흡을 시작하였다. 바로 앱톰이었다.

"푸하!! 헉헉!!!"

형태를 갖췄다고는 하지만 지금 앱톰의 몸은 완전치가 않았다. 머리와 상반신의 일부, 그리고 오른팔만이 남은 형태였다. 그래도 이정도 복원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앱톰이었다. 육체의 70% 정도를 미사일로 바꿔서 놈들에게 날렸고 남은 30%로 이렇게 살아남았으니 그게 어디인가.

이것이 앱톰의 작전이었다. 앱톰은 우선 자기 몸 전체를 생체 미사일로 바꿔서 신장 멤버 놈들에게 날린다. 물론 아무리 많이 쏴도 미사일로는 조아로드의 바리어를 뚫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미사일의 목적은 놈들을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다. 폭발로 인한 먼지 구름과 섬광으로 녀석들의 눈을 가리고 신경을 분산시켜 이쪽이 도주할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미사일의 탄막 사격으로 시선을 가릴 때 케이는 알아서 도망가고 앱톰은 날리고 남은 30% 정도의 육체를 이렇게 따로 멀리 날려서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계획의 전부였다. 덕분에 앱톰의 몸은 성치 못했지만 까짓것 상관없었다. 육체의 손실 정도는 어디서 아무 조아노이드나 한 마리 흡수해 버리면 그만이다.

'케이 녀석.... 무사히 도망쳤을까?'

문제는 케이다. 알아서 도망치라고 하긴 했지만 과연 무사히 도망 쳤는지 여기서는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무사하기만을 빌 수밖에. 일단은 이 몸부터 추슬러야......

"과연, 이럴 속셈이었군."

"헉!!"

그 순간 앱톰은 자기의 어깨를 누군가가 강하게 누르는 것을 느꼈다. 깜짝 놀란 앱톰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웬 조그만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아까 현장에 있던 신장 멤버 카브라알이었던 것이다! 계획을 간파당한 것이다.

-키잉!

그러나 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카브라알의 손에 닿은 앱톰의 육체가 서서히 돌로 변해 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앱톰이 발버둥 쳤지만 몸이 빠른 속도로 굳어가고 있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앱톰은 카브라알의 음흉한 목소리를 들었다.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넌 아직 이용가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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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톰을 잡아왔네."

카브라알은 돌로 변해버린 앱톰을 들고 다시 쿨메그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카브라알이 앱톰의 계획을 간파하고 그를 사로잡아 오자 푸르크슈탈은 감탄하였다. 역시나 연륜이란 건 무시 못 할 것이다.

"면목 없게도 우린 가이버를 놓치고 말았수."

쿨메그닉은 조금은 멋쩍은 듯이 말했다. 아까 앱톰의 탄막 사격에 정신이 팔려 그만 가이버 I을 놓치고 만 것이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재빠른 놈이라며 자빌이 혀를 찼다. 그 모습을 본 카브라알은 젊은 놈들은 역시나 어쩔 수 없다며 잠시 투덜대었다. 앱톰 따위보다는 가이버를 손에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뭐 상관없어. 이번에는 이 녀석으로 놈을 불러내면 돼."

카브라알은 앱톰을 흔들어 보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쿨메그닉과 자빌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푸르크슈탈만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번에는? 불러낸다? 그러고 보니 아까 가이버 I이 이 모든 것이 푸르크슈탈 탓이라며 네 계획은 실패했다라고 떠들던 것이 생각났다.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이용한 가짜 기간틱으로 자기를 꾀어냈다? 계획? 카브라알들의 말을 들으면서 푸르크슈탈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세 신장에게 물었다.

"서....설마, 가짜 기간틱이란 걸 만들어서 이번 테러를 일으킨 게.....바로 너희들이란 말이야?!!"

그 순간 세 신장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만약 저들이 그건 건 모른다고 딱 잡아뗐으면 푸르크슈탈은 역시 그럼 그렇지 하며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저들의 반응을 본 푸르크슈탈은 숨이 딱 멎는 것만 같았다. 그 말이 다 맞다고 저들이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푸르크슈탈이 세 신장들에게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한거냐! 이번 일로 수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어!! 감히 내 구역에서 이런 짓을...!!"

그 때 카브라알이 조용히 푸르크슈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칭얼대는 아이를 타이르듯이 조용히 말했다.

"자네, 이거 아나?"

"노사? 뭘 말입니까?"

"자네는 말이야 똑똑한 건 좋은데 너무 눈치가 없어."

그 때 푸르크슈탈의 등 뒤로 쿨메그닉이 소리 없이 돌아갔다. 쿨메그닉의 눈에 강한 살기가 어려 있었다!

-퍼어억!!!





********************************************





-휘이잉!!

<푸르크슈탈! 내 말 들려? 제발 대답해 줘!!>

신은 도쿄 상공위를 날아가면서 끊임없이 푸르크슈탈에게 텔레파시 통신을 시도하였다. 조아로드끼리는 이렇게 사념파를 이용한 통신도 가능했다. 그러나 푸르크슈탈은 전혀 응답이 없었다. 그것이 신의 마음을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푸르크슈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이윽고 신은 푸르크슈탈이 가이버 기간틱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아카리가오카 지구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아래 현장은 대피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교전 장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푸르크슈탈의 특기는 낙뢰공격. 그렇다면 낙뢰를 쓰기 위해서는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나마 있던 구름들이 빠르게 걷혀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전투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신은 미친 듯이 푸르크슈탈을 찾아 다녔다.

"저것은?!"

그 때 신은 꽤 강력한 기가 셋이 모여 있는 것을 느꼈다. 그 쪽으로 날아가 보니 지면이 새까맣게 타 버려 형편없이 변해 버린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의 한 가운데에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신은 서둘러 그 곳으로 날아가 착륙하였다. 그 자리에 도착한 신은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것은 같은 신장 멤버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이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미국에서 나간 녀석들이 여긴 왜 있는 걸까?

"너희들! 대체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서 와, 신."

쿨메그닉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옆으로 슬며시 비켜섰다. 그러자 쿨메그닉 앞에 있는 것이 신의 눈에 보였다. 그것을 본 신은 숨이 탁 멎는 것만 같았다. 전투 형태 그대로 숨이 끊어져 있는 푸르크슈탈의 시체였다!

"이...이럴 수가! 푸르크슈탈....!!"

"단독으로 기간틱과 교전한 모양인데, 우리가 급전을 받고 서둘러 달려왔을 때는 이미 늦었었어. 유감이네."

자빌이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 줬지만 신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푸르크슈탈의 모습은 처참했다. 복부를 한 방 크게 맞았는지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고 안에 내장은 완전히 산산 조각나 있었다. 미국에서 여기까지 서둘러 날아 왔지만 그런 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푸르크슈탈은 이렇게 처참한 시신이 되고 말았다. 신은 가장 절친했던 친구의 주검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





"서....서....서....선배....님...!!"

"쉿, 조용히...."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 등은 자기들이 한 행동을 아무도 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이 있었다. 아파트 옥상 위에서 몰래 취재를 하고 있던 아소와 다이라였다. 이 두 기자는 어쩌면 생애 최대의 특종을 건진 셈이었다. 그러나 이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살인사건, 그것도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크로노스 12신장끼리의 살인사건이다!

"...어...어...서...서...선배....이....이거...어....떻..."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본 다이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숨조차도 제대로 못쉬는것 같았다. 다이라와는 달리 살인 사건 현장도 숱하게 돌아다니고 시체도 볼 만큼 봤다고 자부하는 베테랑 기자인 아소조차 이 충격적인 사실에 제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그래도 역시 베테랑. 다이라 보다는 좀 더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대로 조용히 있어. 녀석들이 여기서 떠날 때까지 함부로 숨도 쉬지 마."

"....."

다이라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기서 저들에게 들키면 순식간에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지금 이 엄청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들이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저 놈들이 두 사람을 가만 둘 리가 없었다. 아소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담배라도 피우고 싶었지만 그는 간신히 그걸 참았다. 지금 라이터 같은 걸 켰다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들키지 않게 자세를 좀 더 낮추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거....우리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거 같아....."








Next episode 제17화 '꿈틀거리는 악의' coming soon.....





p.s : 아아, 집단 전투 묘사는 그냥 슬렁슬렁 넘어간 꼴이 되고 말았군요.....ㅠ.ㅠ 난 역시 미숙해....orz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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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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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리베스타스..

그거 나도 그렇게 만들어주면 안돼겠니? [퍼퍽]

건필!! 주말에 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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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이버님 글에는 경이적인 건물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여신들은 등장 안해요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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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음....여신들도 등장 시켜야죠. -_-;;; 그런데 베르단디가 먼치킨 스럽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울드나 린드라면 모르겠지만. 스쿨드야 뭐 말할것도 없고) 게다가 아직은 가이버 원작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는 중인지라 좀 만 더 기다려 주시와요. ^^;; (가이버 만화 자체가 좀 마초스러운 면이 있는지라 여자들이 활약할 여지가 별로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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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앙 마초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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