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센다와 스쿨드와 인줴의 생태보고서(Final)&아프간의 소용돌이(Prologue)]
페이지 정보
본문
"젠장 쇼크로 심장이 멈췄나?"
"안돼!!"
상류로 올라와 발을 담그다 밤페이군이 흘린 고압전류에 감전되어 쓰러진 여자를 살피는 인줴의 한마디에 옆에 서있던 남자가 울부짖었다. 그는 쓰러진 흑발의 여자를 안고 미친듯이 울부짖을 뿐이었다. 그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무서워 보일 정도였다. 이런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생각해 스쿨드가 하는 행동을 말리려 했는데...
"이런!"
젠장이란 욕설을 입밖에 연신 내뱉으며 여자의 높은 볼륨이 느껴지는 가슴을 두손으로 꽉 누르는 러시안 인줴. 그는 미리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자신을 저주하며 못 알아먹을 러시아어로 계속 중얼거렸다. 여자의 남편인 것같은 남자가 흐느낀채 얼굴만 부여잡고 있자 인줴는 그를 설득하듯 뭐라 말했지만 남자는 울기만 할뿐이었다. 부인이 죽는다는 두려움에 안그래도 못 알아 먹을 러시아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저씨. 인공호흡을 하세요! 인줴씨가 심장을 누르기를 멈추면 인공호흡을 하라고요!"
"아. 으응."
"시작한다!!"
인줴가 가슴을 여러번 세게 누르기 시작했다. 철저한 순서대로 몇번을 누른 뒤 남자가 키스하듯 여자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두 일본인이 꽃밭에 누워있고, 둘 다 무사했다면 로맨스 영화에서나 볼법한 멋진 장면이겠지만 상황은 심각했기에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가지질 못했다. 센다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기 시작했다.
'꽤 머리 좋은 소년이야.'라고 인줴는 속으로 피식했다. 이런 식으로 약 2분 정도 응급처치했을까? 다행히 얼음장같던 여자의 싸늘한 육체에서 따뜻한 기운과 약한 심장박동같은 것이 들려왔다.
"다행이군."
"뭐가...."
인줴의 일본어에 누워있던 여자가 가늘게 눈 뜨며 미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줴를 자신의 애인인줄 착각했던 것이었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고 저승의 문턱까지 걸어갔다가 인줴에게 강제로 끌려와 살게 된 여자는 어리둥절하며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센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분께 사과드리고 서둘러 전자그물과 충격기는 치워라."
인줴가 충격을 받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스쿨드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스쿨드는 인줴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때문에 난리가 났던 부부에게 달려갔다. 잘 들리지 않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스쿨드가 울음을 터뜨렸다. 사과를 받은 남자는 멍하니 있다가 예쁜 소녀의 울음에 당황하여 괜찮다라는 문장만 연신 날렸다.
"스쿨드. 괜찮아 울음 뚝 그쳐."
"그치만. 그치만. 히끅! 흑."
얼마나 놀란 것일까? 계속 눈물,콧물범벅이 되어 센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스쿨드의 모습에 인줴가 중얼거렸다. 전에 안나 사령관과 자신이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얘들은 정말 조심해야 된다 인줴."
'예? 그 무슨.'
'인간얘들은 자신이 뭔짓을 하는지도 모른채 사람을 죽이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학자들이나 인간들이나 그것을 '순수함'의 부작용이라고 하지 아마?'
'.........'
'예컨데 납치되어져서 한명의 군인으로 탈바꿈한 아프리카의 소년병들이 바로 그 예지.'
'........'
'아. 물론 그 예로 제시된 사람이 여기 내 앞에 있군. 매드 사이언티스트 양반님?'
'!!!!!!!!!'
이런 젠장! 내가 무슨!! 인줴는 정신을 가다듬고 새차게 머리를 흔들어 안나와의 대화를 깨끗이 기억속의 한편으로 묻어버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그는 스스로에게 조소하며 깔끔히 잊어버리려 했으나 원래 이런 기억들은 묻어버리려 하면 할수록 땅속을 박차고 튀어 올라온다.
'정말 순수하다는 것이 무서운 것인가?'
그런 것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고? 정말?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스쿨드의 안부를 살폈다.
"후유. 정말 큰일날 뻔했어."
수풀속에서 부스럭거리며 은발이 고운 여자가 튀어나와 중얼거렸다. 스쿨드가 집을 박차고 나갈 때 법술로 위장해 슬그머니 튀어나온 울드였다. 그녀 옆에 차림새가 건방지다 못해 에로틱한 흑발의 미녀가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니까. 하마터면 우리가 튀어나가서 약을 먹일 뻔했잖아..."
페이오스였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급제조한 허브의 추출액이 담긴 주사를 손가락으로 팅팅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주사바늘에서 찍- 한줄기 노란 액체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땅에 닿기가 무섭게.
치지지이이익.
여름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은 듯한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증발해버리는 페이오스의 허브 엑기스. 왠지 이 엑기스의 색과 무지막지할 정도의 산성력(으로 추정되는)을 예상했을때 만약 저 여자가 이것을 맞았다면? 여자는 뼈가 남아돌지나 의문이다.
"으이그. 페이오스. 너 에일리언의 피라도 빼낸 것이냐? 왠 치지익?"
"아하하. 잘못 가져왔네. 순도 100% 산성쥬스랑 바뀌어버렸네? 하하하."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실수를 애써 돌리는 페이오스. 휘파람까지 불며 울드의 질책을 회피하는 페이오스의 모습에 울드는 할말을 잃고 한숨을 내쉬다 스쿨드를 지켜보았다. 징징거리며 센다에게 젤리처럼 달라 붙어 떼어날줄 모르는 어린동생을 보고 다행이다고 여겼다.
'하마터면 이 울드표 특제 강심제를 먹일 뻔했지만 말야.'
자신이 쥐고 있는 알약들이 담긴 병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울드. 그녀의 눈에 비춰진 스쿨드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같은 어린아이였다. 연애도 서툴고, 대화도 서툴고,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서둘고(어이! 이건 아니잖아.), 법술, 마술도 서툴고, 그러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여하튼 걸리지 않고, 커다란 사건으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러게. 만약 진짜로 죽었다면 스쿨드로선 충격이었겠네."
울드의 진지한 한마디에 수풀로 몸을 움추린 페이오스가 맞장구쳤다. 페이오스가 보기에도 지금 스쿨드의 퉁퉁 부은 얼굴은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울드의 말처럼 스쿨드는 자신이 저지른 사고 때문에 센다와 밤페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아무 말도 입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근데 그 손에 들린 것은 뭐야?"
"아? 그냥 카메라."
페이오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울드는 급하게 약의 상표를 체크하다가 놀란 눈을 크게 뜨며 뒤로 숨켰다. 카메라라 속이며 대충 페이오스에게 위장탄막을 펼치는 울드 기갑사단의 위력은 운좋게도 통했다. 방금 전 난리 때문에 장난에 흥미를 잃은 페이오스가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다행이군. 이런! 내가 왜 이걸.'
울드는 처음으로 자신의 바보스러움(실은 그녀가 모르고, 100% 이웃들은 다 알고 있는 울드의 엉뚱함)을 깨닫고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붓는 울드. 그녀는 왜 약병을 보고 이렇게 욕했던 것인가? 도대체 울드는 어떤 약품을 가져왔길래? 우리 약병의 설명문을 한번 쭈욱 읽어보자!
-주의 : 위 약은 강력한 정력제로서 약효는 이미 입증된 바.......-
됐어. 약병 설명 따위. 그런데 왠 정력제야?! 울드꺼는 아닐테고. 설마....
"엣취!"
"케이씨. 왜 그러세요?"
"어이. 케이 감기야?"
두 미녀의 질문에 케이라 불린 검은 머리 사내는 콧물이 흘러나오려는 아슬아슬한 코를 팽 풀며 중얼거렸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했나봐요?"
"누가 네 얘길? 뭐 빚이라도 졌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선배."
평온하기 그지 없는 휠윈드에서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인 모릿토 케이이치였다. 지로의 엉뚱한 답변에 케이는 웃음을 지으며 그럴리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베르단디만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대화에 화답했다. 베르단디라면 뭔가 알고 있을까나?라고 케이는 생각했다.
오늘의 교훈은 이런 것 같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정말 올수도 있다.
"베르단디. 차 한잔 부탁해!"
"네! 지로씨!!"
스쿨드들이 정신없는 동안 이들은 아주 편안히~다도를 즐기고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오늘의 케이이치 이야기는 여기서 끝![퍼퍽.]
"무서웠나?"
예의 낚싯대를 움켜잡고 스쿨드에게 슬며시 다가가 묻는 인줴. 많이 진정된 모습을 보이는 스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훌쩍거렸다. 아직도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인줴와 센다는 생각했다.
"네."
"뭐 세상일이 다 그런거니까 너무 겁내지는 말도록."
어이 이봐! 위로를 하는 거냐? 질책을 하는 거냐? 딱딱한 말투로 전혀 위로같지 않는 위로를 하는 인줴의 모습에 센다는 허탈한 웃음만 지어보였다. 스쿨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 되어 코만 훌쩍거렸다.
"그저 오늘 일로 큰일 날뻔하기는 했지만...뭐 덕택에 얻은 교훈도 있지 않는가?"
"? 예? 인줴씨 그게 무슨."
갑자기 인줴가 미소를 지으며 키득거리자 스쿨드는 눈만 껌뻑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문했다. 센다도 인줴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궁금해져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여자에게 위기가 생기면 백마탄 자신의 왕자님께서 여자분께 키스를 한다는 그런 교훈 말이야."
".............."
"아저씨!!! 그게 무슨!!!!"
장난 성공인가? 인줴가 키득거리며 강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등뒤로 할 말을 잃고 훌쩍이기를 멈춘 동상 스쿨드와 인줴의 한마디에 얼굴이 시뻘개져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센다. 센다와 스쿨드를 보며 히죽거리던 인줴는 강물 속 물고기 다 도망간다며 소리를 자재했다. 그리하여 소리는 뚝 끊겼지만 대신.
"사람 놀리는게 그렇게 좋아요. 이 변태!!"
쾅~변태~애애애애애애애애애~~~~~~~~~
심통머리가 잔뜩 부어오른 스쿨드가 볼을 부풀리며 인줴에게 뭐라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 커다란 무언가가 생성되어졌다. 일본어로 써진 변태라는 글씨였다.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인줴는 깜짝 놀랐다.
'맙소사 법술?'
"너 설마!!"
일어나서 스쿨드에게 다가가려던 인줴는 손에 들리는 묵직한 반동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엇! 물고기?!"
"앗. 진짜로 걸렸네."
"빨리 잡아당겨요. 이 변태."
아 응. 인줴는 고개를 끄덕이며 법술을 쓰는 스쿨드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는 센다를 도와 낚싯대를 잡았다. 제법 큰 녀석이 걸렸는지 반동이 상당했다. 물에 비친 변태라 쓰여진 이마 위 글씨가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한 착각을 느낀 인줴는 센다에게 보이지 않도록 애를 쓰며 낚싯대를 세게 잡아 당겼다.
"오친 하라쇼(아주 좋다) 걸렸어!"
"앗! 그건 러시아어? 이봐요 인줴씨 당신 러시아인이에요?"
"으잉 그건 어떻게. 악!! 나 끌려간다."
"으앗! 밤페이군 도와줘!!"
첨벙. 새찬 물소리가 요란하다. 세사람의 다양한 반응에 대답이라도 하듯 요란하게 움직이는 나무추. 맑은 강물 속에 커다란 대어 한마리가 입에 걸린 바늘을 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장면은 일행들의 사기를 올려주는지 모두들 더욱 힘을 세게 주고 낚싯대를 당겼다. 물고기도 잡히기는 싫었는지 더욱 세게 줄을 입으로 당기고 있었다.
"안돼! 내 점심이 달아난다."
"흥! 변태아저씨때문에 왜 내가 이런 일을?!"
"아얏. 스쿨드 발 밟았어."
"미안 센다."
다양한 세사람의 모습. 하지만 물고기를 끌어당기는데는 합심한 이들과 어른 팔뚝보다 더 커다란 대어의 전투는? 이 두 팀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승리의 여신은 어느쪽으로 향하는 것일까?
첨벙.
"잡았어!"
연어로 추정되는 커다란 대어가 전신을 태양빛에 드러냈다. 반짝반짝 빛나며 수면위로 튀어오르는 그 모습은 멋있어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멍하니 이 멋진 장면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먹성 좋은 인줴와 얼떨결에 이 거지에게 합류한 스쿨드, 센다는 점심(스쿨드와 센다에게는 간식거리)을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일제히 연어과 대어를 향해 뛰었다.
팔딱팔딱.
날개가 없다. 고로 나는 추락한다는 멋진 공식을 떠올리며 3m 상공에서 팔딱이며 몸부림치다 추락하는 연어과 생선의 모습은 불쌍하기 짝이 없지만. 배고파 죽는 러시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인 모양이다. 어류는 강변에 떨어져 팔딱이며 자갈밭에 몸을 부딪쳤다. 연어(로 추정되는)는 승자 중 한 사람인 스쿨드의 품에 안겼다. 스쿨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까의 슬픔은 모조리 털고 일어난 얼굴이었다. 인줴가 그녀의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며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 웃음 잊지 말라우. 네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슬퍼하잖아?"
"쳇. 알았으니까 변태씨나 몸조심해요. 그것보단 당신은 분명 안나를 찾으려는 거죠?"
"후훗. 안나사령관을 알고 있다면 이미 상황 종료구나? 이건 여기서 먹을 필요가 없겠군."
"흥. 뭐 나야 좋죠. 언니가 생선 사오는데 드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법술이 꽤 재미있구나. 그나저나 언니라? 케이란 사람도 있는 것인가?"
"당연하죠. 우리 언니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바보가 우리 집에 없으면 넌센스죠!"
"킥. 그런가?"
스쿨드가 농담조로 반문하며 키득거렸다. 센다도 옆에서 웃으며 스쿨드가 들어올린 트로피(연어)를 보며 감상했다. 정말 어른 팔뚝의 2~3배는 되는 크기에 밤페이도 놀라워했다.
"그럼 나도 이제 슬슬 준비를 우악!!!"
풍덩.
이런 바보. 스쿨드에게 변태로 낙인 찍힌 불쌍한 인줴는 자신이 걸어가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기고 있었나 보다. 그가 향한 곳은 수심이 매우 깊은 강물쪽이었고. 덕택에 인줴는.
"콜록콜록. 또 빠졌나?"
"하하하하. 또 빠졌어요?"
"헤헷. 변태씨 꼴 좋네?!"
"이놈들아. 네녀석들이 아까 밀어서 내가 2번이나 빠졌는데 반성들은 하는겨?!"
센다와 스쿨드의 놀림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창피해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의 인줴. 그를 끝까지 놀리며 키득거리는 센다, 스쿨드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더니 오늘의 불행한 인물은 바로 인줴라고 결론을 내린 밤페이군. 그렇게 시간은 오후를 넘기고 있었다. 참고로 이날 3번째로 물에 빠진 인줴는 약 30분간 새로운 아이템 망토를 말리고 난 뒤 케이네 집으로 향했다고.......
"앗!"
"왜 그래요?"
갑자기 도로위에 멈춘 인줴의 모습에 자전거에 올라탄 센다가 궁금하여 물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스쿨드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그는 2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손님의 등장도 있고 하니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일본인들의 성격상 실례로 통용되리라. 스쿨드는 개의치 않지만 센다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라고 중얼거리지만 인줴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이야기의 결말은 이거였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차를 마시던 그와 안나의 대화라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치만. 그렇게 순수해서. 네놈이나 어린이들이나. 하는 짓들을 보는 것은 볼만해.'
'그렇습니까?'
'그런 거다. 그러니까 우리하곤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아이들과는 되도록 즐거운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끄덕끄덕.'
이 대화의 마무리는 인줴의 무언의 긍정으로 끝을 맺었다는 것을 인줴 본인은 뒤늦게 깨달았다...
"안녕하십니까? 그런 고로 여기에 머물게 된 인줴."
"아아 소개는 됐어. 잘왔어."
아니. 왜 이리 반응이 시큰둥? 그리고 사령관님은 어디에?!
케이네의 시큰둥한 반응과 사라진 사령관의 묘연한 행방에 인줴는 어리둥절해했다. 실은 케이네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골칫덩어리가 더 늘었군.'
물론 케이들만의 생각이었고 거기서 별개의 존재이신 현재의 여신님의 생각은 달랐다.
"어머 고마워요. 이렇게 커다란 대어를 낚으셨다니?!"
"뭐. 스쿨드 양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
미소로 화답하며 베르단디의 칭찬에 입바른 아부만 늘어놓는 인줴. 그의 서투른 일본어는 새로운 소동을 암시하는 듯 싶었다.
"오늘 저녁은 연어구이로 할까요?"
"와아!!"
"맛있겠다."
베르단디의 환호성에 모두들 일제히 봉기라도 하듯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광신도적 모습에 인줴는 놀라워 하는 한편. 의문이 들었다.
'밥은 몇인분을 준비해올까? 10인분? 15인분??'
물론 여기서 절반 이상은 당연히 인줴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케이네 일행은 없었다. 그날 케이네가 지은 쌀밥의 2/3은 전부 인줴의 밥통속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안나와 이반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고....
"까삐딴. 배고파요."
"쟈볼르시쩨(소란떨지마세요). 무조건 찾아내!!"
"쳇. 이게 뭐람."
"흥! 그러길래. 찾지는 않고 여자들이나 꼬시래?"
이반의 바람둥이적 행태(?)에 X파리마냥 꼬여든 여자들을 쫓아내고 바이크 기동을 하는 이반과 안나들. 실은 이반의 책임이 아니었다. 잠깐 쉬기 위해 또 다른 편의점을 들른 그들에게 몰려든 여성들의 밀물같은 시선들이 주범이었다. 이반은 맛있는 삼각김밥을 먹은 것 외에 아무런 죄도 없었지만 안나의 각인에는 이반이 못된 것이라는 특유의 황당한 공식이 작용하고 있었다. 안나는 운전에 집중하는 이반의 머리를 두들기며 협박했다. 그 모습은 흡사 휠윈드의 지로가 케이를 위협하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리라...
"못 찾으면 월급은 없어!"
"이씨! 악덕 부르주아!!"
"쟈볼르시쪠."
안나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이제 조금씩 자본주의 사회에 물을 들인(?)이반과 안나의 길고 긴 밤의 주행이었다.
"섹터 3?"
붉은 머리의 귀공자같은 자태의 남자는 자신 앞에 있는 커다란 철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릴뿐. 문에는 자신이 그렇게 꺼리는 양키들의 언어로 써 있었다.
"이곳이 바로 그."
아프간에 있는 나찌의 지하 비밀기지 '언더 그라운드'?
지금 묠니르로 인해 또 다른 위험의 전조가 다가오고 있다. 불행히도 케이들중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을 자각한 이는 없었다.....
-타겟 '파파'는 아프간에 있는 것으로 확실.
-킷. 미군 기지가 있다는 그 곳? 대중국포위전략의 또 다른 역할 수행지중 하나라지? 한심한 양키 녀석들.
-다! 20년마다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곳이죠. 미국의 항공기지가 있는 곳으로.....
-훗. 뭐 우린 사건만 일어나게끔 유도를 해주자고. 어차피 여신들에게 안나들이 찾아간 것 자체가 크나큰 문제였으니까. 그것만 깨닫고 스스로들 떠나게만 하면 돼!
-다. 그럼 묠니르군은 어떻게?
-글쎄? 차후를 두고보자고!
-다!
-후훗 모든 것은 RLO와 인간을 위하여.
-RLO, 인간을 위해!!!!
"안돼!!"
상류로 올라와 발을 담그다 밤페이군이 흘린 고압전류에 감전되어 쓰러진 여자를 살피는 인줴의 한마디에 옆에 서있던 남자가 울부짖었다. 그는 쓰러진 흑발의 여자를 안고 미친듯이 울부짖을 뿐이었다. 그 모습은 불쌍하다 못해 무서워 보일 정도였다. 이런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생각해 스쿨드가 하는 행동을 말리려 했는데...
"이런!"
젠장이란 욕설을 입밖에 연신 내뱉으며 여자의 높은 볼륨이 느껴지는 가슴을 두손으로 꽉 누르는 러시안 인줴. 그는 미리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자신을 저주하며 못 알아먹을 러시아어로 계속 중얼거렸다. 여자의 남편인 것같은 남자가 흐느낀채 얼굴만 부여잡고 있자 인줴는 그를 설득하듯 뭐라 말했지만 남자는 울기만 할뿐이었다. 부인이 죽는다는 두려움에 안그래도 못 알아 먹을 러시아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저씨. 인공호흡을 하세요! 인줴씨가 심장을 누르기를 멈추면 인공호흡을 하라고요!"
"아. 으응."
"시작한다!!"
인줴가 가슴을 여러번 세게 누르기 시작했다. 철저한 순서대로 몇번을 누른 뒤 남자가 키스하듯 여자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두 일본인이 꽃밭에 누워있고, 둘 다 무사했다면 로맨스 영화에서나 볼법한 멋진 장면이겠지만 상황은 심각했기에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가지질 못했다. 센다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기 시작했다.
'꽤 머리 좋은 소년이야.'라고 인줴는 속으로 피식했다. 이런 식으로 약 2분 정도 응급처치했을까? 다행히 얼음장같던 여자의 싸늘한 육체에서 따뜻한 기운과 약한 심장박동같은 것이 들려왔다.
"다행이군."
"뭐가...."
인줴의 일본어에 누워있던 여자가 가늘게 눈 뜨며 미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줴를 자신의 애인인줄 착각했던 것이었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고 저승의 문턱까지 걸어갔다가 인줴에게 강제로 끌려와 살게 된 여자는 어리둥절하며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센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분께 사과드리고 서둘러 전자그물과 충격기는 치워라."
인줴가 충격을 받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스쿨드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스쿨드는 인줴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때문에 난리가 났던 부부에게 달려갔다. 잘 들리지 않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스쿨드가 울음을 터뜨렸다. 사과를 받은 남자는 멍하니 있다가 예쁜 소녀의 울음에 당황하여 괜찮다라는 문장만 연신 날렸다.
"스쿨드. 괜찮아 울음 뚝 그쳐."
"그치만. 그치만. 히끅! 흑."
얼마나 놀란 것일까? 계속 눈물,콧물범벅이 되어 센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스쿨드의 모습에 인줴가 중얼거렸다. 전에 안나 사령관과 자신이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얘들은 정말 조심해야 된다 인줴."
'예? 그 무슨.'
'인간얘들은 자신이 뭔짓을 하는지도 모른채 사람을 죽이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학자들이나 인간들이나 그것을 '순수함'의 부작용이라고 하지 아마?'
'.........'
'예컨데 납치되어져서 한명의 군인으로 탈바꿈한 아프리카의 소년병들이 바로 그 예지.'
'........'
'아. 물론 그 예로 제시된 사람이 여기 내 앞에 있군. 매드 사이언티스트 양반님?'
'!!!!!!!!!'
이런 젠장! 내가 무슨!! 인줴는 정신을 가다듬고 새차게 머리를 흔들어 안나와의 대화를 깨끗이 기억속의 한편으로 묻어버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그는 스스로에게 조소하며 깔끔히 잊어버리려 했으나 원래 이런 기억들은 묻어버리려 하면 할수록 땅속을 박차고 튀어 올라온다.
'정말 순수하다는 것이 무서운 것인가?'
그런 것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고? 정말?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스쿨드의 안부를 살폈다.
"후유. 정말 큰일날 뻔했어."
수풀속에서 부스럭거리며 은발이 고운 여자가 튀어나와 중얼거렸다. 스쿨드가 집을 박차고 나갈 때 법술로 위장해 슬그머니 튀어나온 울드였다. 그녀 옆에 차림새가 건방지다 못해 에로틱한 흑발의 미녀가 다가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니까. 하마터면 우리가 튀어나가서 약을 먹일 뻔했잖아..."
페이오스였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급제조한 허브의 추출액이 담긴 주사를 손가락으로 팅팅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주사바늘에서 찍- 한줄기 노란 액체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땅에 닿기가 무섭게.
치지지이이익.
여름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은 듯한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증발해버리는 페이오스의 허브 엑기스. 왠지 이 엑기스의 색과 무지막지할 정도의 산성력(으로 추정되는)을 예상했을때 만약 저 여자가 이것을 맞았다면? 여자는 뼈가 남아돌지나 의문이다.
"으이그. 페이오스. 너 에일리언의 피라도 빼낸 것이냐? 왠 치지익?"
"아하하. 잘못 가져왔네. 순도 100% 산성쥬스랑 바뀌어버렸네? 하하하."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실수를 애써 돌리는 페이오스. 휘파람까지 불며 울드의 질책을 회피하는 페이오스의 모습에 울드는 할말을 잃고 한숨을 내쉬다 스쿨드를 지켜보았다. 징징거리며 센다에게 젤리처럼 달라 붙어 떼어날줄 모르는 어린동생을 보고 다행이다고 여겼다.
'하마터면 이 울드표 특제 강심제를 먹일 뻔했지만 말야.'
자신이 쥐고 있는 알약들이 담긴 병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울드. 그녀의 눈에 비춰진 스쿨드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같은 어린아이였다. 연애도 서툴고, 대화도 서툴고, 아이스크림 먹는 것도 서둘고(어이! 이건 아니잖아.), 법술, 마술도 서툴고, 그러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여하튼 걸리지 않고, 커다란 사건으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러게. 만약 진짜로 죽었다면 스쿨드로선 충격이었겠네."
울드의 진지한 한마디에 수풀로 몸을 움추린 페이오스가 맞장구쳤다. 페이오스가 보기에도 지금 스쿨드의 퉁퉁 부은 얼굴은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울드의 말처럼 스쿨드는 자신이 저지른 사고 때문에 센다와 밤페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아무 말도 입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근데 그 손에 들린 것은 뭐야?"
"아? 그냥 카메라."
페이오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울드는 급하게 약의 상표를 체크하다가 놀란 눈을 크게 뜨며 뒤로 숨켰다. 카메라라 속이며 대충 페이오스에게 위장탄막을 펼치는 울드 기갑사단의 위력은 운좋게도 통했다. 방금 전 난리 때문에 장난에 흥미를 잃은 페이오스가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다행이군. 이런! 내가 왜 이걸.'
울드는 처음으로 자신의 바보스러움(실은 그녀가 모르고, 100% 이웃들은 다 알고 있는 울드의 엉뚱함)을 깨닫고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붓는 울드. 그녀는 왜 약병을 보고 이렇게 욕했던 것인가? 도대체 울드는 어떤 약품을 가져왔길래? 우리 약병의 설명문을 한번 쭈욱 읽어보자!
-주의 : 위 약은 강력한 정력제로서 약효는 이미 입증된 바.......-
됐어. 약병 설명 따위. 그런데 왠 정력제야?! 울드꺼는 아닐테고. 설마....
"엣취!"
"케이씨. 왜 그러세요?"
"어이. 케이 감기야?"
두 미녀의 질문에 케이라 불린 검은 머리 사내는 콧물이 흘러나오려는 아슬아슬한 코를 팽 풀며 중얼거렸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했나봐요?"
"누가 네 얘길? 뭐 빚이라도 졌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선배."
평온하기 그지 없는 휠윈드에서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할 따름인 모릿토 케이이치였다. 지로의 엉뚱한 답변에 케이는 웃음을 지으며 그럴리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베르단디만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대화에 화답했다. 베르단디라면 뭔가 알고 있을까나?라고 케이는 생각했다.
오늘의 교훈은 이런 것 같다. 호랑이도 제말 하면 정말 올수도 있다.
"베르단디. 차 한잔 부탁해!"
"네! 지로씨!!"
스쿨드들이 정신없는 동안 이들은 아주 편안히~다도를 즐기고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오늘의 케이이치 이야기는 여기서 끝![퍼퍽.]
"무서웠나?"
예의 낚싯대를 움켜잡고 스쿨드에게 슬며시 다가가 묻는 인줴. 많이 진정된 모습을 보이는 스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훌쩍거렸다. 아직도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인줴와 센다는 생각했다.
"네."
"뭐 세상일이 다 그런거니까 너무 겁내지는 말도록."
어이 이봐! 위로를 하는 거냐? 질책을 하는 거냐? 딱딱한 말투로 전혀 위로같지 않는 위로를 하는 인줴의 모습에 센다는 허탈한 웃음만 지어보였다. 스쿨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 되어 코만 훌쩍거렸다.
"그저 오늘 일로 큰일 날뻔하기는 했지만...뭐 덕택에 얻은 교훈도 있지 않는가?"
"? 예? 인줴씨 그게 무슨."
갑자기 인줴가 미소를 지으며 키득거리자 스쿨드는 눈만 껌뻑이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문했다. 센다도 인줴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궁금해져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여자에게 위기가 생기면 백마탄 자신의 왕자님께서 여자분께 키스를 한다는 그런 교훈 말이야."
".............."
"아저씨!!! 그게 무슨!!!!"
장난 성공인가? 인줴가 키득거리며 강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의 등뒤로 할 말을 잃고 훌쩍이기를 멈춘 동상 스쿨드와 인줴의 한마디에 얼굴이 시뻘개져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센다. 센다와 스쿨드를 보며 히죽거리던 인줴는 강물 속 물고기 다 도망간다며 소리를 자재했다. 그리하여 소리는 뚝 끊겼지만 대신.
"사람 놀리는게 그렇게 좋아요. 이 변태!!"
쾅~변태~애애애애애애애애애~~~~~~~~~
심통머리가 잔뜩 부어오른 스쿨드가 볼을 부풀리며 인줴에게 뭐라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 커다란 무언가가 생성되어졌다. 일본어로 써진 변태라는 글씨였다.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인줴는 깜짝 놀랐다.
'맙소사 법술?'
"너 설마!!"
일어나서 스쿨드에게 다가가려던 인줴는 손에 들리는 묵직한 반동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엇! 물고기?!"
"앗. 진짜로 걸렸네."
"빨리 잡아당겨요. 이 변태."
아 응. 인줴는 고개를 끄덕이며 법술을 쓰는 스쿨드와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는 센다를 도와 낚싯대를 잡았다. 제법 큰 녀석이 걸렸는지 반동이 상당했다. 물에 비친 변태라 쓰여진 이마 위 글씨가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한 착각을 느낀 인줴는 센다에게 보이지 않도록 애를 쓰며 낚싯대를 세게 잡아 당겼다.
"오친 하라쇼(아주 좋다) 걸렸어!"
"앗! 그건 러시아어? 이봐요 인줴씨 당신 러시아인이에요?"
"으잉 그건 어떻게. 악!! 나 끌려간다."
"으앗! 밤페이군 도와줘!!"
첨벙. 새찬 물소리가 요란하다. 세사람의 다양한 반응에 대답이라도 하듯 요란하게 움직이는 나무추. 맑은 강물 속에 커다란 대어 한마리가 입에 걸린 바늘을 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장면은 일행들의 사기를 올려주는지 모두들 더욱 힘을 세게 주고 낚싯대를 당겼다. 물고기도 잡히기는 싫었는지 더욱 세게 줄을 입으로 당기고 있었다.
"안돼! 내 점심이 달아난다."
"흥! 변태아저씨때문에 왜 내가 이런 일을?!"
"아얏. 스쿨드 발 밟았어."
"미안 센다."
다양한 세사람의 모습. 하지만 물고기를 끌어당기는데는 합심한 이들과 어른 팔뚝보다 더 커다란 대어의 전투는? 이 두 팀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승리의 여신은 어느쪽으로 향하는 것일까?
첨벙.
"잡았어!"
연어로 추정되는 커다란 대어가 전신을 태양빛에 드러냈다. 반짝반짝 빛나며 수면위로 튀어오르는 그 모습은 멋있어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멍하니 이 멋진 장면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먹성 좋은 인줴와 얼떨결에 이 거지에게 합류한 스쿨드, 센다는 점심(스쿨드와 센다에게는 간식거리)을 놓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일제히 연어과 대어를 향해 뛰었다.
팔딱팔딱.
날개가 없다. 고로 나는 추락한다는 멋진 공식을 떠올리며 3m 상공에서 팔딱이며 몸부림치다 추락하는 연어과 생선의 모습은 불쌍하기 짝이 없지만. 배고파 죽는 러시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인 모양이다. 어류는 강변에 떨어져 팔딱이며 자갈밭에 몸을 부딪쳤다. 연어(로 추정되는)는 승자 중 한 사람인 스쿨드의 품에 안겼다. 스쿨드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까의 슬픔은 모조리 털고 일어난 얼굴이었다. 인줴가 그녀의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며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 웃음 잊지 말라우. 네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슬퍼하잖아?"
"쳇. 알았으니까 변태씨나 몸조심해요. 그것보단 당신은 분명 안나를 찾으려는 거죠?"
"후훗. 안나사령관을 알고 있다면 이미 상황 종료구나? 이건 여기서 먹을 필요가 없겠군."
"흥. 뭐 나야 좋죠. 언니가 생선 사오는데 드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법술이 꽤 재미있구나. 그나저나 언니라? 케이란 사람도 있는 것인가?"
"당연하죠. 우리 언니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바보가 우리 집에 없으면 넌센스죠!"
"킥. 그런가?"
스쿨드가 농담조로 반문하며 키득거렸다. 센다도 옆에서 웃으며 스쿨드가 들어올린 트로피(연어)를 보며 감상했다. 정말 어른 팔뚝의 2~3배는 되는 크기에 밤페이도 놀라워했다.
"그럼 나도 이제 슬슬 준비를 우악!!!"
풍덩.
이런 바보. 스쿨드에게 변태로 낙인 찍힌 불쌍한 인줴는 자신이 걸어가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기고 있었나 보다. 그가 향한 곳은 수심이 매우 깊은 강물쪽이었고. 덕택에 인줴는.
"콜록콜록. 또 빠졌나?"
"하하하하. 또 빠졌어요?"
"헤헷. 변태씨 꼴 좋네?!"
"이놈들아. 네녀석들이 아까 밀어서 내가 2번이나 빠졌는데 반성들은 하는겨?!"
센다와 스쿨드의 놀림에 얼굴을 잔뜩 붉히며 창피해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의 인줴. 그를 끝까지 놀리며 키득거리는 센다, 스쿨드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더니 오늘의 불행한 인물은 바로 인줴라고 결론을 내린 밤페이군. 그렇게 시간은 오후를 넘기고 있었다. 참고로 이날 3번째로 물에 빠진 인줴는 약 30분간 새로운 아이템 망토를 말리고 난 뒤 케이네 집으로 향했다고.......
"앗!"
"왜 그래요?"
갑자기 도로위에 멈춘 인줴의 모습에 자전거에 올라탄 센다가 궁금하여 물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스쿨드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그는 2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손님의 등장도 있고 하니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일본인들의 성격상 실례로 통용되리라. 스쿨드는 개의치 않지만 센다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라고 중얼거리지만 인줴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이야기의 결말은 이거였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차를 마시던 그와 안나의 대화라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치만. 그렇게 순수해서. 네놈이나 어린이들이나. 하는 짓들을 보는 것은 볼만해.'
'그렇습니까?'
'그런 거다. 그러니까 우리하곤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아이들과는 되도록 즐거운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끄덕끄덕.'
이 대화의 마무리는 인줴의 무언의 긍정으로 끝을 맺었다는 것을 인줴 본인은 뒤늦게 깨달았다...
"안녕하십니까? 그런 고로 여기에 머물게 된 인줴."
"아아 소개는 됐어. 잘왔어."
아니. 왜 이리 반응이 시큰둥? 그리고 사령관님은 어디에?!
케이네의 시큰둥한 반응과 사라진 사령관의 묘연한 행방에 인줴는 어리둥절해했다. 실은 케이네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골칫덩어리가 더 늘었군.'
물론 케이들만의 생각이었고 거기서 별개의 존재이신 현재의 여신님의 생각은 달랐다.
"어머 고마워요. 이렇게 커다란 대어를 낚으셨다니?!"
"뭐. 스쿨드 양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
미소로 화답하며 베르단디의 칭찬에 입바른 아부만 늘어놓는 인줴. 그의 서투른 일본어는 새로운 소동을 암시하는 듯 싶었다.
"오늘 저녁은 연어구이로 할까요?"
"와아!!"
"맛있겠다."
베르단디의 환호성에 모두들 일제히 봉기라도 하듯 들고 일어섰다. 그들의 광신도적 모습에 인줴는 놀라워 하는 한편. 의문이 들었다.
'밥은 몇인분을 준비해올까? 10인분? 15인분??'
물론 여기서 절반 이상은 당연히 인줴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케이네 일행은 없었다. 그날 케이네가 지은 쌀밥의 2/3은 전부 인줴의 밥통속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안나와 이반은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고....
"까삐딴. 배고파요."
"쟈볼르시쩨(소란떨지마세요). 무조건 찾아내!!"
"쳇. 이게 뭐람."
"흥! 그러길래. 찾지는 않고 여자들이나 꼬시래?"
이반의 바람둥이적 행태(?)에 X파리마냥 꼬여든 여자들을 쫓아내고 바이크 기동을 하는 이반과 안나들. 실은 이반의 책임이 아니었다. 잠깐 쉬기 위해 또 다른 편의점을 들른 그들에게 몰려든 여성들의 밀물같은 시선들이 주범이었다. 이반은 맛있는 삼각김밥을 먹은 것 외에 아무런 죄도 없었지만 안나의 각인에는 이반이 못된 것이라는 특유의 황당한 공식이 작용하고 있었다. 안나는 운전에 집중하는 이반의 머리를 두들기며 협박했다. 그 모습은 흡사 휠윈드의 지로가 케이를 위협하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리라...
"못 찾으면 월급은 없어!"
"이씨! 악덕 부르주아!!"
"쟈볼르시쪠."
안나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이제 조금씩 자본주의 사회에 물을 들인(?)이반과 안나의 길고 긴 밤의 주행이었다.
"섹터 3?"
붉은 머리의 귀공자같은 자태의 남자는 자신 앞에 있는 커다란 철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릴뿐. 문에는 자신이 그렇게 꺼리는 양키들의 언어로 써 있었다.
"이곳이 바로 그."
아프간에 있는 나찌의 지하 비밀기지 '언더 그라운드'?
지금 묠니르로 인해 또 다른 위험의 전조가 다가오고 있다. 불행히도 케이들중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을 자각한 이는 없었다.....
-타겟 '파파'는 아프간에 있는 것으로 확실.
-킷. 미군 기지가 있다는 그 곳? 대중국포위전략의 또 다른 역할 수행지중 하나라지? 한심한 양키 녀석들.
-다! 20년마다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곳이죠. 미국의 항공기지가 있는 곳으로.....
-훗. 뭐 우린 사건만 일어나게끔 유도를 해주자고. 어차피 여신들에게 안나들이 찾아간 것 자체가 크나큰 문제였으니까. 그것만 깨닫고 스스로들 떠나게만 하면 돼!
-다. 그럼 묠니르군은 어떻게?
-글쎄? 차후를 두고보자고!
-다!
-후훗 모든 것은 RLO와 인간을 위하여.
-RLO, 인간을 위해!!!!
댓글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