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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팬픽 [IceFlower] 2화 - 같이 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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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거의 내려왔을 때 하늘은 이미 붉어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케이마의 뒤를 따라 왔었는데 그는 따라오라는 말도 없었고, 그렇다고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잘라 말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너... 너무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라는 식으로 거리를 두게 했다. 그 말은 산을 내려오면서 ‘응’ 또는 ‘아니’ 라는 짧은 대답 외에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가장 긴 말이었다.

“산에는 경치 구경하거 온 건가요?”

“...응.”

“겨울은 역시 아름답죠? 그렇죠?”

“...응.”

“제가 말 거는 게 싫은 거예요?”

“...아니.”

“그럼 왜 그렇게 성의 없는 대답만 하는 거예요? 원래 성격이 그래요?”

“...아니.”

“그럼? 제가 여자라서?”

“......”

산을 내려오며 이런 대화만이 오갔다. 덕분에 나는 결국 케이마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건 여자가 근처에 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케이마의 뒤에서 세발자국쯤 떨어져 걷고 있는 중이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석양에 비쳐 노란색과 붉은 색이 감도는 설산을 벗어나서 도착한 여기는 인간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곳인데 실제 이렇게 가까이 온건 처음이었다. 난 보통 인간계에 놀러오면 설경이나 구경하다가 천상계로 돌아가곤 했기 때문이다. 도시에 들어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활기찬 곳이다’ 라는 거였다. 큰 길을 따라 건물들이 수없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었고, 길 한복판에는 ‘자동차’ 라고 불리는 인간들의 이동수단이 쉴새없이 오고 갔다. 길 가 상점들은 저마다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고, 나로서는 용도가 궁금한 물건들이 가판대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나와 케이마 말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갔기 때문에 나는 그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점점 혼잡해질수록 나는 케이마에게 좀더 가까이 붙어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나의 그런 행동에 좀더 떨어져 달라는 둥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뒤를 힐끗힐끗 쳐다봤는데 아마도 내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리라.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여긴, 굉장히 활기찬 곳이네요.”

“이제 곧 신년 이니까.”

케이마는 내가 있는 쪽이 아니라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채로 대답했다. 하지만 ‘응’, ‘아니’ 라고만 대답하던 아까 전보다는 분명 큰 발전이라고 할까나? 신년의 뜻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대화를 늘리기 위해 재빨리 되물었다.

“신년?”

“새해가 시작되는 명절이지. 축제 준비 때문에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걸?”

나는 왼 손으로 케이마의 배낭끈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아마 그는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걷는 방향에서 마주 오는 행인들은 우리 모양새가 특이 했는지 한번 씩 시선을 주고 갔는데, 특히 우리를 지나치고 나서도 날 향해서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그게 한두명이면 나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같은 때에는. -진급 휴가 때 사고 치게 되면 최악의 경우 진급이 보류될 수 있다!-

“케이마씨. 사람들이 왜 저를 계속 쳐다보는 걸까요? 제가 타지인이라서?”

“글쎄. 여기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골처럼 모든 이웃을 알고 지내진 않아. 아니, 오히려 훨씬 좁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겠지.”

“좁은 관계...”

“그래...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중에 정작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물론 아는 사람이 섞여 있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정작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면... 인간계가 겉으로는 이렇게 활기차 보이는 곳이지만 의외로 쓸쓸할지도 모르겠다. 천상계에선 대부분 서로 다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인간을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는 우리 신족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 하는 건 불공평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사람들이 너한테 시선을 보내는건...”

케이마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나는 속도를 늦추지 못했기에 짧은 순간이지만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한 뼘 정도로 좁혀져 버렸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산에서처럼 우아악 소리를 지른다거나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는 보았다. 그의 담갈색 눈동자와 거기에 담긴 표정을.

“네가... 예뻐서가 아닐까?”

“헤~에?”

케이마의 귀가 서쪽 산의 노을처럼 물들었다. 여성기피증처럼 행동하더니, 의외로 대담하게 말 할줄 아는 것 같네.

“정말요?”

“......”

“그거 칭찬이죠?”

“......”

하지만 케이마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뒤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걷고 있어-여전히 그의 배낭끈을 왼손에 쥐고-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무뚝뚝한 척 하고 있지만, 실제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마주 편에서 걸어오는 행인이 또래의 여자일 경우 약간은 과장된 동작으로 피해 다녔기 때문에 여성기피증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서서히 굳어갔다. -여자 어린애나 할머니는 괜찮은 것 같다. 왜일까?-

“여기도 아름다운 곳이네요.”

하늘이 붉다 못해 검푸른 색으로 물들어 버렸지만 길에 불이 켜지면서 더 환해졌다. ‘가로등’ 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과 화려하게 치장된 나무,-내가 알기로 저건 ‘가로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한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신나게 악기 연주를 하고, 그 앞에는 흥에 겨운 행인들이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 눈길이 끌려 제자리에 멈추자 앞서 걷던 케이마도 멈췄다.-배낭끈 잡고 가던 거 들켜버렸다.-

시끌벅적 하지만 역동적이고 활기찬 곳, 생명들이 살아가는 것이 느껴지는 곳... 여기 도시라는 곳이 내 가슴에 자리 잡는다. 아름답지만 정적인, 우아하지만 엄숙한 천상계보다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면... 다른 신들은 우습다고 생각할까?

“타카노.”

“네?”

케이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먼저 나한테 말을 걸어온 건 처음이었다.

“아까 타지인 이라고 했지? 쿠시로에는 어떻게 온 거야?”

“아, 휴가라 놀러 왔어요.”

나는 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이계인, 아니 이계신이라 해야겠지만 거기까지 따지긴 곤란하니 뒤의 질문에만 답했다. 맞잖아, 휴가라서 놀러온 거.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 건 아니니 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계속 날 따라 온거야?”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케이마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따라왔는지. 그냥 따라 가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그런데 이봐요, 꼭 그런 표정 지어야 겠어?

“흠흠, 잘 곳은 정해 놓은 거야?”

도리도리

“설마... 돈은 있겠지?”

도리도리

이제 그의 표정은 당황을 넘어서 경악에 이르고 있었다. 와, 이거 재밌잖아? 감정이 얼굴에 표정으로 그대로 나타나네?

“너 대체... 아무런 계획도, 돈도 없이.”

“아하하, 그... 정말 곤란하네요.”

“...전혀 걱정하는 얼굴이 아닌데?”

돈이 없다거나 하는 게 나한테 걱정할 일이 못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케이마가 자꾸 나에 관해 캐묻는 건 약간은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저기~ 그러니까, 케이마씨에게 1주일만 신세 져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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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기 전에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다가 글을 올려놓고 보면 이상한곳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전체적인 수정작업이 또 필요할것 같네요 ㅠ.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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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님의 댓글

♥아키하♥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앗..케이 부모님이야기인건가요??;;

재미있겠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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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애님의 댓글

월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 올려놓고 수정하기, 조금 난처하죠. 하지만 올리기 전에는 이상하게 수정할 것을 못 찾는다는 말입니다. 저도 몇번 씩 수정을 몰래몰래 해내는지.... 신기신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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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휘나님의 댓글

아르휘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단 글 올리고 나서 잘못된걸 발견해도... 정말 치명적인게 아니면 일단 그대루 두긴 합니다만...

글 올리기 전에도 몇번씩 읽어보며 확인 하는데 왜 그땐 안보였는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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