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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Tales De Ragn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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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같이 커다란 가룸의 유해 위에 걸터앉아, 발키리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애당초 그녀에게 내려졌던 명령은 니플하임의 소멸이었지만, 하나의 세계를 완전
히 사라지게 하는 것은 그녀에게 힘을 주었던 아시르 신족에게도 불가능한 일. 니
플하임의 중심지ㅡ사실상 명계(冥界)의 모든 기능을 하고 있었던 도시 니플헬을
멸망시킨 이상, 그 명령은 이미 완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모든 신의 힘을 조금씩 나누어받아 신격이 떨어지는 발키리아의 몸을 가
지고도 웬만한 아시르 이상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있어, 임무의 완
수가 가깝다는 것은 모처럼 손에 넣은 강력한 힘을 다시금 그 주인에게로 돌려줘
야 한다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사실을 의미했다.

‘아직 모든 것을 끝내지도 않은 주제에 그 이후의 일을 걱정하다니, 나답지 않은
걸.’

 자신에게 조소를 던졌다. 신계에 있을 때의 그녀는 한번도 쉴 시간을 가져 본 적
이 없었다. 한 가지 임무가 끝나면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다음 임무...인간의 다툼
은 끝이 없었고 그녀의 일 또한 끝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자신은 오딘의 용맹한 발키리아ㅡ아시르의 충실한 도구. 그 생각만으로 머릿속
을 가득 채웠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최선을 다했고, 몸이 부서지는 것마저 개
의치 않고 책임을 완수했다.  

 그리고ㅡ언제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는 현재를 살아왔기에 미래를 생각하지 않
았던 발키리아는, 긴ㅡ정말로 긴 시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신을 느낄 여유를 마
침내 손에 넣었다.

‘이것이, 나...’

 전신에서 힘이 넘쳐흐른다. 오딘, 헤니르, 토르, 프리그, 티르, 헤임달, 브라기, 이
둔 그리고 헤르모드...자신이 받은 제신들의 힘은 이제 그 몸 안에서 서로 용해되
어 어떤 신의 제약도 받지 않는 순수한 힘이 되어 있었다. 아시르 신족의 어떤 누
구도ㅡ그 용맹한 주신 오딘마저도ㅡ그녀의 의지 없이 그녀를 어찌할 수는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과거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ㅡ아니,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감정이, 꿈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아스가르드로 돌아간다면 이 힘은 틀림없이 아시르 신족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이 힘, 이 감각을 더욱 오래 가지고 싶다면 그들의 본거지를 피하여 숨을 곳
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ㅡ이제 주인을 잃은 이 황량한 땅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피난처
이자 요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그렇지...언젠가 돌아올 지도 모르는 있는 주인만 영원히 사라지면 말야...’

 모든 색깔의 안경을 겹쳐서 들여다보면 보이는 색깔은 검은색인 법, 모든 신의 힘
을 받았던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오는 기운은 무엇보다도 어둡고 음울한 흑암의 색
깔을 하고 있었다.

-------------------------------

 태초부터 빛의 은총을 받지 못한 장소가 있었다. 먼 옛날, 빛 아래에서 살아갈 수
없었던 추악한 생명들은 그 장소를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선택했고 그 생명들의 자
손이 하나의 나라를 만들었다. 빛을 바라보며 살았던 생명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계
율과 법칙이 그 나라를 지배했고, 백성들은 그 법칙에 따라 강자를 정하기 위한 끝
없는 다툼을 시작했다.

 처음 그 곳을 탐험하러 들어갔던 니플하임의 주민들은 체액과 비늘로 범벅이 된
지면과 서로를 잡아먹는 마수들을 볼 수 있었고, 마수들의 위에 군림했던 첫번째
지배자의 이름을 따서 그 곳은 흐베르겔미르(Hwergelmir)의 샘이라 불리게 되었
다.

ㅡ그리고,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 ‘추락한 소녀’와 그녀에게 반해 여기를
떠난 가룸이 니플헬을 세워서 방황하던 사령들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는 이곳으
로 오는 침입자도 줄어들어서 한동안 편안했으니. 그런데......

 흐베르겔미르의 샘 중심의 가장 깊은 곳ㅡ오물로 이루어진 옥좌를 친친 감은 채
로 흐베르겔미르의 샘의 현 지배자, 독룡 니드호그(Nidhogg)는 한 번 긴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아스가르드(Asgard)는 니플하임을 견제할 생각을 하게 된 건가. 가룸을 궁
지에 몰아넣어 소멸시킬 정도라면 아시르 신족도 강수를 두었군.”


[그렇다면, 가룸이 지키고자 했던 ‘추락한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에 잠기려던 차에 갑자기, 그것도 바로 곁에서 들려 온 이질적인 목소리에 니
드호그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몸 안으로 숨겨 두었던 살기를 주위에 흩뿌리며 목
소리의 주인공을 찾던 니드호그는, 그것이 자신에게 아주 친숙한 목소리ㅡ자신의
옥좌 안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맹독의 숨결을 내뿜으려던 입을 천천
히 닫았다.

“정말이지, 말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예고를 하라구. 여러 모로 시끄러운 때라
반란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고 놀라게 된단 말야.”

[지금까지도 충분히 오래 군림해 왔잖아? 중간에 실종되거나 살해되지 않은 군주
치고 이렇게나 오래 버틴 녀석은 초대의 흐베르겔미르뿐이라고. 새로운 군주를 노
리는 녀석이 있다면 내 책임지고 너의 약점 두어 곳 정도는 알려줄...]

 장난스러운 어조로 이어지던 옥좌의 이야기는 니드호그가 발톱을 세우고 어딘가
에 무뎌진 발톱을 갈 만한 적당한 숫돌이 있나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뚝 끓겼고,
그가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니드호그가 자신의 발톱 관리
를 뒤로 미루자고 결정할 동안의, 상당히 불편한 침묵이 흐른 뒤였다.

[헛험, 어쨌든 우리가 관측했던 아스가르드의 니플헬 침입과 가룸의 소멸 사이엔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이 있어. 자신보다 그녀를 소중히 여기던 가룸에게 있어서 그
녀를 도망치게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겠지.]

“그래서 도망치지 않고 예언에 스스로를 맞추었나......바보같은 자식.”

 소멸된 가룸의 이야기가 나오자 니드호그는 긴 탄식을 내뱉었다. 가룸의 운명에
대해 예언한 자는 운명을 극복하지 못한 슬픈 생명에게 잠시 동안, 짧은 원망의 말
을 되뇌었다.

[그 아이...‘추락한 소녀’를 구출해야 해.]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아시르 신족에게 흐베르겔미르의 샘을 밟게 할 수는 없어.”

[그것이 가룸의 유지야. 마지막의 포효가 담고 있었던 뜻을 너라면 알 텐데. 그리
고ㅡ]

 그러나 옥좌는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거대한 독룡의 떨림은 옥좌가 있는 바닥
은 물론이고 거대한 군주의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바로 옆에서 친우의 단말마를
들었던 어린아이의 공포. 가룸의 마지막 포효가 니드호그에게 가지고 온 것은 오
랜 세월 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상실감과 공포였다.

“......그렇지. 그게ㅡ가룸의 뜻이었지. 지켜달라고, 지켜달라고 했었지.”

[그리고 그만 무서워하라구. 내 앞에서야 별 상관없겠지만 흐베르겔미르의 군주
체면이 말이 아니다, 너?]

 니드호그의 공포를 날려버릴 듯, 옥좌 안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자신
을 엄습하던 공포에서 해방된 니드호그가 그 마지막 한 조각마저 떨어내려고 몸서
리치는 동안, 웃음 속에서 옥좌는 아까 빼먹었던 몇 마디를 조용히 보충했다.

[그리고 일단 말해놓는데, 그녀는 아시르 신족이 아냐. 물론 그 높은 곳ㅡ아스가르
드에서 추락한 건 확실하지만 말야......]

-------------------------------



 희디흰 눈의 대지가 흑암에 검게 물들고 있었다.



 소녀는 달렸다. 달려야만 했다. 확실한 죽음ㅡ소멸의 예감이 소녀의 몸을 지배했
다. 어느 쪽으로 달리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온 신경은 지금, 소녀의 뒤
쪽 먼 곳에서 내리쳐지는 핼버드가 그리는 궤적에 집중되어 있었다.

‘왼쪽!’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좌측 10m부근부터 아까까지 그녀
의 왼발이 위치하던 곳까지의 지면이 굉음을 내며 허물어졌다. 대지에 난 검은 상
처자욱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두 번째로 공격을 받았던 때부터 수많은 그림자가 대지를 달
리기 시작했음을 그녀는 알 수 없었고, 정신없이 달리던 그녀의 기력이 다했을 때
마지막으로 그녀가 본 것은 흑암의 기운을 대적하는 붉고 긴 빛무리뿐이었다.

///////////////////////////////

...뭔가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이상하게 듭니다만.

자자. 저는 댓글을 먹고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사 직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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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제가 전환되어버려서, 이야기 파악이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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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네스™님의 댓글

유이네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상노군... 신의 이야기를 Love 하는건 알겠지만 난 넘 지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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