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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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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5화 - 비정의 조아로드 -





케이와 아키토는 큰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1년 전 미나카미 산에서 죽은 그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12신장 멤버라니. 아키토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돼...! 무라카미씨는 죽었어! 규오의 손에 의해....바로 우리 눈앞에서."

무라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난 죽었었지. 그러나 난 나의 주인이신 알칸펠님의 은혜를 입고 다시 되살아났다. 배신자 규오를 대신할 새로운 신장 멤버, '이마카람 밀리비너스'로서 말이야."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무라카미의 태도였다. 나의 주인이라고? 새로운 신장멤버 이마카람 밀리비너스라고? 1년 전 타도 크로노스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도대체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경악해하는 케이들 앞에서 무라카미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대로 가면 이 지구는 죽음의 별이 되고 말아. 구 인류가 이제까지 이 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너희들도 잘 알겠지."

무라카미가 말하는 것은 그 동안 인류가 살아오면서 일으킨 환경 재앙이었다. 지구의 오염은 가속화되고 있고 생태계는 교란되고 있다.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멸종되거나 멸종 직전의 동식물들도 부지기수였다. 그 영향은 이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각종 환경재앙들, 예를 들면 해수면 상승이나 수온 증가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 단 1도만 물의 온도가 올라도 해양 생물들에겐 재앙이다 - 계체수의 감소, 이상기후, 게다가 도심지를 중심으로 각종 유해물질의 증가, 지구의 사막화,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의 증가...

그 뿐인가. 인류는 원래 한 형제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전쟁,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학살, 기아, 질병, 난민의 증가로 인한 사회 불안. 인류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걸로도 모자라 이제 스스로의 마음까지 파괴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들의 목을 죈다는 것조차 모르는 채로.

"....이러한 것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아. 이런 어리석은 구 인류에게 지구를 맡길 수는 없다. 구 인류는 지구를 구할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인 지도자의 지배를 받을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들의 구세주이신 알칸펠님에게 말이지."

케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무라카미가 다시 살아났다는 반가움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1년 전의 바로 그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무라카미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제안하였다.

"어때? 두 사람도 우리 크로노스에 들어와서 같이 신인류를 창조하는데 협조해 주지 않겠나?"

바로 아키토의 대답이 나왔다.

"웃기지마. 내가 거기에 응할 것 같으냐. 지금 당신은 제정신이 아냐. 놈들에게 세뇌된 건가? 아니면 다시 살아나면서 아예 돌아버린건가? 하여튼 정상이 아니란 것만은 확실해."

케이 역시 무라카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무라카미는 케이가 보기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요! 무라카미씨. 제발 정신을 차리세요. 우리가 알고 있던 무라카미씨는 이렇지 않았어요!"

그러자 무라카미가 양손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양 손바닥 사이에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파지직!

"아무래도 너희들은 말로 해서는 들어 먹을 것 같지 않군. 그렇다면....."

"이..이런! 피해!!!"

-퍼어어엉!!!




***************************************




"케이는 보여?"

"아니...아무것도."

베르단디들은 지금 은신처 안에서 TV앞에 모여 앉아 TV에 집중하고 있었다. 허나 이들이 보고 있는 건 TV 방송이 아니다. 방송에서는 그저 계엄령이 선포됐으니 다들 집밖에 나오지 말라는 멘트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베르단디들은 스쿨드가 만든 발명품을 보고 있었다. 스쿨드는 케이들이 싸우러 나간 후 즉시 솜씨를 발휘해서 TV 카메라가 달린 원격조종 무인 항공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걸로 케이들이 싸우는 장면을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스쿨드는 무인 항공기를 열심히 조작해서 클라우드 게이트 주변을 훑었다. 아까 케이가 기간틱으로 변신해서 클라우드 게이트로 돌격해 들어가는 걸 본 이후로는 케이와 아키토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건물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듯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무인기가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할 수없이 건물 바깥만 맴돌고 있었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건물 곳곳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인근의 모든 주민들이 똑똑히 보고 있었다. 절대적인 힘의 상징이 공격을 받아 연기에 휩싸여 있는 모습은 민중들의 마음을 거세게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케이씨....'

베르단디는 두 손을 꼭 모아 쥔 채로 TV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걱정이 되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케이의 새로운 힘, 기간틱이 대단히 강력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상대 역시 절대 만만한 놈들이 아니기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아! 위야! 위에서 뭔가가!!"

그 때 화면에 뭔가가 잡혔다. 클라우드 게이트의 최상층부, 양쪽 건물 사이에 다리처럼 걸쳐 있는 둥그런 돔에서 강력한 열선이 뚫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척 보기에도 대단히 강력한 위력의 빔이기에 이들은 혹시 저게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화면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한바탕 신나게 하고 있나 본데. 저기가 최고 간부가 있는 곳인가 봐."

다들 마른침을 삼킨 채 TV 화면을 주시하였다. 핫세는 잠시 화면에서 눈을 돌려 무라카미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 미나카미 산 유적 기지에서 탈출 작전을 벌이기 며칠 전에 유적기지의 최후를 기념한다며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것이 설마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핫세는 그의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간절히 빌었다.

'무라카미씨... 제발 선배들을 지켜 주세요.....'





***************************************




-콰아앙!!

"커헉!!"

케이는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클라우드 게이트의 간부 집무실에서 튕겨나간 이후 케이와 아키토는 지면으로 추락하였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아키토는 어느 건물 옥상위로 떨어져 건물 지붕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케이는 그대로 맨 아래까지 추락하였다. 하지만 지면에 격돌 직전에 간신히 정신을 집중해서 중력 제어구를 가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추락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케이는 전신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조직을 애먹인 놈들치고는 좀 싱겁군."

그 때 무라카미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케이의 뒤쪽에 착륙하고는 케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바이져로 가린 무라카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아니면 혹시 상대가 나라서 실력발휘를 못하는 거냐?"

-파슝!!

그 때 갑자기 무라카미를 노리고 강력한 빔이 공중에서 날아왔다. 무라카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 그 빔공격을 피했다. 빔은 지면의 아스팔트를 녹여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그 한발로 끝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연속으로 빔공격이 날아왔다. 무라카미는 이제 뒤로 미끄러지듯이 빠른 속도로 회피하였다. 그러다가 그가 케이와 거리가 상당히 떨어지자 빔 공격이 날아오지 않았다. 이윽고 무라카미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케이를 누군가가 들쳐 업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검은 색의 껍질로 몸을 싸고 있는 곤충형의 조아노이드였다. 아니, 조아노이드는 절대 아니다. 조아노이드라면 어찌 감히 조아로드를 공격하겠는가. 그렇다면 저 놈은....

"이 녀석은 내 사냥감이다. 너 따위에겐 양보 못해."

그 정체불명의 생물은 근처 건물의 옥상에 올라서서는 케이를 부축한 채 무라카미를 노려보았다. 케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구해준 인물을 바라보았다. 설마....

"애...앱톰?"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지금 뭐하는 거야?"

케이는 이 모습을 처음 봤지만 이내 직감할 수 있었다. 앱톰이 틀림없었다. 목소리도 앱톰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도대체 친구들의 원수인 자신을 앱톰이 왜 구해주는 걸까? 그러고 보니 베르단디가 말하길 앱톰은 자기가 돌아오기 전까지 베르단디들을 지켜주기 까지 했다고 하였었다. 도대체 왜?

"앱톰? 흐음...그러고 보니 네가 바로 그 앱톰이로군. 닥터 발카스께 얘기는 들었다."

-휘잉

무라카미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앱톰과 대치하였다. 앱톰은 무라카미의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는 잔뜩 긴장하였다.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도 이자의 기는 대단히 강력했다. 앱톰의 전투 생물로서의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훗.... 전에도 너랑 잠깐 만난 적이 있었지. 그 땐 남 흉내만 어설프게 내는 놈이었는데 지금은 꽤 많이 진화했군 그래."

무라카미는 가볍게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잠시 후 그의 손바닥에 조그만 빛의 소용돌이가 맺히는 것이 보였다. 앱톰은 직감했다. 지금 저 놈이 공격을 걸어오고 있다!

"날아라! 가이버 I !!!"

-파앗!!

케이와 앱톰은 황급히 건물 옥상에서 날아올랐다. 그 직후 그 빌딩을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가 휘감았다. 소용돌이는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그 빌딩을 산산 조각내 버렸다.

-콰콰콰쾅!!!

케이는 그 위력에 경악하였다. 10층 높이의 건물을 단 한순간에 가볍게 파괴해 버릴 정도였다. 아니, 그 보다 저 빌딩 안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건물 곳곳의 창문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으니까 무라카미 역시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공격을 해 버렸다. 그 공격으로 인해 이 싸움과 무관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케이는 그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무라카미가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공격을 걸어왔다. 그는 검지와 중지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두 놈 다 한꺼번에 없애주마!!"

-파앗!!

무라카미가 힘차게 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 맺혀있던 에너지가 거대한 빛의 칼날로 변해서는 케이와 앱톰에게 날아갔다. 케이는 간신히 그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앱톰은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무라카미의 공격에 앱톰의 왼쪽 다리가 잘려나갔다.

"우악!!"

앱톰은 다리가 잘려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곧장 반격을 하였다. 그의 오른손목에 있는 생체 미사일 컨테이너가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미사일들이 전부 발사되었다. 미사일들은 사방에서 무라카미를 포위한 채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무라카미에게 명중하였다.

-콰콰쾅!!!

미사일이 한꺼번에 착탄하면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폭발로 발생한 폭풍으로 인해 인근 건물들의 유리창이 전부 깨져 버렸고 다수의 유리 파편이 아래로 떨어져서 그 아래 있던 시민들을 덮치고 말았다. 순식간에 수많은 시민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윽!!"

앱톰은 경악하였다. 무라카미는 건재해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밝게 빛나는 하얀 막이 있었다. 조아로드만의 특기, 바리어였다. 무라카미는 바리어로 앱톰의 미사일 공격을 가뿐하게 막아내었다. 그는 앱톰에게 코웃음을 쳤다.

"훗, 조아로드에게 이런 장난감이 통할 줄 알았느냐."

조아로드인 그에게 이런 미사일 공격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라카미는 다시 한 번 케이와 앱톰을 공격하기 위해 손에 에너지를 모았다. 바로 그 때 그의 바로 옆 건물의 외벽이 부서지면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콰쾅!!

"웃?!!"

-부웅!!

건물 안에서 뚫고 나온 것은 아키토였다. 그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가 무라카미가 방심했다 싶을 때 외벽을 뚫고 나오며 기습을 건 것이다. 나오면서 그는 고주파 소드를 무라카미의 얼굴을 노리며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무라카미는 순간적으로 상반신을 뒤로 확 젖혀서 그걸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아키토는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공격이 빛나가 버리자 아차 싶었다. 순식간에 무라카미가 손바닥에 맺힌 에너지를 아키토의 복부에 갖다 꽂았다.

-퍼억!!!

"커헉!!"

"마키시마 선배!"

무라카미의 공격을 받은 아키토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였다. 케이는 황급히 날아가 아키토를 받아 내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듯싶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무라카미를 바라보았다. 무라카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네 놈들은 날 정말로 화나게 하고 싶은가 보군."

아키토의 공격은 무라카미가 쓰고 있던 바이저를 잘라내는데 그쳤다. 무라카미는 두 조각이 난 바이저를 버리고는 케이들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좋다.....그렇다면 장난은 이쯤하지. 수신변!!!"

-화악!!

갑자기 무라카미가 변신을 하였다. 무라카미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나면서 그의 몸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이마에서 조아 크리스털이 나타나면서 얼굴이 무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투형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무라카미는 전투 형태로의 변신을 완료하였다. 이전 실험체 시절보다 덩치가 더 거대해 졌고 전신에 박혀있는 G.P (gravity point : 중력제어부) 의 숫자도 더 늘어나 있었다. 전체적인 외형은 1년 전과 비슷했지만 얼굴에 보라색의 줄무늬가 추가 되는 등 세세한 면에서 달라진 점도 있었다. 그러나 그 보다 중요한 건 그의 눈, 눈에는 강렬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맹수의 눈과 같은 그 모습에서 케이는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무...무라카미 씨...!"

-화악!!

갑자기 무라카미의 조아 크리스털에서 강력한 빔포가 발사되었다. 케이와 아키토는 황급히 날아올라서 그 공격을 피했다. 무라카미의 빔은 케이들이 있던 건물의 옥상 부분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이전의 무라카미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의 빔이었다. 케이는 다시 한 번 무라카미에게 호소하였다.

"무라카미씨! 제발 정신 차리세요! 벌써 잊으신 건가요? 1년 전 우리들과 함께 크로노스에 맞서 싸웠던 기억을! 오다기리 주임님과 야마무라 교수님의 의지를 기억해 내 주세요!!"

케이의 절규에 무라카미는 잠시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그 때를 회상하듯이 낮게 중얼 거렸다.

"그래....기억나. 야마무라 교수님과 오다기리 주임님, 다들 좋은 분들이셨지. 그리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셨던 분들이시고. 그분들의 뜨거운 의지는 날 감동시켰지. 물론 너희들과 함께 했던 나날들도 다 기억나고말고."

케이는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무라카미의 모든 기억은 지금 봤을 땐 확실히 정상 같았다. 그렇다면 잘 만 하면 그의 인격을 원래대로 돌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갑자기 무라카미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무라카미는 당황해하는 케이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너희들 벌레들과 같은 레벨이었을 때 얘기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상 최강의 생명체, 조아로드다. 지금의 내게 그 때의 기억 같은 건 쓸데없는 것일 뿐이야."

"무..무라카미씨...! 어째서...!"

케이는 무라카미의 변화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전부 꿈인 것만 같았다. 그 때 아키토가 케이의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케이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면서 종용하였다.

"케이! 뭐하는 거야! 빨리 기간틱으로 변신해!!"

"하..하지만 선배! 저건 무라카미씨라고요!"

"정신 차려! 우리가 알고 있던 무라카미란 남자는 1년 전 미나카미 산에서 죽었어! 지금 눈앞의 저자는 12신장 멤버 이마카람 밀리비너스일 뿐이야. 우리의 적이란 말이야!!"

하지만 아직도 케이는 주저하고 있었다. 상대가 무라카미인데 어떻게 기간틱을 꺼내서 싸운단 말인가. 기간틱의 전투력으로 싸우면 무라카미가 어떻게 될 지 뻔히 아는 케이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 노닥거릴 때냐!!"

-파파팡!!

그 순간 무라카미의 공격이 개시되었다. 무라카미가 두 사람을 노리고 다수의 중력탄을 발사하였다. 케이와 아키토는 다시 황급히 그 공격들을 피했다. 빗나간 중력탄들은 그대로 직진해서 인근의 여러 건물들에 명중하였다. 중력탄이 명중, 폭발하면서 여기저기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케이는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하였다. 이런데서 싸우게 되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케이와 아키토는 최고 속도로 바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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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이버 I 과 III 는 동경만 쪽으로 도주 중! 이마카람 각하께서 바짝 추적중이십니다!"

관제원들의 보고를 들으며 푸르크슈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사토 케이, 즉 가이버 I 의 그간의 행적으로 미루어 보건데 지금 가이버들이 바다 쪽으로 가는 이유는 시민들이 싸움에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도심지에서 그냥 치고 받고 싸우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게 될 테니까. 푸르크슈탈 입장에서도 가이버들이 저런 곳으로 가준다면 골치 아픈 뒷정리할 것이 줄어들게 되니까 고마울 노릇이었다.

하지만 놈들이 바로 여기로 쳐들어 왔다는 건 좀 의외였다. 하긴 자기들 바로 근처에 있는 신장 멤버가 바로 푸르크슈탈 자신이니까 공격을 걸어온 것일게 뻔하지만. 그래도 감히 괘씸하게도 자신의 목을 노릴 줄이야. 그는 이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다고 다짐하였다. 뭐, 상황을 봐서는 이마카람이 먼저 저 두 놈을 정리해버릴 것 같긴 하지만.

"방송국 중계 헬기가 접근중입니다!"

그 때 관제원의 보고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사령실 중간 간부 한 명이 곧장 헬기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라고 지시하였다. 조아로드의 전투 현장에 함부로 접근 하는 건 목숨이 위험한 일인데다가 무엇보다 가이버에 대한 것은 절대로 숨겨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묵묵히 보고만 있던 푸르크슈탈이 그 간부를 제지하였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

"네? 각하, 무슨 일이십니까?"

"그냥 방송국 헬기를 내버려둬라. 실황 중계를 허가해줘."

"예? 저...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전혀 의외의 명령이었기에 간부를 비롯해서 상황실의 모두가 술렁였다. 하지만 푸르크슈탈은 다 생각이 있어서 내린 명령이었다. 이제 가이버에 관한 건 더 이상 숨길수가 없었다. 목격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어설픈 거짓말로 속아 넘기는 것도 더 이상은 무리였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크로노스에 대한 민중의 신용은 계속해서 추락하게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가이버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이를 역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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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기야! 스쿨드, 바짝 쫓아가!"

"쫓고 있단 말이야! 생각보다 빠른 걸 어쩌라고!"

옆에서 울드가 계속해서 재촉하자 스쿨드가 짜증을 부렸다. TV 화면엔 동경만 쪽으로 도주하고 있는 케이들의 모습이 잡혔다. 케이들의 비행 속도가 너무 빨라 무인 항공기가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스쿨드는 열심히 기기를 조작하면서 화면 한쪽에 조그만 지도를 띄워보았다. 케이들의 비행경로를 지도와 대조해 보니 이들은 지금 동경만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1~2분 후에는 바닷가에 도착하게 된다.

"왜 바다로 가는 걸까요?"

"아마도 도심에서 싸우면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힐까봐 그럴 꺼야. 저번에 기간틱이 그 스매셔인가 뭔가 하여튼 광선 쏘는 거 봤잖아? 그런게 도심 한복판에 작렬해봐. 대참사가 벌어지지."

핫세의 질문에 지로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과연 그런게 작렬한다면 도쿄시 전체가 불타오를 것이다. 바다라면 설령 그걸 쓴다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케이가 기간틱 형태가 아니라 보통의 가이버 I 모습인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유인만 하는 거라면 기간틱으로 해도 되지 않은가.

이윽고 케이들은 동경만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항구에서 좀 더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가서 뒤쫓아 오던 조아로드와 대치하였다. 이제 다시 한 번 맞붙나 싶어 모두가 바짝 긴장하며 화면을 주시하였다. 스쿨드는 무인기의 카메라를 좀 더 확대시켜 케이들을 쫓아온 조아로드를 비춰보았다. 린드가 화면에 비친 조아로드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푸르크슈탈이란 놈인가?"

"글쎄... 조아로드의 전투 형태에 관해서는 데이터가 없어서.... 아마도 그렇겠지 뭐."

스쿨드는 다소 자신 없어 하는 투로 린드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일단 여기 남아있던 조아로드는 푸르크슈탈이란 놈 한명 뿐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맞을 것이다. 최소한 스쿨드의 생각은 그랬다. 그러나 린드는 왠지 미심쩍다는 듯이 화면을 계속 주시하였다. 린드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저 전투형태는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다. 마치 1년 전에 죽은 무라카미의 전투형태와 비슷했다. 물론 그 때 당시의 무라카미와는 덩치도 다르고 모습도 많이 달랐지만 뭐랄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많이 비슷했다.

"아! 케이씨!!"

그 때 화면을 보던 베르단디가 소리쳤다. 화면에는 그 조아로드의 에너지 탄을 얻어맞고 비틀거리는 케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상황인데도 이상하게 케이는 기간틱으로 변신하지 않고 있었다. 다들 지금 뭐하는 거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제 충분히 도망 왔으면 싸워야 하지 않은가. 울드가 답답하다는 듯이 화면에다 대고 소리쳤다.

"케이! 뭐하는 거야! 기간틱으로 싸워야 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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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랏!!"

-파파팡!!

아키토가 프레셔 캐논을 연속으로 발사하였다. 지금 이 순간 적극적으로 무라카미에 맞서 싸우는 것은 아키토뿐이었다. 케이는 아직까지 전투를 주저하고 있었다.

-키잉!

아키토의 프레셔 캐논은 무라카미의 바리어에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역시나 기본형 가이버와 조아로드와의 전투력 차이는 컸다. 아키토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저 놈을 쓰러트리려면 기간틱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 사이 곧장 무라카미의 반격탄이 날아왔다. 무라카미의 손에서 강력한 빔포가 아키토를 노리고 발사되었다.

-푸슈우웅!!

"끄악!!"

아키토는 황급히 몸을 피해 치명타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복부에는 빔공격이 스치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케이는 황급히 비틀거리는 아키토를 부축하였다. 그렇게 둘이 한군데 모이자 무라카미가 바로 공격을 하였다. 그가 손에 에너지를 집중시킨 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무라카미의 필살기 절단파였다.

-파아앗!!

실험체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절단파가 두 사람을 노리고 날아왔다. 케이와 아키토는 미처 피할 생각도 못했다. 절단파가 두 사람을 덮치기 바로 직전, 누군가가 재빨리 날아와서 케이와 아키토를 붙잡고 옆으로 황급히 피했다.

-쿠콰콰쾅!!!

빗나간 절단파는 그대로 수면위에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내었다. 단 한순간이지만 마치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무라카미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를 방해한 놈이 누군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아까 자기에게 혼쭐이 났던 앱톰이라는 돌연변이 녀석이었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앱톰은 케이와 아키토를 붙잡은 채로 전력을 다해 날고 있었다. 그는 케이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가이버 I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왜 그 커다란 놈으로 변신하지 않는 거냐!!"

아키토 역시 케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케이!! 어서 변신해! 변신해서 싸워!! 기간틱이 되란 말이야!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하지만 케이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기간틱의 위력은 절대적, 기간틱으로 싸우게 되면 무라카미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상대는 다름 아닌 무라카미, 바로 자신들의 동료였던 사람, 그리고 목숨 바쳐 크로노스와 싸워야 되는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인데 어떻게 해친단 말인가. 예전의 케이마씨 같은 비극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케이는 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무라카미를 바라보았다. 그 때 무라카미의 몸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아키토도 보았다. 저 모습은 틀림없이 공격을 해 오는 것이었다! 경악한 아키토가 소리쳤다.

"이런! 모두 조심해! 또 공격이 날아온다!!"

그 순간 이들 주위의 공간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케이들의 몸에 엄청난 중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조아로드의 특수 능력인 중력 제어를 이용한 '공간 압착'기술이었던 것이다. 한 순간에 평소에 십 수 배에 달하는 고중력에 노출된 케이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커억!!"

그리고 그 충격을 못 이긴 아키토와 앱톰은 정신을 잃은 채 그대로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케이 역시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로 바다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때 무라카미가 떨어지던 케이의 목을 콱 움켜잡았다. 사로잡은 가이버 I 을 보며 무라카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이다. 케이."

"....으...으으...."

"슬슬 그 이마의 컨트롤 메탈을 가져가야겠어. 우리의 주인이신 알칸펠님께서 이걸 가지고 싶어 하시니까 말이야."

무라카미는 손톱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무라카미의 손톱이 아주 날카롭게 변화하면서 파르스름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케이의 이마에 손톱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케이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무라카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무라카미씨....'

그리고 케이의 눈앞에 무라카미와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타력본원사에서 베르단디들이 납치된 것을 알고 좌절했을 때 처음 만났던 그 사람. 그리고 그는 그 순간부터 1년 전 유적기지 탈출 작전때 까지 케이들과 함께 해 왔다. 함께 크로노스에 싸워 왔고 그리고 왜 크로노스와 싸워야 되는지 자신의 목숨으로 케이들에게 그 이유를 가르쳐 줬던 사람. 크로노스에게 납치돼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험체가 되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동료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크로노스와의 처절한 싸움을 계속했던 그가....그가 어째서....왜 이런 짓을.....

'케이....'

그 때 케이의 뇌리에 무라카미의 유언이 떠올랐다. 미나카미 산 상공의 유적 우주선 위에서 무라카미가 케이에게 남긴 한 맺힌 그 말이.

'부탁해.....케이.....너희들은....인류 최후의....희망....야마무라 교수님과...우리들의 의지를.... 헛되게....하지...마......'

'무라카미씨!!'

무라카미의 손톱이 강식장갑을 파고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케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는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가이버!! 기간티이이익!!!!"

-파아앗!!

케이의 등 뒤에서 번데기가 공간이동을 해 왔다. 깜짝 놀란 무라카미는 무심결에 케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직후 번데기의 껍질이 열리면서 케이가 안에 수용되었다. 케이를 수용한 번데기는 그대로 아래로 급강하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훗! 물속으로 도망갈 생각이냐!"

-키이잉!!

-쿠오오오오!!!

무라카미의 전신에 퍼져있는 G.P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중력제어를 하려는 것이었다. 무라카미의 중력 제어가 시작되자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이의 번데기가 빠진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아주 무섭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 높이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중력을 집중시켜 초중압의 소용돌이로 케이들을 갈갈히 찢어 놓으려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강식장갑이 대단하다고 해도 저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틀림없이.....

"응? 저건...!"

그 순간 무라카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뭔가 하얀 빛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빛의 한가운데에 그 거인 가이버가 있었다. 저 빛은 케이가 '기간틱'이라고 하였던 케이의 새로운 변신 형태가 만든 바리어였다. 그리고 바리어 안에는 부상을 입은 가이버 III 와 앱톰이 있었다. 기간틱의 바리어는 무라카미가 만든 초중압 소용돌이를 완벽하게 방어해 낸 것이었다!

-키이이잉!!!

그러나 그걸로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기간틱의 왼쪽 흉부 장갑이 활짝 열려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흉부 장갑이라면 틀림없이....스매셔다!

-쿠와아아아앙!!!!

무라카미가 스매셔임을 눈치 챈 바로 그 순간 케이의 기가 스매셔가 천지가 진동하는 듯 한 폭음을 울리며 발사 되었다. 무라카미의 눈을 강렬한 섬광이 가득 메웠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공포에 질린 무라카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우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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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오!!!!

케이가 발사한 기가 스매셔는 그대로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올라갔다. 그 엄청난 빛의 기둥은 항구 근처뿐만 아니라 저 멀리 도쿄시내 곳곳에서도 보였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엄청난 장면을 넔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기가 스매셔의 발사 충격으로 인해 바다는 심하게 요동쳤고 항구에는 거대한 파도가 들이쳐서 정박돼 있던 배들과 근처의 창고들을 덮쳤다.

'도망간 건가....'

하지만 무라카미는 살아 있었다. 어째서인지 기가 스매셔는 무라카미의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게다가 주변에 가이버들의 반응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전투 형태를 풀었다. 기간틱의 기가 스매셔.... 정말 가공할 위력이었다. 만약 그걸 정통으로 얻어맞았다면 자신이 바리어를 풀 파워로 전개해도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매셔같이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공격을 무라카미에게 못 맞출 정도로 케이가 실력이 형편없을 리는 없으니 아마도 일부러 빛맞춘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기가 스매셔로 무라카미의 시선을 빼앗고는 그 틈에 도망친 것이 틀림없었다.

무라카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을 해치울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걸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다니. 같은 수법에 두 번 당할 무라카미가 아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절대로 이번과 같은 허점을 노출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케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라카미 자신과의 싸움을 주저하였다. 이미 12신장의 멤버가 되서 옛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도 그는 헛된 희망을 품고만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케이는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였다. 기간틱이 아무리 강해봐야 뭐한단 말인가. 그 주인의 마음이 저렇게나 허약한데.

'네 그 연약한 마음이 언젠가는 네 목을 조를 거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해치워 주마,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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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라카미씨가요?"

새벽녘에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돌아온 케이들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그들이 싸웠던 조아로드가 다름 아닌 다시 되살아난 무라카미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베르단디들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케이는 그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아키토는 언짢은 표정을 한 채 말이 없었다. 울드가 두 사람에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다그쳐도 이들은 그저 말이 없었다.

"다들 여기 와서 이것 좀 봐봐!"

그 때 안방에서 TV를 틀어본 지로가 큰 소리로 모두를 불렀다. TV에선 마침 크로노스 일본 지부의 특별 기자회견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TV에 나온 기자는 잠시 후에 크로노스 일본지부장 '푸르크슈탈'의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모두들 긴장된 얼굴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기자 회견장에 화려한 흉갑을 입고 망토를 걸친 회색머리의 사내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기자 회견장 내부는 순식간에 기자들이 찍어대는 사진기의 플래시 섬광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푸르크슈탈은 잠시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간밤에 있었던 계엄령에 관해서, 그리고 클라우드 게이트에서 벌어졌던 전투에 관해서 여러분께 중대한 사실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면서 방송사가 어제 밤에 촬영한 전투 장면이 나타났다. 케이들은 몰랐지만 어제 동경만 에서 벌어졌던 무라카미와 케이들의 전투 장면을 방송국 헬기가 목숨을 걸고 근접 촬영했던 것이다. 화면 아래쪽에 이 장면을 촬영하다 순직한 조종사와 기자, 카메라맨의 명복을 빈다는 자막이 나타났다. 헬기는 전투 막바지에 발사된 기가 스매셔의 발사 당시 발생된 충격파를 못 이기고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자막을 본 케이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또 이렇게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만 것이다.

-"어제 밤 클라우드 게이트를 공격해 온 '가이버'라는 존재입니다. 보시다시피 인간은 아니며, 그렇다고 조아노이드도 아닙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외계인들입니다."

그 순간 기자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외계인이라니! 너무나 황당한 소리 아닌가.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푸르크슈탈이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다들 반신반의 하는 것이다.

"저 자식이 무슨 망발을 늘어놓는 거야!"

울드는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푸르크슈탈의 발표는 계속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흥분한 울드를 진정시키고 다시 TV에 집중하였다.

-"이들의 정체는 저 멀리 외은하에서 온 에일리언 들입니다. 우리 크로노스의 최종 목표, '혹성 국가 건설'과 '외우주 진출'이라는 목적을 방해하기 위해 온 테러리스트들인 것입니다."

화면이 바뀌어 다시 한 번 가이버의 모습이 자세히 나왔다. 이번엔 크로노스 측에서 제작한 가이버 I 과 III, 기간틱의 자세한 외형을 나타낸 사진이 나왔다. 거기다가 케이들을 돕기 위해 왔던 앱톰의 사진까지 나왔다.

-"그 동안 시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지 않기 위해서 비밀을 철저히 유지하려 했습니다만, 이들의 테러행위가 이제 일반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까지 심각한 위협을 끼칠 정도가 되었기에 오늘 이렇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사진을 봐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사진이 바뀌었다. 그러자 베르단디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면에는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 린드의 몽타주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화면 아래 자막에는 외우주의 테러리스트, 가이버에 협력하는 범죄자들이라는 자막까지 떴다.

-"이 아름답고 청순한 여성분들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유감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은 알 수 없는 법. 이들이 가이버에 협력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저희는 가지고 있으며 현재 가이버의 소재는 바로 이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들의 소재를 알고 계시는 분은 지체하지 마시고 통제국에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핫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로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저 말을 다 믿을까요?"

"믿을 꺼야. 지금 크로노스는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니까."

애초에 놈들과의 싸움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크로노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민중들이 크로노스에 반기를 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요 1년 동안 크로노스는 각종 유화책을 쓰면서 민중들을 서서히 길들여 왔다. 그런 상황이 기간틱이 한번 무력시위 한다고 한 번에 뒤집어질 리가 없던 것이다.

그나마 그 무력시위조차도 예전의 동료였던 무라카미가 적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투력의 우위 같은 건 이 상황에서 따져봐야 무의미하다. 기간틱의 전투력으로 이길 수 있다 해도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무라카미인데 어떻게 공격을 한단 말인가.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제 함부로 싸우러 나갈 수가 없었다.

'케이씨....'

베르단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케이를 바라보았다. 케이의 표정은 극히 어두웠다. 함께 싸워왔던 동료가 적이 됐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베르단디는 무라카미의 영정 사진을 돌아보았다. 사진속의 무라카미는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베르단디는 가슴이 아팠다.

'무라카미씨... 어째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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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나까지 가이버 일당으로 몰려 버렸군.'

밤 늧은 시간,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에서 앱톰은 술집 안에 비치된 고물TV에서 방송되는 푸르크슈탈의 특별 담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지금 방영하고 있는 것은 아침에 했던 기자회견의 주요 장면들을 모은 재방송이었다. 그는 속에서 불이라도 난 듯이 연거푸 독한 술을 들이켰다. 하지만 앱톰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 술 같은 건 아무리 마셔봐야 취하지도 않는다. 술을 마시는 건 그냥 기분삼아 그러는 것뿐이었다. 크로노스에 의해 손종실험체가 되기 전에도 그는 술을 즐기는 편이었으니까. 그 때는 솜룸과 다임도 실험체가 되기 전이었고 그렇게 셋은 항상 함께 모여 밤늦도록 술판을 즐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솜룸도 다임도 없다. 그리고 그의 몸은 이미 술의 맛을 잊은 지 오래다. 마셔봐야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칫!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담.'

앱톰은 짜증을 내며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섰다. 한동안 그는 그저 걷기만 하였다. 물론 크로노스 조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뒷골목으로만 돌아다녔다. 어차피 특별히 갈 곳도 없다. 전 같으면 베르단디들의 은신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놈들이 보이면 제거해 버리기도 했지만 케이가 돌아온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앱톰은 케이 생각이 나자 더 짜증이 났다. 어제 밤의 전투에서 녀석은 그 '기간틱'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마카람이란 녀석을 해치우지 못했다. 오히려 꼴사납게 도망만 쳤던 것이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덕에 일이 단단히 꼬여 버리고 말았다. 주도권을 다시 놈들에게 넘겨주고 말았으니까.

'가이버 일당 이라....'

문득 앱톰은 자신의 진정한 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케이? 물론 그 녀석은 적이다. 그 녀석의 손에 솜룸과 다임이 죽었으니까.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자면 싸움을 건 것은 바로 이쪽이었다. 케이는 거기에 맞서 싸운 것뿐이었다. 앱톰들은 크로노스의 명령을 받아서 작전을 벌였고 그 와중에 그 둘이 희생된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자신들에게 그런 명령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자신은 케이를 악착같이 꺾으려고 했을까?

아니,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앱톰 자신이나 솜룸, 다임을 이 꼴로 만든 건 바로 크로노스 놈들 아닌가. 신형 조아노이드를 만든다며 자신들의 몸을 이용해서 무모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 아닌가. 그리고 케이도 크로노스 놈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손도손 살고 있었을 것이다. 가이버 따위가 됬을리도 없었고 이런 싸움에 내던져 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젝토올도. 젝토올은 자신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그건 앱톰이 케이를 쓰러트리려는 이유와 마찬가지였다. 앱톰은 바로 젝토올의 친구들의 원수니까. 그 원수를 갚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몸을 무모하리만치 바꿔버렸다. 하지만 그 역시 크로노스가 없었다면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크로노스 놈들이란 것. 그 놈들이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단단히 꼬이게 만든 주범이다. 결국 앱톰의 진정한 적은 바로 크로노스다. 그 놈들을 쓰러트려야 한다.

'그리고....'

더욱 더 강해질 것이다. 더욱 더 많은 조아노이드를 잡아먹고 더 강하게 진화할 것이다. 그래서 크로노스 놈들을 쓰러트리고 궁극적으로는 케이를, 기간틱이라는 힘을 가진 그를 쓰러트릴 것이다. 솜룸과 다임의 복수? 물론 그런 것도 있다. 아니, 지금의 앱톰을 움직이는 건 단순히 복수심만이 아니었다. 본능, 전투생물로서의 본능이 그를 싸움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최강이 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저 세상에 간 솜룸과 다임에게 앱톰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헌화였다. 그 둘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난 앱톰. 최강의 '배틀 크리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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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역시나...."

메구미는 화장을 고치는 척 하면서 슬쩍 콤팩트의 거울로 뒤를 비쳐 보았다. 저 멀리 커피 자판기 부근에 한 남자가 서서 커피를 '뽑는 척' 하는 것이 보였다. 물론 언뜻 보기엔 그냥 커피를 마시려고 그러는 걸로만 보일 수 있겠지만 메구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저 남자는 분명히 아침에 학교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눈에 띄었던 것이다.

"미행을 할 거면 좀 제대로 해 보라고. 어디서 저런 초보를...."

메구미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며 콤팩트를 다소 거칠게 닫았다. 평소 화장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메구미가 콤팩트를 가지고 다닌 것도 제압 이후였다. 미행이 있나 살펴보는 데는 콤팩트만 한 게 없었다. 화장을 고치는 척 하면서 뒤를 슬쩍 비쳐볼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이제부터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미행이 저 남자 한 사람뿐 일리도 없거니와 휴대전화도 도청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네 가능하네 같은 논란 같은 건 아예 무시하고 도청당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했다. 문자 메시지도 혹시 위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젠 베르단디네에 직접 찾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역시 사요코에게 도움을 청해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요코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것 역시 사요코까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거길 좀 가봐야겠군.'

메구미는 바이크를 '그 곳'으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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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미~!! 너 소식 들었냐!"

"이게 대체 뭔 일 이래냐!! 베르단디가..베르단디가!!"

오랜만에 들린 훨 윈드에서는 마치 실성하기라도 한 듯이 타미야와 오딘이 날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저러는 이유를 메구미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크로노스 일본 통제국의 발표를 보고 저러는 것이다. 메구미가 마구 날뛰는 두 사람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설마! 선배들은 베르단디가 그런 파렴치범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런거에요? 믿어주지는 못할망정 통제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아...아니 우리는 믿지 못한다기 보다는..."

"그럼 왜 그리 호들갑이에요! 다 거짓말일게 뻔하잖아요. 선배들도 베르단디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메구미가 사납게 노려보며 일침을 가하자 타미야와 오딘은 할 말이 없어졌는지 쭈뼛거리기만 할 뿐 이었다. 메구미는 고개를 돌려 다른 자동차부원들도 노려보았다. 다들 메구미의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지로가 실종된 이 후 훨윈드는 타미야와 오딘이 '자진해서' 가게일을 보았다. '자동차부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 이신' 지로선배가 피땀 흘려 이룩한 가게를 이대로 망하게 할 수는 없다며 두 팔 걷어붙이고 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부 후배들도 몇 명 가세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타미야와 오딘은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어차피 백수. 고객이나 고용주의 취향이나 요구는 안중에도 없는 기괴한 개조만 일삼는 그들을 받아줄 업체 같은 건 없었다. 대학원 과정을 마쳐봐야 실업자 신세인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이렇게 자영업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다. 비슷한 이유로 자동차부 부원들도 이곳 훨윈드에 종업원으로서 '취직'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사장인 타미야와 오딘의 악명 높은 개조 행각 때문인지 손님은 예전에 지로가 경영하던 시절보다 급감하였다. 부품 값은 고사하고 전기세나 수도세를 다달이 내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월급 같은 건 이미 다들 포기하다 시피 한 상황.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진작 때려치웠을 것이다. 그러나 타미야와 오딘은 낮엔 가게일을 보면서도 가게 유지비가 모자라게 되면 야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뛰기 까지 하면서 적자분을 메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그 노력만 놓고 보자면 정말이지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저건 뭐에요?"

메구미는 작업장 가운데에 놓여 있는 '엔진 비슷하게 생긴 괴상한 기계'를 가리켰다. 그러자 풀이 죽어있던 타미야와 오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들은 의기양양해 하며 그것을 소개하였다.

"이것은 우리들의 불후의 명작!"

"하이퍼 레볼루션 커스터마이즈 엔진이다!"

메구미는 할 말이 없어졌다. 엔진....엔진이라.... 자세히 보니 엔진 비슷하게 생기긴 생겼다. 뭔가 수상한 부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꼴이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지만. 보니까 완전 신규 제작은 아니고 어떤 엔진을 개조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간 것 같았다. 메구미는 다시 한 번 타미야들에게 질문하였다.

"기본 엔진이 뭐죠?"

"카와사키제의 바이크 엔진, 수냉식 2스트로크 단기통이지. 그걸 한계까지 파워업 시켜 보려는 것이다. 1차 목표 마력수는 일단 400마력."

메구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기본 바탕이 되는 바이크는 메구미의 애마와 같은 엔진이었다. 원래 마력수는 10마력. 그걸 40배로 뻥튀기 시킨다? 가능할 리도 없거니와 원래 바이크의 기본 프레임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감당 못할 파워였다. 이 사람들, 1년 동안 그렇게나 고생했건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손님이 없는 이유를 아직도 모를까?

"손님꺼 라면 당장 원래대로 돌려놓으세요. 안 그러면 그 손님, 두 번 다시 여기 안 올꺼라고요."

그 말에 타미야와 오딘은 풀이 팍 죽었다. 저렇게 손님의 요구 같은 건 무시한 현실과 동떨어진 개조나 하니까 악평이 자자한 것이다. 개조를 즐기고 싶으면 자기들 차 가지고 하면 될 거 아닌가. 가게를 유지시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야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밖에는 안 나왔다.

게다가 베르단디와 지로가 관리했었던 예전의 깔끔했던 가게의 풍경 같은 건 이젠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슨 너구리굴 같다고나 할까. 여기저기 혼란스럽게 널려있는 부품들과 정비와는 전혀 관계없는 복인형들 하며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정리정돈이란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 같아 보일 정도였다.

"아, 맞아. 나 핸드폰 좀 잠깐 빌려줘."

"너 핸드폰 있잖아. 왜 만날 여기 와서 남의 핸드폰 쓰냐."

"에이, 남자가 쪼잔하게!"

메구미는 여기서 일하는 과 동기에게서 거의 억지로 뺏다시피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 메구미가 여기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훨 윈드 안에 있으면 일단 미행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이렇게 남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면 크로노스로서는 그것을 감지해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메구미는 이렇게 사요코나 베르단디들에게 급히 연락할 일이 있으면 훨윈드에 들려서 해결하곤 했다.

"베르단디 선배가 살아있다면...."

그 때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콘도가 중얼거렸다. 그는 핫세의 실종 이후 그야말로 삶의 의욕을 잃다시피 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걱정이 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바뀌어 버렸다. 좀처럼 웃지도 않고 무슨 일에도 열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선배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선배를 만날 수 있다면 핫세의 행방도 알 수 있을까?"

그가 남몰래 좋아하던 (물론 핫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핫세의 실종이 그에게 끼친 영향은 이렇게 컸다. 메구미는 그런 콘도의 모습이 좀 안쓰러웠지만 그저 굳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베르단디들의 소재는 가급적 아무도 몰라야 했다. 베르단디들이 위험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 소재를 알게 된 다른 사람들 까지 전부 위험해 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메구미는 자동차부 부원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어느 누구에게도 베르단디들의 소재나 생존 여부조차도 말하지 않았다.

"만날 수 있어. 언젠가는 반드시....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

메구미는 콘도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하였다. 지금으로서는 이 말 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띠리링!

그 때 메구미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메구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슬쩍 뒤돌아서서는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발신자는 사요코였다.

-베르단디를 만나고 싶어. 할 얘기가 있어.-

'베르단디를? 대체 무슨 일이지?'

메구미는 내용을 확인한 후 바로 문자 메시지를 지웠다. 흔적은 최대한 없애는 것이 안전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요코가 베르단디를 만나고 싶다는 걸까? 혹시 크로노스에게 사요코까지 들킨 걸까? 아니면 크로노스의 방송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메구미였다.









Next episode 제6화 '부상! 경이의 생물전함" coming soon.....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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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외계에서 온 세력이라고 규탄하는군요. 내가 보기에는 괴물이나 외계인이나 다 그게 그건데...

여하튼 인간들은 어찌 보면 통제를 잘 받는 종족이니 그럴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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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규탄하는게 아니라 푸르크슈탈이 가이버의 존재를 오히려 역이용 하는 거지요. 한마디로 말해서 민중들에게 '뻥을 까고' 있는 겁니다. -ㅅ-;; 가이버 유니트 자체는 외계에서 온 건 맞지만 지금 그걸 쓰고 있는 알맹이는 인간이잖아요. ^^;;

그건 그렇고 베이더경 께서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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