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의 그대에게..(6) -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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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두두둑!
갑작스레 퍼붓기 시작하는 비에 심야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의 처마에 들어가서 잠시 가만히 섰다. 가만히 서 있자니 버릇처럼 몸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내에 최적의 휴식상태로 근육을 풀어버리고 있었다. '세살 버릇은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이 순간만큼은 지독히도 혐오스러웠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몸은 이전의 것들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정말로 증오스럽고, 부러웠다.
"찾았다. 시.키."
"누구시더라? 왠지 익숙한 얼굴인 것 같은데?"
"하아아!? 정말이지 모조리 잊고 있구나. 어쩌면 그것이 네가 본래 가졌어야할 인격, 음 인격이라기엔 정의가 너무 애매모호하니.. 그래 너의 정보였겠지."
"당신 설마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인가?"
"조금쯤이야 알고있지. 이거정도는 기억해 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야. '선생님'이라는 단어말야."
카칫!
음성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몸의 근육은 잔뜩 흥분한채로 상대의 결계를 완전히 토막쳐버렸다. 결계를 토막친 후에 녀석의 뒤쪽으로 사뿐히 내려앉을 무렵 녀석은 놀랍게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짜증나는 녀석이다. 위험하다. 라고 뇌에서는 더욱 강렬한 판단을 내렸다. 녀석도 박수를 치고 있지만, 약간은 실책한 표정이었다.
"놀랐어. 잔뜩 마력을 불어 넣은채로 펼친 결계 였었는데, 단번에 토막쳐버리다니. 토오코 녀석이 아끼던 결계 룬석(Rune石)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잖아."
"알다가도 모를소리만 잔뜩하는군. 그래서?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네녀석도 다른 마법사들처럼 나를 처리하러 왔다. 이런 레파토리인가?"
"헤에~ 완전히 잔뜩 겁먹은 도둑고양이 같이 말하네. 그런거라면 안심해. 적어도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니라고 봐도 무관해."
"......"
"이봐아~ 진짜라니까? 왜 안믿어준담?"
그러고서 녀석은 피식 웃었다. 왠지 아련한 기억중에서 저런 웃음을 본 기억이 있는것 같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믿어볼 상대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녀석의 몸에서는 점과 선이 그야말로 손을 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면, 그 마안살의 안경.. 잘 가지고 있어줬구나."
녀석은 그 말을 마치고서는 기지개를 켠뒤에 녀석의 것으로 여겨지는 가방을 들고서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뒤돌아 서서 가버렸다. 지난번의 그 시커먼 중녀석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마법사라는 족속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인사따윈 없구나. 기다려봤는데.."
라는 소리가 들려온 후에 녀석의 모습은 사라졌다.
***
"대책따윈 생각도 안하는거야 뭐야? 시계탑녀석들 지금 지네들 잘났다고 날뛰는거냐!"
"물어봤자. 쉽게 대답해 주실 분도 아닌걸 자네가 더 잘 알텐데 말야."
"그러니까! 네 녀석이 물어보면 대답해줄꺼 아냐! 캬악!"
암녹색의 눈빛은 흉흉한 빛을 띄고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웃으면서 눈빛을 조용히 흘려보내 버릴 뿐이었다. 조용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이내에 다시금 암녹색의 눈빛이 흉흉해지더니 상대방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 말은! 나만 빼놓고 지네들끼리 쑥덕 거렸다는 소리잖냐!"
"그럴지도.."
"그럴지도.. 따위의 말이 쉽게 나와! 아앙!? 제기랄 저주에 묶여서 사는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말야! 나만 쏘옥~ 빼놓고 지네들끼리 잘 먹고 잘 살겠다. 이 심보냐!"
"흥분을 좀 가라 앉히고 생각해보게나. 솔직히 저주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능력을 상실한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
그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지적에 암녹색의 눈빛은 이내에 침울해지더니 상대방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금빛 머릿결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할말이 없을 때의 반응이었다. 상대방은 주머니에 손을 슬쩍 넣고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시계탑쪽에서 해를 끼친일이 없으니 자중하라는 분위기정도. 하지만 곧 뭔가 일이 터질것 같으니 자네도 준비하는게 좋을듯 싶은데."
"흐응.. 저주에 묶여서 사는 나에게 무슨 준비.. 그냥 곱게 죽으면 그뿐이야."
뾰루퉁하게 말하고서 암녹색의 눈빛은 도도도 뛰어가 버렸다.
"이런~ 또 아픈 곳을 건들이고 만 것인가?"
상대방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면서 말했다.
***
어두운 밤길을 수도없이 다시 살피고 또 살폈다. 혹시라도 모를 기대에 부풀어서 계속해서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흑백이 부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도시의 밤거리 뿐이었다. 그 가운데로 다니는 것은 색을 잃고서 살아가는 사람과 그리고 도둑고양이들 뿐이었다.가로등에서 뛰어 내려와 밤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거닐었다.
그렇지만 몇번인가 가로등의 곁에 그가 서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일 때면 차가운 바람에 그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도데체 몇번째인걸까?"
기억하지 못할까봐 하얀 블라우스에 보라색 스커트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채 이 벤치에 앉아 있으면 찬 바람이 더 거세어질 뿐이었다.
"또 인가? 너도 마법사냐?"
"에.."
뭘까? 하면서 단순히 뒤를 돌아봤을 때에는 어두운 그림자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를 보고서 일어났을 때에는 검은 교복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몇번이나 껌뻑이고 나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시키? 시키지? 시키 맞는거지? 그렇지?"
"마법사인가?"
"시키구나! 기원을 느껴지지 않아서 완전히 소멸해버린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여기에서 기다리길 잘했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기쁜 마음에 시키에게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나의 곁을 스친것은 차가운 죽음의 선을 가르는 감촉 뿐이었다. 다행이랄까? 빠르게 반응한 나의 몸은 옆으로 슬쩍 비켜서 있었고, 시키의 단도는 애꿎은 가로등만은 반으로 갈라버렸을 뿐이었다.
"강해. 처음이야. 점과 선이 보이지 않는 존재는.."
"시..키? 어째서 공격을!?"
"마법사라는 녀석들은 끈질기군. 이젠 이런 괴물까지 보내다니.."
"이봐! 시키! 내 말을 듣고 있는거야? 설마 기억을 잃은거야?"
기억이라는 말에 갑작스레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긴 머릿결의 시키는 이윽고 단도를 내게 치켜든채로 입을 열었다.
"말해두지만, 난 네가 누군지 몰라. 어렴풋한 기억속에는 네가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만 지금은 아냐. 그러니까 제발 나를 이대로 놓아줘. 아니면 정말로 너를 죽일지도 몰라."
"기억이 없어진거구나?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내가 기억을 찾아줄테니까."
"시끄러!"
하면서 일시에 달려드는 시키였지만, 완전한 상태의 나에게 쫓아오기엔 약간은 부족함이 엿보였다. 솔직히 죽음의 요인을 완전히 커버 받고 있는 이 상태에서야, 아무리 단도로 살을 짖이겨도 회복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결국 시키를 잡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퍼어억!
강하게 시키의 복부를 가격하자. 의외로 쉽게 무너져 버렸다. 축 쳐진 시키를 바라보니, 눈 밑이 무척이나 검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면부족이군. 이 정도로 잠들지 못하게 마법사 녀석들이 추격해 왔던 것인가? 마법사에 대한 경계심이 굉장히 강한 걸로 봐서는 그쪽이 맞을지도?"
혼자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자, 해답따윈 튀어나오지 않았다. 일단 시키의 기억을 되찾아 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치료라면 역시 카레 바보에게 가봐야겠지? 일단 시키의 몸 상태도 최악이고 하니."
입가에 싱긋 미소를 매단채 이제 막 해가 뜨려고 한쪽이 붉어지는 검푸른 하늘을 갈랐다.
***
"오랫만에 착한 일을 하신거군요. 당신."
"그런거지. 그런데 그 얼굴은 뭐야? 시엘? 동정하는 듯한 그 눈빛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서는 저 하얀 흡혈귀의 해맑은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더욱 한숨이 길게 새어나올 뿐이었다. 이런 반응에 화난 것일까? 볼을 부풀리며 붉은 기운을 피어올리는 이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붙잡고 테라스에서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서 무거워져만 가는 입을 열었다.
"당신.. 오빠를 만났었나요?"
"..세상에! 그 녀석 벌써 풀려난거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건지 이쪽이 제일 궁금해요! 알카드의 시스코..ㅁ.. 웁! 웁!"
"조용히해! 일단 시키부터 회복해 달란말야."
"알겠다구요. 뮤리엘? 숨어 있지만 말고 나와서 좀 거들어요."
"쿠쿡.. 여전히 사이가 나쁘시군요. 그걸 아키하님의 식대로 풀어보자면, 상성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까?"
"시끄러워요. 일단 치료를 하려면 토노군의 옷을 벗겨야하는데.. 그.. 저와 알퀘이드는 일단 여자니까. 뮤리엘에게 부탁할께요."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하실 필요까지야. 아무튼 알겠습니다."
뮤리엘의 대답을 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끝까지 이 자리에 버티려고 하는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붙잡고 질질질 끌고 나갔다. 현관 문 밖까지 끌고 나와서야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놓았다. 여전히 볼을 부풀린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이 하얀 흡혈귀를 달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말이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은 고요하기만 한 도시의 풍경 사이로 누군가의 기겁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 낌이라고 하기보단! 그건 분명 뮤리엘의 목소리였다.
이미 알퀘이드는 현관문을 거의 잡아 뜯듣이 열고서는 집 안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그 뒤를 바로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에 약간은 할말을 잃었다.
"에에에엑!?"
"집정관님.. 토노군은 남성이 아니었습니까?"
"예에에에에에!?"
가만히 토노군의 몸으로 시선을 돌리자, 적당한 크기의 동산 두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뮤리엘이 기겁했을만한 모습이었다. 알퀘이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여기에서 기다려도 되지?"
"시.. 시끄러워요! 당신!"
-月光の低い部品のあなたに(달빛아래의 그대에게)-
갑작스레 퍼붓기 시작하는 비에 심야시간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의 처마에 들어가서 잠시 가만히 섰다. 가만히 서 있자니 버릇처럼 몸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내에 최적의 휴식상태로 근육을 풀어버리고 있었다. '세살 버릇은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이 순간만큼은 지독히도 혐오스러웠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몸은 이전의 것들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정말로 증오스럽고, 부러웠다.
"찾았다. 시.키."
"누구시더라? 왠지 익숙한 얼굴인 것 같은데?"
"하아아!? 정말이지 모조리 잊고 있구나. 어쩌면 그것이 네가 본래 가졌어야할 인격, 음 인격이라기엔 정의가 너무 애매모호하니.. 그래 너의 정보였겠지."
"당신 설마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인가?"
"조금쯤이야 알고있지. 이거정도는 기억해 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야. '선생님'이라는 단어말야."
카칫!
음성을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몸의 근육은 잔뜩 흥분한채로 상대의 결계를 완전히 토막쳐버렸다. 결계를 토막친 후에 녀석의 뒤쪽으로 사뿐히 내려앉을 무렵 녀석은 놀랍게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짜증나는 녀석이다. 위험하다. 라고 뇌에서는 더욱 강렬한 판단을 내렸다. 녀석도 박수를 치고 있지만, 약간은 실책한 표정이었다.
"놀랐어. 잔뜩 마력을 불어 넣은채로 펼친 결계 였었는데, 단번에 토막쳐버리다니. 토오코 녀석이 아끼던 결계 룬석(Rune石)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잖아."
"알다가도 모를소리만 잔뜩하는군. 그래서?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네녀석도 다른 마법사들처럼 나를 처리하러 왔다. 이런 레파토리인가?"
"헤에~ 완전히 잔뜩 겁먹은 도둑고양이 같이 말하네. 그런거라면 안심해. 적어도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니라고 봐도 무관해."
"......"
"이봐아~ 진짜라니까? 왜 안믿어준담?"
그러고서 녀석은 피식 웃었다. 왠지 아련한 기억중에서 저런 웃음을 본 기억이 있는것 같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믿어볼 상대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녀석의 몸에서는 점과 선이 그야말로 손을 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면, 그 마안살의 안경.. 잘 가지고 있어줬구나."
녀석은 그 말을 마치고서는 기지개를 켠뒤에 녀석의 것으로 여겨지는 가방을 들고서는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뒤돌아 서서 가버렸다. 지난번의 그 시커먼 중녀석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마법사라는 족속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인사따윈 없구나. 기다려봤는데.."
라는 소리가 들려온 후에 녀석의 모습은 사라졌다.
***
"대책따윈 생각도 안하는거야 뭐야? 시계탑녀석들 지금 지네들 잘났다고 날뛰는거냐!"
"물어봤자. 쉽게 대답해 주실 분도 아닌걸 자네가 더 잘 알텐데 말야."
"그러니까! 네 녀석이 물어보면 대답해줄꺼 아냐! 캬악!"
암녹색의 눈빛은 흉흉한 빛을 띄고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웃으면서 눈빛을 조용히 흘려보내 버릴 뿐이었다. 조용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이내에 다시금 암녹색의 눈빛이 흉흉해지더니 상대방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 말은! 나만 빼놓고 지네들끼리 쑥덕 거렸다는 소리잖냐!"
"그럴지도.."
"그럴지도.. 따위의 말이 쉽게 나와! 아앙!? 제기랄 저주에 묶여서 사는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말야! 나만 쏘옥~ 빼놓고 지네들끼리 잘 먹고 잘 살겠다. 이 심보냐!"
"흥분을 좀 가라 앉히고 생각해보게나. 솔직히 저주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능력을 상실한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지?"
그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지적에 암녹색의 눈빛은 이내에 침울해지더니 상대방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금빛 머릿결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할말이 없을 때의 반응이었다. 상대방은 주머니에 손을 슬쩍 넣고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시계탑쪽에서 해를 끼친일이 없으니 자중하라는 분위기정도. 하지만 곧 뭔가 일이 터질것 같으니 자네도 준비하는게 좋을듯 싶은데."
"흐응.. 저주에 묶여서 사는 나에게 무슨 준비.. 그냥 곱게 죽으면 그뿐이야."
뾰루퉁하게 말하고서 암녹색의 눈빛은 도도도 뛰어가 버렸다.
"이런~ 또 아픈 곳을 건들이고 만 것인가?"
상대방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면서 말했다.
***
어두운 밤길을 수도없이 다시 살피고 또 살폈다. 혹시라도 모를 기대에 부풀어서 계속해서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흑백이 부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도시의 밤거리 뿐이었다. 그 가운데로 다니는 것은 색을 잃고서 살아가는 사람과 그리고 도둑고양이들 뿐이었다.가로등에서 뛰어 내려와 밤의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거닐었다.
그렇지만 몇번인가 가로등의 곁에 그가 서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휩싸일 때면 차가운 바람에 그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도데체 몇번째인걸까?"
기억하지 못할까봐 하얀 블라우스에 보라색 스커트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채 이 벤치에 앉아 있으면 찬 바람이 더 거세어질 뿐이었다.
"또 인가? 너도 마법사냐?"
"에.."
뭘까? 하면서 단순히 뒤를 돌아봤을 때에는 어두운 그림자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를 보고서 일어났을 때에는 검은 교복이 보였다. 그리고 눈을 몇번이나 껌뻑이고 나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시키? 시키지? 시키 맞는거지? 그렇지?"
"마법사인가?"
"시키구나! 기원을 느껴지지 않아서 완전히 소멸해버린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여기에서 기다리길 잘했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기쁜 마음에 시키에게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나의 곁을 스친것은 차가운 죽음의 선을 가르는 감촉 뿐이었다. 다행이랄까? 빠르게 반응한 나의 몸은 옆으로 슬쩍 비켜서 있었고, 시키의 단도는 애꿎은 가로등만은 반으로 갈라버렸을 뿐이었다.
"강해. 처음이야. 점과 선이 보이지 않는 존재는.."
"시..키? 어째서 공격을!?"
"마법사라는 녀석들은 끈질기군. 이젠 이런 괴물까지 보내다니.."
"이봐! 시키! 내 말을 듣고 있는거야? 설마 기억을 잃은거야?"
기억이라는 말에 갑작스레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긴 머릿결의 시키는 이윽고 단도를 내게 치켜든채로 입을 열었다.
"말해두지만, 난 네가 누군지 몰라. 어렴풋한 기억속에는 네가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만 지금은 아냐. 그러니까 제발 나를 이대로 놓아줘. 아니면 정말로 너를 죽일지도 몰라."
"기억이 없어진거구나? 그런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내가 기억을 찾아줄테니까."
"시끄러!"
하면서 일시에 달려드는 시키였지만, 완전한 상태의 나에게 쫓아오기엔 약간은 부족함이 엿보였다. 솔직히 죽음의 요인을 완전히 커버 받고 있는 이 상태에서야, 아무리 단도로 살을 짖이겨도 회복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결국 시키를 잡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퍼어억!
강하게 시키의 복부를 가격하자. 의외로 쉽게 무너져 버렸다. 축 쳐진 시키를 바라보니, 눈 밑이 무척이나 검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면부족이군. 이 정도로 잠들지 못하게 마법사 녀석들이 추격해 왔던 것인가? 마법사에 대한 경계심이 굉장히 강한 걸로 봐서는 그쪽이 맞을지도?"
혼자서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자, 해답따윈 튀어나오지 않았다. 일단 시키의 기억을 되찾아 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치료라면 역시 카레 바보에게 가봐야겠지? 일단 시키의 몸 상태도 최악이고 하니."
입가에 싱긋 미소를 매단채 이제 막 해가 뜨려고 한쪽이 붉어지는 검푸른 하늘을 갈랐다.
***
"오랫만에 착한 일을 하신거군요. 당신."
"그런거지. 그런데 그 얼굴은 뭐야? 시엘? 동정하는 듯한 그 눈빛은?"
한숨을 푸욱 내쉬고서는 저 하얀 흡혈귀의 해맑은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자 더욱 한숨이 길게 새어나올 뿐이었다. 이런 반응에 화난 것일까? 볼을 부풀리며 붉은 기운을 피어올리는 이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붙잡고 테라스에서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서 무거워져만 가는 입을 열었다.
"당신.. 오빠를 만났었나요?"
"..세상에! 그 녀석 벌써 풀려난거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건지 이쪽이 제일 궁금해요! 알카드의 시스코..ㅁ.. 웁! 웁!"
"조용히해! 일단 시키부터 회복해 달란말야."
"알겠다구요. 뮤리엘? 숨어 있지만 말고 나와서 좀 거들어요."
"쿠쿡.. 여전히 사이가 나쁘시군요. 그걸 아키하님의 식대로 풀어보자면, 상성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겁니까?"
"시끄러워요. 일단 치료를 하려면 토노군의 옷을 벗겨야하는데.. 그.. 저와 알퀘이드는 일단 여자니까. 뮤리엘에게 부탁할께요."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하실 필요까지야. 아무튼 알겠습니다."
뮤리엘의 대답을 듣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끝까지 이 자리에 버티려고 하는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붙잡고 질질질 끌고 나갔다. 현관 문 밖까지 끌고 나와서야 하얀 흡혈귀의 손목을 놓았다. 여전히 볼을 부풀린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이 하얀 흡혈귀를 달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말이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은 고요하기만 한 도시의 풍경 사이로 누군가의 기겁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 낌이라고 하기보단! 그건 분명 뮤리엘의 목소리였다.
이미 알퀘이드는 현관문을 거의 잡아 뜯듣이 열고서는 집 안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그 뒤를 바로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에 약간은 할말을 잃었다.
"에에에엑!?"
"집정관님.. 토노군은 남성이 아니었습니까?"
"예에에에에에!?"
가만히 토노군의 몸으로 시선을 돌리자, 적당한 크기의 동산 두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뮤리엘이 기겁했을만한 모습이었다. 알퀘이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여기에서 기다려도 되지?"
"시.. 시끄러워요! 당신!"
-月光の低い部品のあなたに(달빛아래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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