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능력 초인전 '트리퍼(Triper)'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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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니…?”
“ 뭐가?”
“ 저 눈앞의 수많은 공식들이…….”
신비의 능력,
그것을 가진 소년을 우리는 ‘데이터(Data)'라 불렀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오늘도 별 볼일 없는 생활을 하고 집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학생들
이 눈에 엿보였다. 그들의 눈 밑에는 하나 같이 지쳤다는 듯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어깨는 축 늘어져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편적인 예였다.
“ 힘들군….”
소년의 중얼거림, 소년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그는 흑발의 단정한
짧은 머리와 검은색 눈동자. 교복을 벗고 자연스러운 사복으로 옷을
입는다면 꽤나 미남소리를 들을 것 같은 얼굴을 지녔다.
소년은 오늘도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고 오는 길이었다, 잠에서 일어나
학교에 가서 끝도 안 보이는 수학 공식과 국내에서는 쓰지도 않을 수
준 높은 외국의 언어를 배운 뒤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돌아와 학원에서
연필을 굴리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집으로 귀가한다.
언제나 그랬다.
유치원 때부터 그 무슨 영재교육인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영재교
육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에서는 후에 가산점을 따기 위해 수많은 자격
증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고 몸이 비리비리 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운동을
거쳐야 했다.
“ 지쳤어―.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미 마음도 몸도 쇠퇴해진 실정이다. 그는 언제나 놀러 다니며 즐겁게
살아가는 부잣집 아들이라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은 가난하다, 거기다 부모님은 자신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매일 같이 많은 돈을 붙여준다.
학원비와 생활비로 모두 들어가는 이 돈은 부모님의 피와 땀이기에 공
부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분들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너무 지쳤다.
아침이 두려워 진다. 또다시 생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밤.
누군가가 자신에게 새로운 생활을 내려주었으면 했다.
“ 그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하겠지….”
현실은 현실, 꿈은 꿈이다. 애초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낫다.
최근 어떤 미친놈이 공부에 자신과 똑같이 공부에 미쳐 판타지 소설
에서 자살을 하면 또 다른 반대 세계로 간다는 것을 믿고 빌딩에서
떨어져 내려 죽어버린 기사를 읽고 한탄한 적이 많았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분다, 거친 바람이. 이 바람이 자신에게 또 다른 자유를 주면
어떨까? 하지만 역시나 망상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소년이다.
사아아….
아무 것도 없이 조용한 밤길이다, 벌써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
었고 이차선 등진 이 도로의 주변 건물은 어두컴컴했다.
불 한 점 보이지 않았으니 소년은 조금이나마 빛나는 보름달에 몸을
맡겨야 했다.
“ 하아.”
한숨을 내쉰 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등에는 붉은 불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길에는 아무도 없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조용했다.
그 때, 반대편 쪽에서 차의 헤드라이터가 비춰졌고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
었다. 하지만 그 차는 멈출 것이다, 지금 막 신호등이 초록불로 변했으니까.
저벅, 저벅.
“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 하네….”
아까 전만 해도 자신의 뒤에서 같은 길을 걷던 학원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 의구심을 잠시나마 갖게 했다.
그래봤자 쓸모없는 관심이겠지만.
횡단보도를 걸었다, 오직 앞만 보며.
부우우웅―!!
스포츠카? 라고 머릿속에 생각이 팍 든다. 저 정도의 엔진 소리라면
외국 스포츠카 정도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헤드라이터는 자신을 점점 비추기 시작했고 소년의 마음속엔 공포가
조금씩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왜 차가 멈추지 않는 거지?’
차는 달려오고 있었다, 빠르게. 그리고 노란 헤드라이터가 자신의 시야
를 덮치자 소년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곧…
콰직-!!
자신의 허리에 거대한 충격이 오는 것을 알았다. 갈비뼈와 자신의 몸
은 모조리 박살나는 듯 했다. 뼈와 뼈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은 거대한 충격.
“ 어…?”
충격에 놀라 눈을 떴을 때, 이미 소년 자신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끊임없이 붉은 피를 뿌리며.
쿠웅.
부들부들….
“ 뭐야? 뭐야… 내, 내 몸이… 커, 하, 하아…아아…”
설마 저렇게 헤드라이터를 켜고 자신을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고
의로 했다는 것일까? 차가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 속도
를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자신을 박을 줄이야 몰랐다.
“ 아, 젠장 할! 왠 미친 새끼가… 허, 헉!! 뭐야? 이 새끼 뒈졌나?”
“ 사…살려주세요. 몸이,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제…제발 병원까지….”
“ 뭐래는 거야! 이 씹새끼가! 아 나 병신 같이, 걍 뒈져버려 병신아. 본 새끼도 없는데 씨불. 나랑 뭔 상관이냐.”
별 것도 아니라는 듯 한 말투. 헤드라이터에 살짝 비친 그의 모습
은 마치 악마 같았다. 그리고 그 사내는 중지를 치켜세우고 엿이나
처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차 속으로 쏙 들어가 그대로 엑셀을 밟
고 가버렸다.
부우우우웅…
그 거친 엔진 음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이미 전신에 터질 듯 찌르던 고통에도 둔감해졌다.
이게 바로 죽음이라는 것일까…?
검은 어둠 속 달빛에 비춰진 피투성이의 고깃덩어리.
소년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에는 별 조차 보이
지 않았다. 역시나 서울이다. 자신의 고향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 허억, 허억….”
숨이 거칠어져 갔다. 온 몸에 힘이 빠지자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언
제나 고생하며 자신이 공부를 할 학원비를 마련하는 시골의 부모님
이 생각났다.
“ 억울해, 흑흑…….”
너무나도 억울했다, 자신은 시골에서 태어나 부모님은 자신과 같은
고생은 시키지 않겠다며 영재 교육을 시키러 서울까지 올라와 꼬박
꼬박 그 머리 아픈 공부만을 시켰다.
공부, 공부, 공부…!! 소년 자신이 한 노력의 결정체를
주변은‘천재’라 칭송하며 몰아세운 사람들이 저주스러웠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니, 눈물이 아니라 죽음이 눈앞을 가리는 건지도 모른다.
죽음 앞의 자신은 너무나도 무력했고 세상이 저주스러웠다. 운명이 저주스러웠고, 신이 얄미웠다. 어째서… 자신이 한 노력을 세상에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 것인지를.
미칠 것만 같았다.
“ 으 아 아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죽음에 대해 대항하기 위한 고함을.
그러나, 견딜 순 없었다.
죽음이란, 자연의 섭리니까.
* * * * *
뭘까, 한참 지난 것 같아도 의식은 깨어있다.
자신은 죽지 않은 것일까?
‘ 캄캄해―.’
눈을 뜨려했다, 하지만 앞이 캄캄했다.
‘ 나 살아있는 거야?’
[ 물론, 살아있다. ]
그냥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그에 대해 아주 충실한 답변
이 날아왔다. 중후한 음성, 그것이 소년에게 새로운 인생을 주려는
자의 목소리일지도 몰랐다.
‘ 넌 누구지?’
[ 나… 말인가? 으음, 일단 너희 지구인이 우리를 부르는 명칭으로는 E.T? 외계인… 뭐 그 정도 되는 존재라고나 할까. ]
‘ 내가 정말 죽은 게 맞긴 맞나 보군.’
[ 뭔 소리야. 넌 아직 살아있다, 우리 외계의 기술로 널 다시 살려냈지. 다만 아직 의식의 헤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일 뿐. ]
‘ 흠…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았다는 것이군. 고마워 외계인.’
[ 보통 인간의 경우에는 외계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놀라던데. 너는 평범하군. 놀라진 않나? ]
‘ 흥미가 없어. 그 뿐이야.’
[ 재밌군. 어쨌든 넌 잠시 후면 의식의 헤엄 속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릴 것이다. 옷은 뭐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별 수 없지만. ]
‘ 드라이하러 가야겠군.’
[ 후후, 그런데 말이야. 내가 어째서 널 살려냈는지 궁금하지 않아? ]
‘ 네가 착해서 그런거 아닌가?’
[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군. 다만 너는 나에게 실험용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아주 훌륭한 실험용으로. ]
‘ 내가 한 마디로 실험관 속의 생쥐가 되었다는 것이군.’
[ 뭐,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을 거야. 다만 너에게 특수한 능력이 한 가지 주어졌다는 것뿐이지. 나는 우주 멀리서 너를 지켜볼 거야. 그 능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인간들에 대해 궁금해. ]
‘ 궁금하다…? ’
[ 그래. 넌 그 능력을 아무 곳에나 마구 쓸 수 있어. 그건 네 마음이야. 난 그걸 다만 볼 것이고,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주의 평화에 해를 끼치지 않을 존재인지를 두고 볼 거야. ]
‘ 해를 끼친 다면?’
[ 주저할 것 없이, 지구를 없애버릴 거야. ]
‘ …나, 엄청 어처구니없는 실험을 맡아버린 건가.’
[ 그럴 지도 몰라. 하지만, 너라면 그 능력을 바른 데에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군. 시간이 다 된 듯하군. 하여튼, 잘 해보라고. ]
‘ 그냥 능력을 거둬 가버리면 안 돼?’
[ 아무래도 안 될 듯하군. 네 능력을 가져가려면 수술이 필요한데 이미 너는 인간들에게 들켜 ‘병원’이라는 곳으로 이송되어 왔거든. 나는 깊은 상처만 치료했으니 병원에서 잠시 요양을 하면 될 거다. ]
‘ 하아, 알겠어.’
[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시야가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병원 천장이 보였다.
“ 선생님! 304호 환자가 눈을 떴어요.”
여성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간호사인 듯 싶었다. 소년은 손을 짚고 살짝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급히 달려오는 간호사와 의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위에….
“ 얼라?”
수많은 수학 공식과 빽빽한 자료들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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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전에 하던 릴레이군요.
릴레이란 것이 오래 가지 못하므로 곧 중단되어 버렸습니다만, 읽을만 한 것 같기는 해서 올려봅니다.
“ 뭐가?”
“ 저 눈앞의 수많은 공식들이…….”
신비의 능력,
그것을 가진 소년을 우리는 ‘데이터(Data)'라 불렀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오늘도 별 볼일 없는 생활을 하고 집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학생들
이 눈에 엿보였다. 그들의 눈 밑에는 하나 같이 지쳤다는 듯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어깨는 축 늘어져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편적인 예였다.
“ 힘들군….”
소년의 중얼거림, 소년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그는 흑발의 단정한
짧은 머리와 검은색 눈동자. 교복을 벗고 자연스러운 사복으로 옷을
입는다면 꽤나 미남소리를 들을 것 같은 얼굴을 지녔다.
소년은 오늘도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고 오는 길이었다, 잠에서 일어나
학교에 가서 끝도 안 보이는 수학 공식과 국내에서는 쓰지도 않을 수
준 높은 외국의 언어를 배운 뒤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돌아와 학원에서
연필을 굴리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집으로 귀가한다.
언제나 그랬다.
유치원 때부터 그 무슨 영재교육인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영재교
육부터 시작하여 초등학교에서는 후에 가산점을 따기 위해 수많은 자격
증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고 몸이 비리비리 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운동을
거쳐야 했다.
“ 지쳤어―.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미 마음도 몸도 쇠퇴해진 실정이다. 그는 언제나 놀러 다니며 즐겁게
살아가는 부잣집 아들이라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은 가난하다, 거기다 부모님은 자신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매일 같이 많은 돈을 붙여준다.
학원비와 생활비로 모두 들어가는 이 돈은 부모님의 피와 땀이기에 공
부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분들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너무 지쳤다.
아침이 두려워 진다. 또다시 생활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밤.
누군가가 자신에게 새로운 생활을 내려주었으면 했다.
“ 그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가능하겠지….”
현실은 현실, 꿈은 꿈이다. 애초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것이 낫다.
최근 어떤 미친놈이 공부에 자신과 똑같이 공부에 미쳐 판타지 소설
에서 자살을 하면 또 다른 반대 세계로 간다는 것을 믿고 빌딩에서
떨어져 내려 죽어버린 기사를 읽고 한탄한 적이 많았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분다, 거친 바람이. 이 바람이 자신에게 또 다른 자유를 주면
어떨까? 하지만 역시나 망상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소년이다.
사아아….
아무 것도 없이 조용한 밤길이다, 벌써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
었고 이차선 등진 이 도로의 주변 건물은 어두컴컴했다.
불 한 점 보이지 않았으니 소년은 조금이나마 빛나는 보름달에 몸을
맡겨야 했다.
“ 하아.”
한숨을 내쉰 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등에는 붉은 불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길에는 아무도 없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조용했다.
그 때, 반대편 쪽에서 차의 헤드라이터가 비춰졌고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
었다. 하지만 그 차는 멈출 것이다, 지금 막 신호등이 초록불로 변했으니까.
저벅, 저벅.
“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 하네….”
아까 전만 해도 자신의 뒤에서 같은 길을 걷던 학원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 의구심을 잠시나마 갖게 했다.
그래봤자 쓸모없는 관심이겠지만.
횡단보도를 걸었다, 오직 앞만 보며.
부우우웅―!!
스포츠카? 라고 머릿속에 생각이 팍 든다. 저 정도의 엔진 소리라면
외국 스포츠카 정도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헤드라이터는 자신을 점점 비추기 시작했고 소년의 마음속엔 공포가
조금씩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왜 차가 멈추지 않는 거지?’
차는 달려오고 있었다, 빠르게. 그리고 노란 헤드라이터가 자신의 시야
를 덮치자 소년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곧…
콰직-!!
자신의 허리에 거대한 충격이 오는 것을 알았다. 갈비뼈와 자신의 몸
은 모조리 박살나는 듯 했다. 뼈와 뼈는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은 거대한 충격.
“ 어…?”
충격에 놀라 눈을 떴을 때, 이미 소년 자신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끊임없이 붉은 피를 뿌리며.
쿠웅.
부들부들….
“ 뭐야? 뭐야… 내, 내 몸이… 커, 하, 하아…아아…”
설마 저렇게 헤드라이터를 켜고 자신을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고
의로 했다는 것일까? 차가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고 있는데 속도
를 멈추지도 않고 그대로 자신을 박을 줄이야 몰랐다.
“ 아, 젠장 할! 왠 미친 새끼가… 허, 헉!! 뭐야? 이 새끼 뒈졌나?”
“ 사…살려주세요. 몸이,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제…제발 병원까지….”
“ 뭐래는 거야! 이 씹새끼가! 아 나 병신 같이, 걍 뒈져버려 병신아. 본 새끼도 없는데 씨불. 나랑 뭔 상관이냐.”
별 것도 아니라는 듯 한 말투. 헤드라이터에 살짝 비친 그의 모습
은 마치 악마 같았다. 그리고 그 사내는 중지를 치켜세우고 엿이나
처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차 속으로 쏙 들어가 그대로 엑셀을 밟
고 가버렸다.
부우우우웅…
그 거친 엔진 음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이미 전신에 터질 듯 찌르던 고통에도 둔감해졌다.
이게 바로 죽음이라는 것일까…?
검은 어둠 속 달빛에 비춰진 피투성이의 고깃덩어리.
소년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에는 별 조차 보이
지 않았다. 역시나 서울이다. 자신의 고향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 허억, 허억….”
숨이 거칠어져 갔다. 온 몸에 힘이 빠지자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언
제나 고생하며 자신이 공부를 할 학원비를 마련하는 시골의 부모님
이 생각났다.
“ 억울해, 흑흑…….”
너무나도 억울했다, 자신은 시골에서 태어나 부모님은 자신과 같은
고생은 시키지 않겠다며 영재 교육을 시키러 서울까지 올라와 꼬박
꼬박 그 머리 아픈 공부만을 시켰다.
공부, 공부, 공부…!! 소년 자신이 한 노력의 결정체를
주변은‘천재’라 칭송하며 몰아세운 사람들이 저주스러웠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니, 눈물이 아니라 죽음이 눈앞을 가리는 건지도 모른다.
죽음 앞의 자신은 너무나도 무력했고 세상이 저주스러웠다. 운명이 저주스러웠고, 신이 얄미웠다. 어째서… 자신이 한 노력을 세상에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 것인지를.
미칠 것만 같았다.
“ 으 아 아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죽음에 대해 대항하기 위한 고함을.
그러나, 견딜 순 없었다.
죽음이란, 자연의 섭리니까.
* * * * *
뭘까, 한참 지난 것 같아도 의식은 깨어있다.
자신은 죽지 않은 것일까?
‘ 캄캄해―.’
눈을 뜨려했다, 하지만 앞이 캄캄했다.
‘ 나 살아있는 거야?’
[ 물론, 살아있다. ]
그냥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그에 대해 아주 충실한 답변
이 날아왔다. 중후한 음성, 그것이 소년에게 새로운 인생을 주려는
자의 목소리일지도 몰랐다.
‘ 넌 누구지?’
[ 나… 말인가? 으음, 일단 너희 지구인이 우리를 부르는 명칭으로는 E.T? 외계인… 뭐 그 정도 되는 존재라고나 할까. ]
‘ 내가 정말 죽은 게 맞긴 맞나 보군.’
[ 뭔 소리야. 넌 아직 살아있다, 우리 외계의 기술로 널 다시 살려냈지. 다만 아직 의식의 헤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일 뿐. ]
‘ 흠…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았다는 것이군. 고마워 외계인.’
[ 보통 인간의 경우에는 외계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놀라던데. 너는 평범하군. 놀라진 않나? ]
‘ 흥미가 없어. 그 뿐이야.’
[ 재밌군. 어쨌든 넌 잠시 후면 의식의 헤엄 속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릴 것이다. 옷은 뭐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별 수 없지만. ]
‘ 드라이하러 가야겠군.’
[ 후후, 그런데 말이야. 내가 어째서 널 살려냈는지 궁금하지 않아? ]
‘ 네가 착해서 그런거 아닌가?’
[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군. 다만 너는 나에게 실험용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아주 훌륭한 실험용으로. ]
‘ 내가 한 마디로 실험관 속의 생쥐가 되었다는 것이군.’
[ 뭐,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을 거야. 다만 너에게 특수한 능력이 한 가지 주어졌다는 것뿐이지. 나는 우주 멀리서 너를 지켜볼 거야. 그 능력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인간들에 대해 궁금해. ]
‘ 궁금하다…? ’
[ 그래. 넌 그 능력을 아무 곳에나 마구 쓸 수 있어. 그건 네 마음이야. 난 그걸 다만 볼 것이고,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주의 평화에 해를 끼치지 않을 존재인지를 두고 볼 거야. ]
‘ 해를 끼친 다면?’
[ 주저할 것 없이, 지구를 없애버릴 거야. ]
‘ …나, 엄청 어처구니없는 실험을 맡아버린 건가.’
[ 그럴 지도 몰라. 하지만, 너라면 그 능력을 바른 데에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군. 시간이 다 된 듯하군. 하여튼, 잘 해보라고. ]
‘ 그냥 능력을 거둬 가버리면 안 돼?’
[ 아무래도 안 될 듯하군. 네 능력을 가져가려면 수술이 필요한데 이미 너는 인간들에게 들켜 ‘병원’이라는 곳으로 이송되어 왔거든. 나는 깊은 상처만 치료했으니 병원에서 잠시 요양을 하면 될 거다. ]
‘ 하아, 알겠어.’
[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시야가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병원 천장이 보였다.
“ 선생님! 304호 환자가 눈을 떴어요.”
여성의 목소리다, 아무래도 간호사인 듯 싶었다. 소년은 손을 짚고 살짝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급히 달려오는 간호사와 의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위에….
“ 얼라?”
수많은 수학 공식과 빽빽한 자료들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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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전에 하던 릴레이군요.
릴레이란 것이 오래 가지 못하므로 곧 중단되어 버렸습니다만, 읽을만 한 것 같기는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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