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날개 1화-몬스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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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푸르른 숲속을 내달린다. 숲의 나무들은 그런 바람에게 아름다운 자연의 화음을 들려준다.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 바람에 의해 나뭇잎들이 부대끼며 내는 소리, 산새들과 여러 동물들이 내는 소리, 이 모든게 하나로 합쳐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오직 자연만이 할 수 있는 그들만의……봄을 반기는 축제. 케이는 그 축제의 한가운데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멋져….”
온몸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노래에 케이는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전율. 자연이 하나가 되어 부르는 노래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연주하는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었다. 맑고, 깨끗하고, 부드럽고, 시원하고, 따스하고, 청량하고, 활기찬 그 모든 것들이 녹아있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케이야……?”
잠시 자연의 소리에 감동에 젖어있던 케이는 옆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를 부른 사람은 이즈미였다. 케이가 돌아보자 이즈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뭘 그리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니?”
“자연의 노래 소리가 멋져서 잠시 듣고 있었어요.”
“응?”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해 고개를 갸웃하던 이즈미는 케이가 바라보던 숲을 보았다.
쏴아아
바람이 한차례 더 불어온다. 이에 숲은, 자연은 다시 화답한다. 충만한 자연의 기운이 숨쉬는 숲은 햇빛을 받으며 더욱 푸르게 빛난다.
“우후훗, 그러네. 정말 멋지구나. 이렇게까지 멋진 줄 몰랐는걸.”
이즈미는 흐음, 하며 숨을 길게 들이쉰다. 하나로 땋아 내린 긴 금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산책이야.”
“하아?”
“응? 왜 그러니?”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 산책을 나오세요? 그러나 몬스터라도 만나며 어쩌려고….”
“어머 어머, 걱정 해주는 거니? 왠지 기쁜 걸? 뭐, 걱정 없어. 일단 나도 마을의 일원인 만큼 나 하나쯤은 지킬 실력은 지니고 있는걸. 여기까지 산책은 많이 와봤지만 아직 몬스터도 만난 적이 없었고. 그리고…지금 몬스터가 나온다고 해도 케이가 지켜줄 거지?”
“아……예.”
웃으며 바라보는데 어떻게 ‘아니요’라고 할 수 있겠는가. 뭐, 굳이 그렇게 말 안 해도 지켜주겠지만 말이야.
숲의 군데군데에는 밑동만 남은 나무들이 여러개가 있었다. 가끔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은 쉴 때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이 나무둥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케이와 이즈미도 마침 가까운 곳에 있던 나무둥치에 앉아서 숲에서 보이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이야.”
“네?”
“수련은 힘드니?”
“아니오, 라고 하고 싶지만 솔직히 그런 상황이 아니네요. 솔직히 말하면 매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어요. 갈수록 집 앞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검술도 더 이상 진전이 없고 지금은 그저 일상의 반복이에요.”
케이는 고개를 숙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갈수록 함정은 늘어나고 검술은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겠지만 몸으로 느껴지질 않는다. 오늘은 수련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기분전환 삼아서 이곳에 온 것이다. 케이는 이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살과 그 사이로 보이는 드넓고 푸른 하늘. 그리고 여유롭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면 고민 따윈 부질없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케이는 커서 용병이 될 거니?”
“예.”
“용병은 힘든 직업이야. 항상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직업이지. 적은 몬스터뿐만이 아니거든. 인간이란 욕심이 많아. 같은 인간이 보더라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한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
먹을 것이 없어서 자식을 팔기도 하고 권력을 위해서는 피를 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왕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자식이나 형제들까지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기도 하지. 용병 일을 하면서 언제 같은 편에게 공격을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되고 누구도 함부로 믿어서는 안돼. 그런 순간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과 몇 년간 했던 수련들. 그러니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 지금 흘린 땀들이 널 지켜줄 날이 올 거야.”
그 말을 하는 이즈미의 얼굴이 쓸쓸해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즈미 누나의 아버지는 같은 편에게 공격을 당해 돌아가셨다고 했던가?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던 아저씨는 상단의 호위임무를 하고 있었는데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상단에서 대금을 받은 순간 돈을 노리고 있던 다른 용병들에 의해서 상단의 사람들과 같이 도륙당한 것이다. 20명의 용병 중에서 14명이 모두 한통속이었던 것이다.
“예. 열심히 할게요.”
“그래. 착하구나. 자 이만 일어나야지. 많이 늦었다.”
“예.”
날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케이의 머릿속엔 계속 이 한마디가 맴돌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서 드디어 카이안과 약속했던 5년이 지났다. 케이는 일찍 일어나 가볍게 몸을 푼 뒤, 앞마당에서 카이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스읍, 하아.”
상당히 긴장을 했는지 목검을 꽉 쥐고 있는 손에 자꾸 땀이 찼다. 그 축축함을 느끼고 케이는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며 땀을 바지에 닦았다. 이거 생각보다 더 긴장되는데. 이래서야 검술을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
“준비는 다 되었냐?”
케이가 속으로 푸념을 할 때, 카이안이 목검 하나를 들고 나왔다. 아무래도 지도 대련의 식이니 진검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목검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목검도 잘못 맞으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엄연한 공격 무기였다.
“오늘이 바로 내가 말한 5년째다. 나는 약속대로 찌르기와 베기만으로 널 쓰러트리겠다. 물론 오러(검기)도 사용하지 않으마. 너의 수준에 맞춰 줄 테니 한번 열심히 해봐라.”
“웃.”
카이안의 말에 발끈한 케이는 목검을 단단히 틀어쥐고는 카이안을 쏘아보았다. 카이안은 그런 케이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짓고 있었다. 거기다 한손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왼손은 뒷짐을 졌다. 그리고 목검은 검 끝이 땅을 향한 하단세.
“좋아요. 갑니다!”
케이는 크게 외치며 카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이익!
그동안 꽤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케이의 발검이 꽤나 깔끔하게 펼쳐졌다. 그의 목검이 노리는 곳은 발등. 방어하기도 쉽지 않고,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하지만 카이안은 하단세를 취하고 있었다.
따악!
가볍게 목검을 몸 쪽으로 당기자 카이안의 목검은 케이의 진로를 막았고 카이안은 그대로 목검을 위로 베어 올렸다. 그렇게 되자 카이안의 목검은 케이를 아래에서 위로 양분할 듯 올라갔다.
“쳇.”
케이는 왼발을 크게 내딛으며 왼발을 축으로 한바퀴 회전했다. 발이 돌아가자 몸도 자동으로 따라 돌았고 목검도 자동으로 한바퀴 돌았다. 바로 카이안의 공격을 피하며 Spin of the Fire를 펼친 것이다.
“괜찮은 반격이다.”
따악!
카이안이 케이의 반격을 칭찬하며 위로 치켜 올렸던 목검을 빠르고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카이안의 허리를 공격하던 목검이 카이안이 내리친 목검에 진로가 차단당했다.
“하앗!”
케이는 머리를 찔러오는 목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카이안에게 돌진하며 Fire Road를 펼쳤다.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허리를 베고 오른쪽 어깨를 찌르고 오른쪽 하단으로 벤 다음 찌르고 지나간다!
슈슈슉!
하지만 카이안은 그 공격을 오른쪽 대각선으로 한걸음 움직이는 것만으로 피해냈다. 근데 카이안은 이미 공격을 피했건만 케이는 그대로 불꽃의 길을 계속 펼쳤다. 이것으로 보아 케이는 공격을 마음대로 거둘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카이안은 그런 케이를 잠시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여유있는 걸음으로 케이의 등 뒤로 다가가 목검으로 가볍게 등을 밀어버렸다.
철푸덕!
“크억!”
자신이 찌르던 힘에 중심도 살짝 흐트러져 있어서 카이안이 가볍게 민 것만으로 케이는 그대로 안면을 맨땅에 해딩 시킬 수밖에 없었다.
“쯧쯧. 도대체 5년이란 시간동안 뭘 수련한 것이냐. 상대가 이미 공격을 피했는데 얼른 공격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다니. 그런 검으로 오크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겠냐?”
“크윽.”
케이는 분했지만 카이안의 말이 맞는지라 뭐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방금 전 자신의 공격은 죽기 딱 좋은 공격이었다. 꽤나 강한 공격이라 생각했던 불꽃의 길의 생각지도 못했던 약점이었다. 하지만 이건 자신이 검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게 되면 해결 될 일이었다.
“다시 갑니다.”
그렇게 말하며 케이는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왼손으로 살짝 앞으로 뻗고 목검을 든 오른손은 활처럼 허리 뒤쪽으로 당겼다. 바로 육초식인 피닉스의 불꽃(Phoenix fire)의 준비 자세였다. 이 초식은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지만 피닉스 검법 자체가 검의 빠른 움직임에 의한 대기의 마찰로 생기는 불꽃을 이용하는 검법. 즉 피닉스의 불꽃은 초식 자체가 강하고 빠르게 찌르기 좋은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단, 검에 불꽃을 담는 방법이 좀 까다로운데 검에 불을 붙게 하려면 신속(神速-신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이루기가 쉽지가 않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이 검법을 익혔던 사람들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그것이 바로 특별한 수련법을 통해 오러에 불의 속성을 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서 피닉스 검법은 쭉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하앗!”
스팟!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처럼 당겨져 있던 케이의 팔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그렇게 쏘아져 나가는 목검의 위치는 바로 무릎이었다. 다리를 빠르게 찌르면 쉽게 피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안과의 실력차이가 너무 많이 났던 것일까. 카이안은 케이의 목검 끝에 자신의 목검을 갖다대는 놀라운 신기를 보여주며 케이의 공격을 무력화한 뒤, 한마디 외치며 케이의 머리를 내려쳤다.
“멍청한 녀석. 그러면 머리가 비어버리잖아.”
빠악!
‘그렇게 막아버리는 아버지가 지나치게 강한 거란 말입니다!!’
케이는 흐려지는 의식 속으로 그렇게 소리없는 외침을 남기며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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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협을 쓰려 할 적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원 무림에 희대의 살인마나 중원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강적이 나타날 때마다 무림에서는 마치 미리 안배를 해둔 양. 엄청난 초고수가 나타나서는 절망에 빠진 무림을 구해내었다. 게다가 특이한게 그렇게 나타난 고수는 얼마 안가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무림은 그런 이들을 영웅시해 호사가들이 두고 두고 얘기를 한다. 거기에 꼭 빠지지 않는게 그런 초고수들이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 무림에서는 이 일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 얘기들은 불가사의로 남게 되었다.
중원에서는 동이족이라 불리며 거의 무시당하던 조선에는 치우천왕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비밀 문파가 있었다. 그 문파의 이름은…
천왕문(天王門)
바로 치우천왕의 무공을 계승해온 문파였다. 이들은 홍익인간의 기치를 내걸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비밀스럽게 도우는 일을 주로했다. 그중에 한가지가 주원 무림에 살인마나 거대한 적이 나타났을 때 위기에서 구해주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무림에서 영웅시하던 사람들이 사실은 모두 청왕문의 제자들이었던 것이다. 조선인이 적인 중원을 위해 제자를 보내 위기에서 매번 구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건 무림을 구해주기 위해 보내는 제자가 천왕문 내에서는 가장 무공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제일 약한 제자 하나가 중원 무림 전체를 구해내니 실제 천왕문의 무공이 얼마나 가공한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라는 초반 설정입니다. 만약 제가 생각한게 실제라면 중국은 평생 우리 나라에게 머릴 숙이며 지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한국이 중국을 몇십번이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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