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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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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17화 - 꿈틀거리는 악의 -






-덜컹!

은신처의 문이 열렸다. 응접실에서 초조하게 케이의 생환을 기다리던 베르단디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문가에 가이버 I, 케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결국 무사히 돌아온 것이다.

"케이씨!!"

"케이! 돌아왔구나!"

베르단디들은 크게 기뻐하며 케이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가이버 I은 온 몸이 흙투성이였다. 케이는 아카리가오카의 현장에서 도망칠 때 신장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탈출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됐지만 그래도 무사히 탈출해올 수 있었다. 날아서 왔더라면 백 프로 잡혔을 것이다.

-파앗! 철컥!

가이버 I의 식장이 벗겨졌다. 벗겨진 강식장갑은 그대로 이차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식장을 벗은 케이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깜짝 놀란 베르단디가 황급히 쓰러지기 직전의 케이를 안았다.

"케이씨! 왜 그러세요! 케이씨!!"

"열이 높아! 어서 빨리 데려다 뉘여!"

케이의 이마를 짚어본 울드는 깜짝 놀랐다. 케이의 이마는 불덩어리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케이는 심하게 탈진한 상태였다. 모두가 허둥대는 와중에 베르단디는 계속해서 울면서 케이를 불렀지만 그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





-"그래, 케이씨는 좀 어때?"

"돌아온 이후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울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간신히 전투현장에서 도망쳐 온 케이는 완전히 탈진해서 현재 자기 방에서 쥐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베르단디는 그의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베르단디의 얼굴에는 짙은 슬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동생의 그런 모습을 본 울드 역시 우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지금 울드는 천상계의 페이오스와 전화 통화중이었다. 아까 전에 케이가 푸르크슈탈과 전투 도중일 때에는 페이오스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간접적이나마 현장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케이가 결국은 푸르크슈탈에게 이겼다는 것 까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승부가 난 직후 새롭게 세 명의 조아로드가 현장에 나타났었다고 한다. 케이 최대 위기의 순간 하필이면 그 지역을 감시하던 유그드라실의 시스템 일부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해서 한동안 현장상황을 알 수가 없게 되었었다. 그리고 시스템이 복구돼서 다시 감시가 재개됬을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이후였다. 케이는 도망친 건지 그 자리에 없었고 앱톰은 사로 잡혔으며 푸르크슈탈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 있었다.

"정말이지, 시스템 정비 똑바로 안 할래? 중요한 순간에 끊기면 어쩌자는 거야?"

-"어머?! 난 최선을 다하고 있단 말이야! 요즘 들어 갑자기 버그가 증가하고 있어서 나도 나름대로 힘들다고!"

페이오스의 말대로 요즘 천상계의 유그드라실 시스템은 뜻하지 않은 버그의 증가로 잦은 에러 발생과 시스템 오류로 관리요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었다. 원래 유그드라실의 관리는 울드, 베르단디, 스쿨드 이들 세 자매의 몫이었지만 도우미 여신 사무소 소속이기도 하던 베르단디가 소원 하나 이루어주려고 지상계에 내려왔다가 황당한 소원에 걸리는(?) 바람에 제일 먼저 지상계에 남게 됐고 그 이후 어쩌다보니 남은 두 사람까지 지상계에 완전히 눌러앉게 되었다. 세 사람이 담당하던 일을 페이오스 혼자서 하려니 당연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하지만 페이오스도 '1급신의 자존심' 때문인지 평소에는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뭐 이렇게 베르단디들과 사적인 대화 나누다 보면 다 드러나지만)

-"그리고 그 때 당시 인간계의 도시들 중 워싱턴이라는 곳에서 아주 엄청난 사건이 벌어져서 모든 감시 역량이 그 쪽으로 집중되기도 했었고."

"엄청난 일이라니? 기간틱과 조아로드의 대결보다 더 엄청난 것도 있어?"

-"상부에서는 그렇게 본거 같아. 무려 조아노이드 집단과 또 다른 조아노이드 집단 간에 전투야."

"뭐라고?!"

울드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조아노이드와 조아노이드가 한 판 붙었다? 그것도 집단 간 전투? 조아노이드는 모두 크로노스 12신장의 사념파에 지배받는 존재다. 반란 같은 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조아노이드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12신장끼리 내분이 일어난 것일까?

-"그건 아닌 거 같아. 현재로서는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워싱턴을 공격한 조아노이드 집단은 최소한 크로노스 소속은 아냐."

"그렇다면 누가 만든 조아노이드들이야?"

-"글쎄, 천상계도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조만간 정보 부서에서 뭔가 결론을 낼 거야."

현재 천상계에서는 워싱턴의 조제시설을 공격한 '정체불명의 조아노이드 집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백 명밖에 안 되는 소수 병력으로 거의 만 단위에 이르는 조아노이드가 들어차 있는 조제시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엄청난 전투력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은 조아로드의 강력한 사념파 하에서도 지배당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크로노스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제3세력의 출현에 천상계가 긴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과연 이들은 차후 천상계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아니 그 전에 도대체 이놈들의 지도자는 누구인가.

-"어쨌든 이들의 공격으로 인해 워싱턴은 지금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어. 일반 시민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희생되었어."

"그 정체불명이라는 놈들이 일반시민까지 공격한 거야?!"

-"그 들이 직접적으로 시민들에게 달려든 건 아니야. 다만 놈들의 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생기고 만 거지."

페이오스는 계속해서 당시 워싱턴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워싱턴에는 크로노스의 세계 지배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필라즈 오브 헤븐'이란 빌딩이 있다. 그 크기가 각각 1000m에 달하는 세 개의 초고층 빌딩이 하나로 모인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이 빌딩들 중 하나가 공격을 받아 지상 600m 지점에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동강난 건축물은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해서 지상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추락지점에서 반경 2km 이내의 모든 건물들은 전부 붕괴되었고 그 외 지역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 일대의 모든 사람들 역시 대부분이 죽거나 크게 다치고 말았다. 미국 역사상 단 하루에 이만큼의 사상자가 단 한 번에 난 일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그 정도로 심각해? 여기서는 전혀 몰랐어! 뉴스에도 아무런 얘기가 없던데!"

-"보도 관제중인가 보지. 나중에 자세히 알아봐. 소문까지 막을 순 없는 거 아니겠어?"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글쎄...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단서가 나왔어."

페이오스의 말에 울드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페이오스 역시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필라즈 오브 헤븐이 붕괴된 원인은 외부에서 강력한 에너지파가 충돌해왔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에너지파가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 지점에 검은 갑옷을 입은 거인이 있더라고."

"검은 갑옷의 거인? 설마...!"

-"그래, 네가 일전에 말했던 그 마키시마 아키토라는 사람의 가이버 형태, 그것도 기간틱이야."

그제야 울드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부에서 공격을 퍼부어 그 거대한 빌딩을 무너트릴 수 있을 정도라면 역시 기간틱 밖에는 없다. 기간틱이라면 그 정도 크기의 빌딩이라도 충분히 박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워싱턴 참사는 모두 아키토가 저지른 짓이란 말인가! 게다가 크로노스의 워싱턴 조제시설을 공격한 조아노이드 집단도 전부 아키토의 부하들일까? 조직을 재정비한다더니 조직원들을 조아노이드로 만들어 버린 건가!

-"그런데 울드, 질문이 있는데."

"뭔데?"

-"기간틱이.... 두 개가 있는 거야?"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기간틱은 하나뿐이라고 전에 페이오스에게 설명해 줬었다. 하나뿐인 기간틱을 케이와 아키토가 번갈아 가면서 쓰고 있다고. 현재 케이와 아키토의 상황을 모르는 울드는 그저 그 두 사람이 서로 잘 상의해 가면서 그걸 쓰고 있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개 아니냐니? 울드는 그게 뭔 소리냐며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나도 알아, 하나뿐이라고 전에 말해준거. 그런데 그 마키시마란 사람의 기간틱 다크가 목격된 시각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경이야."

"케이가 나가서 싸운 건 밤 9시 쯤 넘어서였어. 시간이 안 맞잖아."

-"울드!! 인간계 시간에는 '시차'라는게 있어! 그 정도도 몰라? 아~ 아~ 울드는 상식이 부족해~~"

페이오스의 말대로 지구는 시차가 있다. 둥근 지구가 태양을 받는 부분은 한쪽 면뿐이니 당연히 그런 게 생길 수밖에. 다만 울드는 이제까지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고 살아왔으니 잠시 몰랐을 뿐이다. 천상계에는 시차라는 게 없고 울드는 이제까지 인간계에 살면서 일본 이외에 다른 외국 땅에는 간 적이 없으니 무리도 아니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미국 워싱턴과 일본 도쿄와는 약 13시간의 차이가 난다.

"뭐 좀 모를 수도 있지. 되게 그러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기간틱 다크가 나타난 시간이 바로 케이씨가 한창 싸우고 있을 시간이야. 울드의 말대로라면 동시에 두 군데에서 기간틱이 나타날 수가 없는 거잖아?"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울드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기간틱은 분명히 한 개다. 그걸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쓰고 있고. 그런데 페이오스의 말을 들은 울드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 만약 둘 다 기간틱이 당장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닥치게 되면 과연 우선순위는 누가 먼저인가? 이제 까지는 그저 잘들 하겠지 하며 그냥 넘겼던 울드다. 하지만 지금 페이오스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동시에 두 군데에서 기간틱이 나타났다. 그리고 케이는 아무리 고전했다고는 하지만 초죽음이 되서 여기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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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멍청한 녀석들!!"

도쿄 치요다구 진보쪼우 지역의 어느 조그만 상가 빌딩의 3층에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잡지사 편집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문 가판대 등에서 판매되는 주간지를 발행하는 곳인데 주로 연예인의 가십거리 같은 것들을 주로 다루는 킬링타임용 주간지였다. 심층 기사나 전문적인 분야 같은 건 다루지도 않고(어울리지도 않고) 그저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기사를 내보내는 그저 그런 수준의 잡지였다. 아소와 다이라는 바로 이 곳 소속 기자였다.

"사건 발생과 동시에 달려갔으면서 이런 사진이나 찍어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소와 다이라는 편집장에게 신나게 깨지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저녁에 '가이버 기간틱'의 난동 소식을 접하고 바로 사건 현장에 출동한 두 사람이 촬영해 온 사진들이 영 신통찮았기 때문이었다. 아소가 제출한 사진들은 하나같이 전부 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과 피난민 통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통제국 요원들의 모습들이었다. 베테랑 기자답게 사진의 구도 같은 것은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사진들은 이미 다른 언론 매체에서도 실컷 찍었기 때문에 특종으로서의 가치는 없었다. 남들보다 더 튀어야 살 수 있는 타블로이드 지의 입장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일 뿐이다. 편집장이 불같이 화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저...그게 통제국 요원들의 경비가 워낙 삼엄해서....그만 들키고 말아서요....."

"너한테 물은 거 아냐!! 햇병아리는 빠져!!"

다이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해 봤지만 편집장의 호통만 듣고 말았다. 이제 입사한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는 다이라의 말 같은 건 편집장은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편집장은 다이라의 '사수'라 할 수 있는 아소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라고 설명 좀 해봐, 아소. 햇병아리 다이라 혼자였다면 내가 말도 안 해! 베테랑인 자네도 함께 있었는데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편집장은 솔직히 현장기자 경력 15년씩이나 되는 아소가 실패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경찰들 경비망 뚫고 특종 건져 올린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덕분에 잡지사가 몇 번씩이나 관계 기관으로 부터 고발당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고발당해도 잡지사 입장에서는 특종을 건져 올려 판매 부수가 훨씬 늘어나면 그게 더 이익이다(고발 사실 자체도 홍보로 이용할 수 있고). 이번에도 편집장은 아소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조차 실패하다니.

"죄송합니다. 통제국의 경비가 예상보다 삼엄했습니다. 인간 경찰과 조아노이드 경찰은 역시 능력 자체가 틀리더군요."

아소는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편집장도 이젠 더 화낼 기운도 없다는 듯이 한숨만 푹 내쉬었다. 목석처럼 서 있는 두 사람을 짜증난다는 듯 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큰 소리로 소리쳤다.

"됐으니까 가 봐!! 가서 기사나 써!"

신입인 다이라는 단단히 쫄아서 잔뜩 얼어붙은 표정이었지만 아소는 그래 넌 짖어라 하는 식의 무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뒤돌아서서 편집국을 나가려 하였다. 바로 그 때 편집장이 아소를 다시 불러 세웠다.

"이 봐, 아소."

"네?"

"혹시 자네....나한테 뭐 숨기는 거 없나?"

편집장 역시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 현장 기자 생활만 20년은 넘게 한 사람이다. 당연히 기자들의 생리에는 훤했고 그들이 뭔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금방 꿰뚫어 볼 수 있었다. 특종을 건졌음에도 본사에 알리지 않고 몰래 숨겨뒀다가 뒷거래로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쟁 잡지사에 기사를 파는 배신행위 역시 그는 숱하게 봐 왔다. 혹시나 아소도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아소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할 뿐이었다.

"넘겨짚지 마십시오, 편집장님.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후우...."

아소는 잠시 편집국을 나와서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 건물의 유일한 흡연 장소고 아소가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줄담배를 피워대는 곳이기도 하다. 편집장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도는 아소도 다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기가 특종을 꼬불쳐 뒀다가 다른 데 팔까봐 그러는 것이리라. 물론 아소는 그런 배신행위를 할 위인은 아니다. 이 잡지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여기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조직에 충실할 생각이었다. 아소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사실 아소가 이렇게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유는 딴 데 있었다. 편집장의 추측은 반은 맞았다. 특종을 숨겨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전혀 틀리다.

"저....선배."

그 때 다이라가 옥상에 올라와서는 아소 바로 옆에 섰다. 그는 담배 같은 건 피우지 않지만 오늘 만큼은 여길 꼭 와야 했다. 다이라 역시 아소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공표하면....안되겠죠? 그런 엄청난 장면이 찍힌 사진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네?"

"사진이 있고 없고 간에 그 날 저녁 우리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놈들이 알게 되면 우린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제거될 거야."

'제거'된다는 말에 다이라는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무슨 첩보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자기한테 실제로 일어날 거라 생각하니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소 역시 너무 골치 아픈 일을 보고 말았다며 혀를 찼다.

만약 그 때 그 사진을 편집장에게 그냥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편집장이 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금 여기 다이라만큼 새파랗게 질려서는 절대 함구령을 내릴 것이다.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 특종이라며 당장에 호외 찍을 거다. 물론 그랬다가는 인쇄 단계에서 크로노스의 정보망에 걸려 잡지는 나가지도 못하고 편집장 이하 이 사진을 본 잡지사 사람들 전원이 '제거'될 것이다. 크로노스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다. 세상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놈들이 잡지사 하나 말살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더군다나 대형 언론매체도 아니고 조그만 가판대용 잡지사인데. 아소는 바로 그 점을 염려해서 그 때 그 사진들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그나저나 12신장이라는 놈들은 예상외로 단결력이 약한 놈들 같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아로드가 같은 조아로드를 살해하다니! 놈들 사이에 권력 투쟁이라도 벌어지는 걸까? 일단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절대 권력을 움켜쥐는 것은 가급적 소수여야 한다. 기왕이면 한 사람이서 다 먹는 게 제일 좋고. 동등한 힘을 가진 자가 여럿 있게 되면 서로 단합하기 보다는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그 이후에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불쌍한 건 그들의 지배를 받고 있던 민중들뿐이다. 권력이란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고 하던가. 아소는 이제 크로노스의 말 전부를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혹시....가이버가 외계에서 온 테러리스트라는 것도 전부 다 거짓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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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크슈탈의 사체는 동결처리해서 본부기지로 보냈습니다. 아마 내일 오전 중에는 도착할 겁니다."

-"그런가....수고했네, 신."

".....아닙니다."

도쿄의 클라우드 게이트에서 신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발카스와 화상통신 중이었다. 통신을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극히 어두웠다. 짙은 슬픔이 두 사람의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간신히 발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와서 이런 후회해봐야 너무 늦었지만...."

"......."

-"가이버들이 설치는 일본이란 나라를 푸르크슈탈 혼자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었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박사님."

신의 표정은 더욱 더 어두워졌다. 푸르크슈탈은 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12신장 멤버들 중에서 비슷한 연배인 두 사람은 사실 공통되는 점은 한 가지도 없었다. 태어난 년도도 크게 다르고 (거의 한 세기나 차이가 난다) 조아로드가 된 시기도 다르고 그 전까지 그 두 사람이 태어나서 자란 환경도 크게 달랐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두 사람은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둘이서 같이 하는 일이 더 많았다. 한가한 때에는 서로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 친구를 잃은 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저....그나저나 지금 워싱턴의 상황은 어떤지요?"

-"처참하네..... 피해의 정도가 너무 커."

언제까지나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다고 죽은 푸르크슈탈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으니까. 산 사람은 이후의 일을 해쳐나가야 한다. 신은 일단 화제를 돌려 워싱턴의 상황을 물었다. 지금 워싱턴의 필라즈 오브 헤븐에는 피해 복구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발카스가 직접 나와 있는 상태였다.

발카스는 화면에 워싱턴의 현재 상황 등을 보여 주었다. 신은 예상보다 너무나 큰 피해에 크게 놀랐다. 필라즈 오브 헤븐의 2번 빌딩이 중간에 부러져 낙하하는 바람에 그 주변의 반경 2km 내외에 있던 건물들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모조리 무너져 버렸다. 필라즈 오브 헤븐은 건설당시부터 철저한 내진 설계와 테러 공격에 대비해 견고한 설계를 적용한 덕에 완전 붕괴까지는 면했지만 지금 필라즈 오브 헤븐 자체도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간신히 붕괴만은 면한 건물들도 구조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서 솔직히 당장 무너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지경인 건물들이 많았다.

워낙 넓은 범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그 지역에 있던 사람들 역시 대부분 희생되고 말았다. 필라즈 오브 헤븐 인근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했고 희생자 수는 아직 추정조차 못하고 있었다. 지금은 크로노스의 전투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건물 잔해를 뒤져가며 생존자 수색 및 유해 발굴등을 하고 있었다. 부상자 역시 폭발적으로 많이 발생해서 이미 워싱턴의 웬만한 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 마키시마 아키토라는 남자, 대체 왜 이런 짓을...."

신은 아키토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격 목표를 크로노스의 조제시설 및 통제 본부에 국한했다고는 하지만 필라즈 오브 헤븐의 2번 빌딩이 무너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는 민간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말았다. 게릴라는 민중의 지지가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그 힘이 커질 수 있다. 이런 테러를 해서 민중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된다면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리가 없었다. 그걸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남자일까?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야. 다만 자기들의 힘을 전 세계에 어필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한 것이겠지."

발카스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1년 반전에 크로노스는 단 하루 만에 각국의 군대를 격파하고 전 세계를 손에 넣었다. 민중들에게 있어서 크로노스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강함을 상징하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민중들이 크로노스의 지배에 비교적 순종적인 태도를 유지 하고 있던 것은 바로 그런 크로노스의 강함에 스스로들 체념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 이 순간 크로노스라는 그 강력한 힘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생긴다면 과연 어떨까? 과연 그때에도 민중들이 순순히 크로노스의 뜻에 따를까?

-"어쨌든 우리는 순전히 힘으로 그들을 억눌렀어. 만약 그 힘에 대항할 수 있는 더 큰 힘이 나타난다면 민중들은 크로노스에 반기를 품을 수도 있어."

"무...물론 그렇겠습니다만.... 허나 닥터 발카스. 겨우 이번 한 번의 공격만으로 민중들이 마키시마 아키토를 지지할 리는 없을 텐데요."

-"아키토도 아직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을 거야. 그저 자신들의 강함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현 단계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어쨌든 이번 워싱턴의 대 참사는 크로노스 입장에서는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보도 관제를 한다고 해도 소문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질 것이고 오히려 숨기려 들면 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놈들의 그 조아노이드 부대야."

"리베르타스....라는 놈들 말씀이십니까?"

"그래....."

발카스로서는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리베르타스들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았다. 제 3 조제시설과 필라즈 오브 헤븐에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도 다수 포진해 있었지만 그들조차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일반 조아노이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리베르타스들은 조아로드의 사념파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애리조나 본부기지의 사념파 확대 시스템을 풀가동해서 방사한 최대 출력의 사념파에도 견디어 낸 것이다. 마치 그 생각조차 하기 싫은 실험체, 앱톰처럼.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전투력이 강력한 거야 그렇다 쳐도 사념파에 전혀 반응이 없다니. 손종 실험체라 할지라도 그 정도 출력의 사념파에 노출되면 꼼짝을 못할 텐데요."

-"아마도 그 여자 때문일 꺼야."

"여자? 누구 말씀입니까?"

-"놀랍게도 레지스탕스 놈들은 조아로드와 같은 개념의 상위 조제체 까지 만들어 냈어."

"뭐라고요!!!"

신은 크게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건 정말 충격적인 얘기였다. 조아노이드까지야 백보 양보해서 어떻게든 된다 쳐도 조아로드라니. 조아로드는 조아노이드와는 근본 자체가 다른 기술이다. 높은 전투력과 강력한 사념파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관인 조아 크리스털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부터 벌써 다르다. 조아 크리스털을 만들어 내는 것 자체도 고도의 기술이고 그 조아 크리스털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전신에 제대로 순환시키는 것 자체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기술 자료 좀 빼냈다고 어찌해 볼 수준이 아니다. 이건 그 자체가 상당한 노하우를 요구하는 일이다.

-"스스로를 '그리셀더'라고 하더군. 사념파로 내게 말을 걸어온 걸 보면 틀림없이 우리 조아로드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그리셀더...."

-"대충 짐작이 가능한데....아마도 그 여자 역시 사념파로 리베르타스들을 조종할 수 있는 걸 꺼야. 리베르타스들의 사념파 수신 채널을 그 여자의 사념파에만 맞춰놓으면 그 외 사념파들에 대해서는 끄떡없을 수 있지. 리베르타스들의 정신적 지주라고나 할까? 그런 방식이 아닐까 싶네."

크로노스 최고 과학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발카스는 아주 정확하게 그 시스템을 간파해냈다. 그러나 간파해낸거하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하고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지금 당장으로선 그리셀더를 어떻게 하지 않는 이상은 리베르타스들을 사념파로 압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 여자 역시 우리 쪽 조아노이드들을 통솔할 수 있다는 겁니까?"

-"충분히 가능해."

"이럴 수가....도대체 놈들이 어떻게 그런 고도의 기술을....."

신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아노이드 조제까지는 그렇다 쳐도 조아로드와 동등한 조제체라니. 대체 놈들이 어디서 그런 기술을 입수한 것일까? 조아로드의 조제는 이제까지 무조건 애리조나의 본부 기지에서만 이루어 졌고 다른 지역으로는 아주 약간의 노하우도 전해지지 않았다. 조아로드에 관련된 기술은 크로노스의 일급 기밀로서 그 보안의 유지 정도가 아주 엄격했다. 발카스의 승인이 없이는 관련 자료의 열람조차도 불가능하다. 카피는 어떤 경우에도 불허되고.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설마....! 우리 쪽 고위 과학자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겁니까?"

-"자네도 그렇게 생각했나."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솔직히 관련 자료들을 어떻게 입수했다 쳐도 자료철만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 해서 조아로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조제라는 것은 기본 소제인 인간의 유전적 특징에 따라서 상황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돌발 변수를 통제하는 것은 순전히 경험에 달렸다. 레지스탕스들이 조아로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면 그 것을 뒤에서 가르쳐 준 인물이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에서 나 말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어. 바로 알프레드 해커링이야."

발카스는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사람 밖에는 없다. 발카스를 도와 크로노스의 각종 조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기술 부분에서 유일하게 발카스의 오른팔이라고 까지 불렸던 조제국의 2인자. 발카스에게서 젊었을 시절부터 그 천재성을 인정받은 해커링은 몇몇 조아로드의 조제에까지 참여했다. 그 사람이라면 그리셀더 같은 자신만의 오리지널 조아로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실력을 인정해서 이제까지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고 중용해 왔더니만 이제 와서 배신을 할 줄이야. 발카스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커링은 일전에 기간틱 다크가 본부 기지로 쳐들어 왔을 때 행방불명 됐어. 당시에 나는 해커링이 기간틱 다크의 공격에 죽은 줄로만 알았지. 시신조차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 놈은 아키토 그 놈이 데려간 것만 같아."

"배신한다고 해도 왁찐이 없으면 박사는 죽은 목숨 아닙니까?"

-"아마 왁찐도 대량으로 훔쳐갔겠지."

신은 머리가 아득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해커링의 배신은 단순히 과학자 한 사람의 배신 정도가 아니다. 해커링은 발카스를 도와 각종 핵심적인 프로젝트에 관여했고 그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모두가 다 크로노스의 일급 기밀이라 할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즉 살아서 움직이는 1급 보안인 셈이다. 그런 사람이 레지스탕스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은 크로노스의 핵심 비밀들이 전부 놈들에게 넘어갔다는 뜻이 된다.

-"어쨌든 이건 심각한 문제야. 더 이상 이대로 놈들을 방치해 둬선 안 돼. 우리 12신장 멤버들이 모두 단결해서 총력을 기울여 놈들을 쳐야 해."

그러나 지금 내부 상황은 절대 좋지 못했다. 단결은 고사하고 12신장 멤버 내부에는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는 녀석들까지 있을 지경이었다.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예전의 규오처럼 반역을 꿈꿀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결정적인 증거도 없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12신장은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말 수도 있었다.

이 모든 일은 그들의 맹주인 알칸펠이 직접 나서면 전부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알칸펠은 하필이면 바로 이때에 휴면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카스는 바로 그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여기서 알칸펠이 몇 년간의 기나긴 휴면기에 빠지게 되면 그 때는 아무도 남은 신장 멤버들을 통제할 수가 없게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신, 혹시 일본에 쿨메그닉 녀석들이 있지 않던가?"

"예, 있었습니다. 닥터 발카스. 그런데....."

-"그런데?"

"제가 푸르크슈탈의 전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 이 세 명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뭐라고?"

"푸르크슈탈의 시신을 둘러싸고 있더군요. 마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제 괜한 억측이면 좋겠습니다만....."










"신은 지금쯤 닥터 발카스와 한창 상의 중이겠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뻔 하지 않겠나. 여기 일본 지부의 임시 관리자가 되라는 거겠지."

클라우드 게이트의 VIP용 접견실에서 쿨메그닉, 자빌, 카브라알이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VIP용 접견실은 클라우드 게이트의 최상층부에 위치해서 도쿄 시내 전망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고 내부는 각종 호화로운 가구들과 장식들이 있었다. 12신장 급의 고위 관리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아카리가오카에서 가이버 기간틱과 '교전'했다고 주장하는 쿨메그닉들은 일단 일본의 방위가 더 급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기 남아있기로 신에게 통보하였다. 그리고 신 역시 일단 미심쩍기는 하지만 자기 혼자서는 가이버 기간틱이 또 쳐들어올 경우 막아낼 수가 없으니까 지원군을 두는 셈 치고 이들을 받아들였다. 마침 그 골치 아픈 실험동물 앱톰도 잡아 주기까지 했고.

"하지만 신까지 이 일에 끼어들 줄은 몰랐는걸. 혹시 우리 일을 훼방 놓지는 않을까?"

"뭐 어찌됐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왔네."

카브라알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여차하면 신도 푸르크슈탈처럼....."

카브라알은 다 말하지 않았지만 쿨메그닉과 자빌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들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해가 된다면 푸르크슈탈처럼 골로 보내버리면 되는 일. 신 혼자서는 이들 세 명을 당해낼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죽인 다음에는 가이버 기간틱에게 당한 것처럼 위장하면 그만이다.

"그럼 이제 슬슬 다음 계획으로 가 볼까? 미끼도 준비됐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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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케이씨? 정신이 드세요?"

힘겹게 눈을 뜨자 바로 눈앞에 베르단디의 얼굴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얼굴. 케이는 잠시 왜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짓는지 의아해하였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지금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도 전혀 인지가 안 될 정도로 정신이 멍했다. 하긴 막 잠에서 깬 상태에서는 누구나 다 정신이 몽롱한 법이니까 지금 이 상태가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닌지도....

"아! 여긴..!"

그 순간 케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야 자기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었는지 생각해 낸 것이다. 푸르크슈탈과의 전투 이후 앱톰의 비책 덕분에 간신히 탈출에 성공해서 여기까지 정신없이 도망쳐 왔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째서 내가 지금 침대위에 누워 있는 거지? 케이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베르단디에게 물었다.

"베르단디, 나 얼마동안이나 자고 있던 거야?"

"꼬박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요."

그렇게나 오래 자고 있었다니. 케이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푹 잤음에도 아직까지 몸이 그리 개운치가 못했다. 그렇게나 오래 잤어도 잠이 간신히 들자마자 억지로 깨워진 것 같이 피로하기만 했다. 베르단디가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케이에게 물을 한 잔 건넸다. 케이는 그 물을 벌컥 들이켜서는 잠을 쫓으려 하였다.

"나, 베르단디를 너무 걱정시킨 것 같아. 미안해...."

"아니에요, 케이씨가 이렇게 무사하신 것만으로도 전 기쁜걸요."

케이가 혼자 싸우러 나갔을 때 베르단디는 정말이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크로노스가 꾸민 함정이란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것도 아키토에 의해 기간틱이 언제든지 강제 해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베르단디는 케이 걱정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리고 푸르크슈탈의 낙뢰로 인해 현장의 상황을 알 수 없게 되자 초조함은 극에 달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 줬고 울드의 말에 따르면 푸르크슈탈에게 이기기까지 했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베르단디는 벌써부터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것만 같았다. 푸르크슈탈을 제외해도 앞으로 11명이나 되는 조아로드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그 중에 한 명은 예전에 함께 싸웠던 동료인 무라카미다. 과연 이런 강적들을 상대로 그것도 아키토에게 배신을 당한 현재의 케이와 베르단디들이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베르단디는 그것 이외에도 조아로드와의 전투가 벌어지면 자신은 케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였다.

-똑똑

그 때 누군가가 방문을 살며시 노크하였다. 아마도 아직까지 케이가 자고 있는 줄로만 알고 살짝 두드린 것이리라. 베르단디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가로 갔다. 문을 열어보니 그 자리에는 지로가 서 있었다. 지로가 베르단디에게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것이 보였다. 베르단디는 케이를 등지고 서 있어서 그녀의 표정까지는 볼 수가 없었지만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케이씨, 저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좀 나갔다 올게요."

"응? 아 그래... 그럼 난 좀 더 쉬고 있을께."

"죄송해요, 좀 있다가 간단한 식사라도 준비해 올께요."

그렇게 말하고는 베르단디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혼자가 된 케이는 다시 힘없이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아직까지도 피로가 온 몸에 잔뜩 쌓여 있었다. 무슨 급한 일 때문에 베르단디가 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물어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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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닥터 해커링. 리베르타스들의 상태는요."

"양호하네. 아직까지는..."

로키 산맥의 비밀 아지트 내의 조제소에서는 현재 리베르타스들이 전부 조제통 안에서 어떤 처치를 받고 있었다. 워싱턴 공격 작전을 멋지게 성공시키고 돌아온 이들 중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치 다시 재조제를 하는 것처럼 모두 전투형태 그대로 조제통 안에서 쥐 죽은 듯이 있을 뿐이었다. 출격했다가 돌아온 인원 전원이 모두 이런 조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조제통은 전부 풀가동되고 있었다.

"리베르타스들의 에너지 충전은 이제 곧 종료되네. 하지만 너무 자주 이러면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너무 혹사시키지 않도록 주의하게나."

해커링의 말 대로 지금 리베르타스들은 조제통을 이용해서 그 몸에 생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리베르타스들은 전투 형태로 변신 이후에는 무조건 이렇게 조제통 안에서 에너지를 보급 받아야 전투 형태를 해제할 수가 있었다. 이런 번거로운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원래 조아노이드는 인간을 개조했다고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어엿한 생물이다. 조아노이드로 조제된 인류가 전투 형태로 변신한다는 것은 그 몸의 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그 형태가 변형되는 과정이다.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됐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 과정은 조제된 인류가 버틸 수 있는 허용 한계 내에서 설정되게 된다. 그래서 그 에너지 소모분은 평소처럼 식사를 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즉,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는 한은 외부에서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이퍼 조아노이드처럼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조제 대상자 역시 그 성능을 견뎌낼 수 있도록 높은 육체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이퍼 조아노이드가 되는 걸로 결정된 요원들은 엄격한 체력 향상 훈련을 받게 된다. 물론 애초에 인원을 선발할 때부터 특수부대 출신 군인이나 운동선수 등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위주로 선발한다.)

하지만 리베르타스는 다르다. 아키토의 무리한 성능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커링은 부득이하게 종으로서의 균형을 무시하고 성능만을 극단적으로 높였다. 그래서 하이퍼 조아노이드조차도 능가하는 전투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조제자의 육체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전투를 끝낸 이후에도 그 육체의 세포의 피로도가 너무 커서 원래대로 돌아올 힘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이렇게 조제통을 이용해서 외부에서 에너지 소모분을 보충해 줘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재조제에 가까운 일인지라 너무 자주 이러게 되면 그 육체에 부담이 가해지게 된다. 원래 한 번 조제한 조아노이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다시 조제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리베르타스는 전투 형태를 풀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다.

"너무 자주 이러면 이들은 2년도 살지 못할 꺼야."

해커링은 아키토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사실 욕심 같아서는 수명도 길고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안 해도 되면서 전투력은 막강한 조제체를 얻으면야 좋겠지만 세상만사가 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해커링이 '보증'한 리베르타스의 원래 수명은 최대 5년. 그러나 출격이 너무 잦아서 자주 이렇게 조제통 안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면 육체의 노화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2년도 버티기 힘들어진다. 해커링은 바로 그 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 그리셀더도 마찬가지야."

해커링과 아키토는 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 별도로 마련된 특별 실험실로 향했다. 그곳에 배치된 단 하나의 조제통에는 전투형태를 하고 있는 그리셀더, 시즈가 들어 있었다. 그리셀더 역시 스스로는 전투 형태를 풀지 못하고 이렇게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삐익!

관제 콘솔에 드디어 그리셀더의 에너지 보급이 끝났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해커링은 콘솔에 붙어서 몇 가지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조제통 내부에 있던 그리셀더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2m에 달하던 신장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겉부분의 갑각들도 서서히 인간의 피부형상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이마에 있던 크리스털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리셀더는 전투 형태가 완전히 해제되고 다시 원래의 시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즈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했는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리베르타스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콘솔을 조작하면서 해커링은 아키토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 동안 아키토는 조제통 내부의 시즈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즈는 자기 운명을 알고 있나? 시한부 인생이란 것을."

이제 시즈의 남은 생은 잘해봐야 5년. 그것도 앞으로 크로노스와의 싸움이 점점 더 격해질게 뻔 하니 더욱 더 자주 출격해야 된다.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짧은 생명이 더 줄어들게 된다. 한 번 조제를 받은 사람은 다시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셀더가 된 그 순간부터 시즈의 생명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리베르타스가 된 레지스탕스 대원들이야 반 강제로 만들긴 했지만 시즈는?

"....알고 있습니다."

아키토는 다소 무거운 음성으로 답했다. 그 말을 들은 해커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긴 이제 와서 물어봐야 무엇하겠는가.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렸는데. 해커링이 해 줄 수 있는 건 그나마 짧은 수명이 더 빨리 줄어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그리셀더가 되면서 시즈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고 여자로서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겨 버렸다. 손종 실험체와 비슷한 신체가 되면서 생식 능력을 잃은 것이다. 마키시마 아키토라는 저 남자,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의 모든 것을 다 재물로 바쳐가면서까지 이 별의 제왕이 되고 싶은 걸까?

"......"

아키토는 여전히 말없이 시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하지만 상관없다.

이 세상에는 딱 두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 승자와 패자. 부모님의 회사를 빼앗고 결국에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했으며 자신의 어릴 적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은 남자, 마키시마 겐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녀석은 크로노스라는 거대 조직의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결국 그는 아키토의 손아귀 위에서 실컷 놀아나다가 비참하게 죽어갔다.

가이버 I이 된 모리사토 케이. 그 녀석은 그의 의지로 기간틱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만들었다. 그러나 적이 된 옛 동료 무라카미를 쓰러트리지 못했다. 순전히 옛 동료였다는 정 때문에 싸우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다른 동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나약한 녀석이기에 결국 기간틱을 좀 더 강한 의지를 가진 아키토에게 뺏기고 말았다.

그들은 패자다. 동정 받을 가치조차 없는 패자다. 강인한 의지를 수반하지 않은 힘은 무력함과 다름없다. 세상은 패자에게 차갑다. 패자가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힘이 없으면 결국 패자가 된다. 패자의 말은 아무리 진리라 할지라도 무시되고 힘이 없는 정의 따위는 그저 무력함일 뿐이다.

'나는 다르다! 나는 승자가 될 것이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잃지 않는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는 반드시 승자가 될 것이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승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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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잉! 삐잉!

조제소 안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리베르타스들의 에너지 충전이 전부 끝나서 조제통들이 열린다는 경보였다. 조제소 내부에 비치된 조제통들의 문이 열리면서 전투 형태가 풀린 레지스탕스 멤버들이 조제통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 해커링의 조수로 임명된 레지스탕스의 의사와 과학자들이 이들 레지스탕스 멤버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루더는 조제소 안에서 그 광경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

베루더는 지금 대마계장 힐드에게 올릴 보고서를 작성 중이었다. 힐드는 워싱턴에서 벌어진 제우스의 우뢰의 비장의 무기, 리베르타스들의 성공적인 전과를 보고는 크게 고무되어 좀 더 상세한 보고서를 올릴 것을 명령하였다. 힐드의 반응은 당연한 일이다. 크로노스의 조아노이드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가장 우려하던 일인 12신장의 사념파에도 끄떡없을 수 있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었다. 마계인을 대신해서 싸워줄 공포를 모르는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는데 그 누가 흥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실체를 보니 의외로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다. 리베르타스들의 수명은 극히 짧다. 게다가 전투 후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렇게 조제통에서 에너지 보급을 해야 전투 형태를 풀 수 있다. 그것도 시간을 재보니 거의 만 하루는 걸렸다. 그리고 이들이 12신장의 사념파에도 끄떡없으려면 그리셀더 같은 이들만의 '정신적 지주' 격인 존재가 있어야 했다. 현재 그리셀더인 시즈는 아키토의 말에는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여성이니까 문제는 없지만 마계의 조아노이드 군단을 편성했을 시 그 군단의 지휘는 누가 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였다. 현재의 시즈처럼 자기 몸을 조제당하고도 힐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비마계인을 어디서 구해올까.

'뭐 그런 건 위에서 알아서 하겠지. 설마 나한테 구해오라고 할라고.'

베루더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최소한 중요한 기술적 문제들은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 외 문제들은 마계의 과학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게 그들의 일이기도 하고.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정보 수집. 더 이상은 개입할 필요가 없다. 베루더는 휘파람을 불며 해커링 박사의 연구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해커링 박사에게 몇 가지 물어봐야 할 일이 있어서였다. 물론 순순히 답해주지는 않겠지만 그거야 잘 구슬리면 되는 거고.

-덜컹!

베루더가 연구실 문 앞까지 왔을 때 갑자기 연구실의 문이 확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아키토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잔뜩 상기된 것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마치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안 것처럼 잔뜩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아키토의 뒤를 따라 해커링 박사도 나왔는데 해커링은 의외로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여기 와서 저 노친네가 당황해 하는 모습을 베루더는 처음 봤다.

"자네 정말 거길 갈 건가?"

"두 말하면 잔소리죠. 지금 당장 준비해 주십시오."

그 때 아키토와 베루더가 딱 마주쳤다. 베루더는 방금 아키토의 말을 듣고 지금 아키토가 뭔가 중요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렇다면 정보 수집 차원에서도 당연히 같이 가 봐야 한다. 베루더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보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베루더. 안 그래도 자네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길게 있어."

베루더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거 기대되는 군요. 중요한 임무라, 그래 어떤 겁니까?"

"당장 일본으로 가 줬으면 한다."

"일본이요?"

"가서 가이버 I, 모리사토 케이를 암살해라. 가능한 한 빨리."

그 말을 들은 베루더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이버 I을 암살하라니! 그는 아키토의 동료이잖은가. 베루더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재차 아키토에게 확인하였다. 그러나 잘못들은 것이 아니다. 아키토는 분명한 어조로 모리사토 케이를 죽이라고 말했다. 아니 갑자기 왜 뜬금없이 이런 명령을 내리는 걸까?

"케이 녀석이 기간틱을 쓰게 되면 내가 사용할 때 에너지가 부족해서 맘대로 못 싸울 일이 생길 수 있어. 그걸 미연에 방지하려면 녀석을 제거해야 한다."

"그냥 기간틱 컨트롤을 못하게 보스가 봉쇄하시면 안 됩니까?"

"그건 불가능해. 나도 시도해 봤지만 그렇게는 안 되더군."

기간틱을 아무도 쓰고 있지 않을 때 케이가 먼저 식장하는 것 자체는 아키토가 막을 수 없었다. 그저께 워싱턴을 공격할 때 아키토가 기간틱을 케이에게서 빼앗아서 소환하였었다. 그런데 케이가 먼저 에너지를 거의 다 써버리는 바람에 아키토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겼었다. 그 때는 다행히 에너지가 없었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적의 조아로드와 싸워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아키토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 아예 케이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보스도 일본에 가십니까?"

"아, 난 딴 데 볼일이 좀 있다. 일본에는 너 혼자 가라. 지금 당장."

그렇게 말하고는 아키토는 어딘가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키토를 따라 나온 해커링은 마치 도저히 못말리겠다는듯 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연구실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면서 베루더는 의문이 들었다. 아키토는 왜 갑자기 케이란 남자를 암살하라는 것일까. 게다가 아키토는 어딘가로 급히 갈려는 태도였다. 일본은 확실히 아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해커링이 저렇게 당황해하는 걸로 봐서는 아주 위험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가야만 할 가치가 있는 곳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거기가 어딜까? 게다가 베루더에게는 어째서 케이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걸까?

'혹시....... 저 남자 설마....!'











Next episode 제18화 '출격!' coming soon......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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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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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남자들의 원기를 보충해주는 영양식!! 삼겹살 파티!!!!!!를 해보는게 어떠실런지?(라고 물었다가 아키토한테 얻어맞는 중입니다)

쿨럭. 싫음 말지......여하튼 건필하세요!! 저도 방금 막 올렸답니다^^ 후후훗!!

그동안 쉬었으니 쉰만큼 또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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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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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저도 좋아합니다만....요즘은 좀 자제 중입니다. 너무 먹으면 살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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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책으로 소장해서 보고 싶은 글입니다.

그쪽이 스크롤 압박이 없어서 더 편할 것 같기도 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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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카렌밥//제 글에 그렇게 까지 할 가치가 있을지.....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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