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외전 : 고통, 공포,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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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웅 투콰콰콰쾅
“돌격! 우리에게 후퇴란 없다!!”
“더러운 파시스트들을 박살내자!!”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이건. 케이는? 베르단디는? 남은 여신들은? 그리고 이반은 또 어디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젠장! 두통약은? 진정제는 또 어디에? 욕만 튀어나온다. 젠장. 젠장! 눈앞에 보이는 이것들은....
“뽀이어~![발사]”
쿠콰콰콰쾅.
“으엑!”
“판쪄(독일어로 탱크)다!”
“판쪄 따위는 땅꼬로...”
한기가 몸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아! 그렇다면 여기는? 그걸 뒤늦게 자각하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돼. 어떻게. 여긴 일본인데? 어떻게 내 눈앞에 눈 덮인 벌판이? 말도 안 돼! 저기 있는 저건 붉은 깃발이잖아? 저기 반대편에 있는 것은 하켄크로이츠(나치의 십자 깃발)?! 바닥은 러시아 특유의 한설이 녹아 질퍽한 진흙바닥이었다.
“판쪄 파우스트[대전차 로켓 발사기. 독일군전용]!”
“저기 있는 T-34[소련군의 탱크, 독일군에게 괴물이라 불림.]를 먼저 제압해!!”
“아니다! 이쪽이 먼저다.”
검댕이 묻은 회색 군모를 바르게 고쳐 쓰며 구시대의 병기들을 만지작거리는 청년 병사, 저쪽에는 제법 짬밥 많이 먹은 듯 보이는 병사가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미친 듯이 눌렀다, 땠다 하였다. 그 덕에 숫자로 밀어붙이며 겁을 주던 그라스나야 아르미스(붉은 군대) 몇 십 명이 순식간에 바닥과 키스를 해야만 했다. 철퍼덕거리는 기분 나쁜 진흙들이 발을 간지럽혔다. 그들은 연극 속에서도 펼칠 수 없을 것 같은 리얼한 비명소리를 질렀다.
투콰콰콰콰쾅~ 퍼퍼퍼펑.
판져 파우스트의 로켓 한발이 소련군의 T시리즈 전차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에 정면으로 몸을 맡긴 전차는 단 한발로 온 몸을 불태워야만 했다. 하지만 붉은 군대를 정면으로 내세운 탱크들은 아직도 7대나 남아 있었다.
“젠장! 저놈 잡아!”
“탄환 없어!! 누구 로켓 더 남은 사람?!”
“피해!! 전차가 이쪽을 봤어!”
쿠쾅 씨우우웅.
피하라며 모래주머니로 쌓은 참호를 뒤로 하고 미친 듯이 뛰던 병사 한명의 몸이 터져버렸다. 바로 앞에서 터진 눈 먼 포탄이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이다. 참호 속에 그대로 남아 있던 금발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부모를 찾았지만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똑같이 부모를 찾는 아군이나, 피에 미친 적군을 빼면.
“젠장!! 모두 후퇴해.”
“어떤 미친 새끼가 여기에 진을 쳐야 한다고 한 거야? 젠장!! 시가전도 아니고 진흙 밭에서 탱크를 만나자고 한 머저리가 누구야?!”
“그 개자식은 아까 포탄 맞고 뒈졌어.”
모두들 일제히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총을 버리고 도망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타고 온 BMW사의 바이크가 움직이지 않아 발로 몇 번 차다가 기관총만 챙기고 폭파 시켜버리는 자들. 탱크들도 T씨리즈를 피하려다 그만 엉겁결에 자신의 아군들을 깔아 버리는 끔찍한 사고도 발생했다. 하지만 붉은 군대는 그들이 도망을 치던, 뭘 하던 아랑곳하지 않고 쫓아왔다. 회색 군모를 쓴 병사들이 설치해놓은 모래주머니 장벽을 막 넘는 찰나.
“저, 저게 뭐야?”
“모, 몰라!”
병사 한명이 발을 멈추고 10m 전방에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인간을 가리켰다. 하지만 인간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존재였다. 병사는 인간을 ‘저것’이라고 가리키며 물었다. 병사들은 전진을 중단하고 알 수 없는 살기에 몸을 맡겨버렸다. 빨리 적들을 소탕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행히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저 녀석을 보고 동상에라도 걸린 것처럼.
“T시리즈 전차를 7대나? 하여간 점점 강력해지는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남자. 암청색의 군복을 입고 장교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병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었다. 포로가 되어 얌전히 따라와도 모자를 판에 감히 겁도 없이 대소련연방의 군인들을 무시하는 적의 태도에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나타내는 소련군 측 사령관. 그는 저 미친 자식을 벌집으로 만들라고 명령을 내렸고 정신을 차린 군인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타탕~투타타타타탕~~탕~탕~탕.
정조준 된 총탄들은 남자를 향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고 남자는 온몸에서 퍽퍽~하는 끔찍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맞았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군인들은 석상에다 총을 쏘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얼이 빠졌다.
“뭐, 뭐야! 아, 안 죽어?”
“말도 안 돼! 수백발은 얻어맞은 것 같은데?!”
병사들이 일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 기괴하고도 놀라운 현상에 몇몇 병사들은 호들갑을 떨며 놀라워하고,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하였다. 금방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지휘관 또한 얼빠진 얼굴로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도대체…….”
그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입만 쩍 벌리고 있었다. 지휘관이 이런 상태인데 병사들은 오죽 하랴? 병사들도 점점 공포로 일그러져갔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지자 남자가 씩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미소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이야기 속 악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소는 금새 지워졌고 흐리멍덩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된 남자.
“쏴. 쏴라! 뭣들 하는거냐?! 빨리 쏴!”
“힉! 괴, 괴물?”
“주, 죽어!”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손에 쥐어진 화기들을 일제히 사격했고, 지휘관도 권총을 들어 대응사격을 하였다. 그러나 저 악마 같은 남자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묵묵히 다가왔다. 그러다 병사들의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
“허, 헉!”
자신들을 노려보는 붉은 색 눈동자를 느낀 병사들은 땅바닥에 굳은 채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남자는 구멍 뚫린 장교 모자를 툭툭 털며 딴 짓을 했다. 그는 아주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남자는 철저히 말을 모르는 사람인양 입을 다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들을 주눅 들고,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인간이 행할 수 없는 괴이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반항은 끝났는가?”
“무, 무슨! 히힉!”
푸확!
남자의 오른손이 빛나는가 싶더니 거대한 얼음이 그의 오른손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앞에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보던 소련군인의 몸을 뚫어버렸다. 살과 뼈가 터지는 소리와 분수 물처럼 튀는 피. 그것을 바라본 군인들은 깜짝 놀라며 생각을 달리했다.
“도, 도망가자!”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도, 독일군이다. 모두 도망가!”
총까지 버리고 뛰는 군인,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병사, 남자에 의해 죽은 군인의 피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미친 듯 발광하는 병사등. 남자는 인간들이 공포에 떨 때 벌이는 수만 가지 행동들을 말없이 감상한다. 그러다 병사들이 엄지손가락 크기로 보일만한 거리까지 도망가자 오른손을 들어 빛을 발생시켰다. 천계와 마계에서 법술이라 불리우는 신기한 힘의 일부였다.
“얼음의 장벽! 이제 그대들은 도망갈 수 없다.”
챙챙챙~~채채챙
“흐익! 벽?!”
“살려줘! 죽기 싫어!!”
병사들은 자기들 앞에 생성된 차가운 장벽들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살려 달라 울부짖었다. 그러나 뒤에서 다가오는 남자는 자비란 것을 모르는 이였다. 살육을 하는 것만이 자신의 직업인양 당연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자라왔다. 그것이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다.
“죽어. 난 피가 필요하거든.”
“살려줘. 읔!”
“으악!! 커헉!”
“끄아아아아아아악~”
남자가 다시 한 번 법술을 시전 하였고 병사들은 배와 어깨, 심장들이 터져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얼음장벽들에 피가 튀어 붉은색 유리벽을 연상케 만들었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모두를 죽여 갔다. 살육을 끝낸 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끝까지 도망을 거부한(아니 너무 떨어서 도망 칠 기력도 없는)지휘관이었다. 지휘관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믿지 못하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겁에 질린 그는 부들부들 떨며 부하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사, 살려줘.”
“..........”
“제발!”
“...........”
“넌 누구야? 도대체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오는 거지? 너 독일군이 맞기는 한거야? 아니 악마인가!”
“............”
남자는 대답이 없고 지휘관은 자신이 들고 있는 권총을 자신의 머리로 향했다. 스스로 자살을 하여 눈앞의 악마가 벌일 끔찍한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탄창은 텅 비어 있었다. 총탄은 아까 총격전을 벌일 때 다 써 버린 것이었다.
“.............”
“살려줘! 부탁이야!”
“으아~오지 마! 난 죽기 싫어!”
“..............”
남자는 끝내 말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공포와 고통에 휩싸인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
“저건 괴물이야!”
파파샤(ppsh 41)기관단총의 탄환을 아낌없이 퍼부은 군인이 말했다.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비상식적인 인간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70발이 들어 있는 마지막 드럼탄창(둥그런 탄창)을 총에 장착하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겨누었다.
“오지 마! 이 괴물아!!”
투타타타타타타타타.
세상에! 말도 안돼! 병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전우들(바닥에 쓰러져 있는 146명의 시체)은 농가 창고에서 독일군과 조우했다. 라이플과 파파샤, 수류탄등 강력한 화력은 물론. 숫자 또한 많았다. 적은 고작해야 한명.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MP40 기관단총(독일군) 한정이 전부였다. 전술 지식 상으로 봤을 때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 틀림없었지만 황당하게도 승리의 여신은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과는 전우들의 죽음과 혼자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사격하는 혼자뿐이었다.
“이봐 공산주의자씨! 좀 더 분발해봐. 나 여기 있어!”
미소.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전형적인 미남이었다. 그는 남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좋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터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그런 좋은 미소를 자신에게 보여주는 독일군인의 모습에 병사는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의 총이 발포를 멈추길 기다리는 이 미소 좋은 군인의 눈빛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검은색의 두 눈동자는 또렷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투타타타타타.
“나 여기 있는데! 왜 엉뚱한 농기구에다 쏴? 하하하하.”
“헉!”
말도 안 돼! 남자는 정말 빠른 움직임이었다. 비상식적인 물리의 법칙을 벗어난 빠른 움직임. 웃음소리를 내는 남자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총을 갈겼던 농기구 쪽에 있었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자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씩 웃고 있었다. 병사는 뒤돌아서서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째깍 째깍.
“이런! 총알이....”
무심하게도 총은 그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총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었다. 총탄 없는 파파샤 기관단총은 고물상에게 팔아야 가치를 확인 할 수 있는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애물단지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은 불을 뿜지 않았다.
“호오~총탄 없네?”
“...........”
“하하. 너무 걱정 말라고. 내 총을 줄 테니.”
“뭣?”
독일군인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자신의 총을 맡겼다. 병사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말에 따라 총을 받아 들였고 병사는 불신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총에 무슨 폭발 장치라도 달았나? 라는 의구심어린 눈빛으로 철저히 총을 살폈다. 미소 좋은 독일군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총탄은 30발로 정확해!”
“이, 이걸 왜 나에게...”
“후훗. 그건 말이지.”
병사에게 총을 건내준 독일군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눈이 가늘게 올라갔다. 그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수첩과 만년필이었다. 소련군 병사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독일군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 순간 그는 믿지 못할 자신의 행동에 경악하였다.
철컥.
노리쇠를 당겼다. 자신이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저절로 노리쇠를 당겼다.
쓰윽.
검은색 총구가 그의 머리를 향했다. 그의 두 손이 총을 스스로의 얼굴로 겨낭한 것이었다.
“뭐, 뭐야 이게!”
병사는 울먹이며 맘대로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탓했다. 왜 이러지?! 내 몸이 왜 이러지? 이해 할 수 없는 얼굴이 된 소련군 병사의 뒤로 다가온 남자. 남자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흘리며 왜 이런 미스테리한 현상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
“흠. 공포에 빠진 인간들의 정신장벽은 꽤 약하거든. 내가 그 정신장벽을 부숴버리고 너한테 이런 명령을 내렸어! MP40 기관단총을 네 스스로의 머리에 겨누고 갈겨라! 라고.”
“으으....사, 살려줘!”
병사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애원하였다. 그는 얼굴을 돌려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도저히 사람의 눈이라 할 수 없었다. 그의 입가의 사람 좋은 미소는 이제 악마의 미소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남자는 자신의 군번과 이름이 담긴 목걸이를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와~! 네 이름이 이반이야?”
“그. 그래! 살려줘. 부탁이야!”
“캬햐~꽤 좋은 이름인데? 다음에 내가 이 이름 써먹어야지? 잘됐네! 난 이름도 없는 악마인데. 쿠후후후후후~!”
“사, 살려줘!”
병사가 울부짖었지만 독일군은 혀를 끌끌 차며 안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안 돼. 난 지금 실험중이야. 만약 MP40 기관단총을 자신의 머리로 향하고 자살을 하면 어떨까? 하는 실험을 말이야. 실험의 조건은 탄환 30발을 아낌없이 비워야 한다! 그리고 실험대상이 공포에 떨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이반이란 이름의 의미는 사람 또는 악마라는 의미로 유럽인들이 쓰고 있다지? 쿠쿡. 좋네! 내가 가지겠어. 이제 이반이란 사람은 나 한명 뿐이다! 그럼 좋은 실험대상이 되어서 고마워 이반씨!”
군인은 내 이름은 이반! 이라고 떠들며 좋아했고 소련군인은 울며 안돼라고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그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총구로 머리를 향했다. 이제 이반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미소의 악마는 작별의 의미가 담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 스비다니야(잘 가!라는 러시아어.)”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실험이 끝났다. 악마 이반은 자신이 죽인 인간 이반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키득거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만년필과 수첩을 든 손은 열심히 움직였다.
“실험 결과! 공포에 엄청 떨었다. 권총탄인데도 불구하고 MP40의 위력은 그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인간의 머릿속에는 뇌수라는 하얀 피가 들어 있다던데 그것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반은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한 연구자처럼 즐거워했다.
철컥. 퉁!
“으아악.”
“탱크가! 탱크가 박살났어!”
소련군이 자랑하는 T-34탱크가 한명의 독일군에게 허무하게 박살나버렸다. 독일군은 여자였다. 탐스러운 오렌지색 눈과 똑같은 색의 탐스런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신기로운 느낌이 담겨진 여자의 손에는.
“이 자식들! 거기 서라!! 우리 독일제국을 능멸하는 쥐새끼 같은 빨갱이새끼들!! 내 손에 들린 기관포에 얻어 맞고 뒈져라!!!”
“으악!”
퉁퉁퉁퉁퉁퉁퉁퉁.
둔탁한 발포음이 들렸다. 여자는 손에 아주 기괴한 것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들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저 커다랗고 무지막지한 것은 대소련군이 보기에는 붙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듯싶었다. 그녀가 기관포라 칭한 물건은 독일군이 자랑하는 슈투르카 급강하 폭격기(전쟁 초기 독일군의 전격전에 사용된 무지막지한 무기)같은 폭격기에나 달린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총포였다. 그것의 기계장치가 자신의 몸인양 붙어있는 기관포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적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으악!”
“꽤액.”
“으으윽.”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며 피를 흩뿌리는 적들의 모습에 안나 에류드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웃음소리를 냈다. 미녀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터프함과 호탕함이 담긴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언제 화났냐는 얼굴로 깔깔깔 웃고 있었다. 안나의 이런 모습은 적들에게 더욱 커다란 공포의 씨앗을 심어 주고 있었다. 탱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모두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어딜 도망가! 춤 춰 봐! 네놈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러시안 댄스. 어때? 발을 좀 더 사정없이 움직여봐!!”
“윽!”
“이런! 춤추라니까 왜 발에 기관포탄을 맞고 난리야! 이 썩어빠진 근성을 가진 러시안들!”
안나의 비웃음소리는 소련군인들을 도망가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넘쳐서 그들을 반쯤 실성케 만들고 있었다.
“.............”
피해 : 0%
아군의 피해 : 30%
적군의 피해 : 95%
전투 보고 :
T-34탱크를 네이팜폭탄으로 구워 버림. 해치를 열고 나온 적들의 머리들을 베었다.
적들에게서 데그차례프 기관총을 노획. 25명의 아킬레스건을 파괴, 나머지 도망가는 이들에게 루거 권총탄을 한발씩 쏘아서 헤드샷. 아킬레스건이 박살난 병사들은 강력 전기분쇄기로 갈아버림.
도망가던 병사들 40명들의 팔과 다리를 각각 공간 소멸 자동소총으로 소멸시켜버림. 발이 없어서 도망을 못 치는 병사들에게 신경독 주입기를 이용하였음. 10분 동안 고통을 느끼다 죽음.
피를 심하게 흘려 의무병들이 가망이 없다고 하는 포로들에게 모르핀 대신 강력한 고통자극제인 ‘소마’ 투여하여 실험결과를 재확인.
TNT 폭약들을 폭발직전의 시간에서 멈추게 한 뒤. 살아남은 적들을 타임머신으로 모조리 폭발 전의 시공으로 추락시켰음. 뼛조각 하나도 찾을 수 없음
보고서 : 이 지역 소련군의 기술력과 공업력에 대하여
소련군 출신의 엔지니어들을 잡아 심문한 결과. 대독일군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조건과 하등한 기술력을 지닌 것이 재확인되어짐. T-34에 대한 기술력을 알아낸 뒤 화학가스로 제거할 예정임.
-대독일제국의 엔지니어 마스터-
“헉!”
........아냐. 이건 꿈이야! 그래 꿈이야. 나는 대 소비에트 연방군이야. 독일군이 아니라고!!
안나는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고 반박이라도 하듯 더욱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고통에 안나는 부들부들 떨며 알약 두알을 씹어 삼켰다. 심장은 이렇게 말했다. 넌 소련군이 아니라 독일군이었다고. 그리고 넌 독일군이었지만 소련군이 되었다고...
“....다행이야. 여긴 러시아가 아니라 일본이야.”
그녀는 눈물 두어 방울을 떨어뜨리며 신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였다. 꿈속에서 본 자신들의 결과가 옛날 일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였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녀들은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그것에 대한 용서는 인간들이 아니라 천계의 신이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보부를 나왔어도 신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안나는 신의 은총을 바라며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기도를 어느 누가 보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끔찍했던 시간을 모두 잊게 해주십시오.’
그 끔찍했던 시간이란 것이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묠니르와 안나, 이반과 인줴라면 모두들 알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인류가 최초로 방사능이란 끔찍한 산물을 이용하게 된 전쟁 속의 긴긴 시간이란 것을.
“그리고.”
베르단디와 묠니르가 나를 버리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안나의 마지막 기도였다. 물론 안나의 소원이 신에게 닿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베르단디나 케이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알아주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돌격! 우리에게 후퇴란 없다!!”
“더러운 파시스트들을 박살내자!!”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이건. 케이는? 베르단디는? 남은 여신들은? 그리고 이반은 또 어디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젠장! 두통약은? 진정제는 또 어디에? 욕만 튀어나온다. 젠장. 젠장! 눈앞에 보이는 이것들은....
“뽀이어~![발사]”
쿠콰콰콰쾅.
“으엑!”
“판쪄(독일어로 탱크)다!”
“판쪄 따위는 땅꼬로...”
한기가 몸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아! 그렇다면 여기는? 그걸 뒤늦게 자각하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돼. 어떻게. 여긴 일본인데? 어떻게 내 눈앞에 눈 덮인 벌판이? 말도 안 돼! 저기 있는 저건 붉은 깃발이잖아? 저기 반대편에 있는 것은 하켄크로이츠(나치의 십자 깃발)?! 바닥은 러시아 특유의 한설이 녹아 질퍽한 진흙바닥이었다.
“판쪄 파우스트[대전차 로켓 발사기. 독일군전용]!”
“저기 있는 T-34[소련군의 탱크, 독일군에게 괴물이라 불림.]를 먼저 제압해!!”
“아니다! 이쪽이 먼저다.”
검댕이 묻은 회색 군모를 바르게 고쳐 쓰며 구시대의 병기들을 만지작거리는 청년 병사, 저쪽에는 제법 짬밥 많이 먹은 듯 보이는 병사가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미친 듯이 눌렀다, 땠다 하였다. 그 덕에 숫자로 밀어붙이며 겁을 주던 그라스나야 아르미스(붉은 군대) 몇 십 명이 순식간에 바닥과 키스를 해야만 했다. 철퍼덕거리는 기분 나쁜 진흙들이 발을 간지럽혔다. 그들은 연극 속에서도 펼칠 수 없을 것 같은 리얼한 비명소리를 질렀다.
투콰콰콰콰쾅~ 퍼퍼퍼펑.
판져 파우스트의 로켓 한발이 소련군의 T시리즈 전차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에 정면으로 몸을 맡긴 전차는 단 한발로 온 몸을 불태워야만 했다. 하지만 붉은 군대를 정면으로 내세운 탱크들은 아직도 7대나 남아 있었다.
“젠장! 저놈 잡아!”
“탄환 없어!! 누구 로켓 더 남은 사람?!”
“피해!! 전차가 이쪽을 봤어!”
쿠쾅 씨우우웅.
피하라며 모래주머니로 쌓은 참호를 뒤로 하고 미친 듯이 뛰던 병사 한명의 몸이 터져버렸다. 바로 앞에서 터진 눈 먼 포탄이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이다. 참호 속에 그대로 남아 있던 금발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부모를 찾았지만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똑같이 부모를 찾는 아군이나, 피에 미친 적군을 빼면.
“젠장!! 모두 후퇴해.”
“어떤 미친 새끼가 여기에 진을 쳐야 한다고 한 거야? 젠장!! 시가전도 아니고 진흙 밭에서 탱크를 만나자고 한 머저리가 누구야?!”
“그 개자식은 아까 포탄 맞고 뒈졌어.”
모두들 일제히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총을 버리고 도망가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타고 온 BMW사의 바이크가 움직이지 않아 발로 몇 번 차다가 기관총만 챙기고 폭파 시켜버리는 자들. 탱크들도 T씨리즈를 피하려다 그만 엉겁결에 자신의 아군들을 깔아 버리는 끔찍한 사고도 발생했다. 하지만 붉은 군대는 그들이 도망을 치던, 뭘 하던 아랑곳하지 않고 쫓아왔다. 회색 군모를 쓴 병사들이 설치해놓은 모래주머니 장벽을 막 넘는 찰나.
“저, 저게 뭐야?”
“모, 몰라!”
병사 한명이 발을 멈추고 10m 전방에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인간을 가리켰다. 하지만 인간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존재였다. 병사는 인간을 ‘저것’이라고 가리키며 물었다. 병사들은 전진을 중단하고 알 수 없는 살기에 몸을 맡겨버렸다. 빨리 적들을 소탕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행히도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저 녀석을 보고 동상에라도 걸린 것처럼.
“T시리즈 전차를 7대나? 하여간 점점 강력해지는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남자. 암청색의 군복을 입고 장교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수십 명의 병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었다. 포로가 되어 얌전히 따라와도 모자를 판에 감히 겁도 없이 대소련연방의 군인들을 무시하는 적의 태도에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나타내는 소련군 측 사령관. 그는 저 미친 자식을 벌집으로 만들라고 명령을 내렸고 정신을 차린 군인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타탕~투타타타타탕~~탕~탕~탕.
정조준 된 총탄들은 남자를 향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고 남자는 온몸에서 퍽퍽~하는 끔찍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맞았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군인들은 석상에다 총을 쏘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얼이 빠졌다.
“뭐, 뭐야! 아, 안 죽어?”
“말도 안 돼! 수백발은 얻어맞은 것 같은데?!”
병사들이 일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 기괴하고도 놀라운 현상에 몇몇 병사들은 호들갑을 떨며 놀라워하고,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하였다. 금방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지휘관 또한 얼빠진 얼굴로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건, 도대체…….”
그는 넋이 나간 얼굴로 입만 쩍 벌리고 있었다. 지휘관이 이런 상태인데 병사들은 오죽 하랴? 병사들도 점점 공포로 일그러져갔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지자 남자가 씩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미소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이야기 속 악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소는 금새 지워졌고 흐리멍덩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된 남자.
“쏴. 쏴라! 뭣들 하는거냐?! 빨리 쏴!”
“힉! 괴, 괴물?”
“주, 죽어!”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손에 쥐어진 화기들을 일제히 사격했고, 지휘관도 권총을 들어 대응사격을 하였다. 그러나 저 악마 같은 남자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그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묵묵히 다가왔다. 그러다 병사들의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
“허, 헉!”
자신들을 노려보는 붉은 색 눈동자를 느낀 병사들은 땅바닥에 굳은 채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남자는 구멍 뚫린 장교 모자를 툭툭 털며 딴 짓을 했다. 그는 아주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남자는 철저히 말을 모르는 사람인양 입을 다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들을 주눅 들고,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인간이 행할 수 없는 괴이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반항은 끝났는가?”
“무, 무슨! 히힉!”
푸확!
남자의 오른손이 빛나는가 싶더니 거대한 얼음이 그의 오른손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앞에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보던 소련군인의 몸을 뚫어버렸다. 살과 뼈가 터지는 소리와 분수 물처럼 튀는 피. 그것을 바라본 군인들은 깜짝 놀라며 생각을 달리했다.
“도, 도망가자!”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도, 독일군이다. 모두 도망가!”
총까지 버리고 뛰는 군인,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병사, 남자에 의해 죽은 군인의 피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미친 듯 발광하는 병사등. 남자는 인간들이 공포에 떨 때 벌이는 수만 가지 행동들을 말없이 감상한다. 그러다 병사들이 엄지손가락 크기로 보일만한 거리까지 도망가자 오른손을 들어 빛을 발생시켰다. 천계와 마계에서 법술이라 불리우는 신기한 힘의 일부였다.
“얼음의 장벽! 이제 그대들은 도망갈 수 없다.”
챙챙챙~~채채챙
“흐익! 벽?!”
“살려줘! 죽기 싫어!!”
병사들은 자기들 앞에 생성된 차가운 장벽들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살려 달라 울부짖었다. 그러나 뒤에서 다가오는 남자는 자비란 것을 모르는 이였다. 살육을 하는 것만이 자신의 직업인양 당연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자라왔다. 그것이 너무 당연한 일상이었다.
“죽어. 난 피가 필요하거든.”
“살려줘. 읔!”
“으악!! 커헉!”
“끄아아아아아아악~”
남자가 다시 한 번 법술을 시전 하였고 병사들은 배와 어깨, 심장들이 터져 피를 뿌리며 죽어갔다. 얼음장벽들에 피가 튀어 붉은색 유리벽을 연상케 만들었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모두를 죽여 갔다. 살육을 끝낸 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끝까지 도망을 거부한(아니 너무 떨어서 도망 칠 기력도 없는)지휘관이었다. 지휘관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믿지 못하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겁에 질린 그는 부들부들 떨며 부하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사, 살려줘.”
“..........”
“제발!”
“...........”
“넌 누구야? 도대체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오는 거지? 너 독일군이 맞기는 한거야? 아니 악마인가!”
“............”
남자는 대답이 없고 지휘관은 자신이 들고 있는 권총을 자신의 머리로 향했다. 스스로 자살을 하여 눈앞의 악마가 벌일 끔찍한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탄창은 텅 비어 있었다. 총탄은 아까 총격전을 벌일 때 다 써 버린 것이었다.
“.............”
“살려줘! 부탁이야!”
“으아~오지 마! 난 죽기 싫어!”
“..............”
남자는 끝내 말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공포와 고통에 휩싸인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
“저건 괴물이야!”
파파샤(ppsh 41)기관단총의 탄환을 아낌없이 퍼부은 군인이 말했다.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비상식적인 인간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70발이 들어 있는 마지막 드럼탄창(둥그런 탄창)을 총에 장착하고 다가오는 적을 향해 겨누었다.
“오지 마! 이 괴물아!!”
투타타타타타타타타.
세상에! 말도 안돼! 병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전우들(바닥에 쓰러져 있는 146명의 시체)은 농가 창고에서 독일군과 조우했다. 라이플과 파파샤, 수류탄등 강력한 화력은 물론. 숫자 또한 많았다. 적은 고작해야 한명.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MP40 기관단총(독일군) 한정이 전부였다. 전술 지식 상으로 봤을 때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 틀림없었지만 황당하게도 승리의 여신은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과는 전우들의 죽음과 혼자 살아남아 필사적으로 사격하는 혼자뿐이었다.
“이봐 공산주의자씨! 좀 더 분발해봐. 나 여기 있어!”
미소.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전형적인 미남이었다. 그는 남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좋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터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그런 좋은 미소를 자신에게 보여주는 독일군인의 모습에 병사는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의 총이 발포를 멈추길 기다리는 이 미소 좋은 군인의 눈빛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검은색의 두 눈동자는 또렷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투타타타타타.
“나 여기 있는데! 왜 엉뚱한 농기구에다 쏴? 하하하하.”
“헉!”
말도 안 돼! 남자는 정말 빠른 움직임이었다. 비상식적인 물리의 법칙을 벗어난 빠른 움직임. 웃음소리를 내는 남자는 조금 전까지 자신이 총을 갈겼던 농기구 쪽에 있었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자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씩 웃고 있었다. 병사는 뒤돌아서서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째깍 째깍.
“이런! 총알이....”
무심하게도 총은 그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총탄은 무한한 존재가 아니었다. 총탄 없는 파파샤 기관단총은 고물상에게 팔아야 가치를 확인 할 수 있는 애물단지에 불과했다.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애물단지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은 불을 뿜지 않았다.
“호오~총탄 없네?”
“...........”
“하하. 너무 걱정 말라고. 내 총을 줄 테니.”
“뭣?”
독일군인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자신의 총을 맡겼다. 병사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말에 따라 총을 받아 들였고 병사는 불신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총에 무슨 폭발 장치라도 달았나? 라는 의구심어린 눈빛으로 철저히 총을 살폈다. 미소 좋은 독일군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총탄은 30발로 정확해!”
“이, 이걸 왜 나에게...”
“후훗. 그건 말이지.”
병사에게 총을 건내준 독일군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눈이 가늘게 올라갔다. 그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수첩과 만년필이었다. 소련군 병사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독일군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 순간 그는 믿지 못할 자신의 행동에 경악하였다.
철컥.
노리쇠를 당겼다. 자신이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의 손이 저절로 노리쇠를 당겼다.
쓰윽.
검은색 총구가 그의 머리를 향했다. 그의 두 손이 총을 스스로의 얼굴로 겨낭한 것이었다.
“뭐, 뭐야 이게!”
병사는 울먹이며 맘대로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탓했다. 왜 이러지?! 내 몸이 왜 이러지? 이해 할 수 없는 얼굴이 된 소련군 병사의 뒤로 다가온 남자. 남자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흘리며 왜 이런 미스테리한 현상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
“흠. 공포에 빠진 인간들의 정신장벽은 꽤 약하거든. 내가 그 정신장벽을 부숴버리고 너한테 이런 명령을 내렸어! MP40 기관단총을 네 스스로의 머리에 겨누고 갈겨라! 라고.”
“으으....사, 살려줘!”
병사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애원하였다. 그는 얼굴을 돌려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는데....도저히 사람의 눈이라 할 수 없었다. 그의 입가의 사람 좋은 미소는 이제 악마의 미소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남자는 자신의 군번과 이름이 담긴 목걸이를 바라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와~! 네 이름이 이반이야?”
“그. 그래! 살려줘. 부탁이야!”
“캬햐~꽤 좋은 이름인데? 다음에 내가 이 이름 써먹어야지? 잘됐네! 난 이름도 없는 악마인데. 쿠후후후후후~!”
“사, 살려줘!”
병사가 울부짖었지만 독일군은 혀를 끌끌 차며 안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안 돼. 난 지금 실험중이야. 만약 MP40 기관단총을 자신의 머리로 향하고 자살을 하면 어떨까? 하는 실험을 말이야. 실험의 조건은 탄환 30발을 아낌없이 비워야 한다! 그리고 실험대상이 공포에 떨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이반이란 이름의 의미는 사람 또는 악마라는 의미로 유럽인들이 쓰고 있다지? 쿠쿡. 좋네! 내가 가지겠어. 이제 이반이란 사람은 나 한명 뿐이다! 그럼 좋은 실험대상이 되어서 고마워 이반씨!”
군인은 내 이름은 이반! 이라고 떠들며 좋아했고 소련군인은 울며 안돼라고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그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총구로 머리를 향했다. 이제 이반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미소의 악마는 작별의 의미가 담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다 스비다니야(잘 가!라는 러시아어.)”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실험이 끝났다. 악마 이반은 자신이 죽인 인간 이반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키득거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만년필과 수첩을 든 손은 열심히 움직였다.
“실험 결과! 공포에 엄청 떨었다. 권총탄인데도 불구하고 MP40의 위력은 그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인간의 머릿속에는 뇌수라는 하얀 피가 들어 있다던데 그것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반은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한 연구자처럼 즐거워했다.
철컥. 퉁!
“으아악.”
“탱크가! 탱크가 박살났어!”
소련군이 자랑하는 T-34탱크가 한명의 독일군에게 허무하게 박살나버렸다. 독일군은 여자였다. 탐스러운 오렌지색 눈과 똑같은 색의 탐스런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신기로운 느낌이 담겨진 여자의 손에는.
“이 자식들! 거기 서라!! 우리 독일제국을 능멸하는 쥐새끼 같은 빨갱이새끼들!! 내 손에 들린 기관포에 얻어 맞고 뒈져라!!!”
“으악!”
퉁퉁퉁퉁퉁퉁퉁퉁.
둔탁한 발포음이 들렸다. 여자는 손에 아주 기괴한 것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들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저 커다랗고 무지막지한 것은 대소련군이 보기에는 붙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듯싶었다. 그녀가 기관포라 칭한 물건은 독일군이 자랑하는 슈투르카 급강하 폭격기(전쟁 초기 독일군의 전격전에 사용된 무지막지한 무기)같은 폭격기에나 달린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총포였다. 그것의 기계장치가 자신의 몸인양 붙어있는 기관포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적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으악!”
“꽤액.”
“으으윽.”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며 피를 흩뿌리는 적들의 모습에 안나 에류드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웃음소리를 냈다. 미녀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터프함과 호탕함이 담긴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언제 화났냐는 얼굴로 깔깔깔 웃고 있었다. 안나의 이런 모습은 적들에게 더욱 커다란 공포의 씨앗을 심어 주고 있었다. 탱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모두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어딜 도망가! 춤 춰 봐! 네놈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러시안 댄스. 어때? 발을 좀 더 사정없이 움직여봐!!”
“윽!”
“이런! 춤추라니까 왜 발에 기관포탄을 맞고 난리야! 이 썩어빠진 근성을 가진 러시안들!”
안나의 비웃음소리는 소련군인들을 도망가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넘쳐서 그들을 반쯤 실성케 만들고 있었다.
“.............”
피해 : 0%
아군의 피해 : 30%
적군의 피해 : 95%
전투 보고 :
T-34탱크를 네이팜폭탄으로 구워 버림. 해치를 열고 나온 적들의 머리들을 베었다.
적들에게서 데그차례프 기관총을 노획. 25명의 아킬레스건을 파괴, 나머지 도망가는 이들에게 루거 권총탄을 한발씩 쏘아서 헤드샷. 아킬레스건이 박살난 병사들은 강력 전기분쇄기로 갈아버림.
도망가던 병사들 40명들의 팔과 다리를 각각 공간 소멸 자동소총으로 소멸시켜버림. 발이 없어서 도망을 못 치는 병사들에게 신경독 주입기를 이용하였음. 10분 동안 고통을 느끼다 죽음.
피를 심하게 흘려 의무병들이 가망이 없다고 하는 포로들에게 모르핀 대신 강력한 고통자극제인 ‘소마’ 투여하여 실험결과를 재확인.
TNT 폭약들을 폭발직전의 시간에서 멈추게 한 뒤. 살아남은 적들을 타임머신으로 모조리 폭발 전의 시공으로 추락시켰음. 뼛조각 하나도 찾을 수 없음
보고서 : 이 지역 소련군의 기술력과 공업력에 대하여
소련군 출신의 엔지니어들을 잡아 심문한 결과. 대독일군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조건과 하등한 기술력을 지닌 것이 재확인되어짐. T-34에 대한 기술력을 알아낸 뒤 화학가스로 제거할 예정임.
-대독일제국의 엔지니어 마스터-
“헉!”
........아냐. 이건 꿈이야! 그래 꿈이야. 나는 대 소비에트 연방군이야. 독일군이 아니라고!!
안나는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고 반박이라도 하듯 더욱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고통에 안나는 부들부들 떨며 알약 두알을 씹어 삼켰다. 심장은 이렇게 말했다. 넌 소련군이 아니라 독일군이었다고. 그리고 넌 독일군이었지만 소련군이 되었다고...
“....다행이야. 여긴 러시아가 아니라 일본이야.”
그녀는 눈물 두어 방울을 떨어뜨리며 신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였다. 꿈속에서 본 자신들의 결과가 옛날 일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였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녀들은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그것에 대한 용서는 인간들이 아니라 천계의 신이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보부를 나왔어도 신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안나는 신의 은총을 바라며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기도를 어느 누가 보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끔찍했던 시간을 모두 잊게 해주십시오.’
그 끔찍했던 시간이란 것이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묠니르와 안나, 이반과 인줴라면 모두들 알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인류가 최초로 방사능이란 끔찍한 산물을 이용하게 된 전쟁 속의 긴긴 시간이란 것을.
“그리고.”
베르단디와 묠니르가 나를 버리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안나의 마지막 기도였다. 물론 안나의 소원이 신에게 닿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베르단디나 케이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알아주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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