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姬 - Another Mo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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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본거겠지. 난 어제 분명히 집에 있었어."
확실하다. 코하쿠도 날 보았고, 그리고 아키하도.. 보았었나? 뭔가..
하지만 그 꿈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바로 이틀전의 그 일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쿡 찌르는 느낌에 나도 모를 섬찟함이 느껴진다.
"흐음.. 그런가? 뭐 본인이 완전히 모르는 일 같아 보이는데,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리히코는 그렇게 수긍해 버리고서는 다시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서 재빨리 관심사를 돌려야지..
"그런데 이런 시간에 등교라니? 요즘에야 일찍 잠이 든다고 해도 이건 뭔가.. 그래 핀트가 어긋났다라는 느낌일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일까? 아니면 녀석이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것일까? 아무튼 아리히코는 걸어가면서도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글쎄? 뭐랄까? 그냥 일찍일어난거지... 나라고 늦잠 자란법이 있냐?"
그렇다... 녀석은 이유 생성에 실패했던 것이었다.
***
어느덧 2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사내에 울려퍼졌다. 노트를 하는 동안에도 떨쳐내지 못했던 생각은 아직도 떨어져 나갈 줄을 몰랐다.
그것은 내가 한 일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
죽음을 완벽하게 갈라버렸다. 나의 의지로 말이다.
그런데 살아있다. 죽음을 가른다는 것은.. 죽음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우와아아아아악!"
귀로부터 전해져오는 강렬한 파동의 물리력에 나는 퍼득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랜지 색의 망아지가 낮잠에서 깨어나는 소리였다. 커다란 비명속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늘어짐과 나른함은 그 누구도 거부가 불가능한 이미지 각인을 부추기고 있었다.
"여어.. 좋은 아침. 토오노."
"아침이 아니고 11시 14분을 지나고 있는 엄연한 오후라고 정정해주고 싶구나. 친구여."
"째째하게 따지지마. 12시 이전은 어디까지나 오전이라고 명명되어있다구."
그건 네녀석의 생각이지! 라고 외쳐준 뒤에 복도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서는 운동장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내 어깨를 툭 치는 손이 있었다. 자연스레 몸을 돌리며 예의 아리히코에게 던지는 말을 꺼냈다.
"귀찮게 하지마 아리히코.. 지금 그럴 기분.. 선배!?"
"여어~ 토노.. 라고 해줄껄 그랬나요? 후후후.."
왠지.. 이 사람은 날 놀려먹는 재미에 의의를 두고 하급생 반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으니 자동적으로 오랜지 색의 망아지가 난동을.. 아니 제 3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마도 무척이나 평범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나의 눈가는 자동적으로 얇아진다.
"아하하! 오늘도 이곳까지 오셨군요. 시엘 선배."
"오늘도 실례하겠습니다. 이누이군."
"물론이죠. 시키정도야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이봐요. 당사자는 말이지. 눈꼽만치도 동의한적도 없고, 또 어울려줄 의사는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말야.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창가에 기댄채로 가만히 교실을 바라보았다. 교실은 변함없어 보였다. 그런 것이 바로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나 토오노 시키라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고, 여러가지 사람들이 지나치는 공간이니까.
"토오노군은 어때요?"
"아.. 응!? 미안하지만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
"하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거에요? 우리 점심은 옥상에서 어떨까 해서요."
선배가 허리에 손까지 얹어가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수차례 말을 걸었던 모양이다.
"좋죠. 저야 어디든지.."
"그럼 나중에 점신시간이 되면 뵈요~"
"옛써! 또 오십쇼! 시엘 선배!"
오랜지색 망아지가 군대식으로 경례를 표하자 선배도 역시나 장난스럽게 손을 이마에 대고서는 그대로 계단위로 뛰어 올라가 버렸다.
"우훗훗.. 드디어 절호의 찬스이로군! 나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오는 것일까!"
녀석의 기대에 가득 차오른 목소리가 왠지 귓가를 심하게 자극했다.
"아아.. 뻔질나게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날씨로군. 봄날이란거 말야.."
***
다시 1시간이 지나고 종이 울림과 동시에 나는 아리히코에게 팔뚝을 붙잡힌 채로 옥상까지 순식간에 이동해 버렸다. 매점에 들러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아리히코의 의견에 따라서 카레빵은 이미 3개씩이나 접수해둔 상태였다.
너무 일찍 와서인지 한 10분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목에서 슬슬 무리가 오고 있었다.
"늦었죠! 수학 선생님이 공식 하나를 설명하신다고 끝까지 잡는 바람에.."
선배가 허둥지둥 옥상문을 정리하고서는 아리히코와 나에게 다가왔다. 메뉴는 어김 없이 나는 카스테라, 녀석은 딸기크림, 그리고 선배는 카레빵이었다. 셋은 나란히 옥상의 화분에 앉아서 봉지를 잡아 뜯고서 빵을 한입씩 배어 물었다. 정말이지 늘어지도록 한가한 오후의 햇살아래에서 한가한 점심식사였다. 물론 선배와 나 사이의 오렌지색 망아지는 의외로 침착하게 난동을 부렸다. 물론 이 역시 제 3자의 눈으로 본다면 평범하게 잡업중인 성실한 남학생으로 보일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토노군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자주하세요?"
"아.. 그런게 있어서요."
"후훗! 그런거라니. 이렇게 된김에 선배에게도 말해주자구. 토노."
뭔가 이 녀석의 눈초리가 사악하달까? 아니면 음흉하달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남자에게 지긋이 바라보여지기 싫은데 말야..
"뭔데요? 뭔가 비밀인가요?"
더욱이 선배는 너무도 순진한 얼굴로 이녀석에게 자백의 욕구를 밀어넣고 있었다. 왠지 녀석의 눈가에는 '자백해라! 토노!'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간신히 그녀석이 어깨에 걸친 팔을 때어 놓으면서 말했다.
"비밀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어젯밤 이녀석이 착각한 거니까."
"오옷! 착각이라니! 난 분명히 지켜보았단 말이야!"
녀석은 없었던 일을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기친다.' 라는 거잖아. 아리히코. 라고 눈으로 말해봤지만, 선배의 마지막 말이 녀석의 자백욕구를 완전하게 각성시키고 말았다.
"비밀인가요? 어쩔 수 없죠. 조금더 두분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었는데.."
깨끗한 K.O.다. 이미 아리히코녀석의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자백욕구가 아니다. 뭐, 그렇다고해서 없던일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없던 일이 있었던 것처럼 위장 될 수는 있는 것이다. 이미 죽은 클레스메이트와의 데이트라는 것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난 더 이상 말리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빵을 물어뜯을 뿐이었다.
"사실은요. 선배. 토노와..."
그렇게 귓속말로 하지 않아도 뻔한 내용인데 말야. 라지만 왠지 선배의 얼굴이 점점기상천외하게 변해가더니 종시에는 완전히 새빨게 져서는 자리에서 벌덕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왠지 매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음산한 저음으로 말했다.
"토노군은 단순한 오타쿠였군요."
"엑!? 뭐!?"
그렇게 말하고서 선배는 옥상문을 거칠게 열고서는 쿵쾅거리면서 내려가 버렸다. 나는 뭔가의 설명을 오렌지색 망아지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녀석은 키득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에 있는 철창으로 다가갔다.
"간단하잖아. 그냥 밤중에 읽는 만화책 때문에 저렇게 멍한거라고 했지. 뭐 그 내용이 약간 위험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말야."
그러니까 순화시켜서 내게 말했겠지만, 어쨌든 선배가 오해하기엔 딱 좋을 만큼의 소재였다.
"어이~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시키."
"내가 화를 내고 않내고는 내 맘인데 말야."
"솔직히 이렇게 해두는게 낳지 않겠어? 네 녀석이 어제 유미즈카와 밤거리를 같이 다녔다고 말하면 어떨까? 그거야 말로 더욱 위험한 소잿거리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듣고보니 그렇기도하다. 더욱이 요즘같이 흉흉한 밤에 같이 다닌다고 하면 이것은 이미 보통 사이가 아닌 것으로 오해받기 쉽상이다. 게다가 실종이라고 여겨졌던 유미즈카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분명히 선배의 성격으로는 유미즈카를 다시 학교로 데려와서 면학을 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렇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야. 그런 내용말고 다른내용으로 선배에게 말해 줄 수도 있지 않냐?"
그러자 녀석은 손바닥을 탁 치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
"하긴 소설은 언제나 사실에 기초를 두는 거라나 뭐라나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시키."
뭔가 이 녀석과 오랫만에 치고받고픈 맘이 불타오른다.
***
퇴근시간이 조금 지나가 거리는 금새 한산해졌다. 아무래도 연쇄살인마의 여파가 크긴 큰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조금 있기는 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봐야지. 히스이에게는 오후 7시 까지는 돌아간다고 말했으니까, 조금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탁! 탁! 탁!"
경쾌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어느정도 오르막길을 오르자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게 변했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걸어가도 안전하게 세이프를 할 수 있다. 하늘에 남겨진 노을의 여운이 거의 가셔갈 무렵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약간 침울해 보였다. 가만히 길을 걷다가 문득 길거리 옆쪽의 놀이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뒷모습이 그네에 앉아서 삐그덕거리면서 누군가를 기다는 듯이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가방을 용케 놓치지 않고서 잡고 있는게 신기했다. 이성은 조용히 이 자리를 빠져나가자 라고 했지만, 몸은 정반대로 놀이터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탁.. 탁.. 탁.."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고 그네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닮은 뒷모습의 사람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죽었다.
하지만 저기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쁘게 웃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완전히 바라보고서 인식했다.
"유미.. 즈.. 카.."
"좋은 저녁이야. 토노군."
확실하다. 코하쿠도 날 보았고, 그리고 아키하도.. 보았었나? 뭔가..
하지만 그 꿈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바로 이틀전의 그 일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쿡 찌르는 느낌에 나도 모를 섬찟함이 느껴진다.
"흐음.. 그런가? 뭐 본인이 완전히 모르는 일 같아 보이는데,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리히코는 그렇게 수긍해 버리고서는 다시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서 재빨리 관심사를 돌려야지..
"그런데 이런 시간에 등교라니? 요즘에야 일찍 잠이 든다고 해도 이건 뭔가.. 그래 핀트가 어긋났다라는 느낌일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일까? 아니면 녀석이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것일까? 아무튼 아리히코는 걸어가면서도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글쎄? 뭐랄까? 그냥 일찍일어난거지... 나라고 늦잠 자란법이 있냐?"
그렇다... 녀석은 이유 생성에 실패했던 것이었다.
***
어느덧 2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사내에 울려퍼졌다. 노트를 하는 동안에도 떨쳐내지 못했던 생각은 아직도 떨어져 나갈 줄을 몰랐다.
그것은 내가 한 일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
죽음을 완벽하게 갈라버렸다. 나의 의지로 말이다.
그런데 살아있다. 죽음을 가른다는 것은.. 죽음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었던가?
"우와아아아아악!"
귀로부터 전해져오는 강렬한 파동의 물리력에 나는 퍼득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랜지 색의 망아지가 낮잠에서 깨어나는 소리였다. 커다란 비명속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늘어짐과 나른함은 그 누구도 거부가 불가능한 이미지 각인을 부추기고 있었다.
"여어.. 좋은 아침. 토오노."
"아침이 아니고 11시 14분을 지나고 있는 엄연한 오후라고 정정해주고 싶구나. 친구여."
"째째하게 따지지마. 12시 이전은 어디까지나 오전이라고 명명되어있다구."
그건 네녀석의 생각이지! 라고 외쳐준 뒤에 복도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서는 운동장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내 어깨를 툭 치는 손이 있었다. 자연스레 몸을 돌리며 예의 아리히코에게 던지는 말을 꺼냈다.
"귀찮게 하지마 아리히코.. 지금 그럴 기분.. 선배!?"
"여어~ 토노.. 라고 해줄껄 그랬나요? 후후후.."
왠지.. 이 사람은 날 놀려먹는 재미에 의의를 두고 하급생 반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으니 자동적으로 오랜지 색의 망아지가 난동을.. 아니 제 3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마도 무척이나 평범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나의 눈가는 자동적으로 얇아진다.
"아하하! 오늘도 이곳까지 오셨군요. 시엘 선배."
"오늘도 실례하겠습니다. 이누이군."
"물론이죠. 시키정도야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이봐요. 당사자는 말이지. 눈꼽만치도 동의한적도 없고, 또 어울려줄 의사는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말야.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창가에 기댄채로 가만히 교실을 바라보았다. 교실은 변함없어 보였다. 그런 것이 바로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나 토오노 시키라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고, 여러가지 사람들이 지나치는 공간이니까.
"토오노군은 어때요?"
"아.. 응!? 미안하지만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
"하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거에요? 우리 점심은 옥상에서 어떨까 해서요."
선배가 허리에 손까지 얹어가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수차례 말을 걸었던 모양이다.
"좋죠. 저야 어디든지.."
"그럼 나중에 점신시간이 되면 뵈요~"
"옛써! 또 오십쇼! 시엘 선배!"
오랜지색 망아지가 군대식으로 경례를 표하자 선배도 역시나 장난스럽게 손을 이마에 대고서는 그대로 계단위로 뛰어 올라가 버렸다.
"우훗훗.. 드디어 절호의 찬스이로군! 나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오는 것일까!"
녀석의 기대에 가득 차오른 목소리가 왠지 귓가를 심하게 자극했다.
"아아.. 뻔질나게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날씨로군. 봄날이란거 말야.."
***
다시 1시간이 지나고 종이 울림과 동시에 나는 아리히코에게 팔뚝을 붙잡힌 채로 옥상까지 순식간에 이동해 버렸다. 매점에 들러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아리히코의 의견에 따라서 카레빵은 이미 3개씩이나 접수해둔 상태였다.
너무 일찍 와서인지 한 10분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목에서 슬슬 무리가 오고 있었다.
"늦었죠! 수학 선생님이 공식 하나를 설명하신다고 끝까지 잡는 바람에.."
선배가 허둥지둥 옥상문을 정리하고서는 아리히코와 나에게 다가왔다. 메뉴는 어김 없이 나는 카스테라, 녀석은 딸기크림, 그리고 선배는 카레빵이었다. 셋은 나란히 옥상의 화분에 앉아서 봉지를 잡아 뜯고서 빵을 한입씩 배어 물었다. 정말이지 늘어지도록 한가한 오후의 햇살아래에서 한가한 점심식사였다. 물론 선배와 나 사이의 오렌지색 망아지는 의외로 침착하게 난동을 부렸다. 물론 이 역시 제 3자의 눈으로 본다면 평범하게 잡업중인 성실한 남학생으로 보일테지만 말이다.
"그런데 토노군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자주하세요?"
"아.. 그런게 있어서요."
"후훗! 그런거라니. 이렇게 된김에 선배에게도 말해주자구. 토노."
뭔가 이 녀석의 눈초리가 사악하달까? 아니면 음흉하달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남자에게 지긋이 바라보여지기 싫은데 말야..
"뭔데요? 뭔가 비밀인가요?"
더욱이 선배는 너무도 순진한 얼굴로 이녀석에게 자백의 욕구를 밀어넣고 있었다. 왠지 녀석의 눈가에는 '자백해라! 토노!'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간신히 그녀석이 어깨에 걸친 팔을 때어 놓으면서 말했다.
"비밀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어젯밤 이녀석이 착각한 거니까."
"오옷! 착각이라니! 난 분명히 지켜보았단 말이야!"
녀석은 없었던 일을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사기친다.' 라는 거잖아. 아리히코. 라고 눈으로 말해봤지만, 선배의 마지막 말이 녀석의 자백욕구를 완전하게 각성시키고 말았다.
"비밀인가요? 어쩔 수 없죠. 조금더 두분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었는데.."
깨끗한 K.O.다. 이미 아리히코녀석의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있는 자백욕구가 아니다. 뭐, 그렇다고해서 없던일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지만, 없던 일이 있었던 것처럼 위장 될 수는 있는 것이다. 이미 죽은 클레스메이트와의 데이트라는 것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난 더 이상 말리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빵을 물어뜯을 뿐이었다.
"사실은요. 선배. 토노와..."
그렇게 귓속말로 하지 않아도 뻔한 내용인데 말야. 라지만 왠지 선배의 얼굴이 점점기상천외하게 변해가더니 종시에는 완전히 새빨게 져서는 자리에서 벌덕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왠지 매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음산한 저음으로 말했다.
"토노군은 단순한 오타쿠였군요."
"엑!? 뭐!?"
그렇게 말하고서 선배는 옥상문을 거칠게 열고서는 쿵쾅거리면서 내려가 버렸다. 나는 뭔가의 설명을 오렌지색 망아지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녀석은 키득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에 있는 철창으로 다가갔다.
"간단하잖아. 그냥 밤중에 읽는 만화책 때문에 저렇게 멍한거라고 했지. 뭐 그 내용이 약간 위험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말야."
그러니까 순화시켜서 내게 말했겠지만, 어쨌든 선배가 오해하기엔 딱 좋을 만큼의 소재였다.
"어이~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시키."
"내가 화를 내고 않내고는 내 맘인데 말야."
"솔직히 이렇게 해두는게 낳지 않겠어? 네 녀석이 어제 유미즈카와 밤거리를 같이 다녔다고 말하면 어떨까? 그거야 말로 더욱 위험한 소잿거리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듣고보니 그렇기도하다. 더욱이 요즘같이 흉흉한 밤에 같이 다닌다고 하면 이것은 이미 보통 사이가 아닌 것으로 오해받기 쉽상이다. 게다가 실종이라고 여겨졌던 유미즈카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분명히 선배의 성격으로는 유미즈카를 다시 학교로 데려와서 면학을 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렇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야. 그런 내용말고 다른내용으로 선배에게 말해 줄 수도 있지 않냐?"
그러자 녀석은 손바닥을 탁 치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
"하긴 소설은 언제나 사실에 기초를 두는 거라나 뭐라나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시키."
뭔가 이 녀석과 오랫만에 치고받고픈 맘이 불타오른다.
***
퇴근시간이 조금 지나가 거리는 금새 한산해졌다. 아무래도 연쇄살인마의 여파가 크긴 큰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조금 있기는 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봐야지. 히스이에게는 오후 7시 까지는 돌아간다고 말했으니까, 조금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탁! 탁! 탁!"
경쾌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오르막길을 올랐다. 어느정도 오르막길을 오르자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게 변했다. 이제부터는 천천히 걸어가도 안전하게 세이프를 할 수 있다. 하늘에 남겨진 노을의 여운이 거의 가셔갈 무렵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약간 침울해 보였다. 가만히 길을 걷다가 문득 길거리 옆쪽의 놀이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뒷모습이 그네에 앉아서 삐그덕거리면서 누군가를 기다는 듯이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가방을 용케 놓치지 않고서 잡고 있는게 신기했다. 이성은 조용히 이 자리를 빠져나가자 라고 했지만, 몸은 정반대로 놀이터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탁.. 탁.. 탁.."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고 그네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닮은 뒷모습의 사람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죽었다.
하지만 저기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쁘게 웃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완전히 바라보고서 인식했다.
"유미.. 즈.. 카.."
"좋은 저녁이야. 토노군."
댓글목록

Ciel`s Shop님의 댓글
Ciel`s Shop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어.. 피카씨~ 이거 교정은 대충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키쿠코씨 문체에 비하면 조금 아닌것 같은데..
게다가 분명히 이건 거의 내 문체라고...[중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