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도(兩刃刀) Chap. 00 #02 -조우(遭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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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도(兩刃刀) Chap. 00 #02
서막(序幕) 제 02장
-조우(遭遇)-
마교의 철수가 있었던지 약 일년(一年) 후, 중원 무림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直面)하게 된다.
천축(天竺) 무림(武林)의 중원침공(中園侵攻).
정사(正邪)로 나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중원 무림으로썬 천축 무림의 거대한 힘 앞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무너져갔으며, 중원 무림은 그들과 대적(對敵)하기 위해, 첫 정사연합(正邪聯合)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던 것처럼 여겨지던 것을 이루어냈다.
허나, 그런 파격(破格)적인 방법에도 불구하고, 천축 무림들과의 대치선(對峙線)이 생겼을 뿐, 패퇴(敗退)시키기는커녕, 천축 무림의 일방적인 학살(虐殺)을 간신히 막고 소모전(消耗戰)을 지속하는 것 외의 진척(進陟)은 있지 않았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천축(天竺) 무림(武林)은 중원 무림의 수뇌부(首腦部)로 전갈(傳喝) 하여 전면전(全面戰)을 펼치며 공세(攻勢)를 취하고, 그 곳에서 승패를 가르자는 소식을 전했다. 중원 무림으로써도 역시, 소모전을 지속(持續)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기에, 그에 응(應)하게 되었다.
도합(都合) 이만(二萬) 무림인(武林人)들의 격돌(激突) 직전(直前), 그들의 귀로 싸움을 멈추게 하는, 청아(淸雅)하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중후(重厚)한 내공(內功)이 담긴 금률(琴律)이 흘러 들어왔다.
***
전(全) 무림(武林)의 공적(公敵), 양인마(兩刃魔)….
그 칭호는 중원(中園) 무림(武林)과 더불어 천축(天竺) 무림(武林)에까지 공포(恐怖)의 대명사(大名辭)가 되었다.
2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천축 무림의 침공(侵攻) 때부터 그 두각(頭角)을 드러낸 금안(金眼)의 악마(惡魔)가 벌인 혈겁(血劫)의 장(場). 천축과 중원, 양측의 무림인(武林人)들의 구별조차도 두지 않고 오분지 사 이상을 그의 기형도(奇型刀)붉은 이슬로써 화하게 한 후, 살아남은 2천여 명의 정예(精銳)를 단 한 순간에 나락(奈落)으로 몰아넣은 그의 가공(可恐)하다고 할만한 힘이 만든 모습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서도 볼 수 없었던 피의 장관(壯觀)이었다.
그, 양인마(兩刃魔)의 마지막 학살(虐殺)이 끝난 직후, 무당(武當)의 정예(精銳)인 태청풍뢰팔십일검(太淸風雷八十一劍)과 무당사십이검(武當四十二劍)은 이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조각들로 변해있었고, 흑도(黑徒)와 백도(白徒)의 치열한 대전(大戰)에서도 항시(恒時), 마지막에만 투입된다던 숭산(崇山) 소림(少林)의 이십칠수(二十七手)의 오십사 명(五十四名) 전원과, 그들과 동급(同級)인 백팔나한(百八羅漢) 역시 종격(終擊)에 의해 싸늘한 시체로 변해 차가운 대지(大地)위에 누워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오직 천축 무림인과 중원 무림인의 시신들 사이로 공격할 여력(餘力)마저도 잃어버린 채, 비틀거리며 간신히 자리를 고수(固守)하거나 쓰러져있는 당금(當今)의 흑도(黑徒) 무림의 최강자(最强자)라고 불렸던 명교(明敎)의 교주(敎主)인 배기호(裵飢虎)와 여신교(女神敎)라는 이름의 사파에 가까운 중도문파의 최강자라는 여신(女神) 규이안(奎利安). 그리고 백도(白徒) 무림의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일인자(一人者)이자, 무당(武當)의 현 장문인(場門人)의 사백(師伯)인 현악진인(賢惡眞人)과 의검(義劍)으로써 일가(一家)를 이룬 무림맹주(武林盟主) 제일인협(第一人俠) 천예양(泉叡陽), 마지막으로 중원제일살수(中園第一殺手)이자 여중제일도(女中第一刀)인 나연(那聯) 천축 무림의 몇몇 강자들뿐이었다.
중원(中園)과 천축(天竺), 양측 무림계(武林界)를 사십 년(四十年) 이상 퇴보(退步)시킨, 이 시점 이후로 중원에서는 그를 양인마(兩刃魔), 혹은 금안마(金眼魔)라고 부르며 두려워해 마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등에 핏빛의 홍금(紅琴)을 매고 다녔으며 그가 살육(殺戮)을 행하기 전에는 항시, 금(琴)의 음률(音律)이 울려 퍼졌다. 그가 켰던 아름다운 금 소리는 그 당시(當時), 귀곡성(鬼哭聲)만큼이나 모든 무림인들에게 공포를 불어넣었다. 그의 혈행(血行)이 육 년(六年) 동안 지속되자, 숨을 죽이고 있던 기회만을 보던 구파일방(九派一坊)과 무림맹(武林盟), 그리고 마종연맹(魔倧聯盟)은 비밀리에 열 둘의 초절정고수(初絶頂高殊)들을 육성(育成)하여 천축 무림의 남은 강자들을 제외, 그가 벌인 혈겁(血劫)에서 살아남은 중원 고수들과 합세하여 그와 혈투(血鬪)를 벌이게 했고, 그 싸움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이 전과 같은 금(金)빛을 띄지 않으며 양인도(兩刃刀) 역시 그저 등에 천잠사(天蠶絲)로 메어놓은 채, 이 척(尺) 길이의 손잡이가 달린 하나의 거도(巨刀)로써만 그들을 상대했던 그는 십이화인(十二華人) 열의 목을 베고, 나머지 두 명의 양 팔을 베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뒤늦게 혈투에 참가한 현악진인과 제일인협 천예양, 여신 규이안에 의해 결국 패퇴(敗退)당하고 중상(重傷)을 입은 상태로 그들의 눈을 피해 신형(身形)을 숨겼다. 그와 견줄 수 있는 신법을 지녔다고 알려진 무영신개(無影神芥) 허명빈(許明賓)만이 그를 추적했지만 뒤따라온 현악진인과 천예양, 그리고 규이안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허탈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무영신개의 모습이었다.
그 때로부터 이십여 년 후….
부스럭….
풀섶 무언가로 인해 거칠게 밟혀 억지로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아(男兒)가 눈물로 범벅이 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앞머리가 길어 두 눈이 가려진 그 아이의 앞에는 작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두 개의 무덤이 있었다.
“허허….”
희지만 은은한 회색을 띈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거의 넝마 수준(水準)의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등에 난 긴 흉터가 사람의 머릿속에 인상(人相) 깊게 박힐만한, 척 보기에도 아주 늙어 보이지만 허리 하나 굽지 않고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노인이 그 아이의 뒤쪽에 서 있었다.
‘녀석… 도구도 없이 맨 손으로 땅을 판 것인가? 집념 하나는 확실히 강한 꼬마군. 근데 왜 저리 사내놈이 왜 저리 예쁘장하게 생겼지? 사람 사는 데로 가면 여시(방•속어로써, ‘매우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여자’라는 의미를 가지나, 여기에선 모든 여자를 통칭함.)들 꽤나 울리겠군.’
노인의 시선은 굳은 피로 치장(治粧)된 남자아이의 손가락 끝 마디에 가있었다.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쓰러운 표정(表情)과 함께 가만히 아이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노인은 소년의 맑은 눈을 보고 혹시나 무공을 익힌 것인가 확인하기 위해 손을 내뻗어 소년(少年)의 맥을 잡으려 했다. 멀뚱히 서있던 소년은 노인이 갑자기 손목을 잡아채려 하자, 손목을 뒤집어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 하지만 노인의 손은 마치 촉수처럼 소년의 손목을 따라와 낚아채었다.
일분(一分: 약 90초) 후, 소년의 맥을 잡고 있던 노인이 입을 벌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땟국물 하나 없었지만, 옷은 허름했던 꼬마는 아까 전부터 자신의 손목을 잡아 의원(醫員) 마냥 맥을 짚고 있는 노인의 양 눈을 약간은 아니꼬운 듯이 직시(直視)하고 있었다.
‘호오… 이 녀석 보게나… 천음구절맥(天陰九絶脈)에 심맥(心脈) 자체만으로도 천무심맥(天武心脈)! 어떻게 천무심맥을 지니게 된 것과 나의 손을 피한 것은 군더더기 없는 회피동작의 출처 알 수는 없겠군. 내공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자신이 어떻게 천무심맥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를 터. 후후… 기연(奇緣)이란 말인가? 혈겁의 날을 걸어온 나에게도 후인(後人)을 남길 기회가 주어지게 되다니… 대운(大運)이 아닐 수가 없군. 허나, 이 녀석의 천음구절맥은 분명, 팔, 구 세를 넘기지 못하고 절맥(絶脈)의 고통에 시달리며 죽게 되는 맥(脈)일터! 오냐, 내, 이 천음구절맥을 치유(治癒)해주마. 앞으로 삼 년 내로 이 맥을 치유한다면 녀석은 약관(弱冠) 이후엔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며, 나이 삼십이면 나 조차도 감당 못할 무림 역사를 통틀어서도 대할 적수가 없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인간(人間)을 초월(超越)한 존재(存在)가 될 것이다! 허나, 먼저 시험은 거쳐봐야 할 터!’
노인의 가느다란 눈이 번쩍 뜨이며 은은한 금색의 빛을 발했다. 남자아이는 그런 노인의 양 눈을 아직도 약간의 아니꼬움과 호기심(好奇心) 어린 표정으로 보며 입술을 살 짝 달싹였다. 힘이 없는, 이미 지쳐버린 목소리로.
“천(天)… 소류(韶瀏)…
‘허허, 보통의 어린아이였다면 그대로 다가와 안겨와, 사족을 못 쓸 정도일 터인데, 과연 천무심맥이군. 이거, 금안공(金眼攻)이 아니라 색음마(色陰魔)놈이 와서 색안공(色眼攻)을 펼쳤다고 해도 먹힐 지가 의문이군! 금안공의 단점 역시 자연스럽게 극복이 가능할 테고… 헌데, 천(天) 씨 가문의 자손이라… 그 성을 갖는 자들은 삼대(三代) 신비가(神秘家) 중의 단연 으뜸이라는 무정천가(無情天家)의 씨족들일 터, 대체 이 아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삼대(三代) 신비가(神秘家). 이 세 개의 가문들은 지금껏 거의 무림사(武林史)에는 관계하지 않고 있는 가문(家門)들이었다. 허나, 이들이 무림에 나왔던 때, 무림은 자신들이 그들을 몰라보고 건드리는 것을 꺼려해, 아예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정도로 고개를 숙여야만 했었다. 그들의 가문 중급(中級) 무사(武士)들이 한 문파(門派)의 장문인(將門人)과 겨루어 비겼다고 전해지니 그들의 무공 실력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짐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았다. 특히, 그들은 무공이 그저 일류(一流)나, 절정고수(絶頂高殊)의 축에 들었다고 할 정도라고 해도 내공만큼은 항시, 전대 기인들에 못지 않은 자들과 맞먹었다고 한다. 말 한 마디, 시비 한 번 잘못 붙었다간 문파 하나가 금방 쓸려갈 테니, 무림에서는 이 가문들의 사람을 조심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떠한 연유(緣由)로 이렇게 앞에 나와있다는 것일까?
자신의 이름을 천소류(天韶瀏)라고 밝힌 이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았기에 듣기가 순탄치는 않았지만 노인은 용케도 알아들었다. 헌데, 성을 들은 후에는 꽤 놀라운 표정이었던 이 노인은, 성씨 다음에 이름이 나오자마자 면상(面上)을 심하게 일그러뜨리는 게 아닌가!
“에잉! 쯧쯧쯧… 이름이 너무 여시들 같군. 아름다운 바람소리라니! 안될 말이지. 내 제자(弟子)로썬 전혀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이류흔(李謬痕)은 어떠냐?”
…벌써부터 천소류를 자신의 제자로 생각하고 있는, 만난 지 일 각(刻)도 안되면서 목소리까지 올리며 이름마저 불길하게 ‘그릇된 흔적’ 이라는 뜻으로 바꾸어버린, 이름은 둘째 친다고 하더라도, 가문을 나타내는 성씨마저 바꿔버린 이 노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중요한 건, 오늘 부로 천소류… 아니, 이류흔은 그가 이젠 무덤 속에서 영원히 잠든 그의 부모와 살던 동이족(東夷族)의 나라에서는 백두산(白頭山)이라고 불리는 이 야산(野山)에서 그의 본래 이름마저 숨기고(엄밀히 말하자면 숨긴 게 아니라 억지로 본명이 아닌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다. 맞기 싫으면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대답을 해야 했으니, 어린, 그리고 힘 없는 소류로썬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노인의 제자가 되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후후후 -_-.. 킨진.. 재데뷔[?] 입니다 -_-.. 그 동안 계속 안 쓰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퇴보한 것 같은 저의 글 끄적거리기 실력 -_-..; 음.. 자꾸 보니까 짜증나는데 차라리 ‘쓰레기 글’이라는 메이커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나 ㅡㅡ;
여기서 잠깐!
천무심맥(天武心脈)이란, 뭐, 하늘에서 내려진, 무예를 아주 익히기 쉽고 소화하기 쉬운 심맥입니다. 심맥은 한줄기밖에 없으며, 대주천반운을 타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대주천반운(大周天盤運)이란, 십이정경(十二正經), 십오락맥(十五絡脈),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모조리 포괄하는 전신주천(全身周天)에 익힌 내공심법 나름대로의 오의(奧義)가 더해진 가상의 심맥으로서 이것을 타통했음은 무공의 경지가 이미 진경(盡境) 초입에 들었음을 말하는 것이구요, 그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 이 류흔이란 소년의 심맥은 그 중에서도 최상승의 내공으로 형성된 것으로 이 전대기인 축에 속하는[?] 노인으로 하여금 강한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류흔이 노인의 손을 피한 동작은 실제로도 가장 깔끔한 회피동작입니다.
서막(序幕) 제 02장
-조우(遭遇)-
마교의 철수가 있었던지 약 일년(一年) 후, 중원 무림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直面)하게 된다.
천축(天竺) 무림(武林)의 중원침공(中園侵攻).
정사(正邪)로 나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으르렁거리며 싸우던 중원 무림으로썬 천축 무림의 거대한 힘 앞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무너져갔으며, 중원 무림은 그들과 대적(對敵)하기 위해, 첫 정사연합(正邪聯合)이라는 이루어질 수 없던 것처럼 여겨지던 것을 이루어냈다.
허나, 그런 파격(破格)적인 방법에도 불구하고, 천축 무림들과의 대치선(對峙線)이 생겼을 뿐, 패퇴(敗退)시키기는커녕, 천축 무림의 일방적인 학살(虐殺)을 간신히 막고 소모전(消耗戰)을 지속하는 것 외의 진척(進陟)은 있지 않았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천축(天竺) 무림(武林)은 중원 무림의 수뇌부(首腦部)로 전갈(傳喝) 하여 전면전(全面戰)을 펼치며 공세(攻勢)를 취하고, 그 곳에서 승패를 가르자는 소식을 전했다. 중원 무림으로써도 역시, 소모전을 지속(持續)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였기에, 그에 응(應)하게 되었다.
도합(都合) 이만(二萬) 무림인(武林人)들의 격돌(激突) 직전(直前), 그들의 귀로 싸움을 멈추게 하는, 청아(淸雅)하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중후(重厚)한 내공(內功)이 담긴 금률(琴律)이 흘러 들어왔다.
***
전(全) 무림(武林)의 공적(公敵), 양인마(兩刃魔)….
그 칭호는 중원(中園) 무림(武林)과 더불어 천축(天竺) 무림(武林)에까지 공포(恐怖)의 대명사(大名辭)가 되었다.
2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천축 무림의 침공(侵攻) 때부터 그 두각(頭角)을 드러낸 금안(金眼)의 악마(惡魔)가 벌인 혈겁(血劫)의 장(場). 천축과 중원, 양측의 무림인(武林人)들의 구별조차도 두지 않고 오분지 사 이상을 그의 기형도(奇型刀)붉은 이슬로써 화하게 한 후, 살아남은 2천여 명의 정예(精銳)를 단 한 순간에 나락(奈落)으로 몰아넣은 그의 가공(可恐)하다고 할만한 힘이 만든 모습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서도 볼 수 없었던 피의 장관(壯觀)이었다.
그, 양인마(兩刃魔)의 마지막 학살(虐殺)이 끝난 직후, 무당(武當)의 정예(精銳)인 태청풍뢰팔십일검(太淸風雷八十一劍)과 무당사십이검(武當四十二劍)은 이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조각들로 변해있었고, 흑도(黑徒)와 백도(白徒)의 치열한 대전(大戰)에서도 항시(恒時), 마지막에만 투입된다던 숭산(崇山) 소림(少林)의 이십칠수(二十七手)의 오십사 명(五十四名) 전원과, 그들과 동급(同級)인 백팔나한(百八羅漢) 역시 종격(終擊)에 의해 싸늘한 시체로 변해 차가운 대지(大地)위에 누워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오직 천축 무림인과 중원 무림인의 시신들 사이로 공격할 여력(餘力)마저도 잃어버린 채, 비틀거리며 간신히 자리를 고수(固守)하거나 쓰러져있는 당금(當今)의 흑도(黑徒) 무림의 최강자(最强자)라고 불렸던 명교(明敎)의 교주(敎主)인 배기호(裵飢虎)와 여신교(女神敎)라는 이름의 사파에 가까운 중도문파의 최강자라는 여신(女神) 규이안(奎利安). 그리고 백도(白徒) 무림의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일인자(一人者)이자, 무당(武當)의 현 장문인(場門人)의 사백(師伯)인 현악진인(賢惡眞人)과 의검(義劍)으로써 일가(一家)를 이룬 무림맹주(武林盟主) 제일인협(第一人俠) 천예양(泉叡陽), 마지막으로 중원제일살수(中園第一殺手)이자 여중제일도(女中第一刀)인 나연(那聯) 천축 무림의 몇몇 강자들뿐이었다.
중원(中園)과 천축(天竺), 양측 무림계(武林界)를 사십 년(四十年) 이상 퇴보(退步)시킨, 이 시점 이후로 중원에서는 그를 양인마(兩刃魔), 혹은 금안마(金眼魔)라고 부르며 두려워해 마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등에 핏빛의 홍금(紅琴)을 매고 다녔으며 그가 살육(殺戮)을 행하기 전에는 항시, 금(琴)의 음률(音律)이 울려 퍼졌다. 그가 켰던 아름다운 금 소리는 그 당시(當時), 귀곡성(鬼哭聲)만큼이나 모든 무림인들에게 공포를 불어넣었다. 그의 혈행(血行)이 육 년(六年) 동안 지속되자, 숨을 죽이고 있던 기회만을 보던 구파일방(九派一坊)과 무림맹(武林盟), 그리고 마종연맹(魔倧聯盟)은 비밀리에 열 둘의 초절정고수(初絶頂高殊)들을 육성(育成)하여 천축 무림의 남은 강자들을 제외, 그가 벌인 혈겁(血劫)에서 살아남은 중원 고수들과 합세하여 그와 혈투(血鬪)를 벌이게 했고, 그 싸움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눈이 전과 같은 금(金)빛을 띄지 않으며 양인도(兩刃刀) 역시 그저 등에 천잠사(天蠶絲)로 메어놓은 채, 이 척(尺) 길이의 손잡이가 달린 하나의 거도(巨刀)로써만 그들을 상대했던 그는 십이화인(十二華人) 열의 목을 베고, 나머지 두 명의 양 팔을 베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뒤늦게 혈투에 참가한 현악진인과 제일인협 천예양, 여신 규이안에 의해 결국 패퇴(敗退)당하고 중상(重傷)을 입은 상태로 그들의 눈을 피해 신형(身形)을 숨겼다. 그와 견줄 수 있는 신법을 지녔다고 알려진 무영신개(無影神芥) 허명빈(許明賓)만이 그를 추적했지만 뒤따라온 현악진인과 천예양, 그리고 규이안이 볼 수 있었던 것은 허탈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무영신개의 모습이었다.
그 때로부터 이십여 년 후….
부스럭….
풀섶 무언가로 인해 거칠게 밟혀 억지로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아(男兒)가 눈물로 범벅이 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앞머리가 길어 두 눈이 가려진 그 아이의 앞에는 작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두 개의 무덤이 있었다.
“허허….”
희지만 은은한 회색을 띈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거의 넝마 수준(水準)의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등에 난 긴 흉터가 사람의 머릿속에 인상(人相) 깊게 박힐만한, 척 보기에도 아주 늙어 보이지만 허리 하나 굽지 않고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노인이 그 아이의 뒤쪽에 서 있었다.
‘녀석… 도구도 없이 맨 손으로 땅을 판 것인가? 집념 하나는 확실히 강한 꼬마군. 근데 왜 저리 사내놈이 왜 저리 예쁘장하게 생겼지? 사람 사는 데로 가면 여시(방•속어로써, ‘매우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여자’라는 의미를 가지나, 여기에선 모든 여자를 통칭함.)들 꽤나 울리겠군.’
노인의 시선은 굳은 피로 치장(治粧)된 남자아이의 손가락 끝 마디에 가있었다.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쓰러운 표정(表情)과 함께 가만히 아이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노인은 소년의 맑은 눈을 보고 혹시나 무공을 익힌 것인가 확인하기 위해 손을 내뻗어 소년(少年)의 맥을 잡으려 했다. 멀뚱히 서있던 소년은 노인이 갑자기 손목을 잡아채려 하자, 손목을 뒤집어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 하지만 노인의 손은 마치 촉수처럼 소년의 손목을 따라와 낚아채었다.
일분(一分: 약 90초) 후, 소년의 맥을 잡고 있던 노인이 입을 벌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땟국물 하나 없었지만, 옷은 허름했던 꼬마는 아까 전부터 자신의 손목을 잡아 의원(醫員) 마냥 맥을 짚고 있는 노인의 양 눈을 약간은 아니꼬운 듯이 직시(直視)하고 있었다.
‘호오… 이 녀석 보게나… 천음구절맥(天陰九絶脈)에 심맥(心脈) 자체만으로도 천무심맥(天武心脈)! 어떻게 천무심맥을 지니게 된 것과 나의 손을 피한 것은 군더더기 없는 회피동작의 출처 알 수는 없겠군. 내공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자신이 어떻게 천무심맥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를 터. 후후… 기연(奇緣)이란 말인가? 혈겁의 날을 걸어온 나에게도 후인(後人)을 남길 기회가 주어지게 되다니… 대운(大運)이 아닐 수가 없군. 허나, 이 녀석의 천음구절맥은 분명, 팔, 구 세를 넘기지 못하고 절맥(絶脈)의 고통에 시달리며 죽게 되는 맥(脈)일터! 오냐, 내, 이 천음구절맥을 치유(治癒)해주마. 앞으로 삼 년 내로 이 맥을 치유한다면 녀석은 약관(弱冠) 이후엔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며, 나이 삼십이면 나 조차도 감당 못할 무림 역사를 통틀어서도 대할 적수가 없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인간(人間)을 초월(超越)한 존재(存在)가 될 것이다! 허나, 먼저 시험은 거쳐봐야 할 터!’
노인의 가느다란 눈이 번쩍 뜨이며 은은한 금색의 빛을 발했다. 남자아이는 그런 노인의 양 눈을 아직도 약간의 아니꼬움과 호기심(好奇心) 어린 표정으로 보며 입술을 살 짝 달싹였다. 힘이 없는, 이미 지쳐버린 목소리로.
“천(天)… 소류(韶瀏)…
‘허허, 보통의 어린아이였다면 그대로 다가와 안겨와, 사족을 못 쓸 정도일 터인데, 과연 천무심맥이군. 이거, 금안공(金眼攻)이 아니라 색음마(色陰魔)놈이 와서 색안공(色眼攻)을 펼쳤다고 해도 먹힐 지가 의문이군! 금안공의 단점 역시 자연스럽게 극복이 가능할 테고… 헌데, 천(天) 씨 가문의 자손이라… 그 성을 갖는 자들은 삼대(三代) 신비가(神秘家) 중의 단연 으뜸이라는 무정천가(無情天家)의 씨족들일 터, 대체 이 아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삼대(三代) 신비가(神秘家). 이 세 개의 가문들은 지금껏 거의 무림사(武林史)에는 관계하지 않고 있는 가문(家門)들이었다. 허나, 이들이 무림에 나왔던 때, 무림은 자신들이 그들을 몰라보고 건드리는 것을 꺼려해, 아예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정도로 고개를 숙여야만 했었다. 그들의 가문 중급(中級) 무사(武士)들이 한 문파(門派)의 장문인(將門人)과 겨루어 비겼다고 전해지니 그들의 무공 실력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짐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았다. 특히, 그들은 무공이 그저 일류(一流)나, 절정고수(絶頂高殊)의 축에 들었다고 할 정도라고 해도 내공만큼은 항시, 전대 기인들에 못지 않은 자들과 맞먹었다고 한다. 말 한 마디, 시비 한 번 잘못 붙었다간 문파 하나가 금방 쓸려갈 테니, 무림에서는 이 가문들의 사람을 조심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떠한 연유(緣由)로 이렇게 앞에 나와있다는 것일까?
자신의 이름을 천소류(天韶瀏)라고 밝힌 이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았기에 듣기가 순탄치는 않았지만 노인은 용케도 알아들었다. 헌데, 성을 들은 후에는 꽤 놀라운 표정이었던 이 노인은, 성씨 다음에 이름이 나오자마자 면상(面上)을 심하게 일그러뜨리는 게 아닌가!
“에잉! 쯧쯧쯧… 이름이 너무 여시들 같군. 아름다운 바람소리라니! 안될 말이지. 내 제자(弟子)로썬 전혀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이류흔(李謬痕)은 어떠냐?”
…벌써부터 천소류를 자신의 제자로 생각하고 있는, 만난 지 일 각(刻)도 안되면서 목소리까지 올리며 이름마저 불길하게 ‘그릇된 흔적’ 이라는 뜻으로 바꾸어버린, 이름은 둘째 친다고 하더라도, 가문을 나타내는 성씨마저 바꿔버린 이 노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중요한 건, 오늘 부로 천소류… 아니, 이류흔은 그가 이젠 무덤 속에서 영원히 잠든 그의 부모와 살던 동이족(東夷族)의 나라에서는 백두산(白頭山)이라고 불리는 이 야산(野山)에서 그의 본래 이름마저 숨기고(엄밀히 말하자면 숨긴 게 아니라 억지로 본명이 아닌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다. 맞기 싫으면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대답을 해야 했으니, 어린, 그리고 힘 없는 소류로썬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노인의 제자가 되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후후후 -_-.. 킨진.. 재데뷔[?] 입니다 -_-.. 그 동안 계속 안 쓰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퇴보한 것 같은 저의 글 끄적거리기 실력 -_-..; 음.. 자꾸 보니까 짜증나는데 차라리 ‘쓰레기 글’이라는 메이커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나 ㅡㅡ;
여기서 잠깐!
천무심맥(天武心脈)이란, 뭐, 하늘에서 내려진, 무예를 아주 익히기 쉽고 소화하기 쉬운 심맥입니다. 심맥은 한줄기밖에 없으며, 대주천반운을 타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대주천반운(大周天盤運)이란, 십이정경(十二正經), 십오락맥(十五絡脈),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모조리 포괄하는 전신주천(全身周天)에 익힌 내공심법 나름대로의 오의(奧義)가 더해진 가상의 심맥으로서 이것을 타통했음은 무공의 경지가 이미 진경(盡境) 초입에 들었음을 말하는 것이구요, 그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 이 류흔이란 소년의 심맥은 그 중에서도 최상승의 내공으로 형성된 것으로 이 전대기인 축에 속하는[?] 노인으로 하여금 강한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류흔이 노인의 손을 피한 동작은 실제로도 가장 깔끔한 회피동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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