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Worl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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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야!"
라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년.. 그리고 그뒤를 따라서 흉흉한 불꽃을 마구 던져대는 여성은, 뭔가 언밸런스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소년과 여성 사이에 끼어들어서 둘을 떨어뜨려 놓는 남성역시 언밸런스한 웃음을 지은채로 입을 열었다.
"당신도, 참으시구려."
"이놈아! 죽고 싶으면 차라리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라! 이놈아!"
"씩! 씩! 이따위 몸으로 대체 뭘 하라는 겁니까!"
"아니 이놈이 그래도!"
라면서 두사람의 추격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최강이라 자부하던 소년의 일기 中-
***
"으와아아앗!"
이불을 급하게 걷어차며 일어나는 청년의 얼굴은 이미 땀벅벅 그 자체였다. 악몽을 꾼듯이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청년은 이윽고 침대 곁의 서랍장 위에 놓여진 물컵을 집어들어서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그딴 꿈을.."
라면서 아직도 몸을 부르르 떠는 청년이었다.
"칫! 슬슬 일어나야겠군."
시계는 아직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낙제생! 어디가는거여?"
"여! 낙제생 오늘도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청년을 향해서 공통적인 한 단어를 내뱉었다. 그것은 '낙제생' 그것이 청년에게 붙여진 이름같았다. 하지만 청년은 피식 웃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청년은 거리를 한참 걷다가 한 건물 앞에 이르러서야 멈춰섰다. 그리고는 유리창에 비취는 희미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옷매무시를 만지고 있었다.
"좋아. 오늘도 힘차게 시작이다."
건물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청년을 향해서 푸른빛의 세모도형이 천정에서 쏘아져 내려왔다. 그 푸른빛은 매우 위협적으로 빛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아무런 지장없이 세모를 통과하여 벽에 있는 스위치를 내렸다. 그러자 세모도 그 빛을 잃고 사그라져버렸다. 다시한번 청년이 여닫이 문을 열자 어두운 공간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별 신경 쓰지도 않고서 청년은 말했다.
"관리자다. 불켜."
"확인완료! 체내 마력용량 0%. 관리자님 어서오십시요."
검은 공간은 순식간에 밝아지며 커다란 책장들이 줄줄이 늘어선 모습만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사서겸 관리인실을 겸한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쪽에는 커다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마법사 협회 공인 도서관 사서실」
청년은 팻말아래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테이블 위에 튀어나온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책장들이 마치 문을 여는 것처럼 사이사이를 벌려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전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도서관 관리시스템 기동!"
그제서야 청년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서는 어깨를 톡톡 두드리다가 졸려운 듯이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이들 뿐이었다.
***
"가.이.드. 이렇게 잠만자서야 사서라고 할 수 있겠어?"
익숙한 음성에 눈을 뜨고서 주위를 살펴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려고하자, 더욱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아이이드으!!"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씩씩거리는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눈꺼풀은 제일의 대마법사도 결코 들 수 없다고 현자들은 말했다. 결국 나의 눈꺼풀은 그대로 주저앉으려고 서서히 시야를 검게 물들여왔다.
"에잇! 아이란스 프로크티아 얼음이여 주먹이 되어 쳐부숴라!"
「부웅~!」
공기를 울리듯이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영창소리에 수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의 의식은 곧바로 경계경보를 울리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그러자 테이블위로 얼음 덩어리들이 거칠게 부딫혀왔다. 난 테이블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버럭 외쳤다!
"사람잡을 일이 있는거야!?"
"흐응~이다!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가이드!"
라면서 쌩하고 책장사이로 날아가버린 여자는 유일하게 날 이름으로 불러주는 소꿉친구인 아스란이다. 나와는 태생적으로 달랐고, 무엇보다도 마법을 타고난 선천적인 그녀와 주문영창마저 불가능한 내가 소꿉친구라는 것 자체부터가 운명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렸을때의 기억을 회상해보면, 언제나 마법의 대상으로 나를 사용한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마만큼 좋은 표적이 어디있으랴...
"그렇지.. 어차피.. 나따윈 이런녀석이었으니까.."
낙제생 마법사. 그것이 나의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어차피 스스로 운영되는 이 마법도서관에서 뭘 하라는거야."
마법도서관에 필요도 없을 사서로, 그것도 마법도 쓰지못하는 내가 취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두가지였다. 첫째는, 마법사 사회에서 태어났으니 마법에 대해서 알아도 된다. 둘째는, 마력이 아예 없으니, 마법도서관의 방범마법을 설치하는데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방범마법을 일반적인 보호마법보다는 모든 마력의 침투불가능이라는 설정은 마법사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방범마법이였다. 그러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일반 마법사들은 이것에 걸릴테니, 전혀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나라는 마력이 없는, 일반적인 사람이 나타나버렸으니 이보다 더욱 좋은 것은 없다면서 바로 취직시켜버렸던 것이다.
"책정리도 책이 스스로 날아들어오는데다가, 도둑들 염려도 없고, 이거야말로 완전히 나는 문만 열고닫고 하는 문지기나 다를게 뭐냐. 일이 있어야 뭘하지.."
***
중간 여닫이문의 유리사이로 보이는 시계는 어느덧 1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방범마법을 켜놓고서 현관문을 잠궜다. 그리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는순간, 주위로 그림자 열댓명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푸른빛의 로브를 걸친 녀석들이었다. 난 그저 로브를 눌러쓴 녀석들을 보며 약간의 짜증과 그리고 힘이 없음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얼굴을 가렸지만, 그것쯤이야 뻔하다. 아스란을 따르는 일당같은 녀석들이겠지..
"낙. 제. 생."
"칫!"
"훗, 짜식 많이 컸네? 토테리움 아리캄 에어로 스매쉬!"
「퍼억!」
그대로 난 지면으로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입안에는 짭짤한 피가 느껴졌다. 무형의 덩어리가 아랫배를 강타한 덕택인지, 목으로 오늘 하루 먹은 음식물이 역류할 것만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토테리움 아리캄 플로팅 오브젝트!"
내 밑으로 무언가가 스며나오는 느낌과 함께 억지로 내 몸이 일으켜세워졌다. 팔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이상한 느낌은 팔마저도 공중으로 들어올려버렸다. 덕택에 마치 손목을 밧줄에 묶여서 끌어올려진 형상이었다.
"커흑!"
다시한번 아랫배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번쩍이는 눈앞으로 푸른 후드를 뒤집어쓴 녀석의 비릿한 미소를 지은 입가가 보였다. 그리고 나의 아랫매로 이어진 녀석의 팔로 봐선, 녀석에게 풀 스트레이트로 한방 먹은듯 싶었다.
"오늘은 이정도로 봐주지. 하지만 낙제생 가이드. 아스란에게 이 이상으로 붙어지낸다면, 그때는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큭큭큭..."
"끄으으.. 웃기시네.. 그런.. 난 녀석을 쫓아다닌적이 없다고..?"
"이 새끼가! 끝까지!"
「퍼억!」
녀석의 발이 힘차게 나의 시아로 날아오는 것을 끝으로 나의 의식은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익숙한 내방의 천장이었다.
"화끈화끈하군. 제길, 얼굴을 발로차다니.. 미친.."
침대에서 일어나자, 목이 화끈거렸다. 구석에 세면대 위에 걸린 깨진 거울조각을 들여다보니, 목이 붉게 부어올라있었다. 분명히 어제 아랫배를 맞으며 역류한 흔적일 것이다.
「똑! 똑!」
"가이드님.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와. 이자벨."
나무문이 열리자 단정하게 묶은 검은 포니테일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녀석은 나를 보더니 꾸뻑 인사를 하고서는 손에 들고온 옷가지를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다시 거울로 얼굴을 돌리자 이자벨은 가만히 나를 보면서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응. 하지만 녀석들 초보자라서 그런지, 속이 많이 상했나봐. 아직도 목과 아랫배가 시큰거려."
"그렇..습니까?"
"그렇지뭐.."
라면서 나는 내 얼굴을 살펴봤다. 연푸른색의 머릿결은 막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채로 정돈되어 있었다. 얼굴에는 그다지 상터는 없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화끈화끈 거리는 느낌은 남아있어서, 어제 무슨일을 당했는지 말하고 있었다.
"제가.. 치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얼굴을 매만지고 있자, 이자벨 녀석은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냐. 그런일로 사용한 마법은 상관안해. 어차피 낙제생이란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
라고 말하고선 거울에서 시선을 때고 이자벨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나 이자벨은 그저 허리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에,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미 반쯤 열려진 나무문을 걷어차며 남녀한쌍이 나타났다.
"가이드! 또 맞고 온거냐? 칠칠치 못한 아들녀석."
"여보, 그건 어머니가 아들에게 할 말이라고 보기엔 심했구려."
"네에~ 아주 깨끗하게 얻어터지고 왔습니다. 천재 어머니!"
"뭐.. 뭐야!? 이게에!!"
라며 어머니가 나에게 덤벼들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뒤에서 어머니의 팔을 붙잡아 말렸다. 아버지는 씁쓰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괜찮느냐? 가이드."
"뭐, 그다지는요."
"이자벨을 탓하지 말거라. 널 위해서 치료를 한거니까."
라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솟았다.
"그만해요! 어차피 낙제생인거 아니까! 그만하라구요!"
라면서 거칠게 이자벨을 밀치고 옷가지를 주워들고서 문을 나섰다. 뒤에서는 이자벨이 흐느끼는 소리와 그리고 아버지의 신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거실의 탁자위에는 어머니의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놓여져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쪽지를 살며시 들여다 보았다.
『밀레이온 가이론님과 밀레이온 에스멜다님께.』
『실험결과 대 성공. 두분께서 연구소에 오시는대로 바로 계획을 시행하겠음.』
"칫! 포션연구소인가."
한때 내가 꿈으로 여겼었던, 포션연구자는 마법이라는 꿈과 함께 날아가 버린지 오래였다. 마법사세계에서는 죽음보다도 더욱 치욕스러운 영창불가능. 이제까지 받아왔던 어떤 말보다도 그 말이 나의 가슴속에는 가장 큰 비수였다.
"어차피.. 나와는 관계없는 일인가."
그렇게 나는 쪽지로부터 고개를 돌린채 중얼거렸다.
***
다시금 퇴근시간이 되어, 나는 문을 잠궜는지, 확실하게 살펴본 후에 현관문의 열쇠를 잠그고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아침부터 일진이 사나운 탓일까?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왠지모를 누군가의 시선에 잠깐 몸을 떨어보고서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길을 걸어갔을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서서히 몸이 느려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선마저도 흐릿해서 주위는 울렁거리는 세계로 보였다.
"토테리움 아리캄!"
이것은, 주문영창?
"봄 더 윈드!"
발밑이 허전해진다 싶더니, 곧 나의 몸은 무언가의 폭발에 날아가는 것처럼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그리고 나의 뒤를 따라서 자욱하게 퍼지는 흙먼지에 나는 재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 뜬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고, 결국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해 쳐밖히고 말았다.
「쿠우웅!」
둔탁한 소리가 온몸을 전율시켰다. 그리고 말조차 못할 정도의 통증도..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토테리움 아리캄!"
다시금 주위로 울려퍼지는 주문영창. 그러나 아무도 이전의 폭발을 모른다는 듯이 구경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필히, 소리차단막을 겹겹히 둘러친듯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시시껄렁한 곳에 정신을 팔 틈은 없었다. 영창이 시작된 이상, 다시금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올 것이기에..
"작은 불꽃의 씨앗이여, 그 작은 힘을 이곳에서 터뜨려라. 블래스트 봄."
"미.. 미친.. 블래.."
미쳐 욕도 마치지 못하고 주위가 붉게 물들어버렸다. 이미 주위는 뜨거운 불길의 바다였다.
***
【흐아악!】
꿈인 것인가? 분명히 난 블래스트 봄의 불꽃에 휩싸여..
"...입니다. 이것이 금지된 것임을 알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나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알몸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옷까지 벗겨가다니..】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그 생명은 고깃덩어리에 불가합니다."
"흑흑.. 고깃덩어리가 아니라구요! 내 아이라구요!"
"생명이 없는 것을 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은 한쌍의 남녀앞에서 딱딱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했다. 대충 들어보니, 저 한쌍의 남녀는 부부같았고, 그 중 여성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미 그 아이는 죽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얀 로브의 남자는 그 아이에게 무언가 실험을 통해서 살려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고, 게다가 잘못해서 변이라도 일어난다면.. 우리 제르텔은..."
처음으로 부부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하얀 로브의 사람은 로봇처럼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사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만, 어차피 이 실험은 누군가의 유산아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게되고, 우리 연구소는.."
"그렇다고 내 아이를 실험도구로 쓴다는 말인가요!"
발작적으로 외치는 여성. 그리고 그런 여성을 위로하듯이 안아주는 남성, 하얀 로브의 사람은 숨을 길게 내쉬더니 곧 입을 열었다.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죽은 생명. 제르텔 당신이 품고 있는다 하여도 결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자.. 잠깐!? 제르텔이라고?
"..여보."
"하지만.. 하지만.. 내 아이를.."
"여보,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소. 하지만 우리 아이는 이미 죽은상태.. 선택은 이제 당신만의 것이오. 난 당신의 선택에 따르겠소."
"난.. 난..."
여성의 말을 끝으로 나는 갑작스레 주위가 어두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압박과 함께, 강한 빛이 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고나서야, 간신히 압박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강한 빛에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실험은 성공적입니다. 아이의 상태는 양호."
"아이의 이름은 생각해 둔 것이 있소? 밀레이온?"
"가이드.. 밀레이온 가이드. 그것이 이 아이의 이름이요."
【그.. 그런!? 이것이 나...?】
실험의 성공.. 그리고 나의 태생... 죽은 유산아...
***
《나는 죽은 고깃덩어리가 아냐.》
「부오오오옹!」
"뭐, 뭐야? 이 빛은! 이 힘은!"
블래스트 봄까지 터져나왔지만, 주위사람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푸른 로브를 입은, 블루 그래이드 아카데미 학생들 5만이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말못할 상황에 놀람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 아니 경악을 한다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블래스트 봄의 잔염(孱炎) 사이로 걸어나오는 것은, 그들이 죽이기로 결심했던 낙제생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마력도 없으며, 주문영창조차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낙제생 마법사가 무려 순간온도 5천도를 육박하는 블래스트 봄의 열화 속에서 맨몸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은, 이미 그들의 두려움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다.
"토테리움 아리캄 합동마법!"
5명 모두다 지팡이 끝에 푸른 마법진을 일으키며 낙제생 마법사를 겨냥했다. 그러자 마법진은 서로 합쳐지며 거대한 마법진으로 순식간에 낙제생 마법사를 덮었다.
"그 몸으로 내리찍어라. 거대한 바람의 거인이여! 인피니티 그라비티!"
「콰오오오오! 우지직!」
마치 거대한 쇳덩어리가 내려찍듯이, 낙제생 마법사의 주위는 움푹파여들어갔다. 그러나 낙제생 마법사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5명의 블루 그래이드 아카데미 학생들을 바라보며 단순하게 말했다.
《죽은게 아니야. 난 살아있어.》
그 말이 끝나자, 마치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점점 아래로 눌려들어가던 땅과 낙제생 마법사는 더 이상 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는 녹색빛의 거대한 방패가 고요히 떠오르며 거대한 압력을 아무런 반동도, 소음도 없이 거둬내고 있었다.
"우으으으! 도망쳐! 저건 괴물이야!"
학생들은 마침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
"돌아오셨... 가이드님!?"
이자벨은 마악 쓰러지려고 하는 순간, 날아와 나를 받쳐주었다.
"..돌아왔어."
"무슨일 있으셨나요? 옷이 너덜너덜.. 그보다 이 상처들은.."
"난.. 죽지 않았어."
-프롤로그 Super World-
작가// 마탄사는 SHIA의 작품이므로, 이후 연재는 SHIA에게 맡깁니다.
라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년.. 그리고 그뒤를 따라서 흉흉한 불꽃을 마구 던져대는 여성은, 뭔가 언밸런스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소년과 여성 사이에 끼어들어서 둘을 떨어뜨려 놓는 남성역시 언밸런스한 웃음을 지은채로 입을 열었다.
"당신도, 참으시구려."
"이놈아! 죽고 싶으면 차라리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라! 이놈아!"
"씩! 씩! 이따위 몸으로 대체 뭘 하라는 겁니까!"
"아니 이놈이 그래도!"
라면서 두사람의 추격전은 다시 시작되었다.
-최강이라 자부하던 소년의 일기 中-
***
"으와아아앗!"
이불을 급하게 걷어차며 일어나는 청년의 얼굴은 이미 땀벅벅 그 자체였다. 악몽을 꾼듯이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청년은 이윽고 침대 곁의 서랍장 위에 놓여진 물컵을 집어들어서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그딴 꿈을.."
라면서 아직도 몸을 부르르 떠는 청년이었다.
"칫! 슬슬 일어나야겠군."
시계는 아직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낙제생! 어디가는거여?"
"여! 낙제생 오늘도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청년을 향해서 공통적인 한 단어를 내뱉었다. 그것은 '낙제생' 그것이 청년에게 붙여진 이름같았다. 하지만 청년은 피식 웃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청년은 거리를 한참 걷다가 한 건물 앞에 이르러서야 멈춰섰다. 그리고는 유리창에 비취는 희미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옷매무시를 만지고 있었다.
"좋아. 오늘도 힘차게 시작이다."
건물의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청년을 향해서 푸른빛의 세모도형이 천정에서 쏘아져 내려왔다. 그 푸른빛은 매우 위협적으로 빛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아무런 지장없이 세모를 통과하여 벽에 있는 스위치를 내렸다. 그러자 세모도 그 빛을 잃고 사그라져버렸다. 다시한번 청년이 여닫이 문을 열자 어두운 공간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별 신경 쓰지도 않고서 청년은 말했다.
"관리자다. 불켜."
"확인완료! 체내 마력용량 0%. 관리자님 어서오십시요."
검은 공간은 순식간에 밝아지며 커다란 책장들이 줄줄이 늘어선 모습만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사서겸 관리인실을 겸한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쪽에는 커다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마법사 협회 공인 도서관 사서실」
청년은 팻말아래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테이블 위에 튀어나온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책장들이 마치 문을 여는 것처럼 사이사이를 벌려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좀전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도서관 관리시스템 기동!"
그제서야 청년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서는 어깨를 톡톡 두드리다가 졸려운 듯이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이들 뿐이었다.
***
"가.이.드. 이렇게 잠만자서야 사서라고 할 수 있겠어?"
익숙한 음성에 눈을 뜨고서 주위를 살펴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려고하자, 더욱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아이이드으!!"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씩씩거리는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눈꺼풀은 제일의 대마법사도 결코 들 수 없다고 현자들은 말했다. 결국 나의 눈꺼풀은 그대로 주저앉으려고 서서히 시야를 검게 물들여왔다.
"에잇! 아이란스 프로크티아 얼음이여 주먹이 되어 쳐부숴라!"
「부웅~!」
공기를 울리듯이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영창소리에 수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의 의식은 곧바로 경계경보를 울리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그러자 테이블위로 얼음 덩어리들이 거칠게 부딫혀왔다. 난 테이블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버럭 외쳤다!
"사람잡을 일이 있는거야!?"
"흐응~이다!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가이드!"
라면서 쌩하고 책장사이로 날아가버린 여자는 유일하게 날 이름으로 불러주는 소꿉친구인 아스란이다. 나와는 태생적으로 달랐고, 무엇보다도 마법을 타고난 선천적인 그녀와 주문영창마저 불가능한 내가 소꿉친구라는 것 자체부터가 운명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렸을때의 기억을 회상해보면, 언제나 마법의 대상으로 나를 사용한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마만큼 좋은 표적이 어디있으랴...
"그렇지.. 어차피.. 나따윈 이런녀석이었으니까.."
낙제생 마법사. 그것이 나의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어차피 스스로 운영되는 이 마법도서관에서 뭘 하라는거야."
마법도서관에 필요도 없을 사서로, 그것도 마법도 쓰지못하는 내가 취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두가지였다. 첫째는, 마법사 사회에서 태어났으니 마법에 대해서 알아도 된다. 둘째는, 마력이 아예 없으니, 마법도서관의 방범마법을 설치하는데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방범마법을 일반적인 보호마법보다는 모든 마력의 침투불가능이라는 설정은 마법사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방범마법이였다. 그러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일반 마법사들은 이것에 걸릴테니, 전혀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나라는 마력이 없는, 일반적인 사람이 나타나버렸으니 이보다 더욱 좋은 것은 없다면서 바로 취직시켜버렸던 것이다.
"책정리도 책이 스스로 날아들어오는데다가, 도둑들 염려도 없고, 이거야말로 완전히 나는 문만 열고닫고 하는 문지기나 다를게 뭐냐. 일이 있어야 뭘하지.."
***
중간 여닫이문의 유리사이로 보이는 시계는 어느덧 1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방범마법을 켜놓고서 현관문을 잠궜다. 그리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려는순간, 주위로 그림자 열댓명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푸른빛의 로브를 걸친 녀석들이었다. 난 그저 로브를 눌러쓴 녀석들을 보며 약간의 짜증과 그리고 힘이 없음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얼굴을 가렸지만, 그것쯤이야 뻔하다. 아스란을 따르는 일당같은 녀석들이겠지..
"낙. 제. 생."
"칫!"
"훗, 짜식 많이 컸네? 토테리움 아리캄 에어로 스매쉬!"
「퍼억!」
그대로 난 지면으로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입안에는 짭짤한 피가 느껴졌다. 무형의 덩어리가 아랫배를 강타한 덕택인지, 목으로 오늘 하루 먹은 음식물이 역류할 것만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토테리움 아리캄 플로팅 오브젝트!"
내 밑으로 무언가가 스며나오는 느낌과 함께 억지로 내 몸이 일으켜세워졌다. 팔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이상한 느낌은 팔마저도 공중으로 들어올려버렸다. 덕택에 마치 손목을 밧줄에 묶여서 끌어올려진 형상이었다.
"커흑!"
다시한번 아랫배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번쩍이는 눈앞으로 푸른 후드를 뒤집어쓴 녀석의 비릿한 미소를 지은 입가가 보였다. 그리고 나의 아랫매로 이어진 녀석의 팔로 봐선, 녀석에게 풀 스트레이트로 한방 먹은듯 싶었다.
"오늘은 이정도로 봐주지. 하지만 낙제생 가이드. 아스란에게 이 이상으로 붙어지낸다면, 그때는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큭큭큭..."
"끄으으.. 웃기시네.. 그런.. 난 녀석을 쫓아다닌적이 없다고..?"
"이 새끼가! 끝까지!"
「퍼억!」
녀석의 발이 힘차게 나의 시아로 날아오는 것을 끝으로 나의 의식은 어둠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익숙한 내방의 천장이었다.
"화끈화끈하군. 제길, 얼굴을 발로차다니.. 미친.."
침대에서 일어나자, 목이 화끈거렸다. 구석에 세면대 위에 걸린 깨진 거울조각을 들여다보니, 목이 붉게 부어올라있었다. 분명히 어제 아랫배를 맞으며 역류한 흔적일 것이다.
「똑! 똑!」
"가이드님. 들어가겠습니다."
"들어와. 이자벨."
나무문이 열리자 단정하게 묶은 검은 포니테일의 여성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녀석은 나를 보더니 꾸뻑 인사를 하고서는 손에 들고온 옷가지를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다시 거울로 얼굴을 돌리자 이자벨은 가만히 나를 보면서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응. 하지만 녀석들 초보자라서 그런지, 속이 많이 상했나봐. 아직도 목과 아랫배가 시큰거려."
"그렇..습니까?"
"그렇지뭐.."
라면서 나는 내 얼굴을 살펴봤다. 연푸른색의 머릿결은 막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채로 정돈되어 있었다. 얼굴에는 그다지 상터는 없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화끈화끈 거리는 느낌은 남아있어서, 어제 무슨일을 당했는지 말하고 있었다.
"제가.. 치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얼굴을 매만지고 있자, 이자벨 녀석은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냐. 그런일로 사용한 마법은 상관안해. 어차피 낙제생이란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
라고 말하고선 거울에서 시선을 때고 이자벨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나 이자벨은 그저 허리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에,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미 반쯤 열려진 나무문을 걷어차며 남녀한쌍이 나타났다.
"가이드! 또 맞고 온거냐? 칠칠치 못한 아들녀석."
"여보, 그건 어머니가 아들에게 할 말이라고 보기엔 심했구려."
"네에~ 아주 깨끗하게 얻어터지고 왔습니다. 천재 어머니!"
"뭐.. 뭐야!? 이게에!!"
라며 어머니가 나에게 덤벼들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뒤에서 어머니의 팔을 붙잡아 말렸다. 아버지는 씁쓰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괜찮느냐? 가이드."
"뭐, 그다지는요."
"이자벨을 탓하지 말거라. 널 위해서 치료를 한거니까."
라면서 아버지가 말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솟았다.
"그만해요! 어차피 낙제생인거 아니까! 그만하라구요!"
라면서 거칠게 이자벨을 밀치고 옷가지를 주워들고서 문을 나섰다. 뒤에서는 이자벨이 흐느끼는 소리와 그리고 아버지의 신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거실의 탁자위에는 어머니의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놓여져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쪽지를 살며시 들여다 보았다.
『밀레이온 가이론님과 밀레이온 에스멜다님께.』
『실험결과 대 성공. 두분께서 연구소에 오시는대로 바로 계획을 시행하겠음.』
"칫! 포션연구소인가."
한때 내가 꿈으로 여겼었던, 포션연구자는 마법이라는 꿈과 함께 날아가 버린지 오래였다. 마법사세계에서는 죽음보다도 더욱 치욕스러운 영창불가능. 이제까지 받아왔던 어떤 말보다도 그 말이 나의 가슴속에는 가장 큰 비수였다.
"어차피.. 나와는 관계없는 일인가."
그렇게 나는 쪽지로부터 고개를 돌린채 중얼거렸다.
***
다시금 퇴근시간이 되어, 나는 문을 잠궜는지, 확실하게 살펴본 후에 현관문의 열쇠를 잠그고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아침부터 일진이 사나운 탓일까?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왠지모를 누군가의 시선에 잠깐 몸을 떨어보고서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길을 걸어갔을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서서히 몸이 느려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선마저도 흐릿해서 주위는 울렁거리는 세계로 보였다.
"토테리움 아리캄!"
이것은, 주문영창?
"봄 더 윈드!"
발밑이 허전해진다 싶더니, 곧 나의 몸은 무언가의 폭발에 날아가는 것처럼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그리고 나의 뒤를 따라서 자욱하게 퍼지는 흙먼지에 나는 재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 뜬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고, 결국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해 쳐밖히고 말았다.
「쿠우웅!」
둔탁한 소리가 온몸을 전율시켰다. 그리고 말조차 못할 정도의 통증도..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토테리움 아리캄!"
다시금 주위로 울려퍼지는 주문영창. 그러나 아무도 이전의 폭발을 모른다는 듯이 구경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필히, 소리차단막을 겹겹히 둘러친듯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시시껄렁한 곳에 정신을 팔 틈은 없었다. 영창이 시작된 이상, 다시금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올 것이기에..
"작은 불꽃의 씨앗이여, 그 작은 힘을 이곳에서 터뜨려라. 블래스트 봄."
"미.. 미친.. 블래.."
미쳐 욕도 마치지 못하고 주위가 붉게 물들어버렸다. 이미 주위는 뜨거운 불길의 바다였다.
***
【흐아악!】
꿈인 것인가? 분명히 난 블래스트 봄의 불꽃에 휩싸여..
"...입니다. 이것이 금지된 것임을 알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나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의 알몸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옷까지 벗겨가다니..】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그 생명은 고깃덩어리에 불가합니다."
"흑흑.. 고깃덩어리가 아니라구요! 내 아이라구요!"
"생명이 없는 것을 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은 한쌍의 남녀앞에서 딱딱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했다. 대충 들어보니, 저 한쌍의 남녀는 부부같았고, 그 중 여성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미 그 아이는 죽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얀 로브의 남자는 그 아이에게 무언가 실험을 통해서 살려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고, 게다가 잘못해서 변이라도 일어난다면.. 우리 제르텔은..."
처음으로 부부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하얀 로브의 사람은 로봇처럼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사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만, 어차피 이 실험은 누군가의 유산아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게되고, 우리 연구소는.."
"그렇다고 내 아이를 실험도구로 쓴다는 말인가요!"
발작적으로 외치는 여성. 그리고 그런 여성을 위로하듯이 안아주는 남성, 하얀 로브의 사람은 숨을 길게 내쉬더니 곧 입을 열었다.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죽은 생명. 제르텔 당신이 품고 있는다 하여도 결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자.. 잠깐!? 제르텔이라고?
"..여보."
"하지만.. 하지만.. 내 아이를.."
"여보,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소. 하지만 우리 아이는 이미 죽은상태.. 선택은 이제 당신만의 것이오. 난 당신의 선택에 따르겠소."
"난.. 난..."
여성의 말을 끝으로 나는 갑작스레 주위가 어두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압박과 함께, 강한 빛이 나를 비추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지내고나서야, 간신히 압박으로부터는 벗어났지만, 강한 빛에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실험은 성공적입니다. 아이의 상태는 양호."
"아이의 이름은 생각해 둔 것이 있소? 밀레이온?"
"가이드.. 밀레이온 가이드. 그것이 이 아이의 이름이요."
【그.. 그런!? 이것이 나...?】
실험의 성공.. 그리고 나의 태생... 죽은 유산아...
***
《나는 죽은 고깃덩어리가 아냐.》
「부오오오옹!」
"뭐, 뭐야? 이 빛은! 이 힘은!"
블래스트 봄까지 터져나왔지만, 주위사람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푸른 로브를 입은, 블루 그래이드 아카데미 학생들 5만이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말못할 상황에 놀람을 금치 못할 뿐이었다. 아니 경악을 한다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블래스트 봄의 잔염(孱炎) 사이로 걸어나오는 것은, 그들이 죽이기로 결심했던 낙제생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마력도 없으며, 주문영창조차도 하지 못하는 최악의 낙제생 마법사가 무려 순간온도 5천도를 육박하는 블래스트 봄의 열화 속에서 맨몸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은, 이미 그들의 두려움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다.
"토테리움 아리캄 합동마법!"
5명 모두다 지팡이 끝에 푸른 마법진을 일으키며 낙제생 마법사를 겨냥했다. 그러자 마법진은 서로 합쳐지며 거대한 마법진으로 순식간에 낙제생 마법사를 덮었다.
"그 몸으로 내리찍어라. 거대한 바람의 거인이여! 인피니티 그라비티!"
「콰오오오오! 우지직!」
마치 거대한 쇳덩어리가 내려찍듯이, 낙제생 마법사의 주위는 움푹파여들어갔다. 그러나 낙제생 마법사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5명의 블루 그래이드 아카데미 학생들을 바라보며 단순하게 말했다.
《죽은게 아니야. 난 살아있어.》
그 말이 끝나자, 마치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점점 아래로 눌려들어가던 땅과 낙제생 마법사는 더 이상 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로는 녹색빛의 거대한 방패가 고요히 떠오르며 거대한 압력을 아무런 반동도, 소음도 없이 거둬내고 있었다.
"우으으으! 도망쳐! 저건 괴물이야!"
학생들은 마침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
"돌아오셨... 가이드님!?"
이자벨은 마악 쓰러지려고 하는 순간, 날아와 나를 받쳐주었다.
"..돌아왔어."
"무슨일 있으셨나요? 옷이 너덜너덜.. 그보다 이 상처들은.."
"난.. 죽지 않았어."
-프롤로그 Super World-
작가// 마탄사는 SHIA의 작품이므로, 이후 연재는 SHIA에게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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