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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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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

제22화 - 혼란의 유적기지 -







-삐잉! 삐잉!

-G블록 13구역에 화재 발생! 진화반은 서둘러 출동하라!!

유적 기지 내부에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G블록에 있는 G블록 통제실 내부에선 관제원들이 한창 상황 파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이라고 갑작스런 사태에 이들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여기저기로 소화 반원들과 전투원들에게 출동 지령을 내리느라 이들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콰콰앙!!!

"우악!"

갑자기 관제실 문이 폭발하였다. 폭발로 인해 근처에 있던 관제원들이 전부 다 죽고 말았다. 살아남은 관제원 한명은 공포에 질려 콘솔에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러다가 그는 간신히 용기를 내서 무슨 일인가 보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관제실 안으로 뭔가 거대한 덩치가 들어와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자 놀랍게도 전투 형태로 변신한 규오 사령관 이었다!

"사...사령관님?!!"

잠시 그 자리에서 숨을 고르던 규오는 아무 말 없이 관제 콘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은 관제원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관제원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무...무슨 일이십니까....?"

-퍼억!!

규오는 대답대신 주먹을 힘껏 휘둘러 그 관제원을 옆으로 쳐냈다. 규오의 주먹을 제대로 맞은 그 관제원은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옆으로 날려갔다. 관제원을 치운 규오는 급히 콘솔을 조작하였다.

-기잉! 쿠쿵!

-철커덩!

버튼을 누르자 관제실로 향하는 복도의 방화 셔터들이 굳게 닫혔다. 규오는 일단 이렇게 문을 걸어 잠가서 알칸펠의 발을 잠깐이라도 묶어 보려는 것이었다. 지금 닫은 셔터들은 상당히 두터운 고강도 소재로 만든 문들이었다.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도 견뎌내는 특수 방화벽이었다. 잠깐 동안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웅! 쿠쿵! 콰앙!!

그 때 갑자기 문 건너편에서 뭔가가 부서져 나가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충격이 큰 지라 상황실 전체를 진동시킬 정도였다. 규오는 설마 하면서 불안한 눈으로 닫힌 방화셔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콰아앙!!

그 때 갑자기 마지막 방화 셔터가 터져 나갔다. 그 자리에는 알칸펠이 서있었다. 알칸펠은 상당히 두터운 방화셔터를 힘들이지 않고 단 한방에 부숴버렸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이런 걸로는 알칸펠의 발을 묶어둘수가 없었다. 규오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양손을 모았다. 손바닥 사이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규오."

"큭!"

"더 이상 이 알칸펠에게 저항하지 마라."

잠시 머뭇거리던 규오는 발악하듯이 소리치며 손에 모인 에너지를 충격파로 변환시켜 알칸펠에게 발사하였다.

"우아아아아아!!!!!"




******************************************




"젠장!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유적 기지의 종합 상황실에서 하이퍼 조아노이드 3인방 -젝토올, 가스터, 다젤브- 은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특히 성질이 급한 편인 다젤브는 괜히 관제원들을 닦달하였다.

"도대체 뭐야! 규오 각하는 지금 누구하고 싸우고 계신 거냐고!!"

"그...그게 죄송합니다만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관제원들이라고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규오가 지나간 자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히 강력한 전자기 펄스의 영향을 받아 그 일대의 모든 감시 카메라며 전자 기기 등이 파괴돼 버렸던 것이다. 분명 규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규오가 있을 때만 해도 멀쩡하던 카메라 들이 갑자기 규오가 자리를 뜨고 몇 초후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을 감지만 하면 망가지는 것이었다. 즉 전자기기등을 무력화 시킬 정도로 강력한 에네르기를 내뿜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경비 부대가 곧 규오 각하와 접촉 예정입니다. 앞으로 2분후에 접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관제원이 젝토올 들에게 보고하였다. 그 말을 들은 가스터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을까?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할 수 없잖아. 감시 카메라는 무용지물이니 직접 눈으로 보는 수밖에...."

젝토올 역시 잔뜩 긴장한 채로 전면의 스크린을 응시하였다. 지금까지 두 번이나 조아노이드 부대를 규오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보내봤지만 가는 족족 이렇다 할 보고도 올리지 못하고 순식간에 전멸해 버렸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된다면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젝토올이 현지 부대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렸다.

"잘 들어라! 규오 각하와 싸우고 있는 자의 모습만 봐라! 절대로 교전해서는 안 된다! 상황 파악이 최우선이다!!"




******************************************




출동한 보안 요원들은 통로를 막아선 채로 규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규오의 진행방향으로 봐서는 이곳을 통과할 것이 확실했다. 보안 요원들 중 반 정도는 전투형태로 변신해서는 통로 앞에 단단히 진을 치고 있었고 일부는 그냥 보통의 모습을 한 상태로 구석 등에 최대한 몸을 숨겼다. 이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콰아앙!!

갑자기 규오가 바리어를 전개한 채로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규오의 바리어에 충돌한 조아노이드들은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규오의 무지막지한 돌진 때문에 순식간에 파견된 인원 대부분이 죽고 말았다.

"헉! 헉!"

규오는 잠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숨을 헐떡거렸다. 바리어를 전개한 채로 전속력으로 날아와서 규오는 지금 잔뜩 지쳐 있었다. 그래도 이런 속도로 이정도 달려왔으면 알칸펠과는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규오."

그 목소리를 들은 규오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알칸펠이었다! 지금까지 숱하게 공격을 퍼붓고 전속력으로 도망쳐 왔는데도 알칸펠을 전혀 따돌리지 못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자신을 그저 산보하는 것처럼 아주 간단하게 따라 잡은 것이다.

도대체 저 놈은 어떻게 생겨먹은 괴물이란 말인가! 전투 형태로 변신해서는 풀 파워로 싸우는 자신을 변신도 안한 맨 몸으로 이렇게나 압도할 수 있다니! 규오는 점점 몸이 달았다. 이기는 거야 무리라고 해도 조그만 상처조차도 입힐 수 없다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한방 제대로 먹여서 주춤거리게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알칸펠을 떨어트려 놓아야 리무버를 가지고 어디론가 숨기라도 할 수 있으련만 그것조차 뜻대로 되질 않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알칸펠은 전혀 지친것 같지 않았다. 숨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규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덫으로 천천히 몰아가듯이 말이다.

"지금이라도 리무버를 넘겨라."

알칸펠의 목소리는 규오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규오의 마음속은 이미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규오는 알칸펠에게 등을 보인채로 말했다.

"후후후... 똑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라..."

-위이잉!

규오는 양 손을 모아 충격파를 준비하였다. 에너지가 모이자 규오는 재빨리 뒤돌아서서는 알칸펠에게 기습적으로 중력탄을 발사하였다.

"대답은 NO 다!!!"

-퍼어엉!!

규오의 혼신의 일격이었다. 엄청난 충격파가 알칸펠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알칸펠은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한 손을 들어보였다.

"어리석은 놈."

-투웅!!

알칸펠은 그 엄청난 중력탄을 오히려 규오에게 되튕겨 보냈다. 그러나 규오는 그 순간 바닥을 뚫고 아래쪽으로 피신하였다. 간발에 차로 규오는 되튕겨오는 자신의 중력탄을 피할 수 있었다. 규오를 지나친 중력탄은 복도 저쪽으로 날아가서는 복도 끝에 있는 벽면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콰아앙!!!

중력탄이 벽면을 부수자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발생되었다. 알칸펠은 거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규오를 천천히 뒤따라갔다. 그는 곧 규오가 바닥에 뚫어놓은 구멍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훗, 어리석긴. 이 알칸펠에게 순종하는 것만이 네가 살 수 있는 길이거늘...음?"

그 순간 알칸펠은 복도에 있는 방 안쪽에 숨어있는 조아노이드의 기를 느꼈다. 알칸펠은 곧 그쪽을 향해 강력한 사념파를 방사하였다.

-퍼엉!

방 안에서 상대방의 머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칸펠은 그쪽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감히 하등한 동물 주제에 이 몸을 보겠다는 거냐. 가소롭군."




******************************************




"통신 두절!"

"생명 반응 제로! 전멸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혹시나 하고 있던 젝토올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이번 팀도 전멸하고 말았다. 이제 결론이 난 셈이다. 보통의 조아노이드 부대로서는 규오를 돕는 건 고사하고 상황 파악조차 불가능 하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규오를 쫓고 있는 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자가 틀림없었다.

"설마 가이버 일까?"

다젤브의 의견이었다.

"애..앱톰은 아니...겠지?"

가스터는 약간 두려운 듯이 앱톰을 거론하였다. 그러나 젝토올은 그 둘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그 놈들이 강한거야 사실이지만 그 어느 쪽도 조아로드를 저렇게나 몰아붙일 정도는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만약 그 놈들이라면 어째서 자기들에게 출동명령이 없는 것일까? 잠시 생각하던 젝토올은 뭔가를 결심한 듯 다젤브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다젤브, 같이 가자."

"어디로?"

"닥터 발카스를 찾아봐야 겠어."

아까부터 발카스와도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료 보관소에 계신 줄 알았지만 그곳에는 안 계셨던 것이다. 백방으로 수소문 해봐도 발카스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조아로드인 발카스 뿐이었다. 조아노이드로는 아무리해도 답이 안 나온 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됐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 젝토올은 발카스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럼 나도 같이 갈께."

가스터도 같이 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젝토올이 그를 제지하였다.

"가스터, 넌 혹시 모르니까 여기 남아있어."

"어째서?"

"우리 중 누구 한 사람은 여기 남아 있어야 해. 그래야 전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겠어?"

뒤이어 다젤브도 한마디 하였다.

"어차피 네 무기는 기지 내에서는 함부로 쓸 수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다젤브나 젝토올이라고 해서 각자의 무기를 맘대로 써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 그 두 사람 역시 기지 내에서는 무기사용에 제약이 뒤따랐다. 사실 자기 무기를 기지 내에서 맘대로 써도 무방한 사람은 이미 죽은 장크루스와 엘레겐 뿐이었다. 그러나 이중에서 무기를 사용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낼 수 있는 건 바로 가스터 였다. 물론 젝토올이 맘 단단히 먹고 '그걸' 사용하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만 그건 어차피 쓰고 싶어도 사용이 어려웠다.

"하...하지만 젝토올..."

"게다가 만약 이 혼란을 틈타 앱톰이나 가이버들이 잠입하면 어쩔 거야?"

앱톰 얘기가 나오자 가스터는 그 때 그 순간이 생각났다. 엘레겐이 잡아먹히던 그날, 앱톰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의 목표는 가스터, 바로 너라고. 그 생각이 난 가스터는 저절로 식은땀이 났다.

"그럼 갔다 올께."

이윽고 젝토올과 다젤브가 사령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두 사람이 나간 문을 응시하던 가스터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서..설마... 아무리 앱톰이라 해도 여긴 못 들어오겠지."

이 유적 기지는 최첨단의 감시 시스템으로 도배되다 시피한 곳이다. 아무리 앱톰이라 할지라도 안 들키고 몰래 들어올 수는 없었다. 가스터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관제원 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가스터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앱톰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 유적기지에서 지내던 자란 것을 말이다. 그런 앱톰이 이곳의 허점 같은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관제원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가스터의 등 뒤로 그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하급 전투원 한명이 있었다. 그의 왼쪽 얼굴에는 유난히 큰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




"여기도 생존자 없음.... 인가."

젝토올과 다젤브는 규오가 지나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벽면 곳곳이 심하게 금이 가거나 박살이 난 상태였고 조명도 다 깨진 상태였다. 희미한 비상 조명만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여서 주변은 좀 어두웠다. 그러나 그렇게 어두운 상태여도 벽면 곳곳에 잔뜩 묻어있는 핏자국들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저곳에 상황파악을 위해 출동했던 보안 요원들의 살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모습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닥터 발카스를 찾아야 해."

"무사하셨으면 좋겠는데...."

두 사람은 발카스의 행방을 알 수 없어서 불안해하였다. 기지 내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불구하고 발카스로 부터 아무런 명령이 내려오질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발카스가 현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데도 말이다. 그렇다는 의미는 발카스의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투둑.

갑자기 그들의 등 뒤에서 뭔가 돌 부스러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평소라면 인식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젝토올은 확실히 들었다. 젝토올이 고개를 뒤로 돌린 순간 그들 뒤쪽에 있던 콘크리트 더미에서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왔다!

-투카칵!!

"다젤브! 위다!!"

젝토올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젤브는 고개를 위로 쳐들어서 그걸 보는 대신에 재빨리 전투형태로 변신하였다. 다젤브는 변신을 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에 강력한 열을 방출하였다.

-푸화악!!

"끄아아악!!"

다젤브를 덮치려던 자는 다젤브의 강력한 초고열 방사에 막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고열에 고통스러워하던 그것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젝토올과 다젤브는 그들을 덮치려 하던 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앱톰이었다! 설마 여기로 진짜 잠입해 들어왔을 줄이야. 불길한 예감이 그만 적중하고 말았다며 젝토올이 혀를 찼다. 하지만 어쩌면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른다. 젝토올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전투형태로 변신하였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앱톰! 여기서 끝장을 내주마!!"

-철컥!

젝토올은 자신의 머리 충각부분에 있는 생체 열선포를 전개 하였다. 그리고는 빔에너지를 충전하면서 앱톰을 조준하였다. 잠시 웅크리고 있던 앱톰이 괴성을 지르며 젝토올에게 달려들었다.

"끼에에엑!!"

-파슝!!

젝토올은 달려드는 앱톰의 복부에 정확하게 열선포를 명중시켰다. 젝토올의 빔 공격을 받은 앱톰은 복부의 절반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큰 데미지를 입은 앱톰은 그 자리에서 괴로워하며 발버둥 쳤다. 젝토올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전신에 퍼져있는 모든 생체 열선포를 전개 하였다. 팔과 다리, 머리에 있는 총 13개의 생체 열선포에 에너지가 가득 충전되었다.

"죽어라! 앱톰!!!"

-파슈슈슝!!

젝토올은 모든 생체열선포를 동시에 발사하였다. 앱톰은 피할 세도 없이 젝토올의 일제사격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말았다. 그의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소멸되어갔다.

"흥! 엘레겐의 복수다."

젝토올은 앱톰이 소멸된 자리를 바라보며 내뱉듯이 말했다. 젝토올의 강력한 빔포 일제사격에 그 쪽 방향에 있던 벽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최강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라 불리는 젝토올 만이 가능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런데 바닥을 보니 웬 살점조각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박살난 앱톰의 남은 조각이었는데 저 지경이 됐음에도 그 조각만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이라며 다젤브가 치를 떨었다.

-파슝!!

젝토올은 빔포를 발사해서 그 남은 조각마저 태워버렸다. 이로서 앱톰이란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다. 조금은 싱겁게 승부가 나고 말았다. 다젤브가 젝토올을 보며 말했다.

"자, 앱톰도 정리됐으니 이제 닥터를 찾으러 가자고."

그러나 젝토올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젤브가 한번 더 말하려는 찰나 젝토올이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그냥 상황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엉? 갑자기 왜 그래?"

"아무래도...우리가 뭔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어째서 닥터 발카스가 자신들에게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고 있을까, 여기까지 오면서 젝토올의 뇌리를 떠나지 않던 의문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젝토올은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발카스는 조아로드,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사념파만 해도 그렇다. 언제 어디서나 공간의 제약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정신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제까지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박사가 자신들의 출동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호...혹시 모르잖아, 박사께서 사념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을 당하신 건지도...."

다젤브의 반문에 젝토올은 고개를 저었다.

"조아로드인 박사를 부상 입힐 정도의 적이라면 우리가 상대가 될 것 같아?"

만약 그런 수준의 적이라면 조아노이드인 자신들은 정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발카스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자신들에게 출동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일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상황실에서 꼼짝 말고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만약 이 혼란을 틈타 앱톰이나 가이버 들이 잠입이라도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물론 앱톰이야 방금 전에 박살내 버렸지만 너무나 쉽게 이겨버린 것이 오히려 더 석연치 않았다. 혹시 방금 전에 쓰러트린 그건 가짜가 아닐까?

"마...만약 그렇다면!"

"가스터가 위험해."

이들은 문득 상황실에 가스터 혼자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이 한데 뭉쳐 있다면 앱톰으로서는 쉽게 덤비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앱톰으로서는 자신들이 흩어지기를 바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혼자 있는 가스터는 절호의 표적이었다! 상황실에는 다른 일반 조아노이드 관제원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이 앱톰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스터는 곧 허둥대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가스터에게 가봐야 했다.

"제...젝토올....!"

그 때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젝토올과 다젤브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전투 형태로 변신한 가스터 였다! 그것도 무슨 심한 부상을 입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가스터는 그대로 몇 발자국 더 걸은 후에 갑자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깜짝 놀란 다젤브가 황급히 가스터에게 달려갔다.

"가스터! 대체 무슨 일이야!"

다젤브는 쓰러진 가스터를 부축했다. 가스터는 신음만 흘릴 뿐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가스터! 괜찮아? 내 말 들려?"

가스터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손을 들어서는 다젤브의 팔을 꽉 붙들기만 하였다. 그 직후 다젤브는 갑자기 팔에 뭔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뭔가 자신의 팔로 스며들어 오는 것만 같았다. 다젤브는 자신의 팔을 살폈다. 그리고 그는 경악하였다. 가스터의 손이 흐물흐물 해지더니만 자신의 팔 안쪽으로 스며들어 오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다젤브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물러섰다.

"으아아악!!!"

그러나 가스터의 손은 다젤브의 팔에 단단히 붙어 있어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젝토올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경악하였다. 저 모습은 그 때 앱톰이 엘레겐을 흡수했을 때와 똑같았다. 즉 지금 저기 있는 것은 가스터가 아니라 가스터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는 앱톰이었다! 역시나 아까 쓰러트린 그건 진짜 앱톰이 아니었다. 젝토올은 황급히 생체 열선포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다젤브가 가리고 있어서 사격이 불가능했다. 젝토올이 다급하게 외쳤다.

"젠장! 다젤브! 놈을 내 쪽으로 돌려!"

다젤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앱톰을 젝토올 쪽으로 돌렸다. 그 즉시 젝토올의 생체 열선포가 불을 뿜었다.

-푸슝! 푸슝!

-투화악!!

젝토올의 열선포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앱톰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젝토올은 기가 막혔다. 아까 젝토올이 쓰러트린 건 가짜가 맞는 것 같지만 그렇다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자신과 꼭 닮은 부하를 만들어 둘 수 있었을까? 다젤브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그 자리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서둘러 앱톰을 쓰러트리긴 했지만 설마 늧은 걸까?

"크...크아아아!!"

갑자기 다젤브가 크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그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피부색이 원래의 회색에서 옅은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그의 어깨가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등 뒤쪽에서 무슨 촉수 같은 것들이 급격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젝토올은 경악하였다. 방금전에 다젤브와 접촉했을 때 이미 앱톰의 세포는 다젤브의 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결국엔 다젤브의 몸을 완전히 장악해 버린 것이다. 정말로 공포스러운 괴물이었다. 이윽고 다젤브의 몸은 완전히 앱톰의 것이 되었다.

"크흐흐...크하하하!!!"

변신이 완료된 앱톰이 크게 웃었다. 앱톰은 지금 자신이 잡아먹은 동료 셋의 특징을 다 나타내 보이고 있었다. 다젤브의 몸을 베이스로 해서 어깨에는 가스터의 생체 미사일, 등에는 엘레겐의 전기 채찍을 내 보이고 있었다. 결국 놈은 여기 오기 전에 가스터를 잡아먹은 것이다.

"이...이놈! 그 모습을 보니 가스터도...!"

"그래, 약속대로 여기 오기 전에 먼저 가스터를 잡아먹었지."

"부하를 희생시켜서는 다젤브를 잡아먹을 찬스를 만든 거냐!!"

"부하? 아, 아까 네 녀석이 쓰러트렸던 거 말이냐? 그건 부하가 아냐. 바로 나 자신이지."

"뭐라고?"

"나의 분신....이라기 보단 나의 일부,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는 '군체(群體)'라고 할 수 있지."

어제 밤에 이곳으로 오기 전 수수께기의 금발의 남자에게 일격을 당한 앱톰은 근처에 있던 전투 공작원의 시체를 흡수해서 간신히 복원될 수 있었다. 앱톰은 전신을 잃어도 근처에 조아노이드로 조제된 자가 있다면 그 육체를 흡수해서 자신의 몸을 복원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신을 복원하는 수준이라면 단 한마리만 걸려들어도 충분하다. 그때당시 그 주변에는 앱톰이 흡수한 공작원의 시체 말고도 두 구의 시체가 더 있었다. 그것들도 그냥 흡수해 버려도 상관없었지만 그것을 보자 앱톰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었다. 만약 저 시체에 따로 떨어져 나간 자신의 육체 조각을 붙여서 그게 따로 성장하게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 결과가 아까 맨 처음에 젝토올과 다젤브를 습격하려 했던 또 다른 앱톰이었던 것이다.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각자 별도로 행동할 수 있는 군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몇 마리의 군체가 만들어지면 다른 하나가 아까처럼 젝토올과 다젤브를 기습함과 동시에 다른 하나는 혼자 남은 가스터를 기습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렇게 만들어진 군체 모두 진짜 앱톰인 셈이다. 젝토올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말은 결국 가스터를 잡아먹을 찬스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 한쪽을 일부러 희생시킨 거란 뜻이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과 다젤브의 오판을 유도한 것이었다. 앱톰, 몸서리 처지도록 무서운 괴물이었다.

"후후후, 최강의 엘리트 부대라 자부하던 하이퍼 조아노이드 5인중도 이젠 당신 혼자뿐이군."

앱톰은 빈정대듯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너무 외로워 말라고. 나에게 흡수되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내 몸 안에서 말이지."

젝토올은 전신의 생체 열선포를 모두 열었다. 그리고 빔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앱톰은 그 모습을 보며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피식하고 웃고 있었다. 젝토올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웃기지 마라....웃기지 말란 말이다! 이 괴물 녀석아! 설령 내 목숨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호오?"

"앱톰! 난 반드시 널 쓰러트리고 말겠다!!"

-파슝!!

젝토올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였다. 머리에 있는 생체 열선포가 앱톰을 향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앱톰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다젤브를 흡수한 덕분에 덩치가 상당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앱톰의 몸놀림은 아주 빨랐다. 젝토올은 굴하지 않고 팔과 다리에 있는 생체 열선포들을 차례대로 날렸다.

-파슝! 파슝! 파슝!!

그러나 앱톰은 젝토올의 연속 사격을 아주 손쉽게 피했다. 젝토올로서는 앱톰의 움직임을 완전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앱톰의 손목부근에서 뭔가 이상한 액체가 발사되었다.

-푸슉!

"웃! 뭐야!"

그 액체는 젝토올의 머리에 있는 빔 발생장치에 잔뜩 묻었다. 젝토올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 부분에 묻은 그 액체를 훔쳐보았다. 녹색의 이 액체는 가스터의 액체 폭약이었다! 서로 다른 두 성분의 액체가 만나면 즉시 강렬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올 액체 폭약액 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했다. 두 번째 용액까지 뒤집어쓰게 되면 폭발하게 된다!

"하하하! 벌써 잊었냐, 젝토올! 내가 네 친구들의 능력을 전부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추악!!

젝토올이 피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액체 폭약액이 날아왔다. 그 용액은 그대로 젝토올의 머리에 명중했고 그러자 그 두 용액이 서로 섞이면서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하였다.

-콰앙!!

"크악!!"

폭발로 인해 젝토올의 머리 부분의 생체 열선포가 망가지고 말았다. 큰 충격을 받은 젝토올은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그러나 앱톰은 사정 봐주지 않고 바로 다음 공격을 날렸다. 앱톰은 그의 어깨에 있던 생체 미사일들을 전부 다 발사하였다. 미사일 들이 빠른 속도로 젝토올을 향해 날아갔다.

"우아앗!!"

-콰아아앙!!!

다수의 미사일들이 착탄하면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영향으로 인해 위아래 층의 바닥과 천정이 다 무너져 내렸다. 젝토올은 그대로 몇 층이나 아래로 추락하였다. 그래도 전신을 덮고 있는 보호 장갑이 상당히 강력한 덕에 간신히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젝토올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으...으윽.."

"호오? 아직도 살아있냐?"

바로 위층 복도에서 앱톰이 젝토올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대로 누워있을 때가 아니었다. 젝토올은 간신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과연 최강의 하이퍼 조아노이드라 할 만 하군. 그러나 그 꼴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위에서는 앱톰이 젝토올을 보며 빈정대고 있었다. 분하지만 앱톰의 말이 맞았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로는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 '그걸' 쓰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 이 몸으로 과연 그 기술을 썼을 경우 과연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게다가 기지 내부에서 그걸 쓰게 되면 그 피해도 상당할 것이다. 젝토올은 잠시 주저하였다.

"그쯤에서 그냥 항복하시지. 순순히 나에게 흡수되는 게 좋지 않겠어? 당신 동료들처럼."

그 순간 젝토올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포기할 수는 없다! 이대로 저 괴물 녀석을 내버려두면 죽어간 동료들에게 면목이 없다. 게다가 저 녀석이 이대로 계속 성장할 경우 조직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젝토올은 결심을 굳혔다.

"닥쳐라....!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내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너만은 반드시 쓰러트린다고!!"

-철컹! 파앗!

젝토올은 온 몸에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등 부분의 장갑판을 열고 안에 숨겨져 있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곤충형의 반투명한 커다란 날개가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본 앱톰은 의아해 하였다. 날개라니? 갑자기 저걸 왜 꺼내는 걸까? 젝토올은 그 몸무게 때문에 날개가 있다 해도 비행은 불가능하다. 젝토올 같이 마치 곤충처럼 생긴 '곤충형 조아노이드'들 중에는 더러 저렇게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그냥 장식처럼 날개가 달려 있을 뿐 비행은 불가능하다. 하늘을 날게 하려면 애초에 처음 조제 단계에서부터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상황에서는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 도 전투에 별로 유리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부르르르르!!

젝토올의 날개가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저 동작은 하늘을 날려는 것이 아니다. 날개가 크게 펄럭이는 게 아니라 그냥 빠르게 진동하고 있을 뿐이다. 앱톰은 저 녀석이 지금 뭐하나 하는 표정으로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음?! 기온이...?'

그 순간 앱톰은 갑자기 주변의 온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 희미하게 켜져 있던 조명들도 모두 꺼졌다. 기온은 점점 내려가기 시작해서 젝토올의 몸 곳곳에는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복도에 아직 남아있는 유리창들도 바짝 얼어붙어 버려서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앱톰은 그제야 젝토올의 날개가 주변의 열과 빛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상당히 기온이 내려가서 보통 인간이라면 잠시도 견디기 힘들 정도까지 내려갔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긴 하지만 그러나 지금의 앱톰에게 통할 기술은 아니다. 앱톰은 코웃음 쳤다.

"훗, 뭔가 했더니 겨우 냉기로 날 얼려 죽이려는 거냐. 하지만 난 이정도 온도 저하쯤은...."

순간 앱톰은 젝토올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젝토올의 복부에서 붉은 빛이 새 나오고 있었다. 날개가 흡수한 열에너지가 복부로 모이고 있었다. 그 순간 앱톰은 자기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저건 냉기로 누굴 죽이는 기술이 아니다. 날개는 비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열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젝토올의 복부 장갑이 갈라지면서 활짝 열렸다. 그 안을 본 앱톰은 경악하였다. 이제까지 몰랐던 젝토올의 또 다른 14번째 생체 열선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생체 열선포에 지금까지 날개가 모은 에너지가 집중돼 있었다. 그 순간 젝토올이 큰 소리로 외쳤다.

"받아라!! 앱토오옴!!!!"

-투와아앙!!!

젝토올의 복부에서 엄청난 위력의 빔이 발사되었다. 앱톰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 폭포수 같은 엄청난 크기의 빔에 휩쓸리고 말았다. 젝토올이 발사한 빔은 그대로 앱톰의 몸을 소멸시켰다. 빔의 폭포는 앱톰을 소멸시킨 뒤에도 그대로 직진, 기지 내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엘레베이터 샤프트 구조물을 관통하고 반대쪽 벽면에 부딪히며 대 폭발을 일으켰다.

-쿠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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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떤가? 케이군. 유적을 부상시킬 수 있겠는가?"

최하층부의 상황실에서 오다기리는 잔뜩 긴장된 얼굴을 하며 물었다. 우주선을 제어하는데 는 성공했다지만 막상 기지를 뚫고 날아오를 힘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다기리의 질문을 받은 케이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해 보였다. 현재 케이와 유적 우주선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 이므로 유적 우주선의 출력 등을 계산해 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잠시 후 케이가 무전을 날려 왔다.

-"가능합니다. 다만...."

"다만?"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휴면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로는 발진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심각해졌다. 거의 4만년 이상이나 이곳에 묻혀 있었으니 에너지가 부족한 거야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온 몸의 힘이 다 빠지는 얘기였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계획이 다 틀어지고 말았단 말인가. 그런데 케이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아, 하지만 안심하셔도 돼요. 현재 유적은 에너지를 충전중이니까요."

"에너지를 충전? 어디서 말인가?"

-"이 곳에서 지하로 약 4Km 지점에 아주 큰 고열원 지대가 느껴집니다."

그 말을 들은 오다기리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마그마 층이 틀림없었다. 지구 곳곳에 흩어졌던 버려진 유적 우주선들이 다 말라죽어 버렸었는데도 이곳의 우주선만 살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곳 지하에 있는 마그마에서 열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이 지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났던 지진들의 원인도 아마 유적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마그마 층에 어떤 영향을 끼쳐 일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충전까지는 얼마나 걸리겠나?"

-"이 우주선을 부상시키는 정도라면.... 급속 충전을 할 경우 약 한 시간입니다."

오다기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시간이라...탈출에 그리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게다가 4km 정도의 두께라면 만약 유적 우주선이 부상하는 충격이 크다면 그로 인해 균열이 발생해서 마그마가 뚫고 올라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미나카미 산은 졸지에 화산이 돼버리는 것이다. 화산 폭발로 인한 위험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꾸물거릴 여유는 없었다. 오다기리는 바로 케이에게 급속 충전하라고 말했다.

-우르르릉!!

최하층 전체가 또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하자 그 영향이 이렇게 지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이곳 최하층은 그동안 다발한 지진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다들 불안한 눈으로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주임님! 큰일입니다!"

갑자기 하야미가 오다기리를 불렀다. 하야미는 잔뜩 당황한 채로 보고를 하였다.

"상층부의 F블록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폭발이라고?"

F블록은 유적 기지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엘리베이터 통로에 속해 있었다. 폭발이 일어날 만한 이렇다 할 인화물질이나 그런 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실험시설이나 장비 같은 건 없었다. 오다기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엘리베이터 샤프트 일부가 크게 파손된 거 같습니다."

"뭐야?! 그렇다면..."

"현재 대부분의 엘리베이터가 사용 불능입니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크게 놀랐다! 이제 준비가 다 됐는데 이건 또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인가. 오다기리는 당황해 하였다. 원래 그의 계획은 가이버들 -케이와 아키토- 이 우주선의 발진 준비를 마치면 나머지 사람들은 유적 기지 밖으로 빠져 나가서 기다리고, 다들 무사히 빠져 나간 것이 확인되면 그 때 케이들이 우주선을 발진시켜 이 유적 기지를 괴멸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사용 불능이 돼 버렸다면 이 계획은 실행 불가였다. 오다기리는 고민에 빠졌다.

"저..그럼 걸어서 올라가는 건 어때요?"

"비상계단이 있지만 가장 가까운 리니어 라인까지는 무려 천 미터나 올라가야해."

핫세가 일단 상식적인 의견을 냈지만 하야미는 고개를 저었다. 걸어서 천 미터, 훈련받은 사람들도 힘든 높이다. 적의 출현이 없다고 해도 아마 다들 3분의 1도 못 올라가서 뻗어버릴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가지고 나가야 하는 중요 자료도 산더미였다. 엘리베이터 없이는 절대로 무리였다.

"그럼 엘리베이터가 복구될 때 까지만 이라도 기다려 보면 어떨까요?"

무라카미가 의견을 내었지만 오다기리는 고개를 저었다.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발카스나 규오가 유적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생체 반응을 못 느꼈을 리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있나 알아보려고 내려올게 뻔했고 그렇게 되면 바로 들키고 만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한건 말할 것도 없고 계획 자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장 탈출해야 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주임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그 때 케이가 무전을 날렸다. 모두들 일제히 스크린을 주목하였다.

-"유적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이걸 타고 탈출하면 돼요."

그 말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째서 그걸 생각 못했을까? 저걸로 여길 뚫고 올라가는 게 가능하다면 기왕이면 저 우주선을 타고 나가는 게 더 편하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가서 나중에 서로 합류한다는 계획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지로만은 약간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잠깐, 거긴 온통 물로 가득차 있잖아. 너네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우린 거기 들어갔다간 익사한다고."

-"아, 괜찮아요 선배. 제가 여러분이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방 하나를 만들어 둘게요."

"그게 가능해?"

"네, 할 수 있어요."

그 말에 다들 안심하였다. 오다기리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주자의 특성에 맞게 공간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어쩌면 이것을 위해 강림자들이 자신들의 우주선을 생물형으로 만든건지도 몰랐다. 강림자들이 여러 외계 종족의 혼성 집단이라면 각각의 종족에 맞는 거주 공간을 따로따로 만들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기계로 만든 우주선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스스로 성장하고 세포 분열 등을 할 수 있는 생물형 우주선만의 장점이었다.

"그렇다면 다들 서두르지요. 빨리 탈출 준비들을 하십시오. 작전 개시는 앞으로 한 시간 후입니다."

오다기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들 바빠졌다. 스텝들은 다들 콘솔을 조작해서 상층부로 가짜 정보를 보냈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을 모두 지우기 시작했다. 가지고 나갈 자료는 이 날을 대비해서 미리 다 챙겨뒀으니 상관없었다. 일부 스텝은 다른 곳에 있는 자료 저장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오다기리는 만약을 대비해서 통신 콘솔을 체크하였다. 만약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물어올 경우 시간을 끌기 위해서 였다.

베르단디들도 다급해 졌다. 다들 각자의 방으로 가서 그간에 연구했던 연구 기록 등을 서둘러 챙기기 시작했다. 울드는 법술 연구가 아직 완전히 다 안 끝났다며 투덜대었다. 컴퓨터 파일은 간단하게 CD로 구워두면 됐지만 부피가 많이 나가는 서류철은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하나도 버릴 것은 없었다. 베르단디는 서둘러 보자기 등에 그것들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다 싼 베르단디는 스쿨드가 달려간 방으로 가 보았다. 가보니 스쿨드는 이제까지 만든 수많은 기계들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앙! 언니, 이 기계들 다 어떡해!!"

스쿨드는 이것들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렇게 무겁고 부피가 나가는 것들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뒤따라온 울드는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딴것 그냥 다 버려! 다 가져갈 순 없단 말이야."

"으앙! 울드는 몰라! 이게 어떤 물건들인데!"

스쿨드가 안타까워 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저걸 다 가져갈 수는 없었다. 베르단디는 울먹이는 스쿨드를 한참동안이나 달랬다. 간신히 진정이 된 스쿨드는 들고 갈 수 있는 조그만 것들만 좀 가져가기로 하고 나머지는 그냥 포기하기로 하였다.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는 CD에 저장해서 챙겨가니까 나중에 다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준비 됐나? 좀 있으면 출발할거다."

그 때 린드가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모두를 재촉하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 시간이다 되가고 있었다. 베르단디 들은 서둘러 방안에서 각자의 짐을 들고 복도로 나왔다. 지로와 핫세등도 각자 짐을 챙겨 들고는 복도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곧 상황실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응?"

그 때 갑자기 린드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단디들도 그 자리에 멈췄다.

"무슨 일이세요? 린드."

"안 느껴지나?"

"네? 무슨..."

"위쪽에 뭔가 거대한 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천정을 바라보는 린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베르단디도 잠시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과연 린드의 말대로 한참 위쪽에서 뭔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희미하긴 하지만 어딘가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드는 기였다.

"뭐, 규오의 기일 꺼야. 그보다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다들 서둘러!"

울드 역시 그 힘을 느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울드는 모두에게 서두르라고 재촉하였다. 린드는 그 기운이 상당히 신경 쓰였지만 지금 당장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다시 상황실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리는 내내 린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기운, 울드의 말대로 정말 규오일까? 규오가 강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보다도 더 엄청난 무엇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건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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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토올의 빔 공격으로 인해 F블록 쪽은 완전히 폐허가 되다 시피 했다. 정말 가공할 위력의 빔 공격이었다. 그 빔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앱톰은 구사일생으로 살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오른팔과 상체 일부분을 제외한 전신이 소멸된 상태였다. 앱톰은 남은 한 팔로 철근을 붙잡은 채로 간신히 벽면에 매달려 있었다.

"으윽...! 어..엄청난 위력이다...!"

이것이 젝토올의 필살기...! 앱톰은 빔의 위력에 경악하였다. 젝토올이 날린 빔은 앱톰의 몸을 거의 다 파괴하고 거대한 엘리베이터 샤프트 구조물까지 관통해 버렸다. 이정도 위력이라면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에 필적하였다. 젝토올의 빔공격이 날아오는 순간 앱톰은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틀었고 그래서 전신이 다 소멸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앱톰은 몸이 거의 다 날아가 버린 상태라서 전투능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앱톰은 하나 남은 팔로 낑낑대며 간신히 위로 기어 올라갔다. 모든 전투력을 잃은 현재, 만약 젝토올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앱톰은 저항도 못해보고 죽을게 뻔했다. 그러나 어차피 이런 무지막지한 빔을 날린 젝토올 역시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앱톰에게 딱히 불리한 것만도 아니었다. 일단 이런 몸으로라도 어딘가로 피해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조아노이드를 한마리라도 잡아먹으면 금방 회복될 수 있었다. 이윽고 앱톰은 간신히 복도 위로 올라왔다. 그 순간 앱톰은 자신의 눈앞에 뭔가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본 앱톰은 경악하였다. 젝토올이었다!

"역시....아직 살아있었군, 앱톰."

그 엄청난 빔을 날리고서도 놀랍게도 젝토올은 살아있었다. 비록 복부의 생체 열선포는 새까맣게 타들어가 있었고 온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척 보기에도 지금의 젝토올은 만신창이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두 다리로 굳건히 서 있었다. 젝토올이 손목에 있는 생체 열선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빔 에너지를 충전시키기 시작했다.

"비록 내 몸은 많이 상했지만.... 그래도 널 끝장낼 에너지 정도는 남아있다."

앱톰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몸으로는 반격은 고사하고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지금 젝토올의 빔공격을 뒤집어쓰면 자신은 소멸될 것이 분명했다. 이윽고 손목의 생체 열선포에 에너지를 가득 채운 젝토올이 열선포를 앱톰에게 겨눴다.

"이번에야 말로 끝장이다! 앱톰!"

젝토올은 승리를 확신하였다. 상당히 고전하긴 했지만 이로서 친구들의 원수를 갚아줄 수 있게 되었다. 젝토올이 열선포를 발사하려는 그 때 갑자기 앱톰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큭...크후후...크하하하!!"

젝토올은 잠시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절망적인 상황인데 웃음이 나오다니. 저 녀석이 설마 공포 때문에 미쳐 버린 건가 싶었다. 그러나 앱톰은 미친 것이 아니다. 사실 그는 결정적 카드 하나를 숨겨 두고 있었다.

-콰드득!!

"아니!"

그 순간 젝토올 옆에 있던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뭔가가 튀어 나왔다. 젝토올이 그것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 물체는 순식간에 젝토올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다.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본 젝토올은 경악하였다. 또 다른 앱톰이었다! 군체가 또 한 마리 있던 것이다.

"뭐, 우연한 기회에 목없는 전투 공작원 시체 세구를 손에 넣었지. 그래서 그것들을 베이스로 분체(分體)한 거야."

사실 손에 넣는 과정에서 특별한 일이 좀 있었다. 그 강력한 힘을 가진 수수께끼의 남자. 그러나 굳이 거기까지 얘기해 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젝토올 녀석은 이제 자신에게 먹힐 텐데 뭐 하러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나. 순식간에 역전을 이뤄낸 앱톰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젝토올의 다리를 붙들은 앱톰이 자신의 체조직을 침투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후면 젝토올은...

"그렇게는 안돼!!"

-파슝!!

그 순간 젝토올이 재빨리 행동에 나섰다. 그는 손목에 충전해둔 생체 레이저를 자신의 허벅지에 쏘았다. 그 빔은 젝토올의 왼다리를 완전히 절단해 버렸다. 갑작스러운 젝토올의 행동에 깜짝 놀란 앱톰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 순간 젝토올은 재빨리 천정을 뚫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콰쾅!!

두 앱톰은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젝토올이 달아난 천정을 바라보았다. 설마 자기 다리를 자르고 도망갈 줄이야. 앱톰의 체조직이 자신의 뇌까지 침투하기 전에 젝토올은 도마뱀 꼬리 끊듯이 앱톰에게 붙들린 다리를 자른 것이다. 놀라운 결단력이었다. 결국 젝토올은 이렇게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어차피 녀석의 세포 샘플을 손에 넣었으니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이윽고 두 앱톰은 서로 하나의 몸으로 합체하였다.

"크오오오!!!"

-콰콱! 빠드득!!

서로 합체하면서 앱톰의 몸에 변화가 왔다. 젝토올의 몸을 좀 더 슬림화 시킨 신체에 등 부분 쪽에는 엘레겐의 전기 채찍, 손목에는 가스터의 생체 미사일, 그리고 다젤브의 괴력과 초 고열 방사를 할 수 있는 극한의 신체가 완성되었다. 당대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하이퍼 조아노이드를 4명이나 흡수한 앱톰은 이로서 자신이 추구하던 궁극의 전투 생물에 더욱 더 가까워져 갔다. 그러나 5인중 중 한명인 장크루스는 가이버 III 가 쓰러트리는 바람에 세포 샘플을 손에 넣지 못하고 말았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 녀석까지 먹었으면 좀 더 강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이제 와서 생각해봐야 어찌할 수 없는 일. 여기서 아쉬워만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 기지에 들어온 진짜 목적, 조아로드 리헐트 규오를 흡수해야 했다. 앱톰은 일단 정신을 집중해서 규오의 기를 느껴보려 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앱톰은 훨씬 더 아래쪽으로 뭔가 거대한 에너지들이 격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두개의 기 였는데 하나는 상당히 낯익은 기운, 리헐트 규오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기운이었다.

"음! 설마... 이 기운은!"

앱톰은 그제야 깨달았다. 녀석이 틀림없었다. 어제 밤에 자신을 아주 간단하게 제압했던 그 금발머리였다. 지금 규오와 그 녀석은 최하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앱톰은 긴장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최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




한참 잘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버리자 발카스는 의아해 하였다. 엘리베이터 내의 비상 전화도 먹통이었다. 엘리베이터 전면의 대형 유리창 아래로 까마득히 깊은 유적기지의 엘리베이터 갱도가 내려다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발카스는 생각에 잠겼다. 이것도 설마 규오의 짓일까? 지금 규오는 알칸펠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공격을 퍼부으면서 도주 중인지라 기지 내부는 지금 엉망진창이었다. 그 과정에서 규오가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파괴한 건지도 모른다고 발카스는 생각하였다.

발카스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규오보다 먼저 최하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안 그래도 요 근래 규오가 자주 최하층에 갔다 온다는 보고를 들었던 발카스는 직감적으로 그 리무버란 것이 최하층에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만약 그 리무버란 것이 발카스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물건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알칸펠이 아닌 규오나 다른 신장멤버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크로노스는.... 붕괴되고 만다!

-콰아앙!!

갑자기 굉음이 울리면서 엘리베이터 샤프트 갱도 안쪽으로 뭔가가 튀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발카스는 깜짝 놀랐다. 규오였던 것이다. 규오는 어느새 여기까지 도망 온 것이다. 그리고 발카스는 규오가 빠져나온 벽면 쪽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그 곳에는 알칸펠이 있었다! 지금 규오는 척 보기에도 그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뒤에서 봐도 어깨를 심하게 들썩이고 있는 것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반면 알칸펠의 얼굴은 그저 평온할 뿐이었다. 역시나 규오의 능력으로는 알칸펠에게 조그만 상처조차도 입힐 수가 없었다.

"흐읍!!"

다시 한 번 규오는 공격을 하기 위해 전신에 기합을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알칸펠은 피식 웃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규오, 한 가지만 충고해 두도록 하지."

알칸펠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는 규오를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항상 여유만만하게 웃던 알칸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살기가 흘러나왔다. 규오는 순간 몸을 움찔하였다. 규오의 심장은 점점 더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치...침착하자! 침착해!'

규오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추스르고자 하였다. 알칸펠의 강력한 살기로 인해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알칸펠의 인내심이 이젠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술래잡기'는 이제 끝이었다. 규오는 결국 '그것'을 쓰기로 결심하였다. 상당히 위험한 기술이지만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결판을 내지 않으면 알칸펠은 자신을 한 방에 처치해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규오는 전신의 G.P (Gravity Point: 중력제어부)를 풀 가동시켰다. 그리고 알칸펠과의 거리를 대충 눈으로 재어 보았다. 이 거리라면 절대로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이 기술의 위력은 절대적, 이 기술 앞에서 무사한 놈이란 건 있을 수 없었다.

"흡! 하아아아....!!"

규오의 생체 에너지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전신의 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G.P 전부가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알칸펠은 아직도 저렇게 저항하는 규오를 보며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도저히 이 알칸펠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알칸펠은 저놈을 그냥 한방에 처치해 버리고 자기가 직접 리무버를 찾아다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때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텔레파시가 전달되어 왔다.

-"피하십시오! 알칸펠! 규오의 다음 공격은 위험합니다!!"

"해밀컬?"

누군가 했더니 발카스의 텔레파시 였다. 아무래도 지금 발카스도 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규오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앗!!"

-파파팡!!

규오의 전신 곳곳에 박혀 있는 G.P 가 전부 발사되었다. 발사된 G.P 들은 알칸펠을 향해 날아갔다. 알칸펠은 피식 웃으면서 바리어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그 G.P 들은 알칸펠을 직접 맞추려고 발사된 게 아니었다. G.P 들이 알칸펠의 이십여 미터 앞쪽에 빠른 속도로 한데 뭉쳤다. 그러자 규오가 타이밍을 맞춰서 그 뭉쳐진 G.P에 에너지를 집중하였다.

"지옥으로 떨어져라!! 알칸펠!!!!"

-화아악!!

한 순간 G.P 가 뭉쳐진 지점에 강렬한 빛이 발생하였다. 곧이어 빛이 사그라지자 그 지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의 구멍이 나타났다. 그 것을 본 알칸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것은 분명...!

-휘이이잉!!

주변에 엄청난 속도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알칸펠의 뒤쪽 벽면들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부서진 파편들은 밑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놀랍게도 그 암흑의 구멍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벽면이 부서져 나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갔다. 그 구멍이 주변의 공기까지 빠른 속도로 흡수하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규오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외쳤다.

"크하하하!! 어떠냐 알칸펠! 이것이 나의 최종 필살기, '유사 블랙홀'이다!!!"

"큭!"

-후우우우웅!!!!

블랙홀이 빨아들이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알칸펠의 얼굴에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던 여유 만만한 미소가 사라졌다. 지금 이 기술은 정말 위험한 기술이란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알칸펠은 바리어에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규오 녀석, 저 놈은 지금 금단의 기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라 알칸펠!! 사상의 지평선 너머로!!!!"







Next episode 제23화 '붕괴의 카운트다운' coming soon.... 





p.s :  가장 황당한 중력 공격, '유사 블랙홀' 등장! -ㅅ-;;; 참고로 저 사상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란건 블랙홀의 경계선을 의미하는 겁니다. 요즘은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그냥 원작에 쓰던 말 그대로 사상의 지평선이라고 썼습니다. 어차피 사건이나 사상이나 두가지 다 쓰고 있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는 사상의 지평선 쪽이 더 멋있어 보이니까요....-ㅅ-;;;;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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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블랙홀...이런 어이없는!!! 누군가 화이트 홀을 만들어줘!!!![우드드득.]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스쿨드는 예나 지금이나 기계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군요.]

기계 마니아의 두 고렘님들(?)이 다시 부활하길 빌면서 코멘을 마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아 설정 자료는 게시판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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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정 자료를 설정 게시판에 올리고 싶은데 이상하게 전 글쓰기도 안되고 지난 게시물 보기도 안되는군요. -_-;;;;; 거 참, 내 권한이 모자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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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로그인 인식이라도 안되는걸까요?
저도 안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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