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아앗! 진정한 위기란? 옆에 있는 당신을 잃는 것 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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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르륵.
후르륵.
“음 차맛 좋은데? 베르단디?”
“후훗. 이 차의 비결은 말이죠!”
곳곳에 폭격이라도 맞은 듯 참상이 이어지는 모두의 Tea Room. 그 이름답게 모두들 이곳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다리 하나가 부서졌지만 서있는데 큰 지장이 없는 탁자를 하나 세워 그것을 중심으로 모여 모두들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베르단디의 차를 음미하며 화기애애하게 보냈겠지만 지금은 모두 즐거운 분위기로 차를 음미하고 있지는 않았다. 베르단디의 차에 반해 눈동자를 빛내는 힐드를 제외하곤 말이다.
“.........”
베르단디 앞에서 아양 떠는 듯 한 힐드의 모습이 아니꼽다는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안나.
“뭐야? 아직도 삐진거냐?”
“..........말 걸지마라.”
째려보며 사래를 젓는 안나의 모습에 힐드는 미소가 싹 사라져버렸다. 흥을 잃어버렸다는 얼굴이 되어 이반과 베르단디 사이에 털썩 앉으며 궁시렁거렸다. 저 녀석 확실히 삐졌다! 아직도 번개공격 맞은 것이 화가 덜 풀렸나보다! 등의 매우 한가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말이다.
“네녀석. 여기까지 와서 차 마실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분명 세력 확장이다, 마계의 통치다 해서 상당히 바쁠 텐데. 겨우 나 한명 잡자고 직접 나선 것인가? 하긴. 저기 있는 저 어리버리한 마족을 보냈다면 분명 피를 토하며 살려달라고 빌고 있을.”
쾅!
안나와 힐드, 베르단디를 제외한 모두들 움찔거린다. 탁자가 굉음과 함께 흔들리더니 찻잔 속 붉은 액체들도 똑같이 출렁였다. 탁자 위에는 검은 장갑을 낀 주먹쥔 여자의 손이 올려져 있었다. 힐드의 직속부하로 있는 마라였다. 안나의 자신을 비꼬는 말에 무척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네놈! 다시 말해봐!! 확 복을 불러들이는 고양이 인형더미 속에 파묻어버릴테다!!”
“할 수는 있냐? 하급 주제에.”
“크악! 이놈이!! 난 하급이 아니라 상급이란 말이다.”
그렇게 소리치며 밥상 뒤엎기를 시도하려는 마라를 옆에 있는 울드와 페이오스가 가까스로 말렸다. 마라의 분노를 멍하니 지켜보던 힐드가 찻잔을 입에 갔다 대더니.
“네가 마족들을 욕할 자격은 없어. 최소한 배신자들은 마족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 부하가 어리석다고 대놓고 욕하지 마.”
“.......”
“지금 당장 봉인해제하고 널 죽이는 수가 있다!”
안나와 비슷한 눈빛으로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는 힐드. 그녀의 변한 태도에 안나도 똑같은 얼굴로 맞대응을 했다.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 방전현상이 일어나는 듯 했다.
“배신자라? 웃기는군. 혁명정신을 기만하고 우릴 쫓아낸 자식이 누구더라? 덕택에 전쟁만 일어났잖아!”
“어머. 네가 말 한대로 혁명을 그대로 이어서 했다면 우린 지금의 러시아처럼 천계에게 실질적으로 패배한 상태일걸?”
“흥!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러시아의 R자도 꺼내지마! 그따위 나라 이야기는 묠니르한테나 하시지?”
이런 식의 오붓하고(?) 따끈한(?) 그녀들의 아름다운(??)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다 못한 케이와 베르단디가 제지에 나섰다. 여차하면 울드, 페이오스들과 함께 방어 술법을 전개할 태세였다. 그녀들의 힘든 상황을 눈치 챈 힐드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턱을 괸다. 그녀의 팔꿈치에 검댕이 잔뜩 묻었다.
“옛 이야기는 그만해. 잠깐 동안 휴전하는 것이 어때? 어차피 여기서 더 싸웠다간 나나, 너나 몸이 성치 않을걸! 아니 그것보단 케이들의 집이 성치 않겠지.”
“음 그렇군. 좋다. 휴전이다!”
‘하시려면 진작들 좀 하시지! 왜 이제 와서 중단이야? 그리고 당신들 눈에는 이 집이 성한 걸로 보여?’
케이와 모두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바라보았다. 케이는 속으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조용히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묠니르가 나한테 불행이라도 끌고 오는 것인가?’
물론 약기운에 의지하는 안나의 폭언이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왜 힐드가 이런 곳에 안나를 찾아오겠는가? 그것도 죽인다고?!’
케이의 마음속에 점점 의문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부하는 딱 한명 뿐이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응접실. 갑자기 힐드가 안나의 귀를 붙잡고 물었다. 안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손을 탁 낚아챘다.
“1명 더 왔다. 코드명은 엔. 줴.(옌지니예르) 그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졌어. 여하튼 귀찮은 녀석들뿐이야. 실없이 웃는 바보놈과, 절대 말을 하지 않는 바보 멍텅구리, 뭐든지 믿고 일을 실천하는 미친 녀석.”
“거기다 허구한 날 화만 내는 약물 중독자도 집어넣지?”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
안나의 예의 입을 쩍 벌리고 미친 듯 한 웃음소리를 낸다. 울드도 그녀를 따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 웃음을 짓는다. 그녀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주고받고 싶지 않는 비꼬는 말투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이 녀석. 너 오늘 제대로 걸렸어. 뭐가 어쩌고 어째?!”
“호호호. 살려주려했더니. 미쳤나 보네? 내가 죽여줄까?”
그녀들이 결국 탁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들이 일어나기 무섭게 케이가 일어나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너무도 활동적인 그녀들의 몸에 손을 올리고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케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울드와 스쿨드들이 당황하여 말리려 했지만 케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싸움은 그만하고, 도대체 왜 서로가 싸우는거에요? 힐드. 배신자라서 죽이러 왔다는 말은 왠지 억지인 것 같은데요?”
케이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힐드에게 추궁한다. 잘됐다는 얼굴로 미소를 듬뿍 그린 힐드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케이가 얼굴을 붉히자 힐드가 중얼거렸다.(훗! 귀여운데?)
“안나들은 천계와....공조했다? 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그만 두었다고 해도 과연 천계에서 당신의 행동을 용납할까요? 내 생각에는 그건 좀 힘들다 싶은데.”
“!!!”
“호오! 예리한데? 케이!”
힐드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뼉을 짝짝 쳤다. 이제는 천계에 속해 있지 않기에 잊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안나도 그제야 힐드가 본체로 각성하지 않은, 아니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천계에 여러 정보를 올릴 자신들을 죽였다간 천계와 무슨 마찰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맞아! 내가 안나와 저 남자를 죽이러 왔다는 것은 새빠알~간 거짓말이지롱! 미안 울드! 내가 거짓말 했다. 헤헤”
“어휴.”
울드가 한숨을 내쉬며 철없는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럼 놀러 온 거유? 라며 묻는 듯 한 울드의 얼굴은 힐드의 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기밀 같은 위험천만한 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한 힐드가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그냥 놀고 싶어서……. 어이 마라! 겨우 그거야? 라고 궁시렁거리지마! 흠흠!”
“정말이냐?”
안나가 되묻자, 힐드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물론 뻥이지롱~”
“오호라! 힐드 네가 정신 나간 모양이군? 조용히 처리해줄까?”
“안나!!”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가 동시에 외쳐 안나를 제지한다. 자신의 말투가 여신들의 지적을 받자 안나가 제길!을 외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힐드는 방해꾼이 사라졌음(?)을 확인한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여기 온 이유는……. 묠니르에 대한 정보 공유와 더불어.”
“더불어?”
“우리를 귀찮게 구는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어. 물론 그들은 천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신들도 그들에 대해서 파악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내가 대충 아는 사실들은....”
안나의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페이오스는 힐드의 말을 들으며 이번 기회에 천계를 방문하여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울드와 스쿨드는 장난기 넘치는 침략자의 얼굴 대신 진지한 연설가를 보는 듯 한 힐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병력 상황이나, 자금줄, 위협정도따위는 안나가 알고 있을 테니 난 여기서 빠지도록 하고, 그럼 마라 우린 이제 철수할까?”
“예엣? 아. 네에엣..”
라며 조용히 폐허가 된 집을 떠나려는 힐드. 그녀를 급하게 붙잡는 울드와 베르단디. 먼저 베르단디가 말을 걸었다.
“방금 맛있다고 하신 차의 제조법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또 놀러오세요.”
“글쎄~울드가 보고 싶어서라도 자주 찾아오고 싶지만. 안나랑 사이도 안 좋고, 울드가 싫어하니까.”
“흥! 내 탓으로 넘기지 마슈~!”
울드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힐드 앞에 서서 뚱한 표정으로 답한다. 뾰루퉁한 그녀의 얼굴에 담긴 쓸쓸함을 느낀 힐드가 힘차게 웃으며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울드의 키와 비슷한 높이에 선 조그만 힐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한 눈길로 말했다.
“미안하다. 너희한테 폐만 끼쳤구나. 뭐~정 안되면 고쳐주기라도 할까?”
“흥! 됐네요. 여기 있는 베르단디와 내 힘을 무시하는 거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베르단디가 속으로 씁쓸함을 씹었다. 뭔가 아쉬운 표정의 울드가 좀 더 솔직해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힐드 앞에서 울드는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다. 어차피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알았다. 먼저 간다~저기 있는 군사마니아 녀석들 조심하고 잘들 있어! 다음번에는 더욱 재미있는 일을 가지고 올테닷!”
“재미있는 일 가지고 오지 마! 당신한텐 재미고 우리한테는 끔찍 그 자체라고!”
“호호호호호”
명량, 쾌활한 웃음소리를 사방에 퍼뜨리며 힐드는 모두 앞에서 그렇게 사라져갔다. 물론 그녀의 직속부하라고 자칭하는 마라도 말이다.
“병력 같은 것은 방금 전에 대충 말 한대로다. 녀석들은 흑막에 가려져 있고, 구체적인 상황, 동기 같은 것을 아는 이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녀석들의 차후를 좀 더 기다려야 겠지만. 우린 그러기 싫거든?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된 묠니르를 데려가길 원하는 거다. 당신들한텐 그런 것을 선택할 권한이 주어지니까”
안나가 말하는 ‘적’들이란 묘사 자체가 조금 힘든 이들이었다. 왜냐하면.
“녀석들과 접촉한 우리측 요원들은 전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안나.
의문이 생긴 케이가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의문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왜 우리가 묠니르의 행동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지?”
“아아. 그거? 알고 싶나?”
안나가 예리하게 케이를 주시한다. 케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이외에 다른 이들도 이유를 알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알려주지. 녀석의 계좌라는 것에 대해서.”
후르륵.
“음 차맛 좋은데? 베르단디?”
“후훗. 이 차의 비결은 말이죠!”
곳곳에 폭격이라도 맞은 듯 참상이 이어지는 모두의 Tea Room. 그 이름답게 모두들 이곳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다리 하나가 부서졌지만 서있는데 큰 지장이 없는 탁자를 하나 세워 그것을 중심으로 모여 모두들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베르단디의 차를 음미하며 화기애애하게 보냈겠지만 지금은 모두 즐거운 분위기로 차를 음미하고 있지는 않았다. 베르단디의 차에 반해 눈동자를 빛내는 힐드를 제외하곤 말이다.
“.........”
베르단디 앞에서 아양 떠는 듯 한 힐드의 모습이 아니꼽다는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안나.
“뭐야? 아직도 삐진거냐?”
“..........말 걸지마라.”
째려보며 사래를 젓는 안나의 모습에 힐드는 미소가 싹 사라져버렸다. 흥을 잃어버렸다는 얼굴이 되어 이반과 베르단디 사이에 털썩 앉으며 궁시렁거렸다. 저 녀석 확실히 삐졌다! 아직도 번개공격 맞은 것이 화가 덜 풀렸나보다! 등의 매우 한가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말이다.
“네녀석. 여기까지 와서 차 마실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분명 세력 확장이다, 마계의 통치다 해서 상당히 바쁠 텐데. 겨우 나 한명 잡자고 직접 나선 것인가? 하긴. 저기 있는 저 어리버리한 마족을 보냈다면 분명 피를 토하며 살려달라고 빌고 있을.”
쾅!
안나와 힐드, 베르단디를 제외한 모두들 움찔거린다. 탁자가 굉음과 함께 흔들리더니 찻잔 속 붉은 액체들도 똑같이 출렁였다. 탁자 위에는 검은 장갑을 낀 주먹쥔 여자의 손이 올려져 있었다. 힐드의 직속부하로 있는 마라였다. 안나의 자신을 비꼬는 말에 무척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네놈! 다시 말해봐!! 확 복을 불러들이는 고양이 인형더미 속에 파묻어버릴테다!!”
“할 수는 있냐? 하급 주제에.”
“크악! 이놈이!! 난 하급이 아니라 상급이란 말이다.”
그렇게 소리치며 밥상 뒤엎기를 시도하려는 마라를 옆에 있는 울드와 페이오스가 가까스로 말렸다. 마라의 분노를 멍하니 지켜보던 힐드가 찻잔을 입에 갔다 대더니.
“네가 마족들을 욕할 자격은 없어. 최소한 배신자들은 마족이 아니거든. 그리고 내 부하가 어리석다고 대놓고 욕하지 마.”
“.......”
“지금 당장 봉인해제하고 널 죽이는 수가 있다!”
안나와 비슷한 눈빛으로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는 힐드. 그녀의 변한 태도에 안나도 똑같은 얼굴로 맞대응을 했다.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 방전현상이 일어나는 듯 했다.
“배신자라? 웃기는군. 혁명정신을 기만하고 우릴 쫓아낸 자식이 누구더라? 덕택에 전쟁만 일어났잖아!”
“어머. 네가 말 한대로 혁명을 그대로 이어서 했다면 우린 지금의 러시아처럼 천계에게 실질적으로 패배한 상태일걸?”
“흥!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러시아의 R자도 꺼내지마! 그따위 나라 이야기는 묠니르한테나 하시지?”
이런 식의 오붓하고(?) 따끈한(?) 그녀들의 아름다운(??)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다 못한 케이와 베르단디가 제지에 나섰다. 여차하면 울드, 페이오스들과 함께 방어 술법을 전개할 태세였다. 그녀들의 힘든 상황을 눈치 챈 힐드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턱을 괸다. 그녀의 팔꿈치에 검댕이 잔뜩 묻었다.
“옛 이야기는 그만해. 잠깐 동안 휴전하는 것이 어때? 어차피 여기서 더 싸웠다간 나나, 너나 몸이 성치 않을걸! 아니 그것보단 케이들의 집이 성치 않겠지.”
“음 그렇군. 좋다. 휴전이다!”
‘하시려면 진작들 좀 하시지! 왜 이제 와서 중단이야? 그리고 당신들 눈에는 이 집이 성한 걸로 보여?’
케이와 모두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바라보았다. 케이는 속으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조용히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묠니르가 나한테 불행이라도 끌고 오는 것인가?’
물론 약기운에 의지하는 안나의 폭언이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왜 힐드가 이런 곳에 안나를 찾아오겠는가? 그것도 죽인다고?!’
케이의 마음속에 점점 의문이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부하는 딱 한명 뿐이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응접실. 갑자기 힐드가 안나의 귀를 붙잡고 물었다. 안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손을 탁 낚아챘다.
“1명 더 왔다. 코드명은 엔. 줴.(옌지니예르) 그 녀석은 어디론가 사라졌어. 여하튼 귀찮은 녀석들뿐이야. 실없이 웃는 바보놈과, 절대 말을 하지 않는 바보 멍텅구리, 뭐든지 믿고 일을 실천하는 미친 녀석.”
“거기다 허구한 날 화만 내는 약물 중독자도 집어넣지?”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
안나의 예의 입을 쩍 벌리고 미친 듯 한 웃음소리를 낸다. 울드도 그녀를 따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 웃음을 짓는다. 그녀들의 웃음소리와 전혀 주고받고 싶지 않는 비꼬는 말투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이 녀석. 너 오늘 제대로 걸렸어. 뭐가 어쩌고 어째?!”
“호호호. 살려주려했더니. 미쳤나 보네? 내가 죽여줄까?”
그녀들이 결국 탁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들이 일어나기 무섭게 케이가 일어나 그녀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너무도 활동적인 그녀들의 몸에 손을 올리고 이제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케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울드와 스쿨드들이 당황하여 말리려 했지만 케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싸움은 그만하고, 도대체 왜 서로가 싸우는거에요? 힐드. 배신자라서 죽이러 왔다는 말은 왠지 억지인 것 같은데요?”
케이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힐드에게 추궁한다. 잘됐다는 얼굴로 미소를 듬뿍 그린 힐드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케이가 얼굴을 붉히자 힐드가 중얼거렸다.(훗! 귀여운데?)
“안나들은 천계와....공조했다? 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그만 두었다고 해도 과연 천계에서 당신의 행동을 용납할까요? 내 생각에는 그건 좀 힘들다 싶은데.”
“!!!”
“호오! 예리한데? 케이!”
힐드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뼉을 짝짝 쳤다. 이제는 천계에 속해 있지 않기에 잊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안나도 그제야 힐드가 본체로 각성하지 않은, 아니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천계에 여러 정보를 올릴 자신들을 죽였다간 천계와 무슨 마찰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맞아! 내가 안나와 저 남자를 죽이러 왔다는 것은 새빠알~간 거짓말이지롱! 미안 울드! 내가 거짓말 했다. 헤헤”
“어휴.”
울드가 한숨을 내쉬며 철없는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럼 놀러 온 거유? 라며 묻는 듯 한 울드의 얼굴은 힐드의 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기밀 같은 위험천만한 자료가 아니라고 판단한 힐드가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그냥 놀고 싶어서……. 어이 마라! 겨우 그거야? 라고 궁시렁거리지마! 흠흠!”
“정말이냐?”
안나가 되묻자, 힐드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물론 뻥이지롱~”
“오호라! 힐드 네가 정신 나간 모양이군? 조용히 처리해줄까?”
“안나!!”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가 동시에 외쳐 안나를 제지한다. 자신의 말투가 여신들의 지적을 받자 안나가 제길!을 외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힐드는 방해꾼이 사라졌음(?)을 확인한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여기 온 이유는……. 묠니르에 대한 정보 공유와 더불어.”
“더불어?”
“우리를 귀찮게 구는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어. 물론 그들은 천계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신들도 그들에 대해서 파악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내가 대충 아는 사실들은....”
안나의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페이오스는 힐드의 말을 들으며 이번 기회에 천계를 방문하여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울드와 스쿨드는 장난기 넘치는 침략자의 얼굴 대신 진지한 연설가를 보는 듯 한 힐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병력 상황이나, 자금줄, 위협정도따위는 안나가 알고 있을 테니 난 여기서 빠지도록 하고, 그럼 마라 우린 이제 철수할까?”
“예엣? 아. 네에엣..”
라며 조용히 폐허가 된 집을 떠나려는 힐드. 그녀를 급하게 붙잡는 울드와 베르단디. 먼저 베르단디가 말을 걸었다.
“방금 맛있다고 하신 차의 제조법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또 놀러오세요.”
“글쎄~울드가 보고 싶어서라도 자주 찾아오고 싶지만. 안나랑 사이도 안 좋고, 울드가 싫어하니까.”
“흥! 내 탓으로 넘기지 마슈~!”
울드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힐드 앞에 서서 뚱한 표정으로 답한다. 뾰루퉁한 그녀의 얼굴에 담긴 쓸쓸함을 느낀 힐드가 힘차게 웃으며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울드의 키와 비슷한 높이에 선 조그만 힐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상한 눈길로 말했다.
“미안하다. 너희한테 폐만 끼쳤구나. 뭐~정 안되면 고쳐주기라도 할까?”
“흥! 됐네요. 여기 있는 베르단디와 내 힘을 무시하는 거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베르단디가 속으로 씁쓸함을 씹었다. 뭔가 아쉬운 표정의 울드가 좀 더 솔직해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힐드 앞에서 울드는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다. 어차피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알았다. 먼저 간다~저기 있는 군사마니아 녀석들 조심하고 잘들 있어! 다음번에는 더욱 재미있는 일을 가지고 올테닷!”
“재미있는 일 가지고 오지 마! 당신한텐 재미고 우리한테는 끔찍 그 자체라고!”
“호호호호호”
명량, 쾌활한 웃음소리를 사방에 퍼뜨리며 힐드는 모두 앞에서 그렇게 사라져갔다. 물론 그녀의 직속부하라고 자칭하는 마라도 말이다.
“병력 같은 것은 방금 전에 대충 말 한대로다. 녀석들은 흑막에 가려져 있고, 구체적인 상황, 동기 같은 것을 아는 이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녀석들의 차후를 좀 더 기다려야 겠지만. 우린 그러기 싫거든?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된 묠니르를 데려가길 원하는 거다. 당신들한텐 그런 것을 선택할 권한이 주어지니까”
안나가 말하는 ‘적’들이란 묘사 자체가 조금 힘든 이들이었다. 왜냐하면.
“녀석들과 접촉한 우리측 요원들은 전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안나.
의문이 생긴 케이가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의문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왜 우리가 묠니르의 행동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는 것이지?”
“아아. 그거? 알고 싶나?”
안나가 예리하게 케이를 주시한다. 케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이외에 다른 이들도 이유를 알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알려주지. 녀석의 계좌라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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