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그럼, 시간을 죽여줘┃ζ 여름, 윤회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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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계속되쿠오~!
쓰기 전에, 먼저... 스무스님께 컴터에 저장하셨던 글이 날라가신 것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장난치냐!! 완전 비꼬는 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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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간을 죽여줘
- 당신의 존재는 세상을 파괴합니다. 그래도 존재할 건가요? -
- 그녀의 四界 Ⅰ┃ζ 여름, 윤회상념 -
= 3 =
필리아스트를 없애버려야겠다니.
뭐, 말리지는 않는다. 내가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나 이 무당이 말한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말리고 자시고를 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야 될 것 아닌가!
“필리아스트? 그게 뭐야?”
라는 말이 그 무당의 발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연한 금발의 머리를 트윈 테일로 묶은 소녀에게서 나온 물음이었다. 사실 그 소녀뿐 만아니라 나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겠다. 필리아스트? 뒤에 ‘~스트’가 들어가면 보통 사람의 직업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령 피아니스트, 칼럼리스트, 푸드스타일리스트, 패시미스트, 로맨티스트, 에버라스트, 에베레스트, 레이디퍼스트... 잠깐, 이 단어들은 도대체 뭐야!
“그게 말이지, 마법사가 부리는 괴물의 일종이라고 할까?”
괴물?
이 무당은 나와는 다른 마법사니 잘도 이런 말이 튀오나오는 거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대화를 들어도 이해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서의 나는 이 두 명의 마법사들 사이에 낀 처량한 신세의 민간인 일꾼... 왜 내가 이 무당의 일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 안 좋아.”
“그래그래, 설명 추가하지. 필리아스트를 마법사가 부리는 단순한 사역마라 취급한다면 오산이야.”
“사역마?”
한 평생 살아서 한 번 들어볼까 말까한 이상한 단어가 세트로 지나간다.
“필리아스트는,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인 마나를 나눠가져서 만들어진 새로운 존재.”
“마나로 움직이는 인형 같은거야?”
드디어 이 분야에 관해서 내가 아는 단어가 등장! 이럴 때 나는 쾌감을 느끼는... 아니, 이게 아니지.
마나, 그것은 두 부류로 나뉜다는게 예전에 말했던 무당의 설명. 그 무당 말로는 큰 마나와 작은 마나로 나뉜다고 했던가.
먼저 이 무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큰 마나로써 각각의 만물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말한다. 이 존재의 힘, 즉 큰 마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라서 무한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 양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양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다 고갈되어 없어져 버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양은 제한되어 있는데 고갈되지 않는다고?
그렇다, 고갈되지 않는다. 마법사들은 이 큰 마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시키는 것이다.
자자자, 이야기가 더욱더 미궁으로 빠지므로 보충설명이 빠져서는 안 된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태초의 우주가 하나로 집약되어져 있는 상태였다고 말한다. 그러다 태초의 우주가 가지고 있던 무수한 에너지는 ‘펑!’ 하며 폭발되어 버렸으니... 그것이 바로 빅뱅이다. 그 빅뱅으로 고밀도로 집약되어있던 존재의 힘은 우주과 확장됨과 따라 우주 전체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 존재의 힘은 끊임없이 순환을 계속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서 ‘순환한다’는 단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을 가지는 사람은 한 번쯤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정말로 우리 사람들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가령 우주선이 지표면에 충돌해서 100의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하자. 그럴 경우 지표면에 흡수되는 에너지는 그 충돌에너지보다 감소할 것이다. 그러면 지표면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우주선의 충돌에너지보다 적으므로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충돌에너지는 지표면에 전달될 뿐만 아니라 요란한 충돌음을 내는 소리에너지, 폭발하며 나오는 섬광등의 빛에너지로 나뉘어진다. 이렇게 충돌로 인해 생겨나는 에너지를 모두 더한다면 처음에 가지고 있던 충돌에너지와 같은 100을 나타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에너지 소비도 실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다시 쓰지 못할 방법으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마법사가 쓰는 큰 마나는 바로 이러한 존재의 힘을 원천으로 한다. 여러 사물과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매개해줄 수 있는 회로화 된 자신의 몸으로 이 존재의 힘을 받아서 사용하는 마법사는 무한에 가까운 존재의 힘을 자신의 신체가 회로화 된 정도에 따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말이다.
어느 자비많은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마법사에게 갖다 바치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존재는 그 힘을 갖다 바친다.
유는 유, 무는 무. 이 당연하면서도 신이 아니면 깨질 수 없는 논리에 따라 모든 존재는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는 잠재욕구를 가진다. 그러나 다른 무언가(사람이든 그 외의 어떤 것이든)에 의해 존재의 상태가 위험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이 존재들은 무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러한 존재들의 잠재된 불안 속에서 마법사는 그들이 바라는 존재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들의 존재욕구를 이용해 마법사는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무언가를 막는다는 계약 하에 존재에게서 존재의 힘을 분할 받을 수 있다. 이 계약이란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나는 마법사가 아니므로 알 도리가 없다. 무당말로는 이 계약이 마법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라나? 하긴, 이 존재의 힘을 순환할 수 있도록 회로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있다. 간단히 말해서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능력은 마법사 가문 대대로 전승되는 것이라고 하니, 평화롭고 단란한 우리 집안에 이런 게 전승되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내가 이 사실을 알고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을 접게 됬을 때! 이 능력과 계약 방법을 전승받을 수 없는 일반사람이라고 해서 서글퍼 하며 울 필요는 없다고 무당은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얘기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작은 마나!
이것이 뭐냐... 그냥 기(氣)라고 말한다면 설명이 빠를까. 처음에는 극소량의 기라고 하더라도 끊임없는 수련을 반복하면 효과적인 마나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기(氣). 그러나 나는 이 작은 마나에 대해 설명하던 무당의 다음 말을 듣고 마법사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 포기에는 이 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한 무당의 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공부, 모의고사, 수능, 향후의 취업난에 대비하느라 바쁜 나에게 이러한 기수련은 꿈 꿀수도 없는 사치였다. 너무나 쓸데 없는 사치. 마법사가 되겠다는 발상자체부터가 이상했으니... 하하, 나도 참 웃긴 놈이다.
“마나로 움직이는 인형? 참 재밌는 표현이잖아, 하하하하!”
어쨌든 간에 이상한 내용의 대화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술술 말하는 이 두 명. 말하는 건 좋지만 무당누님, 거기서 웃다기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줘야하는게 정석 아닐까요.
“맞는 말이지.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이용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필리아스트는 마법사의 충실한 수족이나 다름없어.”
“맘대로 부려먹는 괴물이구나?”
유키에델린의 물음에 무당은 산발된 자신의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한 숨을 푸욱 내뱉는다. 그것은 무당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이랄까. 아무튼 뭔가 심각해보이는 표정이다.
“뭐... 괴물이 아닐 수도 있어. 외형은 마법사 맘이니까. 문제는 그 마법사가 얼마나 마나를 넣어주었냐는 거지. 필리아스트는 자신들이 쓰는 마나를 다시 되돌려 받으니까.”
“필리아스트는 마나를 어디서 얻는데?”
“그 필리아스트를 만들어낸 마법사에게 받아. 마법사에게 받은 마나의 양이 필리아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마나.”
“그러면 최소한 그 인형을 만들어낸 마법사보다는 약하겠네. 100의 마나를 받을 수 있는 마법사가 101, 102의 마나를 줄 수는 없다는 거잖아,”
“그게... 그렇지 않은게,”
또 한번 ‘휴우’하고 한 숨을 쉬는 무당 양반. 으윽, 다음 말이 무언가 안 좋은 것이 나올 것만 같아서 불안한데.
“아까 말했잖아. 필리아스트는 자신들이 쓰는 마나를 다시 되돌려 받는다고. 일단 필리아스트가 가지게 된 마나는 부메랑처럼 다시 환원돼. 별도의 회로화과정같은 건 필리아스트한테 필요도 없단 말이야.”
“아아, 그래서 필리아스트는 회로화를 안하니까...그렇다는 거구나?”
“그래. 찾을 방법이 없어. 마주치지 않는 한.”
잠시 고요함이 흘렀다. 이런 적적한 분위기에 내가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겠지. 이런 마법사들 대화에 끼어드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 이 때라도 내 발언권을 가지지 않으면 나의 존재감은 조금씩 사라지 것이다. 좋아, 일단은 말을 건네보자, 유인효!
“저기... 그러면 말,”
“콜라 좀 시킬게.”
씹혔다. 도도한 그녀의 목소리는 부잣집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날카로움, 그 자체. 크윽... 아프다.
이를 비웃는 것처럼 무당의 입에서 끌끌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게 웃깁니까? 웃겨요?
“아니, 너 바보 아냐? 크크큭, 남자가 그래서야 되겠어?! 크크큭,”
헤에엑, 그래도 괜찮다.
분위기가 풀어졌으면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니까. 유키에델린에게 '콜라 좀 시킬게' 라는 말을 들은 정도면 충분히 양호한 거다.
콜라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걸어가는 유키에델린의 뒷모습이 내 눈가에 아른거리는 것이 꼭 아지랑이가 피는 것 같다. 유키에델린이 걸아가자 뒤로 내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모습은 매우 낯설고 괴기한 공포. 왠 미소녀가 칼을 차고 패스트푸드점을 활보하다니, 이상한 일이겠지. 으음, 역시 교복에 차고 있는 칼이 문제일까.
하지만 나에겐 유키에델린의 교복 입고 칼을 찬 뒷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내 자신은 유키에델린의 이러한 모습이 더 익숙하게 되어버렸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아앗, 유키에델린이 카운터에 다다르자 점원이 소스람차게 놀란다. 유키에델린은 무슨 버거를 좋아할까? 아니지, 커피를 시킬지도 모른다. 그녀는 커피에 관해서는 거의 매니아 수준이니까. 점원이 고생 꽤나 하겠네, 헤헤헷. 과연 점원은 유키에델린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그녀는 칼을 차서는 안 된다. 그런 흉악한 살인기구를 들고 다니는 것은 결코 유키에델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이지 칼을 차고 있는 유키에델린의 뒷모습, 처음 봤던 때가 언제였지? 그 때구나, 그 때. 그렇지,
맞아.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가 칼을 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칼을 차면서부터 그녀가 지게 된 숙명이나 운명따위, 나는 지워주고 싶다. 그리고 덜어주고 싶고. 같이 지고 싶다.
유키에델린의 금빛 트윈테일이 코스모스처럼 휘날리더니 나의 상념은 화선지에 먹물이 빨려들 듯 빠른 속도로 잠겨 들었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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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지금에 와서야 대략적인 여름편의 스토리가 잡혔군요.
일단 스토리를 잡기도 전에 글을 올려버린 탓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하하 - -;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세요.
쓰기 전에, 먼저... 스무스님께 컴터에 저장하셨던 글이 날라가신 것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장난치냐!! 완전 비꼬는 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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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존재는 세상을 파괴합니다. 그래도 존재할 건가요? -
- 그녀의 四界 Ⅰ┃ζ 여름, 윤회상념 -
= 3 =
필리아스트를 없애버려야겠다니.
뭐, 말리지는 않는다. 내가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나 이 무당이 말한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말리고 자시고를 하기 전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야 될 것 아닌가!
“필리아스트? 그게 뭐야?”
라는 말이 그 무당의 발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연한 금발의 머리를 트윈 테일로 묶은 소녀에게서 나온 물음이었다. 사실 그 소녀뿐 만아니라 나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겠다. 필리아스트? 뒤에 ‘~스트’가 들어가면 보통 사람의 직업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령 피아니스트, 칼럼리스트, 푸드스타일리스트, 패시미스트, 로맨티스트, 에버라스트, 에베레스트, 레이디퍼스트... 잠깐, 이 단어들은 도대체 뭐야!
“그게 말이지, 마법사가 부리는 괴물의 일종이라고 할까?”
괴물?
이 무당은 나와는 다른 마법사니 잘도 이런 말이 튀오나오는 거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대화를 들어도 이해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서의 나는 이 두 명의 마법사들 사이에 낀 처량한 신세의 민간인 일꾼... 왜 내가 이 무당의 일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 안 좋아.”
“그래그래, 설명 추가하지. 필리아스트를 마법사가 부리는 단순한 사역마라 취급한다면 오산이야.”
“사역마?”
한 평생 살아서 한 번 들어볼까 말까한 이상한 단어가 세트로 지나간다.
“필리아스트는,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인 마나를 나눠가져서 만들어진 새로운 존재.”
“마나로 움직이는 인형 같은거야?”
드디어 이 분야에 관해서 내가 아는 단어가 등장! 이럴 때 나는 쾌감을 느끼는... 아니, 이게 아니지.
마나, 그것은 두 부류로 나뉜다는게 예전에 말했던 무당의 설명. 그 무당 말로는 큰 마나와 작은 마나로 나뉜다고 했던가.
먼저 이 무당이 말하고 있는 것은 큰 마나로써 각각의 만물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말한다. 이 존재의 힘, 즉 큰 마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라서 무한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 양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양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다 고갈되어 없어져 버리지는 않는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양은 제한되어 있는데 고갈되지 않는다고?
그렇다, 고갈되지 않는다. 마법사들은 이 큰 마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시키는 것이다.
자자자, 이야기가 더욱더 미궁으로 빠지므로 보충설명이 빠져서는 안 된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태초의 우주가 하나로 집약되어져 있는 상태였다고 말한다. 그러다 태초의 우주가 가지고 있던 무수한 에너지는 ‘펑!’ 하며 폭발되어 버렸으니... 그것이 바로 빅뱅이다. 그 빅뱅으로 고밀도로 집약되어있던 존재의 힘은 우주과 확장됨과 따라 우주 전체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 존재의 힘은 끊임없이 순환을 계속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서 ‘순환한다’는 단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을 가지는 사람은 한 번쯤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정말로 우리 사람들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가령 우주선이 지표면에 충돌해서 100의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하자. 그럴 경우 지표면에 흡수되는 에너지는 그 충돌에너지보다 감소할 것이다. 그러면 지표면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우주선의 충돌에너지보다 적으므로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충돌에너지는 지표면에 전달될 뿐만 아니라 요란한 충돌음을 내는 소리에너지, 폭발하며 나오는 섬광등의 빛에너지로 나뉘어진다. 이렇게 충돌로 인해 생겨나는 에너지를 모두 더한다면 처음에 가지고 있던 충돌에너지와 같은 100을 나타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에너지 소비도 실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다시 쓰지 못할 방법으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마법사가 쓰는 큰 마나는 바로 이러한 존재의 힘을 원천으로 한다. 여러 사물과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매개해줄 수 있는 회로화 된 자신의 몸으로 이 존재의 힘을 받아서 사용하는 마법사는 무한에 가까운 존재의 힘을 자신의 신체가 회로화 된 정도에 따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말이다.
어느 자비많은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힘을 마법사에게 갖다 바치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존재는 그 힘을 갖다 바친다.
유는 유, 무는 무. 이 당연하면서도 신이 아니면 깨질 수 없는 논리에 따라 모든 존재는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는 잠재욕구를 가진다. 그러나 다른 무언가(사람이든 그 외의 어떤 것이든)에 의해 존재의 상태가 위험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이 존재들은 무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러한 존재들의 잠재된 불안 속에서 마법사는 그들이 바라는 존재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들의 존재욕구를 이용해 마법사는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무언가를 막는다는 계약 하에 존재에게서 존재의 힘을 분할 받을 수 있다. 이 계약이란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나는 마법사가 아니므로 알 도리가 없다. 무당말로는 이 계약이 마법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라나? 하긴, 이 존재의 힘을 순환할 수 있도록 회로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있다. 간단히 말해서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능력은 마법사 가문 대대로 전승되는 것이라고 하니, 평화롭고 단란한 우리 집안에 이런 게 전승되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내가 이 사실을 알고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내 꿈을 접게 됬을 때! 이 능력과 계약 방법을 전승받을 수 없는 일반사람이라고 해서 서글퍼 하며 울 필요는 없다고 무당은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얘기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작은 마나!
이것이 뭐냐... 그냥 기(氣)라고 말한다면 설명이 빠를까. 처음에는 극소량의 기라고 하더라도 끊임없는 수련을 반복하면 효과적인 마나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기(氣). 그러나 나는 이 작은 마나에 대해 설명하던 무당의 다음 말을 듣고 마법사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 포기에는 이 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한 무당의 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공부, 모의고사, 수능, 향후의 취업난에 대비하느라 바쁜 나에게 이러한 기수련은 꿈 꿀수도 없는 사치였다. 너무나 쓸데 없는 사치. 마법사가 되겠다는 발상자체부터가 이상했으니... 하하, 나도 참 웃긴 놈이다.
“마나로 움직이는 인형? 참 재밌는 표현이잖아, 하하하하!”
어쨌든 간에 이상한 내용의 대화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술술 말하는 이 두 명. 말하는 건 좋지만 무당누님, 거기서 웃다기보다는 자세한 설명을 해줘야하는게 정석 아닐까요.
“맞는 말이지.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이용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 거니까. 필리아스트는 마법사의 충실한 수족이나 다름없어.”
“맘대로 부려먹는 괴물이구나?”
유키에델린의 물음에 무당은 산발된 자신의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한 숨을 푸욱 내뱉는다. 그것은 무당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이랄까. 아무튼 뭔가 심각해보이는 표정이다.
“뭐... 괴물이 아닐 수도 있어. 외형은 마법사 맘이니까. 문제는 그 마법사가 얼마나 마나를 넣어주었냐는 거지. 필리아스트는 자신들이 쓰는 마나를 다시 되돌려 받으니까.”
“필리아스트는 마나를 어디서 얻는데?”
“그 필리아스트를 만들어낸 마법사에게 받아. 마법사에게 받은 마나의 양이 필리아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마나.”
“그러면 최소한 그 인형을 만들어낸 마법사보다는 약하겠네. 100의 마나를 받을 수 있는 마법사가 101, 102의 마나를 줄 수는 없다는 거잖아,”
“그게... 그렇지 않은게,”
또 한번 ‘휴우’하고 한 숨을 쉬는 무당 양반. 으윽, 다음 말이 무언가 안 좋은 것이 나올 것만 같아서 불안한데.
“아까 말했잖아. 필리아스트는 자신들이 쓰는 마나를 다시 되돌려 받는다고. 일단 필리아스트가 가지게 된 마나는 부메랑처럼 다시 환원돼. 별도의 회로화과정같은 건 필리아스트한테 필요도 없단 말이야.”
“아아, 그래서 필리아스트는 회로화를 안하니까...그렇다는 거구나?”
“그래. 찾을 방법이 없어. 마주치지 않는 한.”
잠시 고요함이 흘렀다. 이런 적적한 분위기에 내가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겠지. 이런 마법사들 대화에 끼어드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 이 때라도 내 발언권을 가지지 않으면 나의 존재감은 조금씩 사라지 것이다. 좋아, 일단은 말을 건네보자, 유인효!
“저기... 그러면 말,”
“콜라 좀 시킬게.”
씹혔다. 도도한 그녀의 목소리는 부잣집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날카로움, 그 자체. 크윽... 아프다.
이를 비웃는 것처럼 무당의 입에서 끌끌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게 웃깁니까? 웃겨요?
“아니, 너 바보 아냐? 크크큭, 남자가 그래서야 되겠어?! 크크큭,”
헤에엑, 그래도 괜찮다.
분위기가 풀어졌으면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니까. 유키에델린에게 '콜라 좀 시킬게' 라는 말을 들은 정도면 충분히 양호한 거다.
콜라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걸어가는 유키에델린의 뒷모습이 내 눈가에 아른거리는 것이 꼭 아지랑이가 피는 것 같다. 유키에델린이 걸아가자 뒤로 내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모습은 매우 낯설고 괴기한 공포. 왠 미소녀가 칼을 차고 패스트푸드점을 활보하다니, 이상한 일이겠지. 으음, 역시 교복에 차고 있는 칼이 문제일까.
하지만 나에겐 유키에델린의 교복 입고 칼을 찬 뒷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내 자신은 유키에델린의 이러한 모습이 더 익숙하게 되어버렸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아앗, 유키에델린이 카운터에 다다르자 점원이 소스람차게 놀란다. 유키에델린은 무슨 버거를 좋아할까? 아니지, 커피를 시킬지도 모른다. 그녀는 커피에 관해서는 거의 매니아 수준이니까. 점원이 고생 꽤나 하겠네, 헤헤헷. 과연 점원은 유키에델린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그녀는 칼을 차서는 안 된다. 그런 흉악한 살인기구를 들고 다니는 것은 결코 유키에델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정말이지 칼을 차고 있는 유키에델린의 뒷모습, 처음 봤던 때가 언제였지? 그 때구나, 그 때. 그렇지,
맞아.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가 칼을 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칼을 차면서부터 그녀가 지게 된 숙명이나 운명따위, 나는 지워주고 싶다. 그리고 덜어주고 싶고. 같이 지고 싶다.
유키에델린의 금빛 트윈테일이 코스모스처럼 휘날리더니 나의 상념은 화선지에 먹물이 빨려들 듯 빠른 속도로 잠겨 들었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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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
지금에 와서야 대략적인 여름편의 스토리가 잡혔군요.
일단 스토리를 잡기도 전에 글을 올려버린 탓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하하 - -;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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