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여신님-세계를 구하기 위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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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간의 소동이 지나간 후, 그들은 전망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티타임을 가졌다. 울드는 술을 마시려 했지만 이런 날에 무슨 술이냐면서 베르단디가 압수했다. 그리하여 술병이 들려있던 울드의 손에는 베르단디가 가장 좋아하는 다즐링 홍차가 담긴 찾잔이 자리잡고 있었다.
“쳇, 술 좀 마시는게 뭐 어떻다고, 뭐 이것도 마실 만 하네.”
울드는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홍차를 한모금씩 마셨다.
홍차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독특한 향과 맛으로 기름기가 많은 식사 후 마시면 개운한 얼 그레이, 강한 맛과 은은한 향으로 밀크티로 마시면 더욱 좋은 아쌈, 아름다운 황금빛 색깔과 아주 그윽한 맛, 그리고 섬세한 차향기가 일품인 실론티, 샴폐인, 딸기, 장미향의 조화로 상쾌하고 시원한 여름바다의 느낌을 주는 썸머, 독특한 맛과 상쾌하고 달콤한 향으로 러시아의 부유층의 인기를 끈 러시안카라반, 밝은색과 질 부드러운 향, 질 좋은 백포도주의 맛이 특징인 다즐링 등 홍차의 종류는 상당히 많은데 베르단디는 그 중에서 다즐링을 가장 좋아한다. 울드도 다즐링에서 백포도주의 맛을 느끼기 때문에 다즐링을 홍차중에서 선호하고 스쿨드는 러시안카라반을 좋아하고, 페이오스는 실론티를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베르단디가 직접 차를 우려낸 만큼 다즐링은 특유의 백포도주의 맛이 좀 더 입안에 오래 남고 그 향기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만약 다즐링을 처음 마셔본 사람이 베르단디가 우려낸 다즐링을 한번 맛본다면 모든 다즐링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고 식후에 즐기는 차를 다즐링으로 바꿀 것이다.
브루스 류는 자신의 손에 들린 찾잔을 노려보더니 단숨에 다즐링을 원샷 해 버리고는 빈 찾잔을 시민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하는 한마디….
“푸얼 차 한 잔.”
그는 전부터 즐겨 마시던 푸얼 차. 한국에서는 보이 차라 부르는 것을 찾았다. 브루스는 보이 차가 없으면 식사도 거부할 만큼 보이 차 애호가였다. 시민은 그의 행동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준비된 차는 얼 그레이, 실론 티, 러시안카라반, 다즐링 이렇게 4종류의 차가 준비되어 있고 보이 차는 미쳐 준비하지 못했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보이 차를 찾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죄송해요. 브루스. 보이 차를 미쳐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따 집에가면 드릴테니 지금은 참아주세요.”
시민이 브루스에게 사정하는데 베르단디가 자신이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보온병 하나를 꺼내더니 브루스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뭐냐?”
“푸얼 차에요. 브루스 씨가 즐겨 마신다기에 준비해 왔어요.”
푸얼 차는 운남 대엽종 차잎을 이용하여 햇볕에 건조시켜 만든 모차(母茶)를 이용하여 만든 차를 말하는데 오래되면 될 수록 떫은 맛이 사라지며,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잎을 우려낸 색깔은 옅은 홍색에서 세월이 지날수록 심홍색 계통으로 변해간다. 포장에는 대나무껍질을 사용하는데 습기를 막고 잡냄새를 여과시키는 기능이 있다. 형태는 잎차인 산차(散茶), 쪄서 덩어리로 만든 긴압차(緊壓茶)가 있으며, 긴압차의 종류는 병차, 전차, 긴차, 방차, 타차 등 시중에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보이차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에 시민과 유리도 자주 마시는 차다.
브루스는 베르단디의 말에 찌푸려졌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보온병을 받아 재빨리 시민에게 내밀었던 찾잔에 한잔 따라 마셨다.
“음…이 선명한 심홍색과 이 맛과 향, 이건 건창법으로 만든 청병보이차로군. 게다가 적어도 50년은 된 것 같은데……이 특상품을 어떻게 구했지? 혹시 많이 있으면 좀 줄 수 있겠나?”
브루스는 한모금씩 마시면서 연방 감탄사를 터트리더니 차에 대한 설명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차가 만들어진 유래와 시기, 만드는 방법과 상품과 하품의 구별법. 차를 마시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특히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시켜 주기에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크게 효과가 있다는 말에 테레이아와 미연은 매우 좋아하면서 당장 구입하겠다고 했다. 브루스가 설명할 때마다 옆에서 마리가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가인이 물어보니 자신도 아버님과 즐겨 마시는 차라고 했다.
브루스는 보이차를 설명하다가 차에 대한 유래까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의 설명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그의 설명이 끝나갈 무렵에는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브루스의 설명이 끝나자 재영과 가인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쉬지도 않고 그 긴 시간동안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가인들은 이 일로 인해서 브루스가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사람이란 걸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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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여긴가? 왜 하필 이런데서 만나자고 하는 건지….”
리리스는 한숨을 한번 푹 내쉰 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32구역에 위치한 불광사(佛匡寺)라는 이름의 사찰이었다. 리리스가 이곳에 온 것은 쿠사나기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 리리스의 모습은 가인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던 테레이아 민체스터가 아닌가! 단지 낮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가 달라진 것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가 되었다는 것 뿐. 리리스는 바로 테레이아 민체스터의 몸을 빌려 생활해온 것이다.
“여, 늦었어. 여왕님”
리리스가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곳에는 부처님 동상 위에 걸터앉아 있는 쿠사나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은 초류향과 비슷해 보였지만 검은색의 머리와 뱀을 닮은 눈동자. 그리고 붉은색의 히토에기누를 걸친 전형적인 옛 일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용마인의 3번째 주인격, 쿠사나기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쿠사나기를 아마타노 오로치라 생각하고 있다. 코마히코가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쿠사나기를 자신의 신검(神劍)인 토츠카노 츠루기로 물리치기 위해서다.
리리스는 쿠사나기의 시선에 마치 온몸에 수십마리의 뱀이 기어가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며 역겨움을 참기 위해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해야 했다. 그리고 재빨리 이곳에 부른 이유를 물었다. 좀 더 있다간 진짜 그와 한판 붙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곳에 부른 이유가 뭐지? 난 너처럼 한가한게 아니니까 빨리 용건만 간단히 말해.”
“켓! 우리 여왕님은 짜증내는 모습도 이쁜데? 어때, 나도 알고보면 꽤 화끈한 사람이라고.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되게 해줄 테니까 나랑 한번 자는게 어때?”
“그 입 닥쳐라. 지저분한 놈. 너랑 같은 몸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역겹다.”
“켓!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도련님! 항상 자기 혼자만 잘난 듯 행동하는 모습이 전부터 역겨웠어.”
서로 다투는 말소리와 함께 정문과 후문을 통해 두명이 들어섰는데 그들은 바로 스머그와 레비아탄이었다. 스머그는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두터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었고. 레비아탄은 금색 머리에 온몸에 부티나는 옷과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둘 다 진정하고 왔으면 얼른 앉아라. 곧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파프니르는 어디있나.”
“켓, 몰라. 그런 벙어리 자식은.”
“파프니르라면 곧 올거다.”
스머그는 아예 파프니르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그나마 이성적인 레비아탄이 쿠사나기의 질문에 답했다.
“그래, 레비아탄. 몇일 전에 브루스를 상대해본 느낌이 어때?”
쿠사나기의 질문에 레비아탄은 잠시 팔짱을 끼고 그때의 일을 떠올려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이 고작 인간에게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밀리기만 했던 것이다. 서로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들인데 쿠사나기가 그때의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하더군. 과연 그정도라면 브리트라와 초류향이 당할 만도 해. 솔직히 말해서 나 혼자로는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비록 그때는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 재대로 싸우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도 그가 엄청난 실력을 지닌 상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그를 없애야 내가 살 수 있다. 레비아탄은 마지막 말은 속으로 삼킨 채 말을 마무리했다. 쿠사나기는 레비아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리리스를 바라보았다.
“여왕님께 한가지 부탁이 있다. 다른 오라능력자들은 우리가 유인할 테니 여왕님은 오라의 주인에게 접촉해서 그를 꿈속에 가둬주길 바래. 위에서 서둘러 주길 주문해왔어. 이번일이 잘 되면 유메 크라이시스를 가석방 시켜준다고 하더군.”
리리스는 쿠사나기의 입에서 유메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리리스야. 모든 데몬족의 어머니의 이름인데 밤의 여왕이라는 뜻이야.’
자신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준 사람. 자신의 어머니며 언니이며 가족이었던 사람.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심한 소리를 해서 나를 무리하게 탈출 시키려다 오히려 감옥에 갇혀버린 사람. 자신의 제일 소중한 사람. 오라의 주인을 영원히 꿈속에 가두기만 하면 그녀가 다시 풀려나는 것이다! 자신의 죄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그 말이 사실이야? 정말 유메가 풀려날 수 있는 거야?”
그녀의 격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쿠사나기는 소매를 입을 가린 뒤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지금 자신이 한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저 오만한 밤의 여왕의 약점인 이상 자중에라도 철저히 이용해 줄 생각이었다. 초류향은 명예욕의 화신이기 때문에 바보같이 자기처럼 비열하다고 말하는 방법을 쓰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달랐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이용할 생각이었다.
“물론…사실이야. 거짓을 말할 생각은 없어. 이번 일만 무사히 끝내면 유메 크라이시스는 풀려나고 노아로 돌아가는 날 여왕님은 그녀와 같이 살 수 있어.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야? 설마…. 리리스는 뒷말을 끄는 쿠사나기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왠지 그 뒷말은 듣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을 부시한 채 쿠사나기는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일을 실패할 경우 그녀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군. 어쩌면 잔인하게 살해당해서 여왕님의 눈앞에 토막 난 시체를 던져줄지도…….”
“그만! 그 이상 말했다가는 요르문간드고 뭐고 죽여버리겠어!”
“아아. 진정하라고. 난 단지 만약의 사태를 얘기한 것뿐이니까. 실패한다고 진짜로 그런다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 가능하면 성공하라고. 여왕님.”
리리스는 또 다시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는 쿠사나기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알았다. 내가 오라의 주인을 맡지. 단, 그쪽도 확실하게 해야 할거야. 만약에 당신 때문에 실패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물론이지. 여왕님.”
걱정 마. 유메. 내가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그러니까…그때까지 부디 무사히 있어 줘.
리리스는 검은 피막의 날개를 펼쳐 날아가면서 유메와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해서 그녀를 구해내겠다 생각했다.
일주일 후, 인천, 부산, 제주도 세곳에서 여태 한번도 생긴 적이 없던 희한한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인천에서는 닿기만 하면 모조리 녹여버리는 엄청난 산성비가 쏟아져 내려 사망자 수만 수천 수만명에 달했고 부산에서는 사방에 물이 넘쳐흘러 익사하는 사람만 또 수백이며 제주도에서는 태풍 야기가 몰아쳐서 건물이고 뭐고 다 날라가고 사망자만 수백에 실종자가 수천이었다. 뉴스에서는 이 이례적인 기상이변을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피스메이커는 이 일을 몬스터의 소행이라 판단. 오라의 주인 유가인만 남겨두고 인천에는 페이오스, 부산은 울드, 제주도에는 나머지 피스 대원들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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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인가?”
페이오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산성비를 수호막으로 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산성비에서 인공적인 힘을 느끼고는 바로 그 힘이 느껴지는 중심지로 달려온 것인데 그 중심지 어디에서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곳이 중심지 인데 어째서 느껴지지 않는 걸까?”
페이오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산성비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주변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간은 없고…이 알 수 없는 기운만 아니라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술법을 써야하나? 그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힘이란 세상의 법칙을 바꿀 정도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차원에서 힘을 사용하면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개입을 해도 되는 건지…페이오스는 솔직히 가능하면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케이가 개입을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이왕 개입하게 된 거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서 쉬어야지.”
-비구름이여. 그대 할 일을 다했으니 하늘로 향하는 바람과 함께 돌아가라.
페이오스의 말이 끝나자 사방에 흩어져 대지를 향해 산성비를 쏟아 붓던 먹구름들이 모두 사방으로 산산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스머그는 자신의 힘으로 산성비를 내리던 먹구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켓? 뭐,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스머그는 사방을 둘러보다 아래에서 눈을 감은 채 하늘로 손을 뻗고 있는 페이오스를 발견하고는 그녀가 이런 일을 벌인 주범인 것을 깨달았다. 스머그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사방의 산성을 모아 몸을 재구성한 뒤 페이오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켓! 네 년 피스메이커냐? 하지만 구름을 조종할 수 있다는 얘기는 못들었는데?”
“피스메이커에서 오긴 했지만…그 위치가 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죠. 그곳에서 저한테 명령을 내릴 순 없으니……아무튼, 당신이 이런 짓을 한 건가요?”
스머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괴상하게 일그러트렸다. 피스 대원이란 말이지? 켓! 널 재압한 뒤 철저히 농락해주마!
페이오스는 스머그의 욕정 어린 눈빛을 느꼈는지 잠시 몸을 떨더니 스머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에게 보이는 스머그의 감정의 색깔은 흥분을 뜻하는 빨강색!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느껴지는 오한으로 지금 스머그가 자신에게 욕정을 느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히 미천한 것이! 네놈 따위에게 그런 눈빛을 받으려고 1급신이 된 것이 아니다!
그녀는 1급신 중에서도 강한 자존심을 지니고 있었기에 스머그의 그런 눈빛을 받고는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가두어라 물이여! 그 부드럽고 강한 힘으로 만물을 가두어라!
그녀의 외침에 자연이 동조해 대기 중에 남아있는 수분들이 모여들어 스머글를 조여들었다.
“켓, 이런 잔재주는 레비아탄 하나로 충분하다!”
스머그는 재빨리 몸을 증기로 변한 뒤 사방으로 흩어졌다. 페이오스의 뒤에 나타나서 바로 그녀를 녹여버릴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신체의 자유만 구속한 뒤 그녀를 겁탈할 계획이었지만….
“뭐, 뭐야! 왜 뚫리지 않는 거야?”
증기로 변한 뒤 물의 막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사방에 모여든 수분들은 전혀 그가 지나갈 틈을 내주질 않았다. 그것으로 모자라 수분들은 점점 자신을 조여들더니 이내 조여들고 또 조여들어 결국 그의 모습은 새끼 손톱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페이오스도 1급신이라 그런지 인명을 해치는 일은 하질 않았지만 스머그에게는 이 일이 더욱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페이오슨는 스머그를 가둔 물의 구슬을 만지기도 싫은 듯 품에서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 그 안에 넣어버렸다.
“일단 이 일을 벌인 몬스터는 가뒀지만 어떡하지? 피해가 너무 심각한데…그렇다고 이 이상 개입하는 것도 좀 그렇고……나도 모르겠다. 그쪽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페이오스는 곳 공간이동 술법으로 귀환했다. 그녀가 떠난 뒤에 햇빛이 구름들 사이사이로 쏟아쳐 대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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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난리 났네. 물난리.”
울드는 부산의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푸른 빛깔로 빛나고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때아닌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긴 지역이었다. 울드는 그곳에 남은 이질적인 기운을 따라서 그 기운의 중심지에 와 있던 것이다. 울드 역시 처음엔 레비아탄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나오길 기다리는 것도 그녀의 체질에 맞지 않았기에 울드는 한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광란의 뇌광, 검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달음질 쳐라. 하늘을 불사르고 땅을 태우는 힘을 보이라. 춤추라 나와 함께, 그 찰나 하늘과 땅은 우리의 것이니리. 굉뢰천열참(轟雷天裂斬)!
울드의 주문이 끝나자 하늘에 거대한 빛이 모여들더니 이내 거대한 빛기둥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꽃혔다.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대지를 태워버릴 거대한 번개의 기둥이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번개는 물과 상성이 잘 맞아서 전기가 잘 통한다. 물과 동화되어 있던 레비아탄에겐 천적이 이곳에 강림한 것이다!
레비아탄은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내리꽃히는 빛기둥에 기겁하며 물 밖으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떨어지는 광란의 뇌광! 그 거대한 뇌력은 물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레비아탄은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그 속에 남아있었을때 벌어질 일을 떠올려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 속에 있었네? 나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찾을 수고를 덜었어. 그런데 이왕이면 빨리 쉬고 싶으니 그냥 순순히 당해주면 고맙겠는데?”
미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너 같으면 순순히 당해줄 것 같냐! 레비아탄은 그렇게 속으로 울드의 말을 비웃으며 자신도 공격을 준비했다. 마침 사방은 물의 천지.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레비아탄이 힘을 발하자 그의 손으로 물이 모여들어 이내 수압의 채찍을 형성했다. 그리고 또 다른 손을 들어올리자 주위의 수분이 모여들어 수압의 칼날을 울드의 주변에 생성했다.
“훗, 나도 빨리 끝내고 싶으니…어디 한번 받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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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oord입니다. 오랜만에 필이 받아서 재빨리 써서 올려봅니다.
새로운 콘티를 짜느라 글의 연재속도가 좀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다리실 분만 기다리세요.
“쳇, 술 좀 마시는게 뭐 어떻다고, 뭐 이것도 마실 만 하네.”
울드는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홍차를 한모금씩 마셨다.
홍차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독특한 향과 맛으로 기름기가 많은 식사 후 마시면 개운한 얼 그레이, 강한 맛과 은은한 향으로 밀크티로 마시면 더욱 좋은 아쌈, 아름다운 황금빛 색깔과 아주 그윽한 맛, 그리고 섬세한 차향기가 일품인 실론티, 샴폐인, 딸기, 장미향의 조화로 상쾌하고 시원한 여름바다의 느낌을 주는 썸머, 독특한 맛과 상쾌하고 달콤한 향으로 러시아의 부유층의 인기를 끈 러시안카라반, 밝은색과 질 부드러운 향, 질 좋은 백포도주의 맛이 특징인 다즐링 등 홍차의 종류는 상당히 많은데 베르단디는 그 중에서 다즐링을 가장 좋아한다. 울드도 다즐링에서 백포도주의 맛을 느끼기 때문에 다즐링을 홍차중에서 선호하고 스쿨드는 러시안카라반을 좋아하고, 페이오스는 실론티를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베르단디가 직접 차를 우려낸 만큼 다즐링은 특유의 백포도주의 맛이 좀 더 입안에 오래 남고 그 향기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만약 다즐링을 처음 마셔본 사람이 베르단디가 우려낸 다즐링을 한번 맛본다면 모든 다즐링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고 식후에 즐기는 차를 다즐링으로 바꿀 것이다.
브루스 류는 자신의 손에 들린 찾잔을 노려보더니 단숨에 다즐링을 원샷 해 버리고는 빈 찾잔을 시민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하는 한마디….
“푸얼 차 한 잔.”
그는 전부터 즐겨 마시던 푸얼 차. 한국에서는 보이 차라 부르는 것을 찾았다. 브루스는 보이 차가 없으면 식사도 거부할 만큼 보이 차 애호가였다. 시민은 그의 행동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준비된 차는 얼 그레이, 실론 티, 러시안카라반, 다즐링 이렇게 4종류의 차가 준비되어 있고 보이 차는 미쳐 준비하지 못했다. 이런 자리에서까지 보이 차를 찾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죄송해요. 브루스. 보이 차를 미쳐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따 집에가면 드릴테니 지금은 참아주세요.”
시민이 브루스에게 사정하는데 베르단디가 자신이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보온병 하나를 꺼내더니 브루스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뭐냐?”
“푸얼 차에요. 브루스 씨가 즐겨 마신다기에 준비해 왔어요.”
푸얼 차는 운남 대엽종 차잎을 이용하여 햇볕에 건조시켜 만든 모차(母茶)를 이용하여 만든 차를 말하는데 오래되면 될 수록 떫은 맛이 사라지며,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잎을 우려낸 색깔은 옅은 홍색에서 세월이 지날수록 심홍색 계통으로 변해간다. 포장에는 대나무껍질을 사용하는데 습기를 막고 잡냄새를 여과시키는 기능이 있다. 형태는 잎차인 산차(散茶), 쪄서 덩어리로 만든 긴압차(緊壓茶)가 있으며, 긴압차의 종류는 병차, 전차, 긴차, 방차, 타차 등 시중에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보이차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에 시민과 유리도 자주 마시는 차다.
브루스는 베르단디의 말에 찌푸려졌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보온병을 받아 재빨리 시민에게 내밀었던 찾잔에 한잔 따라 마셨다.
“음…이 선명한 심홍색과 이 맛과 향, 이건 건창법으로 만든 청병보이차로군. 게다가 적어도 50년은 된 것 같은데……이 특상품을 어떻게 구했지? 혹시 많이 있으면 좀 줄 수 있겠나?”
브루스는 한모금씩 마시면서 연방 감탄사를 터트리더니 차에 대한 설명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차가 만들어진 유래와 시기, 만드는 방법과 상품과 하품의 구별법. 차를 마시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특히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시켜 주기에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크게 효과가 있다는 말에 테레이아와 미연은 매우 좋아하면서 당장 구입하겠다고 했다. 브루스가 설명할 때마다 옆에서 마리가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가인이 물어보니 자신도 아버님과 즐겨 마시는 차라고 했다.
브루스는 보이차를 설명하다가 차에 대한 유래까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의 설명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그의 설명이 끝나갈 무렵에는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브루스의 설명이 끝나자 재영과 가인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쉬지도 않고 그 긴 시간동안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가인들은 이 일로 인해서 브루스가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한참 벗어난 사람이란 걸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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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여긴가? 왜 하필 이런데서 만나자고 하는 건지….”
리리스는 한숨을 한번 푹 내쉰 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32구역에 위치한 불광사(佛匡寺)라는 이름의 사찰이었다. 리리스가 이곳에 온 것은 쿠사나기가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 리리스의 모습은 가인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던 테레이아 민체스터가 아닌가! 단지 낮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가 달라진 것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가 되었다는 것 뿐. 리리스는 바로 테레이아 민체스터의 몸을 빌려 생활해온 것이다.
“여, 늦었어. 여왕님”
리리스가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곳에는 부처님 동상 위에 걸터앉아 있는 쿠사나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은 초류향과 비슷해 보였지만 검은색의 머리와 뱀을 닮은 눈동자. 그리고 붉은색의 히토에기누를 걸친 전형적인 옛 일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용마인의 3번째 주인격, 쿠사나기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쿠사나기를 아마타노 오로치라 생각하고 있다. 코마히코가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쿠사나기를 자신의 신검(神劍)인 토츠카노 츠루기로 물리치기 위해서다.
리리스는 쿠사나기의 시선에 마치 온몸에 수십마리의 뱀이 기어가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며 역겨움을 참기 위해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해야 했다. 그리고 재빨리 이곳에 부른 이유를 물었다. 좀 더 있다간 진짜 그와 한판 붙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곳에 부른 이유가 뭐지? 난 너처럼 한가한게 아니니까 빨리 용건만 간단히 말해.”
“켓! 우리 여왕님은 짜증내는 모습도 이쁜데? 어때, 나도 알고보면 꽤 화끈한 사람이라고.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되게 해줄 테니까 나랑 한번 자는게 어때?”
“그 입 닥쳐라. 지저분한 놈. 너랑 같은 몸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역겹다.”
“켓!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도련님! 항상 자기 혼자만 잘난 듯 행동하는 모습이 전부터 역겨웠어.”
서로 다투는 말소리와 함께 정문과 후문을 통해 두명이 들어섰는데 그들은 바로 스머그와 레비아탄이었다. 스머그는 온몸에 붕대를 두르고 두터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었고. 레비아탄은 금색 머리에 온몸에 부티나는 옷과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둘 다 진정하고 왔으면 얼른 앉아라. 곧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니까. 그런데 파프니르는 어디있나.”
“켓, 몰라. 그런 벙어리 자식은.”
“파프니르라면 곧 올거다.”
스머그는 아예 파프니르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그나마 이성적인 레비아탄이 쿠사나기의 질문에 답했다.
“그래, 레비아탄. 몇일 전에 브루스를 상대해본 느낌이 어때?”
쿠사나기의 질문에 레비아탄은 잠시 팔짱을 끼고 그때의 일을 떠올려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이 고작 인간에게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밀리기만 했던 것이다. 서로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들인데 쿠사나기가 그때의 일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단하더군. 과연 그정도라면 브리트라와 초류향이 당할 만도 해. 솔직히 말해서 나 혼자로는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비록 그때는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 재대로 싸우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도 그가 엄청난 실력을 지닌 상대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그를 없애야 내가 살 수 있다. 레비아탄은 마지막 말은 속으로 삼킨 채 말을 마무리했다. 쿠사나기는 레비아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리리스를 바라보았다.
“여왕님께 한가지 부탁이 있다. 다른 오라능력자들은 우리가 유인할 테니 여왕님은 오라의 주인에게 접촉해서 그를 꿈속에 가둬주길 바래. 위에서 서둘러 주길 주문해왔어. 이번일이 잘 되면 유메 크라이시스를 가석방 시켜준다고 하더군.”
리리스는 쿠사나기의 입에서 유메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리리스야. 모든 데몬족의 어머니의 이름인데 밤의 여왕이라는 뜻이야.’
자신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준 사람. 자신의 어머니며 언니이며 가족이었던 사람.
‘꺼져버려! 내 눈앞에서 사라져!’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심한 소리를 해서 나를 무리하게 탈출 시키려다 오히려 감옥에 갇혀버린 사람. 자신의 제일 소중한 사람. 오라의 주인을 영원히 꿈속에 가두기만 하면 그녀가 다시 풀려나는 것이다! 자신의 죄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그 말이 사실이야? 정말 유메가 풀려날 수 있는 거야?”
그녀의 격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쿠사나기는 소매를 입을 가린 뒤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지금 자신이 한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저 오만한 밤의 여왕의 약점인 이상 자중에라도 철저히 이용해 줄 생각이었다. 초류향은 명예욕의 화신이기 때문에 바보같이 자기처럼 비열하다고 말하는 방법을 쓰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달랐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이용할 생각이었다.
“물론…사실이야. 거짓을 말할 생각은 없어. 이번 일만 무사히 끝내면 유메 크라이시스는 풀려나고 노아로 돌아가는 날 여왕님은 그녀와 같이 살 수 있어.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야? 설마…. 리리스는 뒷말을 끄는 쿠사나기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왠지 그 뒷말은 듣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을 부시한 채 쿠사나기는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일을 실패할 경우 그녀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군. 어쩌면 잔인하게 살해당해서 여왕님의 눈앞에 토막 난 시체를 던져줄지도…….”
“그만! 그 이상 말했다가는 요르문간드고 뭐고 죽여버리겠어!”
“아아. 진정하라고. 난 단지 만약의 사태를 얘기한 것뿐이니까. 실패한다고 진짜로 그런다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 가능하면 성공하라고. 여왕님.”
리리스는 또 다시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는 쿠사나기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알았다. 내가 오라의 주인을 맡지. 단, 그쪽도 확실하게 해야 할거야. 만약에 당신 때문에 실패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물론이지. 여왕님.”
걱정 마. 유메. 내가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그러니까…그때까지 부디 무사히 있어 줘.
리리스는 검은 피막의 날개를 펼쳐 날아가면서 유메와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번 일을 성공해서 그녀를 구해내겠다 생각했다.
일주일 후, 인천, 부산, 제주도 세곳에서 여태 한번도 생긴 적이 없던 희한한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인천에서는 닿기만 하면 모조리 녹여버리는 엄청난 산성비가 쏟아져 내려 사망자 수만 수천 수만명에 달했고 부산에서는 사방에 물이 넘쳐흘러 익사하는 사람만 또 수백이며 제주도에서는 태풍 야기가 몰아쳐서 건물이고 뭐고 다 날라가고 사망자만 수백에 실종자가 수천이었다. 뉴스에서는 이 이례적인 기상이변을 대대적으로 내보냈고 피스메이커는 이 일을 몬스터의 소행이라 판단. 오라의 주인 유가인만 남겨두고 인천에는 페이오스, 부산은 울드, 제주도에는 나머지 피스 대원들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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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인가?”
페이오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산성비를 수호막으로 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산성비에서 인공적인 힘을 느끼고는 바로 그 힘이 느껴지는 중심지로 달려온 것인데 그 중심지 어디에서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곳이 중심지 인데 어째서 느껴지지 않는 걸까?”
페이오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산성비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주변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간은 없고…이 알 수 없는 기운만 아니라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술법을 써야하나? 그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힘이란 세상의 법칙을 바꿀 정도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차원에서 힘을 사용하면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개입을 해도 되는 건지…페이오스는 솔직히 가능하면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케이가 개입을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이왕 개입하게 된 거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서 쉬어야지.”
-비구름이여. 그대 할 일을 다했으니 하늘로 향하는 바람과 함께 돌아가라.
페이오스의 말이 끝나자 사방에 흩어져 대지를 향해 산성비를 쏟아 붓던 먹구름들이 모두 사방으로 산산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스머그는 자신의 힘으로 산성비를 내리던 먹구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켓? 뭐,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스머그는 사방을 둘러보다 아래에서 눈을 감은 채 하늘로 손을 뻗고 있는 페이오스를 발견하고는 그녀가 이런 일을 벌인 주범인 것을 깨달았다. 스머그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사방의 산성을 모아 몸을 재구성한 뒤 페이오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켓! 네 년 피스메이커냐? 하지만 구름을 조종할 수 있다는 얘기는 못들었는데?”
“피스메이커에서 오긴 했지만…그 위치가 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죠. 그곳에서 저한테 명령을 내릴 순 없으니……아무튼, 당신이 이런 짓을 한 건가요?”
스머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괴상하게 일그러트렸다. 피스 대원이란 말이지? 켓! 널 재압한 뒤 철저히 농락해주마!
페이오스는 스머그의 욕정 어린 눈빛을 느꼈는지 잠시 몸을 떨더니 스머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에게 보이는 스머그의 감정의 색깔은 흥분을 뜻하는 빨강색!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느껴지는 오한으로 지금 스머그가 자신에게 욕정을 느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히 미천한 것이! 네놈 따위에게 그런 눈빛을 받으려고 1급신이 된 것이 아니다!
그녀는 1급신 중에서도 강한 자존심을 지니고 있었기에 스머그의 그런 눈빛을 받고는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가두어라 물이여! 그 부드럽고 강한 힘으로 만물을 가두어라!
그녀의 외침에 자연이 동조해 대기 중에 남아있는 수분들이 모여들어 스머글를 조여들었다.
“켓, 이런 잔재주는 레비아탄 하나로 충분하다!”
스머그는 재빨리 몸을 증기로 변한 뒤 사방으로 흩어졌다. 페이오스의 뒤에 나타나서 바로 그녀를 녹여버릴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신체의 자유만 구속한 뒤 그녀를 겁탈할 계획이었지만….
“뭐, 뭐야! 왜 뚫리지 않는 거야?”
증기로 변한 뒤 물의 막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사방에 모여든 수분들은 전혀 그가 지나갈 틈을 내주질 않았다. 그것으로 모자라 수분들은 점점 자신을 조여들더니 이내 조여들고 또 조여들어 결국 그의 모습은 새끼 손톱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페이오스도 1급신이라 그런지 인명을 해치는 일은 하질 않았지만 스머그에게는 이 일이 더욱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페이오슨는 스머그를 가둔 물의 구슬을 만지기도 싫은 듯 품에서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 그 안에 넣어버렸다.
“일단 이 일을 벌인 몬스터는 가뒀지만 어떡하지? 피해가 너무 심각한데…그렇다고 이 이상 개입하는 것도 좀 그렇고……나도 모르겠다. 그쪽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페이오스는 곳 공간이동 술법으로 귀환했다. 그녀가 떠난 뒤에 햇빛이 구름들 사이사이로 쏟아쳐 대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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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난리 났네. 물난리.”
울드는 부산의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푸른 빛깔로 빛나고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때아닌 홍수로 인해 물에 잠긴 지역이었다. 울드는 그곳에 남은 이질적인 기운을 따라서 그 기운의 중심지에 와 있던 것이다. 울드 역시 처음엔 레비아탄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나오길 기다리는 것도 그녀의 체질에 맞지 않았기에 울드는 한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광란의 뇌광, 검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달음질 쳐라. 하늘을 불사르고 땅을 태우는 힘을 보이라. 춤추라 나와 함께, 그 찰나 하늘과 땅은 우리의 것이니리. 굉뢰천열참(轟雷天裂斬)!
울드의 주문이 끝나자 하늘에 거대한 빛이 모여들더니 이내 거대한 빛기둥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꽃혔다.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며 대지를 태워버릴 거대한 번개의 기둥이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번개는 물과 상성이 잘 맞아서 전기가 잘 통한다. 물과 동화되어 있던 레비아탄에겐 천적이 이곳에 강림한 것이다!
레비아탄은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내리꽃히는 빛기둥에 기겁하며 물 밖으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으로 떨어지는 광란의 뇌광! 그 거대한 뇌력은 물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레비아탄은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그 속에 남아있었을때 벌어질 일을 떠올려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 속에 있었네? 나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찾을 수고를 덜었어. 그런데 이왕이면 빨리 쉬고 싶으니 그냥 순순히 당해주면 고맙겠는데?”
미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너 같으면 순순히 당해줄 것 같냐! 레비아탄은 그렇게 속으로 울드의 말을 비웃으며 자신도 공격을 준비했다. 마침 사방은 물의 천지. 자신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레비아탄이 힘을 발하자 그의 손으로 물이 모여들어 이내 수압의 채찍을 형성했다. 그리고 또 다른 손을 들어올리자 주위의 수분이 모여들어 수압의 칼날을 울드의 주변에 생성했다.
“훗, 나도 빨리 끝내고 싶으니…어디 한번 받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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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oord입니다. 오랜만에 필이 받아서 재빨리 써서 올려봅니다.
새로운 콘티를 짜느라 글의 연재속도가 좀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다리실 분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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