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gima - Another Mo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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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한가한 오후이다. 일요일이라서 라는 이유보다는 아키하가 학교에 볼일이 있기 때문에 집에 있지 않은 이유가 더 컸다. 오늘은 일년에 몇번 없는 전체 미사(Mass)라나? 그런 이유로 인해서 아키하는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 집을 비우게 되었다. 코하쿠씨는 저택의 여러가지 물건을 장본다면서 훌렁 나가버렸고, 히스이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물론 무언가라고 딱히 꼬집을 수 없는 것은 부엌에 있는 히스이가 무서워서는 아니다.
"흐암.. 정말. 이렇게 한가할 때에라도 찾아올 것이지. 알퀘이드녀석.. 아침일찍 히스이가 들어오기전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려는 건가?"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아 봤지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결국 저택에서는 아무런 할일도 없어서 외출하기로 했다. 어차피 평상복을 입고 있던터라 겉옷 하나만 더 걸치고 저택의 창살문을 지나쳐 내리막길을 걸었다. 역시 행선지는 딱히 없던터라 알퀘이드의 맨션으로 향했다. 분명히 이 시간이면 늘어져라 자고 있겠지?
맨션 엘리베이터의 6층 버튼을 눌렀다. 그나저나 이 맨션 이렇게나 낡았는데, 리모델링 같은거 않할까? 라면서 쓸때없이 생각을 하는동안 6층 3호실 문앞의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딩~ 동~"
맑은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고요했다. 결국 또 다시 이 수법을 쓰게 될줄이야. 가만히 문에다가 대고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우와아악! 시엘 선배!"
"쿠당탕탕! 와르릉!"
뭔가.. 바닥에 잔뜩 구르면서 이곳 현관까지 급하게 달려.. 아니 정정해서 반쯤 기어서 알퀘이드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는 벙쪄있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시엘 녀석이 여기에 있었어?"
"무슨 소리야. 초인종을 열심히 눌러도 안나오니까 그랬던거야."
"으휴.. 난또 그 녀석이 봉인하겠답시고 날뛰는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시간엔 무슨일이야?"
"그냥. 심심해서.. 나라고 네녀석 집에 오면 안 될일 있어?"
"없지. 오히려 기뻐! 놀아줄려고?"
역시 단순한 사고방식을 지닌 녀석이다. 가만히 녀석의 집에 들어가서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어 마셨다. 녀석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꺼내어 들었다. 가만히 방을 둘려보려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보였다.
"어레? 이 사진은.."
"어어? 뭐라고 했어 시키?"
알퀘이드는 냉장고 문넘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 나는 탁자 위에 있는 작은 액자를 들고서는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냉장고문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액자를 들여다 보면서 같이 웃었다.
"이거 로어와 싸운후 1주일 정도후에 처음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땡땡이 친날 사진아냐?"
"응. 그거 시키하고 찍은 첫번째 사진이야. 맘에 안들어?"
"아니 마음에 들어."
알퀘이드는 냉장고의 거의 모든 음식을 꺼내놓고서는 마음껏 먹으라면서 권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아도 문제라는 것을 녀석은 전혀 간파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과자 한두개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말야..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래저래 곤란하다. 아무튼 대충 과자 한두개를 집어들어서 입안에 넣고서는 와삭와삭 씹으면서 음료수를 마셨다.
"맞아. 그런데 할일이 없다니. 뭔가 숙제 같은 것도 없는거야? 지난 번에는 그것 때문에 못놀았잖아?"
"응. 이미 다 끝냈어. 아키하도 없는터라 날 저택에 붙잡아 두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딱히 아는 녀석이라고는 아리히코하고 너뿐인데, 아리히코녀석은 지금 집에 있지도 않을 것 같거든. 있어도 자느라고 문도 안 열어 줄테니까."
다시 음료수를 꿀꺽 마셨다. 알퀘이드는 과자를 입가로 가져가다가 말고, 갑자기 나의 팔을 휙 잡아당기면서 활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오늘도 놀러갈래?"
"엥? 뭐하고 놀려고?"
"어제 보니까 일본의 어느 큰 도시에서 축제를 한다고 했거든? 외지인도 참가 가능이래. 가볼까나?"
알퀘이드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는 얼굴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잠깐 그거 다른 도시라면.. 그러니까.. 적어도 하룻밤은 지내고 올꺼란 이야기? 그러면 최소 3일은 공친다 이건가!?
"이.. 이봐! 알퀘이드! 이건 조금 심하게 땡땡.."
"피이~ 딱딱한 소리한다 시키. 공부같은거 어차피 나중에 채워 넣으면 그만이잖아?"
"우우! 남의 일이라고 무시하지마! 무시하지마! 무시하지마!"
이미 귀를 틀어막고서 내 이야기를 무시하려는 알퀘이드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해보지만, 역시나 뾰루퉁한 표정이 풀릴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면서 어째서 이녀석에게로 온걸까? 라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탓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는 의미에서! 축제 즐기기! 야호!"
"라지만 말야. 알퀘이드? 너 그 옷 어디서 났냐?"
파란 블라우스에 흰조끼와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알퀘이드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배시시 웃으면서 옷을 잡아당겨보더니 곧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이 옷? 당연히 거기 있는 여동생이 줬지."
알퀘이드의 손끝을 따라가자 매섭게 나와 알퀘이드를 노려보고 있는 아키하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것은.. 뭔가가 위험하다.
"여동생이라뇨? 그리고 여동생이라는 호칭은 빼주세요. 아직 당신과 오라버니는 가족따위가 아니잖아요!"
"헤에~ 여동생도 시키처럼 딱딱한 소리만 한다. 생긴건 전혀 닮지 않았으면서도 근본적인 배경은 비슷한거 아닐까나?"
알퀘이드의 원초적인 핵심을 찌르는 발언에 아키하의 입은 금새 다물어졌다. 뭐, 아직도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 풀린건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조용할 수만 있다면 어찌 되었던 대찬성이다. 아키하는 한참을 조용히 창밖을 응시하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수업도 빼먹고 알퀘이드씨와 축제구경이라니. 뭔가 자신있는 듯한 모습이군요."
"그런가? 그런거라면 참 좋은 걸지도."
"아뇨. 단지 수업을 빼먹고도 성적을 유지할 정도로 머리가 좋으셨던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하시니 어디서 좋은 쪽집게 과외라도 하는가 해서요."
아니다. 아키하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게 더욱 무서운거였다. 여지껏 아키하가 조용할 때보다 더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가? 결국 화살은 나를 향해서 쏘아지고 마침내 나는 그 화살을 맞고서 장렬하게 아키하의 잔소리 상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30분을 기차를 타고서 달릴 무렵 안내 스피커에서 낭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 도착했나 보네. 다들 내리자구~"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알퀘이드는 밝은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아키하는 단지 조용히 그 뒤를 따라서 내릴 뿐이었다. 아아.. 아직도 아키하는 조용하다. 아무튼 기차에서 내렸을 뿐인데도 주위는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의외로 큰 축제인 듯이 사람들의 수는 플랫폼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알퀘이드는 내 손을 꼬옥 붙잡았고, 아키하는 더욱 조용해졌다. 우우.. 기차에서 내렸지만, 뭔가 더욱 숨이막혀온다.
"저기? 일단 축제장소에 가보는건 어떨까? 플랫폼에서 멀뚱히 서있지만 말자고."
"그건 그렇군요. 일단 안내용 책자라도 받아서 축제 장소에 가서 기다리는게 좋겠어요. 여긴 너무 좁아서 말이에요."
플랫폼 출구 근처에서 안내용 책자를 받아서 빠져 나오자 넓은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알퀘이드는 내손을 놓고서 먼저 뛰어가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틈만나면 어느곳으로든지 뛰쳐나갈 만반의 태세가 갖춰지고 있었다. 아키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아키하는 사람 많은 곳은 별로라고 했지?"
"아~ 그렇군요. 이런 곳은 처음이니까요."
아무래도 뭔가 무리해서 따라온 분위기이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적어도 목숨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랄까? 아무튼 광장을 가로질러서 넓은 대로를 걸어갔다. 대로 중앙으로는 전차가 다니고 있었지만, 이미 만원 상태인지라 걷기로 한 것이다. 그건 그렇다쳐도 일본에도 이렇게 서양풍의 도시가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 솜사탕이다!"
하얀 솜사탕을 발견한 알퀘이드는 솜사탕 2개를 낼름 집어들고서 200엔을 노점주인에게 덮썩 쥐어주고는 이쪽으로 횡하니 달려왔다. 아아~ 성의는 고맙지만 이 나이에, 그것도 남자가 솜사탕이라니.. 뭔가 매치가 되질 않아서 결국은 솜사탕을 아키하의 손에 쥐어주고 말았다. 아키하도 그리 나쁘지는 않던지, 솜사탕을 혀로 조금씩 뜯어먹었다.
"에.. 어디보자. 축제는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한다네?"
시계를 바라보자 시간은 9시 59분 51초였다. 왠지 나이스한 타이밍에 도착한 것 같다. 곧 안내책자에 예고된 시간이 되자 가로등의 스피커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78회 마호라제를 시작합니다! 일반 입장하시는 분들은 입구에 멈춰서시지 마세요!"
"흐암.. 정말. 이렇게 한가할 때에라도 찾아올 것이지. 알퀘이드녀석.. 아침일찍 히스이가 들어오기전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려는 건가?"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아 봤지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결국 저택에서는 아무런 할일도 없어서 외출하기로 했다. 어차피 평상복을 입고 있던터라 겉옷 하나만 더 걸치고 저택의 창살문을 지나쳐 내리막길을 걸었다. 역시 행선지는 딱히 없던터라 알퀘이드의 맨션으로 향했다. 분명히 이 시간이면 늘어져라 자고 있겠지?
맨션 엘리베이터의 6층 버튼을 눌렀다. 그나저나 이 맨션 이렇게나 낡았는데, 리모델링 같은거 않할까? 라면서 쓸때없이 생각을 하는동안 6층 3호실 문앞의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딩~ 동~"
맑은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고요했다. 결국 또 다시 이 수법을 쓰게 될줄이야. 가만히 문에다가 대고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우와아악! 시엘 선배!"
"쿠당탕탕! 와르릉!"
뭔가.. 바닥에 잔뜩 구르면서 이곳 현관까지 급하게 달려.. 아니 정정해서 반쯤 기어서 알퀘이드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는 벙쪄있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시엘 녀석이 여기에 있었어?"
"무슨 소리야. 초인종을 열심히 눌러도 안나오니까 그랬던거야."
"으휴.. 난또 그 녀석이 봉인하겠답시고 날뛰는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시간엔 무슨일이야?"
"그냥. 심심해서.. 나라고 네녀석 집에 오면 안 될일 있어?"
"없지. 오히려 기뻐! 놀아줄려고?"
역시 단순한 사고방식을 지닌 녀석이다. 가만히 녀석의 집에 들어가서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어 마셨다. 녀석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꺼내어 들었다. 가만히 방을 둘려보려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가 보였다.
"어레? 이 사진은.."
"어어? 뭐라고 했어 시키?"
알퀘이드는 냉장고 문넘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 나는 탁자 위에 있는 작은 액자를 들고서는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냉장고문 아래로 사라졌다. 나는 액자를 들여다 보면서 같이 웃었다.
"이거 로어와 싸운후 1주일 정도후에 처음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땡땡이 친날 사진아냐?"
"응. 그거 시키하고 찍은 첫번째 사진이야. 맘에 안들어?"
"아니 마음에 들어."
알퀘이드는 냉장고의 거의 모든 음식을 꺼내놓고서는 마음껏 먹으라면서 권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아도 문제라는 것을 녀석은 전혀 간파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과자 한두개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말야.. 그렇다고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래저래 곤란하다. 아무튼 대충 과자 한두개를 집어들어서 입안에 넣고서는 와삭와삭 씹으면서 음료수를 마셨다.
"맞아. 그런데 할일이 없다니. 뭔가 숙제 같은 것도 없는거야? 지난 번에는 그것 때문에 못놀았잖아?"
"응. 이미 다 끝냈어. 아키하도 없는터라 날 저택에 붙잡아 두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딱히 아는 녀석이라고는 아리히코하고 너뿐인데, 아리히코녀석은 지금 집에 있지도 않을 것 같거든. 있어도 자느라고 문도 안 열어 줄테니까."
다시 음료수를 꿀꺽 마셨다. 알퀘이드는 과자를 입가로 가져가다가 말고, 갑자기 나의 팔을 휙 잡아당기면서 활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오늘도 놀러갈래?"
"엥? 뭐하고 놀려고?"
"어제 보니까 일본의 어느 큰 도시에서 축제를 한다고 했거든? 외지인도 참가 가능이래. 가볼까나?"
알퀘이드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 웃는 얼굴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잠깐 그거 다른 도시라면.. 그러니까.. 적어도 하룻밤은 지내고 올꺼란 이야기? 그러면 최소 3일은 공친다 이건가!?
"이.. 이봐! 알퀘이드! 이건 조금 심하게 땡땡.."
"피이~ 딱딱한 소리한다 시키. 공부같은거 어차피 나중에 채워 넣으면 그만이잖아?"
"우우! 남의 일이라고 무시하지마! 무시하지마! 무시하지마!"
이미 귀를 틀어막고서 내 이야기를 무시하려는 알퀘이드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해보지만, 역시나 뾰루퉁한 표정이 풀릴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면서 어째서 이녀석에게로 온걸까? 라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탓할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는 의미에서! 축제 즐기기! 야호!"
"라지만 말야. 알퀘이드? 너 그 옷 어디서 났냐?"
파란 블라우스에 흰조끼와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알퀘이드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알퀘이드는 배시시 웃으면서 옷을 잡아당겨보더니 곧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이 옷? 당연히 거기 있는 여동생이 줬지."
알퀘이드의 손끝을 따라가자 매섭게 나와 알퀘이드를 노려보고 있는 아키하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것은.. 뭔가가 위험하다.
"여동생이라뇨? 그리고 여동생이라는 호칭은 빼주세요. 아직 당신과 오라버니는 가족따위가 아니잖아요!"
"헤에~ 여동생도 시키처럼 딱딱한 소리만 한다. 생긴건 전혀 닮지 않았으면서도 근본적인 배경은 비슷한거 아닐까나?"
알퀘이드의 원초적인 핵심을 찌르는 발언에 아키하의 입은 금새 다물어졌다. 뭐, 아직도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 풀린건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조용할 수만 있다면 어찌 되었던 대찬성이다. 아키하는 한참을 조용히 창밖을 응시하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수업도 빼먹고 알퀘이드씨와 축제구경이라니. 뭔가 자신있는 듯한 모습이군요."
"그런가? 그런거라면 참 좋은 걸지도."
"아뇨. 단지 수업을 빼먹고도 성적을 유지할 정도로 머리가 좋으셨던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하시니 어디서 좋은 쪽집게 과외라도 하는가 해서요."
아니다. 아키하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게 더욱 무서운거였다. 여지껏 아키하가 조용할 때보다 더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가? 결국 화살은 나를 향해서 쏘아지고 마침내 나는 그 화살을 맞고서 장렬하게 아키하의 잔소리 상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30분을 기차를 타고서 달릴 무렵 안내 스피커에서 낭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 도착했나 보네. 다들 내리자구~"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알퀘이드는 밝은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아키하는 단지 조용히 그 뒤를 따라서 내릴 뿐이었다. 아아.. 아직도 아키하는 조용하다. 아무튼 기차에서 내렸을 뿐인데도 주위는 무척이나 시끌벅적했다. 의외로 큰 축제인 듯이 사람들의 수는 플랫폼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알퀘이드는 내 손을 꼬옥 붙잡았고, 아키하는 더욱 조용해졌다. 우우.. 기차에서 내렸지만, 뭔가 더욱 숨이막혀온다.
"저기? 일단 축제장소에 가보는건 어떨까? 플랫폼에서 멀뚱히 서있지만 말자고."
"그건 그렇군요. 일단 안내용 책자라도 받아서 축제 장소에 가서 기다리는게 좋겠어요. 여긴 너무 좁아서 말이에요."
플랫폼 출구 근처에서 안내용 책자를 받아서 빠져 나오자 넓은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알퀘이드는 내손을 놓고서 먼저 뛰어가버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틈만나면 어느곳으로든지 뛰쳐나갈 만반의 태세가 갖춰지고 있었다. 아키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아키하는 사람 많은 곳은 별로라고 했지?"
"아~ 그렇군요. 이런 곳은 처음이니까요."
아무래도 뭔가 무리해서 따라온 분위기이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적어도 목숨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랄까? 아무튼 광장을 가로질러서 넓은 대로를 걸어갔다. 대로 중앙으로는 전차가 다니고 있었지만, 이미 만원 상태인지라 걷기로 한 것이다. 그건 그렇다쳐도 일본에도 이렇게 서양풍의 도시가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 솜사탕이다!"
하얀 솜사탕을 발견한 알퀘이드는 솜사탕 2개를 낼름 집어들고서 200엔을 노점주인에게 덮썩 쥐어주고는 이쪽으로 횡하니 달려왔다. 아아~ 성의는 고맙지만 이 나이에, 그것도 남자가 솜사탕이라니.. 뭔가 매치가 되질 않아서 결국은 솜사탕을 아키하의 손에 쥐어주고 말았다. 아키하도 그리 나쁘지는 않던지, 솜사탕을 혀로 조금씩 뜯어먹었다.
"에.. 어디보자. 축제는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한다네?"
시계를 바라보자 시간은 9시 59분 51초였다. 왠지 나이스한 타이밍에 도착한 것 같다. 곧 안내책자에 예고된 시간이 되자 가로등의 스피커들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부터 78회 마호라제를 시작합니다! 일반 입장하시는 분들은 입구에 멈춰서시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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