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11111111, 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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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따위는 없어!!!
이런 글은 좋아하는 부류와 싫어하는 부류로 나뉜다죠.
2/3 분량 쓰고 방치하고 있다가... 그냥 결말 지어버렸습니다 ㅡㅡ' (하하하하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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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슈르 산맥의 모랫바람을 뒤로 하고 해가 지는 구나.
수련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더 됐구나.
너는 점심밥도 굶고 했을 마법 수련이 너무나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거라. 아들아, 세상은 너무나 넓다! 우리 티스 숲의 폴라리스 공국 외에도 7개의 인간들의 나라가 있으며 오크나 인간, 엘프, 드래곤,트롤, 드래곤 시어, 카니스, 오케라 등 너가 여태껏 보지도 못했을 종족들이 바로 너가 서 있는 이 땅에 서 있다. 이토록 넓디 넓은 세상에서 너는 나의 아들로써 우리 신민(臣民)들을 잘 다스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할 진대 어찌 마법 수련을 게을리 할 수 있겠는가.
비록 폴라리스 기사단장인 아벨씨가 너에게 파이어 볼을 난사하여 몸을 상하게 할지라도 그것이 너에게 보약이 될 터이니 투덜부리지 말거라. 자신이 원하는 마나 방출량에 맞게 파이어 볼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마법사가 가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 알고 있겠지?
그럼 이것은 알고 있을라나 모르겠다.
으음, 몇 일 전인가...?
아마 너도 들었을 것이라 믿는다.
...
그래, 참담하도다!
인간으로써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루이온은 자슈르족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그들을 정복해 버렸다. 그들은 제 2차 어머니의 전쟁 이후 쇠약해진 자슈르의 재건을 도와주기 위해 합병을 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너는 필시 그들의 말이 탐욕과 집착에 덮여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너의 아버지로서 한 번 물어보자.
ㅡ해가 진다는 것ㅡ
아들아, 이게 우리의 삶에 가져다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겠느냐.
세상의 진리,
세상의 불변하지 않는 진리?
나와 너가 죽든 말든 간에 움직일 세계의 질서를 뜻하는 진리?
끊임 없이 반복되는 일상?
노을의 아름다움?
아니면, 이 세상에 끊임없이 생명의 힘을 가져다 주는 무한한 마나의 원천이 12시간 동안 쉬게 된다는 것?
또는 암흑에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해주는 신의 얼굴이 고개를 내리는 것?
아들아,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해가 진다는 것은 100명의 사람에게 100명의 다른 답이 나올 정도로 개인에게 마다 주어지는 의미가 다르다.
가령 자슈르 족에게는 해가 진다는 것이 ‘자슈르 왕국의 멸망’을 뜻하는 것일 수 있겠구나.
그런데 말이다.
나의 해는 더 이상 뜨지도, 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이 붙어 있을 5시간 동안 너에게 해줄 수 있을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이건,
아...
해를 만들어 낸 자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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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릉]
이런, 요번에도 포위당했다. 징글징글한 늑대 자식들! 그냥 길을 비켜줄 수는 없는 건가!
“하하하...”
“우리 이제 죽는 건가?”
“글쎄, 일단 한 번 싸워봐야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은 하지만 나 자신도 더 이상은 싸우는 것이 무리임을 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땀으로 젖어버린 등 뒤를 돌아본다.
“남은 건 우리 셋 뿐인가...”
“하하하... 셋...”
엘프들의 수도인 엘드랏실에서 모든 엘프들이 가지고 있던 생명의 불씨를 지고 가던 우리 50명의 결사대.
우리는 엘프족의 생사를 손에 쥐고 다른 어떤 종족에게 구원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파견되었다! 우리의 임무는 다른 문명화 된 종족을 만나 우리 종족을 구원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 생판 알지도 못했던 종족에게 “도와주십쇼!”라고 말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소리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기에 엘드랏실에서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최전방에 있던 건장한 엘프 청년들 50명만을 뽑아서 이러한 결사대를 조직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이러지 않는다면, 발 걸음을 잠시라도 쉬게 한다면 우리 종족은 더 이상 그 끈을 이어갈 수 없을테니.
오크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그들의 숨소리는 칼날을 토하는 것 같이 거칠어서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대왕이 엄습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실로 바보같은 소리겠지만 전장에서 오크들의 숨소리만 듣고도 지레 겁에 질리며 얼굴을 새파랗게 떠는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오크들의 숨소리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알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땅이 불규칙 하게 흘들리는 성벽 계단에서 무딘 창 하나에 의지한 채 새우잠을 자보았는가! 안식의 시간인 잠을 취할 때도 우리는 정신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 우리의 성벽을 넘고 들어올 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어 만약 한 번의 실수로 깜빡 졸아버린다면 우리의 목이 쥐도 새도 모르게 댕강하고 쓸어 질지 몰랐다. 우리는 정신을 한 번 놓으면 자기 자신의 목이 날라 간다는 생각에 서로가 서로를 깨워주며 긴 밤을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그 잠 같지도 않은 잠을 떨쳐내기 위해 하늘을 보았을 때,
별 빛이 가득한 하늘이 검은 연기의 잿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는가! 마치 세계 종말 3일 전의 하늘 처럼, 신음을 내뱉는 밤하늘의 얼굴을 보았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걸어야 한다.
우리 가족을 위해, 우리 종족을 위해, 세계의 평화를 위해,
무엇보다 나의 가족들이 오크들의 돌도끼에 머리가 터져 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쳐져 있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 내가 지금 여기서 죽더라도 우리 가족들만은 내 손으로 구하게 하고 싶다. 내가 죽더라도, 그들만은 살게 해주고 싶다, 아니 살아야 한다.
그러나 처음 50명으로 조직 되었던 결사대 중 30명 이상이ㅡ사실 너무나 정신 없어 그 때에 몇 명이나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페가수스의 다리를 믿고 앞으로 내빼기만 했으니까ㅡ 엘드라실의 성문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을 뚫고 나아가던 중 죽어버리는 다소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 그 날 밤은 분명 괴물같은 그 놈들이 자고 있던 새벽이었다. 그런데도 이용해 탈출을 시도 했음에도 30명이나 죽어버리다니... 고작 그들이 서 놓은 보초병만으로도 그렇게나!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머지 20명 중 3명은 대륙 중부에 위치한 스카이랜드 산맥을 넘다가 추락사,
5명은 오크 사냥꾼들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전사.
그리고 4명은 성문 탈출 시 입었던 상처가 썩어 병사.
또 다른 2명은 화산에 서식하는 거대한 새들의 먹이로 새끼에게 주어졌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 6명은 스카이랜드 산맥을 넘어 문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릉 지대에 다다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벌써 3명이 지금 늑대들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 상태.
구릉지대에 우리를 도와줄만한 문명이 있기를 기대한 우리들의 오산이었다. 문명은 무슨,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호전적인 늑대들의 음흉하고 간드러진 눈빛 뿐.
지금 엘드라실에서 울고 있을 우리 동족들이 몇인데... 우리를 구원해 줄 무언가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엘드라실의 포위를 돌파한지 딱 3주가 되어 있었다.
[캬아아아]
“카시어 여러분들, 제발 부탁합니다! 우리 엘프들이 사라지게 되면 오크들은 다음 타겟으로 당신들을 삼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와 같이 협력해서...
(카시어: 종말의 칸타타에 등장하는 말을 할 수 있는 늑대 부족의 명칭)
[카카카아... 크크크, 너희들 일이나 생각히시지, 엘프들. 엘프의 허벅지살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한 걸! 카아~]
역시 말이 통할 터가 없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전사는 호위를!”
그렇다면 남은 길은 무력으로 이들을 돌파하고 다른 문명을 찾아 나서는 것 뿐이다!
[쿠오오오]
왠만한 엘프 팔뚝 만할 송곳니가 그 날을 드리세우며 허공에서 달려든다. 수는 정확히 7마리. 이 정도의 수라면 충분히 더 이상의 사상자 없이 처치할 수 있다.
“이 늑대 새끼들, 길이 급하단 말이다!”
금방이라도 먹이를 낚아 챌 것 같던 늑대의 송곳니와 전사의 칼이 부딫치며 만들어내는 굵고도 짧은 굉음.
[챠앙]
[크르릉]
[퀘에에에]
칼날의 빛과 송곳니의 빛이 요란하게 교차되어진다. 바로 그 때, 전사는 송곳니의 돌진을 칼로 받아치고 내팽겨친 늑대의 대가리 뒷부분을 정확히 갈라버리는 것이 아닌가! 늑대의 목가죽이 홀라당 벗겨지며 내동댕이 쳐지는 모습은 말 할 필요가 없이 대단하다.
“아처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아자차, 전사의 검실력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나의 무기를 드는 것을 잊어 먹고 있었다니. 아니나다를까 지금 내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것은 전사에게 하나의 위기로 나타났다.
[체쳉]
[쿠르르]
늑대들은 전사 혼자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쉴 새없이 몰아붙였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안 된다.
목표는 늑대의 목덜미 한 가운데.
화살통 끝 자락에 닿은 내 손에 화살촉이 달려진 채 전사에게 달려드는 또 하나의 늑대를 타겟팅!
“이봐들, 뒤에!”
그 때, 또 한 사람의 동료에게 들린 급박한 음성.
[엘프들이 여기까지 왜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엘프고기를 처음 먹어보게 생겼구나! 카카카카]
젠장,
뒤에 숨어있던 것인가.
[으르릉]
간약한 늑대새끼들.
뒤에서 달려들다니, 나는 죽는구나.
죽어.
ㅡ 이제 2명이 남게 되겠지.
과연, 우리 종족은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을까. ㅡ
“나의 몸은 자연이다. 대기에 눈을 맞기고... 세계를
[크르릉]
바라볼 지니 희생의 바다를 여노라. 그대, 엘신의 자연에 속하리라!”
나의 팔에 늑대들의 송곳니가 닿은 것과 그 말이 영창 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 미친 자식아!! 그딴 영창 마법을...
그리고 연출되는 장대한 파노라마.
[콰르르르르륵]
무언가가 눈부시고 푸른 섬광이 나의 시신경을 마비시켰다.
ㅡ뭐지?ㅡ
그리고.
“저 미친 드루이드 자식... 하아...”
그전까지의 일은 환상이었다는 듯이 우리 종족의 불씨를 끄고 있던 늑대들의 울음소리는 사라져버렸다. 아아,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수습이 가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뭐야, 마나를 폭주시킨 겁니까...”
“아마도.”
내 앞에 서있던 전사는 흔들리는 숨소리를 연신 내쉬으더니 한 참후에야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어지간히 정신력이 고양되어 있지 않는 한 자신을...하, 존재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마나량까지 다 쓰지는 못하는데... 감정적으로 격양되서 마나를 다 소진해버린 거잖아.”
“...”
그 말, 나를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인가.
“이봐... 당신.”
그는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눈빛은 내 두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동정의 눈빛도 가소롭다는 눈빛도 아닌 죽은 사람같은 표정으로.
“당신 때문에 개죽음당한 이 드루이드 생각도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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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춥다...
쏟아지는 눈보라 앞에서 우리는 또 다시 살기 위한 투쟁을 한번 더 해야 한다. 나의 정신을 잡아주고 있던 우리 종족을 구하겠다는 신념은 사라지진지 오래다.
그저 무턱대고 이 눈밭을 걷는다. 늑대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게 되었던 나의 오른 팔은 치료되어질 시간도 없이 이 임무를 이루기 위해 계속 나와 같이해 왔다. 다행히도 추운 북쪽 지방에 가까워지자 썩지는 않는 것 같다. 비록 팔 하나를 잃게 되었지만 썩어서 죽지는 않게 될테니 정말 다행이다.
“흐윽...”
이렇게 반병신이 된 것은 나와 같이 유일하게 남은 동료도 마찬가지. 이미 그의 피 묻은 가죽 옷은 우리가 걸어온 행군을 보여주는 것처럼 더 이상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피를 닦는 걸레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묵묵히 눈 속에 파묻힌 발목을 빼내면서 나아가던 그의 뒷 모습도 그 걸레처럼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움푹
움푹
그의 발걸음 속도는 느려지고 있었다.
움푹
마지막 하나 남은 나의 동료도 이제는 기운을 다해버린 것일까. 나 자신도 그와 다를바가 없다. 나는 그의 등에 내 초점 모두를 기댄 채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발이 발목 너머까지 움푹 눈 속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눈이 우리의 밑바닥을 지배하며,
움푹
움푹
움푹
움푹
나는 지금 걷고 있기는 한 걸까.
움푹
움푹
움푹
귀를 얼리는 눈발의 바람소리와 눈을 밟으며 나아가는 나와 동료의 소리가 우리의 유일한 벗.
움푹
움푹
아아...
움푹
움푹
“내가 쓰러져 당신 혼자 남게 되면,
ㅡ동료의 느릿한 말소리.ㅡ
당신은... 이 결사대의 임무를 포기하게. 자네 혼자라도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크으... 내가 죽기 전까지는 희망을 놓지 말자고.“
움푹
움푹
움푹
그렇다,
움푹
우리 종족을 구하겠다는 사명감에 젖어 있었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기대나 희망 따위는 모두 잊고 나 혼자라도 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지친다. 눈길에서의 살얼음같은 추위도, 상처의 아픈 쓰라림도, 허기진 배의 굶주림도, 발을 땔 힘조자 부족한 내 자신도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무엇보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 개죽음 당한 결사대원 50명 중 48명이나 또는 나를 구하기 위해 죽은 드루이드의 죽음을 헛되지 말게 해야 하지만 내가 죽으면 다 끝이지 않은가...
움푹
그냥 쓰러져 버릴까.
음푹.
하하,
죽음과 맡닺드리면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이렇게나 사람은 나약해지는 것일까.
움푹
움푹
하...
움푹
움푹
ㅡ 엘(El)신이여,
잘도 매정합디다.
어찌하여, 내가 지금 걷는 길은 이렇게나 험난한건데요.
그래도 나는 걸어야만 하는 겁니까.
차라리,
우리 종족의 운명 따위는 버려두고 나 혼자라도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춥기만한 북쪽 땅으로 올라가고 있는 우리의 앞에, 무엇이 나오겠습니까.
그래도...
도망치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발걸음의 방향이 바뀌지를 못합니다.
노을이 지지도, 해가 뜨지도 않는 북쪽 너머에 무엇이 나올까요.
그 무엇이 죽음일지도 모르는 북쪽,
나는 그 곳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ㅡ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푸욱
드드득
드드득
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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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허무하느냐?
이 글이... 허무하느냐?
도대체 무엇이 허무하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는 사람을 모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있던 전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었던 사람들을 개죽음으로 생각하는 너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주어질 수 없다. 너는 자신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상황에서 너 혼자라도 사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나 자신도 그런 생각을 품어 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의 그런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탁이건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가 가지고 있는 태양처럼 각기 다른 태양을 품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너의 태양이 진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달이 뜬다는 것이다.
너의 태양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태양이 뜨고 짐을 반복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태양은 반복하며 살아갈 수 있다.
어느 덧 새벽안개가 내 눈 앞을 흐리게 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보는 해는 오늘의 것이 마지막이겠지만 아들아, 너의 해는 뜨고, 그리고 져야 한다.
아비로써 해줄 말이 이것 밖에 없다니, 나도 참 모진 부모로구나. 너는 부디 이런 아비가 되지는 말거라. 그리고 설사 내가 죽는 걸 슬퍼한 들 걱정하지 말라! 너의 해는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나의 해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구나.
- 사형식을 앞두고, 폴라리스 공국의 공작 라켈메이딕 반 포르가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
- 1135년 4월의 어느 마른 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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뷁
이런 글은 좋아하는 부류와 싫어하는 부류로 나뉜다죠.
2/3 분량 쓰고 방치하고 있다가... 그냥 결말 지어버렸습니다 ㅡㅡ' (하하하하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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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슈르 산맥의 모랫바람을 뒤로 하고 해가 지는 구나.
수련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더 됐구나.
너는 점심밥도 굶고 했을 마법 수련이 너무나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거라. 아들아, 세상은 너무나 넓다! 우리 티스 숲의 폴라리스 공국 외에도 7개의 인간들의 나라가 있으며 오크나 인간, 엘프, 드래곤,트롤, 드래곤 시어, 카니스, 오케라 등 너가 여태껏 보지도 못했을 종족들이 바로 너가 서 있는 이 땅에 서 있다. 이토록 넓디 넓은 세상에서 너는 나의 아들로써 우리 신민(臣民)들을 잘 다스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할 진대 어찌 마법 수련을 게을리 할 수 있겠는가.
비록 폴라리스 기사단장인 아벨씨가 너에게 파이어 볼을 난사하여 몸을 상하게 할지라도 그것이 너에게 보약이 될 터이니 투덜부리지 말거라. 자신이 원하는 마나 방출량에 맞게 파이어 볼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마법사가 가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 알고 있겠지?
그럼 이것은 알고 있을라나 모르겠다.
으음, 몇 일 전인가...?
아마 너도 들었을 것이라 믿는다.
...
그래, 참담하도다!
인간으로써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루이온은 자슈르족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그들을 정복해 버렸다. 그들은 제 2차 어머니의 전쟁 이후 쇠약해진 자슈르의 재건을 도와주기 위해 합병을 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너는 필시 그들의 말이 탐욕과 집착에 덮여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너의 아버지로서 한 번 물어보자.
ㅡ해가 진다는 것ㅡ
아들아, 이게 우리의 삶에 가져다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겠느냐.
세상의 진리,
세상의 불변하지 않는 진리?
나와 너가 죽든 말든 간에 움직일 세계의 질서를 뜻하는 진리?
끊임 없이 반복되는 일상?
노을의 아름다움?
아니면, 이 세상에 끊임없이 생명의 힘을 가져다 주는 무한한 마나의 원천이 12시간 동안 쉬게 된다는 것?
또는 암흑에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해주는 신의 얼굴이 고개를 내리는 것?
아들아, 너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해가 진다는 것은 100명의 사람에게 100명의 다른 답이 나올 정도로 개인에게 마다 주어지는 의미가 다르다.
가령 자슈르 족에게는 해가 진다는 것이 ‘자슈르 왕국의 멸망’을 뜻하는 것일 수 있겠구나.
그런데 말이다.
나의 해는 더 이상 뜨지도, 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이 붙어 있을 5시간 동안 너에게 해줄 수 있을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이건,
아...
해를 만들어 낸 자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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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번에도 포위당했다. 징글징글한 늑대 자식들! 그냥 길을 비켜줄 수는 없는 건가!
“하하하...”
“우리 이제 죽는 건가?”
“글쎄, 일단 한 번 싸워봐야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은 하지만 나 자신도 더 이상은 싸우는 것이 무리임을 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땀으로 젖어버린 등 뒤를 돌아본다.
“남은 건 우리 셋 뿐인가...”
“하하하... 셋...”
엘프들의 수도인 엘드랏실에서 모든 엘프들이 가지고 있던 생명의 불씨를 지고 가던 우리 50명의 결사대.
우리는 엘프족의 생사를 손에 쥐고 다른 어떤 종족에게 구원을 요청해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파견되었다! 우리의 임무는 다른 문명화 된 종족을 만나 우리 종족을 구원해줄 것을 부탁하는 것! 생판 알지도 못했던 종족에게 “도와주십쇼!”라고 말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소리인 줄 안다. 하지만 그렇기에 엘드랏실에서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최전방에 있던 건장한 엘프 청년들 50명만을 뽑아서 이러한 결사대를 조직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이러지 않는다면, 발 걸음을 잠시라도 쉬게 한다면 우리 종족은 더 이상 그 끈을 이어갈 수 없을테니.
오크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그들의 숨소리는 칼날을 토하는 것 같이 거칠어서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대왕이 엄습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실로 바보같은 소리겠지만 전장에서 오크들의 숨소리만 듣고도 지레 겁에 질리며 얼굴을 새파랗게 떠는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오크들의 숨소리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알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땅이 불규칙 하게 흘들리는 성벽 계단에서 무딘 창 하나에 의지한 채 새우잠을 자보았는가! 안식의 시간인 잠을 취할 때도 우리는 정신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 우리의 성벽을 넘고 들어올 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어 만약 한 번의 실수로 깜빡 졸아버린다면 우리의 목이 쥐도 새도 모르게 댕강하고 쓸어 질지 몰랐다. 우리는 정신을 한 번 놓으면 자기 자신의 목이 날라 간다는 생각에 서로가 서로를 깨워주며 긴 밤을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그 잠 같지도 않은 잠을 떨쳐내기 위해 하늘을 보았을 때,
별 빛이 가득한 하늘이 검은 연기의 잿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는가! 마치 세계 종말 3일 전의 하늘 처럼, 신음을 내뱉는 밤하늘의 얼굴을 보았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걸어야 한다.
우리 가족을 위해, 우리 종족을 위해, 세계의 평화를 위해,
무엇보다 나의 가족들이 오크들의 돌도끼에 머리가 터져 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쳐져 있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 내가 지금 여기서 죽더라도 우리 가족들만은 내 손으로 구하게 하고 싶다. 내가 죽더라도, 그들만은 살게 해주고 싶다, 아니 살아야 한다.
그러나 처음 50명으로 조직 되었던 결사대 중 30명 이상이ㅡ사실 너무나 정신 없어 그 때에 몇 명이나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페가수스의 다리를 믿고 앞으로 내빼기만 했으니까ㅡ 엘드라실의 성문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들을 뚫고 나아가던 중 죽어버리는 다소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 그 날 밤은 분명 괴물같은 그 놈들이 자고 있던 새벽이었다. 그런데도 이용해 탈출을 시도 했음에도 30명이나 죽어버리다니... 고작 그들이 서 놓은 보초병만으로도 그렇게나!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머지 20명 중 3명은 대륙 중부에 위치한 스카이랜드 산맥을 넘다가 추락사,
5명은 오크 사냥꾼들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전사.
그리고 4명은 성문 탈출 시 입었던 상처가 썩어 병사.
또 다른 2명은 화산에 서식하는 거대한 새들의 먹이로 새끼에게 주어졌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그 6명은 스카이랜드 산맥을 넘어 문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릉 지대에 다다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벌써 3명이 지금 늑대들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 상태.
구릉지대에 우리를 도와줄만한 문명이 있기를 기대한 우리들의 오산이었다. 문명은 무슨,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호전적인 늑대들의 음흉하고 간드러진 눈빛 뿐.
지금 엘드라실에서 울고 있을 우리 동족들이 몇인데... 우리를 구원해 줄 무언가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엘드라실의 포위를 돌파한지 딱 3주가 되어 있었다.
[캬아아아]
“카시어 여러분들, 제발 부탁합니다! 우리 엘프들이 사라지게 되면 오크들은 다음 타겟으로 당신들을 삼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리와 같이 협력해서...
(카시어: 종말의 칸타타에 등장하는 말을 할 수 있는 늑대 부족의 명칭)
[카카카아... 크크크, 너희들 일이나 생각히시지, 엘프들. 엘프의 허벅지살은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한 걸! 카아~]
역시 말이 통할 터가 없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전사는 호위를!”
그렇다면 남은 길은 무력으로 이들을 돌파하고 다른 문명을 찾아 나서는 것 뿐이다!
[쿠오오오]
왠만한 엘프 팔뚝 만할 송곳니가 그 날을 드리세우며 허공에서 달려든다. 수는 정확히 7마리. 이 정도의 수라면 충분히 더 이상의 사상자 없이 처치할 수 있다.
“이 늑대 새끼들, 길이 급하단 말이다!”
금방이라도 먹이를 낚아 챌 것 같던 늑대의 송곳니와 전사의 칼이 부딫치며 만들어내는 굵고도 짧은 굉음.
[챠앙]
[크르릉]
[퀘에에에]
칼날의 빛과 송곳니의 빛이 요란하게 교차되어진다. 바로 그 때, 전사는 송곳니의 돌진을 칼로 받아치고 내팽겨친 늑대의 대가리 뒷부분을 정확히 갈라버리는 것이 아닌가! 늑대의 목가죽이 홀라당 벗겨지며 내동댕이 쳐지는 모습은 말 할 필요가 없이 대단하다.
“아처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아자차, 전사의 검실력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나의 무기를 드는 것을 잊어 먹고 있었다니. 아니나다를까 지금 내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것은 전사에게 하나의 위기로 나타났다.
[체쳉]
[쿠르르]
늑대들은 전사 혼자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쉴 새없이 몰아붙였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안 된다.
목표는 늑대의 목덜미 한 가운데.
화살통 끝 자락에 닿은 내 손에 화살촉이 달려진 채 전사에게 달려드는 또 하나의 늑대를 타겟팅!
“이봐들, 뒤에!”
그 때, 또 한 사람의 동료에게 들린 급박한 음성.
[엘프들이 여기까지 왜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엘프고기를 처음 먹어보게 생겼구나! 카카카카]
젠장,
뒤에 숨어있던 것인가.
[으르릉]
간약한 늑대새끼들.
뒤에서 달려들다니, 나는 죽는구나.
죽어.
ㅡ 이제 2명이 남게 되겠지.
과연, 우리 종족은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을까. ㅡ
“나의 몸은 자연이다. 대기에 눈을 맞기고... 세계를
[크르릉]
바라볼 지니 희생의 바다를 여노라. 그대, 엘신의 자연에 속하리라!”
나의 팔에 늑대들의 송곳니가 닿은 것과 그 말이 영창 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 미친 자식아!! 그딴 영창 마법을...
그리고 연출되는 장대한 파노라마.
[콰르르르르륵]
무언가가 눈부시고 푸른 섬광이 나의 시신경을 마비시켰다.
ㅡ뭐지?ㅡ
그리고.
“저 미친 드루이드 자식... 하아...”
그전까지의 일은 환상이었다는 듯이 우리 종족의 불씨를 끄고 있던 늑대들의 울음소리는 사라져버렸다. 아아,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수습이 가지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뭐야, 마나를 폭주시킨 겁니까...”
“아마도.”
내 앞에 서있던 전사는 흔들리는 숨소리를 연신 내쉬으더니 한 참후에야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어지간히 정신력이 고양되어 있지 않는 한 자신을...하, 존재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마나량까지 다 쓰지는 못하는데... 감정적으로 격양되서 마나를 다 소진해버린 거잖아.”
“...”
그 말, 나를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인가.
“이봐... 당신.”
그는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눈빛은 내 두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동정의 눈빛도 가소롭다는 눈빛도 아닌 죽은 사람같은 표정으로.
“당신 때문에 개죽음당한 이 드루이드 생각도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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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춥다...
쏟아지는 눈보라 앞에서 우리는 또 다시 살기 위한 투쟁을 한번 더 해야 한다. 나의 정신을 잡아주고 있던 우리 종족을 구하겠다는 신념은 사라지진지 오래다.
그저 무턱대고 이 눈밭을 걷는다. 늑대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게 되었던 나의 오른 팔은 치료되어질 시간도 없이 이 임무를 이루기 위해 계속 나와 같이해 왔다. 다행히도 추운 북쪽 지방에 가까워지자 썩지는 않는 것 같다. 비록 팔 하나를 잃게 되었지만 썩어서 죽지는 않게 될테니 정말 다행이다.
“흐윽...”
이렇게 반병신이 된 것은 나와 같이 유일하게 남은 동료도 마찬가지. 이미 그의 피 묻은 가죽 옷은 우리가 걸어온 행군을 보여주는 것처럼 더 이상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피를 닦는 걸레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묵묵히 눈 속에 파묻힌 발목을 빼내면서 나아가던 그의 뒷 모습도 그 걸레처럼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움푹
움푹
그의 발걸음 속도는 느려지고 있었다.
움푹
마지막 하나 남은 나의 동료도 이제는 기운을 다해버린 것일까. 나 자신도 그와 다를바가 없다. 나는 그의 등에 내 초점 모두를 기댄 채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발이 발목 너머까지 움푹 눈 속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눈이 우리의 밑바닥을 지배하며,
움푹
움푹
움푹
움푹
나는 지금 걷고 있기는 한 걸까.
움푹
움푹
움푹
귀를 얼리는 눈발의 바람소리와 눈을 밟으며 나아가는 나와 동료의 소리가 우리의 유일한 벗.
움푹
움푹
아아...
움푹
움푹
“내가 쓰러져 당신 혼자 남게 되면,
ㅡ동료의 느릿한 말소리.ㅡ
당신은... 이 결사대의 임무를 포기하게. 자네 혼자라도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크으... 내가 죽기 전까지는 희망을 놓지 말자고.“
움푹
움푹
움푹
그렇다,
움푹
우리 종족을 구하겠다는 사명감에 젖어 있었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기대나 희망 따위는 모두 잊고 나 혼자라도 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지친다. 눈길에서의 살얼음같은 추위도, 상처의 아픈 쓰라림도, 허기진 배의 굶주림도, 발을 땔 힘조자 부족한 내 자신도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무엇보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 개죽음 당한 결사대원 50명 중 48명이나 또는 나를 구하기 위해 죽은 드루이드의 죽음을 헛되지 말게 해야 하지만 내가 죽으면 다 끝이지 않은가...
움푹
그냥 쓰러져 버릴까.
음푹.
하하,
죽음과 맡닺드리면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이렇게나 사람은 나약해지는 것일까.
움푹
움푹
하...
움푹
움푹
ㅡ 엘(El)신이여,
잘도 매정합디다.
어찌하여, 내가 지금 걷는 길은 이렇게나 험난한건데요.
그래도 나는 걸어야만 하는 겁니까.
차라리,
우리 종족의 운명 따위는 버려두고 나 혼자라도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춥기만한 북쪽 땅으로 올라가고 있는 우리의 앞에, 무엇이 나오겠습니까.
그래도...
도망치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발걸음의 방향이 바뀌지를 못합니다.
노을이 지지도, 해가 뜨지도 않는 북쪽 너머에 무엇이 나올까요.
그 무엇이 죽음일지도 모르는 북쪽,
나는 그 곳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ㅡ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움푹
푸욱
드드득
드드득
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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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허무하느냐?
이 글이... 허무하느냐?
도대체 무엇이 허무하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는 사람을 모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있던 전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었던 사람들을 개죽음으로 생각하는 너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주어질 수 없다. 너는 자신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상황에서 너 혼자라도 사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나 자신도 그런 생각을 품어 본 적이 없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의 그런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탁이건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가 가지고 있는 태양처럼 각기 다른 태양을 품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너의 태양이 진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달이 뜬다는 것이다.
너의 태양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태양이 뜨고 짐을 반복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태양은 반복하며 살아갈 수 있다.
어느 덧 새벽안개가 내 눈 앞을 흐리게 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보는 해는 오늘의 것이 마지막이겠지만 아들아, 너의 해는 뜨고, 그리고 져야 한다.
아비로써 해줄 말이 이것 밖에 없다니, 나도 참 모진 부모로구나. 너는 부디 이런 아비가 되지는 말거라. 그리고 설사 내가 죽는 걸 슬퍼한 들 걱정하지 말라! 너의 해는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나의 해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구나.
- 사형식을 앞두고, 폴라리스 공국의 공작 라켈메이딕 반 포르가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
- 1135년 4월의 어느 마른 하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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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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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s Shop님의 댓글
Ciel`s Shop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형식을 앞둔 아버지의 마지막 충고!
그놈의 아들은 어떤 삶을 살았길레! 지밖에 모른댜..[중얼]
이눔아! 잘좀 살아봐!![머엉]

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_-;;;; 무엇보다도. 현재의 저로선 어떤 X를 해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이 길이에 경의를 표합니다.[사고력이 딸려서, 문장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