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날개 1화-몬스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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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훅,”
탁 탁 탁 탁
케이는 규칙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마을을 돌고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동안 케이가 달고 있는 쇠덩어리는 마법의 힘을 빌어 무게를 늘려갔고 지금 그가 차고 있는 쇠덩어리의 무게는 하나당 30kg, 4개를 합하면 120kg이나 되는 엄청난 무게였다. 그런데 케이는 그런 쇠덩어리를 달고도 가볍게 뛰고 있었다.
“여어, 케이 군. 드디어 마지막 바퀴인가?”
“아, 네. 그리톤 씨.”
“케이. 네 아버지한테 줄 물건이 있으니 그거 다 뛰고 나면 잠시 들려라.”
“예. 필리포 씨.”
“케이야. 반찬을 좀 많이 만들었거든. 나눠줄테니까 이따 들리렴.”
“감사합니다. 이즈미 누나.”
‘어떤 반찬일까? 이즈미 누나의 요리는 참 맛있는데. 이제 몇 일간은 맛없는 식사를 안 해도 되겠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바퀴인 20바퀴째를 채우는 케이. 10바퀴로 시작되었던 달리기는 어느새 마을 20바퀴를 도는 걸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리고 검술을 배우고 나면서부터 추가된 훈련이 있었는데 바로….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케이를 향해 몽둥이가 날아왔다. 하필 위치도 피하기 힘든 무릎 부분, 하지만 케이는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동작으로 몽둥이를 피해냈다.
쐐애액!
하지만 이번엔 케이가 피한 곳으로 화살이 날아왔다. 그것도 머리 부분! 이 공격을 한 장본인은 케이가 어느쪽으로 피하는지도 계산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케이는 머리가 꽤뚫려 죽고 만다. 하지만 케이는 이번에도 역시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었다. 이미 케이에게 이런 건 매일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왜냐, 이게 추가된 훈련 중 하나이니까.
후우웅!
피리리릭!
츄아아악!
촤아아악!
여러 가지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케이는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함정을들 하나씩 피해나갔고 드디어 어제까지는 마지막 함정이었던 위, 아래, 정면, 뒤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줄에 묶인 통나무를 피해내면 되는 함정을 겨우겨우 통과했다.
“휴우.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나? 아버지는 쉽게 피해내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케이.
시이이이잇!
슈아아악!
피리리릿!
“우, 우왓!”
함정을 다 피해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케이는 느닷없이 16방위를 점하고 날아오는 단검들을 보고 기겁해야했다. 이런 함정은 어제까지 없었기에 특히 더 놀랐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단검들은 케이에게 오래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에 생각은 함정을 벗어나고 해도 충분하다 생각한 케이는 머리와 심장쪽으로 날아오는 단검들만 쳐내면서 길을 뚫었다.
푸욱!
팍!
“큭!”
중요한 부분만 막으면서 길을 연지라 몸에 서너개의 단검이 박히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좀 전의 경우처럼 함정이 끝났다고 안심한 순간에 또 다른 함정이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까지 남은 거리는 230m, 집에 들어갈 때 까지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슈슈슛!
케이의 생각이 맞았음인가. 케이에게 서너개의 창이 날아왔다. 케이는 재빨리 몸을 바짝 엎드려 창들을 피한 뒤 발을 굴러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피피핏!
한 50M를 나갔을까. 양쪽 숲속에서 20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케이가 달려오면서 줄 같은 건 보질 못했으니 아마도 모든 함정이 처음 작동될 때부터 케이가 어떤 식으로 어떤 속도로 움직일지를 훤히 꽤뚫어보고 교묘하게 배치된 것 같았다. 화살들은 피할 틈 없이 날아오는 것 같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한사람이 겨우 피할 정도의 틈은 있었다. 케이는 살기 위해서라도 재빨리 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쐐에엑!
마지막 화살을 피하며 한바퀴 굴러 일어날 때, 일어서는 케이의 머리로 커다란 창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으헉!”
‘이 빌어먹을 아버지! 아들을 죽일 작정입니까!’
케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했다. 케이는 화살을 피하느라 정신이 그쪽으로 쏠린 상태였다. 더구나 마지막 화살을 피하기 위해 한바퀴 구른 상황.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 짧은 틈으로 창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것이다.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는 어떻게 피하려고 해도 한군데는 맞을 수밖에 없다.
푸슛!
챙!
케이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자신의 왼팔에 박혀있던 단검을 뽑아서 창의 방향을 틀었다.
“크윽.”
다행이 방향은 틀었지만 창의 힘이 강했던지라 그 힘을 버티지 못한 손아귀가 찢어졌다.
‘하지만 목숨 값 치곤 싸다고 해야 하나. 이 빌어먹을 아버지. 이번엔 정말 죽을 뻔 했다고요.’
함정은 창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케이는 찢어진 손바닥과 단검을 뽑아내서 피가 나는 왼팔을 지혈하며 천천히 집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그날따라 양손과 양발에 달려있는 쇠덩어리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드르륵!
“아버지!”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커다랗게 카이안을 부르는 케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어디 있어요! 얼른 나와요!”
무엇 때문인지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분노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죽을 뻔 했는데.
“무슨 일인데 그리 소란을 떠는 거지?”
카이온이 자신의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케이는 태연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에 분노가 더욱 커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아버지! 하나뿐인 아들을 죽일 작정입니까? 도대체 저 말도 안되는 함정들은 뭐란 말입니까! 특히 마지막에 날아온 그 창은 잘못하면 정말로 죽을 뻔 했다고요!”
“흠, 분명 함정은 내가 설치한 게 맞지만 마지막에 날린 창은 내가 설치한 게 아니다.
“에?”
그럼 누가?
케이는 의문을 가득 담은 눈길로 카이안을 바라보았다. 좀 전에 말했다 시피 카이안의 얼굴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죽을 뻔 했는데도 말이다.
“그게 말이지……티아가 정령으로 날린 거다. 진짜 죽을려고 하면 정령으로 멈춘다기에 난 그냥 내버려뒀었는데, 결국 안죽고 살아있잖냐.”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아아아!!”
아무리 정령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 힘은 정령이 쉽게 멈출 정도의 힘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마음 속으론 골백번도 더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차마 카이안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뭐했는지 케이는 분통한 마음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분명 케이의 엄마인 티아는 상급 정령술사지만 그 힘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케이에게 날아온 창에 실린 힘은 중급정령이 전력으로 케이를 향해 투척한 정도의 힘. 그걸 쉽게 멈출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흑흑, 어떻게 가족이 하나뿐인 자식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야. 나 정말 이렇게 살아야되?’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티아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갈색의 곱슬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평범한 외모의 여인. 그녀가 바로 케이의 엄마인 티아였다.
“어머, 케이. 무사히 살아 돌아왔구나? 그런데 거기서 뭐하니. 얼른 씻고 오렴. 아침 차려놨으니.”
티아는 잔인한 말을 웃는 얼굴로 내뱉고는 다시 부엌으로 사라졌다. 카이안도 잠시 케이를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티아를 따라 부엌으로 사라졌다. 거실에 홀로 남겨진 케이. 지금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나…그냥 죽어버릴까?’
불쌍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작가가 죽일 생각이 없는데.
케이가 익히고 있는 상급검술의 이름은 피닉스 검법(phoenix sword)이었다. 이 피닉스 검법은 총 7개의 초식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첫 번째 초식이 오픈 더 윙(open the wing)이라는 초식으로 피닉스가 날개를 펼치는 모습처럼 검을 좌에서 우로 휘두르는 초식이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발검술이다. 경지에 이르면 발검을 할 때 불길이 일어난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두 번째 초식은 불꽃의 회전(spin of the fire)이다. 이 초식은 검을 좌에서 우로 휘두르면서 한바퀴 회전하는 것이다. 역시 경지에 이르면 회전하는 검을 따라 불길이 일어나 시전자를 보호, 또는 적을 공격한다고 하는 공방일체의 초식이다.
세 번째 초식은 불꽃의 길(fire road)이란 초식으로 우각전향으로 베면서 나아가 왼쪽 상단으로 찌른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사선으로 베어 낸 다음 적을 꽤뚫고 지나가는 것이다. 뚫고 지나가기 전에 spin of th fire로 연계도 가능하다.
네 번째 초식은 불꽃의 비(fire rain)이라는 초식으로 여기서부터는 검기를 뿜어내는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야 그 진정한 위력을 드러내는 초식이었다. 이 초식은 사방 10M에 불꽃을 머금은 검기를 떨어뜨리는 초식이다.
다섯 번째 초식은 대지의 불꽃(Earth quake of fire)라는 초식으로 역시 검기를 다룰 줄 알아야 사용이 가능한 초식이다. 땅에 검을 박아 넣어 대지를 폭발시킨다. 땅이 폭발하면서 땅속에 심어둔 불꽃의 검기가 같이 솟구쳐오르며 사방 20M안에 있는 적들을 공격한다.
여섯 번째 초식은 피닉스의 불꽃(phoenix of fire)이라는 초식으로 불꽃을 머금은 검기를 뭉쳐서 적에게 날리는 기술이다. 무협식으로 말하면 검탄(劍彈)이라고 할 수 있는 초식으로 일인공격 특화 기술이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초식은 피닉스의 춤(Phoenix of Dance)라는 초식으로 첫 번째 초식부터 여섯 번째 초식까지 한번에 펼쳐내는 것을 말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한번에 펼치면 전혀 다른 새로운 초식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꼭 피닉스가 춤을 추는 모습이라 하여 Phoenix of Dance라 불린다.
현제 케이는 일곱 개의 초식 중에 세 번째 초식을 열심히 익히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뭐 그 이상의 초식을 익히려고 해봐야 검기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어림도 없고. 상급검술의 약점이 여기 있었다. 상급 검술은 검기를 다룰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초식들이다. 그러니 초보자가 익혀봐야 본 위력의 절반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케이가 찌르기와 베기만 완벽하게 익힌다면 상대가 상급 검술을 펼치기도 전에 최단거리로 찌르고 베어오는 케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었다. 카이안이 2년 전에 이 사실을 말 안 해준 것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앗!”
후웅! 훙! 훙!
탕! 타탕!
오늘도 연무장에서는 케이가 열심히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찌르고 베어내는 케이의 동작은 안정되어 있었고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은 꽤나 날카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목검을 휘두르던 케이는 이내 목검을 내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후우, 아무래도 이 검법…너무 공격 일변도로 치우친 것 같은데. 게다가 아직 펼치지는 못하지만 설명을 보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초식은 범위공격. 도대체 이런 공격적인 검법을 아버지는 어떻게 구하셨는지 몰라.”
원래 피닉스 검법은 본래 실레스티아 검법과 한쌍이었다. 실레스티아는 바람을 지배하는 자. 바람의 정령왕의 이름이었다.
즉 불과 바람이 상생인 것처럼 피닉스 검법은 공격을, 실레스티아 검법은 방어와 피닉스 검법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카이안은 케이에게 피닉스 검법만 가르쳐 준 것이다.
물론 카이안이 실레스티아 검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뭐 카이안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란 얘기. 이것이 케이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피닉스 검법에서 방어 초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Spin of the Fire 하나 뿐. 하지만 이것도 수비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그럼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거라고는 이 튼튼한 두 다리 뿐이라는 건데. 이거 문제네.”
케이는 이 문제로 카이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카이안이 말한 해답은…….
‘적의 공격에 맞기 전에 네가 먼저 쓰러트리면 된다.’
……였다.
‘망할 아버지,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 그게 쉬우면 왜 이 고생을 하느냔 말이지.’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해보지만 쓰린 속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결국 그가 오늘도 해결책으로 택한 방법이란 목검에 분노를 담아 힘껏 휘두르는 것이었다. 무심한 하늘은 그런 케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쾌청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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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냐하하하. 이번에 귀차니즘이 좀 오래가서...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영어를 넣어봤습니다만 실은 제가 영어를 잘 못합니다.
틀린 부분 있으면 바로바로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원래 계획과는 달리 1화가 상당히 길어집니다. 슬슬 2화가 등장해야하는데 언제 끈어야 하나...
탁 탁 탁 탁
케이는 규칙적인 호흡을 내뱉으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마을을 돌고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동안 케이가 달고 있는 쇠덩어리는 마법의 힘을 빌어 무게를 늘려갔고 지금 그가 차고 있는 쇠덩어리의 무게는 하나당 30kg, 4개를 합하면 120kg이나 되는 엄청난 무게였다. 그런데 케이는 그런 쇠덩어리를 달고도 가볍게 뛰고 있었다.
“여어, 케이 군. 드디어 마지막 바퀴인가?”
“아, 네. 그리톤 씨.”
“케이. 네 아버지한테 줄 물건이 있으니 그거 다 뛰고 나면 잠시 들려라.”
“예. 필리포 씨.”
“케이야. 반찬을 좀 많이 만들었거든. 나눠줄테니까 이따 들리렴.”
“감사합니다. 이즈미 누나.”
‘어떤 반찬일까? 이즈미 누나의 요리는 참 맛있는데. 이제 몇 일간은 맛없는 식사를 안 해도 되겠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바퀴인 20바퀴째를 채우는 케이. 10바퀴로 시작되었던 달리기는 어느새 마을 20바퀴를 도는 걸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리고 검술을 배우고 나면서부터 추가된 훈련이 있었는데 바로….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케이를 향해 몽둥이가 날아왔다. 하필 위치도 피하기 힘든 무릎 부분, 하지만 케이는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동작으로 몽둥이를 피해냈다.
쐐애액!
하지만 이번엔 케이가 피한 곳으로 화살이 날아왔다. 그것도 머리 부분! 이 공격을 한 장본인은 케이가 어느쪽으로 피하는지도 계산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케이는 머리가 꽤뚫려 죽고 만다. 하지만 케이는 이번에도 역시 아슬아슬하게 피해내었다. 이미 케이에게 이런 건 매일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왜냐, 이게 추가된 훈련 중 하나이니까.
후우웅!
피리리릭!
츄아아악!
촤아아악!
여러 가지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케이는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함정을들 하나씩 피해나갔고 드디어 어제까지는 마지막 함정이었던 위, 아래, 정면, 뒤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줄에 묶인 통나무를 피해내면 되는 함정을 겨우겨우 통과했다.
“휴우.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나? 아버지는 쉽게 피해내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케이.
시이이이잇!
슈아아악!
피리리릿!
“우, 우왓!”
함정을 다 피해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케이는 느닷없이 16방위를 점하고 날아오는 단검들을 보고 기겁해야했다. 이런 함정은 어제까지 없었기에 특히 더 놀랐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단검들은 케이에게 오래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이에 생각은 함정을 벗어나고 해도 충분하다 생각한 케이는 머리와 심장쪽으로 날아오는 단검들만 쳐내면서 길을 뚫었다.
푸욱!
팍!
“큭!”
중요한 부분만 막으면서 길을 연지라 몸에 서너개의 단검이 박히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좀 전의 경우처럼 함정이 끝났다고 안심한 순간에 또 다른 함정이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까지 남은 거리는 230m, 집에 들어갈 때 까지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슈슈슛!
케이의 생각이 맞았음인가. 케이에게 서너개의 창이 날아왔다. 케이는 재빨리 몸을 바짝 엎드려 창들을 피한 뒤 발을 굴러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피피핏!
한 50M를 나갔을까. 양쪽 숲속에서 20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케이가 달려오면서 줄 같은 건 보질 못했으니 아마도 모든 함정이 처음 작동될 때부터 케이가 어떤 식으로 어떤 속도로 움직일지를 훤히 꽤뚫어보고 교묘하게 배치된 것 같았다. 화살들은 피할 틈 없이 날아오는 것 같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한사람이 겨우 피할 정도의 틈은 있었다. 케이는 살기 위해서라도 재빨리 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쐐에엑!
마지막 화살을 피하며 한바퀴 굴러 일어날 때, 일어서는 케이의 머리로 커다란 창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으헉!”
‘이 빌어먹을 아버지! 아들을 죽일 작정입니까!’
케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했다. 케이는 화살을 피하느라 정신이 그쪽으로 쏠린 상태였다. 더구나 마지막 화살을 피하기 위해 한바퀴 구른 상황.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 짧은 틈으로 창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것이다.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는 어떻게 피하려고 해도 한군데는 맞을 수밖에 없다.
푸슛!
챙!
케이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자 자신의 왼팔에 박혀있던 단검을 뽑아서 창의 방향을 틀었다.
“크윽.”
다행이 방향은 틀었지만 창의 힘이 강했던지라 그 힘을 버티지 못한 손아귀가 찢어졌다.
‘하지만 목숨 값 치곤 싸다고 해야 하나. 이 빌어먹을 아버지. 이번엔 정말 죽을 뻔 했다고요.’
함정은 창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케이는 찢어진 손바닥과 단검을 뽑아내서 피가 나는 왼팔을 지혈하며 천천히 집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그날따라 양손과 양발에 달려있는 쇠덩어리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드르륵!
“아버지!”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커다랗게 카이안을 부르는 케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어디 있어요! 얼른 나와요!”
무엇 때문인지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분노였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죽을 뻔 했는데.
“무슨 일인데 그리 소란을 떠는 거지?”
카이온이 자신의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케이는 태연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에 분노가 더욱 커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아버지! 하나뿐인 아들을 죽일 작정입니까? 도대체 저 말도 안되는 함정들은 뭐란 말입니까! 특히 마지막에 날아온 그 창은 잘못하면 정말로 죽을 뻔 했다고요!”
“흠, 분명 함정은 내가 설치한 게 맞지만 마지막에 날린 창은 내가 설치한 게 아니다.
“에?”
그럼 누가?
케이는 의문을 가득 담은 눈길로 카이안을 바라보았다. 좀 전에 말했다 시피 카이안의 얼굴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죽을 뻔 했는데도 말이다.
“그게 말이지……티아가 정령으로 날린 거다. 진짜 죽을려고 하면 정령으로 멈춘다기에 난 그냥 내버려뒀었는데, 결국 안죽고 살아있잖냐.”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아아아!!”
아무리 정령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 힘은 정령이 쉽게 멈출 정도의 힘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마음 속으론 골백번도 더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차마 카이안에게 그렇게 말하기도 뭐했는지 케이는 분통한 마음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분명 케이의 엄마인 티아는 상급 정령술사지만 그 힘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케이에게 날아온 창에 실린 힘은 중급정령이 전력으로 케이를 향해 투척한 정도의 힘. 그걸 쉽게 멈출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흑흑, 어떻게 가족이 하나뿐인 자식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야. 나 정말 이렇게 살아야되?’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티아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갈색의 곱슬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평범한 외모의 여인. 그녀가 바로 케이의 엄마인 티아였다.
“어머, 케이. 무사히 살아 돌아왔구나? 그런데 거기서 뭐하니. 얼른 씻고 오렴. 아침 차려놨으니.”
티아는 잔인한 말을 웃는 얼굴로 내뱉고는 다시 부엌으로 사라졌다. 카이안도 잠시 케이를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티아를 따라 부엌으로 사라졌다. 거실에 홀로 남겨진 케이. 지금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나…그냥 죽어버릴까?’
불쌍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작가가 죽일 생각이 없는데.
케이가 익히고 있는 상급검술의 이름은 피닉스 검법(phoenix sword)이었다. 이 피닉스 검법은 총 7개의 초식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첫 번째 초식이 오픈 더 윙(open the wing)이라는 초식으로 피닉스가 날개를 펼치는 모습처럼 검을 좌에서 우로 휘두르는 초식이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발검술이다. 경지에 이르면 발검을 할 때 불길이 일어난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두 번째 초식은 불꽃의 회전(spin of the fire)이다. 이 초식은 검을 좌에서 우로 휘두르면서 한바퀴 회전하는 것이다. 역시 경지에 이르면 회전하는 검을 따라 불길이 일어나 시전자를 보호, 또는 적을 공격한다고 하는 공방일체의 초식이다.
세 번째 초식은 불꽃의 길(fire road)이란 초식으로 우각전향으로 베면서 나아가 왼쪽 상단으로 찌른다.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사선으로 베어 낸 다음 적을 꽤뚫고 지나가는 것이다. 뚫고 지나가기 전에 spin of th fire로 연계도 가능하다.
네 번째 초식은 불꽃의 비(fire rain)이라는 초식으로 여기서부터는 검기를 뿜어내는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야 그 진정한 위력을 드러내는 초식이었다. 이 초식은 사방 10M에 불꽃을 머금은 검기를 떨어뜨리는 초식이다.
다섯 번째 초식은 대지의 불꽃(Earth quake of fire)라는 초식으로 역시 검기를 다룰 줄 알아야 사용이 가능한 초식이다. 땅에 검을 박아 넣어 대지를 폭발시킨다. 땅이 폭발하면서 땅속에 심어둔 불꽃의 검기가 같이 솟구쳐오르며 사방 20M안에 있는 적들을 공격한다.
여섯 번째 초식은 피닉스의 불꽃(phoenix of fire)이라는 초식으로 불꽃을 머금은 검기를 뭉쳐서 적에게 날리는 기술이다. 무협식으로 말하면 검탄(劍彈)이라고 할 수 있는 초식으로 일인공격 특화 기술이다.
그리고 마지막 일곱 번째 초식은 피닉스의 춤(Phoenix of Dance)라는 초식으로 첫 번째 초식부터 여섯 번째 초식까지 한번에 펼쳐내는 것을 말한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한번에 펼치면 전혀 다른 새로운 초식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꼭 피닉스가 춤을 추는 모습이라 하여 Phoenix of Dance라 불린다.
현제 케이는 일곱 개의 초식 중에 세 번째 초식을 열심히 익히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뭐 그 이상의 초식을 익히려고 해봐야 검기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어림도 없고. 상급검술의 약점이 여기 있었다. 상급 검술은 검기를 다룰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초식들이다. 그러니 초보자가 익혀봐야 본 위력의 절반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케이가 찌르기와 베기만 완벽하게 익힌다면 상대가 상급 검술을 펼치기도 전에 최단거리로 찌르고 베어오는 케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었다. 카이안이 2년 전에 이 사실을 말 안 해준 것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앗!”
후웅! 훙! 훙!
탕! 타탕!
오늘도 연무장에서는 케이가 열심히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찌르고 베어내는 케이의 동작은 안정되어 있었고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은 꽤나 날카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목검을 휘두르던 케이는 이내 목검을 내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후우, 아무래도 이 검법…너무 공격 일변도로 치우친 것 같은데. 게다가 아직 펼치지는 못하지만 설명을 보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초식은 범위공격. 도대체 이런 공격적인 검법을 아버지는 어떻게 구하셨는지 몰라.”
원래 피닉스 검법은 본래 실레스티아 검법과 한쌍이었다. 실레스티아는 바람을 지배하는 자. 바람의 정령왕의 이름이었다.
즉 불과 바람이 상생인 것처럼 피닉스 검법은 공격을, 실레스티아 검법은 방어와 피닉스 검법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카이안은 케이에게 피닉스 검법만 가르쳐 준 것이다.
물론 카이안이 실레스티아 검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뭐 카이안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란 얘기. 이것이 케이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피닉스 검법에서 방어 초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Spin of the Fire 하나 뿐. 하지만 이것도 수비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그럼 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거라고는 이 튼튼한 두 다리 뿐이라는 건데. 이거 문제네.”
케이는 이 문제로 카이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카이안이 말한 해답은…….
‘적의 공격에 맞기 전에 네가 먼저 쓰러트리면 된다.’
……였다.
‘망할 아버지,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 그게 쉬우면 왜 이 고생을 하느냔 말이지.’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해보지만 쓰린 속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결국 그가 오늘도 해결책으로 택한 방법이란 목검에 분노를 담아 힘껏 휘두르는 것이었다. 무심한 하늘은 그런 케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쾌청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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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냐하하하. 이번에 귀차니즘이 좀 오래가서...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영어를 넣어봤습니다만 실은 제가 영어를 잘 못합니다.
틀린 부분 있으면 바로바로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원래 계획과는 달리 1화가 상당히 길어집니다. 슬슬 2화가 등장해야하는데 언제 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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