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사[魔彈射]
페이지 정보
본문
투슝!
"끄아아악!"
투슝!
"철퍽!"
투슝!
..마탄사..
그것이 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무엇이든지.. 쏘고.. 맞추고.. 살해하는 것.. 마력총을 사용하는 자에게 있어서 그 전설의 케사르에게만 붙여줬던 마탄사. 그것을 얻었다. 나는 마침내 나의 목적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슝!
"철퍽!"
단지 고독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만든 하나의 수렁일까?
***
"이야아아! 음식 맛이 죽여주는데에.."
허름한 시골의 여관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지나쳐가는 여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앞쪽으로 버티고 있을 테라트 산을 넘어가려면 적어도 2~3일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크고 길다란 산을 왜 산맥이라고 부르지 않죠?"
"이봐. 일단 음식은 삼키고 이야기 하라고. 산맥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간단해. 길다랗게 보이기는 해도 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단지 하나의 산이 저렇게 커다란것 뿐이야."
"헤.. 맥이 없이 단지 하나의 산이 저렇게 클 수도 있나?"
"그도 그럴 것이 카스피카 대륙과 이곳 에스파다 대륙이 생겨났을 당시 두 대륙이 충돌했다나? 그런 웃기지도 않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있어. 그 결과로 나타난게 바로 저 산이래."
여관 주인장의 대략적인 설명에 스파게티를 다 마셔버리고서는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음식값으로 40에스를 내고서는 가방을 들쳐업었다. 주인장은 열쇠하나를 튕겨주면서 말했다.
"이름이 라이(LAi)라고 했나?"
"레이(RAi)야! 어째서 라이라고 발음 하는거냐고!"
"에스파다 대륙에서는 A는 '아'로 발음 되니까 그런거지."
"칫! 아무튼 상관 없어요! 난 레이야~"
"알겠네. 주문한 물품은 2일후면 도착한다고 편지가 도착했더군. 보낸 날짜가 그제니 오늘이겠군? 자 여기."
주인장의 손에서 냅다 편지를 받아채서는 읽기 시작했다. 이거 원, 악필도 이만한 악필이 없다니까. 스펠링이 모조리 어긋나 버렸다. 그렇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게, 이런 녀석이 참모총장이니.. 편지에는 아주 짤막하게 그러면서도 단순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2일후 도착. 내(네)게는 주거도(죽어도) 외상갑시란(외상값이란) 업써(없어)! 라이!(LAi)
"미치고 환장하겠군. 주인장이 라이라고 부른게 이해가 된다."
그냥 카스피카로 돌아가는 김에 류미레 녀석의 얼굴부터 짓뭉게 줄까?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단지 생각에서 그쳤을 뿐이었다. 편지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서는 1식당 구석에 있는 복도로 들어가서 7호실의 문을 열었다. 식당은 세련되었을지 몰라도 방은 조금 허름했다. 하긴 돈이 없어서 3등실을 빌린게 죄다.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배낭을 집어들고서 탄창을 꺼내어 들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조금은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미레 녀석 2일후라면 오늘일텐데, 그렇게도 급한 용무인가?"
일단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해봤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은 보급로의 확보차원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을 엄호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길드는 자체용병단인 가드(gAD)의 류미레를 호출했고, 류미레는 SB(특수 실행)급의일을 내렸다. A(성사)나 S(필사), 혹은 G(사활)급이 아닌 것으로 봐서는 그다지 급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을 서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추가로 마력총 유저인 나까지 끌어들였다.
"모르겠군. 류미레 녀석 잔머리가 끝내주니까 알아서 하겠지."
탄창에 있는 리소스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일단 실탄을 꺼내어 실린더에 껴 넣고서는 빙그르르 돌리며 안착시켰다. 그렇게 나머지 한개의 마력총도 완전히 창전을 시킨후 허리의 홀스터에 꽂아두었다. 곧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주인장이 직접 물건이 담긴 나무상자를 들고왔다. 꽤나 무거운지 낑낑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조금전에 이름을 잘못 불러준 것에대한 앙금이 남아있어서인지 가만히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후우! 힘들군.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있겠나?"
"글쎄요. 이게 무겁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고서 물건을 꺼내어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검은 몸통을 자랑하는 88mm 마격포였다. 의외로 좋은 물건이 들어와서 일까? 입가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일단 포탄 하나를 미리 장착하고 안전장치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어깨에 걸쳐매자 주인장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캬하! 엄청나군. 그런데 자네 이걸 들고서 산을 넘을 생각인가?"
주인장은 설마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인의 안일한 생각을 싸그리 날려줬다.
"물론!"
***
여관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반갑게 웃어보이는 얼굴은 역시나 긴장감은 만분의 일도 없었다. 이 녀석이라면 마력탄이 눈앞에서 회전을 하고 있어도 분명히 싱글벙글 웃을 녀석이다.
"야아~ 레이! 오랫만인걸? 우리의 마력총 유저께서 오늘은 풀무장이네?"
"흠냐.. 류미레 녀석좀 갈궈서 새 무기좀 장만했지. 어떠냐? 88mm 마격포인데?"
"88mm라면 그다지 강하지는 않잖아? 게다가 무겁고 말야."
"또 타박이냐 아레스? 그래도 최대한 가볍게 하려구 블랙미스릴을 20%섞어서 만들었다구. 이정도면 개인 휴대용으로는 충분해."
"뭐~ 너다운 생각. 아차차! 내 정신이 요즘 왜 이러지? 여기 이분들 소개할께. 일단 내 옆에 계시는 이 분은 조사관 대표이신 롬바르트씨야."
아레스 녀석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타박할 생각은 없지만, 분명히 녀석의 정신상태는 연구대상감이다. 여하튼 밝은 갈색머리를 짧게 자르고, 직각안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이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흐음.. 이 정도면 그레이 로망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형적인 중년의 모습이었다.
"gAD에서 명성이 자자하시더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길드의 탐색부 소속의 대표인 롬바르트 입니다."
"안녕하세요? gAD소속의 마력총 유저인 레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내 뒤쪽으로 왼쪽부터 가트씨, 푸로씨, 라임씨야."
그들은 똑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도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후에 다시 아레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출발은 지금할꺼야?"
"응. 이미 충분히 쉬었는걸? 너도 그럴려고 그거 어깨에 들쳐매고 온거잖아?"
"뭐, 그렇다면 그런거지만서도.. 그럼 출발하자고 카스피카에 가서 류미레 녀석의 상판도 조금 견식해봐야 속이 풀릴 것 같으니까."
"아하하! 여전히 그 소리구나. 류미레녀석 분명히 또 도망칠텐데 말야."
"죽일꺼야. 반드시.."
마력총을 어루만지면서 말했지만, 아레스 녀석은 여전히 실실웃으며 '그것 참 무섭네~'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어차피 죽인다고 해봤자 오른손을 펴엉생 못 쓰도록 바람구멍 만들어 주고, 오른 다리의 뼈를 사알짝 뒤틀리게 부러뜨리는게 나의 소원이다. 얼굴 본지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녀석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단지 편지만하고 있을 뿐이었다.
"편지만 죽어라 보내면서 사람을 갈구다니! 이건 죽지 못하게 만들어줘야해!"
"여전히 둔감하네. 레이는.."
"응? 뭐라고 그랬어?"
"아무것도.. 출발하자고, 개인적인 원한은 가서 풀도록 하라고."
어차피 임무의 마지막 길에 참여한터라 그다지 할일은 없었다. 단지 테라트 산을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길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 여러번 사전답사를 했으니, 그다지 큰 위험을 없을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서 기분좋게 산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일에는 마가 자주 낀다는 그거 말이다.
"역시나 류미레녀석 날 갈구기 위해서 일시켜 먹는거야."
"헤에.. 난 덕분에 감사좀 해야겠는걸? 근래에 에스파다 대륙의 정세가 불안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산적이 이렇게나 버티게 할 줄은 몰랐는걸?"
"시꺼어! 난 몬스터 전문 처리반이야! 어째서 사람따위를 쏴야하는데!?"
"그거야 gAD니까. 아! 뒤에서 무섭게 쟁기로 찍어온다."
하지만 이미 그녀석의 모습은 풀썩 주저앉은 뒤였다. 남자로써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고이자 최악의 급소를 뒷꿈치로 찍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런거에 신경쓸 이유는 없다. 당장에 아레스의 목덜미를 잡고 탈탈탈 흔들면서 말했다.
"네가 처리해! 소드 유저면서 사람베는 맛도 즐겨야지! 난 절대로 안할꺼야! 이런거면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
"헤에.. 나도 몬스터 전문 처리반인걸?"
"......"
제.. 제길! 조졌다! 이거라면 절대로 살인은 금지다. 에스파다 대륙은 카스피카 대륙과는 다른 법률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절대로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의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뭐, 법정에서 그 사람의 사후(事後)처리를 한다나? 그래서 일반인은 절대로 살상금지다. 만약 살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카스피카 대륙에서 발급한 살인허가증이 필요하다. 살인허가증이라고 무조건 살인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산적이나, 도둑, 유사인종, 위법자등만을 살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상대할 일이 없었기에 당연히 살인 허가증 같은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렇구나. 나만으로는 불살(不殺)이 힘들테니까. 레이를 보낸거구나."
"그것 차암~ 좋.겠.네."
머리에 힘줄 하나를 꾸욱꾸욱 눌러 집어넣고서는 실린더를 팽그르르 돌렸다. 그리고 공이를 당겼다. 그러자 실린더가 멈췄다.
"칫! 어쩔 수 없군. 아레스 일단 방어는 네쪽에 맡긴다."
"응 기다리고 있을께."
한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총구를 앞으로 겨눴다. 그리고 다시 한발짝 내딛었다. 앞으로 겨눠진 총구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산적씨에게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느긋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투슝!
"꾸에엑! 꼬로롱!"
음~ 기절했다. 파워조절은 적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일테지.. 방금까지 참아온 나의 모든 분노를 일순간에 태울 절호의 기회를 찾았다. 왠지 입가가 묘하게 일그러진다. 큭큭큭...
"류미레! 네 이녀석! 오늘 조져주것다! 케헬헬헬!"
투탕! 투타타타탕! 타탕! 탕! 탕!
거의 난사에 가까운 총격이 울려퍼지고, 그럴수록 마력총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그리고 잔여 리소스는 강하게 검지를 자극했다. 그리고 마침내 실린더에 남은 리소스가 모조리 흘러나왔을 때에는 반경 10M의 모든 적은 반침묵상태에 돌입한 뒤였다. 아레스는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어린애처럼 날뛰는거 보기 흉한데."
"Shut Up! 갈(喝)! 닥쳐!"
"헤에.. 그정도까지 가면 무슨 소린지 이해도 안가."
철컥!
"네놈도 여기에다가 기절시켜줄까? 아니지.. 확 묻어줄까나?"
"사양할께."
그렇게 아레스와 아웅다웅 거릴 무렵 롬바르트씨가 가만히 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레스와 나를 지나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하지만 그는 뭔가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에스파다 대륙의 정세를 대충 판가름 해볼 수 있겠군요. 일단 이곳은 테라트 산이 있는 곳, 엄밀히 따지자면 에스파다 대륙의 플라리안스국. 공화국이면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국가였는데, 이렇게 산적이 들끓을 정도라면 이미 말은 다 했군요. 일단 플라리안스국은 지금 대혼란 상태. 그렇다면 저희가 찾았던 보급로중 하나는 이미 제외된 것이군요."
"그렇죠. 그렇지만 아직 찾아놓은 4개의 다른 보급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롬바르트씨는 다시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뿐이었다.
"일단 플라리안스국과 인접한 국가들의 보급로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전쟁의 소용돌이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남은 루트는 2개 뿐입니다. 하나는 테라트 산을 완전히 우회하여 가는 카스피카 대륙의 샌드랜드(Send Land)와 에스파다 대륙의 호족들의 영토를 지나가는 루트. 그리고 이곳과는 정반대편의 테라트 산을 타고 넘어와서 이드라 공국으로 지나가는 루트입니다."
"어쩔 수 없죠. 일단 이번 루트는 모두 보고하고, 추가로 정세에 대하여 설명하면 길드 회의에서 결정지을 것이니까요."
롬바르트씨의 정리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산적들의 대부분은 처리해두었으니, 천천히 길을 가면 될 터였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 정도의 일을 가지고 어째서 그 능구렁이 류미레가 나를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으음.. 뭔가가 충분히 의심스러워졌다.
쿠워어어어어어!
아 그러고 보니까. 왜 몬스터 처리반인 아레스와 나만 보냈는지, 그 능구렁이의 근본적인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몬스터 처리반은 몬스터 처리하기 위해 보낸것이니까. 저런 괴성정도는 나타나 주지 않으면 녀석은 참모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할 것이다.
"어라? 이것 참 곤란하네. 산적들이라지만, 드레이크를 길들이다니."
"길들였다기 보다는 쫓기고 있던 것 같군. 테라트 산 고지대에는 드레이크의 둥지가 있다는 걸 깜빡했어. 단순히 산적처리 의뢰가 아니라, 드레이크로 부터 지키라는 뜻이었군. 류미레 녀석."
아무래도 녀석의 머리뚜껑을 열어서 연구해보면 분명히 능구렁이 수백마리가 흐물흐물 기어다닐 것이다. 홀스터에서 다시 마력총을 뽑고서 실린더에서 빈 총탄들을 빼내었다. 그리고 다시 탄창에서 새 탄약들을 실린더에 실었다. 그리고 대충 소리가 난 근원지로 눈을 돌려보니, 산적 녀석들 꽤나 노력한 모양이다. 5마리의 드레이크라..
"아악! 또 쫓아왔어! 살려줘! 우리를 잡아먹기 위해서 왔다고!"
"남자가 매달리지마! 게다가 너랑 나랑은 적이야!"
퍽퍽!
아무래도 산적녀석들의 정신을 쏘옥~ 빼놓은 장본인은 저 녀석들 이겠군. 생긴 것부터가 일반 드레이크와는 달리 은은한 붉은 빛의 비늘로 보아서 레드드래곤의 기운을 이어받은 블레이저 드레이크 같았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왠지 살아돌아가기 힘들지도? 아레스 녀석도 쇼트소드를 도로 검집에 꽂아두고, 바스타드 소드로 바꿔들었다. 은은한 검은 광택이 도는 것으로 봐서는 현철을 잔뜩 섞어서 만든 검 같았다.
"여어~ 아레스 3:2로 할까? 2:3으로 할까?"
"내가 2할께. 레이가 3을 맡아."
"그렇군. 나중에 추가로 한마리에 들어가는 탄약값은 한턱쏘는거다?"
"살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블레이저 드레이크 2마리로도 지난번에는 반죽음 당할 뻔했다구."
"반죽음이면 양반이군. 난 지금 3마리인데?"
"이렇게 먼저가다니. 레이 너무해."
"나 아직 않죽었다."
아레스 녀석이라면 분명히 2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gAD에서도 소드 유저하려면 보통 실력은 아닐테니까. 아무튼 이미 블레이저 드레이크는 우리를 먹고 저만치 도망가는 산적들을 디저트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녀석들의 비늘이 한층 더 흉흉한 붉은 빛으로 불타올랐다. 순간 나는 롬바르트씨와 가트를 아레스는 푸로와 라임을 양손에 껴안고서 양 옆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콰오오오오오!
오랜지 빛의 불길이 지면을 까맣게 태워올렸다. 바위도 융해직전까지 간 것처럼 붉게 물들어서는 겉표면이 짓눌리고 이내에 살며시 흐르고 있었다. 역시나 레드드래곤의 기운을 먹고자란 드레이크 답게도 어마어마한 브레스였다.
투슝! 투슝!
그렇다고 얌전히 밥이 될 수도 없는게, 여기서 죽으면 시체도 못남기니까.. 다행히도 오늘은 만반의 준비가 다 된상태이다. 리소스를 억지로 끌어 담는다거나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마음대로 쏴죽여도 된다는 소리다.
"꺄오오오오!"
"칫! 역시나 무식하게 단단한 껍때기로군. 역시 이 녀석을 사용해야 할까?"
등의 마격포를 어깨에 들쳐 매었다. 안정장치는 이미 오래전에 풀려있었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정확하게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심장을 쐈다. 강렬한 리소스의 파동은 곧 특별한 경우를 몰고와서는 이윽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마격포를 빠르게 등에 걸쳐놓고서는 다시 몸을 날렸다. 롬바르트씨와 가트가 아직 전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홀스터에서 다시금 마력총을 빼어 들고서는 침착하게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눈을 저격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돌격, 녀석의 꼬리가 사납게 휘젓는 바람에 풍압으로 아껴입던 코트가 찢어지고 왼쪽 다리에 길게 베인 상처가 났지만, 녀석의 가슴팍으로 뛰어드는데에 성공했다.
"무식하게 단단한 껍질도, 가까운 곳에서 탄약 하나의 리소스를 잔뜩 후려갈기면 어찌될까나?"
투퉁!
조금더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가슴이 횅하니 뚫려버렸다. 녀석이 쓰러지면서 나를 덮쳤지만, 곱게 깔려죽을 생각은 없었기에 빠르게 백스텝을 밟아 뒤로 도약을 했다.
"캬오오!"
"아뿔싸!"
콰드득! 우지끈!
다행히 등의 마격포가 대신 물려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는지, 어깨에 따뜻한 액체가 솟구쳐 올랐다. 마격포의 포신에는 드레이크의 날카로운 이빨자국이 곱게 남아있었다. 일단은 앞에 쓰러져 오는 드레이크의 몸을 피해야 하기에 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곧 지면이 먼지로 뒤덮혔다. 그 틈을 이용하여 더욱 신나게 굴렀다. 그리고나서는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웃듯이 괴성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그 안으로 보이는 것은 이제 서서히 오랜지 빛으로 물들어 가는 목구멍이었다.
캬오오오오오!!
하지만 이런 것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총은 이미 뽑혀져 있었다. 가볍게 공이를 잡아당겨서는 그대로 방아쇠를 눌렀다. 실린더는 강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강마탄(降魔彈)!"
공이가 강하게 실린더를 내려쳤다. 그 순간 실린더 안의 모든 총탄, 그 안의 모든 리소스를 총열을 향하여 내뿜기 시작했다. 강렬한 리소스가 팔목까지 충격파를 내보냈고, 그립은 순식간에 까맣게 그을렸다. 강한 회전과 총열내부의 강선에 의해서 더욱 강렬한 회전력과 그리고 직진력을 받아서 녀석의 목구멍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퍼어엉!
녀석이 브레스를 쏘기도 전에 리소스는 녀석의 몸을 일직선으로 뚫고 특별한 경우를 일으켜 강하게 주위로 불꽃을 내뿜었다.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몸은 푸른 불꽃에 뒤덮혀 사그라져 들었다. 등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인하여 눈앞이 아찔했다. 아레스 녀석도 두마리를 간신히 쓰러뜨린 것 같았다.
가만히 몸을 살펴보았다. 왼팔의 살점은 거의 찢어발겨진 상태였고, 오른쪽 어깨에는 깊은 화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다리에는 깊게 베인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한마리가 남아있었다. 물론 마격포에 맞아서 녀석도 정상이 아니지만, 우리가 더욱 정상이 아니었다.
"후우! 이래서 3마리는 싫다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주 잠깐 심호흡을 하고서는 총열을 녀석의 정수리에 맞췄다. 가늠자는 이미 녀석의 정수리에 총알이 꽂힌다고 외쳐댔다. 가만히 시간이 멈춰 가는 듯이 그립을 다시한번 부드럽게 움켜잡고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타앙!
***
"솔직히 살아계신게 놀랍군요. 블레이저 드레이크라면 SA(특별 경보)급의 몬스터 인데, 5마리를 두명이서 몰살시키시다니."
"하지만 만만치 않게 이쪽도 다쳤습니다. 레이님의 경우 전치 4개월의 부상. 아레스님의 경우 전치 7개월의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붕대를 매주면서도 이 탐사대 사람들이라는 녀석은 냉정하게 전치 몇주다, 몬스터 사냥의 방식이 조금 잘못됐다라면서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레스 녀석은 여전히 실실거리면서 붕대가 조금 느슨하다는 등등의 소리를 하고 있었다. 왠지 혼자만 열내는 것 같은 상황이 오히려 더욱 사람을 열불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화내서 무엇하랴..
"아니지.. 이 원한을 모조리 류미레 녀석에게 쏟아버리자!"
"끄아아악!"
투슝!
"철퍽!"
투슝!
..마탄사..
그것이 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무엇이든지.. 쏘고.. 맞추고.. 살해하는 것.. 마력총을 사용하는 자에게 있어서 그 전설의 케사르에게만 붙여줬던 마탄사. 그것을 얻었다. 나는 마침내 나의 목적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슝!
"철퍽!"
단지 고독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만든 하나의 수렁일까?
***
"이야아아! 음식 맛이 죽여주는데에.."
허름한 시골의 여관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지나쳐가는 여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앞쪽으로 버티고 있을 테라트 산을 넘어가려면 적어도 2~3일 정도의 준비는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크고 길다란 산을 왜 산맥이라고 부르지 않죠?"
"이봐. 일단 음식은 삼키고 이야기 하라고. 산맥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간단해. 길다랗게 보이기는 해도 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단지 하나의 산이 저렇게 커다란것 뿐이야."
"헤.. 맥이 없이 단지 하나의 산이 저렇게 클 수도 있나?"
"그도 그럴 것이 카스피카 대륙과 이곳 에스파다 대륙이 생겨났을 당시 두 대륙이 충돌했다나? 그런 웃기지도 않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있어. 그 결과로 나타난게 바로 저 산이래."
여관 주인장의 대략적인 설명에 스파게티를 다 마셔버리고서는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음식값으로 40에스를 내고서는 가방을 들쳐업었다. 주인장은 열쇠하나를 튕겨주면서 말했다.
"이름이 라이(LAi)라고 했나?"
"레이(RAi)야! 어째서 라이라고 발음 하는거냐고!"
"에스파다 대륙에서는 A는 '아'로 발음 되니까 그런거지."
"칫! 아무튼 상관 없어요! 난 레이야~"
"알겠네. 주문한 물품은 2일후면 도착한다고 편지가 도착했더군. 보낸 날짜가 그제니 오늘이겠군? 자 여기."
주인장의 손에서 냅다 편지를 받아채서는 읽기 시작했다. 이거 원, 악필도 이만한 악필이 없다니까. 스펠링이 모조리 어긋나 버렸다. 그렇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게, 이런 녀석이 참모총장이니.. 편지에는 아주 짤막하게 그러면서도 단순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2일후 도착. 내(네)게는 주거도(죽어도) 외상갑시란(외상값이란) 업써(없어)! 라이!(LAi)
"미치고 환장하겠군. 주인장이 라이라고 부른게 이해가 된다."
그냥 카스피카로 돌아가는 김에 류미레 녀석의 얼굴부터 짓뭉게 줄까?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단지 생각에서 그쳤을 뿐이었다. 편지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서는 1식당 구석에 있는 복도로 들어가서 7호실의 문을 열었다. 식당은 세련되었을지 몰라도 방은 조금 허름했다. 하긴 돈이 없어서 3등실을 빌린게 죄다. 구석에 널부러져 있는 배낭을 집어들고서 탄창을 꺼내어 들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조금은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미레 녀석 2일후라면 오늘일텐데, 그렇게도 급한 용무인가?"
일단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해봤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은 보급로의 확보차원에서 파견된 조사관들을 엄호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길드는 자체용병단인 가드(gAD)의 류미레를 호출했고, 류미레는 SB(특수 실행)급의일을 내렸다. A(성사)나 S(필사), 혹은 G(사활)급이 아닌 것으로 봐서는 그다지 급한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을 서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추가로 마력총 유저인 나까지 끌어들였다.
"모르겠군. 류미레 녀석 잔머리가 끝내주니까 알아서 하겠지."
탄창에 있는 리소스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일단 실탄을 꺼내어 실린더에 껴 넣고서는 빙그르르 돌리며 안착시켰다. 그렇게 나머지 한개의 마력총도 완전히 창전을 시킨후 허리의 홀스터에 꽂아두었다. 곧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가만히 문을 여니 주인장이 직접 물건이 담긴 나무상자를 들고왔다. 꽤나 무거운지 낑낑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조금전에 이름을 잘못 불러준 것에대한 앙금이 남아있어서인지 가만히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후우! 힘들군.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닐 수 있겠나?"
"글쎄요. 이게 무겁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고서 물건을 꺼내어 들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검은 몸통을 자랑하는 88mm 마격포였다. 의외로 좋은 물건이 들어와서 일까? 입가가 절로 말려 올라갔다. 일단 포탄 하나를 미리 장착하고 안전장치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어깨에 걸쳐매자 주인장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캬하! 엄청나군. 그런데 자네 이걸 들고서 산을 넘을 생각인가?"
주인장은 설마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인의 안일한 생각을 싸그리 날려줬다.
"물론!"
***
여관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반갑게 웃어보이는 얼굴은 역시나 긴장감은 만분의 일도 없었다. 이 녀석이라면 마력탄이 눈앞에서 회전을 하고 있어도 분명히 싱글벙글 웃을 녀석이다.
"야아~ 레이! 오랫만인걸? 우리의 마력총 유저께서 오늘은 풀무장이네?"
"흠냐.. 류미레 녀석좀 갈궈서 새 무기좀 장만했지. 어떠냐? 88mm 마격포인데?"
"88mm라면 그다지 강하지는 않잖아? 게다가 무겁고 말야."
"또 타박이냐 아레스? 그래도 최대한 가볍게 하려구 블랙미스릴을 20%섞어서 만들었다구. 이정도면 개인 휴대용으로는 충분해."
"뭐~ 너다운 생각. 아차차! 내 정신이 요즘 왜 이러지? 여기 이분들 소개할께. 일단 내 옆에 계시는 이 분은 조사관 대표이신 롬바르트씨야."
아레스 녀석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타박할 생각은 없지만, 분명히 녀석의 정신상태는 연구대상감이다. 여하튼 밝은 갈색머리를 짧게 자르고, 직각안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이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흐음.. 이 정도면 그레이 로망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형적인 중년의 모습이었다.
"gAD에서 명성이 자자하시더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길드의 탐색부 소속의 대표인 롬바르트 입니다."
"안녕하세요? gAD소속의 마력총 유저인 레이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내 뒤쪽으로 왼쪽부터 가트씨, 푸로씨, 라임씨야."
그들은 똑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도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후에 다시 아레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출발은 지금할꺼야?"
"응. 이미 충분히 쉬었는걸? 너도 그럴려고 그거 어깨에 들쳐매고 온거잖아?"
"뭐, 그렇다면 그런거지만서도.. 그럼 출발하자고 카스피카에 가서 류미레 녀석의 상판도 조금 견식해봐야 속이 풀릴 것 같으니까."
"아하하! 여전히 그 소리구나. 류미레녀석 분명히 또 도망칠텐데 말야."
"죽일꺼야. 반드시.."
마력총을 어루만지면서 말했지만, 아레스 녀석은 여전히 실실웃으며 '그것 참 무섭네~'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어차피 죽인다고 해봤자 오른손을 펴엉생 못 쓰도록 바람구멍 만들어 주고, 오른 다리의 뼈를 사알짝 뒤틀리게 부러뜨리는게 나의 소원이다. 얼굴 본지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녀석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단지 편지만하고 있을 뿐이었다.
"편지만 죽어라 보내면서 사람을 갈구다니! 이건 죽지 못하게 만들어줘야해!"
"여전히 둔감하네. 레이는.."
"응? 뭐라고 그랬어?"
"아무것도.. 출발하자고, 개인적인 원한은 가서 풀도록 하라고."
어차피 임무의 마지막 길에 참여한터라 그다지 할일은 없었다. 단지 테라트 산을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길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 여러번 사전답사를 했으니, 그다지 큰 위험을 없을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서 기분좋게 산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일에는 마가 자주 낀다는 그거 말이다.
"역시나 류미레녀석 날 갈구기 위해서 일시켜 먹는거야."
"헤에.. 난 덕분에 감사좀 해야겠는걸? 근래에 에스파다 대륙의 정세가 불안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산적이 이렇게나 버티게 할 줄은 몰랐는걸?"
"시꺼어! 난 몬스터 전문 처리반이야! 어째서 사람따위를 쏴야하는데!?"
"그거야 gAD니까. 아! 뒤에서 무섭게 쟁기로 찍어온다."
하지만 이미 그녀석의 모습은 풀썩 주저앉은 뒤였다. 남자로써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고이자 최악의 급소를 뒷꿈치로 찍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런거에 신경쓸 이유는 없다. 당장에 아레스의 목덜미를 잡고 탈탈탈 흔들면서 말했다.
"네가 처리해! 소드 유저면서 사람베는 맛도 즐겨야지! 난 절대로 안할꺼야! 이런거면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
"헤에.. 나도 몬스터 전문 처리반인걸?"
"......"
제.. 제길! 조졌다! 이거라면 절대로 살인은 금지다. 에스파다 대륙은 카스피카 대륙과는 다른 법률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절대로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의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뭐, 법정에서 그 사람의 사후(事後)처리를 한다나? 그래서 일반인은 절대로 살상금지다. 만약 살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카스피카 대륙에서 발급한 살인허가증이 필요하다. 살인허가증이라고 무조건 살인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산적이나, 도둑, 유사인종, 위법자등만을 살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상대할 일이 없었기에 당연히 살인 허가증 같은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그렇구나. 나만으로는 불살(不殺)이 힘들테니까. 레이를 보낸거구나."
"그것 차암~ 좋.겠.네."
머리에 힘줄 하나를 꾸욱꾸욱 눌러 집어넣고서는 실린더를 팽그르르 돌렸다. 그리고 공이를 당겼다. 그러자 실린더가 멈췄다.
"칫! 어쩔 수 없군. 아레스 일단 방어는 네쪽에 맡긴다."
"응 기다리고 있을께."
한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총구를 앞으로 겨눴다. 그리고 다시 한발짝 내딛었다. 앞으로 겨눠진 총구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산적씨에게 돌렸다. 그리고 최대한 느긋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투슝!
"꾸에엑! 꼬로롱!"
음~ 기절했다. 파워조절은 적당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일테지.. 방금까지 참아온 나의 모든 분노를 일순간에 태울 절호의 기회를 찾았다. 왠지 입가가 묘하게 일그러진다. 큭큭큭...
"류미레! 네 이녀석! 오늘 조져주것다! 케헬헬헬!"
투탕! 투타타타탕! 타탕! 탕! 탕!
거의 난사에 가까운 총격이 울려퍼지고, 그럴수록 마력총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그리고 잔여 리소스는 강하게 검지를 자극했다. 그리고 마침내 실린더에 남은 리소스가 모조리 흘러나왔을 때에는 반경 10M의 모든 적은 반침묵상태에 돌입한 뒤였다. 아레스는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어린애처럼 날뛰는거 보기 흉한데."
"Shut Up! 갈(喝)! 닥쳐!"
"헤에.. 그정도까지 가면 무슨 소린지 이해도 안가."
철컥!
"네놈도 여기에다가 기절시켜줄까? 아니지.. 확 묻어줄까나?"
"사양할께."
그렇게 아레스와 아웅다웅 거릴 무렵 롬바르트씨가 가만히 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레스와 나를 지나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하지만 그는 뭔가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에스파다 대륙의 정세를 대충 판가름 해볼 수 있겠군요. 일단 이곳은 테라트 산이 있는 곳, 엄밀히 따지자면 에스파다 대륙의 플라리안스국. 공화국이면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국가였는데, 이렇게 산적이 들끓을 정도라면 이미 말은 다 했군요. 일단 플라리안스국은 지금 대혼란 상태. 그렇다면 저희가 찾았던 보급로중 하나는 이미 제외된 것이군요."
"그렇죠. 그렇지만 아직 찾아놓은 4개의 다른 보급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롬바르트씨는 다시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뿐이었다.
"일단 플라리안스국과 인접한 국가들의 보급로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전쟁의 소용돌이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남은 루트는 2개 뿐입니다. 하나는 테라트 산을 완전히 우회하여 가는 카스피카 대륙의 샌드랜드(Send Land)와 에스파다 대륙의 호족들의 영토를 지나가는 루트. 그리고 이곳과는 정반대편의 테라트 산을 타고 넘어와서 이드라 공국으로 지나가는 루트입니다."
"어쩔 수 없죠. 일단 이번 루트는 모두 보고하고, 추가로 정세에 대하여 설명하면 길드 회의에서 결정지을 것이니까요."
롬바르트씨의 정리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산적들의 대부분은 처리해두었으니, 천천히 길을 가면 될 터였다. 하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 정도의 일을 가지고 어째서 그 능구렁이 류미레가 나를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으음.. 뭔가가 충분히 의심스러워졌다.
쿠워어어어어어!
아 그러고 보니까. 왜 몬스터 처리반인 아레스와 나만 보냈는지, 그 능구렁이의 근본적인 목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몬스터 처리반은 몬스터 처리하기 위해 보낸것이니까. 저런 괴성정도는 나타나 주지 않으면 녀석은 참모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할 것이다.
"어라? 이것 참 곤란하네. 산적들이라지만, 드레이크를 길들이다니."
"길들였다기 보다는 쫓기고 있던 것 같군. 테라트 산 고지대에는 드레이크의 둥지가 있다는 걸 깜빡했어. 단순히 산적처리 의뢰가 아니라, 드레이크로 부터 지키라는 뜻이었군. 류미레 녀석."
아무래도 녀석의 머리뚜껑을 열어서 연구해보면 분명히 능구렁이 수백마리가 흐물흐물 기어다닐 것이다. 홀스터에서 다시 마력총을 뽑고서 실린더에서 빈 총탄들을 빼내었다. 그리고 다시 탄창에서 새 탄약들을 실린더에 실었다. 그리고 대충 소리가 난 근원지로 눈을 돌려보니, 산적 녀석들 꽤나 노력한 모양이다. 5마리의 드레이크라..
"아악! 또 쫓아왔어! 살려줘! 우리를 잡아먹기 위해서 왔다고!"
"남자가 매달리지마! 게다가 너랑 나랑은 적이야!"
퍽퍽!
아무래도 산적녀석들의 정신을 쏘옥~ 빼놓은 장본인은 저 녀석들 이겠군. 생긴 것부터가 일반 드레이크와는 달리 은은한 붉은 빛의 비늘로 보아서 레드드래곤의 기운을 이어받은 블레이저 드레이크 같았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왠지 살아돌아가기 힘들지도? 아레스 녀석도 쇼트소드를 도로 검집에 꽂아두고, 바스타드 소드로 바꿔들었다. 은은한 검은 광택이 도는 것으로 봐서는 현철을 잔뜩 섞어서 만든 검 같았다.
"여어~ 아레스 3:2로 할까? 2:3으로 할까?"
"내가 2할께. 레이가 3을 맡아."
"그렇군. 나중에 추가로 한마리에 들어가는 탄약값은 한턱쏘는거다?"
"살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블레이저 드레이크 2마리로도 지난번에는 반죽음 당할 뻔했다구."
"반죽음이면 양반이군. 난 지금 3마리인데?"
"이렇게 먼저가다니. 레이 너무해."
"나 아직 않죽었다."
아레스 녀석이라면 분명히 2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gAD에서도 소드 유저하려면 보통 실력은 아닐테니까. 아무튼 이미 블레이저 드레이크는 우리를 먹고 저만치 도망가는 산적들을 디저트로 삼고 있는 모양이다. 녀석들의 비늘이 한층 더 흉흉한 붉은 빛으로 불타올랐다. 순간 나는 롬바르트씨와 가트를 아레스는 푸로와 라임을 양손에 껴안고서 양 옆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콰오오오오오!
오랜지 빛의 불길이 지면을 까맣게 태워올렸다. 바위도 융해직전까지 간 것처럼 붉게 물들어서는 겉표면이 짓눌리고 이내에 살며시 흐르고 있었다. 역시나 레드드래곤의 기운을 먹고자란 드레이크 답게도 어마어마한 브레스였다.
투슝! 투슝!
그렇다고 얌전히 밥이 될 수도 없는게, 여기서 죽으면 시체도 못남기니까.. 다행히도 오늘은 만반의 준비가 다 된상태이다. 리소스를 억지로 끌어 담는다거나 할 필요는 없으니까 마음대로 쏴죽여도 된다는 소리다.
"꺄오오오오!"
"칫! 역시나 무식하게 단단한 껍때기로군. 역시 이 녀석을 사용해야 할까?"
등의 마격포를 어깨에 들쳐 매었다. 안정장치는 이미 오래전에 풀려있었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정확하게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심장을 쐈다. 강렬한 리소스의 파동은 곧 특별한 경우를 몰고와서는 이윽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마격포를 빠르게 등에 걸쳐놓고서는 다시 몸을 날렸다. 롬바르트씨와 가트가 아직 전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홀스터에서 다시금 마력총을 빼어 들고서는 침착하게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눈을 저격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돌격, 녀석의 꼬리가 사납게 휘젓는 바람에 풍압으로 아껴입던 코트가 찢어지고 왼쪽 다리에 길게 베인 상처가 났지만, 녀석의 가슴팍으로 뛰어드는데에 성공했다.
"무식하게 단단한 껍질도, 가까운 곳에서 탄약 하나의 리소스를 잔뜩 후려갈기면 어찌될까나?"
투퉁!
조금더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가슴이 횅하니 뚫려버렸다. 녀석이 쓰러지면서 나를 덮쳤지만, 곱게 깔려죽을 생각은 없었기에 빠르게 백스텝을 밟아 뒤로 도약을 했다.
"캬오오!"
"아뿔싸!"
콰드득! 우지끈!
다행히 등의 마격포가 대신 물려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는지, 어깨에 따뜻한 액체가 솟구쳐 올랐다. 마격포의 포신에는 드레이크의 날카로운 이빨자국이 곱게 남아있었다. 일단은 앞에 쓰러져 오는 드레이크의 몸을 피해야 하기에 빠르게 옆으로 굴렀다. 곧 지면이 먼지로 뒤덮혔다. 그 틈을 이용하여 더욱 신나게 굴렀다. 그리고나서는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웃듯이 괴성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그 안으로 보이는 것은 이제 서서히 오랜지 빛으로 물들어 가는 목구멍이었다.
캬오오오오오!!
하지만 이런 것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총은 이미 뽑혀져 있었다. 가볍게 공이를 잡아당겨서는 그대로 방아쇠를 눌렀다. 실린더는 강하게 회전을 하고 있었다.
"강마탄(降魔彈)!"
공이가 강하게 실린더를 내려쳤다. 그 순간 실린더 안의 모든 총탄, 그 안의 모든 리소스를 총열을 향하여 내뿜기 시작했다. 강렬한 리소스가 팔목까지 충격파를 내보냈고, 그립은 순식간에 까맣게 그을렸다. 강한 회전과 총열내부의 강선에 의해서 더욱 강렬한 회전력과 그리고 직진력을 받아서 녀석의 목구멍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퍼어엉!
녀석이 브레스를 쏘기도 전에 리소스는 녀석의 몸을 일직선으로 뚫고 특별한 경우를 일으켜 강하게 주위로 불꽃을 내뿜었다. 블레이저 드레이크의 몸은 푸른 불꽃에 뒤덮혀 사그라져 들었다. 등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인하여 눈앞이 아찔했다. 아레스 녀석도 두마리를 간신히 쓰러뜨린 것 같았다.
가만히 몸을 살펴보았다. 왼팔의 살점은 거의 찢어발겨진 상태였고, 오른쪽 어깨에는 깊은 화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다리에는 깊게 베인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한마리가 남아있었다. 물론 마격포에 맞아서 녀석도 정상이 아니지만, 우리가 더욱 정상이 아니었다.
"후우! 이래서 3마리는 싫다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주 잠깐 심호흡을 하고서는 총열을 녀석의 정수리에 맞췄다. 가늠자는 이미 녀석의 정수리에 총알이 꽂힌다고 외쳐댔다. 가만히 시간이 멈춰 가는 듯이 그립을 다시한번 부드럽게 움켜잡고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타앙!
***
"솔직히 살아계신게 놀랍군요. 블레이저 드레이크라면 SA(특별 경보)급의 몬스터 인데, 5마리를 두명이서 몰살시키시다니."
"하지만 만만치 않게 이쪽도 다쳤습니다. 레이님의 경우 전치 4개월의 부상. 아레스님의 경우 전치 7개월의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붕대를 매주면서도 이 탐사대 사람들이라는 녀석은 냉정하게 전치 몇주다, 몬스터 사냥의 방식이 조금 잘못됐다라면서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레스 녀석은 여전히 실실거리면서 붕대가 조금 느슨하다는 등등의 소리를 하고 있었다. 왠지 혼자만 열내는 것 같은 상황이 오히려 더욱 사람을 열불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화내서 무엇하랴..
"아니지.. 이 원한을 모조리 류미레 녀석에게 쏟아버리자!"
댓글목록

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 오랫만인데요.
확실히,
stag fragment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일단 주인공의 일방적인 독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면서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습니다. 스토리 전개는 등장 인물들에 의해 독자들이 끌려다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밌으니까 OK.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설정 용어가 난립하는데요.
조금 나누어서 분배하셨으면 어떠셨을까 합니다. 아직까지 스토리에 큰 필연을 못 느끼는 고유한 이 소설의 설정 용어는 쉽게 잊어먹게 되거든요.
결과적으로, 재미면에서 괜찮군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