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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그대에게 비록....(Final)&그녀들의 이상야릇? 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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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또 그건가? 기분 나쁜 악몽의 역습.

“젠장 약효가 떨어졌잖아.”

안나는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쥐어 감싸며 이반이 챙겨주는 약을 제복 속주머니에서 빼냈다. 하지만 온 몸의 떨림 현상 때문에 그것을 겨우겨우 삼켜야만 했다. 급하게 빼냈기에 알약 몇 알이 땅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낙인 것처럼.

“젠장 시끄러워!”

수많은 잡념들과 기억들이 머리를 쿡쿡 쑤셔 도저히 쉴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해 따사한 햇살이 창문을 관통해 들어왔다. 이미 잠들 시간은 끝나 있었지만 미칠 것 같은 고통에 그녀는 다시 잠에 들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약효가 듣지 않는다.

“으윽.”

그렇게 안나는 약 2분을 더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저벅저벅.

“조용하군.”

안나는 하얀 햇살을 받고 이제 환해지기 시작한 복도를 하염없이 걸었다. 멍하니 걸으며 복도에 대한 감상평을 낸 그녀가 도착한 곳은 어제 베르단디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던 부엌이었다. 동양식의 특이한 주방을 바라보는 안나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역시 러시아나 일본이나 주방은 다 거기서 거기군. 똑같은 냄새가 나.”

주부의 정성스런 손길의 냄새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비틀거리는 안나. 그녀가 몸을 기댄 곳은 굳게 닫힌 입을 벌리지 않는 하얀 냉장고였다. 그것을 잠시 바라보던 안나는.

“물 빼먹는다고 욕할 사람은 없겠지?”

라고 중얼거리며 저 멀리 외딴 곳에 배치된 허름한 유리컵을 들었다. 냉장고 속에 가득채워진 패트병중 하나를 꺼내 액체를 따랐다. 몽롱한 기운 때문에 하마터면 물이 아닌 울드 전용의 ‘청추’병을 따라버릴 뻔했지만 개의치 않고 따랐다.

짜작.

지퍼가 열리며 제복 안주머니 속에서 알약 두 개를 조심스럽게 빼는 안나. 일어났을 때의 실수를 또 범하지 않으리라 맹세하곤 약을 목으로 넘겼다. 그리곤 컵 속의 액체를 한입 가득 털어 넣었다. 그녀는 자신의 움직일 수 없는 다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소형각성제를 만든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물을 넘겼다. 아니 넘기려 했다. 안나는 약에 푹 빠져 있어 누군가 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탁.

“안나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히익. 켁!!”

누군가의 발소리가 멈추었다. 안나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의 부름에 안나는 당황하여 물을 넘기다 말아버렸다. 끽~하는 소리와 함께 물은 코와 목, 귀로 넘어가버렸다. 약기운에 슬슬 취해 힘을 내기 시작하던 그녀는 집주인에게 덜미를 잡힌 생선 문 고양이마냥 화들짝 놀랐다. 얼마나 깜짝 놀랐으면 물이 귀로 넘어가버릴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안나는 말을 더듬으며 코와 귀로 들어간 물을 빼려 안간힘을 썼다. 만약 베르단디를 제외한 다른 이가 그 고통스러움을 지켜본다면 코믹스러움과 고통스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 괜찮아요?”


“쿨럭, 쿨럭!”


‘이 여신아!! 당신 눈엔 이게 좋아 보여?’

뒤늦게 안나의 몸 상태가 심각함을 깨달은 베르단디가 등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었지만 그러는 사이 소동은 끝나 있었다. 컵에 가득 따라졌다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 들어간 물도 가까스로 삼켰고 속으로 베르단디에게 항의까지 할 정도였으니. 물론 그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베르단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등을 내내 토닥일 수밖에.

“후우. 죽을 맛이군. 덕택에 진짜로 죽음의 고통을 체험할 뻔했어.”


“미안해요. 저 때문에.”

아아 신경 쓰지 마. 입은 뻥긋 하지 않고 그런 뜻이 담긴 손사래를 치고 몸을 진정시키는 안나. 조금 전의 일로 몸이 많이 놀랐는지 약기운으로 지탱하던 다리의 힘이 쭉 빠졌다.

“그런데. 이제 보니 다리를 움직일 수 있나요?”


“..........아니.”

그녀가 곧게 서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깨달은 베르단디가 물었다. 안나는 다시 손사래를 치며 비법이 있을 뿐. 평상시에는 휠체어 신세라고 답했다. 무엇일까? 이것도 법술일까? 베르단디는 의문에 휩싸였지만 뒤이어 돌아온 안나의 눈빛에 생각을 깨뜨려야만 했다.

‘적의감? 왜지?’

베르단디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안나를 쳐다보았다. 안나 또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매우 의심과 적개심이 담긴 눈초리로 그녀를 올려 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 눈길은 천천히 얼굴을 지나 가슴(나보다 크군.  -안나 왈)과 에이프럴(앞치마)을 걸친 잘빠진 허리, 보일 듯 말듯 아슬아슬한 느낌이나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허벅다리로 움직였다.

“...........”

입가에 미소가 걸린 베르단디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던 안나. 그녀는 베르단디에게 무언가 말을 걸기 위해 입을 열다, 말다 머뭇거리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망설임이 끝나자 베르단디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 질문은 베르단디가 예상한대로

“저기 묠니르는 괜찮은 것인가? 혹시 세끼 모두 전투식량이나 초콜릿으로 때우지 않던가?”


“아뇨. 제가 해주는 음식을 먹어요.”


“그런가? 다행이야.”


“...........”

안나는 볼에 홍조를 띄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얼굴은 묠니르를 전우 이상으로 대하는 눈치였다. 베르단디와 케이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은. 하지만 안나의 경우는 자신들과는 달랐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챙겨주지만 그 상대방은 전혀 알아주지 못하는 답답한 경우였다. 물론 안나는 무뚝뚝한 척 하며 불평불만을 토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래서 갈갈히 날뛰는 성격이 되었을지도?  -뒤늦게 안나에 대해서 파악한 일동들)

“여기서 함께 묠니르를 기다리는 것은 어떤가요? 케이씨도 좋아할꺼에요(천만에!! 케이가 알면 미쳐서 팔딱 날뛰겠지!!! -안나 왈) 페이오스 씨와 어제처럼 신나게 밤에 수다를 떠는 것. 이것도 괜찮지 않나요?”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는 베르단디가 안나에게 여기서 지내라며 지금 여기에 없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권유했지만 안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내 조직 활동 때문에 안 돼. 당신들은 여유롭지만 난 그렇지 못하거든. 그리고...”


“그리고?”

이것도 말할까? 머뭇거리던 안나의 입은 더 수월하게 열렸다. 왠지 모르게 베르단디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져 오는 것이었다. 그런 감정 덕택이었다.

“아무리 여신이라도 때론 내 소원을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이 있어. 그리고 내가 그런 이라고 봐야겠지? 당신 1급 2종 비한정에 여신 구원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지?”


“아 네.”


“그렇다면 혹시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는데 들어 줄 수 없었던 절박한 심정이나 상황 같은 것 겪어봤을 것 아냐?”


“네…….”

그럼 된 거다. 아침 준비 하느라 바쁠 텐데 시간 빼앗을 이유는 없군.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겠군. 이반 녀석도 깨우고. 그렇게 생각하며 부엌을 나서려는 찰나. 누군가의 하얀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겼다. 베르단디였다.

“하지만.”


“?”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제가 여기까지 온 거에요. 앞으로 그런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어쩌면 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 아니 전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케이씨와 모두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


“안나. 당신도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기세요. 묠니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면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가 필요하다면 그를 만나세요. 지금처럼 우유부단하게 있는다면 당신은 소중함이나 즐거움을 못 느끼게 될 거에요.”


“어 응.”

여신들이란. 똑같지만 다르군. 베르단디의 얼굴에는 인간들이 어른스러움이라 부르는 그런 기운보다 훨씬 더 당당하고 깊은 인품이 써져 있었다. 저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눈빛 하며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미소라니. 정말. 부럽구먼! 안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한편으론.

‘그렇군.’

그녀도 이런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묠니르가 그녀를 사랑했을 수밖에.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난. 난!

은은한 분노를 느끼는 안나였다.

하지만 몸은 마음과 다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부들부들 떨리며 생겨났다. 패트병 속의 물을 컵에 더 따라 벌컥벌컥 거치게 들이켠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아! 이불은 방금 정리했어요.”


“헉”


뭣이냐? 내가 나온 지 5분도 안 됐는데 정리를 다 했다고? 그렇다면 다른 것을...


“어제 저녁 식사 때까지 입고 있었던 옷도 다 개어놓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큭.”


말도 안 돼. 이봐, 5분 만에 7벌의 옷들과 그 까다로운 제복을 반듯이 갰다고? 좋아 그렇다면 자면서 걷어차 버린 기타 물품들이라도.

“케이씨의 책자들과 스쿨드의 발명품들도 방금 정리를 해놓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컥!! 이건 사기야!!!!”

마치 안나의 속마음을 화살로 꿰뚫은 것도 모자라 그녀가 하려는 행동마다 사사건건 확인사살을 해대는 베르단디. 머릿속을 일점사 3발을 명중당한 안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베르단디에게 물었다.

“혹시....법술?”

그렇겠지? 여신이니까.

“아뇨.”

제가 손으로 했어요.

“말 도 안 돼 !!!”

안나가 경악하며 방으로 달려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바쁜 발걸음이 멈추고 문이 열리며 안나에게 증거를 제시하는 방. 그녀가 잠들었던 방은 하얀 햇살과 먼지 한 톨 없는 청결함만이 담겨 있었다. 잘 때 어지럽혔던 잡동사니들은 원자리로 돌아가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갈색 러시아 제복과 푸른색 제복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7벌 모두.....

“이걸 손으로?”

경악한 얼굴의 안나가 베르단디를 돌아보았을 때. 안나는 볼 수 있었다. 절대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1급 여신들의 저 순수한 눈망울을. 안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갑자기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이렇게 외쳤다.

‘만 능 메 이 드 냐???????????????????????????????????????????????’

물론 속으로 외쳤기 때문에 베르단디는 알지 못했다.




똑.

따뜻하군.

똑.

앗 차거.

똑.

그만 좀 떨어져 이 망할 물방울 자식아!!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냐? 확 총탄으로 구워버린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어때요? 따뜻한가요?”


“베, 베르단디?!”

안나는 말도 안돼!를 연신 중얼거리며 목욕탕이 개방되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미닫이문이 옆으로 열리더니 긴 타월로 중요 부분들을 싹 가린 베르단디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중요부분들은 당연히 남자들이 보아선 안 되는 신체일부분들이었다.
[이런 말을 꺼내는 작가 내가 민망스럽다!]

“아 그렇다. 물이 굉장히 따뜻해.”

라고 말하고 얼굴을 깊숙이 욕탕으로 집어넣는 안나.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도대체 나 뭐하는 거냐?!’

아니 내가 왜 이 여자와 같은 목욕탕에? 아니지. 저 여자가 먼저 제의한 것이니 그렇다 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으악!! 루스키(러시아인 or 러시아 언어. 여기서는 러시아인)들도 이렇게 대담하거나, 여러 상황들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매우 당황한 안나는 머릿속에 수만가지 번뇌들을 일일이 사살해가며 도망치려 했지만 현실은 그녀가 포근한 목욕탕의 온수에 온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안나는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이냐?~!!!!!!!!!!!!!!!!!!!!!!!!!!!!!!!’

우린 이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알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약 10분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아침 식사를 하려고 온 것인가?”


“에? 아뇨. 목욕 준비를 하려고요. 바로 옆방이 목욕탕이에요.”

베르단디의 친절한 설명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참 끄덕이던 안나는 남은 물을 마저 마시며 동양식 목욕탕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증에 휩싸였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깨달았는지……. 베르단디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안나.”


“웅(응)?”


“우리 같이 목욕하지 않을래요?”


“아라라라 웅!(아아아~응!)”

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으며 무의식중에 동의하던 안나. 그녀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녀의 머릿속과 입보다 몸의 반사신경이 먼저 움직였다.

“푸우우우우우우우~~~~~~~~~~~콜록 콜록!”


“어머 괜찮아요?”


“모, 목욕을 같이? 콜록콜록!!!!!”

이번에 물이 귀 뿐만 아니라 눈으로 새어 나오는 기묘함을 느끼는 안나. 그녀는 약 1분간 그렇게 기침을 했다. 쉬지 않고.




“에휴.”

황당함과 공포(?)가 사라지고 조금 진정된 안나. 그녀는 다시 눈을 감으며 물을 느꼈다. 따뜻함과 그 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그녀를 건드렸다.

“목욕은 어느 나라나 똑같군.”

이렇게 중얼거리며 계속 눈을 감고 있는데 자신의 앞쪽에서 잔잔한 물결이 느껴졌다. 그녀가 살며시 눈을 뜨자 갈색의 머리칼이 흠뻑 젖은 베르단디가 보였다. 그녀의 뽀얗다 못해 신기할 정도로 예쁜 색의 피부와 몸매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아까 걸쳤던 타월은 저기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안나는 베르단디가 욕탕에 들어오자 더욱 몸을 움츠리고는 베르단디를 살폈다. 그녀는 명상하듯 눈을 감고 물에 온 몸을 맡기고 있었다. 편안하게 얼굴만 내밀고 물속에 들어가는 베르단디. 분명 욕탕은 2인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지만 안나가 계속 몸을 움츠리고 있기에 이젠 3인이 들어가도 문제없을 듯싶다.

“안나? 감기 기운이라도?”


“신경 꺼. 마족은 그 따위 하찮은 질병 안 걸려.”

이건 전혀 변명이 안 되잖아?! 그 딴 건 저 여자도 안 걸려!!!! 하지만 홍당무가 된 안나는 뇌의 명령을 무시하고 횡설수설했다.

‘저 여자는 생각이 있는 건가? 난 마족인데. 거기다 낯선 이방인인데. 목욕을 권유해?’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 겪는 낯선 상황이기에 사고감각이 무뎌지다 못해 마비되어 각 신경계가 교통장애를 일으키는 불안한 상황의 안나. 물론 그녀는 과거 군인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즐기는 군인 말이다. 그랬기에 이런 상황은 실은 그녀에겐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일반 러시아 여군들과는 틀렸다. 왜냐면.

“난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야아아아아....”

물에 잠기는 안나의 목소리. 그대로다. 군대의 단체생활을 몸소 먼저 체험하는 사관학교를 다닌 적이 없고 그런 것이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안 ‘안나’다. 그저 능력 덕택에 좋은 곳에 배치된 케이스라고나 할까? 학력이고, 뭐고 다 무시 하고 말이다. 그런 우리의 안나는 군대에 있을 때도 따로 배치된 곳을 사용 했던 것이다. 남자군인들이나, 동료들과 신나게 전장을 휩쓸고 다닌 일은 많지만 이런 Emergency는 겪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응?’


“피부가 하야네? 정말 깨끗하다. 상처 하나 없이.”


“예? 상처라뇨?”


“니치보 니옛 (아무것도 아니다.)”

안나의 부러움 섞인 중얼거림에 귀가 번뜩인 베르단디가 반문했다. 안나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다 문득 자신의 팔이 탕 밖으로 나온 것을 깨닫고 서둘러 손사래를 멈췄다.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베르단디는 안나의 팔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상처가....”


“응. 그래. 꽤 심하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베르단디의 하얀 피부와 자신의 피부를 비교해보는 안나.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에 그녀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얀데다 얼굴 좋고, 볼륨도 좋고(가슴이 크군.  -안나 왈),거기다 잘빠지기까지. 물론 몸매나 얼굴, 그리고 냉혹한 환경에서 지낸 덕택에 러시아 미녀처럼 된 자신의 피부색까지는 베르단디와 붙어 볼 자신이 있었지만.

‘정말 이건 너무 차이 나.’

한치의 상처 없는 베르단디, 반대로 끔찍하고 과거의 참혹함을 기억나게 만드는 상처투성이의 안나. 특히 가장 심하게 드러난 부분은. 배에 새겨진 자국이었다. 커다란 원형으로 그어진 칼자국과 멍든 것처럼 진한 몇몇 점들.

“배에 난 거. 궁금하지 않아?”


“.......고생 많이 했네요?”


“큭. 잘 아네?”


“당신의 몸에 난 자국들은 모두 당신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게 만드니까요.”

베르단디가 안타까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안나는 별 감흥 없이 배에 난 부분을 자세히 가리키며 소개 시켜줬다.

“그래도 이 상처들로 끝나고 얼굴은 상처 하나 없는 게 어찌 보면 다행이야. 이 배에 난 것은 나를 향해 달려오던 그 미친 쾨니히스티거(독일군의 전차, 2차세계대전때 생산 된 것으로 당시에는 이걸 당해낼 전차가 거의 전무했다.)가 내가 마술을 쓰는 것을 막으려고 급하게 관통탄을 쏘더군.”


“............”

베르단디는 끔찍한 광경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안나의 설명을 들었다. 그녀는 무감각한지 그저 입만 멍하니 열 뿐이었다.

“다행히 방어술 덕택에 포탄 자체를 다 갈아버렸지만 끝까지 남은 부분이 날 뚫고 건너편에서 터진 거야. 그 상황은 너무 징그러워서 말 못하지만 여하튼 부들부들 떨면서 피하려고 하는데 녀석이 날 끝장내려는지 포탑을 이쪽으로 돌리더군. 난 눈을 감아버렸어.”

그 때였지. 그 녀석이 나타난 것이야.

“붉은 눈의 그 대장은 전차의 포탄(대인 살상용에 좀 더 적합한 탄종으로)이 날아오는 것을 그대로 맞아버렸어. 마술도 부리지 않고”


“묠니르?”


안나는 베르단디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고 그대로 베르단디가 답을 유도하도록 이끌었다.

“녀석은 무사했어. 옷이 너덜너덜하고, 화상 자국이 조금씩 남아 있었지만 인간형 그대로였지. 그 녀석. 눈빛 지금도 기억나는군.”

묠니르는 땅꼬(탱크)의 운전사들이 땅꼬 안에 있는 채로 내버려 두고 폭파시켜버렸다.. 그 지옥의 불길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해치를 열고 나오려 했지만 녀석이 온 몸으로 막고 하하하! 라고 처절하게 웃은 바람에 그것 속의 시체들은 자신들이 치워야만 했다.

‘거기서 나온 시체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었고, 얼마나 끔찍하게 구운 고깃덩어리가 된 것인지.....’

차마 탱크의 최후만큼은 말을 이을 수 없는 안나. 그녀는 입을 다물고 퀭한 눈빛으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암습해 온 것이다. 어젯밤 자신들을 귀찮게 군 힐드의 눈빛보다 더 싸늘한 냉기를 동반한 공포가…….

“묠니르가 안나를 구해준 것이군요?”


“그렇지. 그렇지만....”


“그 녀석 그 때 만큼은 정말.......정말 무서웠죠?”

끄덕끄덕.

베르단디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온탕에서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안았다. 온갖 상처투성이의 하얀 몸은 베르단디의 군더기 없이 깨끗한 몸에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베르단디의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소리 없이 조용히.




“미안하다. 군인인데, 이런 웃기는 추태를.”

한참을 울던 안나가 눈물을 팔로 훔치며 사과를 했지만 베르단디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웬일인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정말 베르단디는 믿을 수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다 해도....그나저나.

‘꽤 크군. (가슴이 크군.  -안나 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베르단디가 항상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괜찮아요. 쌓인 것은 항상 풀어줘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거든요.”


“쌓인 것?”


“예를 들어 화가 났다든지? 혹은 슬픈 거요.”

……아니 그럼 당신도 화를 내는 것인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럼 당신은 대체 뭐로 쌓인 것을 푸는 거냐?! 게임? 총기 분해? 혹은 TV 시청? 수많은 방법들(그중에 몇 개는 아니지만)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이 프로주부에겐. 잠깐! 혹시…….

“아 참고로 저는 집안일로 항상 스트레스를 풀어요?! 화가 나는 날에는 이상하게 집안일이 잘 되던 걸요?!”


“그런가? 그것 참 놀랍군. 안 그래도 빠른데 화가 나면 대체 몇 분 만에?”


“5분 만에요!”


“아 그런. 거야?”

그럼 나한테 도대체 뭐가 화난거야?!!!!!!!!!!!!!!!!!!!!!!!!!!!!!!!!!!!!!!!!!!!!!!!!!!!!!!!!!!!!!!!!!!!!!!!!!!!!!!!!!! 안나는 괜히 베르단디가 화나면 몇 분 만에 집안일을 끝내버리는지 물어본 것을 후회해야만 했다. 대체 그녀는 무엇 때문에 안나에게 화난 것일까? 이것을 알지 못하는 안나는 욕탕에서 절규를 했다. 한없이……. 베르단디는 미소 너머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린 우리가 가진 의문의 답을 알기 위해 또 10분전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후아암.”


‘아무도 안 일어났나? 아니군. 베르단디. 또 오늘도 깨끗. 허걱?!’

울드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잠이 확 깬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케이 이 자식!! 무슨 짓을 벌이기라도 한 것인가? 왜 베르단디가 화난 것이지?”

그녀는 자신 앞에 깨끗이 치워진 가구들을 바라보며 케이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케이의 방은 조용했다. 그는 계속 코를 드르릉 골며 울드의 심기를 건드릴 뿐. 별 다른 잘못은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쟈쟈쟈~~후아아암. 냐냥.”

알 수 없는 잠꼬대를 하며 케이 옆에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있는 저 사람의 정체는?! 그는 마치 사방에 ‘훗! 케이는 내꺼다!!!’라는 식으로 소문이라도 내듯 그의 옷을 꽉 껴안은 채 자고 있었다. 문제는 케이의 상의가 벗겨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번째. 이반 녀석이 변태다.”

라는 것과.

“두번째. 이 나쁜 녀석들!!!!!!!.”


“음야. 어? 우왁!! 왜 그래?! 울드?”


“어라? 아아아아아~~~~이즈비니 빠좔스타!!!!(용서해주세요!!!!)”


죽어라!! 이놈들. 으드드득.

목돌아가는 소리가 케이의 방에 울려 퍼졌다. 것도 쌍으로....
이반과 케이는 서로의 방을 착각하고 들어가 잠을 청했다는 사실과, 더운 나머지 웃통을 벗고 잤다는 사실과, 이반이 원래 무언가를 꽉 껴안고 잔다는 사실을 간파 했어야만 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이렇게 집안 곳곳이 깨끗할 리가.

“으아아아아아악!!!”

도대체 왜 혼나는지 모를 불순 동성 커플(?)의 처절한 비명소리는 이곳에서 수천 미터는 떨어져 있는 이웃집에까지 울려 퍼졌다고 하는데, 이 소문의 진실을 알 길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오늘까지는 묠니르가 너무 무섭다는 식으로 말했지?”


“묠니르는 묠니르, 과거의 묠니르도, 현재의 묠니르도. 묠니르는 묠니르일 뿐이에요.”

조금 헷갈리는, 어찌 보면 수수께끼와 철학이 반쯤 섞인 묘한 말을 내뱉는 베르단디를 돌아보는 안나. 그녀와 자신의 머리는 샴푸투성이 거품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조금 웃기다 생각한 안나가 피식 웃으며 베르단디를 안심시켰다.

“미안. 하지만 그 녀석. 참 좋은 모습도 있어. 그걸 알려줄까?”


“??”


“뭐 내 나름대로의 묠니르 변호라고나 할까?”

안나의 갈색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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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1일 반치 연재를 한꺼번에 올리는 군요!

어제 올리려 했으나 시간상의 문제로 실패!!!

덕택에 가이버님의 출현도 하루 뒤로 밀려나버렸습니다.[좌절!!!]

크윽!! 용서해주시는 거죠? [아악!! 에너지 빔!!!!!!]

오늘은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을 위해 특별히~~이상 야릇 분위기가 풍기는 씬들을 보여 드리려 했지만!!!!!

쩝! 꺄아~ 야해!!! 라는 식으로 되기도 싫고, 제가 변태 되는 것도 싫어서 그냥 자삭~알아서 감상하고 상상을.
[당장 베르사마의 알몸을 묘사해라!!! 지크 베르!!! -어이 지킨다면서 보여달라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퍼퍽!]


이런!! 베르단디님의 알몸을 보길 원하는 분들이 돌팔매질을 할 것 같군요.

먼저 사라지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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