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진짜 불청객은 항상 당신과 함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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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꿀꺽
“정말 맛있는 음료수로군. 이거 제조방법만 알면 마계에서도 해 먹고 싶은데 말이야!”
좀 전 게임으로 승부를 낸 뒤 다시 유유자적. 주스와 월광욕에 신경을 쏟아 붓는 힐드. 그녀의 이런 낙천적인 모습에 입이 빼죽 튀어나와 무언의 압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에게 신호를 보내는 마라. 매 사건을 벌일 때마다 드러나는 독거미같은 치밀함과 공포감이 한낱 바보상자로 오락을 하는데만 튀어나온데 대한 불만이었다.
“뭐야~게임에서 네 소비에트 제국이 망해서 삐친 거냐? 우습기는.”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점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무슨 몇 살짜리 꼬맹이도 아니고 그런 게임 하나에 삐치겠냐구요! 라며 항변하려다 그만두고 조용히 유리잔에 음료수를 따르는 마라. 그녀의 이런 삐딱하고 불만스런 얼굴이 게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대마계장이 입을 열었다.
“심심한가 보지? 여신들에게 함정을 파서 쫓아내고도 싶고?”
“헛! 그. 그걸 어떻게?”
허를 찔린 마라가 뜨끔한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다 그만두었다. 어차피 들킨 거 힐드님께 다 털어놓자고 생각하는 마라였다. 그녀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
“평상시 같으면 치밀하게 계획한 대로 밀고 나가서 상대방들을 곤란에 빠뜨리거나, 울드를 조건으로 말도 되지 않는 내기를 세우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텐데……. 왜 지난 며칠간 행동도 하지 않고 밤새 월광욕과 게임을 즐기는 거냐고 생각한 거지?”
‘컥!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말하다니.’
대마계장들만 가지고 있는 뭔가 특별한 독심술 능력 같은 것이라도 있나? 마라는 새삼 처음으로 드러나는 힐드의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에 놀라워하며 할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 상급마족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흑마술과 마력에 대한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능력자라 해도.
‘바보~남의 마음을 어떻게 읽겠어?’
“대단하나…….정말 대단해.”
자신은 생각만으로 상대방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주위 사람들이 듣기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마라는 조금 특이한 버릇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조용히 자신의 생각에 빠져 그 생각이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힐드는 주위를 나도는 모기소리 마냥 아주 미세한 힐드의 말소리와 입모양을 보고 파악한 것뿐이었다.
“힐드님!! 도대체 지금 이런 곳에서 뭐 하시자는 겁니까?”
자기만의 생각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부하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차며 유리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힐드. 주황색의 액체가 그녀의 자그만 목을 타고 넘어갔다.
“힐드님!! 저희 이번에도 안 나가는 겁니까? 힐드님!! 대체 우리가 왜 이래야 되는 겁니까? 천하에 못하는 일이 없으신 힐드님께서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조용히 해라 마라.”
그러나 마라는 힐드가 뭐라 하는지 듣지를 못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털며 하루빨리 이 지겨운 곳에서 나가자며 제안을 했다. 몇 번 조용히 하라고 말해도 못 알아 듣는 상급마족의 모습에 그만.
쨍그랑.
“헉! 힐드님!!”
“아 나 참. 조용히 하라니까.”
눈빛을 번뜩이며 노려보는 힐드. 그녀의 갈갈이 날뛰는 모습과, 도도하다 못해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에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입을 다물고 경청할 수밖에 없는 마라. 힐드의 팔목으로 주황색 액체가 손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그 자그마한 손바닥에는 고여있는 한줌의 음료수와 한순간에 부서진 유리잔의 파편들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오랜만에 울드라도 만나러 가서 재미있는 내기라도 한판 걸거나, 다시 돌아온 도우미 여신도 있으니 아주 재미있는 흉계를 꾸미겠지. 안 그래?”
“그, 그렇겠죠.”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마라. 그녀의 주눅 든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무시하고 하늘 위를 올려다본 채로 계속 잇는 힐드였다.
“하지만 그게 안 돼. 신녀석이 나보다 더 무서운 흉계를 꾸며놨어!”
“예? 흉계라뇨?”
“그래. 흉계 말야~!”
아니 솔직히 강하지만 자신보다 못 미치는 능력의 소유자 힐드님께서 무슨 짓을 벌이든 내버려 두고 있던 신이란 작자가 도대체? 왜? 흉계를?? 마라의 머릿속은 복잡함으로 뒤섞였고, 그녀의 생각을 읽은(?) 힐드는 이를 조금 갈며 실핏줄을 그었다. 하지만 마라는 모르는 듯 했다. 꾹 참으며 설명을 잇기로 맘먹은 힐드.
“정보부라고 혹시 아냐?”
“?? 미국의 CIA인가요?”
“아냐. 틀려! 그런 녀석들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서야. 천계에 소속된 부서니까 지구에서 찾을 필요는 없어. 포장된 단어로 말하자면 ‘정보 나눔이 센터’라고 했던가?”
“..........그들이 어째서요?”
“녀석들이 해체되었어.”
“해체?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예?”
무의식적으로 정말 무서운 놈들이 내려왔구나라고 생각한 마라가 헛말을 취소하고 반문한다. 아니 해체되었다면 잘된 것 아닌가? 어떤 녀석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CIA처럼 온갖 특수한 일을 할 것 같은데? 혹시 요즘 유행한다는 천계의 첨단병기인 ‘부스터(잘 모르시겠다는 분은 설정자료를 참조하시길)’같은 걸로 무장하고 있는 것인가? 문득 모 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007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오는 마라였다.
“대충 네놈 생각이 맞기는 한데. 그 부스터(참고로 제 소설 속에서의 부스터는 만화책에서 나왔던 증폭기계열과 무기계열로 나눠집니다.)는 정보부가 쓰는 물품이 아니라 전투부가 주로 쓰는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헉! 또 내 생각을.”
마라가 바람 들이키는 소리를 하며 조용해졌다. 그런 바보 같은 그녀의 모습에 피식 입가에 실선을 긋는 힐드.
“정보부에 대해서 별로 알려진 것은 없어. 1급 비한정 여신들만이 그들의 정보를 20%정도 읽을 수 있지. 그것도 그들이 이름과 부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난 뒤에 궁금해지면 묻는 것이 정상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름과 소속도 없이 조용해!”
“에엑? 진짜 이름도 없이 활동해요?”
“그래~! 천계가 2차 신마대전 이후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덕택이란 말이 있을 정도지.”
“...................”
조용히 침묵을 지킨 채 힐드의 설명을 계속 전해 듣는 마라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과거 1차 때는 그들에게 유린당하다시피 하던 신들이 잠자다가 코털을 건드림을 당한 백수의 왕 호랑이처럼 들고 일어섰고, 2차 때는 자신들 쪽에 수많은 희생자가 터져 나왔다는 사실……. 역사를 아는 모든 마족들에게 있어서 그때의 상황은 공포 자체를 상징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 그때부터.
“맞아. 그 전투 이후로 타블렛 제도(생명 공유)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지, 휴전과 함께.”
물론 그 제도가 시행되고 전쟁이 끝난 것은 좀 더 뒷날의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기에 넘어가는 마족들이었다.
“그래도 단 한 가지 알려진 사실이 있지!”
“?? 그게 뭣인데요?”
하아.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었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기를 반복하는 힐드의 모습에, 좀 빨리 좀 말씀하세요! 뜸들이지 마시고!!라며 절로 혼잣말이 튀어나온 마라. 그녀의 재촉에 알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갈색얼굴이 그녀를 주시했다.
“이종족이, 그러니까……. 우리 마족 출신이 정보부에 있다는 사실!”
“이봐요!”
뭐야! 누가 남의 단잠을……. 앗! 침이 흘렀다. 나는 내가 베고 잔 유리진열장 위에 걸쭉한 타액이 묻어나온 것을 손님 몰래 조용히 지웠다. 급히 거울을 찾아보고는 입가에 남은 침자국을 서둘러 지웠다. 나의 얼굴이 다른 것을 보고 놀랐다가 어젯밤부터 새로운 작전을 위해 인간의 몸을 빌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쳇 깜짝 놀랐네!
“어, 어서 오십시오. 무얼 찾으시는지?”
“정말 어이가 없군요. 손님을 놔두고 잠을 자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가게 설명책자에는 나와 있지도 않는 건샵(Gun Shop)이라니.”
아차!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총파는 상점이었지. 나는 TV에서 본 것처럼 최대한 상인인척 미소를 꾸미고 손을 싹싹 비볐다.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 웃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만의 작전을 위해서!! 힐드님께서 무얼 걱정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나는 반드시 나만의 작전을 성공하겠다. 크하하하하~!
“조금 어이는 없지만…지포라이터도 팔고 있으니. 지포라이터 하나, 약간의 슬러그 탄을 주시오.”
“옙 슬러그 탄!”
흐흐흐! 생각해보니 이 붉은 머리에, 붉은 두 눈동자, 미남인 것 같기는 한데 미소가 메마른 것 같아서 기분 나쁜 이 자식!! 분명 베르단디와 그 맘에 안 드는 인간 ‘케이이치’와 한패인 것이 분명한 놈이군.
“??”
녀석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변한 채 어리둥절하며 내 웃음의 의미를 찾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리버리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녀석에게 딱 맞는 흑마술 저주와 그에 걸맞는 물품이 있지.
“그런데 이곳...허가는 된 곳입니까?”
“아 예 그렇습죠! 하하하.”
……이 녀석 깜짝 놀래키네! 킥킥 그렇지 않으면 어쩔 건데? 합법이 아닌 불법이야! 이 곳 일본에 있다는 모든 오타쿠들을 우리 마족의 군대화시키기 위해서…얼라라? 웃고 있네?
“그런데 이상해. 너무 이상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저 손님 무슨 소리를?!”
휙! 철컥!!
“으악 이게 무슨!!”
갑자기 녀석이 나를 덮쳤다. 헉 설마 TV속에서나 나오는 변태들?! 물론 타깃으로 삼은 인간 여자가 잘생기고, 몸매도 괜찮은 여자라는 것은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조금 분하지만 나보다 더 예쁘다.)이런! 정말 그게 맞는다면 내 위에 올라탄 이 녀석은…….
철커덕 처덕!
영화 속에서 많이 나오는 리볼버란 은색의 조그만 권총이 나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녀석은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는 왼손으로 내 목을 조르며, 허리를 숙인 채 오른발로 배를 꾹 눌렀다. 숨이 조금씩 막혀오며 답답했다.
“어쩐지. 너무 이상하더군.”
“너…도대체 무슨?”
마라는 최대한 모든 것을 숨기고 이 강도인지 변태인지도 모를 붉은 머리의 남자를 상대했다. 녀석은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키득거렸다. 그 모습은 남자와 달리 조용히 웃지만 공포심을 자극하고, 몸을 굳게 만드는 살기 넘쳐흐르는 힐드의 미소와 흡사했다. 몸을 자극하는 두려움에 몸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억제하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킥킥킥.
대답대신 돌아오는 비웃음 소리.
“당근히 이상하지. 대다수의 여자들은…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여군이고 자시고 간에 많이 바뀌었고, 아니지. 옛날 소비에트 연방에도 여군인들은 있었지?”
헛소리 같은, 알 수 없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입가에 웃음을 가득히 머금고 빛을 등진 남자는 어둠에 온 몸이 잠식 돼 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대다수 여자들은 건샵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아. 그리고 총을 만지는 사람들은 아무리 손 관리를 잘해도 너처럼 손이 깨끗하고 부드럽지는 않아.”
“큭. 그런 것인가?”
“암 그러지……. 평생 장갑이라도 끼고 쏘는 자도 아닌 한 그럴 수가 없지.”
마라는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이 의심스럽다고 파악한 정체불명의 붉은 눈의 남자를 쳐다본다. 리볼버의 차가운 총구의 섬뜩함에 입은 열 수 없었다.
“뭘....원하는 거지?”
“네놈 같은 마족 퇴물들에게 아무것도 얻고 싶은 것은 없어. 빼앗고 싶을 뿐이지!”
‘인간이 아니군.’
“흥. 그래봤자 말투나, 행동은 영화 속 악당 같은데? 차라리 우리와 손을 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약하게 조르고 있던 손을 더 세게 힘을 주었다. 마라가 발버둥 치며 저항하려 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다시 광소를 흘리며 설명을 계속 했다.
“너 같은 마족들은 그냥 죽음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모두의 이마에 총탄이나, 폭탄을 한발씩 먹여주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아~별말 없어. 하지만 네놈들은 타블렛이라는 것으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들었지. 점점 너 같은 괴짜 퇴물들도 없어지고 말이야…….”
남자의 지루하고 이상한 설명에 이제 질렸다는 얼굴로 빨리 끝내라며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붓는 마라였다.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못 읽었는지는 몰라도 어둠속에서 미소를 지어보이며 또다시 총구를 겨눴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알고 있는 듯 했다. 어쨌든 남자는 그녀의 소망대로 얼른 끝낼 것 같은 의도로 말했다.
“첫 번째 어차피 마족이니 돈은 필요 없겠지? 그러니 저기 진열장에 장식 되어 있는 스콜피온 경기관총을 내놔, 탄창 10개와 함께”
“윽 알았다.”
“그리고 두 번째!”
“또…있냐?”
지겨운 놈! 얼른 총 가지고 꺼져!!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가운 금속성이 요란한 리볼버에 덜덜 떨며 그의 요구에 응해줄 수밖에 없었다.
“힐드 녀석은 잘 있냐?”
“!! 네놈이 어떻게 그 분의 이름을?”
“그딴 것은 네가 알바 아냐. 네가 무슨 체카(KGB)정도 되는 인물이라면...알려줄 생각도 있지만. 어쨌든 힐드한테 안부나 전해줘. 총을 가지고 갔다고 말하고, 러시아에서 왔다고만 하면 대충 누구인지 짐작할 거다.”
“그게 다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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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립군요. 다음 편부터는 이 어이없는 밀리터리 주책꾼 묠니르가 아닌 본격적인 케이군과
베르단디님의 두근두근 러브러브(?)를 써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우드드득.]
코멘은 작가에게 힘을 주는 각성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정말 맛있는 음료수로군. 이거 제조방법만 알면 마계에서도 해 먹고 싶은데 말이야!”
좀 전 게임으로 승부를 낸 뒤 다시 유유자적. 주스와 월광욕에 신경을 쏟아 붓는 힐드. 그녀의 이런 낙천적인 모습에 입이 빼죽 튀어나와 무언의 압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에게 신호를 보내는 마라. 매 사건을 벌일 때마다 드러나는 독거미같은 치밀함과 공포감이 한낱 바보상자로 오락을 하는데만 튀어나온데 대한 불만이었다.
“뭐야~게임에서 네 소비에트 제국이 망해서 삐친 거냐? 우습기는.”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점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무슨 몇 살짜리 꼬맹이도 아니고 그런 게임 하나에 삐치겠냐구요! 라며 항변하려다 그만두고 조용히 유리잔에 음료수를 따르는 마라. 그녀의 이런 삐딱하고 불만스런 얼굴이 게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대마계장이 입을 열었다.
“심심한가 보지? 여신들에게 함정을 파서 쫓아내고도 싶고?”
“헛! 그. 그걸 어떻게?”
허를 찔린 마라가 뜨끔한 얼굴로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다 그만두었다. 어차피 들킨 거 힐드님께 다 털어놓자고 생각하는 마라였다. 그녀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
“평상시 같으면 치밀하게 계획한 대로 밀고 나가서 상대방들을 곤란에 빠뜨리거나, 울드를 조건으로 말도 되지 않는 내기를 세우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텐데……. 왜 지난 며칠간 행동도 하지 않고 밤새 월광욕과 게임을 즐기는 거냐고 생각한 거지?”
‘컥!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말하다니.’
대마계장들만 가지고 있는 뭔가 특별한 독심술 능력 같은 것이라도 있나? 마라는 새삼 처음으로 드러나는 힐드의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에 놀라워하며 할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 상급마족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말았다. 아무리 흑마술과 마력에 대한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능력자라 해도.
‘바보~남의 마음을 어떻게 읽겠어?’
“대단하나…….정말 대단해.”
자신은 생각만으로 상대방에 대해 감탄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주위 사람들이 듣기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마라는 조금 특이한 버릇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조용히 자신의 생각에 빠져 그 생각이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힐드는 주위를 나도는 모기소리 마냥 아주 미세한 힐드의 말소리와 입모양을 보고 파악한 것뿐이었다.
“힐드님!! 도대체 지금 이런 곳에서 뭐 하시자는 겁니까?”
자기만의 생각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부하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차며 유리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힐드. 주황색의 액체가 그녀의 자그만 목을 타고 넘어갔다.
“힐드님!! 저희 이번에도 안 나가는 겁니까? 힐드님!! 대체 우리가 왜 이래야 되는 겁니까? 천하에 못하는 일이 없으신 힐드님께서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조용히 해라 마라.”
그러나 마라는 힐드가 뭐라 하는지 듣지를 못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털며 하루빨리 이 지겨운 곳에서 나가자며 제안을 했다. 몇 번 조용히 하라고 말해도 못 알아 듣는 상급마족의 모습에 그만.
쨍그랑.
“헉! 힐드님!!”
“아 나 참. 조용히 하라니까.”
눈빛을 번뜩이며 노려보는 힐드. 그녀의 갈갈이 날뛰는 모습과, 도도하다 못해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에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입을 다물고 경청할 수밖에 없는 마라. 힐드의 팔목으로 주황색 액체가 손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그 자그마한 손바닥에는 고여있는 한줌의 음료수와 한순간에 부서진 유리잔의 파편들이 남겨져 있었다.
“그래! 원래대로라면 오랜만에 울드라도 만나러 가서 재미있는 내기라도 한판 걸거나, 다시 돌아온 도우미 여신도 있으니 아주 재미있는 흉계를 꾸미겠지. 안 그래?”
“그, 그렇겠죠.”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마라. 그녀의 주눅 든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무시하고 하늘 위를 올려다본 채로 계속 잇는 힐드였다.
“하지만 그게 안 돼. 신녀석이 나보다 더 무서운 흉계를 꾸며놨어!”
“예? 흉계라뇨?”
“그래. 흉계 말야~!”
아니 솔직히 강하지만 자신보다 못 미치는 능력의 소유자 힐드님께서 무슨 짓을 벌이든 내버려 두고 있던 신이란 작자가 도대체? 왜? 흉계를?? 마라의 머릿속은 복잡함으로 뒤섞였고, 그녀의 생각을 읽은(?) 힐드는 이를 조금 갈며 실핏줄을 그었다. 하지만 마라는 모르는 듯 했다. 꾹 참으며 설명을 잇기로 맘먹은 힐드.
“정보부라고 혹시 아냐?”
“?? 미국의 CIA인가요?”
“아냐. 틀려! 그런 녀석들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부서야. 천계에 소속된 부서니까 지구에서 찾을 필요는 없어. 포장된 단어로 말하자면 ‘정보 나눔이 센터’라고 했던가?”
“..........그들이 어째서요?”
“녀석들이 해체되었어.”
“해체?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예?”
무의식적으로 정말 무서운 놈들이 내려왔구나라고 생각한 마라가 헛말을 취소하고 반문한다. 아니 해체되었다면 잘된 것 아닌가? 어떤 녀석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CIA처럼 온갖 특수한 일을 할 것 같은데? 혹시 요즘 유행한다는 천계의 첨단병기인 ‘부스터(잘 모르시겠다는 분은 설정자료를 참조하시길)’같은 걸로 무장하고 있는 것인가? 문득 모 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007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오는 마라였다.
“대충 네놈 생각이 맞기는 한데. 그 부스터(참고로 제 소설 속에서의 부스터는 만화책에서 나왔던 증폭기계열과 무기계열로 나눠집니다.)는 정보부가 쓰는 물품이 아니라 전투부가 주로 쓰는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헉! 또 내 생각을.”
마라가 바람 들이키는 소리를 하며 조용해졌다. 그런 바보 같은 그녀의 모습에 피식 입가에 실선을 긋는 힐드.
“정보부에 대해서 별로 알려진 것은 없어. 1급 비한정 여신들만이 그들의 정보를 20%정도 읽을 수 있지. 그것도 그들이 이름과 부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난 뒤에 궁금해지면 묻는 것이 정상이야.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름과 소속도 없이 조용해!”
“에엑? 진짜 이름도 없이 활동해요?”
“그래~! 천계가 2차 신마대전 이후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덕택이란 말이 있을 정도지.”
“...................”
조용히 침묵을 지킨 채 힐드의 설명을 계속 전해 듣는 마라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과거 1차 때는 그들에게 유린당하다시피 하던 신들이 잠자다가 코털을 건드림을 당한 백수의 왕 호랑이처럼 들고 일어섰고, 2차 때는 자신들 쪽에 수많은 희생자가 터져 나왔다는 사실……. 역사를 아는 모든 마족들에게 있어서 그때의 상황은 공포 자체를 상징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고,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 그때부터.
“맞아. 그 전투 이후로 타블렛 제도(생명 공유)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지, 휴전과 함께.”
물론 그 제도가 시행되고 전쟁이 끝난 것은 좀 더 뒷날의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기에 넘어가는 마족들이었다.
“그래도 단 한 가지 알려진 사실이 있지!”
“?? 그게 뭣인데요?”
하아. 한숨을 내쉬더니 피식 웃었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기를 반복하는 힐드의 모습에, 좀 빨리 좀 말씀하세요! 뜸들이지 마시고!!라며 절로 혼잣말이 튀어나온 마라. 그녀의 재촉에 알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갈색얼굴이 그녀를 주시했다.
“이종족이, 그러니까……. 우리 마족 출신이 정보부에 있다는 사실!”
“이봐요!”
뭐야! 누가 남의 단잠을……. 앗! 침이 흘렀다. 나는 내가 베고 잔 유리진열장 위에 걸쭉한 타액이 묻어나온 것을 손님 몰래 조용히 지웠다. 급히 거울을 찾아보고는 입가에 남은 침자국을 서둘러 지웠다. 나의 얼굴이 다른 것을 보고 놀랐다가 어젯밤부터 새로운 작전을 위해 인간의 몸을 빌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쳇 깜짝 놀랐네!
“어, 어서 오십시오. 무얼 찾으시는지?”
“정말 어이가 없군요. 손님을 놔두고 잠을 자는 것은 이해를 하는데……. 가게 설명책자에는 나와 있지도 않는 건샵(Gun Shop)이라니.”
아차!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총파는 상점이었지. 나는 TV에서 본 것처럼 최대한 상인인척 미소를 꾸미고 손을 싹싹 비볐다.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 웃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만의 작전을 위해서!! 힐드님께서 무얼 걱정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나는 반드시 나만의 작전을 성공하겠다. 크하하하하~!
“조금 어이는 없지만…지포라이터도 팔고 있으니. 지포라이터 하나, 약간의 슬러그 탄을 주시오.”
“옙 슬러그 탄!”
흐흐흐! 생각해보니 이 붉은 머리에, 붉은 두 눈동자, 미남인 것 같기는 한데 미소가 메마른 것 같아서 기분 나쁜 이 자식!! 분명 베르단디와 그 맘에 안 드는 인간 ‘케이이치’와 한패인 것이 분명한 놈이군.
“??”
녀석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변한 채 어리둥절하며 내 웃음의 의미를 찾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리버리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녀석에게 딱 맞는 흑마술 저주와 그에 걸맞는 물품이 있지.
“그런데 이곳...허가는 된 곳입니까?”
“아 예 그렇습죠! 하하하.”
……이 녀석 깜짝 놀래키네! 킥킥 그렇지 않으면 어쩔 건데? 합법이 아닌 불법이야! 이 곳 일본에 있다는 모든 오타쿠들을 우리 마족의 군대화시키기 위해서…얼라라? 웃고 있네?
“그런데 이상해. 너무 이상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저 손님 무슨 소리를?!”
휙! 철컥!!
“으악 이게 무슨!!”
갑자기 녀석이 나를 덮쳤다. 헉 설마 TV속에서나 나오는 변태들?! 물론 타깃으로 삼은 인간 여자가 잘생기고, 몸매도 괜찮은 여자라는 것은 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조금 분하지만 나보다 더 예쁘다.)이런! 정말 그게 맞는다면 내 위에 올라탄 이 녀석은…….
철커덕 처덕!
영화 속에서 많이 나오는 리볼버란 은색의 조그만 권총이 나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녀석은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는 왼손으로 내 목을 조르며, 허리를 숙인 채 오른발로 배를 꾹 눌렀다. 숨이 조금씩 막혀오며 답답했다.
“어쩐지. 너무 이상하더군.”
“너…도대체 무슨?”
마라는 최대한 모든 것을 숨기고 이 강도인지 변태인지도 모를 붉은 머리의 남자를 상대했다. 녀석은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키득거렸다. 그 모습은 남자와 달리 조용히 웃지만 공포심을 자극하고, 몸을 굳게 만드는 살기 넘쳐흐르는 힐드의 미소와 흡사했다. 몸을 자극하는 두려움에 몸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억제하며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킥킥킥.
대답대신 돌아오는 비웃음 소리.
“당근히 이상하지. 대다수의 여자들은…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여군이고 자시고 간에 많이 바뀌었고, 아니지. 옛날 소비에트 연방에도 여군인들은 있었지?”
헛소리 같은, 알 수 없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입가에 웃음을 가득히 머금고 빛을 등진 남자는 어둠에 온 몸이 잠식 돼 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대다수 여자들은 건샵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아. 그리고 총을 만지는 사람들은 아무리 손 관리를 잘해도 너처럼 손이 깨끗하고 부드럽지는 않아.”
“큭. 그런 것인가?”
“암 그러지……. 평생 장갑이라도 끼고 쏘는 자도 아닌 한 그럴 수가 없지.”
마라는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이 의심스럽다고 파악한 정체불명의 붉은 눈의 남자를 쳐다본다. 리볼버의 차가운 총구의 섬뜩함에 입은 열 수 없었다.
“뭘....원하는 거지?”
“네놈 같은 마족 퇴물들에게 아무것도 얻고 싶은 것은 없어. 빼앗고 싶을 뿐이지!”
‘인간이 아니군.’
“흥. 그래봤자 말투나, 행동은 영화 속 악당 같은데? 차라리 우리와 손을 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약하게 조르고 있던 손을 더 세게 힘을 주었다. 마라가 발버둥 치며 저항하려 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다시 광소를 흘리며 설명을 계속 했다.
“너 같은 마족들은 그냥 죽음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모두의 이마에 총탄이나, 폭탄을 한발씩 먹여주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아~별말 없어. 하지만 네놈들은 타블렛이라는 것으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들었지. 점점 너 같은 괴짜 퇴물들도 없어지고 말이야…….”
남자의 지루하고 이상한 설명에 이제 질렸다는 얼굴로 빨리 끝내라며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붓는 마라였다.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못 읽었는지는 몰라도 어둠속에서 미소를 지어보이며 또다시 총구를 겨눴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남자의 행동을 보아서는 알고 있는 듯 했다. 어쨌든 남자는 그녀의 소망대로 얼른 끝낼 것 같은 의도로 말했다.
“첫 번째 어차피 마족이니 돈은 필요 없겠지? 그러니 저기 진열장에 장식 되어 있는 스콜피온 경기관총을 내놔, 탄창 10개와 함께”
“윽 알았다.”
“그리고 두 번째!”
“또…있냐?”
지겨운 놈! 얼른 총 가지고 꺼져!!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가운 금속성이 요란한 리볼버에 덜덜 떨며 그의 요구에 응해줄 수밖에 없었다.
“힐드 녀석은 잘 있냐?”
“!! 네놈이 어떻게 그 분의 이름을?”
“그딴 것은 네가 알바 아냐. 네가 무슨 체카(KGB)정도 되는 인물이라면...알려줄 생각도 있지만. 어쨌든 힐드한테 안부나 전해줘. 총을 가지고 갔다고 말하고, 러시아에서 왔다고만 하면 대충 누구인지 짐작할 거다.”
“그게 다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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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립군요. 다음 편부터는 이 어이없는 밀리터리 주책꾼 묠니르가 아닌 본격적인 케이군과
베르단디님의 두근두근 러브러브(?)를 써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우드드득.]
코멘은 작가에게 힘을 주는 각성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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