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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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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식장갑 가이버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

                                                  제7화 - 기적의 대역전! -






"케이씨....대체 어디 가신거에요..."

밤10시, 파티가 끝날 무렵까지도 케이와 스쿨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동차부원들은 내일의 시합을 대비해
서 뒷정리를 한 후 다들 돌아갔지만 베르단디는 부실에 끝까지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로 역시 베르단
디와 함께 부실에 남아 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잘 포장해놓은 케이 몫의 케이크가 왠
지 애처롭게 보였다.

'덜컹'

"아, 언니! 케이씨는요?"

갑자기 부실 문이 열리면서 울드가 부실로 들어왔다. 혹시나 절로 바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하고 울드가 절
에 급히 돌아가 봤지만 거기에도 그 둘은 없었다. 베르단디의 물음에 울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베르단
디의 얼굴엔 근심이 더해졌다.

"도대체 이 녀석, 파티를 제낀건 둘째 치더라도 자기 애인을 이렇게나 걱정 시키는게 어딨어? 전화라도 해
줄 것이지. 다음 월급때 휴대폰 안 사면 내가 월급 다 뺏을 꺼야...."

지로가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 쉬며 투덜거렸다. 케이는 휴대폰이 없으니 이쪽에서 연락할 수 있는 방
법은 없었다. 다만 케이는 지로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으니 공중전화로도 연락해 줄 수 있을 텐데 아직까
지 전혀 연락도 없었다. 지로 역시 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베르단디의
얼굴엔 근심이 더 짙어져 갔다. 그 때 울드가 지로에게 다가섰다.

"일단 우리가 좀 더 기다려 볼테니까 지로는 그만 돌아가 보는 게 어떨까? 내일 시합 있다며?"

"....후우"

지로가 부실 벽면의 시계를 쳐다봤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일 시합은 오전10시부터 예
선전이 시작되지만 그 보다 먼저 가서 머신의 상태 체크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하므로 일찌감
치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여기서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럼, 난 먼저 가볼께. 베르단디, 너무 걱정 마. 별일 없을 꺼야. 내일 애들 챙겨주는건 나 혼자해도 되니까
너희들은 힘들면 안 나와도 돼."

"네...."

지로는 힘내라는 듯 베르단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후 부실 밖으로 나갔다. 지로가 나간 것을 확인한
울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베르단디에게 절에서 시글이 한 말을 얘기해 주었다.

울드가 절에 돌아갔을 때 시글이 밤페이가 호출을 받고는 완전무장을 하고 급히 어디론가 날아갔다고 말해
줬다. 그 말을 들은 울드는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시글을 시켜서 밤페이의
위치를 추적해 보기도 했지만 밤페이의 발신 신호는 전혀 잡히지 않았었다. 그 말을 들은 베르단디의 안색
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밤페이군이 어째서... 언니! 케이씨나 스쿨드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하죠!?"

"베르단디, 진정해. 아직 아무 것도 모르잖아. 꼭 무슨 일이 생긴 것처럼 단정지을 순 없다고."

울드가 베르단디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만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불안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있었다. 베르단디가 뭔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
섰다.

"저, 갔다올께요! 케이씨를 찾아봐야 겠어요."

"공간이동을 하려고?"

아까 주차장에 가 봤을 때 케이의 바이크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다는 것은 바이크를 몰고 어딘가로 갔다
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목적지를 케이 바이크의 백미러로 설정하고 공간이동을 하면 케이가 있는 장소에 도
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바이크가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면 대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가능한 한
법술을 쓰는 장면은 들키지 말아야 했다.

"그래도 가겠어요! 꼭 케이씨를 찾아낼 거에요."

"기다려, 그럼 나도 같이 가. 도착지점에서 소동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서든지 수습은 해야지."

울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베르단디는 울드의 손을 잡고는 부실 벽면에 있는 거울로 향했다. 베르단디의
이동수단은 거울, 울드는 TV브라운관이다. 그러나 케이의 바이크가 있는 곳에 TV도 있다는 보장은 없었으
므로 일단은 베르단디의 도움을 받아 그녀와 함께 거울로 이동하려는 것이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거울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슈우우~~



*********************************************




"회수한 컨트롤 메탈입니다."

맥스 제약 사령실에서 규오는 요원들이 회수해 온 가이버I의 컨트롤 메탈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동안 골치를 썩여오던 문제 하나를 이제 해결한 것이다. 비록 아직 가이버III의 행방은 오리무중
이었지만 그 녀석도 언젠가는 크로노스의 포위망에 걸려들 터였다.

"좋아, 내일부터 이것의 분석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 둬라. 가이버II 의 컨트롤 메탈은...."

거기까지 말한 규오는 옆에 서있던 리스카를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리스카는 그런 규오의 시선이 부담
이 가는 듯 애써 외면했다.

"관계자가 식장하고 있어서 분해할 수가 없었지만....이거라면 얼마든지 분해해 볼 수 있겠지."

규오가 손짓을 하자 요원들이 컨트롤 메탈이 든 케이스를 가지고 사령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규오는 인
터컴을 조작해서 어딘가를 호출하였다. 잠시후 호출을 받은 또 다른 요원들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현장에서
붙잡은 스쿨드를 끌고 들어왔다. 스쿨드는 필사적으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이거 놔! 이 악마들아!!"

"조용히 해!"

스쿨드가 지르는 소리에 한순간 사령실이 시끄러워졌다. 규오가 스쿨드 바로 앞까지 걸어나왔다.

"그래, 너냐. 현장에서 가이버I과 함께 있었다는 꼬마애가."

"꼬마라고 부르지마!! 악마들...! 케이를 살려내..!!!"

그러자 옆에 있던 요원이 스쿨드의 머리채를 꽉 잡아 올렸다. 스쿨드가 고통스러운 듯 소리쳤다.

"아악!"

"조용히 못해!! 감히 사령관님 앞에서!"

그러자 규오가 그 요원에게 잠시 물러나라는 듯 손짓을 하였다. 요원은 스쿨드의 머리카락을 놔주고는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

"난폭한 짓은 그만둬라. 지금은 귀한 손님이시니까.... 그건 그렇고..."

규오가 손을 뻗어서 스쿨드의 턱을 붙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스쿨드는 만지지 말라고 소리치면
서 뿌리치려고 했지만 규오의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잠시동안 규오는 스쿨드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규오는 그녀의 이마와 양 볼에 나있는 신족의 문양에 주목했다. 일반인들이라면 그저
특이한 장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규오는 그 문장을 좀 더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그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얼굴에 있는 그 문장, 그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군. 게다가 미약하긴 하지만 너한테서 느껴지는 파동
은 보통인간과는 좀 다른 것 같고...후후, 너 신족이로군. 그렇지?"

규오의 말에 스쿨드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이 남자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옆에 있던 요원들도 놀라긴 마
찬가지였다. 규오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기록에 너희들 얘기가 있지. 너희들의 신체적 특징이나 '법술'이란 것의 특성 등등 말이야. 뭐, 나
역시 아직까지 신족이란 녀석들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당신 도대체 뭐야? 어떻게 내 정체를...."

"아, 내 소개를 깜빡했군. 난 크로노스 최고 간부이자 이곳 일본지부 총사령관인 리헐트 규오라고 한다."

"리헐트 규오.... 그래, 네가! 네가 케이를 죽인거야! 케이를 살려내!!"

스쿨드는 앙칼지게 소리치며 규오에게 달려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요원의 억샌 팔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규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녀석 일은 좀 유감이다. 그러게 처음부터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우리에게 넘어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거늘....후후후."

말만 유감이라고 했지 규오의 얼굴엔 미안한 표정같은건 조금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스쿨드는 분노로 몸
을 떨었다.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지금 이미 죽은 녀석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넌 내일 당장 우리의 실험체가 되 주어야 하니까."

"실험체?"

"여신을 조아노이드로 만들면 과연 뭐가 나올지 흥미진진한걸? 하하하!!"

규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스쿨드는 전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규오는 요원들에
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벽면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조제소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화면을 본 스쿨드는
경악하였다. 조제소에는 여러개의 원통들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녹색의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는 투명한 원
통 안에는 여러 타입의 조아노이드 들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조아노이드가 아닌 멀쩡한 사람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사람인지 조아노이드인지 구분이 애매한 것들도.

"모두 조아노이드로 조제되는 것들이다. 사실 저 중에 반 정도는 죽지. 특히나 신형 조아노이드를 개발하는
중에는 더 많이 죽어나가거나 살아남아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되지."

그제서야 스쿨드는 조아노이드로 조제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았다. 조아노이드란건 스쿨드가 생각했던 것처
럼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었다. 보통의 사람을 조아노이드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스쿨드가 발악하듯 소
리쳤다.

"당신은...당신은!! 사람의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 살인자!"

"조제를 못 견디면 쓰레기일 뿐이다."

스쿨드의 분노에 규오는 눈썹하나 까딱안했다. 규오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그저 조아노이드를 만들기 위한
재료일 뿐이었다. 조제를 견디고 살아남으면 일등급, 죽거나 페인이 되면 쓰레기일 뿐이었다. 스쿨드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같은 인간끼리 저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들은 도대체 이런 짓을 해서 뭘 하려는 거야!"

"뭐, 좋아. 어차피 실험체가 될 녀석이니 설명해 줘도 상관없겠지."

규오가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곳곳에 크로노스의 조아노이드 들이 잠입해 들어간다. 물론 평상시엔 보통 인간의 모습이며 조아노
이드란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유전자 감식을 해도 조아노이드 인지를 구별해 낼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이
세계 각지의 정치, 경제, 군사적 핵심 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봉기의 그 날이 오면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핵심 시설내부에서 갑자기 중전차급의 괴물 군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 세계의 정부기관과 군대는 마비되
며 손 쓸 세도 없이 파괴되어져 간다. 사회는 통제력을 잃게된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루에 가능하다. 결국,
이 지구는 크로노스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구 인류가 신 인류로 거듭나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다!"

규오는 희열에 찬 표정으로 힘주어 외쳤다. 그 모습을 본 스쿨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계정복이라니...그
런 황당한 일을 생각하는 녀석들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저런 끔찍한 괴물로 변하는 게 신인류라니..!

"사람을 저 꼴로 만들어놓고 신 인류라니...너희들은 미쳤어!"

"천만에. 오히려 인류가 원래 갔어야 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거다. 왜냐하면.... 인류는 원래 조아노이드
를 만들기 위한 소재로서 그들에 의해 개발된 종이니까 말이야."

스쿨드는 경악하였다. 인류가 조아노이드 조제를 위한 소재였다니! 게다가 그들이란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규오가 말하는 그들이란게 현재의 신족을 가리키는 말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럼 인류를 만든 자들은 따
로 있다는 말일까? 자기가 배웠던 인류 탄생의 역사와는 너무 다른 소리였다.

"너도 내일이면 우리 크로노스의 일원이 되는 거다. 물론 조제도중에 죽으면 할 수 없지만. 후후후."

"날 건드리면 우리 언니가, 천상계가 너희들을 용서할 줄 알아?!! 천계의 군대가 내려와서 너희들을 모두 쓸
어버릴 꺼야!"

스쿨드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신들의 군대가 내려온다면 누구나 다 겁을 먹을 것이다. 인간과 신은 격이 틀
리니까. 그러나 규오는 오히려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얼마든지 덤비라고 해. 오히려 잘 됐다. 그들의 유지를 받들어서 너희들을 처 부수는 것도 좋겠지! 하하
하!!"




*********************************************




리스카는 사령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사령실이 있는 층
에 멈춰 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리스카는 그 순간 누군가와 마주쳤다. 그것도 하필이면 가장 꼴도 보기
싫은 녀석이었다. 젤브부스였다.

"벌써 제조재가 끝난 건가?"

"그래, 그것도 이전보다 더욱더 강해져서 말이야."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리스카와 젤브부스는 양성소 시절부터 서로 반목하는 사이였다.
특히나 젤브부스는 아직까지도 간부급 하이퍼 조아노이드로의 조제에 응하지 않는 리스카를 겁쟁이라며 경
멸하고 있었다. 젤브부스가 경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녀석의 식장시 데이터와 이전에 가이버I과의 전투데이터를 바탕으로 난 대 가이버용의 무장등을 추가하
였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게 상처를 입힌 가이버I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그때의 빛을 갚아줄
순 없지만 말이야."

"....."

"하지만, 뭐 상관없어. 아직 가이버는 '둘이나' 더 남아있으니까 말이야."

젤브부스는 특히 둘이라는 말에 힘을 줬고 그 말을 들은 리스카는 순간 욱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남은 둘
중에 한 명은 당연히 가이버III를 나타내는 거였고 다른 한 명은 바로 리스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젤브부
스는 이렇게 우회적으로 리스카를 도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 라이벌이었던 네 녀석에겐 그래도 감사하고 있다. 너의 데이터가 내가 강해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
으니까 말이야."

"......"

리스카는 화를 억누르며 묵묵히 젤브부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건방지게 라이벌이라니....규오 사령관만 아
니라면 변신해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젤브부스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가이버 같은 건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럼 잘 있으라고. 어제까지의 라이벌이여. 후후후..."

젤브부스는 그렇게 리스카를 비웃어 주며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리스카는 그 자리에서
분노로 치를 떨고 있었다.




*********************************************



-슈우우~

베르단디와 울드는 공간이동으로 케이의 바이크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주변의 풍경이 그녀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상과는 달리 케이의 바이크는 어느 한적한 숲속의 도로변에 세워져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도 케이와 스쿨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베르단디는 여
기가 어딘지 비로소 생각해내었다. 저번 주 토요일날 케이와 잠시 데이트 삼아서 왔던 학교 뒤편 숲속의 호
수가 도로였다.

"케이씨...어째서 여기에..."

울드가 바이크 엔진부분에 살짝 손을 대봤다. 엔진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 멈춘
지 한참 됐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대학을 나와서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여기로 바로 온 것 같았다.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 같은데...한번 찾아보자."

"네! 저 호수로 한번 가볼께요."

베르단디는 저번에 케이와 갔었던 호수로 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울드는 이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도로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선 울드는 큰소리로 케이와 스쿨드를 부르면서 숲속을 해매기 시작했다. 이
미 한밤중이라 앞이 잘 안보였다. 도대체 이 시간에 여길 왜 온 걸까? 의문을 품으면서 숲속을 걷던 울드는
뭔가 저 쪽에서 반짝이는 물체 같은 것을 보았다.

"...?"

울드는 그 물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제법 울창한 숲이지만 그래도 달빛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지 달
빛이 꽤 많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고 그 달빛에 뭔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윽고 그 물체 곁에 바짝 다가간
울드는 경악하였다. 엉망으로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진 그 물체는 울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밤페이!!"




*********************************************





"문 열어! 이 나쁜 놈들아!!"

사령실에서 끌려나온 스쿨드는 그대로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스쿨드는 계속해서 두터운 철문을 두들기며
소리쳤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고 설령 누군가 있다해도 열어줄리 만무했다. 그리고 철문 역시 스쿨드가 두
들긴다고 부서질 물건도 아니었다.

"누가, 누가 실험체 같은 게 될 줄 알고? 어림없어!"

스쿨드는 탈출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문을 부수고 나가는 건 아무런 장비도 없고 법술력도 미약한 스쿨드에
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간이동을 할 수만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감옥 안에는 물이 단 한 방울도 없었다.
물을 통해서만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스쿨드로선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서 빨리 빠져나가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언니에게 가야해! 그래서 케이가..."

그 순간 스쿨드는 케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일단 빠져나가서 베르단디에게 간다면, 과연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케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베르단디가 알면 어떻게 될까? 자신은 사랑하는 언니에게 그런 충
격적인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

스쿨드는 힘이 빠졌는지 감옥 벽에 있던 간이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케이와 처음 만났던 때가 생
각났다. 언니에게 황당한 소원을 빌어서 지상계에 강제로 묶어 놓고 있다고 여겨서 케이에게 자주 심통도
부렸고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들어 훼방도 놨었다. 베르단디가 단지 계약 때문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케이를
좋아해서 지상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스쿨드의 심통은 계속 됐었다. 그런데도 케
이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생각해보면 이곳 지상계에 머물면서 케이와도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었는
데....

이윽고 스쿨드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스쿨드의 가녀린 어깨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꼭 쥔
주먹위로 눈물 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흑...흑...미안해...그 때 내가 그런걸 줏는 바람에...."

스쿨드는 저번에 대학 뒤편의 호수가에서 유니트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 케이 말을 들었다면,
그래서 그딴 거 그냥 버렸으면 크로노스와 얽힐 일도 없었고 케이가 죽을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한
자책감에 스쿨드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스윽.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스쿨드의 천사 노블 스칼렛이 스쿨드의 몸에서 나왔다. 사실상 스쿨드의 분신이
라 할 수 있는 노블 스칼렛 역시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말은 못하지만 스쿨드를 위로해
주려는 듯 스쿨드를 껴안는 시늉을 하였다. 하지만 소환자의 능력에 따라 크기나 능력이 결정되는 천사의
특성상 아직 힘이 미약한 스쿨드의 노블 스칼렛은 베르단디의 '홀리 벨'이나 울드의 '월드 오브 엘레강스'
에 비해선 상당히 작은 크기여서 스쿨드를 안을 순 없었다. 스쿨드가 노블 스칼렛을 꼭 껴안고는 이윽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으아앙!! 미안해, 정말 미안해! 케이... 으아앙!"

좁은 감옥 안에서 스쿨드는 그렇게 심한 자책감에 괴로워하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





"밤페이군!!"

호숫가에서 케이의 흔적을 찾던 베르단디는 울드가 부르는 소리에 급히 그 곳으로 달려가 보고는 큰 충격
을 받았다. 그곳에는 산산조각이 난 밤페이가 있었다. 언제나 스쿨드와 같이 다니던 밤페이가 이 꼴이 됐다
는 것은 스쿨드에게 무슨 큰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베르단디는 밤페이의 머리 부분을 들고는 조용히 법
술을 외웠다.

"내 이름은 베르단디, 그대 진실이란 이름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다오."

베르단디는 지금 물체에 깃들여 있는 과거의 영상을 보려는 것이었다. 밤페이는 이 꼴이 되기 전 과연 뭘
봤을까...

-크아아아!!

베르단디의 눈에 순간 거대한 하얀색 괴물이 밤페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보였다. 베르단디는 생전
처음 보는 흉측한 괴물이었다. 주먹에 맞는 부분에서 영상은 끊겼다. 베르단디는 이제 거의 이성을 잃었다.

"언니! 이를 어떡해요! 뭔가 엄청난 괴물이!!"

"진정해, 진정하라고! 베르단디!! 두 사람이 그 괴물에게 당했다는 보장은 없잖아. 밤페이가 막는 동안 어디
멀리 도망쳤을 수도 있다고!"

울드 역시 그 괴물의 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울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부러진 나무들과
무엇보다 밤페이가 부서진 곳 근처 바닥에는 피까지 묻어있었다. 울드는 여기서 뭔가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
었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설마 케이가 주변이 이 지경이 될 정도로 괴물에 맞서 싸웠을까. 싸운 건 다른
누군가고 케이와 스쿨드는 어쩌다가 말려들었다가 밤페이가 괴물을 막는 동안 어딘가로 피신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진정해! 아직 두 사람의 신변에 큰 일이 생겼다고 단정하기엔 일러. 그러니까 너도 마음 단단히 먹어. 일단
좀 더 찾아보자. 응?"

울드는 베르단디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베르단디는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
드는 일단 밤페이의 파편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난 일단 절로 돌아가서 이 녀석을 고쳐볼 수 있는지 시글에게 물어볼게.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
지?"

울드는 그대로 절 쪽으로 날아갔다. 베르단디는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





"응?"

일본지부에서 밤샘근무를 하고 있던 사령실 요원들이 특수물질 보관소에 이상이 발생한 걸 확인한 시각은
새벽 2시경이었다. 갑자기 보관소에서 전송되는 모니터영상이 끊긴 것이다. 무슨 일인가 확인하려고 통신을
시도해 봤지만 그것도 불통이었다.

"고장인가?"

"내부 전화랑 감시 카메라가 동시에 고장 났다고? 그게 말이 되냐...."

말이 안될 것은 없지만 굉장히 드문 경우인지라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보
관소 내부의 정보를 차단하려 하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사령실 책임자가 짜증이 나는 듯 투덜거
렸다.

"정비반 보내서 확인해 봐. 지금 높으신 분들이 와 계시는데 대체 장비상태가 왜 이래? 다들 왕창 깨지고
싶어서 작정한 거야?!"






보관실 내부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보관실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연구원 두명은 내일부터 시작할
가이버I의 컨트롤 메탈 분석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분석작업은 내일 연구원들이
모두 모이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었다.

그 때,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던 연구원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가이버의 컨트롤 메탈에서 뭔가 미
약한 전자 펄스가 방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서 아무런 반응도
없던 물건이었다. 전자 펄스의 신호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이봐! 이것 좀 봐! 메탈이...!"

다른 연구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 직후 모니터를 주시하던 연구원이 서둘러서 컨트롤 메탈이 보관된 격실안
에 들어갔다. 그러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컨트롤 메탈에서 푸른빛이 나면서 메탈의 밑부
분에서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체조직들이 급속도로 증식하고 있었다. 증식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사령실에 연락해, 어서!"

다른 연구원이 서둘러서 통신기 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남은 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체조직이 증식되는 모
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장하고 있는 모양을 봐서는 아마도 저것은 가이버I의 컨트롤 메탈에 붙어있던 아
주 약간의 체조직을 컨트롤 메탈이 급속도로 증식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정말로 가
능하단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그것밖엔 없었다. 어느덧 증식한 체조직은 유리관 안을 가
득 채웠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유리관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두둑!

그 순간, 연구원은 자기 머리를 누군가가 잡고는 옆으로 확 꺾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뭔가가 부러지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뿐이었다. 그는 의식을 잃었다.




"놀라운 재생능력이다...."

보관실에 있던 연구원 두명을 처치한 사람은 가이버III였다. 그는 컨트롤 메탈이 가이버I을 부활시키고 있는
모습을 경이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가이버의 회복능력에 관해선 그도 잘 알고 있었고 컨트롤 메탈만 무사하다면 가이버는 어떤 상처도 수복한
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예상을 못했다. 지금 컨트롤 메탈은 밑바닥에
붙어있던 아주 약간의 살점으로부터 전신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가이버I을 방치해서 회복능
력을 실험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쨍그랑!

불어난 체조직을 감당 못한 유리관이 결국은 깨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가이버III는 그대로 뒤돌아 서서
보관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다음 일을 할 차례였다.

"예상보다 일이 훨씬 재밌게 됐군."




*********************************************




-위잉.

보관실의 자동문이 열리면서 통신정비원들과 보안요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러나 보관실로 들어선 그들은 경
악하였다. 보관실 바닥에 연구원 두명이 쓰러져 있었고 무엇보다 격실 안에서 가이버I이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보안요원들이 서둘러 콘솔을 조작해 격벽 셔터를 내렸다. 두터운 강철 문이 내려오
면서 가이버는 격실안에 갇히고 말았다.

-쿵!

그 순간 격벽 셔터의 한 쪽이 크게 부풀어올랐다. 내부에서 가이버I이 탈출을 하려고 격벽을 주먹으로 치고
있는 것이었다. 견고한 셔터가 찌그러질 정도로 강한 가이버의 힘에 다들 치를 떨었다.

-쿵! 쿵!

가이버가 내부에서 계속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격벽 셔터의 여기저기가 흉하게 부풀어올랐다. 셔터가 떨어
져 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핼맷을 벗었다.

"응전한다! 변신해!!"

-투두둑! 찌이익!

"크아아!!"

"카아악!!"

보안요원들이 일제히 조아노이드로 변신하고는 격실 앞을 단단히 막아섰다. 가이버가 나오면 바로 달려들기
위해 다들 긴장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격실 안이 잠잠해 졌다. 가이버가 더 이상 문을 두들
기지 않는 것이다. 설마 두들기다 지친 걸까? 조아노이드들이 격벽 셔터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했
다. 그 때, 갑자기 셔터가 한방에 터져나가면서 엄청난 빛이 이들을 덮쳤다!

-퍼어어엉!!!



*********************************************




-삐잉! 삐잉!

갑자기 사령실 내부에 비상경보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령실로 규오가 젤브부스를 대동한 체로 들어섰
다.

"무슨 일이냐."

"가이버입니다! 보관실에 가이버가 나타났습니다!"

"보관실로 출동한 보안요원들이 당했습니다! 건물 외벽까지 구멍이 날 정도로 엄청난 빔 공격이었습니다.
가이버의 메가 스매셔로 추정!"

당황해하며 보고를 하는 사령실 요원과는 달리 규오는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이었다. 가이버I의 컨트롤 메
탈을 되찾기 위해 가이버III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생각보다 좀 빨리 나타
났다는 것만 달랐다. 이제 그 놈만 잡으면 리스카의 그것까지 쳐서 3개의 유니트를 모두 회수할 수 있게 된
다. 규오가 젤브부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라! 젤브부스. 가서 가이버III를 잡아라!"

"옛!"

젤브부스는 그대로 사령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젤브부스는 저번 가이버I과의 전투 때 얻은 데이터를 근거로
더욱 더 강해졌다. 가이버III를 잡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규오는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삐삐!

그 때 긴급 인터컴이 울렸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면서 규오가 통신을 받았다. 모니터 너머
로 잔뜩 당황해 하는 보안요원의 모습이 보였다.

-"여..여기는 제7구역 조제실! 가..가이버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가이버가 조제중인 엔자임들을....으아악!!"

갑자기 보안요원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모니터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나왔
다. 그를 본 규오는 경악하였다. 가이버III 였다!

잠시 후 조제소와의 통신이 끊겼다. 가이버III가 끊은 것 같았다. 규오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지는 걸 느꼈다.
최초에 가이버의 출현보고가 있었던 제2구역의 보관실과 지금 가이버III가 나타난 제7구역의 조제소는 정반
대방향인데다가 층수도 다르다. 아무리 가이버라 해도 들키지도 않고 순식간에 갈 수는 없는 거리다. 그렇
다면 보관실에 나타났다는 녀석은 대체 뭐란 말인가.

"제2구역의 영상이 회복 됐습니다."

관제원의 말에 규오가 대형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렸다. 규오는 또다시 경악하였다. 전혀 상상도 못하던
녀석이 걸어가고 있었다.

"가이버I!!!"



*********************************************




-콰창!! 쏴아아~!

"이걸로 마지막인가..."

가이버III가 조제소 내부에 있던 조제통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조제통이 깨지면서 내부에 가득 차 있던 배양
액들이 밖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조제통 내부엔 대량생산이 진행 중이던 엔자임들이 들어가 있었다. 저번의
마키시마 겐죠와는 달리 이번 것은 제대로 만들어야 했기에 완성 까진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조제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배양액들을 모두 뽑아버렸기 때문에 이제 이 엔자임들은 모두 세상의 빛
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 것이었다.

가이버III는 그대로 조제실 내부에 있던 엔자임에 관한 데이터들이 저장된 컴퓨터들까지 모두 박살내 버렸
다. 그리고는 그는 조제실 밖으로 나갔다.

"만약 이런 녀석이 한 놈이라도 살아있으면 귀찮아지니까....확실하게 끝내버려야 해."




*********************************************





-콰앙!!

가이버I은 계속해서 각 구역의 벽을 허물면서 전진하고 있었다. 지금은 조제되기 전에 실험체로 지목된 보
통 인간들을 가두는 감옥 구역에 도착하였다. 가이버I이 전진하는 동안 여러 조아노이드들이 달려들었지만
모두 가이버I에게 목숨을 잃었다.

-푸슉!

갑자기 가이버I을 노리고 검은색 액체가 날아왔다. 가이버I은 이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검은색 액체에 맞은
벽이 급속도로 녹아 내리고 있었다. 가이버I이 고개를 돌려서 용해액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에 거대한 조아노이드 한마리가 비쳤다.

"이거 놀랍군. 넌 죽은 줄 알았는데....."

"....."

서둘러 달려온 젤브부스는 설마 가이버I과 마주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분명 그 녀석은 어제 저녁에 엔
자임에게 패해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고 했는데 이렇게 살아있다니!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오히려 더
잘된 셈이었다. 자기에게 부상을 입혔던 가이버I에게 이렇게 복수할 기회가 왔으니 말이다. 젤브부스가 의기
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번에야말로 그 때의 빛을 갚아주마. 그럼 간다! 가이버I!!"

-위이잉!

젤브부스의 오른손에 있던 3개의 손톱이 길게 늘어나면서 붉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젤브부스가 가이버I
을 향해 돌진해 오면서 손톱을 휘둘렀다.

-콰아앙!

가이버I은 간발의 차로 젤브부스의 손톱을 피할 수 있었다. 젤브부스의 손톱은 너무나 쉽게 바닥을 파고 들
어갔다. 젤브부스는 계속해서 가이버I을 향해 손톱을 휘둘러댔다. 계속되는 젤브부스의 맹공을 가이버I은 종
이 한 장의 차이로 피하고 있었다.

갑자기 가이버I이 뒤로 길게 점프해서 젤브부스와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을 본 젤브부스는 가이버I이 원거
리 공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젤브부스가 왼손의 빔포를 가이버I에게 겨눴다. 먼저 선수를 치려
는 것이다. 젤브부스의 왼손의 빔포가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파슈웅!!

-콰쾅!!

엄청난 위력의 빔이 젤브부스의 왼손 빔포에서 발사되었다. 재조제 전에 가지고 있던 빔포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가이버I은 간신히 그 공격을 피했다. 가이버I 뒤쪽의 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
려 있었다. 젤브부스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자신의 무기를 내 보였다.

"어떠냐! 메가 스매셔도 부럽지 않은 내 빔포가. 그리고 이 오른손의 손톱은 네 놈의 소드와 같은 고주파로
진동하는 고주파 크로다. 네 녀석의 강식장갑 따위는 한방에 찢어버릴 수 있지!"

"....."

"자, 죽어라! 가이버I"

젤브부스가 다시 고주파 크로를 가이버I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가이버I은 계속해서 젤브부스의 공격을 피
하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한순간 젤브부스의 동작에 틈이 생겼다. 가이버I이 젤브부스에게 바짝 접근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위로 점프해서는 젤브부스의 얼굴을 무릎으로 강하게 찍었다.

-퍽!

그러나 젤브부스는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대로 왼손의 주먹을 휘둘러서는 가이버I을 쳐 올렸다. 가이버I이
그대로 젤브부스의 등뒤로 날려갔다. 젤브부스가 가소롭다는 듯 소리쳤다.

"어림없다!"

그러나 별 타격이 없기는 가이버I도 마찬가지였다. 젤브부스의 등뒤로 넘어간 가이버I이 사뿐히 착지하였다.
그리고는 양손을 복부로 모아서 에너지를 모았다. 프레셔 캐논을 날리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젤브부스
가 자신의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였다. 젤브부스의 양어깨에 있는 가시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가이버I이 날린 필살의 프레셔 캐논이 날아왔다.

-파앙!!

-핏!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프레셔 캐논이 젤브부스에게 명중하기 직전에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젤브부
스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 어떠냐! 이 가시들에는 네 녀석의 무기를 봉쇄할 수 있는 에너지 필드를 형성하는 능력이 생겼
다. 난 완벽한 대 가이버용 하이퍼 조아노이드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젤브부스는 재조제를 받으면서 대 가이버전을 상정한 무장들을 추가하였다. 엔자임과 같은 분해효소는 탑재
할 수 없었지만 대신 강력한 무기들로 강식장갑을 파괴하고 동시에 이전 싸움에서 패배의 원인이 된 프레
셔 캐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에너지 필드를 생성하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메가 스매셔 같은 게 날아오
지 않는 이상, 이제 젤브부스는 가이버가 상대라면 공.수 양면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할 수 있게 된 것
이다.

"....."

"왜 아무 말도 없냐?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 거냐?"

가이버I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자신의 거의 모든 무기가 막혔는데도 가이버I은 전혀 동요하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젤브부스는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침착
할까?

"흥! 아무래도 좋다. 아예 영원히 말을 못하도록 만들어 주마!!"

젤브부스가 다시 고주파 크로를 가이버I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가이버I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계속 그 공
격을 피하기만 하였다. 가이버I이 계속해서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자 젤브부스는 점점 약이 올랐다.

"이 자식이...! 헉! 헉!"

그 때 갑자기 젤브부스가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의 고주파 크로의 빛이 꺼지더니 다
시 원래대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빛나고 있던 가시들도 빛이 꺼지기 시작했다. 젤브부스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 졌다. 순간 젤브부스는 아차 싶었다. 추가 조제를 받으면서 연구원들이 경고했던 사항이 떠
올랐던 것이다. 모든 무기들, 특히 어깨의 에너지 필드까지 전개한 상태로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므로 가
능한 한 빨리 승부를 지으라는 말이 그제야 생각난 것이다.

"....."

-휘잉!

"아니!!"

지금이 기회다라고 판단했는지 갑자기 가이버I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당황한 젤브부스는 머리의 뿔에서 용
해액을 연속으로 발사하였다. 체력 저하로 인해 추가된 무기들을 전부 못 쓰는 상황에선 이것밖엔 의지할게
없었다. 그러나 가이버I은 용해액을 여유 있게 피하면서 젤브부스의 바로 앞까지 접근해왔다. 처음에 싸웠던
그 애송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이버I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순식간에 가이버I이 젤브부스의 바로 밑에까
지 접근해왔다.

-부웅!

가이버I이 고주파 소드를 전개시켰다. 당황한 젤브부스가 피하려 했지만 몸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가
이버I이 고주파 소드를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촤악!!

"끄아아아!!!"

가이버I의 고주파 소드가 젤브부스의 아랫배부터 시작해서 상반신과 턱까지 크게 베었다. 젤브부스가 고통
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갈라진 턱을 감싸쥐었다. 그 순간 곧바로 가이버I이 다시 고주파 소드를 휘둘렀다.
두번째로 휘두른 소드에 젤브부스의 양팔이 잘려나갔다.

-콰직!

"크아아아아!!!"

-쿠웅!!

양팔이 잘려나간 젤브부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량의 피를 내뿜으면서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젤브부스를 잠시동안 가만히 바라보던 가이버I은 다시 벽을 부수며 전진을 시작했다.




"큭..! 강화시킨 하이퍼 조아노이드조차도 가이버I을 이길 수가 없다니..."

젤브부스와 사념파로 연결돼 있던 규오는 승부의 결과를 보고 치를 떨었다. 다소 무리를 해가면서 젤브부스
를 더욱 더 강하게 강화하였건만 결국 또 지고 말았다. 유니트 가이버의 엄청난 전투력에 규오는 몸을 떨었
다. 그러는사이 관제원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상황보고를 하였다.

"가이버I, 다시 벽을 부수면서 전진중! 현재 제3구역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이버III의 행방을 놓쳤습니다! 현재 계속 수색중!"

겨우 두명의 가이버 때문에 기지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한 놈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는 기지
안을 마구 부수며 전진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놈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기지 전체에 혼란을 가중
시키고 있었다. 규오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리스카, 리스카 감찰관은 어딨냐!!"




*********************************************




"헉...헉...!"

가이버I에게 또 다시 패한 젤브부스는 그러나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너무 상처가 컸다. 아랫배부터 시작
해서 아래턱까지 고주파 소드에 한번에 길게 베이는 바람에 지금 그는 위험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리고 있
었다. 한시라도 빨리 조제소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젤브부스는 그러나 걸어갈 엄두 까진 내질 못했다. 몸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상처가 벌
어지면서 내장이 쏟아져 나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팔이라도 무사하면 상처가 벌어지지 않게 꽉 누르며 갈
수도 있겠지만 가이버I이 다시 양팔을 잘라버리는 바람에 그럴 수도 없었다. 눈이 점점 침침해 지기 시작했
다.

"젤브부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젤브부스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리스카가 서있었다. 젤브부스가 다급하
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리..리스카! 좀 도와줘! 빨리 날 조제소로...."

"날 라이벌이라고 했었지?"

한시가 급한데 리스카는 엉뚱한 소리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리스카의 표정이 잔뜩 비웃는 듯한 표정이란
게 뭔가 이상했다. 젤브부스는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그게 문제가 아니라 날 빨리...!"

"생각해 본 적 없다."

젤브부스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리스카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 따위 녀석이, 내 라이벌이란 생각같은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단 말이다! Adapter!!!"

-퍼엉!!

갑자기 리스카가 구호를 외치면서 가이버II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리스카의 양팔에 있던 돌기가 늘어나면서
고주파 소드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젤브부스는 공포에 질렸다.

"리..리스카아아!!"

-퍼억!

리스카가 고주파 소드를 휘둘렀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던 젤브부스는 그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 허리
를 베인 젤브부스는 그대로 두조각이 나면서 바닥에 쓰러졌고 그대로 절명하였다. 숨이 끊어진 젤브부스의
시체가 급격하게 부패하기 시작했다. 리스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침을 뱉듯 말했다.

"괴물녀석. 네 주제를 알아라!"




*********************************************





-쿠웅!!

"꺅!"

또다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벽면이 더욱더 심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소리가 아
까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것으로 봐선 뭔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스쿨드는 침대밑으로
숨어서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나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는 밖에서 무슨 일
이 일어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소리는 들려오고 그럴 때마다 벽면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천장이 무너져서 돌무더기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아서 스쿨드는 벌벌 떨고 있었다.

-콰앙!!

순간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쿨드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매몰될 것
만 같아서 스쿨드는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천장 전체가 다 무너진 건 아니었다. 천장의 일부만이 부서져 내린 것이었다. 더 이상 붕괴가 진행
되지 않자 스쿨드가 살며시 침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스쿨드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
장의 일부가 무너져서 바로 위층 통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
다.

"누구....?"

조명도 일부분이 망가졌는지 통로는 좀 어두운 편이었다. 먼지까지 자욱하게 날리고 있어서 처음엔 누가 서
있는지 분간이 잘 안 갔다. 그러다가 어둠에 눈이 좀 익숙해지자 그 사람의 모습이 확실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층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스쿨드가 경악하였다. 밖에 서있는 건 틀림없이 가이버I 이었
다! 리스카나 그 검은 가이버와는 확실히 틀린 푸른색의 가이버I, 케이의 모습이었다.

"케...케이?"

스쿨드는 주저하였다. 분명히 여기 잡혀오면서 케이가 그 엔자임이라는 괴물에게 패해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리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여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4번째의 새로운 가이버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저 모
습은 틀림없이 케이가 변신했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스쿨드가 용기를 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케이!! 정말 케이야?!"

그러자 위층에 있던 가이버I이 스쿨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이버I은 잠시동안 스쿨드를 내려다보고 있었
다. 그러다가 가이버I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스쿨드?"




Next episode 제8화 '붕괴하는 마천루' coming soon....




p.s : 다음주엔 연재를 한 주 쉽니다. 쉬는 이유는 TV판 애니매이션 쪽도 제8화는 한 주 휴방한 다음에 방송을 해서 저 역시 그 뒤를 따르고자....(퍽! 퍼퍽!!)

........그게 아니라, 저 다음주에 병원에 입원합니다. -_-;; 다리 수술을 받아야 해서 꼼짝없이 일주일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연재가 불가능 합니다. 다음 연재는 아마도 5/3일 쯤에나 가능할 듯 싶군요. ^^;;; 어차피 보시는 분도 없지만...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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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