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한겨울에 까푸쓰타~!&아프간의 소용돌이(2)]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한겨울에 까푸쓰타~!&아프간의 소용돌이(2)]

페이지 정보

본문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일본 전역에 강추위를 동반한 폭설이 예상되오니 각별한 주의를...<이하 생략~!> 특히 이곳 네코미 시의 경우 20년만에 처음으로 찾아오는 강추위로 인해...

뉴스. TV를 통해 이곳, 심지어는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의 동향을 알려주는 정보의 샘물. 몰아닥치는 싸늘한 겨울의 냉기 때문에 걱정이 된 케이들은 모두 '모두의 Tea Room'에 모여 오늘 날씨의 동향을 살피기로 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20년만의 사상 최악의 강추위라든지, 관동을 포함한 훗카이도의 모든 전역이 폭설로 뒤덮이고 있다든지의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곤란한 소식들을 연이어 안겨주고 있었다. TV 속 리포터는 이런 사람들의 속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여쁜 얼굴을 화면에 들이대고 계속 방송중이었다.

"후우. 이런 강추위 떄문에 당분간은 휴가야. 폭설 떄문에 도로를 벗어나면 길이 싹 막혔어."

휘이이이잉.

케이의 말에 동감이라고 표하듯 새찬 바람이 창문에 부딪쳐왔다. 케이는 조금 전 지로에게서 온 전화내용을 보고하듯 설명하였다. 지로는 '우리 집 앞이 온통 눈밭이야!'라고 투덜대며 오늘부터 당분간은 특별휴가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한마디를 잊지 않았고 그녀의 마지막 말은 두고두고 케이의 가슴에 드릴링을 해놓았다.

'참고로 당분간 돈을 못 벌게 되는 거니까. 휴가치 봉급은 빼는 거다!'


'큭!!!'


'지로 선배. 너무 하십니다!'

흥. 꼬우면 눈밭을 해치고 나가 봐~! 라고 기세등등하게 외칠 지로를 떠올리는 케이. 그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튀어 나온다.

"어쩄든 당분간은 여기서 특별 휴가야!"


"정말 다행이네요. 이런 날씨에는 바이크들도 달리는 것을 싫어하는데. 모두들 다행이라고 외치고 있어요!"


"하하. 그래?"


베르단디가 바이크의 정령에 눈에 선하기라도 하듯이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베르단디를 모르는 이들이 봤다면 뭔가 이상하다며 의아해하겠지만 케이를 비롯한 이 집 주인들은 베르단디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불손한 생각을 하는 이는 나올 수 없었다. 설령 나올 수 있다 쳐도....


-어젯밤 10 50분경....


"..........."


유난히 조용한 러시안들. 그들중 아무도 베르단디의 황당한 발언에 토를 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분노의 화신이 재림한듯 매일 갈갈히 날뛰는 안나도, 항상 스마일을 잊지 않는 바보 이반도, 스쿨드와 센다 앞을 제외하면 말이 거의 없는 인줴 또한 대답이 없이 그저 시선들을 계속 TV 방송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저 사람들 왜 저러지?"


"글쎄. 뭐 잘못 먹었나?!"


스쿨드가 이상하다는 듯 묻자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대충 대답하며 고개를 으쓱하는 울드. 페이오스가 다가와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냐며 물었지만 스쿨드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갑자기 뉴스에서 강추위가 몰려온다, 폭설이다라고 하니까 침울해져서는~TV만 보고 멍하니 있던데?"

이반의 절대음치감을 자랑하는 목소리 자명종을 듣고 깨어나지 않아 개운하게 잘 자 기뻐하던 스쿨드가 지금까지의 그들을 관찰하고서 말하였다. 페이오스가 혹시 늑대들처럼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 아니냐며 묻자 울드가 끼어들어서 이렇게 답했다.

"어젯밤까지 그 난리를 피워댄 이들이 왜 난데없이 고향 생각을 해? 그리고. 저들의 고향이 어딘데? 러시아? 마계??"


"글쎄. 러시아려나?!"


"내가 아는 안나의 불같은 성격이라면 얼른 여기를 떠나고 싶으면 빨리 꺼지고 싶다는 식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버럭버럭 냈을꺼야. 그건 페이오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그, 그렇기는 하지."

두 눈에 등불을 밝히며 이를 빠드득 가는 안나의 분노한 모습을 떠올리며 페이오스와 울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하루가 멀다하고 화만 내는 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그렇다면 고향이 그리워서같은 3류 영화 속 이야기는 아니란 말인데?


"가서 물어볼까?"


페이오스가 묻자 울드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더니 흥미로움과 호기심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녀는 왠지 악마틱한 미소를 짓더니 웃음소리를 흘리며 페이오스를 설득했다. 자신이 꾸미는 재미있는 일에 합류하도록.


"이런 것은 말이지~물어서 알아보면 재미가 없쥐~!"


"그러면?"


"흐흐흐. 자세히 관찰을 하는 거다!! 저들의 행동을 잘 관찰하다가 꼬리가 보이면 콱 잡는거다!!"


"호호호. 그렇게?"

점점 울드의 사악함(?)을 닮아가며 울드의 제안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히는 페이오스. 그녀도 왠지 사악해지는 듯한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두사람의 공포스런 연합에 케이는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다. 이렇게.

'관두세요. 그러다 사람 병도져요.'

물론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간...뼈도 못추릴 것 같기에 포기하지만.
두 여신들이 뭔가 황당한 일을 꾸밀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멍하니 있는 안나들의 기이한 행동 덕택에 베르단디의 따뜻하고 하얀 손을 꼭 잡고 있을 시간이 늘어나 기분 좋기도 한 케이였다.

'그냥. 아무 일도 당하지 말고 이렇게 조용히 있어줘~!'

라고 안나에게 속으로 부탁해보는 케이. 하지만 호랑이도 제말 하면 온다고? 그 누가 그런 간단하고도 정확한 이치를 밝혀냈을까? 누군지 알아내기라도 하면 콱 주먹이라도 먹여주고 싶은 케이. 그 이치대로 안나가 이마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TV 뉴스 방영이 끝난 것이었다.

"푸핫. 그럼 까삐딴. 지금 당장 사올까요?"


"시끄러. 있는 것들로 대충 만들고 싶지만...우리 집이 아니니까. 40분 내로 사와. 알겠나? 지금 당장 그 맘에 안드는 노보 시빌랴스크에 스노클(설상장비로 다는 것)을 달고, 약 6인분을 사와라. 40분 내로 돌아오지 못하면 작전은 실패다. 알았나?"


"다 까삐딴!"

이반이 오랜만에 보는 절도 있는 거수경례를 선보이고는 벗어두었던 제복(러시아식)을 걸쳐 바르게 입곤 급하게 나가버렸다. 얼마나 서둘렀는지 고맙게도 차가운 바람이 쌩쌩 들어오도록 문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간 것이었다. 정신없이 바이크 격납고(?)로 사라져가는 이반을 바라보며 케이들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


“아. 넌 여기 남아있어. 어차피 이반 녀석 혼자서 알아서 채소가게까지 갔다 올걸? 넌 괜히 따라갔다가 길만 잃고 헤매니까 얌전히 있어. 먹는데 돈 다 써버리는 바보 짓거리 할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

난 바보 아닌데? 이런 식으로 항의하는 듯 한 인줴의 시선을 간단히 무시하고 탁자 앞에 앉아 케이들을 쳐다보며 홍차를 따라 마시는 안나의 눈빛은 평소의 갈갈히 날뛰는 예의 그것이 아니었다. 마치 졸린 사람처럼 풀린 그녀의 눈빛은 얼굴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 오고 있었다.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안나씨.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채소가게?”


“까쓰빠진 케이 이 까쓰빠쟈 베르(케이씨, 그리고 베르단디양)마당을 이용해도 되겠죠?”


“옛? 마당이요?”

케이가 어리둥절하여 반문 하였고 베르단디는 호기심이 담긴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들도 딴청 피우는 척 하면서 안나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안나는 베르단디의 눈을 한번 쳐다보더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인줴. 지금 당장 지금까지 모아둔 유리병들을 싹 가져와라!”


“예. 사령관.”

어느새 일본어로 장군이란 단어를 배워서 직접 실생활에 써먹어 보이는 인줴의 거수경례가 유난히 튀었다. 안나는 얼굴을 약하게 흔들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수경례하고 가만히 서 있을 시간 있으면 잔말 말고 유리병이나 빨리 옮겨.”


‘도대체 무슨 짓을?’

케이들은 안나들이 하는 유리병 옮기기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30분 후 이 엄동설한 한파 속에서 어떻게 채소를 구해왔는지 몰라도 바이크형 전차 뒷좌석을 푸른 물로 물들인 이반의 바이크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준비 해왔습니다.”


“빨리 들어와서 이거나 옮겨.”


“다!”

이반의 코맹맹한 대답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호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겨울. 겨울하면 꼭 ‘그것’을 먹어야지 안 그래?”


“다! 우리 그걸 담그는 것입니다.”


“그. 것. ?”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의미 불명의 안나가 남긴 말에 케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러시안들의 행보를 신기하게 바라 볼 뿐 이었다. 마음 약한 케이(?)가 그들에게 도와주겠다고 권유하고 나섰지만 초보자들은 이걸 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라며 그를 멀리 내쫓았다.(??) 그렇기에 힘들어 보이는 작업(이라고 쓰고 시간이 걸리는 이라고 읽는.)을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다.

“어머 무얼 담그신다는 거죠?!”


“맞아. 설명 좀 해줘. 이 한겨울에 오이짱아찌같은 것을 담을리는 없고.”


“오싱코?(단무지)”


“유리병은 왜 챙겨오는 거죠? 그것들은 모아뒀다가 재활용칸에 버리거나, 음식 담는 용구로 쓸건데?”


베르단디-스쿨드-울드-페이오스. 각각 이런 순으로 질문들이 들어왔다. 안나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가만히 서서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랬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을 올려다보았다. 눈은 하얗고 차가운 크림덩어리들이 하늘에서 투하되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안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우린 까푸쓰타를 담을 것입니다.”


“까푸...뭐요?”

케이가 잘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반문했다. 안나는 발음을 조금 강하게 한자 한자 떼어가며 말하였고 케이는 안나들이 담으려고 하는 러시안들의 부식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케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프러빼서르(교수)모드로 변신(?)한 안나에게 당당히 손을 들어 질문을 신청했다. 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질문을 인정했다.


“까푸스타가 뭡니까?”


“.....여러분들은 이 음식이 뭔지 잘 모르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니까요.”


“어이 안나. 그러니까 설명을 요구한 것 아냐.”


“맞아! 빨리 설명해봐.”


“까푸스타가 뭐죠? 궁금하군요.”

세 여신들이 급하다는 듯이 설명을 끊임없이 독촉했고 안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알겠다고, 재촉하지 말라고 말하였다. 모두들 안나의 뒤에서 열심히 허름한 창고에 보관해둔 유리병을 집안으로 운반하는 막노동꾼들(인줴, 이반)을 바라보며 안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까푸스타란. 그 맥락이 여러분들의 장아찌 같은, 또는 한국의 김치 같은 발효식품과 같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야뽄(일본)이나 까례이스키(한국인)들의 것과는 다르게 양념이 덜 첨가되고, 이것을 밥 대신 빵과 함께 먹는다는 것입니다.”


“밥이 아닌. 빵과 함께?”

페이오스의 중얼거림에 안나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설명을 진행하였다.

“까푸스타는 만드는 방식도 다릅니다. 우리 러시아인들은 남쪽의 당신들과는 먹는 방식이 사뭇 다릅니다. 양념을 조금 덜 치고 기름지게 음식을 먹는 편이죠. 뭐 추운 곳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너무 느끼한 음식만 먹으면 속이 느글느글하겠죠? 여러분들도 묠니르를 따라서, 아니면 우리를 위해 러시아 음식을 대접해보셔서 그 기분 아시죠?”


“당연하지.”

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의 질문에 수긍했다. 다른 여신들도 동감이란 표정이었다. 분명 샤살리같이 양념과 구운 고기가 잘 어울린 꼬치구이나, 서양의 일반 스프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보리죽같은 음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먹고 난 후 기름기가 느껴져 조금 곤란한 느낌이 든 것이었다. 일본에 강림하여 이곳 음식에만 익숙해진 스쿨드와 베르단디, 기타 여신들도 똑같은 경험을 겪어 보았다.

“저희도 그것 때문에 기름기를 조금 덜 느끼게 하는 음식을 먹습니다. 그것이 까푸스타인데. 여러분들것과 맥락이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잠깐. 발효식품이라며?”

때론 약초의 엑기스 대신 과일들의 엑기스를 추출해 맛좋은 음식들을 만드는데 쓰는 첨가 혼합물을 생산해내는 페이오스가 무슨 소리냐며 손을 들며 도도하게 물었다. 헐렁하고 도발적인 옷차림이 찰랑거리며 바람에 휘날렸다. 이런 날씨에 노출적인 디자인의 옷차림은 보는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릴 것 같지만 본인이 안 춥다는데 누가 상관하겠는가? 눈에 좋으면 그만이지.[퍼퍽.] 어쨌든 그녀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맥. 락. 이 틀립니다.”


“틀리다니? 뭐가? 구체적으로...”


“만드는 방법 자체가 틀립니다.”

와지끈.

모두들 깜짝 놀라 뒤에서 들려온 소음의 발원지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리는 이반과 유리병을 든 채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인줴가 있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이반 녀석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었다.

“어머. 괜찮으세요?”


“야 이 녀석아. 똑바로 못해!”

정말 대조적인 두 여자의 발언에 이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조각을 치우려 했다. 베르단디는 걱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반에게 베르단디의 모습은 성녀중의 성녀로 인식되어졌다. 그가 히죽거리려 하자 안나가 이를 빠드득 갈며 당장 치우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반에게 안나는 잠깐이지만 악덕 부르주아 기업인들을 떠올리는 악영향을 끼쳤지만 조용히 무시하는 안나. 베르단디는 안나에게 진정하라며 그녀를 달래고는 마술로 유리조각들을 새것같이 깨끗한 유리병으로 되살려냈다.


“감사합니다.”


“쟈볼르시쩨. 빨리 일이나 해!”


“까삐딴은 나만 미워해! 쳇.”


“저걸 그냥!”

이반이 능청을 떨자 안나가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눈덩이를 이반이 있었던 곳으로 던졌다. 그를 향해 미사일처럼 날아가던 눈덩이는 그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고 이반은 쏜살같이 재활용된 병을 가지고 달아나버렸다. 안나의 빠드득 소리가 벌판에 울려 퍼졌다.

“아윽 머리야. 또 두통인가?”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정신을 차리려다 포기하고 눈 덮인 바닥에 누워버리는 안나. 안나는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못 서 있겠으니 안으로 들어갈 때 부축해주라며 케이에게 부탁했고 케이와 베르단디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는 두 사람의 고마움에 신이 나서 설명에 더욱 열의를 보였다.

“장아찌는 양념과 소금기를 적절히 첨가해 흙으로 만든 항아리 속에 넣고 땅속에 넣고 발효시켜서 만듭니다. 맞습니까? 베르단디씨?”

끄덕끄덕.

케이들의 가사를 담당하는 최강 주부님인 베르단디에게 묻는 안나. 약 1년 전에 케이를 위해 장아찌를 담가 먹은 기억이 너무도 생생한 베르단디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를 바라보았고 케이는 옆에서 느껴지는 베르단디의 시선에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이런 케이의 모습에 울드와 페이오스는 키득거리며 닭살 돋는다며 소름끼친 표정을 지었다. 스쿨드는 케이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밤페이를 부르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오늘만 특별히 봐주자’라고 다짐하며...

“후훗. 그 장아찌는 지금도 남아있는데 한번 맛 보실레요?”


“와. 아직도 남아 있었어?!”


“네!”

베르단디의 분명한 대답소리에 케이가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으며 예전 일을 떠올렸다. 그 때 분명 밑반찬들도 맛있었지만 앙증맞게 생긴 초록색 장아찌 덕택에 계속 맛있다는 말만 하며 밥을 퍼먹은 기억이 난 것이다. 적당히 먹는 것이 모토인 케이가 3그릇이나 먹은 놀라운 사건은 울드와 스쿨드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었다. 두 사람 다 신기하다며 멍하니 그를 쳐다본 적이 있지 않은가? 역시 사랑과 장아찌의 힘은 위대했다. [.....]

“흠흠. 어쨌든 베르단디님께서 수긍하신대로. 장아찌는 그렇게 만듭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만들까요? 그리고 따뜻한 땅속도 아닌데, 별다른 장비도 없는데, 왜 채소와 유리병, 그리고 이 추운 곳에 나와서 설명하는 걸까요?”


“..........”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해. 저 따뜻한 Tea Room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렇게 추운 곳에 나와서 설명을 듣는 거냐고? 모두들 의혹의 눈으로 안나를 노려보듯 했다.

“러시아에서 까푸스타를 만들 때는 약간의 양념(동양처럼 많지만 않습니다. 아주 적게.)을 채소 또는 과일들에 친 다음 유리병에 넣습니다. 그리고...”


“??”


“너무 추워서 꽁꽁 얼어붙다 못해 냉기가 시리도록 느껴지는 겨울 벌판에 내다 놓습니다. 밤에는 내다놓고, 아침이 되면 다시 방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아!”

예컨대 기온차를 이용해서 발효를 시킨다.?! 모두들 이해됐다는 얼굴로 탄성을 지르며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 잘 지어보이지 않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번 김장(?)에 신명이 든 모양이다. 정작 하는 일은 없이 부하들만 혹사시키는데 말이다.

“이렇게 왔다갔다, 약 5일이면 됩니다. 물론 4일째에 개봉해도 맛있습니다. 단지 시간도 없고 추위가 1주일을 못 갈 것 같기에....”


“어!! 추위는 분명히 2주일을 갈 거라고..”

TV 속에서 나온 어여쁜 기상 캐스터를 떠올리며 스쿨드가 반박했다. 그녀는 메카닉마니아였다. 요즘 같이 인공위성으로 기상 관측을 하여 족집게로 집어내듯 정확하게 맞춰버리는 뛰어난 기계의 시대에 난데없이 안나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내뱉으며 안나의 발언을 부인했고 안나는 도리어 스쿨드의 발언을 부인했다.

“후훗. 이건 추운 곳에서 자란 우리 러시안의 감이다.”


“여긴 일본이야! 일본이라고. 위성을 수없이 많이 쏘아올린 우주강국이라고!”


“그럼 내기 할까요?”


안나와 스쿨드는 서로를 노려보며 이대로는 승부가 안 끝나고 하루 내내 추운 정원 위에 꽁꽁 얼린 채 서 있을 것 같기에 방법을 하나 찾아냈다. 안나가 먼저 제안을 했고 스쿨드는 뒤늦게 입을 벌리려다 멈칫하였다. 고개를 끄덕였고 내기는 시작되어졌다.

“지면 131 유지방은 내꺼! 그리고 기계 수리할 때 조수로 일해줘!”


“스쿨드. 지면 당신은 우리가 먹여 살리기 곤란한 인줴에게 하루치 간식을 사다주는 것이다!”


“좋을데로~~!”


그래봤자 내 승리야!!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감을 믿어?! 의기양양한 스쿨드는 입을 헤벌레 벌리며 좋아라! 했다. 이제 131은 내 차지다!! 이반이 양보하여 건네주는 131로도 양이 모자란 우리의 스쿨드였다.

“괜찮...겠어?”

케이가 스쿨드처럼 의기양양한 안나에게 걱정스레 물어보았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1주일 후를 두고 보라고 했다.


“어쨌든 우선 4일 후는 무조건 까푸스타 시식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 보스.


-아무 것도 아냐. 그것보단. 지금 내가 탑승한 이 키로프 급(Class 'Kirov')순양함은 항해가 순조로운 것인가?


-다. 북쪽 특유의 차갑고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파도는 심하지만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후훗.


-?? 뭔가 좋은 일이라도?


-아냐. 아무것도.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는 함포 일제 사격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제일인데!! 미주리급이나 야마토급들 구전함(Old Battle Ship)들은 어때?


-.......현대화 개량은 이미 성공하였습니다. 야마토급(Yamato)에는 사일로(Silo)가 50기. 미주리급(Mijury)은 30기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


-기뻐하십시오. 아스널 쉽(Arsnel Ship)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로써 해군 현대화&첨단화에 성공하였습니다.


-큭! 그동안 썩어빠진 해군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빌어먹을 소련과 미국 놈들. 버리려면 빨리 좀 버렸어야지! 크크큭. 한편으론 고맙군. 우리에게 이런 무지막지한 괴물급 전함들을 선물로 남겼으니.


-놀랄 겁니다. 쓸모는커녕 물고기들의 집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옛 유물들을 이런 식으로 멋지게 활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그래도 조심해. 우리의 해군은 아직 미완수다. 뭐 양&질적인 면은 모두 공군과 육군이 커버하겠지만...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어.


-다!


-모든 것은 RLO와 인간을 위하여!!


--------------------------------------------------------------------

이제 겨울도 다 지났습니다.

물론 이곳 AMG의 배경은 이제 막 겨울입니다. 그것도 사상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친.....


쩝. 이렇게 추운 때에는 사과를 담은 피클같은 러시아 음식이 제일일텐데..

참고로 까푸스타의 완성기에는 조금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있다는...


다음 편은 그 슬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모두든 즐거운 하루들 보내세요!!

참고로 위에 나온 전함들 중에서 키로프나, 미쥬리, 야마토등등.

차후에 설정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키로프는 전함이 아니라 순양함이지만 거의 전함급이라 그냥 무시.]

댓글목록

profile_image

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늘 잘 읽고는 있습니다만, 약간의 문법적 문제점.

간단히 짚어서 "케이들은 모두~ 에 모여 오늘 날씨의 동향을 살피기로 한 것이다." 부분.

일단, "케이들은"과 "~것이다."가 호응하지 않죠. 이걸 줄이면, "케이들은 동향을 살피기로 한 것이다."가 되는데, 주어와 서술어 부분이 호응하지 않습니다.

또한 케이들과 안나들과 같은 고유 명사 + 들의 경우. 한국어에서는 어떤 사람의 이름으로 ~ 들을 대표해서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위 2가지가  "~노데스", "로쿄다치와~, 사토다치와~ " 같은 일본어에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내용상에서는 내용이 조금은 산만하게 전개 된다는 것이 조금 걸립니다만, 문제가 되거나 할 정도는 아닌 제 주관에서 나오는 생각같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우주강국이라니? 그럴리가요~! 일본이 위성을 쏜다고 하나 자기 기술로 쏘지 않고 러시아에 돈 퍼줘서 쏘는 건데 말입니다. 우주 탐사 계획같은 것이나 대우주 기술등도 일본이 주도한다기 보단 러시아에 물주 형식으로 대주고, 자신들은 러시아의 기술을 배우는 형태죠.

글을 재밌게 쓰실려고 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애독자가 되어버린 듯한 저로써는 베이더경씨 글이 올라 올 데 마다 설정을 보는 맛에 읽게 되네요. 힘내세요 !

profile_image

라그님의 댓글

라그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길지만 재밌는 베이더경님의 소설

profile_image

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훗. 날카로운 비판&비평 감사드립니다!!![아악! 비판이 담긴 하푼이 날아온닷!!! -퍼퍽]

더 열심히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훗.

그리고 라그님의 답변도 감사드립니다. 라그님의 글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소설란 규칙에 어긋나서 지워져버렸다는 사실은 참 안습입니다.[훌쩍.]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profile_image

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카푸스타 직접 드셔보셨나요? *.* 만드는 방법과 맛의 묘사를 보니 직접 드셔보신것 같군요. 어디 파는데 있으면 소개 좀....

p.s : 야마토급 전함 아직도 남아 있다는 설정 입니까?? 3번함까지 전부 다 박살나서 (단 3번함은 항모로 개조됨) 바닷속에 꼬르륵 입니다만....-.-

Total 2,713건 25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53 가이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3-02
열람중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0 02-27
2351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1 02-24
2350 가이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2-23
2349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2-23
2348 신의보디가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2-23
2347 태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2-20
2346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2-19
2345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02-16
2344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2-16
2343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2-13
2342 열광적인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2-13
2341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 02-11
2340 가이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02-09
2339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 02-07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881
어제
919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0,534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