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아앗 평온한 일상이 당신을 감싸네?(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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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긴 어디지?”
“네. 여긴 저 여신님과 케이이치씨의 집이랍니다.”
“누가 모른데?! 이 망할 녀석아!”
한참을 안나의 암바와 새우꺾기, 박치기 등등 온갖 무시무시한 체술과 씨름한 이반이 정신을 차렸는지 헉헉거리며 설명을 하였다. 그의 이마에서 땀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반.”
“넵!”
부하를 부른 뒤 아무 말 없이 주위의 울창한 수풀을 관찰하는 안나. 그녀의 눈에 이곳의 정원은 아름답게 보였다. 아주 조금만 다듬었기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힘들어보였지만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쭉 이어진 나무길은 마치 시베리아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것만 같았다. 순록이나, 늑대 같은 짐승들이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여신이 있는 곳은. 항상 이렇지. 우리가 살아온 곳과는 달라.”
“예? 까삐딴 무슨 말씀이신지?”
안나의 중얼거림에 이반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안나는 이반의 물음에 답을 주지 않았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 쳐다보던 그녀는 제발 버리라며 그를 조마조마하게 만든 바이크 ‘노보 시빌라스크’로 발길을 돌렸다. 케이이치들이 바이크를 주차한 곳으로 따라 그것을 말없이 끌고 가던 안나. 5m 정도 끌고 갔을까? 침묵으로 일관할 것 같던 그녀가 이반을 불렀다.
“당장 이거 갔다 놔. 뭐가 이리 더럽게 무거워!”
“아, 알겠습니다요.”
어쩔 수 없다니까요. 라고 항변하는 듯 한 쓴웃음을 모두에게 지어보이는 이반. ‘언제 철들래?’라며 주위 사람들 앞에서 쓴 소리를 하는 안나. 저쪽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미소를 짓는 케이와 베르단디. 그들의 일상적인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흠. 그러니까 당신들은 묠니르를 찾으러 왔다?”
“응”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몸을 배배 꼬고 앉은 검은 꽁지머리의 여자. 가죽제질로 추정되는 착 달라붙은 옷을 입은 그녀의 몸매는 수준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베르단디나, 베르단디의 자매들과 똑같은 부류에 속하는 여자였다. 인간들이 여신이라고 부르는 존재. 신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현실화된 여신. 그것이 바로 페이오스의 정체였다.
“과거 정보부의 힘으로는 아작 내기……. 죄송합니다! 어쨌든 어려운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어려운 이들? 정보부의 힘으로도?”
페이오스는 겉으로는 커다란 왕국의 도도한 왕녀처럼 굴었다. 하지만 안나 에류드나스의 러시아어를 해석해주는 이반의 통역을 듣고 충격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큰 정보부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듣고 어이를 상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친절한(?) 의뢰자들이 먼저 급했기에 지구 도움 센터의 직원답게 충실히 친절한 서비스를 해나갔다.
“다(네). 흑막에 가려져 있어서, 실제 병력 수준이나 정보력, 경제력 따위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
말이 끊어지자 페이오스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반이 입을 열지 않자 안나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중얼거린다. 이반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소한 마계를 귀찮게 굴 수 있는 존재라는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귀찮게?”
페이오스가 오른쪽 다리를 다시 꼬며 되묻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를 귀찮게 구는 녀석들의 소탕에 내 도움이 필요하다?”
“정확히는 묠니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과거 우리의 리더였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이고. 그가 마족이라는 점도 그런 이유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묠니르의 행방을 알려달라?”
러시안들은 무언의 긍정을 표시했다. 페이오스는 눈을 낮게 뜨고 오른손을 턱에 괴었다. 그녀의 시선은 똑같이 자신을 바라보는(노려보는)안나라는 인물에게 가 있었다. 묠니르를 보낼 때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묠니르는 안나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마계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신께서도 마계의 일은 치명적인 균형 파괴와 관련된 일이 아닌 한 절대로 간섭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건…….이미 마계에서 나갔던 당신들 또한 해당되는 일. 아닌가요?”
“...........”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페이오스의 빙 돌아서 말한 거절에 이반은 뒷머리를 세게 긁적이더니 안나를 쳐다보았다. 안나는 연신 하라쇼를 외치며 페이오스의 의견은 잘 알았다며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눈빛만큼은 아쉽다는 감정과 네가 내 부탁을 거절해? 라고 따지는 듯 한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현재 묠니르는 휴식중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정보부와 우리 지구도움센터에서 보냈거든요. 올해의 최고 성실사원으로 뽑혔을 정도면.....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죠?”
“밥도..안 먹고, 취미는 무기 손질.”
어설프지만 ‘무기 손질’ 이라는 부분만은 명확하게 구사하는 안나의 일본어.
“그런 셈이죠. 그는 정말 이상해요.”
“그래도 여기 주인 모리사토 케이이치만 할까나?”
안나가 조금 비꼬는 듯 한 말투로 페이오스에게 물었다. 페이오스는 킥킥거리더니 맘에 든다는 뜻이 듬뿍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이곳 주인은 더욱 이상하죠!’라고 한마디 덧붙인 뒤 미소를 싹 거두었다.
“확실히 케이씨는 보통 인간들과는 틀려요. 베르단디가 반할 정도면. 정말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 정도라고 해둘까요?”
“그렇군. 철저하게 해부해보고 싶을 정도야.”
그녀들의 케이에 관한 대화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엣취!”
감기인가? 라고 케이이치는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따뜻해야할 응접실은 가을바람이 새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 정말 감기였을까? 아니면 누가 내 이야기라도?
사이에 어중간하게 껴서 머리만 긁적이며 바람 들이키는 소리만 내던 이반이 입을 열었다.
“저기 까삐딴, 페이오스 님.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고, 묠니르의 행방은 묘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다른세계에서 온 두 여자들이 동시에 미닫이 문을 연 것이다. 그녀들은 동시에 이렇게 소리쳤다.
“안 도와줘요!”
“어차피 사라졌잖아”
쿵. 드르르륵
‘아아.’
문이 닫혔다. 쿵 소리는 이반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찔 때 난 소리였다. 방안에서 페이오스와 안나의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와, 케이이치, 묠니르에 관련된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구수한 입담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수다에 쫓겨난 이반도 다시 끼고 싶었지만.
“이봐 빨리 이쪽으로 와! 당신들 때문에 내가 엉망이 됐잖아!”
흑발을 가진 미소녀에게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는 나뭇바닥을 질질 끌리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왁자지껄.
모리사토 케이이치의 사원(집)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는 아니지만)는 이런 것이 아닐까? 무지 혼란스런 분위기의 이 집에서 조용한 세 사람이 있었다. 페이오스와 안나는 페이오스의 방안에서 깔깔거리며 떠들고 있으니 이 세 사람에서 탈락된다. 스쿨드와 이반은 문을 쾅 닫고는 기계음(용접음으로 추정되는)을 내고 있으니 조용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뭐야 이거. 손님들이 왔기에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재미있지가 않잖아. 아까 낮에는 어떤 시답잖은 놈의 장난 전화 때문에 쓰즈미야 하루히의 모험도 못 보고.”
불평불만을 조용히 털어놓으며 부엌에서 가져온 고랑주를 꿀꺽 목으로 쭈욱 들이키는 은발의 울드와.
“오늘은 집이 참 소란스럽네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남자들을 휘어잡는(??)푸른색 눈동자가 빛나는 베르단디와.
“하하……. 그러네.”
라고 일상적인 하루를 맞이하는 케이이치가 바로 3인방이었다. 그들은 응접실의 조그만 탁자로 모여 앉아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페이오스들이나 스쿨드들의 소란에 비하면 그들의 행동은 정말 이웃에 폐를 끼칠 수 없는 매우 훌륭한 행동이었다. 강력한 알코올 성분 때문에 헬렐레하며 케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울드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저 마족들은 묠니르의 친구라고 했지? 딸꾹.”
취기를 잔뜩 뽐내며 붉게 달아오른 볼을 술병에 부비부비하는 울드가 말했다. 케이는 싫다는 표정을 지어 울드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려 했으나 그녀의 팔은 어깨위에 올린 정도가 아니라 조금 전 마당에서 시전한 안나의 암바와 똑같이 변해가고 있었다.
“커헉! 울드 그만해.”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겨우 팔 올린 정돈데 뭘. 하하하!”
라고 떠드는 울드. 그녀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케이가 목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이반의 심정이 이랬을까? 우유부단한 자신을 탓하며 한숨을 내쉬는 케이이치. 베르단디가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장난을 거는 울드와 장난에 넘어가 고생하는 케이. 둘 다 조용해졌다. 평소처럼 활기찬 미소의 베르단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정말 묠니르를 찾으러 온 것만이 목적일까요?”
“왜 그래 베르단디?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그녀가 추리에 빠져들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케이도 덩달아 심각해지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걱정 마세요 케이씨.”
“..................”
다시 응접실은 조용해졌다.
“정말 이걸 당신 혼자서 만들었다고요?”
“에헴! 물론이지. 나 같은 천계 최고의 메카닉전문가가 아니면 못 만드는 것이라고!”
이반의 눈앞에는 꿈같은 SF소설 속 현실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마계에서도 이미 수차례 보았던 비슷한 부류들(예를 들어 기억재생장치나 공간 더블러 같은)도 있었지만 두 개의 발명품은 그를 ‘스쿨드는 위대하다’는 광신도적 생각 속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곳의 허접한 쓰레기 부품들로 저런 인공지능들을 만들어 내다니! 현지 미국 과학연구소도 이런 형태의 전투 골렘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골렘이 아니야!! 시글과 밤페이군은 골렘이 아니라 휴머노이드와 안드로노이드야!”
이반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스쿨드를 칭찬하였다. 하지만 스쿨드는 이반의 입에서 나온 골렘이란 단어를 정정하게 만들며 그를 천천히 끌고 시글쪽으로 향했다. 시글은 어린 소녀 형태의 휴머노이드. 그 옆에 머리와 잔해만 남아 굴러다니는 인간형이지 인간 같지 않은 모자 쓴 안드로노이드가 밤페이군이었다. 그것들은 지구를 휴가차 방문해 지금은 여행 중일 묠니르의 결과물들이었다. 시글의 경우 그의 조악한 법술공격으로 인공피부와 중요부품 몇 개가 타올라 있었고, 밤페이군의 경우는 몸이 몇동강이 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걸 묠니르가 이렇게 했다?”
“응! 고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갔어! 그런 고로.”
척.
스쿨드의 손가락이 이반을 가리켰다. 이반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자기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요?”
“당연하지. 그 사람은 당신의 리더라면서? 리더의 잘못은 부하들이 똑같이 책임을 물어야지!”
아니 왜 나야?! 이반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헛바람을 들이키며 억울하다고 항변을 했지만. 자신의 작품들이 다쳤다는 분노(?) 때문에 복수의 화신이 된 스쿨드는 그런 항변 따위는 안 들린다는 듯 무시하고 있었다. 이반에게 스쿨드의 미소는 그를 잡아먹으려고 파견된 악마의 군단장 같아 보였다.
“나, 나는 이런 기계의 기자도 모른다고요. 내 동료중 하나인 엔줴(엔지니예르[기술자]의 앞글자를 따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녀석은 비행기 안에서 헤어졌고.”
“어? 또 동료가 있었던 거야?”
“넵. 그것도 실력 좋은 기술자로.”
흠. 스쿨드는 잠시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다. 기술자가 있었다고?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던 스쿨드는 연장도구를 그에게 주어주며 말했다.
“자 빨리 날 도와줘.”
‘전혀 생각도 안 했잖아!!!!!!!’
라고 절규했다. 그렇지만 절규한다고 한들. 이 사건의 장본인인 묠니르가 돌아오거나, 엔줴가 길거리에서 오싹 떨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가 돌아오면 가만 안 둘거라며 묠니르에게 수백 번 저주를 하며 공구를 조였으니 묠니르가 이유 없이 돋는 소름에 몸부림쳤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흠. 저 녀석들은 만날 저렇게 소란스럽네?
어둠 속에서 한 소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미있다는 미소를 머금고 어둠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저택 같은 옛 사원 안에는 이제 서로간의 재미있는 잡담을 끝내고 한 곳에 모인 케이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이 소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 중 두 명은…….
“와. 사냥감이 늘어나서 더욱 재미있겠어. 후후후.”
소녀의 불끈 쥔 주먹에서 초록색 불꽃이 확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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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하루 편은 오늘로 끝~~~! [이게 정말로 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작가!]
하하하. 주위에서 돌멩이가 날아오는 것 같군요.[퍼퍽.]
어쩌면 바위가 날아올지도....
여하튼 독자들의 힘은 위대하다! [이건 아니잖아!]
내일부턴 또 다른 사건의 전개입니다. 숨겨진 또 다른 인물의 등장과 우리의 소동을 일으키는 그 분께서 강림하십니다.
[힌트라고 하긴 쫌 뭐하지만 강림이란 단어를 주목하시고 만화책을 차근차근 읽어보시길. 분명 케이이치들 앞에 강림했던 수많은 분들 중 하나입니다. 말하자면 만화속 원조 캐릭터?]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다음 주말을 기대해주세요!!!!
[* 주의 : 독자들은 작가들에게 코멘을 주시오. 안 주면…….어떻게 될까?]
“네. 여긴 저 여신님과 케이이치씨의 집이랍니다.”
“누가 모른데?! 이 망할 녀석아!”
한참을 안나의 암바와 새우꺾기, 박치기 등등 온갖 무시무시한 체술과 씨름한 이반이 정신을 차렸는지 헉헉거리며 설명을 하였다. 그의 이마에서 땀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반.”
“넵!”
부하를 부른 뒤 아무 말 없이 주위의 울창한 수풀을 관찰하는 안나. 그녀의 눈에 이곳의 정원은 아름답게 보였다. 아주 조금만 다듬었기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힘들어보였지만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쭉 이어진 나무길은 마치 시베리아 한가운데에 들어서 있는 것만 같았다. 순록이나, 늑대 같은 짐승들이 없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여신이 있는 곳은. 항상 이렇지. 우리가 살아온 곳과는 달라.”
“예? 까삐딴 무슨 말씀이신지?”
안나의 중얼거림에 이반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하지만 안나는 이반의 물음에 답을 주지 않았다.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 쳐다보던 그녀는 제발 버리라며 그를 조마조마하게 만든 바이크 ‘노보 시빌라스크’로 발길을 돌렸다. 케이이치들이 바이크를 주차한 곳으로 따라 그것을 말없이 끌고 가던 안나. 5m 정도 끌고 갔을까? 침묵으로 일관할 것 같던 그녀가 이반을 불렀다.
“당장 이거 갔다 놔. 뭐가 이리 더럽게 무거워!”
“아, 알겠습니다요.”
어쩔 수 없다니까요. 라고 항변하는 듯 한 쓴웃음을 모두에게 지어보이는 이반. ‘언제 철들래?’라며 주위 사람들 앞에서 쓴 소리를 하는 안나. 저쪽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고 미소를 짓는 케이와 베르단디. 그들의 일상적인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흠. 그러니까 당신들은 묠니르를 찾으러 왔다?”
“응”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몸을 배배 꼬고 앉은 검은 꽁지머리의 여자. 가죽제질로 추정되는 착 달라붙은 옷을 입은 그녀의 몸매는 수준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베르단디나, 베르단디의 자매들과 똑같은 부류에 속하는 여자였다. 인간들이 여신이라고 부르는 존재. 신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현실화된 여신. 그것이 바로 페이오스의 정체였다.
“과거 정보부의 힘으로는 아작 내기……. 죄송합니다! 어쨌든 어려운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어려운 이들? 정보부의 힘으로도?”
페이오스는 겉으로는 커다란 왕국의 도도한 왕녀처럼 굴었다. 하지만 안나 에류드나스의 러시아어를 해석해주는 이반의 통역을 듣고 충격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큰 정보부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듣고 어이를 상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친절한(?) 의뢰자들이 먼저 급했기에 지구 도움 센터의 직원답게 충실히 친절한 서비스를 해나갔다.
“다(네). 흑막에 가려져 있어서, 실제 병력 수준이나 정보력, 경제력 따위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
말이 끊어지자 페이오스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반이 입을 열지 않자 안나가 러시아어로 뭐라고 중얼거린다. 이반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소한 마계를 귀찮게 굴 수 있는 존재라는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귀찮게?”
페이오스가 오른쪽 다리를 다시 꼬며 되묻자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를 귀찮게 구는 녀석들의 소탕에 내 도움이 필요하다?”
“정확히는 묠니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과거 우리의 리더였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이고. 그가 마족이라는 점도 그런 이유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묠니르의 행방을 알려달라?”
러시안들은 무언의 긍정을 표시했다. 페이오스는 눈을 낮게 뜨고 오른손을 턱에 괴었다. 그녀의 시선은 똑같이 자신을 바라보는(노려보는)안나라는 인물에게 가 있었다. 묠니르를 보낼 때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묠니르는 안나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마계와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신께서도 마계의 일은 치명적인 균형 파괴와 관련된 일이 아닌 한 절대로 간섭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건…….이미 마계에서 나갔던 당신들 또한 해당되는 일. 아닌가요?”
“...........”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페이오스의 빙 돌아서 말한 거절에 이반은 뒷머리를 세게 긁적이더니 안나를 쳐다보았다. 안나는 연신 하라쇼를 외치며 페이오스의 의견은 잘 알았다며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눈빛만큼은 아쉽다는 감정과 네가 내 부탁을 거절해? 라고 따지는 듯 한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현재 묠니르는 휴식중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정보부와 우리 지구도움센터에서 보냈거든요. 올해의 최고 성실사원으로 뽑혔을 정도면.....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죠?”
“밥도..안 먹고, 취미는 무기 손질.”
어설프지만 ‘무기 손질’ 이라는 부분만은 명확하게 구사하는 안나의 일본어.
“그런 셈이죠. 그는 정말 이상해요.”
“그래도 여기 주인 모리사토 케이이치만 할까나?”
안나가 조금 비꼬는 듯 한 말투로 페이오스에게 물었다. 페이오스는 킥킥거리더니 맘에 든다는 뜻이 듬뿍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이곳 주인은 더욱 이상하죠!’라고 한마디 덧붙인 뒤 미소를 싹 거두었다.
“확실히 케이씨는 보통 인간들과는 틀려요. 베르단디가 반할 정도면. 정말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 정도라고 해둘까요?”
“그렇군. 철저하게 해부해보고 싶을 정도야.”
그녀들의 케이에 관한 대화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엣취!”
감기인가? 라고 케이이치는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따뜻해야할 응접실은 가을바람이 새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 정말 감기였을까? 아니면 누가 내 이야기라도?
사이에 어중간하게 껴서 머리만 긁적이며 바람 들이키는 소리만 내던 이반이 입을 열었다.
“저기 까삐딴, 페이오스 님. 아직 이야기는 안 끝났고, 묠니르의 행방은 묘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드르륵 열렸다. 다른세계에서 온 두 여자들이 동시에 미닫이 문을 연 것이다. 그녀들은 동시에 이렇게 소리쳤다.
“안 도와줘요!”
“어차피 사라졌잖아”
쿵. 드르르륵
‘아아.’
문이 닫혔다. 쿵 소리는 이반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찔 때 난 소리였다. 방안에서 페이오스와 안나의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와, 케이이치, 묠니르에 관련된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구수한 입담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수다에 쫓겨난 이반도 다시 끼고 싶었지만.
“이봐 빨리 이쪽으로 와! 당신들 때문에 내가 엉망이 됐잖아!”
흑발을 가진 미소녀에게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는 나뭇바닥을 질질 끌리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왁자지껄.
모리사토 케이이치의 사원(집)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는 아니지만)는 이런 것이 아닐까? 무지 혼란스런 분위기의 이 집에서 조용한 세 사람이 있었다. 페이오스와 안나는 페이오스의 방안에서 깔깔거리며 떠들고 있으니 이 세 사람에서 탈락된다. 스쿨드와 이반은 문을 쾅 닫고는 기계음(용접음으로 추정되는)을 내고 있으니 조용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뭐야 이거. 손님들이 왔기에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재미있지가 않잖아. 아까 낮에는 어떤 시답잖은 놈의 장난 전화 때문에 쓰즈미야 하루히의 모험도 못 보고.”
불평불만을 조용히 털어놓으며 부엌에서 가져온 고랑주를 꿀꺽 목으로 쭈욱 들이키는 은발의 울드와.
“오늘은 집이 참 소란스럽네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남자들을 휘어잡는(??)푸른색 눈동자가 빛나는 베르단디와.
“하하……. 그러네.”
라고 일상적인 하루를 맞이하는 케이이치가 바로 3인방이었다. 그들은 응접실의 조그만 탁자로 모여 앉아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페이오스들이나 스쿨드들의 소란에 비하면 그들의 행동은 정말 이웃에 폐를 끼칠 수 없는 매우 훌륭한 행동이었다. 강력한 알코올 성분 때문에 헬렐레하며 케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울드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저 마족들은 묠니르의 친구라고 했지? 딸꾹.”
취기를 잔뜩 뽐내며 붉게 달아오른 볼을 술병에 부비부비하는 울드가 말했다. 케이는 싫다는 표정을 지어 울드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려 했으나 그녀의 팔은 어깨위에 올린 정도가 아니라 조금 전 마당에서 시전한 안나의 암바와 똑같이 변해가고 있었다.
“커헉! 울드 그만해.”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겨우 팔 올린 정돈데 뭘. 하하하!”
라고 떠드는 울드. 그녀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케이가 목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이반의 심정이 이랬을까? 우유부단한 자신을 탓하며 한숨을 내쉬는 케이이치. 베르단디가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장난을 거는 울드와 장난에 넘어가 고생하는 케이. 둘 다 조용해졌다. 평소처럼 활기찬 미소의 베르단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정말 묠니르를 찾으러 온 것만이 목적일까요?”
“왜 그래 베르단디?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그녀가 추리에 빠져들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케이도 덩달아 심각해지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걱정 마세요 케이씨.”
“..................”
다시 응접실은 조용해졌다.
“정말 이걸 당신 혼자서 만들었다고요?”
“에헴! 물론이지. 나 같은 천계 최고의 메카닉전문가가 아니면 못 만드는 것이라고!”
이반의 눈앞에는 꿈같은 SF소설 속 현실이 보이고 있었다. 물론 마계에서도 이미 수차례 보았던 비슷한 부류들(예를 들어 기억재생장치나 공간 더블러 같은)도 있었지만 두 개의 발명품은 그를 ‘스쿨드는 위대하다’는 광신도적 생각 속에 빠지도록 만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곳의 허접한 쓰레기 부품들로 저런 인공지능들을 만들어 내다니! 현지 미국 과학연구소도 이런 형태의 전투 골렘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골렘이 아니야!! 시글과 밤페이군은 골렘이 아니라 휴머노이드와 안드로노이드야!”
이반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스쿨드를 칭찬하였다. 하지만 스쿨드는 이반의 입에서 나온 골렘이란 단어를 정정하게 만들며 그를 천천히 끌고 시글쪽으로 향했다. 시글은 어린 소녀 형태의 휴머노이드. 그 옆에 머리와 잔해만 남아 굴러다니는 인간형이지 인간 같지 않은 모자 쓴 안드로노이드가 밤페이군이었다. 그것들은 지구를 휴가차 방문해 지금은 여행 중일 묠니르의 결과물들이었다. 시글의 경우 그의 조악한 법술공격으로 인공피부와 중요부품 몇 개가 타올라 있었고, 밤페이군의 경우는 몸이 몇동강이 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걸 묠니르가 이렇게 했다?”
“응! 고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갔어! 그런 고로.”
척.
스쿨드의 손가락이 이반을 가리켰다. 이반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자기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요?”
“당연하지. 그 사람은 당신의 리더라면서? 리더의 잘못은 부하들이 똑같이 책임을 물어야지!”
아니 왜 나야?! 이반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헛바람을 들이키며 억울하다고 항변을 했지만. 자신의 작품들이 다쳤다는 분노(?) 때문에 복수의 화신이 된 스쿨드는 그런 항변 따위는 안 들린다는 듯 무시하고 있었다. 이반에게 스쿨드의 미소는 그를 잡아먹으려고 파견된 악마의 군단장 같아 보였다.
“나, 나는 이런 기계의 기자도 모른다고요. 내 동료중 하나인 엔줴(엔지니예르[기술자]의 앞글자를 따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녀석은 비행기 안에서 헤어졌고.”
“어? 또 동료가 있었던 거야?”
“넵. 그것도 실력 좋은 기술자로.”
흠. 스쿨드는 잠시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다. 기술자가 있었다고?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던 스쿨드는 연장도구를 그에게 주어주며 말했다.
“자 빨리 날 도와줘.”
‘전혀 생각도 안 했잖아!!!!!!!’
라고 절규했다. 그렇지만 절규한다고 한들. 이 사건의 장본인인 묠니르가 돌아오거나, 엔줴가 길거리에서 오싹 떨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가 돌아오면 가만 안 둘거라며 묠니르에게 수백 번 저주를 하며 공구를 조였으니 묠니르가 이유 없이 돋는 소름에 몸부림쳤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흠. 저 녀석들은 만날 저렇게 소란스럽네?
어둠 속에서 한 소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미있다는 미소를 머금고 어둠속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저택 같은 옛 사원 안에는 이제 서로간의 재미있는 잡담을 끝내고 한 곳에 모인 케이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이 소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 중 두 명은…….
“와. 사냥감이 늘어나서 더욱 재미있겠어. 후후후.”
소녀의 불끈 쥔 주먹에서 초록색 불꽃이 확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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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하루 편은 오늘로 끝~~~! [이게 정말로 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작가!]
하하하. 주위에서 돌멩이가 날아오는 것 같군요.[퍼퍽.]
어쩌면 바위가 날아올지도....
여하튼 독자들의 힘은 위대하다! [이건 아니잖아!]
내일부턴 또 다른 사건의 전개입니다. 숨겨진 또 다른 인물의 등장과 우리의 소동을 일으키는 그 분께서 강림하십니다.
[힌트라고 하긴 쫌 뭐하지만 강림이란 단어를 주목하시고 만화책을 차근차근 읽어보시길. 분명 케이이치들 앞에 강림했던 수많은 분들 중 하나입니다. 말하자면 만화속 원조 캐릭터?]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다음 주말을 기대해주세요!!!!
[* 주의 : 독자들은 작가들에게 코멘을 주시오. 안 주면…….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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