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아앗! 이상한 휴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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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고 있을 주인들을 대신해 철저히 집을 수색하고, 감시 중이던 경비로봇 ‘시글’과 ‘밤페이군’에게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하늘에서 내리꽂힌 게이트에서 나온 이들은 두 명. 한명은 그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여신 ‘오만의 극치’였다.(그들을 만든 주인이 페이오스를 이렇게 불렀다.)그리고 다른 하나는 처음 보는 존재. 하지만 너무도 익숙한 기운이 그들을 활동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좋았어! 밤페이! 마족 사냥이다.”
철컥 -투캉 투캉 투캉
지상계의 인간 여자아이와 거의 비슷한 외형을 가진 로봇이 동료에게 진격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빨간 삿갓을 쓴 둥그런 호빵이 생각나는 얼굴,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는 기다란 막대기, 옆에서 보면 조금 얼빠진 사람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로봇이 여자아이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소리가 쿵쿵 거리며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지만....
“베르단디!, 케이!, 울드! 스쿨드! 어라 다들 어디 갔나?”
이런 상황을 해결해 줘야 할 ‘오만의 극치’양은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한 때 자신의 방이었던 곳으로 들어가 짐 정리(랄것도 없지만.)를 시작한다. 두 로봇은 페이오스가 집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버리자 마에게 사로잡혔던 인질(??)이 무사하다는 것을 판단,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그를 압박해 간다.
끼릭
약한 쇳소리와 함께 삿갓과 팔, 다리, 기타 몸체의 부분들이 뒤집어지더니 오래된 ‘머스킷’을 보는 듯 한 캐논이 묠니르를 정조준 한다.
투악~ 쾅!
크기와 생김새답게 작은 소리를 내며 발사된 캐논. 묠니르는 당황하여 급하게 두르고 있던 로브를 벗어 총탄을 막아내기로 했다.
퍽퍽~
‘뭐야. 시한신관폭탄이라도 되나!(시한폭탄)’
둔탁한 물체가 로브장막에 막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 총탄에 맞아 고통에 몸부림칠꺼라 생각한 묠니르는 몸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예상외의 공격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바닥을 내려다본다.
“고양이 인형?, 종이조각?”
오뚜기 형태의 하얀색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을 반겨준다. 종이조각들은 알 수 없는 문양들과 글씨들이 새겨져 있을 뿐. 부비트랩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장난감으로 판단되는 물품들일 뿐이었다. 밀려오는 허무감과 함께 다시 로브를 몸에 두르고 절에서 멀어져가는 묠니르. 땅에 떨어진 물품들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밤페이 조심해! 저 녀석은 상급 악마 그 이상이야.”
끄덕끄덕
‘스쿨드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어떻게 사로잡지? 아니 이 집에서 쫓아낼 수나 있을까?’
우선은 상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를 쫓기 위해 밤페이와 전열을 정비키로 한 시글이었다.
“좋았어.”
경비병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음을 판단한 묠니르는 주위환경을 다시 한 번 살핀다. 산속으로 들어와서인지 아까 그 건축물들이 있던 곳보다 더 깊고 울창한 숲이었다. 어두운 밤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 깊은 숲에서 그는 여러 물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굉장히 커다란 나무들!, 의외로 단단해 보이는 덩쿨이 저기 있고, 맘에 안 들지만...법술과 마술로 확대시킨 인형 하나. 마지막으로...”
척
“불이 잘 붙는 종잇조각들”
‘육상전용이나, 무한궤도(탱크 바퀴)모드 옵션을 달 수 있었으면 이렇게 애먹지는 않을 텐데’
한동안 쓰지 않고 내팽개쳐둔 밤페이군의 옵션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운 시글이었다. 장비들은 지난 마족과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파괴되거나 고장나있었다. 결국 맨몸(캐논으로 무장한)에 막대기 하나로 무장한 밤페이군과 그의 양산형인 미니 밤페이군들이 삐걱거리며 산을 올라가게 된 것.
“밤페이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돼! 우리가 탐색하지 않은 구역이야.”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밤페이군과 그의 군단이 풀숲을 헤치며 진군한다. 적이 숨어 있을 것을 대비해 평범한 바위 하나 까지 샅샅이 뒤지며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해갔다.
“승산은 우리가 높으니까 무리 하지 마!”
대답이 없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진군하는 밤페이였다. 다행히 무기고 안에 넣어둔 스쿨드의 오래된 작품 밤페이군 전용 ‘대마전 다련장 로켓 런쳐’(일명 ‘연발미사일’)가 고이 모셔져 있었고, 아직 작동이 잘 되 가고 있었다. 안에서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는(짭짤함이 예술인 감자칩과 TV연속극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여신님에게 도움을 요청할까도 싶었지만.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한다!’
어이! 어딘가 미묘하게 틀려!! 어쨌든 이런 신념 때문에 그들은 적이 숨어 있을 숲으로 향한 것이다. 어차피 로켓 무기가 있는 한 무기가 없는 저 마족은 상당히 곤욕을 치를 것이다. 다만.
‘승산은 높다고 했지만. 마라와는 비교가 되질 않단 말이야 저 마족. 힐드와 동급일까?’
대 마계장이라는 힐드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떠는 시글이었다. 그녀는 한번 등장했다 하면 자신들 같은 로봇들은 그녀가 게이트를 타고 올 때 생긴 자기폭풍으로 무용지물. 그녀가 음모를 꾸몄다 하면 모든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마족이었다.
‘그래도. 엄청난 힘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는걸.’
괜한 기우다. 라고 치부하며 밤페이를 따라 전진하는 시글. 하지만 그녀는 두 가지를 아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 게이트는 마가 아니라 인질이 되었던(?) 페이오스가 연 것이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전쟁은 힘이나 숫자, 무기로 하는 놀이가 아니었다는 점.
“지금이다.”
털썩.
푸슝 푸슈슝 푸슈욱 푸슈슝
콰콰콰쾅
가만히 숨어 있다, 곧장 옆으로 달려가는 악마를 발견한 밤페이 조준을 했다. 어둠에 가려져 얼굴과 옷차림은 보지 못했지만 달빛덕택에 어렴풋이 보인 인간형에게 공격 명을 내리는 시글이었다. 로켓들은 일제히 날아들었고, 잠시 후 폭발음이 작렬한다.
“명중!”
철컹 철컹 철컹
밤페이들과 시글이 신난 얼굴로 떠들며 방방 뛴다. 로브조각들이 폭발과 함께 공중에 휘날렸고, 로켓들이 날아간 그곳에는 마족포박용으로 만든 그물들이 다시 날아들었다. 최소한 죽지는 않을 정도의 폭발에 휘말렸으니 문제없을 거라 판단한 그들이 마를 생포하기 위해 움직였다.
“!”
“!”
하지만 폭발이 있었던 곳에는 로브들만 여전히 휘날리며 낙하산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기절해 있는 마족은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고, 그곳에는 커다란 인형 하나만이 자리를 지키고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형이 있는 곳보다 더 뒤쪽에는
끼릭끼릭
무표정한 상태로 나무 곁에 기대고 있는 남자마족은 들고 있던 밧줄을 세게 잡아 당겼다.
“이게 무슨....미끼!?”
아차!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한마디. 그러나 이 한마디가 입밖으로 튀어나오기도 전에 이미 사건은 그녀의 논리회로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갔다.
“!!”
끼이이이익 사라라락~
수많은 나뭇잎들과 가지들이 밤페이와 시글, 그리고 미니 밤페이 군단들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에는 아무런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별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한데 뭉쳐 있었던 데다, 나뭇가지들과 잎, 그리고 어둠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야시경과, 적외선 모드는 그 전부터 켜놓고 있었지만 나뭇잎 속에 갇혀보니 오히려 주위 사물을 혼동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 버렸다.
철컹 철커컹 철컹
끼이이이이이 휙!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두 번째 줄을 당기자 이번에는 넝쿨로 급제조 한 나무 투석기들이 준비되어져 있었다. 물론 바위 숫자도 모자른데다 실용성이 떨어져 탄은 없었고, 단지 커다란 나무줄기들을 묶어 놓은 상태였다. 방향을 밑으로 향하게 맞춘 덕택에 시글과 밤페이 일행은 황당하게도 나뭇가지에 몰매를 맞게 된 것.
“마지막 연타다!”
끼이이익 화르르륵
“화공이다! 당했어!!”
이쯤이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늘어나는 3번째 트랩. 아까 밤페이군이 공격했던 행운 부적들이 불이 붙은 채로 나뭇가지들 위에 떨어져 내린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 나뭇가지들!’
마른 가지들이잖아! 뒤늦게 만져보고 재질을 파악한 시글의 답이었다. 자신들은 기계니까 불에 타 죽을 염려는 없었으나 자신들의 판단미스로 마족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 것. 뒤늦게 몸을 일으켜 움직이나 한데 뭉친 상태로 불의 장벽에 막혀버리니 난감했다. 법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3~4m가 넘는 고온의 화염이었다.
“당했다!”
시글이 외친 한마디였다.
[절을 빠져 나온 뒤.]
“후유...정신없었군.”
잽싸게 내려온 마의 한마디. 헉헉 거리며 답답함을 뿜어대는 묠니르였다.
‘페이오스씨는 무사한가?’
도망치는데 경황이 없어 여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묠니르. 자신이 사라진 뒤 그를 데리고 온 여신의 소재부터 파악하는 묠니르.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벌써 사라진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럼 한 달 연봉이 얼마나 되시는 거죠?-
-700만 엔입니다.-
“뭐야. 인간들은 아직도 돈에 매달리며 사는 건가?”
연속극이 다 끝나고 지루한 연예계에 집중하며 인간에 대한 비아냥을 수도 없이 나열하는 여신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조용히 확인한 마는.
‘다행히 자신만의 휴가는 찾은 모양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이! 지금 네놈이 남 걱정 할 때냐? 어쨌든 라디오(실은 TV)를 열심히 경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를 조용히 두고, 본격적인 나들이를 준비하는 묠니르였다. 절을 빠져나오며 입구 앞에 선 묠니르. 무언가 깜빡하기라도 했는지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스파시보 페이오스(감사합니다. 페이오스)’
그리고 사라져갔다.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후에 그가 벌인 황당한 업보와 알 수 없는 정신세계(?), 인맥에 의해 이곳 관동의 인간들은 또 한 번 파란만장한 위기를 맡게 된다. 물론 그 위기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어라. 내가 무언가를 잊어 먹고 있는 느낌인데?”
지루한 방송이 끝나자 무언가를 뒤늦게 자각하고 주위를 살펴보는 페이오스. 하지만 자신이 지상계에서 체류할 때의 집 거실에 자신이 머물고 있다와, TV를 보았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빼면 그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는 페이오스였다.
“뭐 겨우 어떤 물건이나 하나 놔두고 온 모양인데..설마 이 고운 몸이 다치는 위험이라도 닥치겠어? 후후”
다리를 배배 꼬며 요염하게 앉는 그녀였다. 도발적인, 그리고 상당히 튀는 그 복장은 이 곳 관동의 인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이 평범한 절에는 그 어떠한 남성도, 심지어 그녀가 까맣게 잊고 있는 마족 남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딩동딩동~
“아 케이들이 돌아왔나 보다!”
그녀는 이 집의 주인들을 맞이하러 달려간다.
[2일 뒤, 국제공항]
오후의 햇살이 굉장히 따가운 이 시각. 하지만 공항은 관광여행을 다녀오거나, 다녀오려는 손님들로 인해 굉장히 분주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객기를 타겠다는 손님들이 왕창 줄을 이었다. 덕택에 텅텅 비어있던 예약석까지 전부 다 마감되고 있었다. 하지만.....유일하게 자리가 텅텅 비는 여객노선이 하나 있었다.
“일본 -> 아프가니스탄이라...지금쯤이면 아프간도 슬슬 독립해 있을까나?”
질겅질겅~
비싼 돈을 들인 듯 한 까만 선글라스, 입에는 위 아래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마른 건어물포가, 거기에다, 이런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의 꽉 낀 옷을 입은 남자. 17세 정도로 추정되는 이 소년은 옷 색과 어울리지 않는 적발 때문에 상당히 눈에 튀고, 또 이상해보였으나 음악의 불협화음을 생각나게끔 했다. 의외의 복장과 생김새가 소년의 귀여운 매력을 더욱 튀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아프간으로 가는 노선 하나 주시오. 이름은 묠니르.”
“아 예...”
소년의 무뚝뚝한 말투에 조금 주눅이 든 여종업원이 거듭 인사를 한다. 외국으로의 사업을 위해 떠나는 야쿠자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참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신분증은 거기 놓아두었소. 이름은 묠니르.”
“아 예..”
‘진작 확인했다고요오오오오~~!!!!’
알 수 없는 꼬맹이 손님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여성의 절규였다.
“좋았어! 밤페이! 마족 사냥이다.”
철컥 -투캉 투캉 투캉
지상계의 인간 여자아이와 거의 비슷한 외형을 가진 로봇이 동료에게 진격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빨간 삿갓을 쓴 둥그런 호빵이 생각나는 얼굴,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는 기다란 막대기, 옆에서 보면 조금 얼빠진 사람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로봇이 여자아이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소리가 쿵쿵 거리며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지만....
“베르단디!, 케이!, 울드! 스쿨드! 어라 다들 어디 갔나?”
이런 상황을 해결해 줘야 할 ‘오만의 극치’양은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한 때 자신의 방이었던 곳으로 들어가 짐 정리(랄것도 없지만.)를 시작한다. 두 로봇은 페이오스가 집안으로 잽싸게 들어가 버리자 마에게 사로잡혔던 인질(??)이 무사하다는 것을 판단,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그를 압박해 간다.
끼릭
약한 쇳소리와 함께 삿갓과 팔, 다리, 기타 몸체의 부분들이 뒤집어지더니 오래된 ‘머스킷’을 보는 듯 한 캐논이 묠니르를 정조준 한다.
투악~ 쾅!
크기와 생김새답게 작은 소리를 내며 발사된 캐논. 묠니르는 당황하여 급하게 두르고 있던 로브를 벗어 총탄을 막아내기로 했다.
퍽퍽~
‘뭐야. 시한신관폭탄이라도 되나!(시한폭탄)’
둔탁한 물체가 로브장막에 막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 총탄에 맞아 고통에 몸부림칠꺼라 생각한 묠니르는 몸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를 예상외의 공격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바닥을 내려다본다.
“고양이 인형?, 종이조각?”
오뚜기 형태의 하얀색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을 반겨준다. 종이조각들은 알 수 없는 문양들과 글씨들이 새겨져 있을 뿐. 부비트랩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장난감으로 판단되는 물품들일 뿐이었다. 밀려오는 허무감과 함께 다시 로브를 몸에 두르고 절에서 멀어져가는 묠니르. 땅에 떨어진 물품들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밤페이 조심해! 저 녀석은 상급 악마 그 이상이야.”
끄덕끄덕
‘스쿨드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어떻게 사로잡지? 아니 이 집에서 쫓아낼 수나 있을까?’
우선은 상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를 쫓기 위해 밤페이와 전열을 정비키로 한 시글이었다.
“좋았어.”
경비병들이 더 이상 쫓아오지 않음을 판단한 묠니르는 주위환경을 다시 한 번 살핀다. 산속으로 들어와서인지 아까 그 건축물들이 있던 곳보다 더 깊고 울창한 숲이었다. 어두운 밤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 깊은 숲에서 그는 여러 물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굉장히 커다란 나무들!, 의외로 단단해 보이는 덩쿨이 저기 있고, 맘에 안 들지만...법술과 마술로 확대시킨 인형 하나. 마지막으로...”
척
“불이 잘 붙는 종잇조각들”
‘육상전용이나, 무한궤도(탱크 바퀴)모드 옵션을 달 수 있었으면 이렇게 애먹지는 않을 텐데’
한동안 쓰지 않고 내팽개쳐둔 밤페이군의 옵션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그리운 시글이었다. 장비들은 지난 마족과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파괴되거나 고장나있었다. 결국 맨몸(캐논으로 무장한)에 막대기 하나로 무장한 밤페이군과 그의 양산형인 미니 밤페이군들이 삐걱거리며 산을 올라가게 된 것.
“밤페이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돼! 우리가 탐색하지 않은 구역이야.”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밤페이군과 그의 군단이 풀숲을 헤치며 진군한다. 적이 숨어 있을 것을 대비해 평범한 바위 하나 까지 샅샅이 뒤지며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해갔다.
“승산은 우리가 높으니까 무리 하지 마!”
대답이 없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진군하는 밤페이였다. 다행히 무기고 안에 넣어둔 스쿨드의 오래된 작품 밤페이군 전용 ‘대마전 다련장 로켓 런쳐’(일명 ‘연발미사일’)가 고이 모셔져 있었고, 아직 작동이 잘 되 가고 있었다. 안에서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는(짭짤함이 예술인 감자칩과 TV연속극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여신님에게 도움을 요청할까도 싶었지만.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한다!’
어이! 어딘가 미묘하게 틀려!! 어쨌든 이런 신념 때문에 그들은 적이 숨어 있을 숲으로 향한 것이다. 어차피 로켓 무기가 있는 한 무기가 없는 저 마족은 상당히 곤욕을 치를 것이다. 다만.
‘승산은 높다고 했지만. 마라와는 비교가 되질 않단 말이야 저 마족. 힐드와 동급일까?’
대 마계장이라는 힐드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떠는 시글이었다. 그녀는 한번 등장했다 하면 자신들 같은 로봇들은 그녀가 게이트를 타고 올 때 생긴 자기폭풍으로 무용지물. 그녀가 음모를 꾸몄다 하면 모든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마족이었다.
‘그래도. 엄청난 힘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는걸.’
괜한 기우다. 라고 치부하며 밤페이를 따라 전진하는 시글. 하지만 그녀는 두 가지를 아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 게이트는 마가 아니라 인질이 되었던(?) 페이오스가 연 것이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전쟁은 힘이나 숫자, 무기로 하는 놀이가 아니었다는 점.
“지금이다.”
털썩.
푸슝 푸슈슝 푸슈욱 푸슈슝
콰콰콰쾅
가만히 숨어 있다, 곧장 옆으로 달려가는 악마를 발견한 밤페이 조준을 했다. 어둠에 가려져 얼굴과 옷차림은 보지 못했지만 달빛덕택에 어렴풋이 보인 인간형에게 공격 명을 내리는 시글이었다. 로켓들은 일제히 날아들었고, 잠시 후 폭발음이 작렬한다.
“명중!”
철컹 철컹 철컹
밤페이들과 시글이 신난 얼굴로 떠들며 방방 뛴다. 로브조각들이 폭발과 함께 공중에 휘날렸고, 로켓들이 날아간 그곳에는 마족포박용으로 만든 그물들이 다시 날아들었다. 최소한 죽지는 않을 정도의 폭발에 휘말렸으니 문제없을 거라 판단한 그들이 마를 생포하기 위해 움직였다.
“!”
“!”
하지만 폭발이 있었던 곳에는 로브들만 여전히 휘날리며 낙하산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기절해 있는 마족은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고, 그곳에는 커다란 인형 하나만이 자리를 지키고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형이 있는 곳보다 더 뒤쪽에는
끼릭끼릭
무표정한 상태로 나무 곁에 기대고 있는 남자마족은 들고 있던 밧줄을 세게 잡아 당겼다.
“이게 무슨....미끼!?”
아차!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한마디. 그러나 이 한마디가 입밖으로 튀어나오기도 전에 이미 사건은 그녀의 논리회로가 생각한 대로 움직여갔다.
“!!”
끼이이이익 사라라락~
수많은 나뭇잎들과 가지들이 밤페이와 시글, 그리고 미니 밤페이 군단들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에는 아무런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별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한데 뭉쳐 있었던 데다, 나뭇가지들과 잎, 그리고 어둠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야시경과, 적외선 모드는 그 전부터 켜놓고 있었지만 나뭇잎 속에 갇혀보니 오히려 주위 사물을 혼동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 버렸다.
철컹 철커컹 철컹
끼이이이이이 휙!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두 번째 줄을 당기자 이번에는 넝쿨로 급제조 한 나무 투석기들이 준비되어져 있었다. 물론 바위 숫자도 모자른데다 실용성이 떨어져 탄은 없었고, 단지 커다란 나무줄기들을 묶어 놓은 상태였다. 방향을 밑으로 향하게 맞춘 덕택에 시글과 밤페이 일행은 황당하게도 나뭇가지에 몰매를 맞게 된 것.
“마지막 연타다!”
끼이이익 화르르륵
“화공이다! 당했어!!”
이쯤이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늘어나는 3번째 트랩. 아까 밤페이군이 공격했던 행운 부적들이 불이 붙은 채로 나뭇가지들 위에 떨어져 내린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 나뭇가지들!’
마른 가지들이잖아! 뒤늦게 만져보고 재질을 파악한 시글의 답이었다. 자신들은 기계니까 불에 타 죽을 염려는 없었으나 자신들의 판단미스로 마족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 것. 뒤늦게 몸을 일으켜 움직이나 한데 뭉친 상태로 불의 장벽에 막혀버리니 난감했다. 법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3~4m가 넘는 고온의 화염이었다.
“당했다!”
시글이 외친 한마디였다.
[절을 빠져 나온 뒤.]
“후유...정신없었군.”
잽싸게 내려온 마의 한마디. 헉헉 거리며 답답함을 뿜어대는 묠니르였다.
‘페이오스씨는 무사한가?’
도망치는데 경황이 없어 여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묠니르. 자신이 사라진 뒤 그를 데리고 온 여신의 소재부터 파악하는 묠니르.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벌써 사라진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럼 한 달 연봉이 얼마나 되시는 거죠?-
-700만 엔입니다.-
“뭐야. 인간들은 아직도 돈에 매달리며 사는 건가?”
연속극이 다 끝나고 지루한 연예계에 집중하며 인간에 대한 비아냥을 수도 없이 나열하는 여신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조용히 확인한 마는.
‘다행히 자신만의 휴가는 찾은 모양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이! 지금 네놈이 남 걱정 할 때냐? 어쨌든 라디오(실은 TV)를 열심히 경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를 조용히 두고, 본격적인 나들이를 준비하는 묠니르였다. 절을 빠져나오며 입구 앞에 선 묠니르. 무언가 깜빡하기라도 했는지 조용히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스파시보 페이오스(감사합니다. 페이오스)’
그리고 사라져갔다. 아직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후에 그가 벌인 황당한 업보와 알 수 없는 정신세계(?), 인맥에 의해 이곳 관동의 인간들은 또 한 번 파란만장한 위기를 맡게 된다. 물론 그 위기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어라. 내가 무언가를 잊어 먹고 있는 느낌인데?”
지루한 방송이 끝나자 무언가를 뒤늦게 자각하고 주위를 살펴보는 페이오스. 하지만 자신이 지상계에서 체류할 때의 집 거실에 자신이 머물고 있다와, TV를 보았다는 점. 이 두 가지를 빼면 그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는 페이오스였다.
“뭐 겨우 어떤 물건이나 하나 놔두고 온 모양인데..설마 이 고운 몸이 다치는 위험이라도 닥치겠어? 후후”
다리를 배배 꼬며 요염하게 앉는 그녀였다. 도발적인, 그리고 상당히 튀는 그 복장은 이 곳 관동의 인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이 평범한 절에는 그 어떠한 남성도, 심지어 그녀가 까맣게 잊고 있는 마족 남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딩동딩동~
“아 케이들이 돌아왔나 보다!”
그녀는 이 집의 주인들을 맞이하러 달려간다.
[2일 뒤, 국제공항]
오후의 햇살이 굉장히 따가운 이 시각. 하지만 공항은 관광여행을 다녀오거나, 다녀오려는 손님들로 인해 굉장히 분주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객기를 타겠다는 손님들이 왕창 줄을 이었다. 덕택에 텅텅 비어있던 예약석까지 전부 다 마감되고 있었다. 하지만.....유일하게 자리가 텅텅 비는 여객노선이 하나 있었다.
“일본 -> 아프가니스탄이라...지금쯤이면 아프간도 슬슬 독립해 있을까나?”
질겅질겅~
비싼 돈을 들인 듯 한 까만 선글라스, 입에는 위 아래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마른 건어물포가, 거기에다, 이런 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의 꽉 낀 옷을 입은 남자. 17세 정도로 추정되는 이 소년은 옷 색과 어울리지 않는 적발 때문에 상당히 눈에 튀고, 또 이상해보였으나 음악의 불협화음을 생각나게끔 했다. 의외의 복장과 생김새가 소년의 귀여운 매력을 더욱 튀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아프간으로 가는 노선 하나 주시오. 이름은 묠니르.”
“아 예...”
소년의 무뚝뚝한 말투에 조금 주눅이 든 여종업원이 거듭 인사를 한다. 외국으로의 사업을 위해 떠나는 야쿠자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참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신분증은 거기 놓아두었소. 이름은 묠니르.”
“아 예..”
‘진작 확인했다고요오오오오~~!!!!’
알 수 없는 꼬맹이 손님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여성의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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