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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의 그대에게..(1)-S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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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었지만, 달빛은 비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믐밤이었으니, 달빛을 찾는 것부터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달빛을 찾고 싶었다. 왜냐하면 달빛은 그를 기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매게체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서 사라진 그 사람.. 언제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도 않고 다른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고만 갔던 그를.. 떠올린다.

***

 "좋은 아침이에요. 아키하님."

 "고마워요. 코하쿠는 잘잤어요?"

 "예. 그럭저럭이요. 그런데 아키하님? 아침은 일식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양식으로 하시겠습니까?"

 코하쿠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더 자연스럽게 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겠지..' 라고 위로하고서는 흘러내려오는 머릿결을 뒤로 쓸어 올리면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말했다.

 "일식으로 부탁해요. 코하쿠. 그런데 히스이는 어디에?"

 "어라? 시키씨의 방에서 아키하님을 깨워드리러 올라갔는데, 못봤어요?"

 "아뇨. 분명히 깨워줬는데, 그 후로는 보이질 않는군요."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히 히스이는 그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코하쿠는 부엌에 들어가다가 말고 이쪽을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죠. 어제 빌려준 리본을 찾으러 간다고 했었어요. 아마도 뒷 뜰에서 찾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군요. 그러면 코하쿠 일식으로 맛있게 부탁해요."

 "예~"

 그러는 동안에도 불현듯이 뾰루퉁하게 앞을 쳐다 보다가 곧 맞은편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서는 괜히 뜨거워지는 얼굴을 창가로 돌렸다. 창밖은 무척이나 밝았다. 그리고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한점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새 10월달의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뭐랄까? 7년전의 그 날이 생각난다. 유순한 생김새와 그리고 귀여운 얼굴로 우리집에 와서는 나에게 인사를 건내주던 그 사람..

 "너무.. 심술을 부렸었나?"

 가끔은 이렇게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에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식사를 기다리면서 밖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식사는 의외로 금방 끝났다. 코하쿠의 음식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게다가 아침이라서 조금씩 밖에 나오지 않아서 금방 식사는 끝나 버렸다. 잠깐 차의 시간을 갖으려다가 문득 히스이가 생각났다. 다시금 코하쿠를 향해 물었다.

 "히스이는 뒷 뜰에?"

 "예. 아마도요."

 "산책 다녀올께요."

 뒷 뜰에 나가보자 코하쿠의 말대로 히스이가 서 있었다. 단지 물건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 뿐이었다. 가만히 서서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얼굴에 눈물만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필요이상으로 슬픈 분위기마저 만들어 내버렸다. 어느새 나의 눈가에도 물기가 짙어졌다.
 결국 그 자리를 피해서 저택의 숲으로 향했다. 숲은 온톤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은행나무는 없고, 오로지 붉은 단풍나무 뿐인 숲. 하지만 이 숲에는 많은 추억이 잠들어 있었다. 그래.. 그 사람을.. 정말로 내 것으로 만든 장소가 바로 이 숲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내 것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것도 아니게 되어서 떠나셨군요."

 숲의 청량한 공기가 기분을 풀어준 것처럼 다시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저택으로 들어섰다.

 "산책은 즐거우셨나요?"

 "응. 그런데 무슨 준비를 하는거죠? 코하쿠?"

 그 말에 코하쿠는 잠깐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곧 괜시리 모른척 하지 말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지요. 아키하님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분의 기일이니까요."

 "..그랬지요."

 코하쿠의 말에 또 다시 눈가가 습해졌다.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2년전 루시라는 아이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 아마도 오라버니와 내가 함께 찍힌 유일한 사진일지도 몰랐다. 이런.. 그 사이 나도 히스이처럼 눈물이 방울지며 떨어져 내렸다.

 "바보 오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

 "이것으로 두번째 기일이지만, 왠지 적응이 안되네.."

 "헤에~ 아키하님께서도 귀여운 소릴 하시는군요."

 "뭐, 그렇게 들려도 상관 없어요. 그 사람은 이런 것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둔감형이잖아요."

 요즘 부쩍 말이 많아진 것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남기지 못한 것을 남기고, 채우고 싶어서 였을까? 요즘은 그 사람이 쓰던 방에서 자는 일도 부쩍 늘기만 하였다. 히스이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동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키하님은 시키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히스이, 그런질문은 아키하님께 조금.."

 "괜찮아요. 그 사람은 저의 오라버니에요. 지금도, 앞으로도 쭈욱.. 영원한 나의 오라버니로 계실껍니다."

 그래. 영원한 나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슴속에 남아있는 이 조그마한 무게가 바로 그 사람의 무게이다. 비록 이젠 어떠한 곳에서도 그 무게가 다시금 살아나거나 하지 않지만, 그 사람이 나의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아주 미세한 무게감이 아직도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차는 이름모를 넓은 들판까지 와있었다. 차는 이미 멈춰서 있었고, 코하쿠는 운전기사에게 몇시쯤에 출발할테니 그때까지 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이제 가죠. 아키하님."

 "응."

 아무런 길도 없는 들판을 지나서 커다란 나무가 서있는 야트마한 언덕에 올랐다. 거기에는 작은 비석과 그리고 낮은 크기의 무덤이 있었다. 조용히 합장하여 묵념한 후에 무덤 뒤에 있는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듯한 나무는 갈색빛의 낙엽을 떨구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단지 조용히 서서 무표정하지만 어쩌면 웃고있는 듯한 그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애늙은이라고 할까?

 "후우.. 하늘이 참 파랗고 맑군요. 어라? 하키하님.."

 "언니. 그만 조용히.."

 어째서 일까? 분명히 웃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눈가를 적시며 흐르는 액체의 의미는..

***

 그믐달의 희미한 달빛의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는 단지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앉아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단도가 들려있었다. 일곱의 밤이라고 씌여진 단도는 오랜 세월의 예리함이 들어있었다.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눈동자는 그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얇은 턱선은 그의 성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와.. 아름다운 달이네. 오늘은 왠지 즐거울 것만 같아."

 지금은 길게 허리까지 와 닿아있는 흑단같은 머릿결을 한번 쓸어내리며 일어섰다.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절도있는 무가의 사람 같았지만, 그 입가에 맺힌 미소는 너무 푸르러서 학문을 배워가는 일개 서생의 미소처럼 유순했다. 더욱이 그 조심스러운 모습에서 그가 남자인지 혹은 여자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겸허함까지 느끼게끔 만들었다.

-A vous d'une partie plus inferieure de clair de lune(달빛 아래의 그대에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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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키하.. 트루 루트 뒷부분이군요....

하아...

이 루트는 의외로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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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니!!

시간을 보니까 새벽 2시잖아!!!

이때까지 잠 안 자고 뭐하는 겁니까!!!


...그러면.. 피부 나뻐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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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아
이런문체 좋아 ~ [퍼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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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석하지만 아키하 트루 루트에는 시키가 돌아온다는 뒷이야기가 떠커니 존재하고 있다만...피카군. 넌 아직 지식이 부족해.

[라지만 정작 소설에 딴지걸 생각은 없습니다. 피카에게 딴지를 걸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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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이...

니녀석이 준.. 그 루트 번역본엔...

없단말이다...............................

월희... 직접 깨긴 시간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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