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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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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식장갑 가이버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

                                              제15화 - 빗속의 도피행 -








"언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베르단디는 차안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앉아있는 케이를 안고 울먹이면서 울드에게 물었다. 그러나 울드는
차마 사실을 말해 줄 수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말하란 말인가, 케이마가 조아노이드가 되서는 그 아들인
케이와 사투를 벌이다가 케이는 이렇게 됐고 케이마는 비참하게 죽어갔다는 것을... 꽉 쥔 울드의 두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언니, 제발 말해줘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베르단디...."

울드는 베르단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베르단디를 달래듯이 말했다.

"지금은...지금은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하지만..!"

"베르단디, 제발...."

울드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왠지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울드의 표정을 본 베르단
디는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표
정의 울드를 그녀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다.

"자! 모두 빨리 서둘러요! 여길 벗어나야 해!"

무라카미가 다른 사람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짐 같은걸 챙기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곳이 이미 들킨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모두들 황급히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요헤이는 별장의 차고 문을 열
어 주차돼있던 차를 꺼내려 하였다. 그 때 아키토가 요헤이를 말렸다.

"도...도련님?"

"이런 날씨에 요헤이가 운전하기는 힘들 테지. 내가 할 테니 키를 넘겨줘."

그러나 아키토는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쭉 격렬한 싸움을 해온 터라 많이 지쳐있었다. 요헤이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젓고는 자기가 운전하려 하였다. 잠시 두 사람이 옥신각신 하고 있을 때 시즈가 두 사람 사
이에 나섰다.

"아키토 님, 할아버지. 제가 운전할께요."

"시즈?"

"전 이 근처 지리도 훤하고 운전도 자신 있어요. 그리고 아키토 님께서는 지금 잠깐이라도 쉬어 두셔야 해
요."

시즈는 요헤이로 부터 열쇠를 넘겨받고는 운전석에 올랐다. 그런 시즈를 요헤이는 대견스럽다는 듯 바라보
았다.

"시즈는 요 2년간 많이 노력했답니다. 운전면허에 간호사 자격에, 이 근방의 지형도 빠짐없이 체크하기까지
하고....조금이라도 아키토 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지요....."

"......"

이윽고 모두들 차에 탑승하였다. 전원 탑승한 것을 확인한 무라카미가 운전석에 오르려 하였다. 그런데 왠
지 모르게 눈앞이 침침하였다. 아까 변신의 영향 탓일까. 하지만 쉴 수는 없었다. 그 때 지로가 무라카미를
말렸다.

"무라카미씨, 운전은 제가 할 테니 조수석에서 좀 쉬세요."

"예? 하지만....."

"무라카미씨도 많이 지치셨잖아요? 척보면 알겠네. 그러니까 내가 대신할께요. 전 이래봬도 랠리 드라이버
라고요."

지로의 말에 무라카미는 웃으면서 키를 넘겼다. 솔직히 지금은 너무 피곤했다.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을 때에
졸음 운전은 특히 위험했다. 게다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었으므로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해
둬야 했다. 무라카미는 그대로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지로는 시즈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였다.

"시즈씨! 안내해 줘요. 난 이 근방 지리는 잘 몰라요."

"네, 저만 따라오세요."

이윽고 두대의 차량이 급히 별장을 출발하였다. 지로의 자동차에는 케이와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 핫세, 무
라카미가 시즈쪽에는 아키토 요헤이, 린드가 타고 있었다. 두대의 차량은 비가 퍼붓고 있는 가운데 산길을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울드는 케이와 베르단디를 힐끗 쳐다보았다. 케이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베르단디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꼭 안고 있었다. 울드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머리 속에서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고만 있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같은 일이....

'그건 네가 한게 아냐! 네가 한게 아니란 말야....케이....'
.
.
.
.
.
.
.
.
"케이...."

"울드?"

이윽고 케이가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도 뇌조직은 완벽히 복원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큰일이었
다. 그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줘야 할 때가 오고 만 것이다. 울드는 몹시 망설여졌다.

"나...난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신경쓰지마! 그 보다는 빨리 돌아가서 쉬자. 응?"

마치 울먹이는 듯한 표정의 울드가 케이는 이해되질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울드가 저런 표정을
지을까. 그는 이제까지 저렇게 슬픈 표정의 울드는 본 적이 없었다.

그 때 케이의 눈에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조아노이드의 팔이 보였다. 그 팔은 급속히 부패가 진행중 이었
다. 조아노이드? 내가 여기서 조아노이드와 싸웠었나? 도대체 난 의식을 잃기 전에 뭘 했던 거지? 케이가
그 팔을 집어들자 울드가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케...케이! 그거 내려놔!"

"울드?"

"그 보다는 빨리 돌아가자! 베르단디도 걱정하고 있어!"

케이는 점점 울드의 행동이 이해되질 않았다. 그 때 케이가 무심결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다 타버린 숲의 흔적이 보였다. 나무들이 밑둥만 남기고 모조리 다 타버린 것이다. 비가 오는 덕분에
불길이 꺼져서 지금은 흰 연기만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케이는 저 숲이 저렇게 타 버린 이유가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 급의 빔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메가 스매셔
를 쏜 것일까? 그 순간 케이는 아주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케이마씨? 케이마씨는 어디 있지? 분명히 내가 유적기지에서 구출해 나왔는데...."

"케...케이..!!"

울드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케이는 비로소 기억해냈다. 케이마를 구출한 후 여기까지 왔을 때 케이마가 흰색의 처음 보는 거대한 조아
노이드로 변신했었다는 사실을. 케이는 황급히 자기가 들고 있던 조아노이드의 팔을 보았다. 흰색의 털이
똑똑히 보였다. 이윽고 그 팔은 완전히 부패해 버려서 그대로 바스러지고 말았다. 케이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사이에 케이마가 가이버인 자신의 손에 의해.....

"아니야....."

케이는 떨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내가 이 손으로 케이마씨를.....

"아니야....."

"그...그래! 그건 네가 한게 아니야! 그러니까....그러니까...!"

울드가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케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야...아니야...케이는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
정하였다. 그러나.....

"아니야아아아아!!!!!!!"

-파아앙!!

충격적인 사실을 견디지 못한 케이가 절규하였다. 그 순간 케이의 강식장갑이 그대로 벗겨졌다. 식장이 해
제된 상태로 잠시 가만히 서있던 케이는 그대로 혼절하였다. 케이가 앞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울드가 서둘
러 케이에게 달려갔다.

"케이!! 케이이이!!!"
.
.
.
.
.
.
'네가 한게 아니란 말야...!'

울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창문 밖으로 비가 점점 더 거세게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





"틀림없습니다! 그 자는 분명 조아로드 였습니다."

"그 자의 눈을 본 순간 왠지 두 분의 사념파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규오와 발카스는 유적 기지로 복귀한 다젤브와 가스터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허둥대면서 규오와
발카스에게 당시 상황을 보고하였고 그들의 말에 규오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 말이 사실이라
면 이건 정말 큰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조아노이드는 그 상위 조제체인 조아로드와 싸울 수가 없다. 전투력
도 차원이 틀린데다가 무엇보다 조아로드가 방사하는 사념파에는 조아노이드는 절대 거역할 수가 없기 때
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조아로드가 가이버들과 한패라니!

"박사,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녀석의 존재는 우리 크로노스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만들 겁니
다."

그러나 발카스의 표정은 오히려 여유로와 보였다. 규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발카스는 이게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규오가 뭐라고 한마디 더 하려는 찰나 발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글쎄.....그건 녀석이 '진짜' 조아로드일 때만 해당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녀석이 가짜 조아로드란 말입니까? 그런 것도 있습니까?"

발카스는 다시 웃으면서 정면의 대형 스크린을 응시하였다. 마침 스크린에는 아지트에서 도망 나온 가이버
일당이 비춰지고 있었다. 잠시 쉬어가려는지 그들은 커다란 나무 밑에 차들을 주차시켜 놓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걸 한번 확인해보려는 걸세. 한번 지켜보게나."








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시즈는 일단 일행을 비를 피할 수 있는 거대한 나무 밑으로 안내하였다. 그 지
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커다란 거목이어서 어느 정도 비를 피할 수는 있었다. 차를 주차시킨 후 그들은 앞으
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이제 어쩌죠?"

지로의 걱정에 아키토나 무라카미 모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도망은 나왔지만 갈데가 없는 것이다.

"글쎄요....일단은 시외로 빠져나가야 겠지만....."

그러나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을 꺼낸 무라카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시외로 빠져나가는
모든 도로에는 경찰의 검문소가 설치돼서 샅샅히 검문하고 있었다. 이 지역 경찰까지 이미 크로노스의 손아
귀에 있던 것이다. 걸어서 나가는 건 더더욱 위험하다. 산 속에는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크로노스의 조아노
이드들이 매복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노인과 여자들이 대부분인 일행들에게는 산을 탄다는 것이 너
무 힘겨운 일이었다. 무라카미는 옆에 있던 린드를 바라보았다.

"순간이동 같은 걸로 안되겠습니까?"

그러나 린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인원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시외로 빠져나가기만 한다고 해서
안전한 건 결코 아니었다. 크로노스의 감시망은 전국에 걸쳐 퍼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단 나중에 생
각할 문제고 당장은 이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지로는 시즈가 가지고 온 이 일대의 지형도를
보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누가 온다!"

그 때 린드가 누군가의 접근을 눈치챘다. 그녀는 배틀액스를 들고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린드의 경고에 모
두가 바짝 긴장하였다. 비 때문에 잘 안보였지만 정말로 누군가가 이곳으로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모두
세명이었는데 어딘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처음에는 이 지역 마을 사람인가 싶었지만 분위기가 어딘지 수상
했다. 게다가 세 사람모두 검은색의 전신 타이즈 차림이라 그 정체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들, 크로노스다!"

린드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때 린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남자들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얼굴이 변하고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쿠아아!!"

"카아악!!!"

역시 그 남자들은 조아노이드 였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위압적인 모습의 조아노이드 였다. 그들의 모습을
본 무라카미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저놈들은 그저 보통 조아노이드가 아니었다. 강식장갑 분해효소를
지닌 대 가이버용 조아노이드, 엔자임 II. 지금의 그들에게는 가장 상대하기 골치 아픈 놈들이었던 것이다.




******************************************




유적기지의 종합상황실에서 규오와 발카스는 현장의 상황을 대형 스크린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조아노이드
들을 본 규오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들은...."

"그래, 엔자임 II 지."

이번에 출격시킨 엔자임 II 는 기본적으로는 아까 써먹었던 프로토타입 1호, 모리사토 케이마와 같이 조제
된 프로토타입 2, 3, 4호 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훈련도 받지 않고 갑자기 조제한 케이마와는 달
리 저들은 이전부터 조아노이드로서의 조제를 염두에 두고 철저한 훈련을 받은 전문요원들이라는 점이었다.
발카스는 이들을 이용해서 저 무라카미라는 남자의 정체를 파악해보려 하였다. 저자가 과연 진짜 조아로드
인지 아닌지 이제 곧 알 수 있게될 것이다.

"자, 이제 저 녀석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도록 하세."







거대한 흰색의 조아노이드 세 마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린드와 아키토가 앞으로 돌격하려는 찰나 갑
자기 무라카미가 두 사람을 제지하였다. 그리고는 혼자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
라서 소리쳤다.

"무라카미씨! 위험해요!"

"지금 뭐하는 건가! 돌아와!"

그러나 무라카미는 그저 앞으로 걸아 나갈 뿐이었다. 가지고 있는 총을 꺼내들 기미도 없었다. 그 때 엔자
임 II 한마리가 무라카미에게 달려들었다. 엔자임 II 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 때 무라카미가 의식을 집중하
며 사념파를 방사하였다.

"멈춰!!"

무라카미의 명령에 달려오던 엔자임 II 가 무라카미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무라카미는 회심의 미소를 지
으며 다시 사념파로 명령을 내렸다.

"좋아....더 이상 가까이 오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다. 지금 즉시 물러나라!"

무라카미의 명령에 엔자임 II 는 뒤로 물러나는 듯 해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엔자임 II 가 무라카
미에게 공격을 가했다.

"쿠아아아!!"

-파악!

무라카미는 간발의 차로 엔자임 II 의 무시무시한 손톱을 피할 수 있었다. 가슴 부위를 할퀴었지만 다행히
상처 자체는 그리 깊지 않았다. 그러나 상처가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히 사념파로 놈을 압도했건만 엔자임
II 가 무라카미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가한 것이다. 무라카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설
마 아까 변신을 해서 체력이 바닥난 것일까? 사념파의 강도는 체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아까 변
신으로 인해 체력이 바닥난 것이라면 사념파의 강도가 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조아노이드를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로 지쳤단 말인가.

'설마! 발카스인가....!!'

그 순간 무라카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닥터 발카스, 크로노스 12신장 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념파를
낼 수 있는 발카스가 조종하고 있다면 자신은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아까 잠깐이나마 엔자임
II 를 멈출 수 있던 것이 차라리 놀라웠던 것이다.

"식장!!!"

-퍼어엉!

무라카미의 위기를 보다 못한 아키토가 가이버로 변신해서는 엔자임 II 무리 앞에 섰다. 린드 역시 배틀액
스를 치켜들고 앞으로 뛰어나왔다. 뒤에 있던 울드가 재빨리 앞으로 달려와서는 망연자실하게 서있는 무라
카미를 일행들 있는 쪽으로 끌고 갔다. 울드는 긴장된 표정으로 아키토와 린드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강식
장갑 분해효소를 탑재하고 있는 조아노이드. 아키토는 아마도 맘대로 싸우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승부
는 린드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해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

"크아악!!"

-부욱!

"으윽!!"

아키토는 간발의 차이로 엔자임 II 의 손톱을 피했다. 분해효소가 분비되고 있는 손톱으로 인해 흉부장갑에
기다란 손톱자국이 났다. 곧바로 아키토가 반격을 하였다. 아키토가 수도로 엔자임 II 의 복부를 힘차게 찔
렀다.

"지옥으로 꺼져라!"

-푸욱!

아키토의 수도가 그대로 엔자임의 복부를 관통해 들어갔다. 엔자임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 때 갑
자기 아키토는 관통해 들어간 손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뭔가 손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치이익!

"으아악!!"

아키토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손을 빼내었다. 엔자임의 피에 노출된 오른손을 본 아키토는 경악하였다.
강식장갑이 녹아서 여기저기가 타 들어가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무라카미가 큰 소리로 아키토에게
경고하였다.

"조심해! 마키시마! 녀석들은 그 피속에도 강식장갑 분해효소가 흐르고 있어!"

아키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말은 결국 그 피에 노출되기 싫으면 녀석들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접근전이 원천 봉쇄된 상황에서 원거리 무기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메
가 스매셔 한방이면 간단하지만 세 마리 전부를 한꺼번에 범위 안에 두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다른 원거
리 무기들은 저런 거대한 덩치를 죽이기에는 위력이 부족했다.

"하앗!"

-퍼억!

린드쪽도 상황이 좋지 못했다. 스피드에서는 린드가 엔자임 II 를 압도했지만 한방에 쓰러트리기에는 놈의
덩치가 너무 컸다. 게다가 원래 조아노이드는 강인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두부 자르듯 쉽게 베어 버릴수
가 없었다. 린드가 상대하는 엔자임 II 는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많았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린드는 다른 조
아노이드들과 교전했을 때처럼 머리를 노려도 봤지만 상대는 등에 난 날카로운 집게 팔 4개와 두꺼운 양팔
등으로 교묘하게 린드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 수준이 아니라 전문적인 전
투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방어동작이었다.

"크르르르...."

그 때 또 다른 한 마리가 남은 일행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키토와 린드는 각자 맡은 엔자임들로 부터
빠져나올수가 없었다. 울드가 황급히 그 앞을 막아서서는 자신의 특기인 번개 공격을 날렸다.

"파쇄 뇌광!!"

-파지직!!

"쿠아악!"

엔자임 II 가 고통스러운듯 소리쳤다. 그러나 잠시 주저앉는 듯 했던 엔자임 II 가 괴성을 지르면서 울드에
게 달려들었다. 역시나 이 녀석도 법술공격이 잘 먹히지 않았다. 엔자임 II 가 순식간에 울드의 바로 앞까지
육박하였다.

"언니!!"

-후우우웅!! 퍼엉!!!

"쿠왁!!"

그 때 차안에 있던 베르단디가 황급히 바람의 법술을 구사해서 엔자임 II 를 밀어버렸다. 고위 법술을 구사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되는 데로 간단한 기술을 구사한 것이다. 간단한 기술이라도 신장이 3m, 체
중도 300kg 이상이나 나가는 엔자임 II 를 밀어낼 정도로 베르단디의 능력은 대단했다.  물론 제대로 된 공
격법술이 아니기 때문에 엔자임 II 는 조금 밀려만 났을 뿐 타격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울드가 몸을 피할
여유는 충분히 벌었다. 울드는 서둘러서 뒤로 물러났다.

"베르단디!"

"언니!"

"굉뢰천열참(轟雷天裂塹)을 쓰겠어! 시간 좀 벌어줘."

"그...그건!"

굉뢰천열참은 전격계열 법술중에서 최강의 파괴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울드는 급수만 2급일 뿐이지 실제 그
기량은 1급신의 그것에 준하는 수준이며 전격계열은 화염계열과 함께 울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기술이
다. 틀림없이 제대로만 명중한다면 엔자임 II 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굉뢰천
열참은 원래가 한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넒은 면적을 공격하는 기술인데다가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
에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 위험성을 아는 베르단디가 울드를 말렸다.

"언니! 다른 사람들도 위험해요. 게다가 지금은 린드와 마키시마 씨까지 함께 뒤섞여서 싸우고 있다고요!"

"그러면 어쩌라고! 조아노이드는 웬만한 기술 가지고는 끄떡도 안 한단 말야!"

그러나 울드의 말대로 법술공격 만으로는 조아노이드를 상대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 피해를 안 줄 정도의
약한 기술은 아예 씨도 안 먹히고 강력한 기술은 난전이 된 현재상황에서는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그 때
잠시 밀려났던 엔자임 II 가 다시 달려들었다. 무라카미가 서둘러 품속에서 자신의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투쾅! 투쾅!!

"카악!!"

무라카미가 리볼버를 뽑아들고는 엔자임 II 에게 발사하였다. 발사된 탄환은 확실하게 엔자임 II 의 몸을 관
통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 정도의 상처는 3m 가 넘어가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엔자임에게는 바늘에 찔
린 수준밖에는 안됐다. 무라카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공격수단이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장전된 탄환을 엔자임에게 날려대었다.

-철컥!

탄이 다 떨어지자 무라카미가 실린더를 열어 젖히고는 탄을 다시 장전하였다. 그 때 총탄에 맞았던 엔자임
II 가 무라카미에게 달려들었다.

"쿠와아아!!"

"이런!!"

총을 발사할 겨를도 없었다. 무라카미가 총을 드는 순간 엔자임 II 가 무라카미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대로
쏴버리고 싶어도 엔자임 II 가 리볼버의 실린더 부분을 꽉 잡고 있어서 격발이 불가능했다. 할수없이 무라
카미는 그대로 엔자임과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다.

-콰직!

그 때 둘의 힘을 견디지 못한 리볼버의 연결축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라카미는 즉시 엔자임의 복
부에 난 상처부위를 힘껏 걷어찼다. 아까 아키토가 수도로 복부를 찔렀던 자리였다.

-퍼억!

"크아아!!"

상처에 가해진 고통 때문에 엔자임이 뒤로 물러났다. 무라카미는 황급히 자신의 리볼버를 살폈다. 총열과
몸통을 연결해주는 축이 부러져 버려서 사격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그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무
라카미는 유일한 무기를 잃고 말았다.

"아악!!"

"쿠아아!"

그 순간 린드의 비명이 들려왔다. 린드가 옆구리를 손으로 감싼 채로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너무 무리한 근접전투를 치르다가 엔자임 II 의 집게팔에 옆구리를 찔린 것이다. 결국 린드는 상대방의 힘
을 극복하지 못했다. 린드는 스피드를 이용한 치고 빠지기 전술을 구사했고 그것으로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
했지만 결국 상대의 힘과 맷집을 감당해낼수는 없었다. 깜짝 놀란 베르단디가 서둘러 앞으로 달려나오려 하
였다.

"오지마! 위험하다!!"

린드가 말렸지만 베르단디는 그래도 앞으로 달려나왔다. 그리고 부상당한 린드를 일행들이 있는 쪽으로 데
리고 갔다. 그런 베르단디들을 엔자임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 때 엔자임에게 한줄기 벼락이 내리꽃혔다.

-파지직!!

"캬아아!!!"

울드가 법술 공격으로 엔자임을 저지하였다. 이번엔 좀 더 강력한 기술을 구사하였지만 이번에도 엔자임은
치명타는 입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울드는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냐며 혀를 찼다. 어쨌든 린드가 빠진 덕
분에 아키토 혼자서 엔자임 세마리를 다 감당해야 하게 생겼다. 안 그래도 아키토 역시 형편없이 밀리고 있
던 중이었다. 그야말로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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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

케이는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고 보니 자동차 안이었다. 어째서 내가 여
기에 누워있는 걸까? 잠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던 케이는 밖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밖에서 일행이 어떤 거대한 생물체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도 오고 거리도 꽤 먼 편이라서
흐릿하게 밖에는 안 보였지만 저건 틀림없이 조아노이드였다! 케이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힘차
게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가이버!!!"

-퍼엉!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베르단디들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들의 눈에 가
이버 I, 케이가 보였다. 드디어 케이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극히 불리한 상황에서 케이가 가세하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특히나 베르단디는 케이가 정신을 차린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케이씨!!"

"여기 있어! 위험해!"

케이는 고주파 소드를 전개하면서 그대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잠시후 상대 조아노이드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 때였다.

-파앙!!

"아!!"

그 순간 갑자기 케이의 식장이 풀리고 말았다. 식장을 해제하겠다고 마음먹은 게 아닌데 어째서! 케이는 갑
작스러운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모두도 크게 놀랐다. 갑자기 왜 케이의 강식장갑
이 벗겨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베르단디가 비명을 질렀다.

"케이씨!! 위험해요!"

"크아아!!"

케이 바로 앞에 있던 엔자임 II 가 케이를 후려치려 하였다. 너무 앞으로 달려나간 상태에서 식장이 풀리는
바람에 케이의 목숨이 위험해지고 말았다.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위험해!!"

그 순간 아키토가 케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케이를 안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였다. 아키토가 점
프를 하는 순간에 엔자임이 공격을 하였다.

-부우욱!!

"우윽!!"

아키토가 피하려는 찰나에 엔자임 II 의 손톱이 그의 등을 할퀴었다. 큰 고통이 느껴졌지만 아키토는 케이
를 감싼 채로 이를 악물고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점프해왔다. 그러나 아키토는 착지하자마자 이내 비틀거리
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키토님!!"

크게 놀란 시즈가 아키토에게 달려왔다. 쓰러진 아키토의 등에는 기다린 손톱자국이 나 있었다. 한눈에 보
기에도 심각한 상처였다. 등을 깊게 할퀸 그는 지금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시즈가 황급히 그를
부축하였다. 아키토가 케이에게 버럭 화를 내었다.

"이 멍청아! 왜 그 상황에서 식장을 푼 거야! 그건 자살행위 라는 거 몰라!!"

케이 역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제가...제가 푼게 아니에요. 그냥 식장이 저절로...."

그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식장이 저절로 풀렸다? 아무런 공격도 당하지 않았는데? 케이는 다시 조아노이드
들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저 녀석을 본 직후 갑자기 식장이 풀린 것이다. 어째서? 케이는 스쿨드에게 말했
다.

"스쿨드....저 조아노이드..."

"응? 뭔데?"

"저 조아노이드....분명 우리 처음 보는 거지? 그런데 어째서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이 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울드는 크게 놀랐다. 기억을 못한단 말인가? 오늘 아침에 저 조아노이드로 변한 케이마와 서
로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사투를 벌였었는데. 분명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할 조아노이드 인데도 처음 봤
다니? 설마, 기억상실증인가!

'안되겠어! 일단은 저 녀석들을 쓰러트려야 해!'

어디서 본 놈들인지는 나중에 생각해도 충분하다. 케이는 서둘러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다시 가이버로
변신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쳤다.

"가이버!!"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식장이 안되는 것이다! 분명히 평소처럼 의식을 집중하며 외쳤는데도
강식장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식장이 안되자 당황한 케이가 다시 한번 외쳤다.

"가...가이버어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강식장갑은 나타나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은 케이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 그 광경을 본 다른 사람들도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왜 가이버로 변신이 안돼는
거란 말인가. 뒤에 있던 베르단디가 서둘러 달려나와서는 케이를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케이
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허허....이거 재밌게 됐군."

스크린을 바라보던 발카스가 케이가 변신을 못하는 걸보고 웃기 시작했다. 규오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간
다는 표정이었다. 규오가 발카스에게 저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글쎄.... 아마도 그 때 녀석의 아비를 이용한 작전 때문이 아닐까 싶네. 그때 당시 입었던 정신적 충격이 식
장을 방해하는 걸로 보이는 구먼."

확실히, 그 상황에서는 미쳐버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발카스의 설명을 들은 규오는 흥미롭
다는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였다. 식장자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식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큰 수확이었다. 나중에라도 다른 작전을 세울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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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는 모두가 위험했다. 이제 싸울 능력이 약간이라도 남은 사람은 자신뿐
이었다. 케이는 식장이 불가능했고 아키토와 린드는 부상을 입었다. 다른 여신들의 공격 법술은 조아노이드
들에게는 잘 안 통했다. 사념파도 소용없는 현재, 싸우려면 변신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현재의 내게 그런 체력이 남아있을까....'

배틀 모드로의 변신은 막대한 체력소모를 불러온다. 수명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니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오늘 아침에 한번 변신을 했었고 그 이후로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의 변신은 거의
자살행위였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무라카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수! 신! 변!!"

-화아악!

무라카미의 이마에서 강한 빛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의 몸이 순식간에 변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
랐다. 특히나 무라카미의 변신을 처음 본 케이와 아키토의 놀라움은 더했다. 무라카미, 저 사람도 조아노이
드? 아니 그런 것과는 어딘지 달랐다. 지금의 그는 척 보기에도 상당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라카미가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높히 들어올린 손에 에너지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무라카미는
손으로 뭔가를 베듯이 힘차게 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하앗!!"

-슈와아!!

그러자 무라카미의 손에서 강력한 에너지의 칼날이 앞으로 발사되었다. 그 칼날은 그대로 직진해서 바로 앞
에 있던 엔자임 II 한마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엔자임을 갈라버린 그 빛의 칼날은 그대로 직진해서 뒤쪽
에 있는 바위까지 박살내었다. 그 엄청난 위력에 모두가 경악하였다.

무라카미는 나머지 두마리를 응시하였다. 시간을 끌면 체력이 부족한 자신이 불리하다. 속전속결로 끝내버
려야 했다. 무라카미는 가까이에 있던 또 다른 한 마리를 조준하였다. 그리고 이마에 에너지를 집중하였다.
무라카미의 이마에 있던 녹색의 수정이 밝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마의 수정에서 강력한 레이
저빔이 발사되었다.

-파슝!!

-퍼억!

"크아악!!"

엔자임 II의 왼쪽 팔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무라카미가 실수를 했다며 혀를 찼다. 사실 그
는 놈의 머리를 노렸던 거였다. 그러나 발사 직전 눈앞이 침침해져서 빔이 약간 빚나가고 말았다. 벌써 체
력의 한계에 도달했단 말인가. 무라카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카아아!!"

잠깐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또 다른 한 마리가 무라카미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바로 앞까지 달려든 엔
자임이 무라카미를 강하게 후려쳤고 그 충격에 무라카미는 뒤로 쓰러졌다. 엔자임 II 가 쓰러진 무라카미에
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흡!"

쓰러진 무라카미는 그대로 두 주먹을 자신의 명치 부근에서 맞대었다. 그러자 두 주먹 사이에서 에너지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엔자임이 바짝 접근하자 무라카미가 그대로 양팔을 크게 벌렸다.

"하압!"

-파지직!!

그러자 무라카미의 전신이 빛의 막으로 뒤덮였다. 그 모습에 엔자임 II 가 잠시 주춤하였다. 그러자 그 빛의
막이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키이이잉!

빛의 막에서 무수히 많은 빛의 칼날이 방사되었다. 그 수많은 칼날에 노출된 엔자임 II 는 그대로 여러 토
막으로 잘려지고 말았다. 이제 한 마리 남았다. 무라카미는 빛의 막을 거두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윽...!"

순간 무라카미는 현기증이 느껴졌다. 눈도 아까보다 더 가물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젠 정말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 마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남은 한 마리를 쳐다보
며 손을 높히 들어올렸다. 아까 맨 처음의 엔자임을 두조각 낼때 썼던 빛의 칼날을 쓰려는 것이었다. 그런
데 그의 손에 맺히는 것 같던 에너지가 모이다가 그냥 사라져 버렸다. 이젠 에너지 공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쿠아아아!!"

무라카미가 공격을 해 오질 않자 엔자임 II 가 무라카미에게 달려들었다. 무라카미 역시 엔자임에게 달려들
었다. 그리고 엔자임의 품속으로 파고들어서는 그대로 놈의 목에 매달렸다. 무라카미가 그대로 양팔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야압!!"

-콰직!

무라카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대로 엔자임 II 의 목을 부러트렸다. 목이 부러진 엔자임 II 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다. 마지막은 거의 이판사판이었지만 어쨌든 간신히 세 마리 다 해치울 수 있었다.

-슈우우

엔자임 II 세마리가 모두 쓰러진 것을 확인한 무라카미는 변신을 풀었다. 그 순간 힘이 다한 그가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에 모두가 서둘러 달려왔다.

"무라카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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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 어떤가 리헐트."

규오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엔자임 들이 전멸해서 충
격을 받아서 이러는게 아니었다. 무라카미라는 남자가 변신한 모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틀림
없이 조아로드의 배틀 모드였다. 게다가 그 모습 자체도 상당히 낯익은 모습이었다. 처음 봤을 땐 몰랐지만
전투 장면을 계속 보면서 규오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규오가 발카스를 강하게 노려보았다.

"박사! 저건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저 모습은 틀림없이 저의 전투형태와 쏙 빼닮았잖습니까!"

"그래. 자네의 배틀 모드와 닮았지."

"그렇다는 것은....저 녀석은 박사가 만들었다는 거군요. 왜냐하면...나를 조제한 건 바로 박사, 당신이니까!"

발카스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비로소 녀석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녀석은 조아로드가 아니었
다. 진짜 조아로드 라면 저 지경까지 싸우지 않고도 사념파 만으로도 엔자임 들을 압도할 수 있었을 것이
다. 아무리 12신장중 '그 분'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사념파를 방사하는 자신이라지만 대상물 가까이에 다
른 십이신장 멤버가 있다면 조아노이드는 바로 그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 하지만 녀석은 바로 코앞에 있었
어도 엔자임들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게다가 규오의 전투 형태와 꼭 닮은 저 모습. 틀림없이 그 때 그 놈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떻게 저 녀석이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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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직후 케이들은 서둘러서 현장을 벗어났다. 한동안 산속을 해매던 그들은 일단은 시즈의 안내로
모처에 있던 꽤 큰 동굴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행들은 잠시 쉬면서 시외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
아보기로 하였다. 어쨌든 언제까지나 산속을 해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까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던 아키토와 린드를 비롯해서 모두가 잠시 한숨 돌리며 쉬고 있을 때 베르단디와 시즈는 별장을 나올
당시 급하게 챙겨서 나온 음식재료들과 조리기구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였다. 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샌드위치 종류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굶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러분, 식사하세요."

베르단디가 모두에게 식사를 권했다. 그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아침에 서둘러 도망 나오고 전투까지
치른 후 또 다시 은신처를 찾아 산속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미 점심때도 놓친 것이다. 식사를 할 필요가 없
는 여신들을 제외한 모두가 저녁을 들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지로는 시즈와 함께 이 일대의 지형도를
보면서 탈출 루트를 찾고 있었다. 지로는 랠리에도 나갔을 정도로 오프로드 운전에는 능숙했고 시즈는 이
일대의 지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루트만 잘 잡으면 빠져나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시즈씨, 이쪽은 어때요? 지형도 상으로는 괜찮아 보이는데....경사도 완만해 보이고..."

"거기는 산사태가 자주 나는 편이에요. 특히 이렇게 비가 올때는요."

그렇다면 꽝이다. 지로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탈출 루트를 짜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일
단 포장도로는 모두 제외해야 한다. 보나마나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을 테니까. 포장 도로를 이용하는 건
시외로 빠져나간 이후여야 했다. 그렇다면 비포장 도로, 아니 도로라고 이름 붙이기가 민망한 산길을 달려
야 하는데 현재 그들이 몰고 있는 자동차들로는 쉽지가 않았다. 특히나 이렇게 비까지 내려서 지반이 물러
졌을 때는 더욱 더 힘들었다. 지로는 지금 벤츠사의 우니모그(UNIMOG)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
고 투덜거렸다.

"케이씨? 입에 안 맞으신가요?"

"응? 아..아냐. 잘 먹을께...."

베르단디는 케이가 샌드위치를 먹지 않자 어디 아픈 건가 하며 걱정을 하였다. 케이는 베르단디가 걱정하자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저 입에서 우물거리고만 있었다. 안 그래도 케이 역시 미나카미 산에서 격렬한 전
투를 치렀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실신한 상태였고 게다가 전
투 중에 갑자기 강식장갑이 저절로 풀리기까지 했으니 베르단디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울드는 케이가 왜 저러는지 금방 알아챘다. 어째서 가이버로 변신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울드 역시 정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아마도 케이가 부분적인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과 관계가
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기억상실이 일어난 이유는 그 때 당시 엄청난 쇼크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컸다.
무리도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었다고 해도 자신의 육체가 친아버지를 죽인 셈이었으니까.

'....나쁜 놈들!!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꽉 쥔 울드의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울드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울드? 어디 아파? 왜 그래?"

그 때 스쿨드가 울드의 모습이 이상한 걸 눈치챘다. 울드는 서둘러 눈을 비비며 아무것도 아니라며 얼버무
렸다.

"으음...."

"무라카미 씨?"

그 때 무라카미가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식사를 하다 말고 황급히 무라카미 주변에 모였다. 다행히도 무라
카미는 의식을 회복하였다. 아까 전투 후에 쓰러졌을 때만 해도 베르단디나 울드가 회복 법술을 걸어보았지
만 이상하게도 무라카미의 몸은 법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법술을 튕겨내기까지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도 별다른 응급처치도 못해보고 그저 스스로 깨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던 것이다.

"여긴....어딥니까...."

"아직 산속이에요. 이곳은 동굴 안이고요."

무라카미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아직도 힘겨운 모양이었다. 아키토가 그런 무라카미를 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도 크로노스와 아주 무관하진 않은 모양이군."

"이제 당신의 정체를 말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

린드가 무라카미에게 모두가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그 때 아키토가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조아로드...인가?"

"그러고 보니...그 조아로드란 것이 뭐지?"

린드의 물음에 아키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사실 그런 게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자세한 건 몰랐다. 그
때 무라카미가 힘겹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조아로드란....조아노이드들을 통솔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위 조제체를 말합니다."

무라카미의 설명은 계속됐다. 조아로드는 사념파라는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것을 방사하여서 조아노이드 대
군단을 마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 조아노이드 들에게는 그야말로 신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자는 이 지구 전체를 통털어서 겨우 12명. 바로 크로노스 최고 간부회의 '크로노스
12신장'들이다.

그 말을 들은 아키토는 비로소 그 때 자신이 규오의 암살에 실패한 이유를 알았다. 규오는 바로 12신장 멤
버, 즉 무라카미가 말하는 상위 조제체였기 때문이었다. 헬기의 공중폭발에도 견디고 가이버와 대등한 힘겨
루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비로소 밝혀진 것이다. 린드가 무라카미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상위 조제체.... 그렇다면 당신은 도대체 뭐지?"

"실험체 였습니다. 마지막 12번째 조아로드, 리헐트 규오를 만들기 위한 실험체...."

그 말에 모두가 크게 놀랐다. 무라카미가 실험체 였다니! 그것도 저 리헐트 규오를 위한 실험체. 무라카미는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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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무라카미는 한 조그만 잡지사의 말단 기자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는 크로노스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포함해서 다섯명 정도가 뉴기니아로 취재를 가게 되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신문명과 자신들이 이제까지 지켜오던 전통 사이에서 방황하는 원주민들을 취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취재대상 마을은 뉴기니아 에서도 정글을 한참 해치고 들어가야 하는 오지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인근 마을에서 짐꾼들을 고용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 때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
고 있었다. 정글 안쪽에서 괴물들이 출몰한다는 것이었다. 마을의 장로까지 나서서 무라카미 일행을 말렸다.
너무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그러나 그런다고 안 들어갈 그들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하다면 더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이 기자란 직업의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일본에 있는 편집장이 그런걸 믿을 리
도 만무했고. 그래서 주저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달러뭉치와 기타 각종 뇌물을 안겨줘서 간신히 짐꾼들을 고
용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였는가를.....

한참을 걸어서 정글 깊숙히 까지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처음 출발했을 때 짐꾼으로 고용했던 마을
젊은이들이 괴물로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괴물로 변한 그들은 일행들을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이고 일행
중 막내였던 무라카미를 사로잡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크로노스 뉴기니아 지부의 조아노이드
실험장이었던 것이다. 무라카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장 젊었기 때문이었다. 실험체를 만들려
면 가능한 한 젊고 싱싱한 육체가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사로잡은 무라카미를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크로노스의 본부기지로 끌고 갔다. 그리고 무
라카미는 거기서 아주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된다. 대학시절 은사였던 야마무라 신이치로 교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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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애리조나 본부 기지에서 일어난 반란사건을 기억하는가?"

"말만 들었습니다. 제가 조제를 끝마쳤을 때는 반란이 다 수습된 이후 였으니까...."

발카스와 규오는 나란히 조아노이드 조제시설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침 그 조제시설에서는 엔자임 II 의 대
량생산이 진행중이었다. 이 페이스 대로라면 약 일주일 후에는 엔자임 II 의 대부대가 조직될 수 있을 것이
었다. 조제시설을 시찰하면서 발카스는 규오에게 5년전의 그 일부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애리조나 본부에서 벌어진 야마무라 교수의 반란사건이 있었을 때 얘기네."

5년전 애리조나 본부기지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최후의 조아로드, 리헐트 규오의 최종 조제가 진행되
고 있을 무렵 갑자기 야마무라 교수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규오의 조제를 위해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프로토타입 조아로드가 4명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그들은 데이터 수집을 끝내고 죽음만을 기다
리고 있었다. 야마무라 교수는 바로 그들을 선동해서 반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아무리 완성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실험체라고는 해도 조아로드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조아노이드 부대로서는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예기치 못한 반란에 본부기지는 발칵 뒤집혔
었다.

"그들은 자네가 조제되고 있던 제 6 조제구역에 난입하였었지."

"....."

"리헐트, 그 놈들의 목표는 바로 자네였어."

다행히도 그 때 애리조나 기지에 모여있던 진짜 조아로드 집단, 12신장 멤버들의 활약 덕분에 규오는 목숨
을 건졌고 암살에 실패한 실험체들은 이리저리 쫓겨다니다가 결국에는 모두 폐기물을 처리하는 거대한 화
학약품통에 빠져서 녹아버리고 말았다. 반란의 주모자 야마무라 교수와 그의 스텝들은 체포직전 가지고 있
던 극약 캡슐을 깨물어서 자살을 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반란에 참가했던 실
험체 중 한명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헌데, 리헐트. 내가 이해가 안가는건...."

"....."

"왜 놈들이 자네의 암살을 기도했느냐 하는 거야."

"그...글쎄요. 저로서도 영문을 모르겠군요....."

발카스는 아직도 그 때 일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때 당시 결과가 어찌되든 야마무라와 그 실험체 4명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규오를 암살한다고 조직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실험체 4명이 남은 11명의 신장 멤버를 이길 수 있을 리도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야마무라 교수는 어째서
결과가 뻔한 무모한 반란을 일으켰던 것일까. 과연 그가 노렸던 건 무엇이었을까.

반면 규오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야마무라 교수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어쩌면 야마무라는 '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거고. 그리고 어쩌면 그 사실을 아까 본
무라카미라는 실험체 녀석도 알고 있을지 몰랐다. 만약 그 사실이 발카스나 다른 신장 멤버의 귀에 들어가
면....

"리헐트....그 무라카미라는 실험체는 아직도 자네 목숨을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

발카스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규오는 아무 말도 없었다.





******************************************




"교수님 역시 저처럼 크로노스에게 납치돼 오셨다고 하시더군요...."

야마무라 교수는 15년 전에 크로노스에게 납치됐었다. 납치되기 전까지 교수는 이곳 다케시로 마을 근처에
서 머물면서 미나카미 산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곳 미나카미 산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설을 주장하는 학자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는 결정적인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 이곳 미
나카미 산 지하에는 뭔가 엄청난 것이 잠자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직후 미나카미 산을 연구하고 있던 교수를 감시하고 있던 크로노스에 의해 야마무라 교수는 납
치되었다. 크로노스는 이곳 산 아래에 잠들어 있는 유적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 비밀이 외부로 새나갈까
두려워 교수를 납치했던 것이다. 그 이후로 교수는 크로노스의 연구진에 강제적으로 소속되어졌고 어쩔 수
없이 저들의 강림자 연구에 동참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시도 저항의지를 꺾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그는 묵묵히 기다리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애리조나 본부 기지로 발령 받은 교수는 그곳에서 자신의 제자였던 무라카미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무라카미와 만났을 당시 교수는 세 명의 젊은이와 함께 발카스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명의 젊은이는 조아로드 규오의 조제를 위해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생체 실험에 동원되고 있었고 말이다.
무라카미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생체 실험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몸으로 조제되고 말았다. 괴물같
이 변하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야마무라 교수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는 점차 크로노
스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교수의 의지에 감복해서 그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시점에서 교수에게서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유니트 가이버에 관한 무서운 비밀
을......




******************************************




"후...."

무라카미가 피곤한 듯 눈을 매만졌다. 무라카미 역시 오늘 새벽부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격렬한 전투를
치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베르단디가 이제 그만 쉬라는 듯 무라카미의 모포를 끌어올려줬다.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죠. 그리고 지금은 모두들 쉬어야 해요."

베르단디가 모두에게 간절히 부탁하듯 말했다. 아키토나 린드는 더 듣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자세한 얘
기는 나중에 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는 눈을 감자마자 곧 곯아 떨어졌다. 일행은 마저 식사를 마
친 후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자기에는 좀 일렀지만 그렇다고 달리 할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하루종일
도망만 다녀서 다들 지치기도 하였던 것이다. 린드의 경우에는 경계를 서려고 했지만 베르단디가 거의 강권
하다시피 해서 잠자리에 들게 하였다. 본인이야 이제 괜찮다고는 하지만 린드 역시 아까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케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은신처 밖으로 나갔다.

"케이씨? 어딜 가세요?"

"응...보초 서러. 내가 망을 보고 있을께."

"아니에요. 케이씨도 쉬셔야죠. 망은 제가 볼께요."

베르단디의 말에 케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베르단디도 쉬어둬. 요 며칠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그리고 난 별로 피곤하지 않아."

"전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리고....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엔 없어...."

거기까지 말한 케이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의 표정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 때문에 베르단디
는 그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케이에게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을 듯 싶었다. 베르단디
는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밖으로 나가는 그의 등을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다.








Next episode 제16화 '유니트의 비밀' coming soon.....



p.s : 지금은 시험시즌. 여러분 모두 시험 잘 치시길 빌께요! ^_^b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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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_- 크로노스 녀석들...완전 인간 지들이 만들었다고 모르모트 취급하는구려...[저런 반동들(?)이 제일 맘에 안들어!!!]

몽땅 쓸어버리자~~[레지스탕스 모드..-우드드득!]

다,다음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그러니까 18일에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건필!!! 저도 주말에 연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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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후후...베이더경 소설도 기대하겠습니다.^^ 중국 잘 다녀오세요.^^

p.s : 다음화에 자세하게 설명 나올겁니다만 인류를 만든건 크로노스가 아니라 '강림자'라 불리우는 외계 집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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