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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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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식장갑 가이버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

                                            제8화 - 붕괴하는 마천루 -





"스쿨드!"

케이가 감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뿐히 착지한 케이는 바로 식장을 풀었다.

-파앙!

"....으악!!"

식장을 푼 케이는 깜짝 놀랐다.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케이는 황급
히 중요부위(...)를 손으로 가렸다. 잔뜩 당황한 케이는 더듬거리며 스쿨드에게 말했다.

"저...저기 있잖아...이...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케이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얼마동안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신이 들었
을 땐 아래쪽에 스쿨드가 있었고 그래서 밑으로 내려가서는 식장을 푸니까 자신은 나체였던 것이다. 뭐라
변명을 하고 싶어도 기억이 전혀 없으니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어쨌든 뭐라 변명하지 않으
면 스쿨드는 틀림없이 '변태!'라고 외치며 폭탄을 던지거나 자기 몸에 잘 안 지워지는 변태라는 글자를 있
는 데로 써넣을 것이 뻔했다.

"...케이? 정말...케이야?"

그런데 스쿨드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평소라면 다짜고짜 폭탄부터 던지려 들텐데 계속해서 케이를 멍하게
쳐다보기만 할뿐이었다. 마치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설마 케이의 알몸을 봐서 심한 충격을
받은 걸까?(...) 그런데 스쿨드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케이는 더욱 더 당황하기 시작
했다.

"스...스쿨드! 지..진정하고..내 말좀...!"

"정말 케이지? 그치!"

"으..응? 무슨 소리야? 왜 그래? 스쿨드."

"...으으...으아앙!!"

갑자기 스쿨드가 큰 소리로 울면서 케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케이를 꼭 끌어안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
다.

"으아앙!! 정말 다행이야! 케이가 살아 있었어!"

"스쿨드, 일단 진정해. 대체 왜 이래?"

스쿨드는 그대로 케이의 품속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케이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스쿨드는 계속해서
울기만 하였다.



***************************************************




-탁탁탁탁!!

보안요원들이 급히 어딘 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들은 규오의 명령을 받고 부상당한 젤브부스를 조제소로
데려다 주려는 것이었다. 치명상을 입은 젤브부스는 한시가 급했다. 이들은 곧 가이버I과 젤브부스가 전투를
벌인 지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코너를 돌은 순간 그들 앞에 젤브부스가 아니라 엉뚱한 자가 나타
났다.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실루엣은 틀림없이 가이버였다!

"가..가이버다! 조심해!!"

보안요원들이 긴장하면서 전투를 준비하였다. 그 순간 가이버의 이마의 컨트롤 메탈이 빛나면서 겉의 강식
장갑이 벗겨졌다. 식장이 벗겨지면서 나타난 인물은 리스카 감찰관이었다.

"멍청한 놈들. 나다."

"아! 리..리스카 감찰관. 실례했습니다!"

"여긴 웬일이냐."

"예. 규오 사령관님의 명령으로 부상당한 젤브부스님을 조제소로..."

리스카는 대답대신 뒤쪽을 가리켰다. 뒤쪽엔 어떤 조아노이드인지는 모르겠지만 급속하게 부패하고 있는 조
아노이드의 사체가 보였다. 보안요원들은 저 사체가 젤브부스임을 눈치채고 깜짝 놀랐다. 서둘러 달려왔지
만 이미 늦고 만 것이다.

"치명상이라서 말이야...소생할 가망이 없었다. 너무 괴로워 하기에 내가 편하게 해줬다. 각하께는 그렇게 전
해라."

"예, 알겠습니다!"

보안요원들이 물러갔다. 리스카는 아마도 규오라면 벌써 눈치채고 있을 거라고 짐작하였다. 사념파란 것으
로 조아노이드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고 조아노이드가 보는걸 같이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아마 자기가 젤브
부스를 베어버리는 것도 봤을 것이다. 규오는 아마도 자기를 배신자로 몰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래도 좋았다.

아마도 규오 총사령관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조아노이드가 아니라 보통의 인간이니 사념파를
이용한 통제가 불가능하면서도 가이버라는 무적의 힘을 가진 자신을 말이다.

원래 간부급들은 모두 거기에 걸맞은 하이퍼 조아노이드로서 조제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미 신뢰성
이 입증된 일반형 조아노이드조차도 조제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 하물며 고성능을
추구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로의 조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욱 더 높았다. 조아노이드를 공장에서 통조림
만들듯이 찍어내기엔 '기본 재료'인 인간이 너무 변수가 많은 종이란 게 문제였다. 인간 한명 한명의 유전
적 특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이었다.

때문에 기껏 간신히 양성하거나 영입한 간부들이 조제실패로 죽거나 손종실험체로 변해 버리는 것을 크로
노스는 우려하고 있었고 그래서 크로노스 조직내부의 간부급들 같은 경우엔 미조제의 보통 인간들도 많았
다. 특히나 고급인력인 연구원들은 거의가 다 미조제였다. 그래서 크로노스 측으로서도 간부급들에게 하이
퍼 조아노이드로서의 조제를 강제하진 못했다.

그러나 리스카는 단지 그것 때문에 이제까지 조제에 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따분한 그린베레 생활에
지쳐갈 무렵 어쩌다 알게된 크로노스의 강한 힘에 매료됐던 리스카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전역을
하고는 크로노스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리스카가 원했던 건 강한 힘과 그리고 싸울 수 있는 전장이지 저
런 꺼림칙한 몸이 아니었다. 게다가 조아노이드가 되면 최고 간부의 사념파에 지배당한다는 걸 알고 나서는
더욱 더 조아노이드가 되기 싫었다. 나는 나의 것이다. 리스카의 생각은 그랬다. 그래서 그는 이제까지 이
핑계 저 핑계 대가면서 조아노이드로의 조제에 응하지 않았고 본부에서도 리스카 같은 고급인재를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조제 실패로 잃는 것을 우려해서 그렇게 강하게 권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욱 더 조아노이드가 될 필요가 없었다. 설령 기술이 비약적으로 진보해서 실패 확률이 거
의 0%에 달한다 해도 말이다. 왜 조아노이드가 되야 하는가? 가이버라는 무적의 힘을 손에 넣었는데. 게다
가 불사신이란 것도 가이버I이 증명해 보였다. 지금의 나는 하이퍼 조아노이드, 아니 저 규오 총사령관조차
도 능가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뭣때문에 조아노이드 같은 하찮은 존재가 되야 하는가? 리스카는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나는 절대 무적이다!'

리스카의 마음속에서 야망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내가 녹아 버렸었다고?!"

간신히 진정된 스쿨드로부터 사정을 들은 케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그 엔자임의 피를 흠뻑 뒤집어
쓰고는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었다니! 확실히, 그 때 엔자임에게 패한 후 엔자임이 자기 이마에 손을 뻗는
장면까지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 까진 전혀 기억이 없었다. 만약  스쿨드 말대로 자기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었다면 지금 여기 서있는 난 뭐란 말인가. 케이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응...전혀 기억이 없어?"

스쿨드의 물음에 케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자기가 건물을 부수고 다녔다는 스
쿨드의 말 역시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야? 난 어떻게 된 거지?"

"나도 몰라...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케이가 살아있다는게 말이야...."

스쿨드로서도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어쨌든 지금 확실한 건 케이는 다시 되살아났다는 것이었다. 게다
가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서둘러 여길 빠져나가야 했다. 스쿨드가 다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여길 빨리 빠져나가자! 한시가 급해."

"대체 여기가 어디기에 빠져나가자는 거야?"

케이의 물음에 스쿨드는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그것도 모른다는 말인가? 호랑이 아가리 속에 들어와 있는데
도?

"정말! 그것도 몰라? 여긴 크로노스 일본 지부란 말이야!"

"뭐?!!"

스쿨드의 대답에 케이는 깜짝 놀랐다. 여기가 크로노스 일본지부라니, 적진 한복판이란 말인가! 스쿨드가 멋
적은듯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내가 그 자리에서 잡히는 바람에..."

"으으... 그런 건 좀 빨리 말해 줘, 스쿨드!"

그 때 복도 쪽에서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케이와 스쿨드는  크로
노스의 요원들일 것으로 짐작하였다. 일단은 서둘러 탈출을 해야 했다. 케이가 스쿨드에게 물러나라고 말한
후 큰소리로 외쳤다.

"가이버어어!!!"





-"여기는 제3구역! 가이버I이 꼬마를 구출 후 도주중! 현재 추격중, 지원 바랍니다!!"

사령실의 대형 모니터에 제3구역에서 신족 꼬마를 구출 후 도주중인 가이버I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사
령실에 있던 규오는 지원 요청을 받고 부근에 있던 조아노이드 요원들을 제3구역으로 출동시켰다. 일단 현
재 행방이 오리무중인 가이버III는 어쩔 수 없다 쳐도 가이버I만이라도 확실히 잡아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병력이 집중되면 가이버III가 어느 한 구역에서 파괴 공작을 벌일 경우 제대로 대응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규
오는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위잉.

그 때 관제실 문이 열리면서 전투요원 한 명이 규오 앞으로 걸어왔다. 절도 있는 자세로 경례를 올린 요원
이 규오에게 보고를 하였다.

"사령관님. 서둘러 갔습니다만 젤브부스는 이미...."

"알고있다."

"네?"

"물러가라."

규오의 지시에 전투요원은 다시 경례를 올리고는 사령실 밖으로 나갔다. 규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젤브
부스가 죽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리스카 녀석이 건방지게 행동하고 있는 게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서로간의
사이야 어땠건 간에 어쨌든 같은 편을 베어버리고 지금은 사령실의 통제에 전혀 따르지 않고 있었던 것이
다. 리스카는 조제를 받지 않은 보통 인간. 지금의 규오로서는 사념파를 이용한 통제도 전혀 불가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가이버I과 가이버III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때 사령실로 아키토가 들어왔다. 급보를 받고 자택에서 서둘러 달려온 모양이었다. 규오가 아키토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일본지부는 도대체 왜 이모양이냐! 되살아난 가이버I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가이버III녀석의 침입을 이렇
게 쉽게 허용하고 게다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니!!"

규오의 질책에 아키토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곳의 보안시스템을 강화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이전 마키시마 겐죠가 있을
때만 해도 전 수시로 보안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겐죠는 항상 무시하기만 하였습니다."

"그 무능한 놈은 끝까지 말썽이군!"

규오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모습을 본 아키토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이면서 아키토는 슬쩍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는 새벽 2시 5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부웅! 퍼억!!

"끄아아아!!!"

마지막 남은 조아노이드 한 마리를 고주파 소드로 베어버린 케이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지금 당장은 추격해
오는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곳은 일본지부, 적진 한복판이다. 조아노이드들이 금방이라도 또 잔뜩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제길, 어떻게 된 곳이 화장실이 전혀 안보일수가 있나!"

케이는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서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용변이 급해서 그런 게 아니라 스쿨드를 공간이동으
로 탈출시키려면 물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막상 화장실을 찾아봤지만
이제까지 발견한 화장실은 딱 한군데였고 그나마도 고장수리중인지 물은 단 한 방울도 없었다. 케이는 기가
막혔다.

"저..저기 스쿨드...일단 저기 조아노이드들의 피로 공간이동 해볼 수 없을까? 어쨌든 같은 액체니까..."

"싫어!!"

스쿨드는 진저리치며 거부했다. 하긴, 피 속으로 다이빙하라 한다면 누가 그걸 좋다고 하겠는가. 케이는 바
보 같은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나, 케이 혼자 두고 가긴 싫어! 같이 가!"

"하지만 스쿨드! 이대론 위험해! 내 걱정은 말고...."

"케이가 또 죽는 건 싫어!"

스쿨드의 눈에 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케이는 더 이상 혼자 가라고 말하지 않기로 하였다.

"알았어... 같이 탈출하자. 자, 서둘러!"

"응!"

두 사람은 이윽고 비상구라 써있는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러자 두 사람 앞에 비상계단과 더불어 엄청난 크기
의 빈 수직공간만 보였다. 마치 거대한 굴뚝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창문같은것도 없으니 여기가
지하인지 지상인지 구분도 안 갔다. 심지어는 층수표시조차 없었다. 두 사람은 막막해지는 것을 느꼈다.

"스쿨드! 위야 아래야?"

"그..글쎄. 나도 끌려올 땐 기절해 있어서....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신을 차린 건 기억하는데 위인지 아래인지
는...."

스쿨드 역시 정확히 알지 못했다. 케이는 밑을 내려다보고 다시 위를 쳐다도 봤지만 어느 쪽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과연 적들의 기지답게 엄청난 규모였다. 어느 쪽으로 가던 간에 상당한 시간낭비를 각오해야 했다.

"위다! 위에 놈들이 있다!!"

그 때 밑에서 크로노스의 보안요원들이 계단에 서있던 케이와 스쿨드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케이와 스쿨드
는 위로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밑쪽엔 적들이 진치고 있으므로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케이...정말 케이 맞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같이 뛰고 있고 아까 품에 안기기까지 했는데도 스쿨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뭔가 비현실적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케이는 그 때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었는데....





***************************************************





"밤페이...."

밤페이는 다시 절로 돌아왔다. 다만 산산조각이 난 채로 돌아왔다는 점만 달랐다. 시글은 밤페이의 부품들
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 이거 고칠 수 있겠어?"

울드는 시글에게 수리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숲속에 흩어져 있던 밤페이의 부품은 일단 되는대로 다 줏어
왔지만 빠짐없이 다 가져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일단 완전 수리까지는 무리더라도 현장에서 무
슨 일이 있었는지만 알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시글은 고개를 저었다.

"전 무리에요. 스쿨드 님이 없으면...."

울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울드는 일단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글은 부서진 밤페이
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바보...."

시글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서로 쫓고 쫓기던 중이었는데... 그 때 밤페이가 출
동할 때 밤페이의 말이 떠올랐다. 날 잊지 말아달라고.... 그 땐 또 무슨 수작을 걸려는 거냐며 무시했었는
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더 자상하게 말해줬어도 좋았을걸...

시글의 눈은 기계이니 당연히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흘릴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
닐까? 왠지 그런 기분이 드는 시글이었다.




호수로 돌아온 울드는 베르단디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잠시 당황하였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
의 바이크가 주차돼 있던 곳으로 가본 울드는 안도하였다. 베르단디는 사이드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베르단디....일단 돌아가자. 밤도 너무 늦었고 일단 날이 밝으면 다시..."

"저 여기서 기다리겠어요. 케이씨는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실 거에요."

베르단디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울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베르단디는 의외로 고
집이 쌘 편이다. 아마도 케이가 돌아올 때까지 언제까지나 저기서 기다릴 것이다. 울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하였다. 초췌한 모습의 베르단디를 본 울드는 순간 울컥하였다. 자기 동생을 이렇게나 걱정시키는
케이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케이! 너 도대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






"하아앗!!!"

-부웅! 촤악!!

"끄아아!!"

케이는 서른 마리 째를 베어 넘긴 후부터는 더 이상 숫자 세는걸 포기하고 있었다. 지금은 몇 번째인지 짐
작도 안 갔다. 과연 적들의 본거지다웠다. 조아노이드가 끝도 없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건
그 젤브부스나 리스카, 엔자임과 같은 케이로서는 상대하기 벅찬 녀석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아무리 가이버라고 해도 언젠가는 체력이 바닥이 나게 된다.

"엘리베이터로 가자! 케이, 너무 힘들어!"

"엘리베이터는 녀석들이 차단할 꺼야! 그냥 뛰자고."

당연하지 않은가. 여기는 적들의 본거지. 엘리베이터 같은 건 중앙사령실에서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을 것
이다. 결국 방법은 이대로 계속해서 뛰어 올라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가이버라는 강한 힘을 가진 케이는
별 문제없지만 아까부터 계속 있는 힘껏 뛰어온 스쿨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생각 같아서는 스쿨드를
업고 뛰고 싶지만 끝없이 몰려오는 조아노이드들을 상대해야 하는 현재로선 그럴 수가 없었다.

"크아아!!"

그 때 위에서 또 한 무리의 조아노이드들이 뛰어 내려왔다. 정말이지 끝도 없었다. 케이가 맨 선두의 녀석
을 향해 헤드빔을 날렸다.

-푸슝!

"캬아아!!"

급소를 정확하게 맞은 라모티스가 가슴을 움켜쥐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선두의 녀석이 쓰러지자  그 뒤
를 바짝 쫓아오던 다른 조아노이드 들이 그 자리에서 뒤엉켰다. 좁은 계단위인지라 신장이 다들 2m가 훨씬
넘어가는 거대 괴물들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환경이었다. 혼란에 빠진 조아노이드 들을 향해 케이가 고주파
소드를 전개시키며 돌격해 들어갔다.

"이야아아아!!!"




***************************************************




사령실의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켰다. 그 순간, 사령실 안에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삐이! 삐이!

"무슨 일이냐!"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면서 규오가 요원들을 다그쳤다. 그런데 콘솔을 조작하던 상황실 요원
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보고를 하였다.

"사..사령관님! 자폭 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뭐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규오는 경악하였다. 난데없이 자폭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원래 일본
지부에는 바이오해저드(Bio Hazard : 생물학적 재해)에 대비해서 치명적인 세균 등이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
을 막기 위한 자폭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가동이 된단 말인가!

"이건 외부의 소행은 아닙니다."

아키토가 규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규오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외부가 아니라면?

"내부 소행이란 말이냐?"

"글쎄요... 다만, 자폭 시스템은 기지 내 네트워크와는 완전히 독립된 시스템입니다. 가동시키려면 어지간히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승인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영화에서처럼 외부에서 해킹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키토는 말을 흐렸지만 그 말은 결국 내부의 소행이란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일본지부 건물의 자폭코
드를 가동시킬 권한이 있는 자라 한다면 규오 자신과 아키토,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규오는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런 녀석이 있지. 생각지도 못한 힘을 손에 넣고는 착각에 빠지는 놈이 말이야...!"

규오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리스카 감찰관, 그 놈이 틀림없었다. 가이버가 됐다고 이젠 아예 간이 배밖으
로 튀어 나온 것 같았다. 처음부터 조아노이드로의 조제를 갖은 핑계를 대가며 피할 때부터 싹수가 노란 놈
이란 걸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규오는 생각하였다.




***************************************************




-자폭 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앞으로 9분후에 본 기지는 자폭합니다. 모두 신속히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
니다.

난데없는 자폭을 알리는 안내방송에 기지내부는 대혼란에 빠졌다. 그때까지 기지 내에 남아있던 연구원들을
비롯한 비전투원들은 서둘러서 탈출을 시도하였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초만원이 되었고 중량초과로 인
해 운행되지 못했다. 먼저 탄 사람들이 나중에 타라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밀려
들었다. 일부는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했지만 비상계단도 혼잡하긴 마찬가지였고 무엇보다 높은
고층빌딩을 9분도 안돼는 시간 안에 뛰어서 탈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혼란을 전투원들이 나서서 수습해야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가이버들을 잡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
황이어서 나설 수가 없었다. 기지내부는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졌다.

"자폭이라고? 규오 사령관, 드디어 미친 건가....!"

이런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리스카는 여유 있게 기지내부를 걷고 있었다. 리스카는 가이버들을 잡으려고
하지도, 서둘러 탈출을 시도하려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가이버는 불사신, 그렇게 서둘 필요는 없다고 리스
카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리스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규오는 기지의 자폭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정말로 규오가 자폭 명령을 내리기는 한 것일까? 리스카는 사령실 쪽으
로 발걸음을 돌렸다.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




-자폭 시퀸스 해제 가능시간까지 앞으로 4분 남았습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놀라서 허둥대는 건 일본지부내 요원들만이 아니었다. 케이와 스쿨드 역시 크게 당황해 하고 있었다. 설마
가이버인 케이를 당해낼 수 없으니까 아예 한꺼번에 날려버리겠다는 속셈일까? 확실히 지금까지 케이가 해
치운 조아노이드의 숫자가 상당히 많으므로 피해가 너무 크다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지까
지 한꺼번에 날려버린다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스쿨드! 서두르자, 시간이 없어!"

"으..응!!"

두 사람은 다시 계단을 있는 힘껏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지가 자폭하기 직전이라 다들 탈출하는데 정신
이 없는지 조아노이드 들은 더 이상 몰려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참을 뛰어왔는데도
통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두 사람은 미칠 지경이었다.




***************************************************





"트...틀렸습니다!! 해제가 안됩니다!"

사령실 내부의 요원들은 이제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서둘러 자폭을 중지시키려 하였지만 시스템이
응답하지 않았다. 그 때 아키토가 관제원들을 옆으로 물러나게 하였다.

"내가 해보지. 3분 정도면 해제가 가능해."

아키토는 콘솔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관제원들은 옆에서 그 모습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규오와 더불어 최고 책임자 권한을 가지고 있는 아키토라면 긴급 정지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었
다. 그런데 콘솔을 조작하던 아키토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해제 프로그램이 지워져 있다."

"예?! 그..그럴 수가!!"

아키토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였다. 긴급 해제 프로그램까지 지워져 있다면 이제 자폭을 멈출 방법이 없
었다. 관제원들은 공포에 질렸다. 그런 요원들과는 대조적으로 규오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아키토가 서둘러 백업 파일들을 열었다. 일단 백업된 파일로 긴급 정지 프로그램을 복구해 보려는 것이었
다. 그러나 해제가능 시간까진 이제 3분도 채 안 남았다. 도저히 시간에 댈 수가 없었다.

"그만 됐다! 아키토, 탈출 준비나 해라."

"하지만 각하! 이대로 가다간 일본지부가..!"

"이제 여기엔 더 이상 볼일이 없다. 그냥 깨끗이 정리하는 셈 치면 그만이다. 그만하고 너도 탈출해라."

규오는 이곳 일본지부를 굳이 살릴 생각이 없었다. 여기가 없더라도 지부 기능은 '그곳'에 대행시키면 그만
이었다. 이렇게 해서 가이버 두 놈을 한꺼번에 같이 날려버릴수 있다면 큰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규오의 명령을 받은 아키토가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전 만약을 대비해서 이곳에 있는 데이터를 모두 삭제한 후 탈출하겠습니다."

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토는 즉시 주변의 요원들에게 규오를 옥상의 헬리포트까지 호위하라는 명령을
포함해서 여러가지 지시를 빠르게 내리기 시작했다. 허둥대던 사령실 요원들이 아키토의 지시에 따라서 재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규오는 일단의 전투요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간부전용의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리스카 감찰관도 곧 찾아서 동행시키겠습니다."

"그 녀석은 됐다."

"네?"

"뒤를 부탁한다."

규오는 그대로 사령실 밖으로 나갔다. 이윽고 사령실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령실 내
부에는 이제 아키토 밖에 남지 않았다. 혼자 남은 아키토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방해꾼들은 없군. 후후후..."




***************************************************





-자폭 시퀸스 해제까지 앞으로 3분 남았습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자폭까지 남은 시
간은....

"하아! 하아!"

계단은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쉬지도 않고 뛰어와서 스쿨드는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그 모
습을 본 케이는 이렇게 뛰어서는 도저히 시간 내로 탈출할 수 없겠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스쿨드, 엎드려!"

"뭐?"

케이가 가슴의 장갑판을 양옆으로 열어 젖혔다. 스쿨드는 깜짝 놀랐다. 지금 케이가 메가 스매셔를 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케이는 조준을 위로 맞췄다. 케이 가슴부위의 빔 발생부의 빛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퍼어어엉!!!




-콰아아앙!!!!

옥상에서 헬기에 오르려던 규오는 자기 등뒤에서 갑자기 뭔가 엄청난 폭음이 들리자 깜짝 놀랐다. 급히 뒤
돌아선 규오의 눈에 엄청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저 빛은 틀림없이 가이버의 메가 스
매셔다!

-휘잉! 탁!

얼마 지나지 않아 옥상에 뚫린 구멍 밑에서 뭔가가 튀어 올라왔다. 그것을 본 규오는 또다시 놀랐다. 가이
버I과 그 신족 꼬마애였다.

"휴우~ 일단 빠져나온 것 같은데... 다친 덴 없어? 스쿨드."

"응... 정말! 진작에 이렇게 하지 그랬어! 그럼 그렇게 힘들게 안 뛰어도 되는데..."

스쿨드의 투정에 케이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이리라.

케이는 비상 계단을 일일이 뛰어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메가 스매셔로 한번에 큰 구멍을 낸 후 스
쿨드를 안고 가이버의 높은 도약력을 살려서 구멍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어 올라온 것이다. 좀 거친 방
법이지만 어쨌든 탈출엔 성공했으니 상관없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본 두 사람의 표정은 순식간에 다시 굳어버렸다. 저 멀리 도쿄의 야경이 보였다. 그렇다
면 여기는 옥상이란 소리였다! 탈출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스쿨드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어떡해!! 빨리 탈출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왜 위로 올라가자고 한 거야!"

"그럼 어떡하냐, 그 때는 다른 길이 없었는걸!"

그 때 당시로서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디가 출구인지 알지도 못했고 밑에선 적들이 잔뜩 몰려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던 스쿨드가 뭔가를 보곤 갑자기 케이의 등뒤로 숨었다.

"스쿨드? 왜 그래?"

"케이, 저 쪽에 저 사람!"

케이는 스쿨드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그 쪽에는 헬리콥터 한대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금발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크로노스의 조직원일까?

"크로노스의 일본지부 총사령관이래, 리헐트 규오라고..."

"뭐라고!"



***************************************************





사령실 내부엔 가이버III만이 남아 있었다. 가이버III는 좀전의 건물 전체를 울린 진동의 원인이 가이버I 때
문이란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진동의 규모로 봐서는 메가 스매셔 같은걸 날린 것 같았다. 지금 가이버I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이버I인가...뭐,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남아 보게나."

그리고 사령실 내부의 컴퓨터들은 모두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가이버III가 모두 부셔버린 것이다. 이젠
자폭을 멈출 수도 자료를 열람할 수도 없게 되었다. 가이버III는 사령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사령실 문
옆에 있던 전자 자물쇠를 주먹으로 부셔버렸다. 이젠 누구도 사령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너냐? 자폭 시스템을 가동시킨 녀석이."

갑자기 그의 등뒤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리스카 감찰관이었다. 둘은 잠시 그 자리에서 서로를 가만히 노려
보고 있었다.

"자폭을 멈춰볼 생각이라면 포기해라. 이미 늦었다."

가이버III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폭 시퀸스 해제 가능시간까진 이제 1분 남았다. 그리고 사령실 내부는 엉
망으로 부서진 상태였다. 가이버III가 안 막는다 해도 이젠 해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리스카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훗. 일본지부가 어찌되든 내 알바 아냐. 지금 내가 흥미를 가지는 건 바로 너다."

"뭐?"

"나와 같은 무적의 힘을 가진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들은 가이버III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갑자기 쿡쿡 웃기 시작했다.

"후후...과연. 생각지도 못한 힘을 손에 넣고는 착각에 빠진 녀석이란건 널 말하는 거였군."

"뭐라고!"

"별말 아냐."

리스카는 가이버III의 말에 발끈했지만 가이버III는 그런 리스카의 태도 따윈 상관없다는 듯 리스카를 스쳐
지나갔다. 그 때 리스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나랑 한번 붙어보자."

"왜?"

"가이버가 3명씩이나는 필요 없기 때문이지. 나 혼자면 돼! Adapter!!"

-퍼엉!!

리스카는 순식간에 가이버II로 변신하였다. 그러나 가이버III는 여전히 뒤돌아서 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가이
버III가 웃기 시작했다.

"뭐, 난 상관은 없다만....후후후."

"뭐가 우습냐!"

가이버III가 비웃고 있다고 본 리스카가 발끈하였다. 그때 가이버III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듣기론 정밀 검진을 받으셨다고 하던데..."

리스카는 한순간 지금 저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순간 리스카의 머리 속에 뭔가
가 떠올랐다. 며칠 전에 바로 저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것도 여기 일본 지부내부에서... 게다가 자폭
시스템을 가동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라는 생각까지 들자 리스카는 바로 가이버III의 정체를 눈치챘
다. 바로 그 녀석이었다!

"그래...그런 건가!"




***************************************************




케이와 규오는 한동안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스쿨드 역시 규오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물론
케이 바로 뒤에 숨어서. 이윽고 규오가 뒤돌아 서서 헬기에 오르려고 하였다.

"기다려!!"

그 때 스쿨드가 갑자기 규오를 제지하였다. 헬기에 오르려던 규오가 고개를 돌렸다.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아까 당신이 말하던 '그들'이란 건 누구야!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는 그들이란
게 대체 누구야!"

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저 매섭게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케이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대체 스쿨드가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이러는 걸까? 게다가 인간을 창조한 자라니? 그건 또 뭐란 말인가?

-자폭까지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 서둘러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스쿨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서두르지 않으면..."

"아니, 난 꼭 듣고 싶어. 저 녀석은 우리들 신족의 존재도 알고 있단 말이야."

규오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지만 스쿨드도 지지 않았다. 스쿨드는 계속 규오와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사령관님, 서두르지 않으시면..."

옆에서 요원이 탑승을 재촉했지만 규오는 말없이 손을 들어 요원을 제지하였다. 그리고 규오는 케이들을 향
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강림자. 우리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이윽고 규오가 입을 열었다. 규오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수십억년전 이 지구상에 내려와서 이 별의 생명체들을 탄생시킨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




"받아라!!"

-푸슝! 푸슝!

리스카가 연속으로 헤드빔을 가이버III를 향해 날렸다. 가이버III는 이 공격을 연속으로 덤블링하며 피하였
다. 공격을 피한 가이버III가 바로 반격을 하였다.

"핫!"

가이버III는 헤드빔으로 반격하는 게 아니라 거리를 좁혀 격투기로 승부를 보려고 하였다. 어차피 가이버끼
리의 대결에선 급소라도 노리지 않는 한 헤드빔으론 승부를 볼 수 없었다. 가이버III가 리스카의 얼굴을 노
리고 돌려차기를 하였다.

-부웅!

"흡!!"

날카로운 가이버III의 하이킥을 리스카는 간발의 차로 피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 자신
의 간격 내로 들어온 가이버III를 향해 리스카 역시 돌려차기를 하였다.

"차앗!"

-팍!

가이버III는 리스카의 돌려차기를 가드를 올려 막아내었다. 공격이 막힌 리스카가 다리를 회수하는 찰나의
순간, 갑자기 가이버III가 맹렬히 돌진해 왔다. 리스카는 순간 아차 싶었다.

"하앗!!"

-부웅!

"큭!"

리스카가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찰나의 순간을 노리고 거리를 좁혀온 가이버III가 고주파 소드를 휘둘렀다.
리스카는 상체를 뒤로 팍 꺾어서 그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온 가이버III의 고주파 소드를  피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슬아슬 하였다. 리스카는 순간 등에 식은땀이
난 것을 느꼈다.

"후후후. 역시 넌 다르군. 그 애송이 가이버I과는 달리 싸울 맛이 나는걸."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가이버Ⅲ는 여유 있게 대답하였다. 과연 크로노스 차기 간부후보로서 철저한 전투훈련을 받은 자 다웠다.
가이버Ⅲ, 그 애송이 가이버I 과는 달리 이 녀석은 언젠가 조직에 아주 큰 타격을 입힐게 뻔했다. 그러나 리
스카는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그에게 조직같은 건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 그 힘을 얻고 나서 네 녀석은 야망을 품은 거로군?"

"야망?"

"가이버의 힘만 있으면 조직 내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 무적의 힘이라면 말이지."

리스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가이버의 힘을 손에 넣고는 조직 내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
하겠다는 야망에 불타올랐을 것이다. 유니트 가이버는 사람을 불타오르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이곳
일본지부를 자폭시키는 것도 아마도 자신의 야망 -조직내 최고가 되는 것- 을 위한 계획중 하나일 것이다.

"후후후...."

그러나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스카의 말에 가이버III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전 그렇게 큰 소원은 빌 수가 없더군요."

"뭐라고?"

"제 소원은 일본지부의 괴멸. 단지 그것뿐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가이버III가 갑자기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직후 가이버Ⅲ의 복부의 금속구가 빛을 발하기 시
작했다. 그 모습을 본 리스카가 잔뜩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건 틀림없이 프레셔 캐논이었다.

"...지금 당장은 말이지!"

-파앙! 파앙! 파앙!

에너지 충전이 완료되자 가이버III가 프레셔 캐논을 난사하였다. 리스카는 몸을 움츠리고 가드를 올리면서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가이버III가 노린 건 리스카가 아니었다. 가이버III가 발사한 프레셔 캐논들이 리
스카 주변의 벽과 바닥에 명중하였다. 순식간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파앙! 파앙!

그리고 프레셔 캐논이 리스카의 바로 머리위 천정에도 명중하였다. 그 직후 천장이 붕괴되면서 콘크리트 더
미들이 리스카를 덮쳐왔다. 리스카는 피할 틈도 없이 콘크리트 더미에 묻히고 말았다.

"우아앗!!"




***************************************************





수십억년전의 원시 지구, 생명체의 조짐 같은 건 하나도 없던 척박한 땅에 그들이 날아왔다. 그들은 수십억
년 동안 이 지구의 환경을 바꾸고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순수한 평화적 목적 따위는 아니었다. 그들이 추구
하는 것은 단 하나, 병기로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생명체였다.

우수한 환경적응력, 왕성한 번식력, 그리고 높은 지능과 더불어 왕성한 투쟁본능을 갖추고 조아노이드를 비
롯한 여러 가지 생체병기의 조제시 그 베이스가 될 수 있는 범용성이 높은 생명체.... 이것이 그들이 목적이
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현재의 인류였다.



"뭐라고?!"

케이와 스쿨드는 깜짝 놀랐다. 특히나 신족으로서 인류 탄생의 역사를 배웠던 스쿨드는 더욱 더 놀랐다. 이
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규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실험을 도중에 중단하고 이 별을 떠났다. 이렇게 인류라는 그들이 추구하던 결과
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탄생 후 수만 년이 지난 지금, 강림자
들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인류는 처음부터 가졌어야 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바로 우리들 크로노스에 의해서! 인류 자신의 손으로 말이다!!"

규오의 목소리엔 어느덧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때였다.

"그리고 크로노스가 이 별의 지배자가 된다는 거지. 당신 같은 엘리트들을 신으로 섬기면서 말이야."

갑자기 어디선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통신탑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가이버Ⅲ!"

가이버Ⅲ가 이들 앞으로 뛰어 내려왔다. 케이들과 규오의 사이에 내려선 가이버Ⅲ를 규오는 매섭게 노려보
았다.

"이놈! 넌 도대체 누구냐!!"

"일단... '제우스'라고 해두지."

"제우스라고?"

스쿨드가 케이를 쿡쿡 찔렀다.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린 케이에게 스쿨드가 소곤거렸다.

"제우스가 뭐야?"

"응? 아...그리스 신화의 주신이야."

"그리스 신화? 그건 뭔데?"

케이는 난감함을 느꼈다. 케이 역시 신화 같은 건 깜깜했다. 바이크 얘기라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 텐
데... 게다가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크로노스 일본지부는 괴멸된다. 리헐트 규오, 당신의 기반과 함께."

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동안 매섭게 가이버Ⅲ를 노려보던 규오는 옆에 있던 보안요원이 서두르셔야 한
다고 재촉하자 말없이 헬기에 올랐다. 헬기의 문이 닫히고 헬기가 상승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규오는 가이
버Ⅲ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헬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가이버Ⅲ가 손에 들고
있던 뭔가를 앞으로 내밀었다. 리모컨이었다.

"뒤에 두 사람, 엎드려."

-콰아아앙!!!

가이버Ⅲ가 스위치를 누르자 갑자기 헬기가 대 폭발을 일으켰다. 가이버Ⅲ가 미리 폭탄을 장치해 둔 것이었
다. 헬기는 화염에 휩싸이며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탈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케이와 스쿨드는 말없이 추락하는 헬기를 지켜보았다. 일본지부 총사령관의 조금은 어이없는 최후였다. 규
오의 최후를 지켜보던 가이버Ⅲ가 리모컨을 땅에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
다! 분명히 점프가 아니라 두둥실 떠오른 것이다. 공중에 뜬 채로 가이버Ⅲ가 몸을 돌렸다.

"복부의 금속구는 중력제어장치다. 의식을 집중하면 이렇게 하늘도 날 수 있어."

거기까지 말해준 가이버Ⅲ는 그대로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케이와 스쿨드는 한동안 그 모습을 신기
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비행능력은 신족과 마족만 가능한, 인간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새롭게 발견한 유니트의 또 하나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케이. 어떻게 좀 해봐. 난 케이까지 데리고 하늘을 날 순 없단 말야. 나 혼자도 벅차다고..."

천사 노블 스칼렛을 얻은 이후로 꾸준히 법술 연습을 한 스쿨드는 이제 하늘도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진 베르단디나 울드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기 때문에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늘을 날 일이 있을때는
늘 기계를 이용하는 스쿨드였다. 자꾸 기계에 의지하면 법술 실력이 안 는다고 베르단디가 충고해도 메카패
치 스쿨드의 버릇은 쉽게 안 고쳐졌다.

케이는 자신이 없었다. 의식을 집중하면 된다? 너무 막연하지만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제 4분도 안
남은 상태에선 이 높은 건물을 뛰어내려 갈 수가 없었다. 케이는 복부에 의식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때
였다!

-콰아아앙!!!

갑자기 그들의 등 뒤쪽에서 무시무시한 폭음과 함께 엄청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 빛은 틀림없
이 메가 스매셔였다. 메가 스매셔의 빛은 하늘에 떠 있던 가이버Ⅲ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갔다. 다행히
도 스매셔의 접근을 눈치챈 가이버Ⅲ는 그걸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그 공격을 피한 가이버Ⅲ는 다시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쳇! 가이버Ⅲ녀석, 용케도 피했군."

크게 놀란 케이와 스쿨드는 스매셔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가이버Ⅱ, 리스카가
보였다. 그리고 리스카 역시 그들을 발견하였다. 리스카가 사뿐히 날아올라선 케이와 스쿨드 앞에 내려앉았
다.

"호오... 이게 누구야, 죽다 살아난 친구 아닌가. 뭐 좋아, 이번 기회에 넌 아주 영원히 사라져 줘야겠어. 내
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기다려! 이 기지는 곧 폭발한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래서?"

승부를 걸려는 리스카를 케이가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리스카가 갑자기 높히 점프하였다. 그리고 케이
를 향해 킥을 날렸다.

"불사신인데 뭘 그리 두려워하느냐!!"

-콰앙!!

"우왁!!"

리스카의 킥에 두터운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는 헬리포트 바닥이 깊게 파였다. 그 위력적인 공격을 케이는
간발의 차로 피했다. 케이는 일단 리스카와 거리를 벌린 후 싸울 자세를 취했다. 이젠 말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탈출하려면 리스카를 어떻게 해서든 쓰러트려야 했다. 케이의 모습을 본 리스카는
코방귀를 꼈다.

"흥. 한번 해 볼 생각이 들었나 보지? 그러나 이번엔 일절 안 봐준다."

-철컥! 부우웅!!

"이야아아아!!!"

케이는 고주파 소드를 전개 시킨 후 리스카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케이는 있는 힘껏 고주파 소드를 휘둘렀
지만 리스카는 이를 가볍게 피하였다.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다던데...."

"이익!!"

-부웅! 휘잉!

케이는 굴하지 않고 열심히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리스카는 이 공격들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흘
렸다.

"네 녀석은 하나도 달라진 게..."

-탁!

순간 리스카가 케이의 손목을 꽉 잡았다. 공격이 막힌 케이는 깜짝 놀랐다. 그 직후 리스카가 재빨리 케이
에게 기술을 걸었다.

"없잖느냐!!"

-휘잉! 콰앙!!

"크악!!"

케이의 손을 봉쇄한 리스카는 곧장 유도의 업어치기 기술을 구사하여 케이를 바닥에 매다 꽂았다. 일반인과
는 차원이 틀린 가이버의 힘으로 인해 바닥의 두터운 콘크리트가 깨져 나가면서 구덩이가 깊게 파였다. 케
이는 고통으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리스카는 케이가 정신 차릴 틈을 주질 않고 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케이의 복부를 리스카가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콰악!

"커어억!!"

"케..케이!!!"

멀리서 케이가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스쿨드는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의 스쿨드로서
는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복부를 찍힌 케이는 바닥에 웅크린 채로 일어나질 못했다. 그런 그를 리스카
는 한심스럽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리스카의 이마에 있던 빔발생장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냐? 움직이지 않으면 표적일 뿐이다!"

-푸슝!

리스카의 헤드빔이 케이의 머리를 노리고 발사되었다. 명중 직전 케이는 간신히 몸을 굴려 이를 피하였다.
케이는 열심히 몸을 굴려 리스카와 일단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바로 헤드빔을 발사
하였다. 그 순간 리스카가 높히 점프하여 케이의 헤드빔을 피하였다. 리스카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케이는
당황하였다.

"늦어!"

높히 점프했던 리스카는 어느새 케이의 바로 등뒤에 착지하였다. 깜짝 놀란 케이는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그 순간 리스카의 주먹이 케이의 복부에 꽂혔다.

-퍽!

"헉!"

아까 무릎찍기에 당한 곳을 또 다시 가격 당하자 케이는 숨이 막히는 듯 하였다. 비틀거리는 케이를 향해
리스카의 주먹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훗! 훗! 헛!"

-퍽! 퍼억!

리스카가 현란한 복싱 실력을 보여주며 케이를 맹렬히 공격하였다. 리스카의 주먹을 케이는 그저 맞기만 하
였다. 케이는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가는걸 느꼈다. 애초에 각종 전투기술을 익힌 리스카에게 케이는 상대
가 될 수 없었다. 스쿨드는 그 모습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리스카의 맹공에 케이는 이미 그로기 상태였
다. 리스카가 케이의 목을 꽉 움켜주며 높히 들어올렸다.

"슬슬 끝장을.....내 볼까!!"

리스카는 그대로 케이를 멀리 집어던졌다. 바닥에 형편없이 쓰러진 케이를 향해 선 리스카가 양쪽가슴의 장
갑판을 열어 젖혔다. 메가 스매셔를 쏘려는 것이었다. 리스카의 메가 스매셔 발사부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
작했다.

"영원히 사라져라, 가이버Ⅰ!!!"

-키이이잉!!

리스카의 메가 스매셔의 빛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케이는 그저 꿈틀거리기만 할 뿐 움직
이질 못했다. 스쿨드가 애타게 소리쳤다.

"케이! 일어나!! 빨리 도망쳐!"

-폭발까지 1분 남았습니다. 서둘러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위이이잉!!

케이는 일어서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리스카는 승리를 확신하였다. 아
무리 불사신이라 해도 메가 스매셔로 살점 한 조각 안 남기고 태워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까 가이버Ⅲ
를 공격하느라 메가 스매셔의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했지만 지금 모이고 있는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이
버IⅠ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팟!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메가 스매셔의 빛이 꺼져 버린 것이다. 당황한 리스카가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직후
또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리스카의 컨트롤 메탈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스카의
몸에 가이버I을 놓쳤을 당시 일어났던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리스카의 몸 여기저기가 비정상적으로 부
풀어오르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으으...으아아아!!"

스쿨드는 갑작스러운 리스카의 변화에 어리둥절해 졌다. 설마 무슨 술수를 쓰는 걸까? 그러나 한창 이기고
있던 리스카가 왜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 때 스쿨드의 눈에 리스카의 이마 부분의 컨트롤 메탈이 보였다.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 척 보기에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스쿨드는 어제 케이가 엔자임에게 메탈을 뺏겼을 당시 케이 몸에 일어났던 변화가 생각났다. 그 때 케이의
몸은 이상한 괴물처럼 변했었다. 혹시 가이버는 컨트롤 메탈을 뺏기면 위험한 것이 아닐까? 가이버에게 컨
트롤 메탈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지금 리스카가 저런 모습이 된 이유는 혹시 컨트롤 메탈이 고장이 나
서...?

"케이! 일어서! 언니를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

케이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심하게 울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케이는 리스카가 어째서
공격을 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서 리스카를 본 케이는 깜짝 놀랐다. 리스카의
몸이 이상하게 변해 있던 것이다. 저건 그 때 호수에서 처음 리스카와 대결을 벌일 당시 일어났던 일과 흡
사했다. 그 때 스쿨드의 외침이 들려왔다.

"케이! 녀석의 컨트롤 메탈을 노려!!"

리스카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 속에서 컨트롤 메탈을 노리라는 스쿨드의 외침을 듣고는 비로소 원인을
파악하였다. 리스카가 식장 했던 유니트는 회수 당시 겉의 금속부분이 일부 파손된 상태로 회수 됐었다. 그
부위는 한 가운데 위치한 금속구, 그 금속구는 바로 컨트롤 메탈이었다! 약간의 손상이 간 곳이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컨트롤 메탈이었던 것이다!

스쿨드의 말에 케이는 리스카의 컨트롤 메탈을 보았다. 케이가 보기에도 저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케이
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기합을 내 지르며 리스카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리스카는 케이가 돌진해 오는 걸 보
고 피하려고 하였지만 몸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이야아아압!!"

-퍼억! 쨍그랑!!

"으아아아아!!!!!"

케이의 혼신의 일격이 리스카의 컨트롤 메탈에 명중하였다. 큰 타격을 받은 메탈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리스
카의 이마에서 튀어나갔다. 리스카가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리스카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뭐...뭐야...이런 말도...안돼는....!"

컨트롤 메탈의 통제에서 벗어난 강식장갑이 리스카의 육체를 침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케이와
스쿨드는 덜덜 떨었다. 컨트롤 메탈을 잃은 가이버의 최후는 이렇게나 비참한 것이었다. 어느새 가이버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그저 흉한 모습의 괴물만이 보였다.

-폭발까지 앞으로 10초, 9, 8...

"아! 케이! 곧 폭발할 꺼야!!"

어느새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케이는 급히 스쿨드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옥상 끝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스쿨드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케..케이!! 난 케이까지 데리고는...! 꺄아아아!!!"

앞뒤볼것 없이 케이는 옥상에서 몸을 날렸다. 그때 운명의 순간이 왔다.

-3, 2, 1, 0!!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건물 전 구역이 화염에 휩싸였다. 폭발의 충격으로 건물 겉의 유리가 모두 깨
져나갔다.

'날아라, 날아!'

지면으로 추락하면서 케이는 의식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복부의 중력제어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추락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케이의 몸은 공중에 두둥실 떠 오를 수 있었다. 케이는 기지
건물에서 좀 더 멀어졌다.

"....."

케이와 스쿨드는 일본지부의 최후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오
고 있었다. 안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절대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리스카 역시.....

화염에 휩싸인 일본지부였던 맥스제약 건물이 밤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Next episode 제9화 '고요속의 외침' coming soon....



p.s : 참으로 오랜만의 연재...-ㅅ-;;;

p.s 2: 그러고 보니 이번글로 레벨업이군요.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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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오옷!!! 정말 재미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판타지물(실은 연애물이지만...)과 SF액션물을 적절히 잘 혼합하셨군요!!!!

제 소설은 약간 밀리매니아가 섞인 물이 될 것 같은데.......님의 글씨체도 정말 괜찮습니다!!!

1화부터 다시 보겠습니다.........그런데 강식장갑 가이버가 뭐죠????? [애니....본적 없다는....]

어떤 내용인지 대략 설명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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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 칭찬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아직 미숙하기만 한데요....(특히 대화체가 너무 많다고 생각중. 줄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베이더님이 연재중인 소설,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밀리터리엔 관심이 좀 있는 편이라... 그런데 제 팬픽은 솔직히 가이버 모르면 좀 재미없겠죠. 바로 그게 한계고. orz 잘 알려진 작품이랑 합체 시켰으면 좀 더 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페이트+여신님, 아니면 하루히+여신님 정도...-_-;;)

가이버에 관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1985년부터 지금까지 연재중인 인기 생체SF 극화입니다. 원작자는 타카야 요시키 님이시고요 현재 단행본은 22권까지 국내에 정발되 있습니다. (...만 앞권들은 이제 구하실 수가 없을겁니다. 학산 문화사가 재판할 가능성은 0% ......orz) 어느날 우연히 생체병기 '유니트 가이버'를 주운 소년이 그것을 노리는 거대조직 크로노스에 맞서 싸워나가는게 주된 스토리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그저 단순한 히어로물 처럼 보이겠지만 생체병기인 조아노이드의 세밀한 묘사와 더불어 충격적인 설정과 스토리 전개등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얼마전엔 연재 20주년을 기념해서 2쿨짜리 TV애니매이션이 제작되서 방송되기도 했었습니다. (전 26화 완결) 만화 연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1년에 한 권 뿐이라는 극악 연재속도를 자랑합니다. -_-;;;; (저 죽기전엔 완결 나오겠죠....&~)

가이버는 일본 뿐 아니라 바다건너 미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그래서 헐리우드에서 가이버 실사판 영화라는 괴작을 무려 2개나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_-;;;; (정신건강을 위해서 한마디 충고 드리자면....안 보시는게 만수무강에 좋습니다. orz 두고보자, 양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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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씨체라...

뭐, 가이버씨 글은 충분히 재밌으니 동감!

페이트+여신님, 하루히+여신님도 좋지만... 그러면 그만큼 여러 작품을 두루 아는 사람만이 소설을 읽을 수 있으므로.. 더 안좋을 수도 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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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카렌밥//확실히 그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군요. 게다가 제 글은 가이버라는 매니악한 작품과 결합했으니 뭐...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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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니는....봐도 정신 건강에 무방하겠죠? (퍼퍽)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지금 엑셀 시험을 앞둔 상황이라 미치겠다는!!!!!!

도저히 수식이 안 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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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방합니다. -_-;; 다만, 원작팬들 사이에서는 좀 평가가 엇갈리기는 합니다. 기대만 못하다는 평도 있고, 원작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줬다는 평도 있고요. 전 호평하는 쪽입니다. ^^

어쨌든 시험 잘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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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네님의 댓글

클레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이버는 89년도 작이라고 들었구요 처음으로 봤는데 정말재미있내요 앞으로 수고해주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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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85년이 맞습니다.^^ 공식홈피에도 그렇게 나와 있구요. 이번 TV판은 연재 20주년 기념이기 때문에 89년도 작이라면 시간이 안 맞죠.


글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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