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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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3화 - 강림!! 거인식장 -
"뭐...뭐야!!"
"번데기가!"
-치지지직!!
크로노스 사해 연구소의 특수 물질 보관소에 갑자기 이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관 중이던 번데기에서 갑자기 강력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전자 장비를 태워버렸다. 동시에 번데기가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주변이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해 하는 사이에 갑자기 번데기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켓처럼 순식간에 위로 치솟아 올랐다.
-쿠아아앙!!!
'베르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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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잉! 삐잉!
"무슨 일이냐!"
연구소에 갑자기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발카스가 관제원들에게 상황 파악을 명령하였다.
"박사님! 여길 봐 주십시오! 연구소 상공에!!"
관제원이 전면 대형 스크린에 연구소 상공을 비쳤다. 그러자 상공에 뭔가 떠 있는 것이 관측되었다. 그것을 확대해 보고는 발카스는 경악하였다. 보관 중이던 그 번데기였다. 그것이 연구소 건물을 뚫고는 위로 솟구쳐 오른 것이다. 발카스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은 전혀 예상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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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예상 못한 것은 발카스만이 아니었다. 몇 명의 정예 요원들과 함께 사해에 도착한 아키토 역시 연구소 전체에 경보가 울려 퍼지자 침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들킨 줄 알고 당황해 하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가 연구소의 비상경보가 자신들 때문에 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다란 폭음이 울림과 동시에 연구소 건물을 뚫고 뭔가가 솟구쳐 올라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아주 작은 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은 황급히 망원경을 꺼내서는 그 물체를 관측하였다. 베루더는 망원경을 쓰는 대신 마술로 눈의 배율을 높여 그 물체를 자세히 보았다. 황색의 거대한 타원형 물체, 저것이 바로 그 번데기임이 틀림없었다.
'저건 대체 뭐야! 니드백(마계의 관리 시스템)에도 저런 것에 대한 기록은 없었는데...!'
니드백으로 번데기의 행방을 수소문 하면서 베루더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기록이 있는가도 검색해 보았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최소한 그의 권한으로 검색할 수 있는 범위 안에는 없었다. 베루더와 대원들이 당황해 하는 찰나 갑자기 아키토가 앞으로 뛰어나갔다.
"식장!!!"
-퍼어엉!!
아키토는 가이버로 변신해서는 그 번데기를 쫓아 빠른 속도로 날아올랐다. 베루더 역시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도 황급히 아키토를 따라 날아오르려 하였다. 주변에 보통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 때 번데기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변의 공간까지 일그러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번데기가 어딘가로 공간이동을 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대장!!"
"사라졌다?!"
레지스탕스 대원들과 베루더가 손 쓸 세도 없이 번데기와 같이 따라간 아키토의 모습이 사라졌다. 모두는 그저 텅 빈 하늘만 보며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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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씨!!!"
"저쪽이야!"
베르단디들은 메구미의 안내를 받으며 '케이'로 추정되는 그것이 추락한 지점으로 달려갔다. 골목을 열심히 달려간 이들은 이윽고 넓은 공터로 나왔다. 아무도 매입하지 않아서 그냥 버려진 빈 공터였는데 곳곳에는 냉장고등의 대형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었다. 베르단디들은 그 곳에서 버려진 폐차 위에 뭔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베르단디들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아까 공중전을 하다가 격추당한 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그 쪽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케이씨! 아....?!"
"이...이게 케이야?"
그러나 거기 있던 것은 가이버 I, 케이가 아니었다. 온 몸이 구멍투성이인 처음 보는 조아노이드 한 마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베르단디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자 당황해 하였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조아노이드는 분명히 아까 공중전을 치르던 것들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슈우우
그 때 그 조아노이드의 온 몸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전투 형태가 풀리고 있는 것이었다. 전투 형태가 풀리고 인간의 모습이 되자 베르단디는 깜짝 놀랐다. 왼쪽 얼굴에 나 있는 커다란 흉터, 그 때 미나카미 산에서 마주쳤던 앱톰이라는 사내였다!
앱톰의 몸 상태는 척 보기에도 심각했다. 오른팔은 팔꿈치 아래쪽이 아예 잘려나갔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지독하게 당하고 말았다. 베르단디들이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앱톰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서는 자기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너희들은!! 너희 여신들이 대체 왜 여기 있는 거냐!"
"앱톰? 당신 앱톰이시죠? 대체 어쩌다 이런 꼴이..."
"시끄러! 그건 중요한 게 아냐! 빨리 여길 피해!!"
베르단디가 무슨 연유인지 물어보려 했으나 앱톰은 오히려 역정을 내면서 빨리 여길 벗어나라는 말만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마치 누가 지금 당장이라도 쫓아오는 것 같았다. 그 때 잠시 앱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메구미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딱 치며 말했다.
"아! 생각났다! 저 사람 본 적 있어."
"네? 어디서요?"
"베르단디네 은신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몇 번 본 적 있어. 얼굴의 저 흉터, 틀림없이 그 사람이야!"
메구미의 말에 모두는 깜짝 놀랐다. 베르단디는 어째서란 표정을 지으며 앱톰을 바라보았다. 앱톰이 크로노스의 부하가 아니란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베르단디들을 감시하려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설마 이제까지 베르단디들을 지켜줬다는 말인가?! 잠시 머뭇거리던 앱톰은 이유를 털어놓았다.
"너희들만 지켜보고 있으면 가이버 I 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다. 녀석은 반드시 너희들에게 돌아올 테니까."
그 말에 베르단디는 감격하였다. 또 있었다. 비록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케이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 또 있었다. 아무도 믿지 않고 있었는데도.
"하지만 만약 너희들이 크로노스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 가이버 I 은 너희를 구하겠답시고 무모한 짓을 저지를 거다. 그러다가 놈이 만약 크로노스에게 당하기라도 한다면 나는...나는! 사는 목적을 잃고 만다!!"
앱톰은 거의 절규하듯이 외쳤다. 솜룸과 다임의 원수를 갚는 것만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그에게 '사냥감'을 남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더 없이 큰 굴욕이었고 고통이었다. 앱톰은 베르단디들에게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러니까 빨리 도망치란 말이다! 만약 놈이 여길 찾아낸다면...!"
"놈?"
-부우우웅!!
그 순간 갑자기 밤하늘에 뭔가가 빠르게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르단디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쳐들었다. 그러자 하늘 위에서 뭔가 거대한 물체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그 것은 베르단디들이 있는 곳에 착륙하였다. 앱톰은 그것을 보고 이제 다 틀렸다며 체념하였다. 젝토올이 결국은 여길 찾아낸 것이다!
"후후후, 앱톰을 쫓아 여기로 왔더니만....이게 누구야? 전혀 의외의 얼굴들이 있구먼."
린드는 재빨리 등에 메고 있던 고주파 액스를 치켜들며 젝토올의 앞을 막아섰다. 린드는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유적기지에서 처음 탈출할 당시 이들을 막아서던 하이퍼 조아노이드 5인중. 저 자는 그들의 리더 격이던 젝토올이었다. 물론 그 때와는 체격도 모습도 많이 바뀌었지만 린드는 직감적으로 젝토올이란 것을 알아보았다. 척 보기에도 그 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린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젝토올을 바라보았다. 젝토올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뭐, 좋아. 너희들은 좀 있다가 상대해 주지. 우선은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 하니까."
거기까지 말한 젝토올은 손목에 있는 생체 열선포를 앱톰에게 조준하였다. 잠시 동안 빔에너지가 충전되나 싶더니 순식간에 여러 발의 생체 열선포가 앱톰에게 발사되었다.
-푸슈슝!!
"끄아악!!!"
젝토올의 생체 열선포는 앱톰의 왼쪽 다리를 거의 다 날려버렸다. 앱톰은 그 자리에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젝토올의 기세에 눌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젝토올은 곧 이어 머리의 충각을 뒤로 젖혀서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생체 열선포를 준비하였다. 생체 열선포에 에너지가 충전되기 시작했다. 이번엔 한 방에 앱톰을 날려버릴 기세였다.
"이제 진짜 끝이다. 죽어라 앱톱!!!"
앱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결국 이렇게 최후를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원통했다.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는 듯 린드가 앞으로 돌격하려고 하였다. 그 때였다!!
-파지지직!!!
"아니?!"
"뭐...뭐야!"
갑자기 하늘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하더니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베르단디와 울드, 린드는 직감적으로 지금 뭔가가 공간이동을 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연 그 일그러진 공간에서 뭔가가 이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황색의 커다란 타원형 물체였다.
-쿠웅!!
공간이동을 마친 그 물체는 이윽고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베르단디들뿐만 아니라 젝토올까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수수께끼의 물체를 보고 있었다. 스쿨드는 두려운 듯 베르단디의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린드는 고주파 액스를 움켜쥔 채 그 물체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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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키토는 그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케이의 번데기가 공간이동을 하는 것을 보고 따라오기는 했는데 대체 어디로 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아키토는 저 멀리 일본어로 쓰여 있는 커다란 네온사인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주변의 풍경도 어딘가 낯익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케이의 번데기가 이리로 온 것일까?
"마키시마? 마키시마야?!!"
"아키토님!!"
그 때 밑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아키토는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다. 그 쪽에는 여신들과 시즈, 요헤이까지 있었다. 그리고 케이의 번데기도.
"아아...아키토님, 역시 돌아오셨군요...."
"도...도련님! 살아계셨군요! 살아 계셨어요! 으흐흐흑!!!"
시즈는 아키토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요헤이는 아예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로 통곡하고 있었다. 물론 기쁨의 눈물이었다. 아키토 역시 저들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그러나 지금은 재회의 기쁨을 나눌 때가 아니었다. 여기엔 이들 뿐만이 아니라 크로노스의 조아노이드까지 있었다. 저 모습은 틀림없이 그 하이퍼 조아노이드 5인중의 리더, 젝토올이었다.
"마키시마 씨! 케이씨는요? 케이씨는 어디 계신가요?"
베르단디가 간절하게 마키시마에게 물었다. 마키시마는 손을 들어 케이의 번데기를 가리켰다.
"케이는 저 안에 있소."
그 말에 모두는 깜짝 놀랐다. 저 수수께끼의 물체 안에 케이가 있다니. 대체 그동안 케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울드가 다시 아키토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케이가 왜 저 안에 있는 거야?!"
"얘기는 나중에 하자. 우선은 저기 있는 벌레 녀석을 처리하는 게 먼저니까."
젝토올은 가이버 III 의 출현에 깜짝 놀랐다. 저 녀석이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젝토올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차라리 잘 됐다. 가이버 III 는 장크루스의 원수. 저기 뻗어 있는 앱톰까지 하면 이 자리에 자신의 친구 4명의 원수가 모두 모인 것이다. 젝토올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후후후, 여전히 입만은 팔팔하게 살아있구나. 가이버 III. 하지만 기쁘다, 네 녀석이 살아있다는게 말이야."
"그 말 곧 후회하게 해 주마. 죽다 산 벌레 녀석아."
"좋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부우우웅!!
젝토올은 다시 날개를 펼쳐서는 아키토를 향해 날아갔다. 아키토 역시 중력 제어구를 조종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베르단디와 시즈들이 있는 이곳에서는 전투를 할 수가 없어서 장소를 바꾸려는 것이었다. 린드 역시 그들의 뒤를 쫓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잠시 허공에 멈춰선 린드는 모두에게 소리쳤다.
"난 지금부터 가이버 III를 돕는다! 너희들은 빨리 여길 피해!"
그렇게만 말하고 린드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일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린드가 날아간 하늘 쪽을 바라보았다. 급격한 파워업을 이룬 젝토올을 상대로 과연 두 사람이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둘 다 상당한 강자들이니 지금은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베르단디는 케이가 들어가 있다는 번데기 곁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표면에 살며시 손을 얹어 보았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도대체 왜 이런 것 안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보게 해 달라고, 어떤 모습이라 해도 좋으니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두근
그 때 베르단디는 손에 어떤 진동을 느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손을 떼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손을 대 보았다. 이번에도 진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귀를 번데기의 표면에 바짝 대어 보았다. 상당히 규칙적인 진동음, 이것은 틀림없이 심장 박동이었다. 케이는 살아있는 것이다. 베르단디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케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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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슝!!
-콰콰콰콰!!!
젝토올의 양 어깨 장갑이 활짝 열리면서 다수의 생체 미사일들이 발사 되었다. 아키토와 린드는 그 미사일 세례를 피해 건물 사이를 이리저리 빠르게 날아다녔다. 빚나간 미사일들이 곳곳에 떨어지면서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도심 이곳저곳에서 화재가 발생되었다.
"흐압!!"
-콰직!
젝토올은 린드를 노리며 고주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린드는 간발의 차로 그 공격을 피했다. 젝토올의 고주파 블레이드는 대신 린드 뒤에 있던 광고판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린드는 곧장 젝토올의 목을 노리며 고주파 액스를 휘둘렀다.
-키이잉!!
그러나 젝토올은 고주파 블레이드로 린드의 공격을 막았다. 어떤 물체도 자를 수 있다는 고주파 엑스지만 같은 고주파수로 진동하는 고주파 블레이드는 자를 수가 없었다. 젝토올은 그대로 힘으로 밀어붙여서 린드의 무기를 튕겨내었다. 순간 균형이 무너진 린드는 비틀거렸고 그 틈을 노리고 젝토올이 공격하려 하였다.
-파앙!!
그 순간 젝토올의 등을 노리고 아키토가 프레셔 캐논을 날렸다. 젝토올은 그대로 뒤돌아서서는 그 공격을 가슴의 장갑판으로 가뿐하게 막아내었다. 제조재전에도 이랬지만 지금의 젝토올의 탄성장갑은 가이버의 프레셔 캐논조차 막아낼 정도였다. 젝토올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입 부분의 마스크를 열고는 초고온의 화염을 뿜어내었다.
-푸화악!!!
"우욱!!"
잠시 불길에 휩싸였던 아키토는 황급히 아래로 급강하해서 불길을 헤쳐 나왔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강식장갑이라도 불타 버렸을 정도로 강력한 화염이었다. 젝토올이 두 사람을 비웃었다.
"어떻게 된 거냐! 두 놈이 덤벼도 겨우 이 정도냐!"
아키토와 린드는 전율하고 있었다. 이전의 젝토올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예전 5인중 멤버 전원의 능력을 한데 모을 줄이야. 아니 이 위력은 원래의 능력보다도 훨씬 강력한 것 같았다. 린드는 재빨리 젝토올에게서 멀어진 다음 공격 법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접근전은 젝토올의 완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너무 불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을 시도해 보려는 것이었다. 울드와 함께 연구한 대 조아노이드용 법술식을 시도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빠르게 중얼거리며 법술식을 외웠다. 이전의 법술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외워야 하기 때문에 영창에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 강력한 에너지가 모였다. 린드는 젝토올을 향해 손을 뻗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라이트닝 미사일!!"
-파파팟!!
그녀의 손에서 여러 개의 빛덩어리가 발사되었다. 그 빛들은 젝토올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젝토올은 그것을 본 직후 아래로 급강하해서 회피를 시도하였다. 린드는 곧장 미사일들을 젝토올을 향해 유도하였다. 린드의 명령을 받은 미사일들이 젝토올을 쫓아 아래로 급강하했다. 그러나 젝토올이 건물들 틈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에 린드는 그를 놓치고 말았다. 린드는 다시 미사일들을 상승시킨 후 그 자리에서 뱅뱅 돌게 하였다. 일단 대기했다가 젝토올을 찾으면 다시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슈슈슝!!
"위험해!!!"
그 순간 아키토의 외침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린드가 뒤를 돌아보자 여러 발의 생체 미사일들이 그녀의 등을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아키토가 몇 발을 헤드빔으로 쏴 맞혀서 격추시키긴 했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전부 다 요격할 수가 없었다. 린드는 황급히 급강하하여 미사일들을 회피하였다.
-콰콰쾅!!!
린드는 생체 미사일들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덕분에 또 하나의 건물에 미사일이 전부 명중하고 말았다. 폭발 충격을 견디지 못한 그 건물의 한 쪽 벽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큭!"
린드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만들어 두었던 라이트닝 미사일들은 린드의 정신집중이 풀려버리자 전부 엉뚱한 데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린드는 다시 한 번 법술을 외우려 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젝토올이 건물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린드를 향해 생체 열선포를 발사하였다.
-푸슈슝!!
린드는 황급히 그 공격을 피했다.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았지만 젝토올은 그 쪽에 없었다. 또 건물 사이에 모습을 숨긴 것이었다. 저런 식으로 건물들을 엄페삼아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한다면 원거리 공격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린드의 법술공격은 영창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젝토올의 생체 레이저는 즉시 발사할 수 있다. 반응속도 면에서 너무 불리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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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젝토올 녀석, 좀 적당히 할 것이지...."
푸르크슈탈은 클라우드 게이트의 최고 간부 집무실에서 바깥 상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지켜보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시내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젝토올이 전투를 벌이는 지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시내 여기저기서 화재와 함께 공황상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현장의 통제국 요원들은 우왕좌왕하는 일반인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내 주요 도로는 한꺼번에 몰려나온 차량들로 거의 주차장처럼 변해 버렸다. 대혼란이 따로 없었다.
아무래도 앱톰의 저항이 예상이상으로 거센 모양이었다. 지금 푸르크슈탈은 가이버 III 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그저 지금 앱톰하고만 싸우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앱톰의 융합포식에 대비한 항체와 바이러스를 가진 젝토올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다만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까가 관건일 뿐이었다. 굳이 원군까지 보낼 필요는 없을 듯싶었다. 아니, 오히려 상대가 앱톰이라면 원군이랍시고 보냈다가 흡수라도 당하면 오히려 놈을 돕는 꼴이 되므로 절대로 보내서는 안됐다. 도심지의 피해가 너무 컸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눈의 가시인 앱톰만 잡아준다면야 뒷수습쯤은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젝토올은 푸르크슈탈이 뭐라 한다고 말을 들어먹을 상태도 아니었다. 급격하게 제조재를 한 젝토올은 지금 손종실험체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손종실험체(로스트넘버)는 조아로드의 사념파 지배를 받지 않는 불량품. 지금의 젝토올에겐 푸르크슈탈의 사념파가 들리기는 하지만 거기에 복종하지는 않았다. 푸르크슈탈로서는 별 수 없이 지켜만 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염려 되는 점이 있다면 사념파의 지배에서 벗어난 젝토올이 혹시나 엉뚱한 생각을 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지만 사실 그것도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젝토올은 너무 무리한 조제를 받는 바람에 몸의 세포가 점점 붕괴되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앞으로 2~3일 정도 밖에는 살 수 없으니 앱톰처럼 크로노스를 위협할 존재는 되지 않을 것이다.
"정보부."
푸르크슈탈은 인터폰으로 정보부를 호출하였다. 정보부에서 바로 응답이 왔다.
"현지 상황을 자세히 알고 싶다. 척후 조아노이드를 내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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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아아악!!"
젝토올의 강력한 전격 공격에 휘말린 린드가 비명을 질렀다. 접근전을 시도하다가 젝토올의 함정에 걸리고 만 것이다. 린드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젝토올은 다시 아키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손목의 생체 열선포를 전개해서 아키토에게 발사하였다.
-푸슝! 푸슝!
여러 개의 고위력 레이저가 발사 되었고 아키토는 그것을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완전히 다 피하지는 못했다. 한 발의 레이저가 아키토의 오른쪽 어깨 장갑을 스치고 지나갔다. 레이저에 맞은 어깨 장갑이 깊게 패였다.
"젠장!!
-푸슝!
아키토가 발악하듯이 헤드빔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젝토올은 그것을 태연하게 받아낼 뿐이었다. 애당초 헤드빔 같은 게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젝토올이 아키토를 큰 목소리로 비웃었다.
"어떻게 된 거냐! 가이버 III!! 네 실력은 겨우 이 정도냐!!"
아키토는 애가 탔다. 접근전은 젝토올에게 상대가 안 되고 그렇다고 원거리 전 역시 여의치가 않았다. 프레셔 캐논까지 튕겨내는 저 놈의 강력한 장갑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딱 하나, 메가 스매셔 뿐이었다. 그러나 도저히 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메가 스매셔는 발사까지 시간이 걸리는 무기. 그 동안 어떻게 해서든 젝토올의 발을 잡아두고 있어야 했지만 도저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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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 린드! 괜찮으세요?"
베르단디는 추락하는 린드를 법술로 받아내었다. 다행히도 린드는 살아있었다. 그러나 너무 큰 데미지를 입어 제대로 움직이지 조차 못하고 있었다. 베르단디가 린드에게 회복 법술을 걸기 시작했다.
"아키토님!"
시즈와 요헤이는 애타게 공중전을 하고 있는 아키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지금의 아키토 역시 너무나 불리했다. 시즈를 비롯해서 모두가 애타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봐! 좀 도와줘!"
그 때 쓰러져있던 앱톰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울드가 그런 그를 옆에서 부축했다. 어느 정도 몸을 일으킨 앱톰은 왼손을 하늘 위로 높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는 검지를 뻗어 젝토올 쪽을 겨누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 발의 생체 미사일로 변하였다. 울드가 앱톰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려는 거야?"
"가이버 III 에게 메가 스매셔를 쏠 기회를 줄 거야. 나도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핫!!"
-파앙!
앱톰이 간신히 만들어낸 미사일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앱톰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시켜서 그 미사일을 컨트롤 하였다. 목표는 젝토올의 사각지대, 바로 등 뒤다. 미사일은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고 젝토올은 아직까지 미사일의 접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콰앙!!
"우왁!"
미사일은 결국 젝토올에게 제대로 명중하였다. 뜻밖에 일격을 당한 젝토올이 공중에서 비틀거렸다. 그러나 이 정도는 젝토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앱톰 역시 이 한발만으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다만 단 한순간이라도 발을 묶을 수만 있다면 족했다. 그리고 아키토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지금이다!"
-철컥! 키이이잉!!
젝토올이 잠시 비틀거리자 아키토는 곧장 젝토올을 향해 서서는 양쪽 흉부장갑을 열어젖혔다. 곧이어 아키토의 메가 스매셔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다시 아키토에게로 시선을 돌린 젝토올은 크게 놀랐다. 어느새 메가 스매셔는 발사 직전의 단계까지 와 있었다. 피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젝토올이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리고 충각에 강력한 전자파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죽어라!!!"
-퍼어어엉!!!!
아키토의 메가 스매셔가 드디어 발사되었다. 메가 스매셔의 섬광이 밤하늘을 가르며 젝토올을 집어 삼켰다. 그 모습을 본 모두는 드디어 이겼다며 환호하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스매셔의 섬광이 잦아들자 모두는 경악하였다. 젝토올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이었다!
"저...저럴 수가!!"
"튕겨낸 건가?!!"
튕겨낸 것이 아니었다. 젝토올의 유전자를 습득해서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던 앱톰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젝토올은 전자파로 코팅한 충각으로 스매셔의 광선을 갈라버린 것이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그대로 당하고 마는 위험천만한 기술이었지만 에너지를 한 점에 최대한 집중시키면 이론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앱톰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메가 스매셔까지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위이잉!!
"큭!"
메가 스매셔가 실패하자 당황해하는 아키토를 향해 젝토올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아키토는 황급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였다. 그러나 젝토올이 한 발 더 빨랐다. 젝토올의 강력한 충각이 그대로 아키토의 등을 찔렀다.
-푸욱!!
"커억!!"
젝토올의 충각이 아키토의 가슴을 뚫고 나왔다. 치명상을 입은 아키토의 입 양쪽 공기흡입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밑에서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시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키토님!!!"
"으...으으으...."
아키토의 꿰뚫린 가슴과 등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젝토올은 아키토를 꿰어 놓은 채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젝토올이 지금까지 다짐해오던 복수가 이제 완성직전까지 와 있었다.
"후후후....드디어 잡았다. 애송이 녀석. 생각보다 재밌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파지지직!!
젝토올이 꿰어놓은 그 상태 그대로 1만 볼트의 강력한 전기 공격을 아키토에게 퍼부었다. 강렬한 전기 스파크가 일면서 아키토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우아아아아!!!!"
젝토올이 아키토를 지상으로 떨어트렸다. 정신을 잃은 아키토는 그대로 베르단디들이 있는 공터로 추락하였다. 시즈와 요헤이가 황급히 아키토에게 달려갔다. 시즈가 울면서 아키토를 흔들었지만 그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시즈뿐만이 아니라 지로를 비롯해서 모두가 아키토에게 달려갔다. 전기 공격을 받은 아키토의 몸 여기저기서 흰 연기가 나고 있었고 가슴의 상처에서는 아직도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주 처참하게 당하고 만 것이다.
-쿠웅!!
젝토올은 곧장 아키토의 바로 앞에 착지하였다. 깜짝 놀란 모두는 황급히 젝토올에게서 물러났다. 그러나 시즈만은 아키토를 지키려는 듯이 몸으로 아키토를 덮었다. 젝토올은 착지하자마자 앱톰에게 생체 열선포를 발사하였다. 아까 생체 미사일 공격으로 중간에 건방지게 끼어든데 대한 보복이었다.
"쥐새끼 녀석!!"
-퍼엉!
"끄아악!!!"
젝토올의 공격으로 인해 앱톰은 하반신 전체가 다 날아가 버렸다. 앱톰은 애가 탔다. 아직 젝토올에게서 옮은 바이러스의 영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는 전신을 회복할 수가 없었다. 육체를 회복하려면 단 한마리라도 조아노이드를 융합포식해야 했지만 주위에 그런 게 있을리가 없었다. 물론 바이러스의 효과는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육체를 재구성할 수 있겠지만 그 동안이 문제였다. 지금 앱톰은 어떠한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이익! 노하라 벼락이여! 하늘에서 내려와...."
-푸슝! 콰쾅!
울드가 공격 법술로 젝토올을 공격하려 하였지만 그 전에 젝토올의 생체 열선포가 한발 더 빨랐다. 생체 열선포는 울드의 바로 앞 지면에 명중하였다. 젝토올의 위협사격이었던 것이다. 위력적인 생체 열선포 공격에 울드는 움찔 하였다. 그녀의 영창은 중지되었다.
"너희들 상대는 나중에 해 주겠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가만히 있어!!"
위압적인 젝토올의 모습에 울드를 비롯한 모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울드는 도저히 자신이 어찌해 볼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고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앱톰, 린드에 아키토까지 전부 다 쓰러져 버린 지금 젝토올을 상대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젝토올은 손목의 고주파 블레이드를 전개하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끝장을 내 주마, 가이버 III. 네 녀석이 죽인 장크루스처럼 두 조각을 내서 말이다!"
"시즈씨! 어서 피해요!!"
지로들이 시즈에게 어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시즈는 오히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양 팔을 크게 벌리면서 젝토올의 앞을 막아섰다. 아키토를 죽일 거면 우선 자신부터 죽이라는 듯이. 젝토올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비켜 계집. 안 비키면....."
젝토올은 시즈의 얼굴 바로 앞에서 고주파 블레이드의 끝부분을 들이대며 위협하였다. 그러나 시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매섭게 젝토올을 쏘아보며 말했다.
"싫습니다! 아키토님을 절대 죽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못 비킵니다!"
요헤이는 그런 손녀를 보며 눈물지었다. 가녀린 몸이나마 아키토를 위해 희생하려는 손녀가 너무나 대견스러웠지만 동시에 시즈가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늙은 자신에 대한 무력감에 괴로웠다. 1년이나 기다렸는데 결국 이렇게 된단 말인가, 요헤이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좋다! 그렇게 소원이라면 같이 죽여주마!!"
젝토올이 고주파 블레이드를 높이 치켜들었다. 시즈는 이미 각오했다는 듯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모두들 그 모습을 보며 우왕좌왕하였다. 린드는 아직 다 회복이 안 된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 하였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 누구도 젝토올을 막을 수가 없었다. 베르단디는 당황해하며 시즈 쪽과 케이가 잠들어 있는 번데기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했다.
"케이씨! 제발....."
젝토올의 블레이드가 섬뜩한 빛을 발하였다.
"그럼 죽어라!!"
"케이씨!!!!"
베르단디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갑자기 번데기가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퍼엉!!
그리고 번데기에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번데기를 중심으로 주변에 한 순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베르단디들은 갑작스러운 번데기의 변화에 깜짝 놀라 번데기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때까지 정신을 잃고 있던 아키토도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젝토올 역시 깜짝 놀라 공격을 멈추고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번데기의 껍질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안에 있던 케이가 깨어나는 것이었다.
-빠각! 투둑!
"에? 저...저게..."
"....가이버가...아니야....?"
그러나 번데기가 열리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들이 알고 있던 가이버 I, 케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윽고 껍질이 완전히 열리면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이 몸을 일으키자 모두들 크게 놀랐다. 황색의 갑옷을 가지고 있는 처음보는 거인이 나타났다!
“저...저게 케이야?”
“크...크다.....!”
유난히 커다란 어깨 장식과 3m는 되는 거대한 신장, 그리고 얼굴의 모습이나 보디의 색깔도 이전의 가이버 I 이 아니었다. 모두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 튀어나오자 당황해 하였지만 아키토는 그것의 이마에 있는 컨트롤 메탈의 모습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저것은 틀림없이 가이버 I. 다시 태어난 케이의 새로운 몸이었던 것이다. 그 거인의 컨트롤 메탈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이럴 수가! 저게 가이버 I 이라고?"
젝토올 역시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던 가이버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척 보기에 이번에 나타난 녀석은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젝토올은 즉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양 어깨의 장갑판을 활짝 열어젖혀서는 가지고 있던 모든 생체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받아라!!"
-투화확!!!
수많은 생체 미사일들이 그 거인과 베르단디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미사일들이 날아들자 모두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었다. 베르단디와 울드가 실드를 전개하려 하였지만 도저히 시간에 댈 수가 없었다!
-콰콰콰쾅!!!
미사일들이 동시에 착탄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젝토올은 드디어 이겼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아까의 거인 가이버는 이번 공격에 안 죽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빈사상태인 앱톰과 가이버 III 는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거인도 무사하지는 못할 테니 지금 내려가서 결정타만 날린다면....
"아...아니!"
그 순간 젝토올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폭연이 걷히면서 드러난 그 곳에는 산산 조각난 가이버들의 육신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하얀 빛의 막이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저 거인이 어느새 바리어를 펼쳐서 미사일들을 전부 막은 것이다! 저 가이버는 놀랍게도 바리어까지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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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으...!"
미사일들이 날아오는 것을 본 스쿨드는 공포에 질려 베르단디의 품에 파고들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폭음이 울려 퍼지자 이제 죽는구나 싶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과연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죽으면 어디로 가지? 죽을 때 아플까? 죽어도 언니랑 같은 곳에 갈 수 있을까? 등등 그 짧은 순간에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었다. 그 때 베르단디가 손으로 부드럽게 스쿨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렴, 스쿨드. 우린 무사해."
"으..응??"
공포에 질려 웅크리고 있던 건 스쿨드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울드조차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변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자신들도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자 다들 고개를 들었다. 주위를 둘러본 울드는 깜짝 놀랐다. 어느새 자신들의 주위를 반투명한 빛의 막이 감싸고 있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바리어였다. 울드는 놀란 얼굴로 베르단디를 바라보았다. 베르단디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베르단디? 설마 네가 한 거니? 이 방어막."
"아뇨. 저도 할 틈이 없었어요. 제가 한 게 아니라..."
거기까지 말한 베르단디는 웃으면서 그 거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색의 거인은 두 손을 가슴 깨에 교차해 놓은 상태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커다란 어깨 장식에 달려있는 두개의 구슬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거인이 양 손을 내리자 바리어가 사라졌다. 이 거인이 바리어를 전개한 것이다. 거인의 바리어는 베르단디들과 아키토, 앱톰까지 모두 완벽하게 보호하였다.
"케이씨가 우리를 구해주신 거에요."
모두들 경이에 찬 눈으로 '케이'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이전의 가이버에게는 없는 능력이었다. 요 1년 동안 케이는 대단한 파워 업을 이룩한 것이다. 모두들 다시 태어난 케이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위잉!
케이가 복부의 중력 제어구를 제어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장 상공에 떠 있던 젝토올과 대치하였다. 젝토올은 어느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곧장 고주파 블레이드를 전개하고 케이에게 달려들었다.
"날 막을 놈은 없다아아아!!!"
케이 역시 젝토올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순식간에 서로 맞부딪혔다. 젝토올이 고주파 블레이드를 휘두르기 직전, 젝토올의 공격보다 케이의 주먹 공격이 한 발 더 빨랐다. 케이의 주먹은 그대로 젝토올의 복부를 정확하게 가격하였다.
-퍼억!!
"커헉!!!"
젝토올은 복부를 움켜쥐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전보다 방어력이 훨씬 올라간 그였지만 지금의 충격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 지경으로 컸다. 이 한 방으로 젝토올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완력은 저 거인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그렇다고 바리어를 쓸 수 있는 저 놈에게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원거리 무기는 통하지 않았다. 접근전, 원거리전 모두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단 하나! 젝토올은 그대로 최고 속도로 높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난 이대로 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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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한 척후 조아노이드들과 사념파로 연결된 푸르크슈탈은 현장에서 보내오는 영상을 보고 경악하였다. 생전 처음 보는 거인이 젝토올과 대치하고 있던 것이다. 잠시 후 둘이 서로 일격을 주고받았고 그 대결에서 밀린 젝토올이 하늘로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극도로 강화된 젝토올조차 압도할 정도의 저 거인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 앱톰일까? 스스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놈이라고 하니까 혹시 저렇게까지 변한 걸까?
그러나 곧이어 푸르크슈탈은 그 거인의 이마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머리에서 빛나고 있는 은빛의 금속구, 저것은 틀림없이 가이버의 컨트롤메탈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저 거인은 가이버? 하지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1년 전 미나카미 산에서 알칸펠과 교전 후 패배해서 완전히 소멸해 버린 줄 알았는데 설마 살아있었다는 말인가.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저 모습은 또 뭐란 말인가. 그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가이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화악!!
"웃!"
그 때 그 거인 가이버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직후 그의 이마에서 강렬한 빛이 발해지나 싶더니 척후 조아노이드와의 사념이 끊어졌다. 현장에 있던 척후 조아노이드가 저 거인에게 들켜서 공격을 받은 것이다. 푸르크슈탈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척후 조아노이드로는 저 놈을 계속해서 관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직접 나가봐야 할 것 같았다.
푸르크슈탈은 클라우드 게이트 최상부에 위치한 최고 간부 집무실, 클라우드 헤드를 나섰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거인 가이버와 젝토올의 뒤를 쫓았다. 지금 젝토올은 계속해서 상승만 하고 있었다. 현재의 속도라면 잠시 후면 성층권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도대체 왜 상승을 할까? 도망을 칠거면 아래로 내려가서 건물들 틈 사이로 숨는 게 더 현명했다. 하늘로 도망가 봐야 저 거인이 더 빨리 날 수 있다면 곧 잡힐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해가 떠오르는군.....'
동쪽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 오는 것이 보였다. 전투를 쭉 지켜보다 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었다. 그 때 푸르크슈탈의 뇌리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침이 밝아온다? 그건 태양이 지금 떠오른다는 뜻. 문득 그는 발카스에게서 들었던 젝토올의 능력들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의 능력 중에서 제일 위험한 기술도 생각났다. 그리고 그 기술을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났다. 그렇다면.....
"설마! 젝토올 녀석, 그걸 쓰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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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위잉!
젝토올은 상공에 정지한 채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날개는 더욱 더 맹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어느덧 저 멀리 동쪽 하늘에서 떠오른 태양빛이 젝토올의 전신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의 날개가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젝토올의 날개가 그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둬! 젝토올! 그걸 쓰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단 말이냐!!"
푸르크슈탈의 사념파가 들려왔다. 상당히 당황해하는 목소리인걸 보니 젝토올이 지금 무슨 기술을 쓰려고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젝토올은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물론 알고 있다."
젝토올의 최종 필살기, '블래스터 템페스트'. 등의 날개로 주위의 열에너지를 모아 한꺼번에 방출하는 최강의 생체 열선포 병기. 그 위력은 지상에서 쏠 때도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에 필적하는 위력이 나오는 기술이었다. 그런 것을 이렇게 지상보다 더 엄청난 양의 태양 에너지를 직접 받으면서 발사하면 그 위력은 메가 스매셔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초고열 빔이 나올 것이다. 그 위력은 가이버뿐만이 아니라 도쿄 전역을 초토화 시킬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그런 걸 쏘면 젝토올 본인도 무사할 수 없다. 지상에서 발사했던 때에도 젝토올의 몸은 거의 만신창이가 되었었으니까. 여기서 이 정도로 까지 모인 에너지를 방출하면 자신의 몸은 그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패배 보다는 낫다! 어차피 여기서 살아남아도 자신의 목숨은 잘해야 앞으로 2~3일 정도. 이미 그는 삶에 대한 미련같은건 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밑에서 계속해서 푸르크슈탈이 중지를 명령하였지만 거듭된 제조재로 인해 조아로드의 사념파 지배에서 해방된 젝토올은 푸르크슈탈의 명령을 무시하였다. 그는 밑에서 뭐라고 떠들던 간에 개의치 않고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부의 장갑판을 활짝 열어 빔포의 발사 준비를 마쳤다.
"어차피 길지 않은 목숨, 최후를 화려하게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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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는 젝토올을 쫓아 상승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떠 있었다. 잠시 가만히 있던 그의 이마의 컨트롤 메탈이 찬란하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양쪽 가슴의 장갑판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흉부 장갑이 열리면서 장갑판 안에 감추어져 있던 커다란 젤리 모양의 스매셔 발생장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매셔에 에너지가 충전되기 시작하면서 강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위이이이이잉!!!
밑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단디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 케이는 메가 스매셔를 쓰려는 것이었다. 아니, 거인의 능력으로 미루어 보건데 보통의 메가 스매셔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스매셔가 발사될 것이 틀림없었다. 갑자기 케이가 스매셔를 전개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잠시 후에 아주 무시무시한 한 판 대결이 벌어질 거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는 잔뜩 긴장한 채 마른침을 삼키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베르단디는 간절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였다.
'케이씨....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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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스터 템페스트를 날릴 준비를 하던 젝토올은 직감적으로 저 밑에서 거인 가이버 역시 뭔가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뭐가 됐든 간에 젝토올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생명, 그리고 친구들의 의지를 모두 담은 이 필살기가 질 리 없다! 그 동안 모은 엄청난 태양 에너지로 인해 젝토올의 몸은 아주 뜨거웠다. 이제 이 한방으로 결판이 난다!
"간다!! 파이널 블래스터 템페스트!!!!"
-퍼어어엉!!!
젝토올의 복부에서 엄청난 크기의 빛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젝토올의 눈앞에 친구들의 모습이 비쳐졌다. 엘레겐, 가스터, 다젤브, 장크루스. 언제나 함께 해 왔던 친구들. 이제 그도 비로소 친구들 곁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내가 간다.....'
그리고 젝토올은 정신을 잃었다. 빔의 발사 충격을 못 이긴 젝토올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소멸되어 갔다.
-쿠오오오옹!!
"우와아아!"
"꺄아악!!"
"이런! 모두 눈을 감아!!"
하늘에서 엄청난 밝기의 빔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젝토올이 왜 위로 도망쳤나 싶었는데 결국 저런 엄청난 빔을 날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아키토는 다른 사람들이 실명할 것을 우려해서 눈을 감으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저게 지상에 그대로 내리 꽂히면 실명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일대가, 아니 도쿄 전역이 거의 괴멸되는 것이다! 모두들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였다. 그 순간 케이의 몸이 아주 환하게 빛났다!
-투아아아아앙!!!!
케이의 스매셔가 엄청난 굉음을 울리면서 하늘로 발사되었다. 젝토올의 빔에 맞서 이전까지의 메가 스매셔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강력한 빔이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둘이 발사한 빔은 고공에서 서로 딱 맞부딪혔다.
-콰아아앙!!!!
두개의 초고열 빔이 격돌하면서 거의 핵폭탄이 터진 것 같은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아직 어두운 새벽하늘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폭발할 때 발생한 충격파는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젝토올을 쫓아 상승을 하던 푸르크슈탈은 그 폭발에 휘말려 멀리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그는 정신을 잃은 채로 지상으로 추락하였다.
-투와와왕!!!
결판은 순식간에 났다. 케이가 발사한 스매셔는 그대로 젝토올의 빔을 소멸시키고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갔다. 그리고 지구 인력권을 순식간에 벗어나며 우주 저 멀리까지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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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굉장해....."
섬광이 가신 것을 느낀 베르단디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두 빔의 격돌 여파로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증발돼 버리면서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게다가 폭발의 여파로 인해 상공에는 플라즈마 현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의 스매셔였다. 모두들 그 위력에 놀라 다들 할 말을 잊은 채 그저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꾸에엑!!"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괴상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모두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앱톰이 웬 카멜레온처럼 생긴 조아노이드 한 마리를 붙잡고 흡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조아노이드는 이리저리 몸부림 쳤지만 결국 앱톰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아까부터 베르단디들을 감시하던 척후 조아노이드인 것 같았다. 좀 더 가까이 접근해 보려다가 그만 앱톰에게 붙들린 것 같았다.
'젠장! 아직도 바이러스가 남은 건가!"
앱톰은 그 척후 조아노이드를 붙잡은 채로 낑낑대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진작 흡수돼 버렸어야 하는데도 조아노이드는 아직까지도 발버둥치고 있었다. 흡수되는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 상태였다. 젝토올의 바이러스의 영향이 완전히 가시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듯싶었다. 앱톰은 오른팔로 그 조아노이드의 목을 비틀어 버렸다. 상대의 숨이 끊어지면서 저항력이 없어지자 흡수되는 속도가 좀 더 빨라졌다. 이윽고 앱톰은 그 조아노이드의 몸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모리사토 케이에게 전해라. 조만간 다시 보러 오겠다고."
앱톰은 베르단디들에게 그렇게만 말하고 높이 점프하였다. 앱톰은 건물 옥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딘가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이윽고 앱톰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베르단디들은 잠시 앱톰이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단디는 조만간 그를 다시 한 번 더 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것도 적이 아니라 친구로서. 물론 앱톰은 지금 당장은 케이의 목숨을 노린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그를 보고 있자면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앱톰....당신은....'
"아! 내려와요!"
그 때 핫세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황색의 거인, 케이가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그는 베르단디들의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메구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하... 케이짱 ...많이 컸네...."
"그러게 말이야....."
평소 같으면 그 무슨 얼빠진 소리냐며 핀잔을 줄 법한 지로였지만 지금의 그녀도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지금 눈앞에 있는 저 거인이 진짜 케이인지 조차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베르단디만큼은 분명히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파앗!
갑자기 그 거인의 컨트롤 메탈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겉의 장갑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 가이버 I, 케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베르단디들이 잘 알고 있는 케이의 가이버 모습 그대로였다. 벗겨진 거인 식장은 그대로 하나로 합쳐지더니 어느 샌가 나타난 번데기의 안에 그대로 격납되었다. 그리고 번데기는 어디론가 공간이동을 하며 사라졌다. 그 번데기는 거인 식장을 담아 두는 일종의 컨테이너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케이씨....케이씨!"
베르단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케이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그 직후 가이버 I 의 식장이 벗겨졌다. 그러자 그 안에서 정말 보고 싶던 얼굴이 나타났다. 베르단디가 지난 1년간 단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얼굴, 이 세상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케이의 모습이었다.
케이는 정신을 잃은 상태여서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베르단디가 쓰러지기 직전의 그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케이를 꼭 끌어안은 채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꼭 끌어안은 케이의 몸에서 따뜻한 체온과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케이는 아주 건강하게 살아있었다. 케이의 얼굴은 아주 평온한 것이 마치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환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 1년간의 마음고생이 지금 이렇게 보답 받은 것이다. 베르단디는 케이가 이렇게 무사히 살아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케이씨.'
Next episode 제4화 '13인 째의 조아로드' coming soon......
p.s : pc 가 잠시 돌아가셔서 (...) 포맷하느라 좀 늧게 올립니다. ^^;;; 개인적으로 이번화는 쓰면서 꽤 즐거웠다죠. 가이버의 파워업 형태의 등장!
.....설정은 내일이나 모레쯤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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