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여신님-side story2 일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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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연합
피스 대원들이 복귀하고 하루가 지났다.
가인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피스 대원들은 그때의 아찔했던 순간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 더욱 요란하게 굴었다. 때문에 시민의 집은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졌다. 가인은 그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만 왜 그런지는 묻지 않았다. 항상 전투 현장에서 싸우는 그들이 저럴 정도면 물어보지 않아도 상황이 어느정도 짐작이 되었다.
실제로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182구역의 주민들 때문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지만 182구역의 주민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터널의 물속에 수장되었다. 그들의 반 이상은 살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비록 피스메이커가 대 몬스터 특무기관이란 이름처럼 몬스터를 전문으로 상대한다지만 그런 것으로는 도저히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쿠사나기에 대한 분노와 자신들에 대한 무력감에 분위기는 더욱 어두워졌던 것이다. 그들도 어두운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그날따라 더욱 요란하게 놀았던 것이다.
덕분에 가인은 그 후 뒤처리를 하느라 좀 늦게 자게 되었다.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가 도와줄리 만무했고 시민은 전투 때문에 피곤했던지라 도와줄려는 그녀를 억지로 침실에 밀어 넣고 케이와 베르단디랑 같이 집을 치웠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유리야, 얼른 서둘러야지. 이러다 지각하겠어.”
“우웅~좀만 더 잘래.”
“안돼, 유리야. 얼른 서둘러.”
가인은 저혈압으로 아침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유리를 억지로 깨워 욕실에 밀어 넣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도 식사는 베르단디가 만든 영양 만점이고 균형 잡힌 음식들로 한가득 차려졌다. 보통 때는 시민이 같이 도와주지만 어재는 왠일인지 그녀도 술을 마신지라 이제야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죄송해요, 베르단디 양! 제가 늦었어요. 이제 저한테 맏기고 쉬세요.”
“아뇨, 전 아무렇지 않은걸요. 그리 늦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거의 다 끝났으니 시민 씨는 여기 나머지 접시들을 놔주시겠어요?”
그렇게 둘이 식사를 차리는 사이 하나 둘씩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거기엔 세수를 해서 잠을 싹 쫒아서 다시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유리도 있었다. 모두 모여서 하는 식사. 고작 이틀만이지만 가인은 왠지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한다고 느꼈다.
“애송아. 어재 듣자하니 건달들이랑 시비가 붙었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말이냐?”
브루스가 식사를 하다가 문득 물었다. 어제 모두가 있을 때 그때의 일을 잠깐 언급한 것 말고는 자세한 얘기를 안했기에 모두 시비가 붙었다는 것 말고는 알지 못했다.
“별거 아니에요. 우석이의 돈을 뺏으려 하기에 도와준 것 뿐이에요. 그러니 별 일 없을 거에요.”
가인은 가볍게 말했지만 실상 그리 가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가인에게 당한 패거리들은 자신들의 상관에게 이 일을 알릴 것이고, 그래봐야 고등학생이란 생각에 인근의 일진을 모아 가인을 공격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그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좋은데 가인에게 그들이 당하면 또 그 위의 선이 닿은 조폭들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할 것이다. 이때부터는 장난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총이 모습을 드러낼 지도⋯.
“흐, 애송아. 상당히 귀찮은 일에 걸렸구나. 난 모르겠다. 네놈이 벌인 일이니 스스로 알아서 해라.”
“귀찮은 일이라뇨?”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거냐?”
브루스가 노려보자 가인은 습관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솔직히 말로만 수련이었지 그 시간은 브루스의 샌드백이 되는 시간이었다. 가인의 공격은 브루스를 맞추지도 못하는데 브루스는 전사경을 사정없이 쏟아내니 그게 어디 수련인가. 당연히 절로 눈을 피하게 된다.
“네놈이 손봐준 놈들이 학생이었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 그들도 교복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정확히 어디 교복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흐, 그럼 아마 몇일 안으로 다른 애들을 끌고 올거다. 보통 그런 놈들은 일진이라는 곳에 들어가있으니까.”
브루스의 말에 가인은 괜히 불안해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그들은 어찌됐든 민간인이다. 오라 능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전적으로 가인에게만 불리한 싸움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
“갔다 오겠다.”
가인 일행은 각자의 개성대로 인사를 하고는 학교로 향했다. 시민은 대문 앞에서 불안한 시선으로 가인의 등을 바라보았다.
“가인 씨,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에요. 그렇게 약한 애가 아니니까.”
“⋯⋯그럴까요.”
케이가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시민은 좀처럼 진정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드르륵!
“자, 자, 모두 자리에 앉아!”
오늘도 하지연 선생은 힘차게 교실문을 열고 들어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자리에 앉혔다. 지연의 모습은 오늘도 체육복 차림에 입에는 담배를 꼬나문 모습 그대로였다. 그 변하지 않는 모습에 1학년 3반 학생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나 가인, 테레이아, 유리, 재영은 지연의 꾸민 모습을 한번 본적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꾸몃을때는 그렇게 이쁘더니만.
“요새 학교 주변에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뭐 수상하대봤자 뻔하지. 어차피 남의 등이나 쳐먹는 녀석들일게 뻔한데, 내 눈에 띄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러면서 손을 꺾는 모습이 진짜 걸리면 어디 한군데는 부러질 것 같았다. 역시 흉신악살. 학생들은 그녀에게 걸릴 사람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아무튼 그러니까 알아서들 조심해라.”
그게 교사로서 할 말입니까?
학생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연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넘겼다. 저러고도 어떻게 교사를 하고 있나 몰라.
“나도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나가서 모조리 때려잡고 싶은데 알다시피 나라의 녹을 먹는 교사잖냐. 일단 학업에 충실해야지 안그러면 내가 짤린다.”
다시 한번 교실에 한숨소리가 넘쳐난다. 유리는 가인을 바라보았다. 왠지 이번일이 가인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빠.”
“괜찮아, 유리야.”
유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챈 가인이 먼저 말했다.
“괜찮아.”
가인은 혼자서 감당하려고 한다. 그들의 인원수도, 실력도 모르면서 혼자서 상대하려 한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혼자 자책하면서. 하지만 그때 한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꾸 드는 불길한 느낌은 무엇일까?
가인 일행이 학교에 가있는 동안 케이 일행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비록 피스메이커를 도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은 플르나를 찾아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미드칠더를 다시 봉인하는 것. 하지만 플르나를 찾기 위해서는 세계의 중심. 여기서 말하는 가이아의 배꼽, 옴팔로스를 찾아야 한다.
옴팔로스는 유일하게 오라의 주인과 가이아의 의지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장소다. 오라의 주인은 가이아와 접속해서 단 한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아는 오라의 주인을 각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띠-띠-띠-띠
“어때, 아직 못찾았어?”
“모르겠어, 일단 몇군대로 압축하긴 했는데 그곳들이 모두 각 나라의 수도야. 하지만 중국과 영국은 반응이 상당히 약한데 비해 한국은 그 외의 나라에 비해 좀 더 강한데 한국이 세계의 중심인지는 아직 모르겠어.”
“젠장, 정령들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이런 고생은 안해도 되는데⋯.”
“그러게 말이야.”
주로 수색에 나서는 건 스쿨드와 페이오스였다. 스쿨드는 기계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을 찾고 페이오스는 대지의 기운을 이용해 찾고 있었는데 대지의 기운을 이용한 방법이 힘이 모이는 곳만을 알 수 있을 뿐,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 한지라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대지의 정령을 이용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하는데, 가이아의 기운이 많이 모이는 내룡에 접근할수록 정령이 가길 거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서 기운이 많이 모이는 곳만을 찾아냈을 뿐, 차마 더 이상은 정령들을 괴롭히지 못하고 정령을 이용한 방법을 포기한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스쿨드를 믿고 기다리거나 세계의 모든 내룡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것, 둘중에 하나만이 남은 것이다. 뭐 세계의 중심인 옴팔로스는 한국의 피스메이커 본부 아래에 있지만 그들도 케이 일행이 뭔 짓을 할지 모르기에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모을 수 있는 자료는 한계가 있어. 피스메이커의 자료를 해킹할 수만 있다면⋯⋯.”
울드와 페이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분명 스쿨드의 말대로 이렇게 게인적으로 자료를 모으는건 분명 한계가 있었다. 반면 오래전부터 이일을 해왔던 피스메이커라면 어쩌면 옴팔로스를 발견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쿨드가 피스메이커의 메인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서도 아직까지 하지 않은 건⋯⋯.
“안돼, 스쿨드. 그건 엄연한 범죄야. 우리는 여신이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니?”
언제나 옆에서 해킹을 하지 못하게 막는 베르단디 때문이었다. 언제나 상냥하고 착하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그녀. 그런만큼 이런쪽으로는 더욱더 고지식하기만 했다.
“알았어, 언니. 안할게. 뭐 내 실력이라면 찾는 건 금방이지.”
“그래, 스쿨드.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응! 맡겨줘, 언니!”
베르단디의 응원에 단숨에 기합 200% 충전! 이때부터 스쿨드는 옆에 아이스크림을 끼고 세계의 중심을 찾기에 열중한다. 스쿨드가 베르단디의 설득에 넘어간게 이로써 7번째. 정말 베르단디의 말이라면 매우 단순해지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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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이 있기 하루 전.
한빛고등학교, 수천고등학교, 영일고등학교, 유상고등학교, 칠연고등학교, 영진고등학교, 화산고등학교, 7개 고교가 모여 만들어진 일진 연합. 영일고의 짱인 김현성은 자신의 아지트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쪽 계열에서는 일명 ‘수금’이라 불리는 삥뜯기를 하러 간 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라.”
현성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현성의 오른팔인 박재섭이였다. 그는 영일고에서 제법 머리가 좋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리는 그가 하고 있었다.
“짱, 한성고에 수금하러 갔던 애들이 당했습니다.”
“뭐?”
현성은 무슨 말이냐는 눈빛으로 재섭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을 건드리면 일진 연합이 움직인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감히 누가 자신의 애들을 건드린단 말인가. 하지만 재섭은 현성의 생각을 부정했다.
“한성고에 수금하러 갔던 우리 애들이 당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거냐.”
재섭한테서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듣자 그제야 재섭이 잘못 말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현성은 분노했다. 한성고는 그동안 신경쓰지도 않고 있던 학교였다. 비록 인근에서 가장 크고 수재들이 모이는 곳이었지만 그런만큼 자신들에게 반항할 만한 실력자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깨지려하고 있었다. 한번 시작된 균열은 겉잡을 수 없는 법. 애초에 그러기 전에 싹을 잘라놔야 했다.
“지금 조사를 하고 있기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금방 알아오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알아내라.”
재섭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밖으로 나가자 현성은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팽개친 후 거친 동작으로 밟았다. 마치 그 담배가 자신의 부하들을 건드린 놈이라도 되는 양.
“어떤 놈인지 내앞에 나타만 나라. 내가 진정한 고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마.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애들을 건드린 대가는 비싸다는 것을 알게 해주마.”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또 한명의 적이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습격 9시간 전.
“저놈이냐?”
“예, 정민 선배님.”
영일고의 일진 간부 중 한명인 김정민은 뭐가 불만인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전 날 유가인한테 당한 5명이 서있었다.
퍼억!
“고작 저렇게 비리비리하게 생긴 놈한테 5명이 도망쳤단 말이냐! 정말 수치스럽구나. 네놈들은 그러고선 잘도 얼굴을 들고 다니는구나!”
정민은 가까이 있던 사람 한명을 패면서 말했다. 유가인이 비록 수련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겉보기로는 비리비리해 보이는 약골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한테 5명이 덤벼서 이기질 못했단다.
“아, 아닙니다. 선배! 저녀석은 진짜 강합니다. 저렇게 보여도 속도도 빠르고 힘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네놈이 그래도!”
터억.
“그만해라. 저놈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저녀석을 시험해 보면 알게 되겠지. 그때가서 처벌해도 늦지 않다.”
정민의 어깨를 잡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사람은 역시 간부 중 한명인 정송석이었다. 그는 언제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에 간부들 중에서도 은연중에 리더로 취급되고 있었다.
“뭐 니가 그렇게 말한다면⋯알았다.”
그러고선 5명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저놈을 시험해보고 나서 네놈들의 말이 거짓이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알았나?”
“네, 선배님!”
5명의 학생들은(비록 이래도 아직은 학생의 신분이다.)기합이 단단히 들어가 배에 힘을 팍 주고는 크게 대답했다. 그들의 모습을 잠시 노려보던 정민은 이내 자리를 떴다. 가인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였다.
딩동 댕동.
드디어 수업이 모두 끝났다. 학생들은 저마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교를 했다. 가인은 오늘도 변함없이 오른쪽에 테레이아, 왼쪽에 유리를, 뒤에는 브루스와 재영, 그리고 재영의 여자친구인 시내가 같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제 우석을 도와주었던 그 길목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이, 거기 가는 사람들. 잠깐 이쪽좀 보지?”
가인 일행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그곳엔 영일고의 간부 두명을 위시한 10여명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유가인이란 놈. 앞으로 나와라.”
가인 일행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물론 유가인이 누군지 잘안다. 자신들의 친구이자 현재 같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느닷없이 왜 가인을 찾는단 말인가.
“어머.”
박재영의 여자친구인 시내는 뒤를 돌아보다가 놀란 표정과 함께 탄성을 내뱉었다. 어느새 자신들의 뒤에도 10여명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총 20여명의 사람들의 손에 쇠파이프나 각목같은게 들려있는거 하며 길을 막고 있는거 하며 유가인을 나오라고 하는걸 보면 분명 좋은 목적은 아닐 터.
“가인은 왜 찾지?”
가인의 죽마고우인 재영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그는 허락도 없이 우리 구역에서 우리의 일을 방해했다. 그 일로 인해 아무 죄도 없는 우리 애들이 꽤 다쳤지. 그러니 그놈은 우리에게 손해 배상을 하거나 아니면 애들이 당한만큼 좀 맞아줘야겠다.”
피식
가인 일행은 웃음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았다. 이미 상황은 가인과 우석에게서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뭐? 허락도 없이 자신들 구역에서 일을 방해? 돈 갈취도 일에 속하나 보지? 게다가 뭐? 그런 양아치들 손 좀 봐줬다고 손해 배상? 웃기는 소리다. 오히려 경찰에 알리면 잘했다고 표창장을 줄지도 몰랐다.
“제가 유가인 인데요.”
가인은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어차피 말로 해결하기엔 글렀다. 저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절대로 말로 해결하기 위해 왔다는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힘으로 해결될 일이면 빨리 해결해 버리는게 낮다.
“그래, 네놈이란 말이지.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스스로 알겠지?”
“흐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그게 어떻게 잘못이 되는거죠? 오히려 칭찬받을 일 일텐데요.”
“훗, 말이 안통하는 놈이로군. 얘들아! 모두 쳐라!”
그렇게 20:1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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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을 둘러싼 20여명의 학생들은 가인을 반드시 처단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표출해내고 있었다. 그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가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는 건 순전히 자신들의 위에 있는 사람이 두려워서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성질이 더러운 건 정민이었다. 그는 정말 사람을 팰 때는 물불 가리지를 않았다. 그래서 항상 그가 누구를 팰때는 옆에서 그것을 뜯어말릴 존재 한명이 항상 붙어다녔다. 구타로 죽여버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살인을 하면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것도 엄연히 호적에 빨간 줄 하나 그어지는 것. 사회에 나가서 조폭이 될거라 해도 기왕이면 없는게 낮지 않겠는가.
헌데 이상한 것이 가인을 둘러싼 이들이 분명 가인을 처단해야겠다는 의지를 뿜어내긴 하는데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공격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뭐 솔직히 그 이유도 간단하다. 이곳에 정민이 같이 온 이상 항상 첫 테이프는 그가 끊었다.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선봉장이랄까. 잠시 후 정민이 몇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손에 끼며 천천히 말했다.
“후후, 유가인이라고 했던가? 한성고는 그동안 건드릴 가치도 없어서 가만히 내버려 두었건만 아주 제대로 기어오르는구나. 네가 보기엔 우리가 만만하게 보였나 보지?”
사실 한성고에서도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피해도 주지 않기도 했고 특히나 현 학생회장인 제갈영이 언제 그런것에 신경 쓴 인물이던가. 오히려 그런일이 벌어지면 그것을 기회로 또다른 이벤트를 벌일 사람이 바로 제갈영이었다. 능력은 별로 없으면서 가문의 힘을 빌어 일만 크게 벌이는 허영심만 가득한 바보. 그의 밑에서 모든 뒤처리를 도맡아 해야하는 호일준만 불쌍할 뿐이었다.
“넌 우리를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했어. 너 한명의 실수로 당분간 한성고는 꽤 피해를 봐야 할거야.”
휘익!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습적으로 휘둘러지는 주먹. 정민의 주먹이 가인의 복부로 날아들었다. 워낙 기습적이었고 그만큼 빨랐던지라 보통사람이라면 바로 당했겠지만 가인은 브루스들에게 온갖 몰매를 맞으면서 수련을 해온 오라능력자였다. 거기다 AI슈츠의 동화작용까지 더해져 모든 신체 기능이 대폭 상승되어 있는 상황. 그는 가볍게 몸을 왼쪽으로 틀어서 주먹을 피한 다음 그 회전을 그대로 살려 정민의 다리를 걸려고 했다. 헌데 주먹을 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인의 뒤에서 뭔가 휘둘러졌다.
까앙!
휘둘러진 것이 바닥에 부딪치며 강한 금속성을 토해내었는데 이 자리에서 저런 소리가 날 물건은 두가지박에 없었다. 쇠파이프와 알루미늄 아구 배트. 아무리 단련을 하고 AI슈츠의 동화작용으로 움직임이 좋아졌다지만 저런걸 맨몸으로 막았다가는 무사하기 힘들다. 그동안 몬스터들의 공격도 맨몸으로 막은게 아니라 오라 실드를 통해서 막은 것이 아니던가.
이런 무식한! 진짜 죽이기라도 하려는 거야, 뭐야.
가인이 한쪽으로 피하자 또 뒤에서 휘둘러지는 무기들. 그러면서도 여러명이 동시에 달려드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한명씩 치고 빠지는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陣)같은건 아닐지라도 이건 많은 수로 철저하게 강한 한명의 힘을 빼놓는 차륜전이었다. 가인이 아무리 빠르게 대처해도 이상태로라면 채 10명도 쓰러트리지 못하고 철저하게 농락당할 수도 있었다. 특히 이런일에는 경험이 없으니 더욱 그랬다. 거기다 아직 정민과 송석은 한곳에서 가만히 가인을 주시하고만 있을 뿐 나서지는 않는 상황. 그야말로 유가인의 대핀치였다!
브루스는 뭐가 그리 맘에 안드는지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바보 같은 녀석! 공격을 최소한의 반경으로 피하라고 했건만, 저런 쓸대 없는 움직임은 도대체 뭐냐!
브루스가 보기에는 가인의 움직임은 아직도 쓸대 없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게다가 경험 미숙으로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이리저리 피하고만 있을 뿐, 공격할 기회가 와도 그걸 잡아내지 못하고 계속 구석으로 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뭐하는 거야, 브루스! 이거 놓으라고!”
재영은 당장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옆에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브루스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분명 체구는 자신보다 작으면서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흐, 멍청한 녀석, 잘 보고 있어라. 저 정도는 애송이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다. 네놈이 끼어들었다간 괜히 방해만 된다.”
“어째서 방해가 된다는 거야! 한명보다는 둘이 훨씬 낳잖아!”
“네놈이 끼어들었다가는 저녀석은 너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신경이 분산되니 오히려 당할 확률이 더 높다.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혼자가 낳다.”
제길! 난 친구이면서도 위험에 빠진 친구를 도와줄 수도 없는 거야?!
재영은 브루스의 말에 발끈하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라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재영도 폼으로 반가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정도의 통찰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합류했다가는 가인이 더 위험해진다는 걸 안 것이다. 비록 반가인회의 회장이지만 그래도 가인은 자신의 8년지기 친구인 것이다. 그가 진짜로 죽는 걸 바라는 마음은 먼지만큼도 없었다.
브루스는 그런 재영을 보고는 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표정을 보니 자신이 한 말을 인정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가인이 싸우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애송아! 뭐하고 있는 거냐. 네녀석의 실력은 고작 그 정도 아니지 않나. 빨리 깨닫지 못하면 넌 큰 부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난 끝까지 널 도와주진 않아. 이건 네가 이겨내야 할 시련이다.
후웅~!
위, 위험했다. 가인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집중력이 흔들린 그 순간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각목을 진짜 가까스로 피한 것이다. 녀석들의 차륜전에 체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 싸움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아직까지 공격 한번 해보지 못했다. 게다가 초반엔 계속 뒤만 노려오기에 신경이 뒤쪽으로 많이 쏠렸기에 앞은 제대로 방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앞에서 공격해 오는 기습적인 방법에 당할 뻔하기도 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사방을 경계하느라 정신력이 더 빨리 소모되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어. 이정도에 쓰러졌다가는 브루스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그런 생각과 동시에 브루스의 무력이 떠오르자 가인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브루스의 전사경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무리 방어하려 노력해도 뼛속 깊이 퍼지는 고통을 어떻게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런 고통을 몇배로 당할 수는 없었다.
“차앗!”
가인은 왼쪽에서 날아든느 쇠파이프를 살짝 고개를 숙여 피하고는 여지껏 유지해왔던 속도에서 더 빠르게 움직여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향해 돌격했다. 목표는 그가 들고 있는 쇠파이프. 자신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라 눈이 크게 떠진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가인은 우선 정강이를 강하게 차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그가 쥐고 있던 쇠파이프를 뺐었다. 그리고⋯⋯.
무영신풍류(無影神風流) 이식(二式) 파쇄(破碎)!
또 다른 돌진하던 가인의 신형이 팽이처럼 강하게 회전했다. 가인이 있던 쪽의 사내는 그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쇠파이프에 맞고 뻗어버렸다. 아직은 완전히 익히지 못한 무영신풍류지만 그동안 마리에게 받은 수련도 만만치 않았기에 어느정도는 쓸 수 있었다.
가인은 파쇄로 상대를 쓰러트리고 그 옆의 사람에게 삼식(三式) 격멸(擊滅)로 배어갔다. 좌측 하단에서 우측 상단으로 배어 올라오는 겸결에 상대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그 한방에 기절해버렸다.
순식간에 3명이 당해버리자 가인을 포위하고 있던 양아치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자신들의 공격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급급하던 사람이 한순간 변한 것이다.
“후우~.”
가인은 길게 숨을 내뱉더니 이내 앞으로 빠르게 대쉬했다. 그가 대쉬하고 있는 방향에 있는 양아치 세명은 눈이 똥그래지더니 놀라서 발악적으로 쥐고 있던 무기를 휘두른다. 가인은 달려가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머리로 날아오는 각목을 고개를 숙여 피한다음 그대로 몸통을 이용해 박아버렸다.
칠성권 개산벽(開山霹)
투아아앙!
도저히 몸통으로 공격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다행이 가인의 실력이 미숙해 상대가 죽지는 않았지만 그 공격 한번에 2미터 가량을 미끄러져 기절해버린 것을 보면 충격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산벽에 맞고 기절하는 동료를 보고는 공격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가인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파상공격을 했다.
무영신풍류 사식(四式) 단월(斷月)
빠아악!
“크아악!”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를 뚫고 커다란 비명소리가 그곳을 채웠다.
단월은 모든 것을 꽤뚫는 섬광의 찌르기. 제대로 수련한 사람이라면 목검으로도 상대를 꽤뚫어 버릴 수 있는 살초였다. 다행이 가인의 공부가 부족해서 상대는 왼쪽 어깨가 부러지는 데에서 끝났지만 만약 마리가 같은 무기로 공격을 했더라면 그의 어깨는 부러지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완전히 꽤뚫렸을 것이다. 마리가 초식의 위력을 조절 못할 정도로 수련을 개을리 하진 않았으니 그럴 일은 없을테지만 말이다.
퍼억!
“끅!”
단월을 맞은 놈 옆에 있다가 명치에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양아치. 이놈까지 포함해서 순식간에 6명이 당해버렸다. 단 한순간의 틈이 어느새 감당 못할 정도로 커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매끄럽게 유지되던 차륜전은 어느새 흐트러졌고 공격은 재각각이 되었으며 이렇게 되자 결국은 각개격파 되고 말았다. 채 5분이 되기 전에 가인을 포위하고 있는 수는 이제 7명. 그리고 아직 한쪽에서 보고만 있던 두명을 포함에 서있는 사람은 9명 뿐, 가인은 그렇게 뛰고도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실력차가 확실히 드러나는 상황. 상황이 이쯤 되니 가만히 있던 둘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해. 솔직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한성고같은 약한 곳에 너같은 인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어때? 우리 일진 연합에 들어오는 것은. 너정도의 실력이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송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인에게 스카웃 제의를 했다. 하지만 불의를 보고 참고 넘기지 않는 가인은 절대로 그런 것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더러운 일에 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쓰레기 짓을 하느니 차라리 길거리에 나앉아 구걸을 하는게 백번 낳습니다.”
“뭐야? 쓰레기 짓? 이자식이 듣자듣자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어! 네가 얼마나 알고 있기에 그딴 헛소릴 지껄이는 거냐, 엉?”
“그럼 돈을 갈취하고 폭행하고 아직 미성년에게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담배에 술마시는 것 등등, 이중에서 옳은 행동이 뭐가 있죠? 갈취한 돈을 어린이집이나 고아원에 기부하나요? 단체로 폭행하는 사람이 살인이라도 저지른 죽을죄를 저지른 사람인가요? 한번 말해보시죠.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 폭력을 휘두를 생각만 하지 말고 좀 더 건설적으로 살아보시죠.”
가인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마치 폭풍전야같이 고요한 침묵.
“⋯⋯크크크, 그래. 말이 필요 없다 이거지? 그거 하나는 맘에 드는군. 송석, 뭐 긴말 할 것 뭐 있어? 그냥 족치면 그만이지.”
그러면서 또다시 기습적으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려온다. 이사람은 참으로 기습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인은 이것보다 몇십배는 빠른 브루스와 진우의 주먹을 상대해봤던 터라 이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느려.
“어쭈, 그걸 피해? 역시 싸울 맛이 나는데?”
휘익!
정민은 왼쪽, 왼쪽, 오른쪽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펀치를 날리고는 딜레이 없이 바로 내딛은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회전하여 왼발로 옆차기를 날렸다. 가인은 펀치는 가볍게 몸을 살짝 틀어서 피해내고 옆차기는 오른발로 맞받아쳤다. AI슈츠의 동화작용에 의해서 각력은 왠만한 성인 이상의 힘을 발휘했기에 정민은 왼발에 순간 마비가 걸렸다.
느리다. 여지껏 상대해왔던 몬스터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런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렇게 수련을 해온게 아니었는데, 이런 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피를 흘린게 아니었는데⋯⋯.
가인은 문득 서글퍼졌다. 지금 이런 생활도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면 모두 깨어질 꿈에 불과할 것이다. 세상은 슈퍼맨처럼 되지는 않는 것이다. 자신들은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 그런 몬스터를 상대하고 오히려 무찌르는 오라능력자. 그들은 오라능력자들을 결코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그것을 짐작했으면서도 또 상처를 받겠지.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에게도 자신들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를 배척하려한다. 너무 뛰어난 사람도, 너무 뒤떨어지는 사람도 모두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공간을 형성한다. 오라능력자, 피스 대원들이 아무리 몬스터들을 소탕하고 다녀도 그들의 눈에는 몬스터들이자 오라능력자나 같은 괴물일 뿐. 결코 사회에 소속되게 놔두려고 하질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이런 사람들을 지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의 다짐이었기에, 아무리 그들이 매정하게 대해도 위험에 처하는건 볼 수 없기에 아무리 상처 받아도, 아무리 힘들어도 그들을 지켜야 한다.
“차앗!”
가인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시 움직임이 느려지자 정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매섭게 공격을 해왔다. 머리, 어깨, 다리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댔다. 그런데도 가인은 공격을 하나하나 피하고나 흘려버리고 단 한대도 맞질 않았다. 그렇게 공격을 피하면서도 시선은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저 먼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그것이 마치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수치스러웠다.
이익! 감히 날 무시하다니, 여태까지 날 이렇게까지 무시한 놈은 없었다. 백룡파에서도 날 대려가기 위해 애쓰는데 이런놈이 감히!
정확히는 김현성을 대려가기 위해 접근했을 때, 그가 내건 조건이 자신의 수하 간부들을 같이 대려가는 거였지만. 뭐 착각은 자유라지 않는가. 아무튼 가인의 무시하는 태도에 정민은 완전히 폭주해버렸다.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한 것이다.
“으아아아아!!”
그러나⋯⋯.
퍼억!
“컥!”
그대로 배에 주먹이 제대로 꽃혔다. 그리고는⋯⋯.
빠악!
“끄르르륵.”
빙글 회전하며 뻗어진 가인의 발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거품을 물며 기절해버리는 정민이었다. 더도 말고 유효타 두방에 간부라는 자가 뻗어버린 것이다.
그걸 지켜보던 송석은 한숨만 나왔다. 저렇게 무모하게 달려들다니, 진짜 한심하군.
비록 간부 한명이 쓰러졌지만 아직 부하들도 있는데 여기서 물러서면 꼬리를 만 개 꼴이 될 것 같아 송석은 가인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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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에 지어진 연구소, 이곳은 성당기사단의 쉬폰 뤼멘에게 주어진 연구소였다.
연구소 내부는 모두 불이 꺼진 상태여서 매우 어두웠다. 흡사 사람이 살지 않는 폐연구소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도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후후훗, 좋아. 이제 얼마 후면 이 실험은 성공한다. 이것만 성공하면 드디어 바라마지 않던 유다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겠군. 크크크크.”
쉬폰 뤼멘은 그 장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지 음침한 괴소를 흘렸다. 두 소년은 쉬폰의 그런 모습을 한곳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소년들은 바로 알리자린 그람드링 뤼멘과 피스 프로프린 오르크리스트 뤼멘이었다. 크리스는 아무 표정 없이 쉬폰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람은 고개를 돌려 쉬폰의 모습을 외면했다. 크리스는 어떤지 몰라도 그람은 쉬폰을 증오했다.
그는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를 않았다. 언제나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 했고,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워버렸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온갖 치사한 짓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반항하면 가차없이 처벌했다. 크리스와 그람도 쉬폰 하나 죽이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크리스는 2Km 밖에서도 정확히 해드 샷을 날릴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를 따르고 있는 건 일단 그가 자신들의 양아버지이기도 하지만 루미네선스인 자신들을 컨트롤 하기 위해 뇌속에 박아 넣은 ACR때문이었다. 뇌하수체 밑에 장착된 소형의 오라제어정류기(ACR;
Aura controlled rectifier). 그 ACR은 뇌의 활동에서 일어나는 전류를 공급원으로 하며, 제어기의 신호에 따라 내부의 게이트 회로에 신호를 인가(認可)시키는데, 일단 게이트에 신호가 인가되면 사이리스터(thyrister)의 원리에 따라 양극과 음극 사이로 오라가 흐르게 된다.
뇌 속에서부터 오라를 증폭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ACR은 AI슈츠나 헤븐 스매쉬의 ACR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기에, 오라의 증폭량도 얼마되지 않았다. 그저 체내의 온도가 약간 상승하는 초전도 현상을 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그 초전도 현상이 뇌하수체 밑의 송과선에서 일어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송과선은 제3의 눈, 영혼의 자리라고도 일컫어지는 영체의 출입구였다. 그 통로로 미약한 오라를, 체내에서 생성시킨 것도 아닌 이물질을 투입시키게 된다면 영체를 오라로 직접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영체란 곧 카르마 에너지의 집합체이자 생물체의 핵, 오라의 근원이었다. 그 근원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공격당하면 사람은 현세에서 느낄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흔히들 사후에 지옥으로 떨어져 고통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이 영체가 소멸되어갈 때 느껴지는 고통에서 비롯된 말이다.
시폰은 뤼멘 형제들을 관리하기 위해 이런 반인륜적인 행위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남자였다.
“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핫!!!”
쉬폰 뤼멘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미친 듯이 웃었다.
Shit! 완전히 미쳤어. 빌어먹을 fucking crazy!
쉬폰을 바라보는 그의 눈엔 분명 분노와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쉬폰 뤼멘은 반인륜적인 짓을 서슴없이 해왔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주위에는 개놈 프로젝트로 배양한 인공 생명체들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들이 능력을 각성하게 되면 쉬폰은 그들이 어떤 고통을 받던 상관없이 능력을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이루 해아릴 수 없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나중에 써먹을만 하면 뇌하수체에 ACR을 박아 넣어서 일을 실패하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작동시켜 고통을 주는 것이다.
“크크크, 두고 봐라, 유다. 네놈은 곧 내앞에서 무릎 꿇고 빌게 될 것이다. 크하하하하!!!!”
연구소에는 쉬폰의 웃음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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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었다고 해야할지 귀찮아졌다고 해야 할지...나도 이젠 모르겠습니다. 이젠 누가 보든 안보드는 할때까지 해볼렵니다. 연재주기는 나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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