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3, 종말의 칸타타 # 2-10 종이술사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1143, 종말의 칸타타 # 2-10 종이술사

페이지 정보

본문

연재가 2틀 늦어졌군요... 로리 등장! 퍼퍼퍼퍽 , 로리... 아, 아닙니다

-----------------------------------------------------------------------------------

# 10 - 종이술사


[츠르르륵]

순백의 A4 용지가 붉은 사금을 얹은 듯이 모래 폭풍에 휘날리며 점점 그 순결을 잃어간다.

“쫘악 펴서 가지고 오면 뭘하나. 바람이 쌘데. 이것 봐, 다 꾸겨졌어.”

A4용지 여러 장을 부채 피듯이 펼친 그 군복의 사내는 금빛 머리칼을 허공에 휘둘러댔다. 상대 자슈르 쪽 인질범들도 갑작스럽게 멎은 총성 대신 튀어나온 이 군복의 등장에 시계의 초침을 멈추었다. 고밀도 메탈음의 총성도, 은쟁반을 포크로 긁어내려가던 굉음의 파이어볼도 지금은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파이어볼도 마법은 마법인지라 무한히 사용할 수는 없는 것. 오히려 실력이 부족한 견습마법사들에게는 지금쯤이 마나가 바닥날 시점이 되었다. 약간의 부상자를 냈지만 사병들이 잘 버텨 주었음은 마나를 다 소진한 이 견습마법사들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질로 붙잡힌 시민의 안보를 위해 인질범들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

고요함을 깨어버리는 말소리, 그에 대한 대답은 다시 또 한번 힘찬 파이어볼 세례, A4를 치켜들고 있는 군복의 사내가 전광판 스코어라도 되는 것처럼 다른 군병들에게 퍼져있던 시선을 집중 받았다.

[파아아아]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 세 갈래에서 동시다발적인 파이어볼이 달려들었다. 아무리 파이어볼이 느리다고 해도 마구마구 동시에 여러 마법사들이 남발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트래스 이펙트!”

그의 손에 있던 A4 들이 검날처럼 뻣뻣히 세워졌다. 그리고 그는 직장상사가 직원에게 엉터리 보고서를 읽지도 않고 내던지듯이 그 종이들을 던져버렸다.

[추욱]

어디로가든 불덩이들이 달려든다면 막으면 되는 것. 종이가 경직한다. 그 순간에서부터 나무 출신의 종이들은 방패가 되어버렸다. 불덩이는 커피에 빠진 설탕처럼 종이살에 녹아들어갔다.

“종... 종이 쪼가리가...”
“파이어 볼을... 어, 어떻게”

술렁임, 이 정도로 동요되는 인질들이라면 호위사격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동요의 공기를 환기시켜주는 그의 대답.

“인질범들, 종이술사를 아는가?”

철같이 굳어져 버렸던 종이들을 다시 손에 쥐며 그가 비웃었다.

“종이, 술사?”
“이제부터 알게 될 테지. 가라, 종이들이여.”

비상하는 A4용지는 개개인이 의지를 부여받은 생명체인 것처럼 살아서 움직였다. 그의 손에서 떠난 그 종이들은 바람을 유영하는 인어의 몸놀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종이들은 수 백개의 부스러기들로 분쇄한다! 그것은 이제 종이가 아니다. 원인도 모를 가속도가 갑작스레 붙어버린 종이 쪼가리들은 살인병기가 되어버렸다. 광속을 등에 업고 그것들은!

[피시시시식]
“에너지 쉴드!”

뒤늦은 에너지 쉴드를 모든 마법사들이 영창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종이의 아름다운 유영에 넋을 놓고 있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상어가 되어 돌격해 오는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겠는가. 기관총탄 같은 종이들이 그들의 몸을 관통해버리고 나서야 시전되어지는 반투명한 에너지 구체들은 확실히 시전 타이밍이 어긋나져 있었다. 사실 어긋난 것도 당연했다. 그 종이들은 물체운동의 순행에 어긋난 이 시대의 것이 아닌 것 처럼 보였으니까.

“으으윽!”
“훗”

일방적인 살육전이다. 수 백개의 기관총탄을 뿜어냈던 푸른 군복의 사내가 가슴팍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모습은 최대한 움직임을 절제한 무동의 자세. 그 표본이자 교과서.

“답례로 이번에는 내 명함으로 상대해주지. 그래도 나를 상대하는 놈이 한 명도 없다는 게 안타깝군. 진작 나설 걸 그랬나.”

그의 손에서 까맣게 페인트 되어있던 조그마한 명함이 표창처럼 회전하며 누군가에게로 날라들었다. 아니, 날라들기 전에 또 한번 장어와 같은 몸놀림으로 서행하며 그들을 당황케 했다.

“어, 언제 날라드는 거야, 이 명함들!”

허공에서 흔들흔들 거리기만 하며 떠 있기만 하는 명함 앞에서 이미 인질범들은 그를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써 대우할 수 없었다. 뒤늦게 정신이 그나마 멀쩡한 인질범 몇몇이 냉기 마법으로 속도를 둔화시키려 하지만 좀체 이 종이들에게는 냉각이란 단어가 수식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인간, 아니 괴물같은 것은, 그래. 무엇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가. 종이술사!

[칙익]

소리는 짧지만 강한 악센트가 주어졌다. 이것은 종이의 돌격을 알리는 신호! 명함이 전처럼 수백개의 종이 쪼가리로 갈라지며 기관총탄이 되었다.

[타아아아아아슈우우우]
“하아~!”

무언가 별빛을 투영해주는 금속의 빛과 함께 무수한 기관총탄들이 다시 원래의 성질로 되돌아오며 낙엽이 되었다. 낙엽은 낙차했다. 중력을 3배로 받은 듯이.

“이봐요, 오빠! 내가 상대가 되줄까?"


별빛을 빛내주던 금속의 빛 뒤에는 있었다. 소녀의 S자 등이.
오빠.
전투장에서는 결코 듣기 힘든 단어, 그것은 전란에 휩쌓인 피란민들이 가족 걱정을 할 때나 나오는 단어. 도저히 군인들의 귀로는 잡을 수 없는 단어. 그것을 그 소녀는 간단하게도 말했다.

“애인가..? 애치고는 엄청난 순발력이군. 모든 종이들을 쳐내다니.”
“아아, 애라고 하지 마, 오빠!”

그 소녀가 앞으로 몸을 돌리며 눈동자를 불태웠다. 애라고 불리기를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누가 봐도 그 소녀는 아직 애였다. 뒤에 당황하며 서 있는 인질범들의 가슴까지 겨우 달까 말까하는 조그마한 키는 140cm 이면 족하다고 할 정도니까. 하지만 그 눈동자는 용암을 옮겨다 놓은 보석이었지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동자가 아니었다. 전의를 강력하게 표출하는 눈동자는 흡사 흡혈귀나 가져야 할 눈. 머리칼은 나약해 보이는 소녀의 등을 다 커버해줄 정도로 기다란데다가 붉고 붉은 것이 포도주를 뒤집어 쓴 사람처럼 보였다.

“아이라면 사절이다. 아무리 날고 기더라도. 뭐, 게다가 여성은 보호받아야한다. 내가 너 같은 애하고 싸워야 할 이유, 없는 것 같은데. 오빠 오빠 소리 듣는 건 좋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들어야할 말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오빠 입에서 그 말 이제 안나올껄?”

달려든다. 그 붉은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 앞에 번떡 서있는 얇은 카타나의 검이, 소녀의 키를 넘어 우뚝 선채 그녀의 손동작에 따라 움직여졌다. 아, 전장터에 아이같은 소녀까지 내보내지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자슈르란. 어지간히 절박한 상황...

이라고 말한다면 이 소녀의 몸놀림을 도저히 설명할 수 가 없었다. 도저히 저 소녀의 속도를.

“트레스 이펙트!”

푸른 군복의 청년이 다시 또 한번 명함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을 1초간의 시간 동안, 붉은 소녀는 고양이과의 동물처럼 달려 들어온 것과 이 청년의 눈 앞에 작열된 눈동자를 치켜세우는 것, 이 두 가지를 다 해치워 버렸다. 30m 뒤에서 달리는 것 같지만 현실은 바로 눈 앞, 땅을 접으며 들어가는 소녀에게 축지법이란 전설이 아니었다. 그 청년이 시간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이 소녀는 공간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 땅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에너지 쉴드!”
[스윽]

간단하게 별빛을 머금은 카타나류의 검은 그의 팔을 핥아 내버렸다.

“이, 이런...!”

전혀 인간의 사고로써 생각하지 못할 속도는 이 청년에게 뒤늦은 에너지 쉴드를 시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은 이 청년은 자신의 에너지 쉴드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에너지 쉴드 따위로 첫 공격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소녀는 눈 앞에 있었던 것이었다. 검의 끝으로 그의 오른 팔을 마져 핥아낸 소녀가 서로의 등을 교차한 채 나지막하게 말했다.

“것 봐, 오빠. 아프지?”

그는 명함을 던져보지도 못한 손으로 검신이 쓸어내린 흔적을 어루만져 보았다. 한창 늦은 반응으로써 이제야 피가 군복을 적시고 있었다. 뒤쪽의 엄명을 맡았던 군병들은 자신들의 상사와 알수 없는 적인 소녀가 붙어 있는 터라 호위사격 할 엄두도 서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녀의 속도를 보고 '호위사격'의 존재를 망각했다.

“도대체, 네 년은! 뭐냐...! 으으윽...!”

소녀가 검등을 자신의 어깨에 떡하니 걸쳤다. 그리고는 왕의 태도로써 대답했다.

“프리오리를 찾으려는 목적이 있어서 말이야. 오빠는 알고 있지?”
“크윽, 프리오리? 또 전설 따위... 트레스 이펙트!”
“에에? 싸우려고?! 성격 한번 안 좋네. 헤헷”

소녀의 난데없는 애교 맨트를 무시하듯 명함이 직각의 고도를 갖춘 채 그녀의 붉은 머릿발을 뚫었다. 가까운 거리에서의 급습이라 이번에는 효과가 괜찮았다. 그리고는 어깨죽지를 푸욱! 이 때다! 소녀의 틈을 노리며 뒤 쪽에서 들리는 총성! 파이어볼은, 아직인가?!

[푸으욱]
[탕탕탕탕타타탕]


하지만 호위사격의 목적을 위해 발사된 총탄들은 소녀의 검 앞에서 모래 언덕을 뒹구는 고철이 되어버렸다. 어깨에 박힌 종이가 살을 찌르든 말든 소녀는 그 청년을 응시하던 초점을 흔들지 않았다.

“아아.., 좋아, 오빠, 역시 안 되겠어. 잘 생겨서 괜찮았는데.”

분명 한 쪽 입가를 치켜 세우고 있었다.

----------------------------------------------------------------------------------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은 최초의 씬!!!
경사났군!!!
그리고 청년말이야, 처음부터 이미지 망신인데...?

2006년 1월 26일 오후 11시 32분, 간단하게 2 군데의 어휘, 1 군데의 조사를 손봐줬습니다. (읽기에 워낙 거슬리는 부분이여서...수정)

댓글목록

profile_image

renian님의 댓글

renian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종이술사라니! 뭔가 기대 되는...;;

Total 2,713건 38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158 renian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1-29
2157 카렌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1-27
2156 신의보디가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01-26
2155 renian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1-26
열람중 카렌밥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01-26
2153 smut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01-25
2152 아르휘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01-24
2151 smuth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1-23
2150 Pεørτħ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1-21
2149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01-20
2148 아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1-20
2147 마도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1-20
2146 Pεørτħ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1-19
2145 Pεørτħ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1-19
2144 마도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01-18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545
어제
934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1,132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