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아앗 평온한 일상이 당신을 감싸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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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눈길은 한 서양인 여자에게 쏠려 있었다. 베르단디라는 맘씨 곱지만, 때론 웃기다 못해 괴팍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너무 맘씨 좋은 그녀에게 말이다. 그러나 지금 모두의 눈길이 그녀에게 쏠린 이유는 그녀의 엉뚱하고도 순수한 답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이 녀석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까?”
“예. 가능해요! 이 아이도 열심히 달리고 싶어 하는 걸요.”
이반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베르단디에게 절박하게 매달리듯 물었다. 베르단디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에 찬 푸른색 눈동자에 흠뻑 취해버린 이반은 멍하니 베르단디를 바라만 보다가 옆에서 툭툭 건드리는 메구미의 장난기 어린 행동에 깨어났다. 겨우 베르단디에게 빠져나온 그 모습은 흡사 꿈에서 막 깨어나 정신이 몽롱한 자와 비슷했다.
“넘보지 마세요.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메구미가 키득거리며 이반을 계속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쳐댔다. 그러나 메구미의 웃음과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이반은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며 눈만 커다랗게 뜬 채 껌뻑 거린다. 조금 멀리서 듣고 있던 케이가 그만 하라며 메구미의 입을 틀어막았다. 케이의 얼굴은 철판 위의 익어가는 빨간 고깃살과 비슷하게 변해 있었다.
“뭐? 정말 그런 것을 만들어 내보자고? 물론 예전에 비슷한 것을 만들어낸 적은 있지만.”
“케이씨와 지로씨, 그리고 메구미씨가 있어요. 해낼 수 있어요!”
베르단디의 귓속말을 자세히 듣고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는 지로, 그녀를 달래며 정비원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더욱 불태우게 만드는(?)베르단디. 천하의 지로가 쉽지 않다며 먹이가 오기를 기다리는 악어처럼 우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코믹스러웠지만 어느 누구 하나 웃지를 못했다. 왠지 베르단디가 무서운 제안을 한 것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흠. 하지만 듣고 보니 재미있군. 그리고 굉장해. 어차피 꼭 이런 괴물 엔진에 맞게 부품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바꿀 부분만 바꾸고, 새롭게 변형을 가해 써도 문제는 없겠지. 그래도 되겠죠? 전차 주인?”
한 번 더 베르단디의 속삭임에 그대로 넘어간 지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특유의 날카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깨달은 이반은 잠깐 생각에 잠겼는지 1분가량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입이 움직여지고 허락이 떨어졌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사례비는 걱정말아주시고……. 부품이 없다면 엔진을 새로 갈아끼워주셔도 좋습니다. 내부를 바꾸셔도 좋습니다. 다만...”
"다만?“
모두들 이반의 입에서 나올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외관만은 이대로 있게 해주십시오. 캐터펄트나, 모델의 모습까지 말이죠.”
“.........”
지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더 계산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OK사인을 표했다.
“좋습니다. 뭐 내부만 완벽하게 근미래(?)식으로 개조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반이 다시 기계처럼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지로가 재미있다는 듯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자기 전용 공구를 찾으러 휠윈드로 들어갔다.
“아. 다행 일려나? 조금 힘들겠지만 저런 엔진을 버릴 수야 없. 잠깐! 베르단디 방금 지로선배가 뭐라고 했어?”
팔짱을 끼고 대충 엔진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에 잠겨 혼잣말을 내뱉던 케이. 지로가 뭔가 이상한 단어를 내뱉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르단디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의 질문을 들어주었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케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근미래식이라고 하셨는데요?”
.........도대체 지로가 말한 근 미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케이는 어처구니없어 땀방울만 질질 흘리며 베르단디의 근 미래란 단어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이렇게 지로의 두 번째 괴물작품이 탄생하는 이야기가 그 막을 올렸다.
따르르르릉.
7~80년대를 떠올리는 추억의 아날로그 전화기. 그것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는 듯 맑은 울음소리를 내며 집안의 사람들을 불렀다. 이 집의 주인들은 총 4명이었는데 그들 중 굉장히 도도한 인물이 돌아왔고, 또 모험을 하러 새로 들어온 한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빼곤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한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관점에서는 조용함 그 자체일지 몰라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할 말 그 자체를 잃게 만드는 엽기적인 나날이었지만 말이다.
“아 참 누가 이런 날에 전화를 하고, 제발 방해 좀 말라고요!”
둥둥
은발에, 갈색 피부와 굉장히 커다란 호리병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래머 몸매의 울드가 날아오며(?) 말했다. 전화를 받기 위해 날아오는 것 자체부터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이것을 보았다면 자신의 눈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고 맨먼저 눈부터 사정없이 비볐을 것이다. 토끼눈이 되도록 말이다.
“빨랑 받고 와 울드. 이렇게 늦어지다가는 승부가 결판이 나지 않는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며 심드렁한 표정이 되어 전화를 받기 위해 느릿느릿 분주하게 움직이는 울드였다. 마치 뒹굴 거리며 자는 듯 누운 채로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신기했다.
“네. 모리사토네 집입니다.”
-...........
“여보세요. 전화 받으세요.”
-...........
귀찮다는 듯 대충 물어보는 울드. 하지만 전화를 건사람 쪽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혹시 전화가 끊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확인해보았지만 분명 전화를 한 세상 건너편 사람은 어딘가에서 진을 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뻔했다. 울드는 혹시나하고 한번 더 물었다.
“저기 무슨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
여전히 침묵. 일순간 울드의 참았던 머리 위 화산이 분출되어졌다. 그녀는 전혀 미모에 어울리지 않게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갈갈이 날뛰었다.
“장난 전화 걸지마세요! 지금 한참 ‘여전사 쓰즈미야 하루히(엥?)의 대모험’을 보기 위해 승부를 벌이는데 어떤 녀석이 이 장난을 치고 난리야! 엉?”
-............
“아 난 모르겠다. 끊는다!”
털썩
그렇게 울드의 화를 돋우는 침묵의 퍼레이드는 끝을 맺었다. 복도 저 건너편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둥둥 떠다니며 화를 내는 울드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흑발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스쿨드라고 한다. 참고로 울드와 자매로서 굉장히 사이가 껄끄러웠다.(?)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네요. 별 볼일도 없으니 빨리 승부나 하러 가자.”
아까의 심드렁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사라지고 미소를 지은 채 눈에 알코올램프를 태우는 울드. 그녀의 눈빛은 마치 그녀가 매일 빼놓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하던 그 용자로봇물 속 주인공들의 것과 비슷해보였다. 그러나 스쿨드의 다음 한마디에 그녀의 투지를 수그라들고 말았다.
“TIME OVER! 어차피 울드가 졌네요. 그 프로그램은 방금 막 끝났어.”
“..........”
스쿨드. 그런 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주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생각과 함께 울드의 오른손으로 푸른색 플라즈마입자가 대기 속에서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원을 날려 버릴 듯한 엄청난 폭발음과 소녀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고 이웃집(몇 백 미터는 훨씬 떨어진)주인이 증언을 했다고 한다. 물론 당연하다는 듯이 경찰은 어떠한 소동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다란 도로를 거쳐 사원까지 가볼 생각은 못했겠지만 말이다.
“우걱우걱.”
시끄러운 여자였다.
“우걱우걱”
사정…….있어요.
“우걱우걱”
샌드위치가. 목을 졸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통화자였다.
“휴우. 시간이 엄청 흘렀지만 완성!”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서쪽 산 너머로 느릿느릿 져가고 있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케이와 메구미, 지로. 으응? 휠윈드 구성원들 중 뭔가 안 맞는 사람이 한명 있다!
“아참!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오늘 녀석들과 집회가 있는데!!!”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르는 메구미. 초록색 헬멧을 급하게 쓰고 조여 맨 뒤 자신의 야마하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것의 시동을 걸고, 부릉거리는 바이크가 신나는 괴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집회라니?”
“아 응. 바이크 타는 녀석들과 오랜만에 승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거든.”
“아 그.”
케이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메구미가 어림없다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러더니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하하. 걱정 말고 완성품이나 관리 잘 해주라고. 그 외국인들 깨나 맘씨는 좋은 것 같던데!”
“아니 내 말은…….”
“잘 있어 케이쨩! 베르단디도~”
부아아아아아앙.
날렵한 몸짓을 자랑하며 야마하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할 말을 못한 케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말은…….지갑 놔두고 갔다는 것인데.”
알아서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휠윈드로 들어가는 케이. 어두워진 밤공기를 따라 절로 어두워진 휠윈드의 붉게 문든 LED간판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이 혼합형 엔진을 만든 우리 휠윈드는 세계 최강이다.”
“선배.”
케이가 들어가기 무섭게 베르단디와 이반을 앉혀놓고 휠윈드를 도배하며 온갖 잡다한 설명을 하는 지로가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반과 베르단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듯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광신도들의 집단 같기도 했다.
“어라 케이 왔냐? 어쨌든 이런 엔진은 다른 대학들이나, 정비센터에서는 만들기가 힘들다고! 우리가 이걸로 우승을 한 이후로 애초에 이걸 만들려는 자들은 관동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거든!”
“흠. 아틀리츠노(훌륭합니다.) 미제의 루 브래들리 전차들에 요즘 이런 엔진을 달고 있고, 저 노보 시빌 라스크를 만들었던 벤츠사도 저 녀석의 상용화에 거의 성공했다는 사실은 들었는데 저런 녀석을 만들다니. 대단하시군요.”
이반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솔직히 그가 보기에는 지로와 케이의 솜씨는 예술 급이었다. 솜씨뿐만 아니라 세계정세에 뒤처지지 않게 현재 상용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엔진의 이론과, 설계에까지도 발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일본이 기술대국이라는 생각을 수백번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물론 지로와 케이만 보고 모두를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암! 그렇고 말고. 이 지로님이 누구인데?”
“그렇지만 시험운전도 안 해보고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요? 에너지의 효율성이 아직 많이 딸리는 가솔린&전동엔진이라고요.”
뒤에서 케이가 걱정이 먼저 앞선다는 얼굴이 되어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로가 윽! 총에 맞아 신음성을 흘리는 병사처럼 쓰러졌다. 그녀의 뭔가 찔린다는 표정에 이반은 어리둥절해하며 지로와 케이를 서로 번갈아 보았다. 베르단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로를 살폈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 전혀. 단지 뜨끔함이.”
“예?”
베르단디가 어리둥절해하며 눈만 껌뻑거린다. 다시 기세등등하게 변한 지로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케이! 네가 저 괴물을 타보고 말해라!”
“아? 네.........에엑!”
케이가 무슨 소리냐며 지로의 설명을 요구했다. 지로는 그를 골탕 먹이려는 듯,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골탕을 먹이려는지 낮에 그 제도 한번 그리지 않고 만들어낸 위험물을 타게 만든 것처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라고 말했다. 케이는 말도 안 된다며 지로를 붙잡고 흔들었지만 휠윈드의 지배자는 단호했다.
“케이! 너같이 괴물을 다루는 어린아이(?)도 있다.”
지로가 지금쯤 고급 호텔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을 안나 에류드나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이반이 손을 들었다.
“아 저기 죄송합니다만 그 바이크의 라이더는 안나님이 아닙니다. 원래 주인은 따로 있고, 안나님의 소유로만 되어있을 뿐 이 녀석의 진짜 주인은 없습니다. 현재 제가 운용중입니다”
“......전 그 여자아이가 바이크 타는 모습을 본적 없는데요. 선배.”
“아 저도요!”
세 명이 그녀를 반박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로는 눈빛으로 정말 아니냐며 물었지만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설레설레 옆으로 저었다.
“흐흠. 뭐 그렇다면야. 잘 됐네! 손님 분께서 저것을 타실 줄 안다면.”
지로가 정비의 신이 들으면 경칠 소리를 하며 위기를 넘어가려 했다.
“뭐가 손님이 타요! 저렇게 위험한 녀석을.”
“그럼 네가 타든가. 안 타믄? 월급은 깎일 줄 아세요.”
오늘 따라 유난히 지로가 악마의 제왕으로 보이는 케이였다.
새롭게 탄생한 노보 시빌라스크.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부만 새롭게 탄생한 케텐크라드였다. 누가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안의 부품들을 거의 대다수 새롭게 변형시키고, 유물 판터탱크에나 써 먹는 비싸고, 가솔린 쳐먹는 엔진을 달아 더욱 경쾌하고 험한 곳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위 ‘괴물’이었던 것. 이것을 케이일행은 조금 실용적인 괴물로 만든 것이었다. 그것의 가솔린 엔진은 현존하는 엔진들 중 그나마 실용성 있고, 환경적인(?)제품이라고 칭찬받고 있는 하이브리드엔진으로 새롭게 변형을 가한 것이었다. 하이브리드가 뭐냐고? 간단히 말해서 가솔린(석유)과 전기(또는 수소, 태양열등)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엔진을 하이브리드라 영어로 칭한다. 이 엔진은 과거 케이들이 네코미 공대와 여러 대학들이 주최하는 차세대 엔진 차량들의 레이싱에서 공동우승을 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에너지 효율성은 석유 7 : 전기 2 : 태양열 1……. 아직 기업들의 상용기술이 덜 발전했고, 케이들이 과학자가 아니라는 점이 참작되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런 에너지의 비효율성 때문에 레이싱에 최종선두로 들어 와 놓고서도 공동 우승이 되고 말았다. 제 3회 대회는 아직 열리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열릴 때를 대비해 케이와 지로가 끊임없이 실험하고, 잘 알고 지내는 친인들(닥터 모로, 스쿨드)과 함께 연구하여 이룩해낸 시험 모델. 그것의 모델을 바로 판터엔진에 재구성해놓은 것이었다. 덕택에 가솔린의 힘은 반, 전력의 힘이 반이 되어 판터 특유의 힘찬 능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변동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위력적인 능력을 노보 시빌라스크가 과시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허나…여전히 이 바이크가 몇 마력인지는 확실치 않은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가솔린 효율성은 5, 가솔린엔진을 계속 돌린 후 생긴 전기와 배터리의 전기 효율성은 5.”
“그러니까 반반이군요. 잠깐 그렇다면 당신들이 만들었다는 태양열은 어디에.”
........그러고 보니 지금 그걸 어디에 쓰고 있지? 기억을 더듬던 케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바깥으로 그를 끌고 나갔다. 이반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를 열심히 졸졸 따라갔다.
“휠윈드의 지붕. 그 위를 잘 보세요. 너무 작은 크기여서 잘 안 보일거에요.”
“……태양열 발전기로군요.”
“네. 휠윈드의 간판은 저것으로 빛을 내는 것이죠.”
케이의 설명에 이반은 연신 하라쇼를 외치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연신 지어보였다. 그가 휠윈드의 수많은 제품들에 대해 신기하게 여기거나, 놀랍게 여길 때마다 케이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껴갔다. 그렇게 30분의 휴식시간이 모두 지났을 때였다.
“그런데 저 녀석을 꼭 지금 당신이 타야 되겠습니까? 아직 위험한 점이 많다면서요.”
“후우. 하긴 그러죠. 이번 제품도 제도지 한 장 없이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낸 녀석이다 보니. 위험성이 너무 많아요.”
케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반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정 안되면 내일까지 해서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군요. 왠지 옆 나라 꼬레안(한국인)들 같아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선진화 되어, 수많은 나라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나, 너무 빨리빨리 주의다보니 여러 중요한 것들을 신경 쓰지 못해 아직도 불안한 일본의 모 이웃을 떠올리며 이반이 주의를 주었다. 케이는 뉴스에서 접한 한국의 소식들을 몇 가지 떠올리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서두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것을 수도 없이 연구해왔고, 계속 만들어왔어요. 실패한 적은 있지만 포기한 적은 없죠. 그 결실을 지금 얻으려 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 위험한 욕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
“지로선배나 나의 계산이 절대로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도 우릴 믿어 줬으면 좋겠네요! 이반씨. 지로선배가 조금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메커니즘 하나는 세계 최강이라고 칭해도 좋을 수준이거든요.”
왜일까? 이 사람은. 스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체질인가? 아니면. 정말로 너무 남을 잘 믿는 성격일까? 너무 바보인 것인가? 이반은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케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아니면 나나, 안나님의 판단이 지금까지 잘못 된 것일지도.’
어떠한 것도 확실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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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 전에 가이버님께서 우째 러시안들이 독나라(?)의 바이크를 타고 다니냐고
물으신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냥 이렇게 생각하십시요.
러시아 어를 쓰고, 러시안처럼 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러시아에 동경이나 자랑심을 가지고 있을 뿐, 별 다른 거부감은
없다는 점.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의 원래 본질이 나치의 특수공작대였기에, 지금도 그들의 무기의 위력이나
그런것에 감탄할 뿐 특별히 그들에 대해 가지는 존경같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즘 인들이 보기에도 위력이 좋아서 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이들은 과거 나치의 동조자였냐고요?
지금은 아니지만 답은 예스입니다. 묠니르나 안나, 이반,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과
나중에 추가될 인물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외전 형식으로 올리거나, 내용 부분부분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정말. 이 녀석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까?”
“예. 가능해요! 이 아이도 열심히 달리고 싶어 하는 걸요.”
이반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베르단디에게 절박하게 매달리듯 물었다. 베르단디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신에 찬 푸른색 눈동자에 흠뻑 취해버린 이반은 멍하니 베르단디를 바라만 보다가 옆에서 툭툭 건드리는 메구미의 장난기 어린 행동에 깨어났다. 겨우 베르단디에게 빠져나온 그 모습은 흡사 꿈에서 막 깨어나 정신이 몽롱한 자와 비슷했다.
“넘보지 마세요.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메구미가 키득거리며 이반을 계속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쳐댔다. 그러나 메구미의 웃음과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이반은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며 눈만 커다랗게 뜬 채 껌뻑 거린다. 조금 멀리서 듣고 있던 케이가 그만 하라며 메구미의 입을 틀어막았다. 케이의 얼굴은 철판 위의 익어가는 빨간 고깃살과 비슷하게 변해 있었다.
“뭐? 정말 그런 것을 만들어 내보자고? 물론 예전에 비슷한 것을 만들어낸 적은 있지만.”
“케이씨와 지로씨, 그리고 메구미씨가 있어요. 해낼 수 있어요!”
베르단디의 귓속말을 자세히 듣고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는 지로, 그녀를 달래며 정비원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더욱 불태우게 만드는(?)베르단디. 천하의 지로가 쉽지 않다며 먹이가 오기를 기다리는 악어처럼 우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코믹스러웠지만 어느 누구 하나 웃지를 못했다. 왠지 베르단디가 무서운 제안을 한 것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흠. 하지만 듣고 보니 재미있군. 그리고 굉장해. 어차피 꼭 이런 괴물 엔진에 맞게 부품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바꿀 부분만 바꾸고, 새롭게 변형을 가해 써도 문제는 없겠지. 그래도 되겠죠? 전차 주인?”
한 번 더 베르단디의 속삭임에 그대로 넘어간 지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특유의 날카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깨달은 이반은 잠깐 생각에 잠겼는지 1분가량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입이 움직여지고 허락이 떨어졌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사례비는 걱정말아주시고……. 부품이 없다면 엔진을 새로 갈아끼워주셔도 좋습니다. 내부를 바꾸셔도 좋습니다. 다만...”
"다만?“
모두들 이반의 입에서 나올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외관만은 이대로 있게 해주십시오. 캐터펄트나, 모델의 모습까지 말이죠.”
“.........”
지로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를 더 계산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OK사인을 표했다.
“좋습니다. 뭐 내부만 완벽하게 근미래(?)식으로 개조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반이 다시 기계처럼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했다. 지로가 재미있다는 듯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자기 전용 공구를 찾으러 휠윈드로 들어갔다.
“아. 다행 일려나? 조금 힘들겠지만 저런 엔진을 버릴 수야 없. 잠깐! 베르단디 방금 지로선배가 뭐라고 했어?”
팔짱을 끼고 대충 엔진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에 잠겨 혼잣말을 내뱉던 케이. 지로가 뭔가 이상한 단어를 내뱉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베르단디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의 질문을 들어주었다. 그녀의 설명을 듣고 케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근미래식이라고 하셨는데요?”
.........도대체 지로가 말한 근 미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케이는 어처구니없어 땀방울만 질질 흘리며 베르단디의 근 미래란 단어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이렇게 지로의 두 번째 괴물작품이 탄생하는 이야기가 그 막을 올렸다.
따르르르릉.
7~80년대를 떠올리는 추억의 아날로그 전화기. 그것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는 듯 맑은 울음소리를 내며 집안의 사람들을 불렀다. 이 집의 주인들은 총 4명이었는데 그들 중 굉장히 도도한 인물이 돌아왔고, 또 모험을 하러 새로 들어온 한명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빼곤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한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관점에서는 조용함 그 자체일지 몰라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는 할 말 그 자체를 잃게 만드는 엽기적인 나날이었지만 말이다.
“아 참 누가 이런 날에 전화를 하고, 제발 방해 좀 말라고요!”
둥둥
은발에, 갈색 피부와 굉장히 커다란 호리병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래머 몸매의 울드가 날아오며(?) 말했다. 전화를 받기 위해 날아오는 것 자체부터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이것을 보았다면 자신의 눈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고 맨먼저 눈부터 사정없이 비볐을 것이다. 토끼눈이 되도록 말이다.
“빨랑 받고 와 울드. 이렇게 늦어지다가는 승부가 결판이 나지 않는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며 심드렁한 표정이 되어 전화를 받기 위해 느릿느릿 분주하게 움직이는 울드였다. 마치 뒹굴 거리며 자는 듯 누운 채로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신기했다.
“네. 모리사토네 집입니다.”
-...........
“여보세요. 전화 받으세요.”
-...........
귀찮다는 듯 대충 물어보는 울드. 하지만 전화를 건사람 쪽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혹시 전화가 끊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확인해보았지만 분명 전화를 한 세상 건너편 사람은 어딘가에서 진을 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뻔했다. 울드는 혹시나하고 한번 더 물었다.
“저기 무슨 사정이라도 있습니까?”
-............
여전히 침묵. 일순간 울드의 참았던 머리 위 화산이 분출되어졌다. 그녀는 전혀 미모에 어울리지 않게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갈갈이 날뛰었다.
“장난 전화 걸지마세요! 지금 한참 ‘여전사 쓰즈미야 하루히(엥?)의 대모험’을 보기 위해 승부를 벌이는데 어떤 녀석이 이 장난을 치고 난리야! 엉?”
-............
“아 난 모르겠다. 끊는다!”
털썩
그렇게 울드의 화를 돋우는 침묵의 퍼레이드는 끝을 맺었다. 복도 저 건너편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둥둥 떠다니며 화를 내는 울드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흑발의 소녀. 그녀의 이름은 스쿨드라고 한다. 참고로 울드와 자매로서 굉장히 사이가 껄끄러웠다.(?)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네요. 별 볼일도 없으니 빨리 승부나 하러 가자.”
아까의 심드렁하고, 귀찮다는 표정을 사라지고 미소를 지은 채 눈에 알코올램프를 태우는 울드. 그녀의 눈빛은 마치 그녀가 매일 빼놓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하던 그 용자로봇물 속 주인공들의 것과 비슷해보였다. 그러나 스쿨드의 다음 한마디에 그녀의 투지를 수그라들고 말았다.
“TIME OVER! 어차피 울드가 졌네요. 그 프로그램은 방금 막 끝났어.”
“..........”
스쿨드. 그런 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주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생각과 함께 울드의 오른손으로 푸른색 플라즈마입자가 대기 속에서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원을 날려 버릴 듯한 엄청난 폭발음과 소녀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고 이웃집(몇 백 미터는 훨씬 떨어진)주인이 증언을 했다고 한다. 물론 당연하다는 듯이 경찰은 어떠한 소동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다란 도로를 거쳐 사원까지 가볼 생각은 못했겠지만 말이다.
“우걱우걱.”
시끄러운 여자였다.
“우걱우걱”
사정…….있어요.
“우걱우걱”
샌드위치가. 목을 졸라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통화자였다.
“휴우. 시간이 엄청 흘렀지만 완성!”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서쪽 산 너머로 느릿느릿 져가고 있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케이와 메구미, 지로. 으응? 휠윈드 구성원들 중 뭔가 안 맞는 사람이 한명 있다!
“아참!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오늘 녀석들과 집회가 있는데!!!”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르는 메구미. 초록색 헬멧을 급하게 쓰고 조여 맨 뒤 자신의 야마하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것의 시동을 걸고, 부릉거리는 바이크가 신나는 괴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집회라니?”
“아 응. 바이크 타는 녀석들과 오랜만에 승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거든.”
“아 그.”
케이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메구미가 어림없다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러더니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하하. 걱정 말고 완성품이나 관리 잘 해주라고. 그 외국인들 깨나 맘씨는 좋은 것 같던데!”
“아니 내 말은…….”
“잘 있어 케이쨩! 베르단디도~”
부아아아아아앙.
날렵한 몸짓을 자랑하며 야마하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할 말을 못한 케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말은…….지갑 놔두고 갔다는 것인데.”
알아서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고 휠윈드로 들어가는 케이. 어두워진 밤공기를 따라 절로 어두워진 휠윈드의 붉게 문든 LED간판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 이 혼합형 엔진을 만든 우리 휠윈드는 세계 최강이다.”
“선배.”
케이가 들어가기 무섭게 베르단디와 이반을 앉혀놓고 휠윈드를 도배하며 온갖 잡다한 설명을 하는 지로가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반과 베르단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듯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광신도들의 집단 같기도 했다.
“어라 케이 왔냐? 어쨌든 이런 엔진은 다른 대학들이나, 정비센터에서는 만들기가 힘들다고! 우리가 이걸로 우승을 한 이후로 애초에 이걸 만들려는 자들은 관동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거든!”
“흠. 아틀리츠노(훌륭합니다.) 미제의 루 브래들리 전차들에 요즘 이런 엔진을 달고 있고, 저 노보 시빌 라스크를 만들었던 벤츠사도 저 녀석의 상용화에 거의 성공했다는 사실은 들었는데 저런 녀석을 만들다니. 대단하시군요.”
이반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솔직히 그가 보기에는 지로와 케이의 솜씨는 예술 급이었다. 솜씨뿐만 아니라 세계정세에 뒤처지지 않게 현재 상용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엔진의 이론과, 설계에까지도 발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일본이 기술대국이라는 생각을 수백번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물론 지로와 케이만 보고 모두를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암! 그렇고 말고. 이 지로님이 누구인데?”
“그렇지만 시험운전도 안 해보고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요? 에너지의 효율성이 아직 많이 딸리는 가솔린&전동엔진이라고요.”
뒤에서 케이가 걱정이 먼저 앞선다는 얼굴이 되어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로가 윽! 총에 맞아 신음성을 흘리는 병사처럼 쓰러졌다. 그녀의 뭔가 찔린다는 표정에 이반은 어리둥절해하며 지로와 케이를 서로 번갈아 보았다. 베르단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로를 살폈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 전혀. 단지 뜨끔함이.”
“예?”
베르단디가 어리둥절해하며 눈만 껌뻑거린다. 다시 기세등등하게 변한 지로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케이! 네가 저 괴물을 타보고 말해라!”
“아? 네.........에엑!”
케이가 무슨 소리냐며 지로의 설명을 요구했다. 지로는 그를 골탕 먹이려는 듯, 그것도 아주 확실하게 골탕을 먹이려는지 낮에 그 제도 한번 그리지 않고 만들어낸 위험물을 타게 만든 것처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라고 말했다. 케이는 말도 안 된다며 지로를 붙잡고 흔들었지만 휠윈드의 지배자는 단호했다.
“케이! 너같이 괴물을 다루는 어린아이(?)도 있다.”
지로가 지금쯤 고급 호텔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을 안나 에류드나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이반이 손을 들었다.
“아 저기 죄송합니다만 그 바이크의 라이더는 안나님이 아닙니다. 원래 주인은 따로 있고, 안나님의 소유로만 되어있을 뿐 이 녀석의 진짜 주인은 없습니다. 현재 제가 운용중입니다”
“......전 그 여자아이가 바이크 타는 모습을 본적 없는데요. 선배.”
“아 저도요!”
세 명이 그녀를 반박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지로는 눈빛으로 정말 아니냐며 물었지만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설레설레 옆으로 저었다.
“흐흠. 뭐 그렇다면야. 잘 됐네! 손님 분께서 저것을 타실 줄 안다면.”
지로가 정비의 신이 들으면 경칠 소리를 하며 위기를 넘어가려 했다.
“뭐가 손님이 타요! 저렇게 위험한 녀석을.”
“그럼 네가 타든가. 안 타믄? 월급은 깎일 줄 아세요.”
오늘 따라 유난히 지로가 악마의 제왕으로 보이는 케이였다.
새롭게 탄생한 노보 시빌라스크.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부만 새롭게 탄생한 케텐크라드였다. 누가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안의 부품들을 거의 대다수 새롭게 변형시키고, 유물 판터탱크에나 써 먹는 비싸고, 가솔린 쳐먹는 엔진을 달아 더욱 경쾌하고 험한 곳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위 ‘괴물’이었던 것. 이것을 케이일행은 조금 실용적인 괴물로 만든 것이었다. 그것의 가솔린 엔진은 현존하는 엔진들 중 그나마 실용성 있고, 환경적인(?)제품이라고 칭찬받고 있는 하이브리드엔진으로 새롭게 변형을 가한 것이었다. 하이브리드가 뭐냐고? 간단히 말해서 가솔린(석유)과 전기(또는 수소, 태양열등)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엔진을 하이브리드라 영어로 칭한다. 이 엔진은 과거 케이들이 네코미 공대와 여러 대학들이 주최하는 차세대 엔진 차량들의 레이싱에서 공동우승을 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에너지 효율성은 석유 7 : 전기 2 : 태양열 1……. 아직 기업들의 상용기술이 덜 발전했고, 케이들이 과학자가 아니라는 점이 참작되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런 에너지의 비효율성 때문에 레이싱에 최종선두로 들어 와 놓고서도 공동 우승이 되고 말았다. 제 3회 대회는 아직 열리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열릴 때를 대비해 케이와 지로가 끊임없이 실험하고, 잘 알고 지내는 친인들(닥터 모로, 스쿨드)과 함께 연구하여 이룩해낸 시험 모델. 그것의 모델을 바로 판터엔진에 재구성해놓은 것이었다. 덕택에 가솔린의 힘은 반, 전력의 힘이 반이 되어 판터 특유의 힘찬 능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변동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위력적인 능력을 노보 시빌라스크가 과시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허나…여전히 이 바이크가 몇 마력인지는 확실치 않은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가솔린 효율성은 5, 가솔린엔진을 계속 돌린 후 생긴 전기와 배터리의 전기 효율성은 5.”
“그러니까 반반이군요. 잠깐 그렇다면 당신들이 만들었다는 태양열은 어디에.”
........그러고 보니 지금 그걸 어디에 쓰고 있지? 기억을 더듬던 케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바깥으로 그를 끌고 나갔다. 이반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를 열심히 졸졸 따라갔다.
“휠윈드의 지붕. 그 위를 잘 보세요. 너무 작은 크기여서 잘 안 보일거에요.”
“……태양열 발전기로군요.”
“네. 휠윈드의 간판은 저것으로 빛을 내는 것이죠.”
케이의 설명에 이반은 연신 하라쇼를 외치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연신 지어보였다. 그가 휠윈드의 수많은 제품들에 대해 신기하게 여기거나, 놀랍게 여길 때마다 케이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껴갔다. 그렇게 30분의 휴식시간이 모두 지났을 때였다.
“그런데 저 녀석을 꼭 지금 당신이 타야 되겠습니까? 아직 위험한 점이 많다면서요.”
“후우. 하긴 그러죠. 이번 제품도 제도지 한 장 없이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낸 녀석이다 보니. 위험성이 너무 많아요.”
케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반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정 안되면 내일까지 해서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군요. 왠지 옆 나라 꼬레안(한국인)들 같아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선진화 되어, 수많은 나라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나, 너무 빨리빨리 주의다보니 여러 중요한 것들을 신경 쓰지 못해 아직도 불안한 일본의 모 이웃을 떠올리며 이반이 주의를 주었다. 케이는 뉴스에서 접한 한국의 소식들을 몇 가지 떠올리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서두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것을 수도 없이 연구해왔고, 계속 만들어왔어요. 실패한 적은 있지만 포기한 적은 없죠. 그 결실을 지금 얻으려 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 위험한 욕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
“지로선배나 나의 계산이 절대로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신도 우릴 믿어 줬으면 좋겠네요! 이반씨. 지로선배가 조금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메커니즘 하나는 세계 최강이라고 칭해도 좋을 수준이거든요.”
왜일까? 이 사람은. 스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체질인가? 아니면. 정말로 너무 남을 잘 믿는 성격일까? 너무 바보인 것인가? 이반은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케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안간힘을 썼다.
‘아니면 나나, 안나님의 판단이 지금까지 잘못 된 것일지도.’
어떠한 것도 확실치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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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 전에 가이버님께서 우째 러시안들이 독나라(?)의 바이크를 타고 다니냐고
물으신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그냥 이렇게 생각하십시요.
러시아 어를 쓰고, 러시안처럼 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러시아에 동경이나 자랑심을 가지고 있을 뿐, 별 다른 거부감은
없다는 점.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의 원래 본질이 나치의 특수공작대였기에, 지금도 그들의 무기의 위력이나
그런것에 감탄할 뿐 특별히 그들에 대해 가지는 존경같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즘 인들이 보기에도 위력이 좋아서 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이들은 과거 나치의 동조자였냐고요?
지금은 아니지만 답은 예스입니다. 묠니르나 안나, 이반,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과
나중에 추가될 인물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외전 형식으로 올리거나, 내용 부분부분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댓글목록

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것이었군요. ^^ 하긴 2차대전 당시 동부전선의 고참병들이 좋아하던 총이 바로 소련제 초간단 기관단총 PPsh-41 이었다고 하죠. (흔히들 말하는 따발총. -_- )
그건 그렇고 글을 보니까 등장하는 바이크가 상당히 크다는 느낌이 듭니다. 원판 캐텐그라트와는 겉 모양만 비숫하고 덩치부터 확 틀리겠군요. 하긴 엔진이 전차 엔진이니까. -_-;;;
p.s : 하이브리드 엔진은 두가지 방식을 같이 돌려서 추진하는게 아니라 가솔린 엔진으로 전기를 만들어 충전하고 그 전기 에너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구동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