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A B L E T ― 第 2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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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A B L E T ― 第 2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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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미 시의 타력본원사 앞.
산사의 앞에 선 작은 바위 위에, 한 명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소년의 긴 금발을 쓸어올리고 그 볼을 간질였다. 대마계장 힐드의 앞에서 보였던 위압감은 온데간데없이 소년은 그저 멍하니 눈 앞의 허공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말이야."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소년은 입을 열었다. 들릴 듯 말듯 차분한 목소리가 적막에 쌓인 공간을 지배했다.
"아무것도 없었어. 신과 인간들의 손길로 이렇듯 아름답게 일구어진 이 세계도, 처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혼돈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 안에 그녀가 있었고, 내가 있었어.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후예 진마족들과 너의 선조 브리가 이 땅에 나타난 것을 깨닫게 되었지."
주위에 소년에 말을 듣는 자는 풀벌레 하나조차 없었지만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소년의 말을 듣고 있을 사람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이, 소년의 혼잣말은 계속되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되든 별 관심 없었지만 그녀는 그렇지 못했어. 그녀는 이 혼돈 덩어리를 정제해 아름답게 꾸미고, 법칙을 만들고, 체계(시스템)를 만들었지. 이 세계에 발을 디디고 선 모든 것들을, 그녀는 자기 아들로 생각했거든. 그래, 나와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신들의 시조마저도 그녀는 포용할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너는 그녀를 '배신했지.'"
이따금씩 들리던 바람 소리가, 테이프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뚝 끊어졌다. 소년의 말을 경청이라도 하겠다는 듯, 아까의 적막과는 다른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듣는 자의 존재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한 침묵에 소년은 쓴웃음을 짓듯이 입꼬리를 치켜올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는 그녀를 죽이고 나와 그녀의 아들딸을 죽였지. 그녀의 영혼을 세 갈래로 찢고 그녀의 권능은 너의 딸에게 선물로 나눠주었어. 그 날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군. 네 창이 내 심장을 꿰뚫던 그 기억이 말야."
소년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무언가를 그러쥐듯 앞으로 뻗은 소년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우직우직우직우직.
"너는 살아남은 나의 아들 중 하나인 로키를 그저 공포의 마왕으로 격하시키고, 그 아들인 펜릴과 요르문간트를 그저 프로그램으로 격하시켰지만 로키에게 딸이 하나 더 있었을 줄은 몰랐겠지? 그 아이는 영겁의 세월 동안 나처럼 영혼 상태로 잠들어 있다가 나와 함께 깨어났다. 지금쯤 흐베르겔미르의 '샘'에서 옛 생물들을 일으켜 이그드라실의 줄기를 타고 아스가르드로 향하고 있겠군. 이름은 헬(Hel)이라고 해. 너희들이 그저 버그 취급하는 죽은 인간의 혼령을 주관하는 여신이지."
―우직우직우직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소년에 손에 잡힌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단단한 물체가 더욱 더 강력한 힘에 의해 우그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그것은 소년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소년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 뿐, 이제는 그것의 몸체에 깊숙하게 박혀 버린 소년의 손가락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힐드는 마족 '니르'의 몸 안에 무언가 다른 진마족의 영혼이 있는 걸 짐작한 것 같더군.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어. 오랜만이지? 오딘. 네가 죽였던 최초의 진마족―모든 서리 거인의 아버지가 지금 네 눈앞에 다시 나타났단 말야. 아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광기를 담아 요사스럽게 빛났다. 이제는 신계 아스가르드, 마계 니플하임, 인간계 미드가르드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고대의 거인은 조그마한 마족의 육체를 입은 채 광소(狂笑)로서 자신의 부활을 자축했다.
"일단 네가 지금까지 사육하던 그녀의 혼을 되찾아가겠어. 세 조각난 혼이지만 네게 맡겨 두면 넌 그녀를 무기로 사용하려 할 테니까 말야. 아직 듣고 있지? 오딘...발할라의 궁전 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곧 갈 테니까."
―빠각.
고기동형 스텔스 반물질 감시카메라―신계에서 오딘의 외눈이라 불리는 물체를 악력만으로 파괴한 뒤, 소년은 몸을 돌려 커다란 산사, 타력본원사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노른―세 조각난 시간의 여신."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년은 산사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T A B L E T ― 第 2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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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미 시의 타력본원사 앞.
산사의 앞에 선 작은 바위 위에, 한 명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소년의 긴 금발을 쓸어올리고 그 볼을 간질였다. 대마계장 힐드의 앞에서 보였던 위압감은 온데간데없이 소년은 그저 멍하니 눈 앞의 허공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말이야."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소년은 입을 열었다. 들릴 듯 말듯 차분한 목소리가 적막에 쌓인 공간을 지배했다.
"아무것도 없었어. 신과 인간들의 손길로 이렇듯 아름답게 일구어진 이 세계도, 처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혼돈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 안에 그녀가 있었고, 내가 있었어.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후예 진마족들과 너의 선조 브리가 이 땅에 나타난 것을 깨닫게 되었지."
주위에 소년에 말을 듣는 자는 풀벌레 하나조차 없었지만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소년의 말을 듣고 있을 사람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이, 소년의 혼잣말은 계속되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되든 별 관심 없었지만 그녀는 그렇지 못했어. 그녀는 이 혼돈 덩어리를 정제해 아름답게 꾸미고, 법칙을 만들고, 체계(시스템)를 만들었지. 이 세계에 발을 디디고 선 모든 것들을, 그녀는 자기 아들로 생각했거든. 그래, 나와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신들의 시조마저도 그녀는 포용할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너는 그녀를 '배신했지.'"
이따금씩 들리던 바람 소리가, 테이프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뚝 끊어졌다. 소년의 말을 경청이라도 하겠다는 듯, 아까의 적막과는 다른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듣는 자의 존재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한 침묵에 소년은 쓴웃음을 짓듯이 입꼬리를 치켜올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는 그녀를 죽이고 나와 그녀의 아들딸을 죽였지. 그녀의 영혼을 세 갈래로 찢고 그녀의 권능은 너의 딸에게 선물로 나눠주었어. 그 날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군. 네 창이 내 심장을 꿰뚫던 그 기억이 말야."
소년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무언가를 그러쥐듯 앞으로 뻗은 소년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우직우직우직우직.
"너는 살아남은 나의 아들 중 하나인 로키를 그저 공포의 마왕으로 격하시키고, 그 아들인 펜릴과 요르문간트를 그저 프로그램으로 격하시켰지만 로키에게 딸이 하나 더 있었을 줄은 몰랐겠지? 그 아이는 영겁의 세월 동안 나처럼 영혼 상태로 잠들어 있다가 나와 함께 깨어났다. 지금쯤 흐베르겔미르의 '샘'에서 옛 생물들을 일으켜 이그드라실의 줄기를 타고 아스가르드로 향하고 있겠군. 이름은 헬(Hel)이라고 해. 너희들이 그저 버그 취급하는 죽은 인간의 혼령을 주관하는 여신이지."
―우직우직우직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소년에 손에 잡힌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단단한 물체가 더욱 더 강력한 힘에 의해 우그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그것은 소년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소년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 뿐, 이제는 그것의 몸체에 깊숙하게 박혀 버린 소년의 손가락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힐드는 마족 '니르'의 몸 안에 무언가 다른 진마족의 영혼이 있는 걸 짐작한 것 같더군.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진 못했어. 오랜만이지? 오딘. 네가 죽였던 최초의 진마족―모든 서리 거인의 아버지가 지금 네 눈앞에 다시 나타났단 말야. 아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광기를 담아 요사스럽게 빛났다. 이제는 신계 아스가르드, 마계 니플하임, 인간계 미드가르드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고대의 거인은 조그마한 마족의 육체를 입은 채 광소(狂笑)로서 자신의 부활을 자축했다.
"일단 네가 지금까지 사육하던 그녀의 혼을 되찾아가겠어. 세 조각난 혼이지만 네게 맡겨 두면 넌 그녀를 무기로 사용하려 할 테니까 말야. 아직 듣고 있지? 오딘...발할라의 궁전 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곧 갈 테니까."
―빠각.
고기동형 스텔스 반물질 감시카메라―신계에서 오딘의 외눈이라 불리는 물체를 악력만으로 파괴한 뒤, 소년은 몸을 돌려 커다란 산사, 타력본원사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노른―세 조각난 시간의 여신."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년은 산사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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