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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 종말의 칸타타 # 2-9 숙녀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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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솔직한 심정으로 코멘트 쓰기 ...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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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숙녀애호가


“류애 귀걸이!”
“귀걸이말입니까. 그게 무기라도 됩니까? 무슨 마법소녀 같은...? 역시 엘프군요!”

여비서는 귀걸이가 무기가 될 수 있겠냐며 유카인을 못믿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지만 이미 어느정도 그 말이 사실이기를 소망하는 홍조가 그녀의 얼굴에 비쳐졌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향후의 구원자라는 동부 기지 부사령관이라는 사람 하나만 믿기는 부담이 있었나. 하여간 여비서의 눈에 보인 류애의 왼쪽 귀에 걸린 귀걸이는 정확히 눕혀진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었다. 푸른 빛의 초승달 모양 귀걸이. 그녀를 엘프라고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표인 이 귀걸이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하게 해주기에 충분한 악세사리였다. 천상 그 비서도 여자인지라 이국적이면서도 신비감을 더하는 푸른 빛의 초승달 귀걸이가 자신의 귀에 걸리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불쓱 들었지만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는 먼 선조들의 말을 생각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물론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마법소녀? 에에에~ 무슨, 아니에요.”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죠.”

어떻게 보면 동문서답.

“내 귀걸이는 안 뜯어갔네, 헤헤, 검탱아, 간지러워~”
“검탱?”
“이 강아지의 이름, 그런데 손이 묶여있는 탓에 귀걸이를 어떻게 빼낼 방도가 없잖아...”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닉네임을 붙여주는 류애의 천부적인 낙천성에 유카인은 생에 대한 의지를 꺼버릴 수 밖에 없었다. 정녕 이들은 바보, 몸 군데군데에 검은 무늬를 띈 하얀 강아지는 유카인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소년의 날카로운 신경을 허벅지를 지나가는 개미같이 핥아댔다. 이 쫌만한 강아지는 먹을 것도 없을 텐데 구워먹을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고ㅡ 이제는 별별 생각까지 다들었다. 이는 유카인의 대기권이 극히 안정되지 못한 초창기의 우주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못할 정도로 흥분되어 버린 탓이었다. 아니 그런데 무엇보다 손도 묶여있는데 어떻게 강아지를 자기 무릎 위로 올려놓은 것이지. 이 엘프, 정말 미스터리다, 절대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

“바보엘프! 너 정령사잖아”
“혹시 너,
ㅡ하던 말을 끊고 류애가 목을 몇 번 가다듬으면 굴직한 소리를 낼 준비를 하더니ㅡ
강아지한테 말을 걸어서 귀걸이를 빼내라고 명령해!
ㅡ한 번더 가다듬고 다시 상냥한 목소리!ㅡ
이런 걸 말하라는 거야?”
“오오, 간만에 이해가 빠른데, 바보엘프?”
“바보라고 하지마. 전에 실컷 말했주지 않았어? 정령사는 자연과의 ‘교감’을 에너지로 하는 클레스야. 그 교감의 대상은 생명 개개인의 개체가 아닌 모든 생명 군체의 잠재의식이나 잠재욕구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는 이 생명들을 대변해서 자연의 순행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우리 정령사의 역할, 개하고 대화하는 건 불가능해. 것보다, 무슨 텔레키네시스인지 이런 걸로 밧줄을 풀 수는 없는거야.”

류애는 유카인의 일침을 간파하고 역으로 되돌려 주었다.

“아, 텔레키네시스... 그런걸로 밧줄을 푸는 것 같은 복잡한 활동은 못한다고. 간단히 밧줄을 잘.라.버.리.는 것 따위는 가능하지만 말이야, 게다가 지팡이까지 이놈들이 가지고 간 마당에 손에 닿는 물건이 아닌 이상 마법을 시전하는것 따위는 못한다고! 밧줄에 손이 안달 정도로 팽팽이 묶어 놨으니, 난 또 정령사는 별거 다하는 줄 알았지. 칫,”

자신을 서커스 유람꾼으로 치부해 버리는 유카인의 태도에 야속한 듯 류애가 입술 한쪽 끝을 삐죽 울렸다.

“밧줄을 잘라버리는 건 된다고 했지?”
“복잡하지 않고 그냥 칼같은 걸로 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칼에 마나를 넣는 거잖아. 역시 바보엘프는 개념이해가 느린건가?”
“바보,바보하지마, 지금 한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저 사람들이 내 스커트 속까지 뒤지지는 않은 것 같아. 나이프를 걸어놓았던 무게감이 다리에 계속 느껴지고 있어. 너가 이 나이프에 손을 대서 텔레키네시스로 이 나이프를 빼낸다면 밧줄을 이 나이프로 자를 수 있지 않을까?”
“스, 스커트 속!”

아차, 류애는 그가 변태인걸 잊고 있었다(어디까지나 류애 생각에서).

“저기 비서누나, 누나 마법 못해요? 저딴 변태에게 어루만져지기 싫어요! 제 순결은...”
“마법, 못합니다.”

단호히 거절하는 검은뿔테 아가씨. 확실히 냉정하다.

“너 허벅지에 손대면 니 인생의 앞날을 달력에서 찣어주마.”

충분히 살기가 깔린 음성, 지옥의 사자가 자신의 임종일을 예고해주는 섬뜩함이 유카인의 전신을 오싹오싹하게 만들었지만 그런것따위야 대수롭지 않았다. 유카인은 살금살금 류애를 자신의 등 에 둔 채 뒤쪽에 속박되어있던 손 마디마디마다 힘을 잔뜩 넣었다. 등 뒤까지 볼 수는 없는 탓에 류애의 나이프가 허벅지 어디쯤에 걸려있는지는 손의 감각으로만 알아야만 했다. 하얀 스커트 속으로 들어가는 은밀한 손, 그 손과 하얀 속살은 접촉했다. 하얀 속살, 캠프파이어 의 불빛 앞에 얼어버린 손을 녹이고 있을 때에나 느껴지는 온기가 손 끝 마디마디 사이로 전달되어오는 이 기분,

“역시 넌... 변태, 그냥 기다리는게 좋겠어!”

바둥바둥 몸을 흔들며 유카인과 거리 유지! 뒤쪽으로 균형을 두었던 탓에 류애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자리를 빼자 균형을 잃어버린 유카인은 그냥 홀라당 뒤로 넘어진 거북이꼴이 되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만져?”
“하하하아, 청춘이군요. 청춘. 그런데, 왜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요?”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은 비서 양반 달랑 하나.

“동굴 입구에 다 몰려있는 거 같은데... 총 소리가 들리는거 보니 한창 싸우나? 뭐 비서양이 말씀하셨잖아요. 누군가가 구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되겠죠.”

류애가 넘어져 있는 유카인의 면상위로 발을 비적비적 거리면서 그 행동에 상반되는 태연한 얼굴로 대화를 진행해나갔다. 역시나 류애에게 이 상황은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것인가. 강심장이야. 정말.

“총 소리? 들리나요? 역시 엘프군요! 저는 아무 것도 안들리는데 말입니다.”

류애의 말 그대로였다. 다지 류애의 말에 더 보탤 것이라고는 감탄의 표적을 내보이는 비서의 뒤로 미약하게 떨려오는 기계의 마찰음, 마찰음은 멎지 않고 있었다. 그 요란한 과학의 산물, 과학의 힘, 과학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철의 총성은 비처럼 동굴 밖을 학살현장의 시체처럼 사방팔방에 나뒹굴고 있었다.

[퓨우우우]
[타타타]

“2분대, 오른쪽으로 돌파를 시도한다,”

파이어볼이 궤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묘한 진동음이 집약되어져서 돌림노래를 만들어냈다. 궤선의 시발점에 서 있는 괴한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3명을 인질로 잡고 있던 자슈르의 독립전사들은 제각기 연필만한 크기의 지팡이로 쌔발간 구체를 생성해내고 있었다. 모랫바람에 싸일런트가 깨져버린 동굴 밖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이 독립전사들의 불덩어리는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마법사가 한 두 명이 아니잖아, 1분대 두 개조로 나뉘어 연탄 사격 실시!”

메마른 땅. 황소를 섬기는 인디언들이나 살고 있을 것 같은 이 메마른 땅의 표면을 뒤집어 놓는 파이어볼의 사이로 군복차림의 누군가가 젊은 피를 지닌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 목소리에 맞쳐 2열로 일정한 간격으로 조준, 사격을 반복하는 1분대의 손놀림, 앞 열에서 먼저 방아쇠를 압박했다.

[타타타탕탕탕층추웅]

동시에 떨어지는 기계음이라는 드럼이 메마른 붉은색 땅을 악보삼아 악곡을 연출했다. 군데군데 심어지는 파이어볼은 쉼표쯤 되는 것들이라 할 수 있었을까.

“보통 도적단이 아닙니다, 죄다 파이어볼을 난사..
“이 루이온 놈들! 드디어 우리 민족의 원한을 되돌릴 때가 왔다!”
[슈우우우으으으]

소리는 끝을 내지 못한다. 끝없이 한 병사의 사지를 뒤흔들어댄다.

“이, 이봐!! 상병!”

이쪽에서도 더 이상 자슈르의 마법사들에게 가만히 당할 수 만은 없었다. 젠장할, 젠장할을 나불거리던 군병들 몇은 자신들의 손에 쥐어진 총을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쥔 채 곳곳의 바위에 의지했다. 다행스러웠다. 아직 저 마법사들의 파이어볼은 둔탁하게 이 땅을 관망해오던 곳곳의 바위들을 뚫을 수 는 없었다. 파이어볼에 촉새의 날개짓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아이스 애로우까지, 보통 인질가지고 돈을 뜯어내는 쓰레기 도둑놈들이 아니다, 적어도 이 병사들의 생각으로는 말이었다.

“젠장 달랑 16명 데리고 온게 실수였나. 이렇게 바글바글 거릴 줄이야. 30명은 되겠잖아!”
“저기, 명령을...!”
“아, 그렇지. 2열 조준! 사격!”
[타타타탕]

젊은 피를 지닌 좀 전의 명령자가 전투를 뒤편에서 물끄러미 관망하더니 한 소리를 옆의 졸병에게 툭 뱉어버렸다. 쓰디 쓴 말을 내뱉은 그는 어디에서 건졌는지 담배를 입에 들이넣으며 깊은 한 숨을 내실 뿐. 그리고 그 한 숨 너머의 음성,

“귀찮군. 자동모드로 돌입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들은 시계 속의 뻐꾸기처럼 규칙적으로 행동을 반복했다.

“동부기지쪽으로 들어오는 길은 위험하니까 분명히 사람들 통제하라고 내가 말했을텐데?”
“예, 통행을 금지시켰습니다. 다만...”
“다만?”

그 말소리에 가느다란 담배연기를 실줄같이 뿜어내던 그의 코가 순간 작동을 멈쳤다. ‘다만’이란 말이 역시 치명타였나.

“아아, 중위가 맞았었나... 하여간 저보다 조금 높은 직급의 여자가 2명을 동행시키고 왔길래 그냥 들여보냈습니다.”
“이런, 분명 통제를 금하라고 했을텐데! 소위!?”
“하지만 일반인에 대한 통제를 금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중위였다고요, 상대는 중위! 저도 처음에는 금지시켰습니다만 그 중위가 신분증 보여주고 나는 중위, 너는 소위 이렇게 말하더니 그냥 돌파해버렸단 말입니다!”
“훗, 나는 대령이야. 화내지 말라구.”
“죄, 죄송합니다!”

명령 불복종의 댓가?

“성격도 급한 비서군. 그럼 딱 그 3명이 걸렸다는 건가, 저런 자칭 독립투사라는 놈들 따위에. 총통 아들놈 교육을 잘 못시켰는 걸.”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멀쩡하던 담뱃불이 그의 손바닥에 닿더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속도로 멸화되어버렸다.

“총통 아드..을 놈?”
“아아, 인질 3명 중 한 명은 총통의 친자식이다.”
“이거 대사건 아니잖습니까!! 이러다가 총통 아들 놈을 불모로 잡고 협박이라도 해버린다면!! 으총통 아들놈이래, 내가 미쳤지. 총통 자제분이요!”
“괜찮아, 괜찮아. 저쪽에서도 모르는거 같은데? 돈 얼마달라 그런 소리는 없잖아?”
“하지만, 역시...”

이 둘의 대화를 가만히 못 두는 동굴 밖 인질범들의 파이어 볼 세례!

[퓨우우우]
“아아악”

한 명이 또 당했다. 멍청하긴. 더 이상 그는 상급자로써 전우들의 죽음을 지켜봐줄 상황이 아니었다. 때가 때인지라 자슈르 부흥 운동가들과 대적하기 위해서 징병된 이가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픽픽 죽어가면 나중에는 전력 차질이 루이온 공화국 쪽에서는 상당할 터. ㅡ인질은 필시 군부에서 전화 내용대로 레이디 2명에 그 레이디를 지키지 못한 총통 아들놈 1명ㅡ 대충 그에게서는 이런 식으로 계산이 돌아갔다. ㅡ레이디 중 한 명은 비서... 그럼 나머지 한 명은?ㅡ 그의 머릿 속이 어지러워졌다. 뭐, 하여간 그로써는 여자가 많을 수록 행복할테니.

“총통 아들. 숙녀를 지키지 못하는 자식이군. 자아, 종이 준비!”
“몇 장이면 되겠습니까?”

꺼진 담배를 꽁초로 만들어버린 그의 발언에 소위라는 작자가 되물었다. 보통 이 정도되면 상사가 무엇을 바라는지 다 알 것도 같은데 이쪽은 그런것에 너무 둔감했다.

“A4 용지 3장. B5는 필요없어.”
“예!”
“꾸겨서 가지고 오면 섭섭할거다. 그럼 숙녀분을 꽁꽁 묶어놓았을 변태 저질들을 상대해볼까. 이제부터 연발 사격은 중지하고 호위사격에 들어간다.”

붉은 빛의 모랫바람 위로 푸른 빛의 군복이 한 걸음씩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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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 3장 가지고는 학교 숙제 밖에 못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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