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진짜 불청객은 항상 당신과 함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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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했던 하루도 이제 거의 저물어간다. 정말로 아슬아슬하다 못해 위험한 쇼핑을 끝낸 케이이치 일행의 눈앞에 드러난 거대한 간판 하나.
‘초! 호화 고급레스토랑 라울[Roul]’
푸른색 바탕에 써진 영어필기체. 이 나라의 다른 언어로 해석하면 대충 이런 의미가 나오는 식당으로 현재 이 일렉트라 넷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곳의 지배인과 주방장이 합동하여 만들어낸 ‘3개국 스페셜 만찬’이 가히 일품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케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왜냐면 그들에게 이런 식당은...
“이거. 굉장히 크다. 하하하”
“정말 크군요!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허탈한 웃음과 감탄사를 내뱉는 울드의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를 쳐주는 베르단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어깨가 축 내려간 케이이치를 향해.
“으으! 케이이치 바보!! 언니에게 이렇게 좋은 식당 음식 구경도 못 시켜주고!! 생활력 없는 무능력한 바보!!!”
라며 자아비판을 강조하는 스쿨드. 소녀의 한마디에 더욱 맥이 풀린 케이이치의 천근같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하아아아~ 땅이 꺼져라 외치는 그의 한숨소리에 옆에 서 있던 키 작은 남자가 다가와 괜찮냐며 물었다. 그들을 이렇게 무시무시한 장소로 인도해준 장본인 묠니르였다.
“답답하십니까?”
“아 응.”
‘지금 전신을 누르는 압박감은...예전에 사요코네 저택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심해!’
지금은 졸업했지만 몇 년 전에는 대학생이었던 그가 다녔던 학교.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며 남 몰래 피식 웃어 보이는 케이이치였다. 고개 숙인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생겼다 지워지는 장면을 목격한 묠니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케이의 몸 상태를 고심히 살폈다. 케이에게는 아무런 몸의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데 말이다.
‘아니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했던가? 여신들(두 명만 가리킴)은 전쟁터로 만들었지, 베르단디는 콜라에 취했지, 선배들은 정말로 수십 개의 테이블을 점거했지. 핫세는 거대해졌지.’
당시에는 악몽과도 같은 오후였을지 모르나 지금 떠올려보면 모두다 사진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진 추억의 사진들과 같았다. ‘추억’…. 떠올리면 씁쓸하면서도 기쁘고, 또 안타까움이 몰려오는 그런 단어였다. 이것은 비단 일본인 케이이치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사람들에게나 모두 통하는 단어였다.
“쿡! 그때도 지금도 천방지축인 여신들과 베르단디는 남아있구나”
“??”
히히거리며 떠드는 여신 3명과 자기 곁으로 다가와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남은 한명을 살펴보고 지워졌던 미소를 다시 그리는 케이이치의 모습에 알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고개를 으쓱이는 묠니르였다.
“당신과 베르단디님은 계약관계라고 했었죠?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의…….”
“아 응. 그 계약 때문에 나와 지금 여기 베르단디가 지상계에 남아있는 거야.”
묠니르의 갑작스런 질문에 간단히 무슨 계약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케이이치. 우두커니 서서 케이이치보다 더 환한 미소를 떠올린 채 과거를 회상하는 아름다운 베르단디의 모습. 귀로는 케이의 설명이 들려오는데 눈은 베르단디의 맑은 눈동자로 향하는 묠니르였다. 고개를 흔들어 환상을 깨듯 행동한 묠니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보기 드문 사례가 확실하군요.”
“응. 그 계약 때문에 울드와 스쿨드도 내려왔고,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페이오스까지 내려오기도 했지, 그 뿐만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해서 잠깐 동안이지만 린드도 강림했다가 다시 돌아갔고. 그 때문에 비일상이란 생각도 많이 해.”
“후훗! 케이씨는 보통사람들이 겪지 못한 수많은 일들을 겪었죠. 저. 와. 함. 께. !”
“하핫! 정말로 그렇다. 하하하”
자신과 함께 라는 문장을 유난히 강조하며 케이의 콧등에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올렸다 때는 베르단디. 케이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그렇다며 답해주었고, 그 모습은 남은 울드들과 지나가는 솔로들의 염장에 기관총 난사 & 수류탄 까놓기라는 되돌릴 수 없는 공세를 퍼붓고 말았다.
‘윽 예전과 똑같은 이 닭살은 뭐지?’
오래전 케이를 재물(?)로 두고 팽팽히 경쟁했을 때를 떠올리며 온 몸을 싹싹 비비는 페이오스.
‘으이이이! 언니한테 붙지 마! 아악!! 울드 왜 이래!!!’
소중한 언니에게 붙어있는 불한당(?) 케이이치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두팔 다 걷고 달려가려는 찰나 울드에게 뒷덜미를 잡혀 울상을 짓는 스쿨드와
‘가만히 내버려 둬. 분위기 좋잖아..’
느긋하게 막내동생의 작전을 미리 차단하고 둘째동생의 기분 좋은 한 때를 감상하며 킥킥거리는 울드.
‘단 하나 맘에 걸리는 게 있는데…….’
누가 저 마족 좀 치워줘! 이봐 신님. 아니면 작가!! 얼른 저 칙칙하고 거무틱한 빨갱이 마족 좀 치워죠! 두 사람만의 두근두근 러브러브를 방해할 수는 없잖아?
……울드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며 주먹을 들어 올려 소위 ‘협박의 자세’를 취해 위압을 가했다. 그 때문일까? 동생에 대한 사랑에 하늘이 감동하셨는지, 작가께서 감동하셨는지는 몰라도 두 사람만의 시간에 얼떨결에 끼어들어있던 묠니르가 비명스러운 탄성을 질렀다.
“아! 깜빡하고 있었다.”
“??”
“뭐 빠뜨린 거라도 있어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묠니르가 무뚝뚝하지만 당황함이 깃들인 얼굴로 그들에게 뭐라 하소연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무슨 의미로 저런 눈빛을 보내는지 알턱이 없는 케이는 자신도 방금 전의 묠니르와 똑같은 얼빠진 모습으로 바라볼 뿐이고, 이런 곳에서는 유난히 상황파악이 빠른 베르단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했다.
“판매매장이 문 닫기까지 얼마 안 남았군요..”
‘뭘 빠뜨렸다는 거지?’
“괜찮습니다..단지 아쉬워서.”
아쉽다? 단지?? 시무룩해져 고개를 떨어뜨리는 묠니르를 주시하는 케이와 베르단디. 암울해진 그의 분위기에 다시 베르단디가 나섰다.
“여기 있는 모두는 묠니르가 무얼 아쉬워하는지 알고 싶은데? 사실대로 털어놔요.”
‘어이 베르단디.’
왠지 추궁하는 말투야...라고 말하려다 마는 케이이치. 음...조금 생각하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긁적긁적. 시계를 들여다보던 묠니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베르단디 앞에서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그 모습은 흡사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 뜸을 들이다 자상한 부모 앞에서 조용히 털어놓는 남자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장난감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분해해서 대체보호무기의 격발공구로 복사할 지포라이터 하나, 기왕에 그레네이드 머스켓(Granade Musket)에 쓸 수렵용 샷건의 슬러그 탄환들까지 구입할 수 있었으면…….”
거기까지 말하다 뒤쪽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는 3명의 여신들을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무는 묠니르. 여기까지 말한 용기는 가상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물품들을 쇼핑해오길 바라지 않는 여신들의 핀잔이란 대가가 돌아왔다. 그녀들의 시선은 ‘이곳은 일본입니다. 그 따위 슬러그 없어!’라며 무언의 협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케이는 반사적으로 씁쓸한 웃음소리를 내다 조용해졌으며,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베르단디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연신 그렸다.
“지포라이터가 필요합니다.”
“격발공구라니. 그런 인간들이 쓰는 비상식적으로 위험한 물건을 왜 만들려는지.”
오래전 인간의 화약무기 변천사를 본 기억을 떠올려 격발공구에 대해 줄줄이 설명과 핀잔을 늘여놓는 스쿨드. 도대체 가정주부를 위해(정확히는 베르단디의 환심을 사기위해)생산되는 메카닉의 숫자보다도 왜 무기의 양산숫자가 더 많나, 그런 난센스틱한 물건으로 도대체 왜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병기에 이용하느냐 등등
“저기…….스쿨드.”
“왜 울드!”
스쿨드를 노려보는 울드. 그녀의 시선에 뭔가 찔린 구석이 있는 스쿨드가 더듬거리며 울드의 이름을 외쳤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옆에 있던 페이오스까지 대충 짐작했다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스쿨드와 묠니르, 케이이치는 순간 이 두 사람이 마족으로만 보였다.
“스쿨드. 실은...”
“그 격발공구인지 뭔지 한다는 머스캣이라는 것. 네가 만들고 싶어서 그렇지?”
“아, 아니야! 바보 울드!! 바보 페이오스!!!”
아니라고 항변하는 스쿨드. 두 사람은 그녀의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스쿨드가 만드는 기쁨에 빠졌네!!’라는 작사, 작곡자가 확인 불명인 곡을 부르며 괴롭혔고, 두 귀를 틀어막은 스쿨드는 눈가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아니야! 를 연신 외쳤다. 세여신은 그렇게 매장 한복판을 몇 바퀴를 계속 돈다. 세 사람이 매장의 반대편으로 아니야! 와 그렇네! 를 외치며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석상 케이이치.
……그를 몇 번 두드리다 깨우기를 포기하고 베르단디에게 금방 다녀오겠다며 에스컬레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묠니르였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 월(月)이 지배하는 밤이라는 시간대. 밤이라는 시간은 인류에게는 안식을. 그리고 그 인류 중에서도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잠이라는 아주 포근한 것을 제공해줄 뿐이나, 허름한 고층빌딩 옥상에 올라와 있는 두 명의 인류 아닌 인간들에게는 꿀맛 같은...
“아아~역시 선탠이 최고라니까. 아니 달빛 아래에서 몸매 관리중이니……. 문탠이라고 해야 하나?”
딱따닥.
은빛의 우아한 머리칼. 아직 10세가 되지 않은 나이의 소녀. 밤에 더욱 빛을 발하는 갈색 피부와 조금만 더 성장하면 절세의 미녀가 될 것이라는 진실을 예견하게 해주는 앳된 얼굴. 갈색 소녀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때 아닌 줄무늬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근처에 수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느긋하게 대자로 뻗어있던 소녀가 거꾸로 돌아 앞에 놓여 있는 하얀색 모니터를 바라보다 자판을 두드린다. 그것은 컴퓨터라고 부르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최첨단 기기이자 바보기기라 하는 것이었다.
“어머나. 마라 너 참 머리 잘 썼다. 감히 위대하신 이 힐드님의 소제국을 향해 반기를 들다니? 후후후.”
감히 대마계장이라는 직책을 지닌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부스스한 금색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 붉은 눈동자를 지닌 망토를 두른 여자를 바라보는 소녀 힐드.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뜨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들통 났는지 안절부절못하며 다른 한 대의 노트북에 매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이를 뿌득뿌득 갈아대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신 두드리며 무언가를 움직이는 모습.
“흐흐하하하하! 힐드님 이번에는 어쩌실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미국도 잡아먹고, 서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일본과 중국까지 잡아먹었습니다! 여차하면 버튼 하나로 힐드님의 나라에 거대한 병력을 몰아붙일 수 있답니다! 흐하하하하하하하.”
“호오? 진짜 그렇구나. 대단하다 마라~!”
힐드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라라 불린 성인여자는 흐하하하하하. 너무 기쁘다는 얼굴로 자지러지며 세상이 떠나갈 기세로 웃어댔다. 힐드의 붉은색 영토 바로 위, 아래, 좌, 우에는 현재 경제성장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국과, 그들이 위치한 이곳 세계에서 2위 군사대국인 일본, 세계 1위 국가인 아메리카, 지금은 몰락했지만 그래도 막강한 세계의 지존 중 하나인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라는 다른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여진 거대국가들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세계에는 마니아들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경제 시뮬레이션 게임인 수퍼파워 3 : The Real Devils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제 방법 없습니다. 힐드님.”
“하~진짜 그러네! 마라. 내가 진 것 같다…….너 다시 봐야겠다.”
키득키득. 드디어 힐드님으로부터 감격스러운 첫 승을 얻어냈다. 이로써 나도 찬밥 신세가 아닌 어엿한 상급마족으로 대우를 받게 되는구나. 여태껏 시달린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앞으로 비춰질 감격적인 광명에 눈물까지 펑펑 쏟아 흘리는 마라였다.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때 지난 검고, 칙칙한, 그리고 꽉 끼어 매우 더워 보이는 타이즈틱한 옷에 눈물 자국이 질질 흘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들이 뭐라해도 자신의 승리에 도취해 있는 마라에게는 힐드의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이렇게 말할 줄 알았냐?”
흐흐흐. 마라가 지었던 미소와는 격이 다른. 진정한 악인의 미소를 입가에 그려 보이며 키보드 자판을 타닥 두드리는 힐드. 동시에...
슈슈우우우우우우욱
“오잉! 뭐야? 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들은? 허허어어어억! 설마!!!!!”
웃다, 울다 말고 난데없이 들리는 정체 모를 음향에 노트북 모니터를 주시하는 마라. 자신의 소비에트 제국에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공습. 그리고 이어지는 버섯구름들 행렬. 자신이 점령한 국가들의 주요도시들과, 산업재반들, 군사시설들에 단 한곳도 남김없이 그 포물선들과 버섯구름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세계 곳곳을 타깃으로 노린 이 기능은 수퍼파워시리즈에서 가장 악랄하다고 알려진 Nuclear Weapon이었다.
“그 설마가 진짜야. 핵무기지.”
꿀꺽 꿀꺽
대수롭지 않은 듯 모니터를 바라보다 맑은 색의 홍차를 들이키는 힐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도도한 자세로 누운 그녀의 국가는 무사했다. 눈이 시뻘개진 마라는.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바보. 땅 점령은 좋은데 말이야……. 주위 시선들과 UN의 시선도 신경을 썼어야지.”
마라가 반문했다.
“말도 안 됩니다! UN은 이미 설득시켰고, 게다가 그 UN이 있는 미국을 제가 점령!”
“그럼 네 국가 주위를 살펴봐.”
“엥? UN군의 전쟁 개입?! 헉!! 영국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의 반격?!”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조그만 나라들이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는 마라의 모습에 힐드는 혀를 끌끌 차며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UN본부가 무너져 내렸지만 망한 것은 아니었고, 네가 내 주위를 압박하고 있는 동안 영국과, 아프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는 신흥 경제국가가 이미 몇 년 전에 되어 있었어. 너 말로는 제국이라면서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지?”
“...........”
끄덕끄덕.
무언의 긍정. 얼빠진 마라의 얼굴에 피식 웃다 만 힐드가 그녀의 경제성장 지수를 보여주었다.
“바보~군사 기술력만 믿었지, 다른 것을 봐봐. 내부는 부실하기 짝이 없잖아.”
“그럼 힐드님께서는?”
“처음부터 이걸 다 계산했었어. 그래서 80,90년대부터 개발해뒀던 대포동미사일들을 최첨단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으로 개조해내는데 성공했지. 물론 기술제공은 생존한 미국 정부와, 일본, 기타 비밀동맹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이 대신 대줬어.”
“그..그래도 저희는 아직 새롭게 징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마라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이 안 졌다며 마치 사정하는 어조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영토를 가리키며 강조한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두 번째로 소비에트 제국에 시련이 닥쳐오고 있었다.
“엥? 쿠데타?? 뭐라고??? 시민봉기????”
“내가 보낸 스파이들이 먹혔네?”
“스.스파이요?!”
끄덕끄덕.
무언의 긍정. 그러나 마라 때와는 다른 자신만만한 여왕의 미소를 짓는 힐드.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 절대로 일반인들이 짓는 미소가 아닌 때를 기다린 마피아 두목의 미소였다. 절대로, 절대로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광소에 가까웠다.
“모란봉 79사단. 내가 비밀리에 키워놓은 최첨단,최고의 훈련도를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
“마라. 백기나 들어라. 그러면 위성국으로 삼아줄게.”
“.........”
힐드의 입가에 걸린 미소. 의욕과 자신만만에 찬 그녀의 미소. 독거미가 독을 뿜어 말벌을 마비시킨 뒤에 기생충들의 둥지에 놓았다, 내렸다 하면서…….
‘나한테 먹힐래? 쟤들한테 먹힐레?’
라고 위협하는 수준과 강도가 비슷했다. 자신은 거미줄에 막히고, 독에 걸려 부들부들 떨면서 먹히기를 기다리는 말벌과 똑같은 정도였다. 현실의 자신은 무의식중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조건에 응했다. 단 하나의 조건을 내세우지만 아무 이익도 없는 무조건 항복이었다.
“마라 너 말야.”
“? 예 힐드님.”
“마라~넌 역시 게임에는 소질이 없어.”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혀를 끌끌 차며 자신에게 했던 잔소리. 공포가 담긴 웃음대신 귀여운 소녀가 짓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마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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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지내셨나요? 피곤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러시아어 현재 아르파빗[모음,자음]은 다 외웠는데...
필기체를 외워놓고도 헷갈려서 해매는 중입니다.[이런 바보 같은...]
거기다 글자들이 자주 바뀌는 통에 죽을 지경입니다.
[가령 보통 읽을 때는 ‘아뽀’라고 읽는 것이 ‘아빠’로 바뀐다든지]
.....언제쯤 되면 아주 간단히 글도 읽고, 또 필기체로 쓸 정도 수준이 될까요? [걱정.]
러시아어 선생님[세르게이 선생님.]께서 어제 점심 때 저희들에게 러시아산 치즈 맛을 보여
주셨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동안 잊혀졌던 AMG 시리즈의 연재는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는 꼭 부탁드리고 갑니다.[물론 악평도 사양 않는다는-퍼퍽]
‘초! 호화 고급레스토랑 라울[Roul]’
푸른색 바탕에 써진 영어필기체. 이 나라의 다른 언어로 해석하면 대충 이런 의미가 나오는 식당으로 현재 이 일렉트라 넷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이곳의 지배인과 주방장이 합동하여 만들어낸 ‘3개국 스페셜 만찬’이 가히 일품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케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왜냐면 그들에게 이런 식당은...
“이거. 굉장히 크다. 하하하”
“정말 크군요!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허탈한 웃음과 감탄사를 내뱉는 울드의 모습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를 쳐주는 베르단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어깨가 축 내려간 케이이치를 향해.
“으으! 케이이치 바보!! 언니에게 이렇게 좋은 식당 음식 구경도 못 시켜주고!! 생활력 없는 무능력한 바보!!!”
라며 자아비판을 강조하는 스쿨드. 소녀의 한마디에 더욱 맥이 풀린 케이이치의 천근같은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하아아아~ 땅이 꺼져라 외치는 그의 한숨소리에 옆에 서 있던 키 작은 남자가 다가와 괜찮냐며 물었다. 그들을 이렇게 무시무시한 장소로 인도해준 장본인 묠니르였다.
“답답하십니까?”
“아 응.”
‘지금 전신을 누르는 압박감은...예전에 사요코네 저택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심해!’
지금은 졸업했지만 몇 년 전에는 대학생이었던 그가 다녔던 학교.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며 남 몰래 피식 웃어 보이는 케이이치였다. 고개 숙인 입가에 조그만 미소가 생겼다 지워지는 장면을 목격한 묠니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케이의 몸 상태를 고심히 살폈다. 케이에게는 아무런 몸의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데 말이다.
‘아니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했던가? 여신들(두 명만 가리킴)은 전쟁터로 만들었지, 베르단디는 콜라에 취했지, 선배들은 정말로 수십 개의 테이블을 점거했지. 핫세는 거대해졌지.’
당시에는 악몽과도 같은 오후였을지 모르나 지금 떠올려보면 모두다 사진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진 추억의 사진들과 같았다. ‘추억’…. 떠올리면 씁쓸하면서도 기쁘고, 또 안타까움이 몰려오는 그런 단어였다. 이것은 비단 일본인 케이이치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사람들에게나 모두 통하는 단어였다.
“쿡! 그때도 지금도 천방지축인 여신들과 베르단디는 남아있구나”
“??”
히히거리며 떠드는 여신 3명과 자기 곁으로 다가와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남은 한명을 살펴보고 지워졌던 미소를 다시 그리는 케이이치의 모습에 알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고개를 으쓱이는 묠니르였다.
“당신과 베르단디님은 계약관계라고 했었죠?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의…….”
“아 응. 그 계약 때문에 나와 지금 여기 베르단디가 지상계에 남아있는 거야.”
묠니르의 갑작스런 질문에 간단히 무슨 계약을 했는지를 설명하는 케이이치. 우두커니 서서 케이이치보다 더 환한 미소를 떠올린 채 과거를 회상하는 아름다운 베르단디의 모습. 귀로는 케이의 설명이 들려오는데 눈은 베르단디의 맑은 눈동자로 향하는 묠니르였다. 고개를 흔들어 환상을 깨듯 행동한 묠니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보기 드문 사례가 확실하군요.”
“응. 그 계약 때문에 울드와 스쿨드도 내려왔고,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페이오스까지 내려오기도 했지, 그 뿐만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해서 잠깐 동안이지만 린드도 강림했다가 다시 돌아갔고. 그 때문에 비일상이란 생각도 많이 해.”
“후훗! 케이씨는 보통사람들이 겪지 못한 수많은 일들을 겪었죠. 저. 와. 함. 께. !”
“하핫! 정말로 그렇다. 하하하”
자신과 함께 라는 문장을 유난히 강조하며 케이의 콧등에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올렸다 때는 베르단디. 케이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그렇다며 답해주었고, 그 모습은 남은 울드들과 지나가는 솔로들의 염장에 기관총 난사 & 수류탄 까놓기라는 되돌릴 수 없는 공세를 퍼붓고 말았다.
‘윽 예전과 똑같은 이 닭살은 뭐지?’
오래전 케이를 재물(?)로 두고 팽팽히 경쟁했을 때를 떠올리며 온 몸을 싹싹 비비는 페이오스.
‘으이이이! 언니한테 붙지 마! 아악!! 울드 왜 이래!!!’
소중한 언니에게 붙어있는 불한당(?) 케이이치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두팔 다 걷고 달려가려는 찰나 울드에게 뒷덜미를 잡혀 울상을 짓는 스쿨드와
‘가만히 내버려 둬. 분위기 좋잖아..’
느긋하게 막내동생의 작전을 미리 차단하고 둘째동생의 기분 좋은 한 때를 감상하며 킥킥거리는 울드.
‘단 하나 맘에 걸리는 게 있는데…….’
누가 저 마족 좀 치워줘! 이봐 신님. 아니면 작가!! 얼른 저 칙칙하고 거무틱한 빨갱이 마족 좀 치워죠! 두 사람만의 두근두근 러브러브를 방해할 수는 없잖아?
……울드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며 주먹을 들어 올려 소위 ‘협박의 자세’를 취해 위압을 가했다. 그 때문일까? 동생에 대한 사랑에 하늘이 감동하셨는지, 작가께서 감동하셨는지는 몰라도 두 사람만의 시간에 얼떨결에 끼어들어있던 묠니르가 비명스러운 탄성을 질렀다.
“아! 깜빡하고 있었다.”
“??”
“뭐 빠뜨린 거라도 있어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묠니르가 무뚝뚝하지만 당황함이 깃들인 얼굴로 그들에게 뭐라 하소연을 하는 것 같았다. 그가 무슨 의미로 저런 눈빛을 보내는지 알턱이 없는 케이는 자신도 방금 전의 묠니르와 똑같은 얼빠진 모습으로 바라볼 뿐이고, 이런 곳에서는 유난히 상황파악이 빠른 베르단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했다.
“판매매장이 문 닫기까지 얼마 안 남았군요..”
‘뭘 빠뜨렸다는 거지?’
“괜찮습니다..단지 아쉬워서.”
아쉽다? 단지?? 시무룩해져 고개를 떨어뜨리는 묠니르를 주시하는 케이와 베르단디. 암울해진 그의 분위기에 다시 베르단디가 나섰다.
“여기 있는 모두는 묠니르가 무얼 아쉬워하는지 알고 싶은데? 사실대로 털어놔요.”
‘어이 베르단디.’
왠지 추궁하는 말투야...라고 말하려다 마는 케이이치. 음...조금 생각하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긁적긁적. 시계를 들여다보던 묠니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베르단디 앞에서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그 모습은 흡사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 뜸을 들이다 자상한 부모 앞에서 조용히 털어놓는 남자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장난감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분해해서 대체보호무기의 격발공구로 복사할 지포라이터 하나, 기왕에 그레네이드 머스켓(Granade Musket)에 쓸 수렵용 샷건의 슬러그 탄환들까지 구입할 수 있었으면…….”
거기까지 말하다 뒤쪽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는 3명의 여신들을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무는 묠니르. 여기까지 말한 용기는 가상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물품들을 쇼핑해오길 바라지 않는 여신들의 핀잔이란 대가가 돌아왔다. 그녀들의 시선은 ‘이곳은 일본입니다. 그 따위 슬러그 없어!’라며 무언의 협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케이는 반사적으로 씁쓸한 웃음소리를 내다 조용해졌으며,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베르단디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연신 그렸다.
“지포라이터가 필요합니다.”
“격발공구라니. 그런 인간들이 쓰는 비상식적으로 위험한 물건을 왜 만들려는지.”
오래전 인간의 화약무기 변천사를 본 기억을 떠올려 격발공구에 대해 줄줄이 설명과 핀잔을 늘여놓는 스쿨드. 도대체 가정주부를 위해(정확히는 베르단디의 환심을 사기위해)생산되는 메카닉의 숫자보다도 왜 무기의 양산숫자가 더 많나, 그런 난센스틱한 물건으로 도대체 왜 아날로그의 아름다움을 병기에 이용하느냐 등등
“저기…….스쿨드.”
“왜 울드!”
스쿨드를 노려보는 울드. 그녀의 시선에 뭔가 찔린 구석이 있는 스쿨드가 더듬거리며 울드의 이름을 외쳤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옆에 있던 페이오스까지 대충 짐작했다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스쿨드와 묠니르, 케이이치는 순간 이 두 사람이 마족으로만 보였다.
“스쿨드. 실은...”
“그 격발공구인지 뭔지 한다는 머스캣이라는 것. 네가 만들고 싶어서 그렇지?”
“아, 아니야! 바보 울드!! 바보 페이오스!!!”
아니라고 항변하는 스쿨드. 두 사람은 그녀의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스쿨드가 만드는 기쁨에 빠졌네!!’라는 작사, 작곡자가 확인 불명인 곡을 부르며 괴롭혔고, 두 귀를 틀어막은 스쿨드는 눈가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아니야! 를 연신 외쳤다. 세여신은 그렇게 매장 한복판을 몇 바퀴를 계속 돈다. 세 사람이 매장의 반대편으로 아니야! 와 그렇네! 를 외치며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석상 케이이치.
……그를 몇 번 두드리다 깨우기를 포기하고 베르단디에게 금방 다녀오겠다며 에스컬레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묠니르였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 월(月)이 지배하는 밤이라는 시간대. 밤이라는 시간은 인류에게는 안식을. 그리고 그 인류 중에서도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잠이라는 아주 포근한 것을 제공해줄 뿐이나, 허름한 고층빌딩 옥상에 올라와 있는 두 명의 인류 아닌 인간들에게는 꿀맛 같은...
“아아~역시 선탠이 최고라니까. 아니 달빛 아래에서 몸매 관리중이니……. 문탠이라고 해야 하나?”
딱따닥.
은빛의 우아한 머리칼. 아직 10세가 되지 않은 나이의 소녀. 밤에 더욱 빛을 발하는 갈색 피부와 조금만 더 성장하면 절세의 미녀가 될 것이라는 진실을 예견하게 해주는 앳된 얼굴. 갈색 소녀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때 아닌 줄무늬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근처에 수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느긋하게 대자로 뻗어있던 소녀가 거꾸로 돌아 앞에 놓여 있는 하얀색 모니터를 바라보다 자판을 두드린다. 그것은 컴퓨터라고 부르는 인류가 만들어내는 최첨단 기기이자 바보기기라 하는 것이었다.
“어머나. 마라 너 참 머리 잘 썼다. 감히 위대하신 이 힐드님의 소제국을 향해 반기를 들다니? 후후후.”
감히 대마계장이라는 직책을 지닌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부스스한 금색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 붉은 눈동자를 지닌 망토를 두른 여자를 바라보는 소녀 힐드.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뜨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들통 났는지 안절부절못하며 다른 한 대의 노트북에 매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이를 뿌득뿌득 갈아대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신 두드리며 무언가를 움직이는 모습.
“흐흐하하하하! 힐드님 이번에는 어쩌실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미국도 잡아먹고, 서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일본과 중국까지 잡아먹었습니다! 여차하면 버튼 하나로 힐드님의 나라에 거대한 병력을 몰아붙일 수 있답니다! 흐하하하하하하하.”
“호오? 진짜 그렇구나. 대단하다 마라~!”
힐드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라라 불린 성인여자는 흐하하하하하. 너무 기쁘다는 얼굴로 자지러지며 세상이 떠나갈 기세로 웃어댔다. 힐드의 붉은색 영토 바로 위, 아래, 좌, 우에는 현재 경제성장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국과, 그들이 위치한 이곳 세계에서 2위 군사대국인 일본, 세계 1위 국가인 아메리카, 지금은 몰락했지만 그래도 막강한 세계의 지존 중 하나인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라는 다른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여진 거대국가들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세계에는 마니아들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경제 시뮬레이션 게임인 수퍼파워 3 : The Real Devils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제 방법 없습니다. 힐드님.”
“하~진짜 그러네! 마라. 내가 진 것 같다…….너 다시 봐야겠다.”
키득키득. 드디어 힐드님으로부터 감격스러운 첫 승을 얻어냈다. 이로써 나도 찬밥 신세가 아닌 어엿한 상급마족으로 대우를 받게 되는구나. 여태껏 시달린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앞으로 비춰질 감격적인 광명에 눈물까지 펑펑 쏟아 흘리는 마라였다.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때 지난 검고, 칙칙한, 그리고 꽉 끼어 매우 더워 보이는 타이즈틱한 옷에 눈물 자국이 질질 흘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들이 뭐라해도 자신의 승리에 도취해 있는 마라에게는 힐드의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이렇게 말할 줄 알았냐?”
흐흐흐. 마라가 지었던 미소와는 격이 다른. 진정한 악인의 미소를 입가에 그려 보이며 키보드 자판을 타닥 두드리는 힐드. 동시에...
슈슈우우우우우우욱
“오잉! 뭐야? 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들은? 허허어어어억! 설마!!!!!”
웃다, 울다 말고 난데없이 들리는 정체 모를 음향에 노트북 모니터를 주시하는 마라. 자신의 소비에트 제국에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공습. 그리고 이어지는 버섯구름들 행렬. 자신이 점령한 국가들의 주요도시들과, 산업재반들, 군사시설들에 단 한곳도 남김없이 그 포물선들과 버섯구름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세계 곳곳을 타깃으로 노린 이 기능은 수퍼파워시리즈에서 가장 악랄하다고 알려진 Nuclear Weapon이었다.
“그 설마가 진짜야. 핵무기지.”
꿀꺽 꿀꺽
대수롭지 않은 듯 모니터를 바라보다 맑은 색의 홍차를 들이키는 힐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도도한 자세로 누운 그녀의 국가는 무사했다. 눈이 시뻘개진 마라는.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바보. 땅 점령은 좋은데 말이야……. 주위 시선들과 UN의 시선도 신경을 썼어야지.”
마라가 반문했다.
“말도 안 됩니다! UN은 이미 설득시켰고, 게다가 그 UN이 있는 미국을 제가 점령!”
“그럼 네 국가 주위를 살펴봐.”
“엥? UN군의 전쟁 개입?! 헉!! 영국과,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의 반격?!”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조그만 나라들이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는 마라의 모습에 힐드는 혀를 끌끌 차며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UN본부가 무너져 내렸지만 망한 것은 아니었고, 네가 내 주위를 압박하고 있는 동안 영국과, 아프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는 신흥 경제국가가 이미 몇 년 전에 되어 있었어. 너 말로는 제국이라면서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지?”
“...........”
끄덕끄덕.
무언의 긍정. 얼빠진 마라의 얼굴에 피식 웃다 만 힐드가 그녀의 경제성장 지수를 보여주었다.
“바보~군사 기술력만 믿었지, 다른 것을 봐봐. 내부는 부실하기 짝이 없잖아.”
“그럼 힐드님께서는?”
“처음부터 이걸 다 계산했었어. 그래서 80,90년대부터 개발해뒀던 대포동미사일들을 최첨단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으로 개조해내는데 성공했지. 물론 기술제공은 생존한 미국 정부와, 일본, 기타 비밀동맹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이 대신 대줬어.”
“그..그래도 저희는 아직 새롭게 징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마라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이 안 졌다며 마치 사정하는 어조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영토를 가리키며 강조한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두 번째로 소비에트 제국에 시련이 닥쳐오고 있었다.
“엥? 쿠데타?? 뭐라고??? 시민봉기????”
“내가 보낸 스파이들이 먹혔네?”
“스.스파이요?!”
끄덕끄덕.
무언의 긍정. 그러나 마라 때와는 다른 자신만만한 여왕의 미소를 짓는 힐드.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 절대로 일반인들이 짓는 미소가 아닌 때를 기다린 마피아 두목의 미소였다. 절대로, 절대로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광소에 가까웠다.
“모란봉 79사단. 내가 비밀리에 키워놓은 최첨단,최고의 훈련도를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
“마라. 백기나 들어라. 그러면 위성국으로 삼아줄게.”
“.........”
힐드의 입가에 걸린 미소. 의욕과 자신만만에 찬 그녀의 미소. 독거미가 독을 뿜어 말벌을 마비시킨 뒤에 기생충들의 둥지에 놓았다, 내렸다 하면서…….
‘나한테 먹힐래? 쟤들한테 먹힐레?’
라고 위협하는 수준과 강도가 비슷했다. 자신은 거미줄에 막히고, 독에 걸려 부들부들 떨면서 먹히기를 기다리는 말벌과 똑같은 정도였다. 현실의 자신은 무의식중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조건에 응했다. 단 하나의 조건을 내세우지만 아무 이익도 없는 무조건 항복이었다.
“마라 너 말야.”
“? 예 힐드님.”
“마라~넌 역시 게임에는 소질이 없어.”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혀를 끌끌 차며 자신에게 했던 잔소리. 공포가 담긴 웃음대신 귀여운 소녀가 짓는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마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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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지내셨나요? 피곤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러시아어 현재 아르파빗[모음,자음]은 다 외웠는데...
필기체를 외워놓고도 헷갈려서 해매는 중입니다.[이런 바보 같은...]
거기다 글자들이 자주 바뀌는 통에 죽을 지경입니다.
[가령 보통 읽을 때는 ‘아뽀’라고 읽는 것이 ‘아빠’로 바뀐다든지]
.....언제쯤 되면 아주 간단히 글도 읽고, 또 필기체로 쓸 정도 수준이 될까요? [걱정.]
러시아어 선생님[세르게이 선생님.]께서 어제 점심 때 저희들에게 러시아산 치즈 맛을 보여
주셨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동안 잊혀졌던 AMG 시리즈의 연재는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는 꼭 부탁드리고 갑니다.[물론 악평도 사양 않는다는-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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