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아앗 평온한 일상이 당신을 감싸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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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아아앙 끼이익.
초록색의 장갑을 과시하는 바이크. 기종은 일본의 유명한 바이크 전문기업체들 중 하나인 야마하의 험난한 렐리전용 바이크. 그것이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다 커브를 돌았다.
털털털털털.
바이크는 멈추었지만 본능적으로 달리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는지 엔진만큼은 부르르 떨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하지만 바이크는 자신을 운전해주는 운전자의 명을 따라야만 한다. 바이크의 주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길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바이크의 색에 맞춘 녹색 헬멧의 검은 안경에 가로 막혀 잘 보이지 않았는지 그것을 벗어버렸다. 헬멧이 벗겨짐과 동시에 짧은 머리칼에 귀여운 외모의 동양계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20대 전후일까? 그녀의 차림새는 푸른색 곳곳에 검은 기름때가 칠해져 상당히 오랫동안 입었음을 드러내는 작업복이 갖춰져 있었다.
“아까 그 뒤쪽의 엉뚱한 것은 뭐였지?”
드르르르르르. 철커러러러러럭.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기스런 배기 음과 함께 육중한 물체가 굴러가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그녀를 질주하는 바이크에서 내리게 만든 장본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그녀나 그녀의 오빠가 아끼는 바이크나, 하세가와가 타고 다니는 소형차량과는 수준이 다른 아니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바이크(라고 보기는 힘들지만.)에는 세련된 헬멧이 아닌, 머리만 감싼 간편헬멧에다 그것에 장착된 잠수안경같은 모습의 각진 눈가리개를 쓴 건장한 체구의 라이더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바이크의 뒤쪽부터는 벨런스가 맞지 않는 엉뚱한 물건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하라쇼! 하라쇼! (좋아! 좋아!) 계속 그렇게!!”
“이익 저거!”
야마하 바이크의 주인 모리사토 메구미는 그녀의 눈앞에 드러난 기이한 물체에 입을 떡 벌린 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바이크의 뒤쪽은 거대한 철판 상자라도 붙여놓아 만든 듯 한 수레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레라기보다는 화물운송이라도 할법한 것으로 바이크만 떼버리면 흡사 전차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만도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한궤도!! 어찌 탱크 따위에나 다는 저런 물건이 어떻게 저런 라이더들에게!!”
암청색의 바이크는 앞바퀴만은 일반적인 타이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뒤쪽의 생김새는 양 옆에 무한궤도가 달린 육중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무한궤도쪽에는 아까부터 무슨 뜻인지도 모를 하라쇼란 단어만 외쳐대는 기다란 갈색 머릿결을 자랑하는 여자가 탑승해 있었다.
“어 이쪽으로 오네.”
드르르르르르르
궤도 특유의 땅을 가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바이크전차가 이쪽으로 향한다. 그것은 메구미 바로 앞에서 떡하니 멈춰 그것의 특이한 생김새를 자랑해 보였다. 바이크의 운전자가 예의 잠수안경같은 가리개를 헬멧위로 올리고 메구미를 응시했다. 메구미와 붉은 눈의 외국인은 그렇게 서로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야 이 녀석아! 왜 멈추고 난리냐?”
“안나 에류드나스님. 이것 좀 보십쇼. 요즘 바이크들은 모두 이렇게 나오거나, 더 세련되었답니다.”
뒤쪽의 여자는 다리가 불편했는지 힘겹게 다리를 끌고 자신에게 다가가 헬멧을 툭툭 건드렸다. 굉장히 신경질적인 발언이었기에 메구미도 그녀의 상태가 대충 어떠한지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기쁘다는 얼굴로 메구미의 녹색 바이크를 바라보았다.
“시끄러 이반! 난 이 물품이 전쟁 때 만들어졌다는 사실 별로 달갑지 않거든? 그러니까 얼른 이 엿 같은 것에서 내리고 싶어! 빨리 정비업소를 찾던가, 그 인간의 집을 찾던가 해!”
“다, 다! 까삐딴(예이 예이! 두목) 그치만 일본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남자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바이크의 손잡이를 꾹 눌렀다. 안나라 불린 여자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그의 헬멧을 계속 툭툭 건드리다 메구미와 눈이 마주쳤다.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니었기에 메구미는 아하하하. 무안한 것처럼 계속 웃었다. 얼른 이 엉뚱한 외국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에이! 뜨이! 제페니스. (이봐! 너! 일본인.)”
“에? 나??”
메구미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인상을 계속 찌푸리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메구미를 지목했다.
“그래 너. 네가 좀 우리 안내자가 되어주어야겠어.”
“아하하하하.”
오늘은 뭔가 이상한 날인 것 같아. 메구미는 그렇게 판단하고 알 수 없는 언어로 휘갈겨진 바이크의 정면을 응시했다. 번호판이 있어야 할 그곳은 오래전 떼어졌다 새로 써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검댕이 묻은 회색 글씨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면 떼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어 비슷한 글씨는 그녀가 수업 받는 네코미 대학에서 보기 드문 글씨체였다. 독일이나 프랑스 쪽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이 바이크탱크 주인들은 도대체 어디 출신들이야?’
글씨 해석을 포기하고 영어로 말을 거는 바이크 운전자(아무래도 운전은 바이크 식으로 하는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의 부탁을 경청하는 메구미.
노보 시빌라스크 : 새로운 시베리아
이것이 바이크에 붙여진 글귀의 정체였다.
덜덜덜덜덜덜덜.
바이크는 자신의 욕구를 맘껏 즐겨서인지 매우 기쁘다는 듯 뜨거운 엔진 열을 내뿜으며 파라솔 아래에서 몸을 식힌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바이크는 덜덜 떨며 주인의 새로운 테크닉을 바랐지만 주인은 몸이 피곤해 죽을 지경에 이르러 포기하고 말았다. 주인은 남자였는데 흑발은 헬멧과 땀방울에 눌려 헝클어져 있었다. 검은색 바이크 복은 가을 바람을 받으며 마찬가지로 체온을 식혀야만 했다.
“후유 선배 바이크에 큰 무리는 없는데. 조금 하향 조정을 해야겠어요.”
주인은 휠윈드라 써진 컨테이너 박스 앞 흰색 의자에 앉아 유유자적 흰색 찻잔을 들이키는 여자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설명하는 남자. 그러나 여자는 듣는 둥 마는 둥 붉은색 홍차의 달콤한 맛에 푹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홍차를 쭉 들이켠 지로라는 이름의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아.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다른 것에 한번 새로 달아보고 싶었거든. 그럼 수고해줘 케이군.”
“지, 지로 선배! 그게 무슨.”
케이는 무슨 소리냐며 그녀의 설명을 요구한다. 지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
“뻐언~하잖아.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나의 바이크에 넣는다면!! 우와 상상만 해도!!”
갑자기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식은땀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지로. 그녀의 얼굴에 당연하다는 듯 케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여긴다. 지로 그녀는 예전부터 바이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무서운 사장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일반적인 바이크에 달아도 될까? 케이는 조금 의문심이 들었다.
“선배 그건 좀 위험하다 생각.”
“걱정 말라고. 의기소침 숫총각보다는 내가 더 바이크는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들의 수다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컨테이너 가게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늘씬한 키에 누구도 부러워 마지못할 미모의 소유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베르단디라는 이름의 여성은 케이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을 보여준다.
“케이씨 마침 잘 왔어요!”
“아~베르단디의 쿠키네.”
“앗! 케이 그건 먹지 마! 내가 벨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라고.”
……언제 싸웠냐는 듯 금방 화해(?)하는 휠윈드의 사람들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르.
바깥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는 따뜻한 기운이 순식간에 쌀쌀해진 탓에 케이들은 오후의 느긋한 티타임을 파라솔 아래 탁자에서가 아닌 가게 안에서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초가을 기분은 덜 나지만 그들은 풍류객이 아니었기에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물론 베르단디의 맛 좋은 쿠키들 덕택에 애초에 그런 생각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말이다.
드르릉 드르르르르
“예 갑니다.”
바이크로 추정되는 배기 음에 케이가 큰 소리로 외치며 마지막 쿠키조각을 털어 넣었다. 베르단디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케이이치.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케이와 베르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아껴주는 사이였기에 그들에게 이런 행동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휠윈드에 어서 오십...어라?”
“어어 케이쨩 오랜만.”
“메...구미?”
파란 작업복과 깔끔한 외모를 드러내며 케이에게 손짓하는 메구미. 그의 여동생이 분명한 라이더였다. 케이는 반갑다는 얼굴로 허리를 구부리며 그녀의 바이크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디가 문제가 있는 거야? 혹시 기어에?”
“그런 것은 내가 진작 손보지. 이 메구미를 뭐로 보는 거야 케이쨩은?”
“그런데 아까 그 엔진 배기음이 좀 이상했어. 한번 확인 좀 하자.”
“어. 메구미양이네 안녕하세요! 들어와서 홍차 한잔 마셔요.”
“어머 메구미씨 오셨네요!”
케이보고 절대 아니라며 손을 젓는 메구미. 이렇게 자매들이 바이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정문이 다시 열리며 티타임을 완벽하게 끝낸 지로와 베르단디. 휠윈드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메구미임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메구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모두의 환영에 하하하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앗!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여기에만 오면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거지?”
“뭐야 메구미. 무슨 일이라도? 정말 엔진에 문제가 생겼는제 사정상 말 못하는...”
“절대 아냐! 틀려!”
메구미는 점점 커져가는 케이이치의 위험한(?)상상을 조기에 퇴출시키며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너무 정황해서 상황 설명이라기보다는 질문에 가깝다.
“케이쨩! 혹시 전차 엔진 손 본 적 있어?”
“전차? 지하철은 만져본 적도.”
“그 전차 말고!!”
“전차?”
메구미가 아니라며 호들갑을 떨자 케이는 지하를 누비는 지렁이 같은 인간들의 교통수단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대신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존재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이 일본, 아니 대다수 동양에서 사라진 교통수단이 하나 떠올랐다.
“전차라면 그 샌프란시스코 같은데서 볼 수 있는 버스나 기차 위에 전선이 달린...”
“틀려!”
메구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지로와 베르단디가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 케이는 전차란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전차란 단어에 대한 더 이상 그 어떠한 생각도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메구미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쳐대다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가슴만 아파온 것이다.
“저기 그 전차라는 것은 혹시.”
“혹시?”
“바퀴들을 여러 개 묶어놓은 것 같은 수십개의 바퀴로 움직이고, 전쟁에서 이용하기 위해 커다란 대포를 달아놓은 그런 것을 전차라 하는 것 아닌가요?”
“빙고! 역시나 베르단디.”
메구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케이보고 잘 좀 배우라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황급히 헛바람을 들이키며.
“헉! 내가 손님들을 내버려 두고 이게 무슨.”
“엥? 손님?! 네가 손님 아니었냐?”
방금 전 그 기괴한 엔진 음을 떠올리며 메구미에게 묻는 케이. 메구미는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드르릉 부아아아앙
“굉장히 요란한 엔진음이네.”
“그럴 수밖에 바깥에 탱크가 한 대 와 있는데.”
“아 그렇…….뭐시라!!!!”
뒤늦게 상황파악이 된 케이이치. 입이 그의 얼굴 2,3개는 먹을 크기로 증가하며 경악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로도 이런 엉뚱한 상황에 황급히 정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역시나 메구미의 말 대로였다.
“헬로우, 쯔뜨라브스뜨부이쩨!”
“...도브르이 친.”
바깥에는 정작 휠윈드의 주인들이 맞이해야 할 소위 '돈덩이'들이 그들의 바이크를 앞세운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낯익으면서도 낯설은 언어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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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암......오늘 편 끝났군요.
참고로 제 글에서 나온 WH바이크 전차 모델은 실제로 독일군에서 쓰인 형태의
것입니다. 사진은 나중에 프리노트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실 것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기종과 똑같은 것이거든요.
바이크 엉뚱한 군대버젼 튜닝 ㅋㅋㅋ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초록색의 장갑을 과시하는 바이크. 기종은 일본의 유명한 바이크 전문기업체들 중 하나인 야마하의 험난한 렐리전용 바이크. 그것이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다 커브를 돌았다.
털털털털털.
바이크는 멈추었지만 본능적으로 달리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았는지 엔진만큼은 부르르 떨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하지만 바이크는 자신을 운전해주는 운전자의 명을 따라야만 한다. 바이크의 주인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길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바이크의 색에 맞춘 녹색 헬멧의 검은 안경에 가로 막혀 잘 보이지 않았는지 그것을 벗어버렸다. 헬멧이 벗겨짐과 동시에 짧은 머리칼에 귀여운 외모의 동양계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20대 전후일까? 그녀의 차림새는 푸른색 곳곳에 검은 기름때가 칠해져 상당히 오랫동안 입었음을 드러내는 작업복이 갖춰져 있었다.
“아까 그 뒤쪽의 엉뚱한 것은 뭐였지?”
드르르르르르. 철커러러러러럭.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기스런 배기 음과 함께 육중한 물체가 굴러가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그녀를 질주하는 바이크에서 내리게 만든 장본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그녀나 그녀의 오빠가 아끼는 바이크나, 하세가와가 타고 다니는 소형차량과는 수준이 다른 아니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다. 바이크(라고 보기는 힘들지만.)에는 세련된 헬멧이 아닌, 머리만 감싼 간편헬멧에다 그것에 장착된 잠수안경같은 모습의 각진 눈가리개를 쓴 건장한 체구의 라이더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바이크의 뒤쪽부터는 벨런스가 맞지 않는 엉뚱한 물건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하라쇼! 하라쇼! (좋아! 좋아!) 계속 그렇게!!”
“이익 저거!”
야마하 바이크의 주인 모리사토 메구미는 그녀의 눈앞에 드러난 기이한 물체에 입을 떡 벌린 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바이크의 뒤쪽은 거대한 철판 상자라도 붙여놓아 만든 듯 한 수레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레라기보다는 화물운송이라도 할법한 것으로 바이크만 떼버리면 흡사 전차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만도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한궤도!! 어찌 탱크 따위에나 다는 저런 물건이 어떻게 저런 라이더들에게!!”
암청색의 바이크는 앞바퀴만은 일반적인 타이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뒤쪽의 생김새는 양 옆에 무한궤도가 달린 육중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무한궤도쪽에는 아까부터 무슨 뜻인지도 모를 하라쇼란 단어만 외쳐대는 기다란 갈색 머릿결을 자랑하는 여자가 탑승해 있었다.
“어 이쪽으로 오네.”
드르르르르르르
궤도 특유의 땅을 가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바이크전차가 이쪽으로 향한다. 그것은 메구미 바로 앞에서 떡하니 멈춰 그것의 특이한 생김새를 자랑해 보였다. 바이크의 운전자가 예의 잠수안경같은 가리개를 헬멧위로 올리고 메구미를 응시했다. 메구미와 붉은 눈의 외국인은 그렇게 서로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야 이 녀석아! 왜 멈추고 난리냐?”
“안나 에류드나스님. 이것 좀 보십쇼. 요즘 바이크들은 모두 이렇게 나오거나, 더 세련되었답니다.”
뒤쪽의 여자는 다리가 불편했는지 힘겹게 다리를 끌고 자신에게 다가가 헬멧을 툭툭 건드렸다. 굉장히 신경질적인 발언이었기에 메구미도 그녀의 상태가 대충 어떠한지 눈치챌 수 있었다.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기쁘다는 얼굴로 메구미의 녹색 바이크를 바라보았다.
“시끄러 이반! 난 이 물품이 전쟁 때 만들어졌다는 사실 별로 달갑지 않거든? 그러니까 얼른 이 엿 같은 것에서 내리고 싶어! 빨리 정비업소를 찾던가, 그 인간의 집을 찾던가 해!”
“다, 다! 까삐딴(예이 예이! 두목) 그치만 일본 지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남자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바이크의 손잡이를 꾹 눌렀다. 안나라 불린 여자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그의 헬멧을 계속 툭툭 건드리다 메구미와 눈이 마주쳤다.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니었기에 메구미는 아하하하. 무안한 것처럼 계속 웃었다. 얼른 이 엉뚱한 외국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에이! 뜨이! 제페니스. (이봐! 너! 일본인.)”
“에? 나??”
메구미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인상을 계속 찌푸리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메구미를 지목했다.
“그래 너. 네가 좀 우리 안내자가 되어주어야겠어.”
“아하하하하.”
오늘은 뭔가 이상한 날인 것 같아. 메구미는 그렇게 판단하고 알 수 없는 언어로 휘갈겨진 바이크의 정면을 응시했다. 번호판이 있어야 할 그곳은 오래전 떼어졌다 새로 써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검댕이 묻은 회색 글씨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람이 불면 떼질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영어 비슷한 글씨는 그녀가 수업 받는 네코미 대학에서 보기 드문 글씨체였다. 독일이나 프랑스 쪽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이 바이크탱크 주인들은 도대체 어디 출신들이야?’
글씨 해석을 포기하고 영어로 말을 거는 바이크 운전자(아무래도 운전은 바이크 식으로 하는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의 부탁을 경청하는 메구미.
노보 시빌라스크 : 새로운 시베리아
이것이 바이크에 붙여진 글귀의 정체였다.
덜덜덜덜덜덜덜.
바이크는 자신의 욕구를 맘껏 즐겨서인지 매우 기쁘다는 듯 뜨거운 엔진 열을 내뿜으며 파라솔 아래에서 몸을 식힌다.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바이크는 덜덜 떨며 주인의 새로운 테크닉을 바랐지만 주인은 몸이 피곤해 죽을 지경에 이르러 포기하고 말았다. 주인은 남자였는데 흑발은 헬멧과 땀방울에 눌려 헝클어져 있었다. 검은색 바이크 복은 가을 바람을 받으며 마찬가지로 체온을 식혀야만 했다.
“후유 선배 바이크에 큰 무리는 없는데. 조금 하향 조정을 해야겠어요.”
주인은 휠윈드라 써진 컨테이너 박스 앞 흰색 의자에 앉아 유유자적 흰색 찻잔을 들이키는 여자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설명하는 남자. 그러나 여자는 듣는 둥 마는 둥 붉은색 홍차의 달콤한 맛에 푹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홍차를 쭉 들이켠 지로라는 이름의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아.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다른 것에 한번 새로 달아보고 싶었거든. 그럼 수고해줘 케이군.”
“지, 지로 선배! 그게 무슨.”
케이는 무슨 소리냐며 그녀의 설명을 요구한다. 지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질문에 답했다.
“뻐언~하잖아.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나의 바이크에 넣는다면!! 우와 상상만 해도!!”
갑자기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식은땀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지로. 그녀의 얼굴에 당연하다는 듯 케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여긴다. 지로 그녀는 예전부터 바이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무서운 사장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강력한 녀석을 일반적인 바이크에 달아도 될까? 케이는 조금 의문심이 들었다.
“선배 그건 좀 위험하다 생각.”
“걱정 말라고. 의기소침 숫총각보다는 내가 더 바이크는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들의 수다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컨테이너 가게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늘씬한 키에 누구도 부러워 마지못할 미모의 소유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베르단디라는 이름의 여성은 케이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을 보여준다.
“케이씨 마침 잘 왔어요!”
“아~베르단디의 쿠키네.”
“앗! 케이 그건 먹지 마! 내가 벨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라고.”
……언제 싸웠냐는 듯 금방 화해(?)하는 휠윈드의 사람들이었다.
드르르르르르르.
바깥이 뒤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까지는 따뜻한 기운이 순식간에 쌀쌀해진 탓에 케이들은 오후의 느긋한 티타임을 파라솔 아래 탁자에서가 아닌 가게 안에서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초가을 기분은 덜 나지만 그들은 풍류객이 아니었기에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물론 베르단디의 맛 좋은 쿠키들 덕택에 애초에 그런 생각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말이다.
드르릉 드르르르르
“예 갑니다.”
바이크로 추정되는 배기 음에 케이가 큰 소리로 외치며 마지막 쿠키조각을 털어 넣었다. 베르단디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케이이치.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케이와 베르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아껴주는 사이였기에 그들에게 이런 행동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휠윈드에 어서 오십...어라?”
“어어 케이쨩 오랜만.”
“메...구미?”
파란 작업복과 깔끔한 외모를 드러내며 케이에게 손짓하는 메구미. 그의 여동생이 분명한 라이더였다. 케이는 반갑다는 얼굴로 허리를 구부리며 그녀의 바이크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디가 문제가 있는 거야? 혹시 기어에?”
“그런 것은 내가 진작 손보지. 이 메구미를 뭐로 보는 거야 케이쨩은?”
“그런데 아까 그 엔진 배기음이 좀 이상했어. 한번 확인 좀 하자.”
“어. 메구미양이네 안녕하세요! 들어와서 홍차 한잔 마셔요.”
“어머 메구미씨 오셨네요!”
케이보고 절대 아니라며 손을 젓는 메구미. 이렇게 자매들이 바이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정문이 다시 열리며 티타임을 완벽하게 끝낸 지로와 베르단디. 휠윈드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메구미임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메구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모두의 환영에 하하하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앗!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여기에만 오면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거지?”
“뭐야 메구미. 무슨 일이라도? 정말 엔진에 문제가 생겼는제 사정상 말 못하는...”
“절대 아냐! 틀려!”
메구미는 점점 커져가는 케이이치의 위험한(?)상상을 조기에 퇴출시키며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너무 정황해서 상황 설명이라기보다는 질문에 가깝다.
“케이쨩! 혹시 전차 엔진 손 본 적 있어?”
“전차? 지하철은 만져본 적도.”
“그 전차 말고!!”
“전차?”
메구미가 아니라며 호들갑을 떨자 케이는 지하를 누비는 지렁이 같은 인간들의 교통수단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대신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존재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이 일본, 아니 대다수 동양에서 사라진 교통수단이 하나 떠올랐다.
“전차라면 그 샌프란시스코 같은데서 볼 수 있는 버스나 기차 위에 전선이 달린...”
“틀려!”
메구미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지로와 베르단디가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 케이는 전차란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전차란 단어에 대한 더 이상 그 어떠한 생각도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았다. 메구미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쳐대다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가슴만 아파온 것이다.
“저기 그 전차라는 것은 혹시.”
“혹시?”
“바퀴들을 여러 개 묶어놓은 것 같은 수십개의 바퀴로 움직이고, 전쟁에서 이용하기 위해 커다란 대포를 달아놓은 그런 것을 전차라 하는 것 아닌가요?”
“빙고! 역시나 베르단디.”
메구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케이보고 잘 좀 배우라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황급히 헛바람을 들이키며.
“헉! 내가 손님들을 내버려 두고 이게 무슨.”
“엥? 손님?! 네가 손님 아니었냐?”
방금 전 그 기괴한 엔진 음을 떠올리며 메구미에게 묻는 케이. 메구미는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드르릉 부아아아앙
“굉장히 요란한 엔진음이네.”
“그럴 수밖에 바깥에 탱크가 한 대 와 있는데.”
“아 그렇…….뭐시라!!!!”
뒤늦게 상황파악이 된 케이이치. 입이 그의 얼굴 2,3개는 먹을 크기로 증가하며 경악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로도 이런 엉뚱한 상황에 황급히 정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역시나 메구미의 말 대로였다.
“헬로우, 쯔뜨라브스뜨부이쩨!”
“...도브르이 친.”
바깥에는 정작 휠윈드의 주인들이 맞이해야 할 소위 '돈덩이'들이 그들의 바이크를 앞세운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낯익으면서도 낯설은 언어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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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암......오늘 편 끝났군요.
참고로 제 글에서 나온 WH바이크 전차 모델은 실제로 독일군에서 쓰인 형태의
것입니다. 사진은 나중에 프리노트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아실 것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온 기종과 똑같은 것이거든요.
바이크 엉뚱한 군대버젼 튜닝 ㅋㅋㅋ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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