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불청객이 내려와 쇼핑을 내리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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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내에 갔다 왔으면 합니다.”
조용한(?) 점심을 막 마친 가족들의 대화중에 난데없이 끼어드는 제안 한 가지.
케이네 가족의 생활권을 침범한 불청객 묠니르가 제안한 것이다. 모두의 눈길이 마족으로
돌아간다.
“필요한 물품들이 있습니다.”
척
“이게..네가 사고 싶은 물품들?”
묠니르가 내민 꾸깃꾸깃 접어진 종잇조각에 어설프게 써진 일본어를 읽는 케이.
그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글을 해독하자,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의 눈도 덩달아 움직인다.
“화학약품”
울드가 자신도 모르게 쪽지에 쓰인 단어를 하나 읽는다. 뒤이어
“에프 킬라”
베르단디.
“약간의 전선”
케이이치.
“에엑? LCD외 기타 기계&전자장비?”
기계 마니아 스쿨드.
“…1인용 이동식 천막 외 허브와 독초?”
어처구니 없어하는 페이오스.
.
.
.
당연하다는 듯 케이네 일행을 스쳐 지나가는 침묵의 그림자.
“아니! 왜 천막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것도 사막색? 아니면 숲에 어울리는 색이라니? 그리고 천막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허브와 포이즌이라니?! 정신이 있는 거예요?”
“여기 써진 것들이 전부 네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들?”
호되게 묠니르를 몰아붙이려는 페이오스를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케이이치.
혹시나 했지만 묠니르의 고개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긍정의 표시임이 분명했다.
“이런 물건들의 출처를 모르겠단 말이야 묠니르!”
불청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천재 소녀가 끼어든다. 그녀는 얼이 빠진 얼굴로 수십 번씩 쪽지를 바라보는 케이를 옆으로 밀치며 등장했다. 넌센스다! 기계에 대해서는 ㄱ자도 모르는 마족이 웬 기계냐? 며 따지고 등장한 것이다.
“만들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스쿨드 씨.”
“씨자 붙이지 말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엉?!”
그래도 아침에 비해 덜 적대적인 표정의 스쿨드.
하지만 아직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품의 사용
출처만 묻는다.
“보시면 압니다.”
“빨리 말해 봐!”
“날씨 참 좋군요!!”
묠니르는 예의 무표정으로 버티려 하지만 노려보는 듯 한 작은 여신의 기세에 조금 밀릴 것
같았는지 천장으로 시선을 옮기며 딴청을 피운다. 천장에 떠 있는 가상의 태양(?)을 떠올리며 말이다. 그의 어설프게 시치미를 뚝 때려는 모습에 오기가 생기는 스쿨드.
“빨리 말해 봐!”
“베르단디 씨 이 관동에서 제일 큰 매장을 알고 싶습니다만?”
다급히 구원을 요청하는 듯 그를 닦달하는 스쿨드를 무시하고 베르단디 쪽으로 화재를 돌리는 묠니르. 우리의 속편한 베르단디는.
“잘 모르겠네요. 케이 씨는 알고 있나요?”
“그..글쎄 에프킬라같은 해충약이나, 텐트 같은 등산용품 매장은 잘 알겠지만 기계나 전자제품들은 무얼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는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베르단디를 바라보는 케이이치. 그 둘을 번갈아 보며[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스쿨드를 뒤로 하고]중얼거리는 묠니르. 오른손을 턱에 괴고 반대쪽 손가락이 탁탁 연신 탁상을 두드린다. 마치 모 애니속의 탐정이 자신만의 추리 속에 빠진 듯 한 얼굴.
그런 그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 끌끌거리는 페이오스와 울드.
“어이 묠니르. 네 눈에는 우리 여신들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거야?”
“목적만 확실하다면야~허브든, 독초 조합이던 문제는 없어!”
“아!”
언제 갈아입었는지 하얀 연구원 가운을 두른 울드가 추리 속에 빠진 묠니르를 깨운다. 그녀 옆에는 도도하게 다리를 비비 꼬며 미소를 짓는 페이오스도 있었다. 씨익 웃는 페이오스의 손에 들려있는 와인 잔들에는 확인 불명의 형형색색 액체들이 묠니르를 유혹하고 있었다.
상황파악과 울드, 페이오스의 특기를 알지 못하는 묠니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케이가 탄성을 질렀다.
“두 사람 다 재료가 넉넉했지?”
“....넉넉한 정도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울드가 빈정거리며 묠니르를 바라본다.
“용도를 설명해주세요!”
울드와 마찬가지로 묠니르를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페이오스.
왠지 소악마보다 더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둘의 행태를 지켜보던 케이가 다가왔다.
조용히 묠니르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의 귀가 번뜩였다.
“두 사람의 기술은 정말 뛰어나긴 한데. 스쿨드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안전하지는않을껄?”
“케이씨! 지금 묠니르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는 케이 옆에서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페이오스의 시선을 느낀 케이. 어설프게 웃으며 뒤돌아 베르단디 쪽으로 쪼르르 사라진다.
그를 한참동안 노려보던 울드와 페이오스. 이 두 여신은 주저앉아 깊게 생각하는 악마 옆에 다가온다. 불과 오전까지만 해도 묠니르에게 아무 감흥도 없어보이던 두 여신의 장난기가 더욱 불을 뿜었다.
‘어떤 걸 원하는지는 몰라도~’
‘정말 재미있게 되었어!’
화륵~
눈에서 불똥을 튀며 더욱 투지를 불태운다. 못마땅한 눈으로 마족에게 투덜대던 소녀도 두 사람 중 아무도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베르단디 쪽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자 사태를 관전하던 베르단디가 움직인다.
“언니, 페이오스 두 사람 다 그만해요”
“내가 뭘...난 단지 무언가 필요하다는 불쌍한 악마군(?)을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오호호~저는 천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괴짜군의 정신 상태를 고쳐주기 위해 정신각성제 ‘녹색빛 평온’을 만들어줄 생각만...”
오오. 그래서 와인 잔에 든 액체가 녹색이었구먼. 화재와는 전혀 다른 물건에 의문을 품고 있던 묠니르가 이제 알았다는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알았다는 표정을 긍정의 뜻으로 멋대로 해석한 두 여신은.
“어때! 어떤 화학약품을 만들어줄까? 혹시 널 괴롭힌 누군가를 혼내주려는 것 아냐?”
“울드!!”
으드득.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라는 사실을 잊은 여신 ‘울드’ 앞에 서서 무섭게 노려보는 흑발의 소녀. 그녀는 그동안 써먹지 않으려 했던 조그만 공같은 물체 두 개를 품속에서 꺼내 위협해보이고 있었다.
“스쿨드 범버!”
“뭐야~아직도 어린아이가 어른들만의 대화에 끼여 있었던 거야?”
스쿨드의 손에 들린 ‘범버’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울드.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못한 마족과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의아해하는 페이오스, 제발 집이나 부수지 말라며 속으로 사정사정을 하는 케이이치와, 일상에 익숙한 베르단디.
“누가 어리다는 거야!!”
아직 어리기에 나이란 것에 상당한 콤플렉스(라고 해봤자 조금 신경이 곤두세워질 뿐?)를 느끼는 스쿨드의 발악이 시작되어졌다. 숲속에 위치한 조용한 절에.
쿠콰콰콰콰쾅
거대한 폭음. 그리고 피부가 조금 새까매진 존재들이 날아간다.
“우와아아아악!”
‘아 이렇게 되는구나!’
신세한탄을 하며 묠니르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케이의 외침이었다.
“이렇게 하자.”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케이가 제안을 한 가지 했다.
“뭔데?”
“뭐야 케이!”
“뭔가요?”
“뭔가요.”
조용히 모두에게 차를 따르는 베르단디를 제외한 전원의 입에서 반문이 나온다.
“허브나 약품 제조는 재료도 있고, ...천계에서도 알아준다는 프로급 인사 두 명이 여기 있으니까”
“에헴!”
“프로급이 아니라 마스터에요! 마스터!!”
프로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자신들을 강조라도 하듯 헛기침과 의기양양해 하는 두 여신. 은발은 아까의 폭발에 휘말려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액체와 유리잔 몸체가 와장창 깨어져 손잡이 두 개만 달랑 들고 있는 흑발의 여신 한명. 프로란 단어를 달가워하지 않는 두 울드와 페이오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묠니르를 잘 도와줘. 전자장비나 기계부품들은..”
“메카닉이라면 나한테 맡기라고~그런데 너 말이야!”
스쿨드가 케이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묠니르에게 다가왔다. 정말 못 미덥다는 얼굴이 되어 그의 얼굴(자신보다 키가 더 커서 발을 치켜들고 서야만 했다.)을 손가락으로 세게 찔렀다.
“도대체 뭣을 만들려는 거야? 분명 무언가를 만들려고 이런 잡동사니들을 필요로 하는 것 아냐?”
끄덕끄덕
“별 것 아닙니다. 아 스쿨드님까지 도와주신다면야..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덕택에 비용도 절약되었고..우리 이렇게 된 것 오늘 외식이나 한번 할까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제일 정상인(?) 스쿨드가 마족을 노려보며 되지도 않는 키를 필사적으로 높여 그의 머리에 알밤을 문질렀다. 끈질긴 이 여신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가? 자신의 목적이 들통 난다면? 난감한 얼굴이 된 묠니르가 더듬거리며 절대 아니라고 변호하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살려주었다.
“와~외식이라고? 너 그럴만한 돈이나 있는 거냐?!”
“당신 같은 괴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군요. 어디로 가는 거죠?”
“우..울드! 페이오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스쿨드가 필사적으로 외식이란 단어에 등을 돌려버린 아군들을 붙잡았으나.
“아니 전혀!”
“스쿨드~마족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런 식으로 몰아붙히면 천벌받아요!”
“누..누가 몰아붙였다고 그래?! 그러는 페이오스는 허구한 날 경멸한다며 어쩌구저쩌구 떠들어댔으면서!!”
“내..내가 언제요!!”
“아침 내내 그랬잖아! 뭐!!”
페이오스와 스쿨드. 이제 화재는 두 사람의 신경전으로 바뀌었다. 화난 것 같지는 않지만 두 여신들이 언성을 높이자 옆에 있던 울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커다란 부채를(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해오는지 의문이 들지만.)들고 난리 블루스를 친다. 그녀의 입에서는.
“잘들 싸워보셔!”
“울드!”
둘이 울드의 이름을 외친다. 더욱 잘됐다는 얼굴의 울드는 하얀 이를 씨익 드러내며 그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스쿨드에게 뭔가 전단지 같은 것을 한 장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와~묠니르!! 빨리 옷 갈아입고 준비해!! 그런 칙칙한 검은색 옷차림으로 갈꺼야!!!”
‘사.사람이 변했다.’
“흐흥~어떤 것을 입을까나?”
드르륵.
‘모두의 Tea 룸’을 재빨리 빠져나가는 스쿨드. 서두르는 듯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묠니르의 귀에 박혀왔다. 울드라는 여신이 어떻게 달랬는지 몰라도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숙인다. 으쓱하는 울드의 손에 들린 전단지..그것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 묠니르.
‘@@마트 ’Roul‘ 외 기타 외식업체들.. 그들만의 아이스크림 무료 시식!!! 놓치지 마시길...’
.
.
.
오늘 묠니르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스쿨드를 달래거나, 설득시킬 때는 아이스크림이 최고로군.’
“도.도대체 뭐가 어찌된 영문이지?”
이봐요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상황파악이 되지 못한 케이이치. 그의 머리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야! 그는 멍하니 얼떨결에 정해진 외식(?)을 환영하는 여신 둘과 마족 한명을 바라보고 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단디 이런 상황 괜찮은 거 맞아?"
"외식? 케이씨!"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도리어 케이에게 묻고 싶어하는 그녀의 표정....
"이봐들 정말 괜찮긴 한거야?"
"뭐야 케이는 외식 싫어하는거야?"
"그.그건 아닌데…헉!"
'컥!'
케이는 더욱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때요들? 이런 날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외출복이지"
방문이 열린 곳에는 검은색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스쿨드가 서 있었다.
자신의 우아함(?)을 뽐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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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혼란스러운 하루를 그려보려 했는데......
혼란 정도가 아니라 작가의 머릿속까지 혼란스러워지는 무법천지가 되버렸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셔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는 자세를 부디 가져주시길..[퍼퍽!]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조용한(?) 점심을 막 마친 가족들의 대화중에 난데없이 끼어드는 제안 한 가지.
케이네 가족의 생활권을 침범한 불청객 묠니르가 제안한 것이다. 모두의 눈길이 마족으로
돌아간다.
“필요한 물품들이 있습니다.”
척
“이게..네가 사고 싶은 물품들?”
묠니르가 내민 꾸깃꾸깃 접어진 종잇조각에 어설프게 써진 일본어를 읽는 케이.
그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글을 해독하자,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의 눈도 덩달아 움직인다.
“화학약품”
울드가 자신도 모르게 쪽지에 쓰인 단어를 하나 읽는다. 뒤이어
“에프 킬라”
베르단디.
“약간의 전선”
케이이치.
“에엑? LCD외 기타 기계&전자장비?”
기계 마니아 스쿨드.
“…1인용 이동식 천막 외 허브와 독초?”
어처구니 없어하는 페이오스.
.
.
.
당연하다는 듯 케이네 일행을 스쳐 지나가는 침묵의 그림자.
“아니! 왜 천막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것도 사막색? 아니면 숲에 어울리는 색이라니? 그리고 천막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허브와 포이즌이라니?! 정신이 있는 거예요?”
“여기 써진 것들이 전부 네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들?”
호되게 묠니르를 몰아붙이려는 페이오스를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케이이치.
혹시나 했지만 묠니르의 고개는 위아래로 움직였다. 긍정의 표시임이 분명했다.
“이런 물건들의 출처를 모르겠단 말이야 묠니르!”
불청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천재 소녀가 끼어든다. 그녀는 얼이 빠진 얼굴로 수십 번씩 쪽지를 바라보는 케이를 옆으로 밀치며 등장했다. 넌센스다! 기계에 대해서는 ㄱ자도 모르는 마족이 웬 기계냐? 며 따지고 등장한 것이다.
“만들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스쿨드 씨.”
“씨자 붙이지 말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엉?!”
그래도 아침에 비해 덜 적대적인 표정의 스쿨드.
하지만 아직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품의 사용
출처만 묻는다.
“보시면 압니다.”
“빨리 말해 봐!”
“날씨 참 좋군요!!”
묠니르는 예의 무표정으로 버티려 하지만 노려보는 듯 한 작은 여신의 기세에 조금 밀릴 것
같았는지 천장으로 시선을 옮기며 딴청을 피운다. 천장에 떠 있는 가상의 태양(?)을 떠올리며 말이다. 그의 어설프게 시치미를 뚝 때려는 모습에 오기가 생기는 스쿨드.
“빨리 말해 봐!”
“베르단디 씨 이 관동에서 제일 큰 매장을 알고 싶습니다만?”
다급히 구원을 요청하는 듯 그를 닦달하는 스쿨드를 무시하고 베르단디 쪽으로 화재를 돌리는 묠니르. 우리의 속편한 베르단디는.
“잘 모르겠네요. 케이 씨는 알고 있나요?”
“그..글쎄 에프킬라같은 해충약이나, 텐트 같은 등산용품 매장은 잘 알겠지만 기계나 전자제품들은 무얼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는데..”
뒷머리를 긁적이며 베르단디를 바라보는 케이이치. 그 둘을 번갈아 보며[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스쿨드를 뒤로 하고]중얼거리는 묠니르. 오른손을 턱에 괴고 반대쪽 손가락이 탁탁 연신 탁상을 두드린다. 마치 모 애니속의 탐정이 자신만의 추리 속에 빠진 듯 한 얼굴.
그런 그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 끌끌거리는 페이오스와 울드.
“어이 묠니르. 네 눈에는 우리 여신들이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거야?”
“목적만 확실하다면야~허브든, 독초 조합이던 문제는 없어!”
“아!”
언제 갈아입었는지 하얀 연구원 가운을 두른 울드가 추리 속에 빠진 묠니르를 깨운다. 그녀 옆에는 도도하게 다리를 비비 꼬며 미소를 짓는 페이오스도 있었다. 씨익 웃는 페이오스의 손에 들려있는 와인 잔들에는 확인 불명의 형형색색 액체들이 묠니르를 유혹하고 있었다.
상황파악과 울드, 페이오스의 특기를 알지 못하는 묠니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케이가 탄성을 질렀다.
“두 사람 다 재료가 넉넉했지?”
“....넉넉한 정도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울드가 빈정거리며 묠니르를 바라본다.
“용도를 설명해주세요!”
울드와 마찬가지로 묠니르를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페이오스.
왠지 소악마보다 더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둘의 행태를 지켜보던 케이가 다가왔다.
조용히 묠니르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의 귀가 번뜩였다.
“두 사람의 기술은 정말 뛰어나긴 한데. 스쿨드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안전하지는않을껄?”
“케이씨! 지금 묠니르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는 케이 옆에서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페이오스의 시선을 느낀 케이. 어설프게 웃으며 뒤돌아 베르단디 쪽으로 쪼르르 사라진다.
그를 한참동안 노려보던 울드와 페이오스. 이 두 여신은 주저앉아 깊게 생각하는 악마 옆에 다가온다. 불과 오전까지만 해도 묠니르에게 아무 감흥도 없어보이던 두 여신의 장난기가 더욱 불을 뿜었다.
‘어떤 걸 원하는지는 몰라도~’
‘정말 재미있게 되었어!’
화륵~
눈에서 불똥을 튀며 더욱 투지를 불태운다. 못마땅한 눈으로 마족에게 투덜대던 소녀도 두 사람 중 아무도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베르단디 쪽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자 사태를 관전하던 베르단디가 움직인다.
“언니, 페이오스 두 사람 다 그만해요”
“내가 뭘...난 단지 무언가 필요하다는 불쌍한 악마군(?)을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오호호~저는 천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괴짜군의 정신 상태를 고쳐주기 위해 정신각성제 ‘녹색빛 평온’을 만들어줄 생각만...”
오오. 그래서 와인 잔에 든 액체가 녹색이었구먼. 화재와는 전혀 다른 물건에 의문을 품고 있던 묠니르가 이제 알았다는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알았다는 표정을 긍정의 뜻으로 멋대로 해석한 두 여신은.
“어때! 어떤 화학약품을 만들어줄까? 혹시 널 괴롭힌 누군가를 혼내주려는 것 아냐?”
“울드!!”
으드득.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라는 사실을 잊은 여신 ‘울드’ 앞에 서서 무섭게 노려보는 흑발의 소녀. 그녀는 그동안 써먹지 않으려 했던 조그만 공같은 물체 두 개를 품속에서 꺼내 위협해보이고 있었다.
“스쿨드 범버!”
“뭐야~아직도 어린아이가 어른들만의 대화에 끼여 있었던 거야?”
스쿨드의 손에 들린 ‘범버’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울드.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못한 마족과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의아해하는 페이오스, 제발 집이나 부수지 말라며 속으로 사정사정을 하는 케이이치와, 일상에 익숙한 베르단디.
“누가 어리다는 거야!!”
아직 어리기에 나이란 것에 상당한 콤플렉스(라고 해봤자 조금 신경이 곤두세워질 뿐?)를 느끼는 스쿨드의 발악이 시작되어졌다. 숲속에 위치한 조용한 절에.
쿠콰콰콰콰쾅
거대한 폭음. 그리고 피부가 조금 새까매진 존재들이 날아간다.
“우와아아아악!”
‘아 이렇게 되는구나!’
신세한탄을 하며 묠니르처럼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케이의 외침이었다.
“이렇게 하자.”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케이가 제안을 한 가지 했다.
“뭔데?”
“뭐야 케이!”
“뭔가요?”
“뭔가요.”
조용히 모두에게 차를 따르는 베르단디를 제외한 전원의 입에서 반문이 나온다.
“허브나 약품 제조는 재료도 있고, ...천계에서도 알아준다는 프로급 인사 두 명이 여기 있으니까”
“에헴!”
“프로급이 아니라 마스터에요! 마스터!!”
프로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자신들을 강조라도 하듯 헛기침과 의기양양해 하는 두 여신. 은발은 아까의 폭발에 휘말려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액체와 유리잔 몸체가 와장창 깨어져 손잡이 두 개만 달랑 들고 있는 흑발의 여신 한명. 프로란 단어를 달가워하지 않는 두 울드와 페이오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이 묠니르를 잘 도와줘. 전자장비나 기계부품들은..”
“메카닉이라면 나한테 맡기라고~그런데 너 말이야!”
스쿨드가 케이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묠니르에게 다가왔다. 정말 못 미덥다는 얼굴이 되어 그의 얼굴(자신보다 키가 더 커서 발을 치켜들고 서야만 했다.)을 손가락으로 세게 찔렀다.
“도대체 뭣을 만들려는 거야? 분명 무언가를 만들려고 이런 잡동사니들을 필요로 하는 것 아냐?”
끄덕끄덕
“별 것 아닙니다. 아 스쿨드님까지 도와주신다면야..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덕택에 비용도 절약되었고..우리 이렇게 된 것 오늘 외식이나 한번 할까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제일 정상인(?) 스쿨드가 마족을 노려보며 되지도 않는 키를 필사적으로 높여 그의 머리에 알밤을 문질렀다. 끈질긴 이 여신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인가? 자신의 목적이 들통 난다면? 난감한 얼굴이 된 묠니르가 더듬거리며 절대 아니라고 변호하는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살려주었다.
“와~외식이라고? 너 그럴만한 돈이나 있는 거냐?!”
“당신 같은 괴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군요. 어디로 가는 거죠?”
“우..울드! 페이오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스쿨드가 필사적으로 외식이란 단어에 등을 돌려버린 아군들을 붙잡았으나.
“아니 전혀!”
“스쿨드~마족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런 식으로 몰아붙히면 천벌받아요!”
“누..누가 몰아붙였다고 그래?! 그러는 페이오스는 허구한 날 경멸한다며 어쩌구저쩌구 떠들어댔으면서!!”
“내..내가 언제요!!”
“아침 내내 그랬잖아! 뭐!!”
페이오스와 스쿨드. 이제 화재는 두 사람의 신경전으로 바뀌었다. 화난 것 같지는 않지만 두 여신들이 언성을 높이자 옆에 있던 울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커다란 부채를(이런 것들을 어디서 구해오는지 의문이 들지만.)들고 난리 블루스를 친다. 그녀의 입에서는.
“잘들 싸워보셔!”
“울드!”
둘이 울드의 이름을 외친다. 더욱 잘됐다는 얼굴의 울드는 하얀 이를 씨익 드러내며 그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스쿨드에게 뭔가 전단지 같은 것을 한 장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와~묠니르!! 빨리 옷 갈아입고 준비해!! 그런 칙칙한 검은색 옷차림으로 갈꺼야!!!”
‘사.사람이 변했다.’
“흐흥~어떤 것을 입을까나?”
드르륵.
‘모두의 Tea 룸’을 재빨리 빠져나가는 스쿨드. 서두르는 듯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묠니르의 귀에 박혀왔다. 울드라는 여신이 어떻게 달랬는지 몰라도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숙인다. 으쓱하는 울드의 손에 들린 전단지..그것의 정체를 파악하게 된 묠니르.
‘@@마트 ’Roul‘ 외 기타 외식업체들.. 그들만의 아이스크림 무료 시식!!!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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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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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묠니르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스쿨드를 달래거나, 설득시킬 때는 아이스크림이 최고로군.’
“도.도대체 뭐가 어찌된 영문이지?”
이봐요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상황파악이 되지 못한 케이이치. 그의 머리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야! 그는 멍하니 얼떨결에 정해진 외식(?)을 환영하는 여신 둘과 마족 한명을 바라보고 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베르단디 이런 상황 괜찮은 거 맞아?"
"외식? 케이씨!"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도리어 케이에게 묻고 싶어하는 그녀의 표정....
"이봐들 정말 괜찮긴 한거야?"
"뭐야 케이는 외식 싫어하는거야?"
"그.그건 아닌데…헉!"
'컥!'
케이는 더욱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때요들? 이런 날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외출복이지"
방문이 열린 곳에는 검은색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스쿨드가 서 있었다.
자신의 우아함(?)을 뽐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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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혼란스러운 하루를 그려보려 했는데......
혼란 정도가 아니라 작가의 머릿속까지 혼란스러워지는 무법천지가 되버렸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셔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는 자세를 부디 가져주시길..[퍼퍽!]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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