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3, 종말의 칸타타 # 1-7 이중하감의 상(像)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1143, 종말의 칸타타 # 1-7 이중하감의 상(像)

페이지 정보

본문

대충 이것으로 서막은 막을 내렸다고도 하겠습니다!
시점을 일인칭으로 유카인과 류애, 두 부류의 시점으로 나누어서 전개를 시작했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우유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세계관 정립하느라 머리 빙빙~

눈 썩히시지 않으시면 다행입니다! (그러면서 왜 올리니, 그러게 말이야)
요즘 혼자 대화를 하는 저를 종종 보게 됩니다... 크윽,, ㅜㅡ


PS : 제 글이 3번 연속 올라오다니! 어떻게 된겁니까! 반성하세요~ 문인분들! (퍼퍽, 유애는 횡단보도 한가운데로 끌려갑니다)
-------------------------------------------------------------------------------------

# 7 - 이중하감의 상(像)


“무슨 얘기야, 흑마술? 너한테는 귤이 술이였냐? 과도한 음주는 해롭다고 바보 엘프.”

독수리의 발톱이 등줄기를 타고 긁어 내려오는 섬뜩함을 느낀다, 말은 더뜸없게 해도 어느정도는 직감한다, 유카인은. 무엇이? 흑마술? 도대체, 어떻게? 왜? 육하원칙에 위배된다. 그것이 흑마술이었다는 것은. 아니였다. 적어도 유카인의 육안으로는 허공에 쏟아 올른 검은 것들은 흑마술이 아니었다. 메테오였다. 왜 류애는 그것을 흑마술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메테오라고 볼 수 밖에, 흑마술과 메테오는 그 근원에 대한 접근방법이 같아.”
“잘 알고 있군, 엘프 소녀.”

멀뚱 멀뚱 있던 총통이 방을 어둡게 지배하게 해주던 커튼을 젖히며 류애의 편이 되어 주었다.

“메테오는 만물의 이치를 교감하고도 통제의 단계에 이른 마법사만이 쓸 수 있는 고위 마법.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주의 이치에 다다라야 메테오의 의식을 거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메테오의 본질은 우주의 운석들을 마법사가 원하는 위치에 낙하시키는 것이니까. 운석을 낙하시키기 위해서는 마법사 한사람에게서 나오는 힘, 그러니까 마나가지고는 한계가 있어. 아니 한계라는 것도 말할 필요 없는 턱도 없는 양이지.”

‘하지만,’ 하고 류애는 말의 기울기를 180도 돌려 버린다.

“마나가 아닌 다른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지지.”

마나, 얼마나 익숙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인가. 마나는 종족을 떠나서 세상과의 교감 능력의 그릇을 나타내는 마나. 그리고 자신의 기를 수양하여 얻어지는 마나. 이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고 유카인은 마법서적을 뒤적거렸을 때 얼핏 본적이 있었다. 허나 그것은 그저 종이위에 적혀읽는 글귀를 읽은 것일 뿐.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알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전자의 마나와 후자의 마나는 서로 상극이라면 상극인 개념이다. 당연히 이 마나들은 다른 단어로 기억 속에 입력되어져야 한다. 그런데, 왜. 이 그 마법서적에서는 같은 마나라 단정지어버린 것이었을까. 류애는 이 말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만약 마나가 아닌 자연과의 교감능력으로, 음 그러니까 자연과의 교감능력, 즉 정신력으로 자연의 원소들과 그 운행을 바꾸도록 부탁한다면 매우 적은 마나가지고도 자연과 호응하여 운석을 끌어오는게 가능해지지. 말하자면 단순한 마나의 사용이 아닌 자연과 교감한다는 거야. 마나보다는 정신력의 그릇을 필요로하는 정령사하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
“정령사 따위 내가 알거 같냐, 정말 상식적으로. 너네 동네 얘기 잖아! 우리 인간들은 정령사 같은거 안 키워! 뭐, 하여튼 정령사 쪽의 마나 수준이 더 질적으로 높단 얘기? 뭐라구? 정신력? 지금 축구하냐?”

유카인이 더뜸 듣다 말고 되레 화를 냈지만 들은척도 않고 류애는 마른 하늘의 산불처럼 말씨를 옮겨 붙였다.

“물론, 정령사는 엘프에게서 만 계승되어지는 직업이지만, 인간이나 오크역시 정령사와 비슷한 형태로 대부분의 만물에 대한 교감이 가능한 이가 있지. 흑마술도 죽음과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정령사와 같은 교감을 기본적인 매개체로 갖는거야. 하지만, 정령사와 같은 부류들로 만물과의 교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엘프와는 달리 인간쪽에서는 그러한 형태의 기술이 전수되지 못했어. 왠 줄 알어?”
“알면 내가 여기있겠냐?”

듣기 싫은지 유카인은 고개를 쉬게 두지 못하고 갸우뚱갸우뚱 휘저어댔다.

“그런 쪽으로 몰두한 자들은, 다 모습을 감추었어. 세상과의 교감을 터득한 이들은 모두.”
“왜지?”
“그야 그것은 나도 모르지. 그 교감을 넘은 경지의 단계에 다다랐을 때 그 인간들에게 보인 것이 마약과 같이 빠져들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절대적인 무언가가 그들의 자취를 감추어버렸다든지.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그것에는 어떠한 것도 답이 되어줄 수 없어. 그러므로 인간들은 교감하기보다는 통제하는 쪽에 더 방향을 실었지. 그결과 나온 것이, 마법사. 만물의 운행을 통제하는 자. 교감하는 것보다는 통제이므로 그 힘은 미약하겠지만 말그대로 통제해. 주위의 대기나 공기의 흐름, 온도등을. 화염계나 냉기계니 하는 것들은 다 이 통제방식에 따른 분류인 거라고.”

류애의 얼굴이 술에 빠진 술고래처럼 달아올른다. 누군가에게 가르치기를 참 좋아하는 류애다. 앞으로 이 엘프 옆에 있을 사람은 피곤해지겠지ㅡ라는 생각이 절로 유카인의 머릿 속에 든다. 곧 이 엘프 옆에 있을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그 소년은 쓴웃음을 삼킨다.

“그렇지만 메테오는 우주에서 내려오는 거고 흑마술은 죽음, 지옥인지 천국인지도 구별못할, 아, 그러니깐... 하여간 이상한 세계!”
“유카인, 너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주나 흑마술의 근원이 되어 주는 죽음은 결코 다른 접근방식을 요하지 않아. 둘다 너가 아는 이 세계와 다르기는 마찬가지지.”

이 세계와 다르다고? 아 이 엘프 도대체 무슨 난해한 얘기를 시작할려고ㅡ사실 이미 류애입장에서도 유카인이 알거란 기대는 버린지 오래였다.

“즉, 죽음과 우주라는 세계는 지금의 우리들 관점에서 볼 때 다 이계인거야. 우주의 창공도 아닌 암흑이 펼쳐진 무한한 공간에서 우리들이 사는 이 세계를 본다면, 이 세계가 우리가 사는 세계라고 느껴질까?”
“한 번 보여주기나 해봐!”

이런 대사는 상대방을 화나게 할 뿐,

“듣기나 해!”
“이 바보 엘프가!”

한 대 맞고 이야기는 계속 된다.

“우리가 보는 이 눈높이가 바로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지. 같은 세계라도 우리는 다르게 느낄 때가 있어. 예로 들면 너가 어렸을 때 너희 아빠를 보는 것과 지금 너의 아빠를 보는 관점이 같을까? 지금도 어렸을 때처럼 아빠가 산만해 보여?”

“전혀.”

총통, 아들인 유카인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린다.

“그래. 같은 것이라도 어렸을 때 본 눈높이와 지금의 눈높이는 달라. 하긴 너는 키가 아직도 작기는 하다만,

ㅡ이 부분에서 다시 한번 분노하는 유카인ㅡ
그런데 이 것이 우주같이 시각적으로 더 현저히 높은 관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본다면 이것이 우리의 생활 공간이라 생각할까? 같은 세계라도 우리는 이질감을 느끼겠지. 머리의 사고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세계와 지금의 눈높에서 바라보는 세계가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인식은 그렇지 않지. 즉, 우주가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너에게 이질적인 공간일 뿐이야. 죽음은 단지, 너가 접해보지 않았을 뿐.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너가 접할 수 없는 세계. 이계, 이공간이지. 그것 역시 우주처럼 너에게 이질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아는 사실이고.“
“아니야! 나는 죽음 따위 두렵지 않어!”
“아이, 정말... 맞고 싶습니까? 유카인군?”

애교부리는 투로 가다가 돌변해버리는 험악한 공기를 풍기는 말투, 금방이라도 총알이 자신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것 같은 전운의 긴장감을 이 총통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침묵, 총통은 언제부터 아들놈이 이렇게 한 여자 앞에서 쫄쫄 매게 되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책했다.

“결국, 이계에서 오는 흑마술은 우주의 운행에 거슬러서 오는 메테오와 소환 의식은 같을 수 있어. 이것은 아직까지 흑마술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햇을 너에게 단점로 작용할 수 있지. 허공에 검은 점이 생긴다고 다 메테오가 아니라는 거야. 물론 그것이 흑마술도 아닐 수도 있고. 아직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세상은 넓어. 우리가 아는 것은 극소수 중의 극 소수. 모래알 만한 크기로 안다고 하면 많이 아는 거라고.”
“그럼, 나를 죽이려던 주문을 그 법사놈이 걸고 있었다고 치자. 그래도, 그런 모습은 아니였어도 됬잖아. 너에게는 지팡이가 있었을거구!”
“이 바보야.”

이 소년은 도대체 이해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노파심에라도 류애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

“흑마술이라고, 너 죽어. 그 순간에 그 녀셕을 저지할 수 있다 치더라도 이미 흑마술은 죽음이라는 이계에서 새어나와 너의 목을 조여버려. 시전자의 심장을 뚫어버리지 않는한.
괜히 만만하게 봤다가 너 저승길로 가는 거,
보기 싫어.”

류애가 보조개에 미세한 주름을 남기며 유카인을 쳐다보는 그 눈을 감았다. 웃었다. 그것이 어떠한 대답보다도 더 효과가 클 것임을 알기에. 그녀는.

“이보게, 엘프 소녀. 보아하니 한 두 번 실전에 참여한 것 같지는 않은데.”

아, 정곡을 찌르는 어조.

“예...”

말끝을 흐린다. 부정은 못하겠다는 걸까.
총통은 류애라는 이름의 엘프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전투가 가능한 실력을 갖춘 외양인지를 확인하려 한다. 순백의 바탕에 빨간 깃이 세워진, 그러면서도 팔뚝을 감싸는 빨간색의 띠에도 똑같은 깃을 세운 특이한 정령사용 의복. 이 순백의 정령사복은 군살데기 하나도 없는 완벽에 가까운 그녀의 몸을 다 커버해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꼽정도의 길이에서 그 순백의 옷은 더 이상 밑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원 버튼의 뭉툭한 나무재질 단추가 그녀의 가슴 위에서 매어져 있고 그 아래에는 그녀가 먹는 귤 색보다 어두운 빛의 실루엣이 남는 천 조각 없이 그녀의 뱃자락을 덮고 있다. 그리고 골반에 걸쳐진 가죽 허리띠. 그 밑으로는 찬란한 문양의 스커트가 엘프라는 증표를 내보이며 무릎 위에 닿을랑 말랑 한다. 엘프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일조하는 데에는 스커트보다 긴 알 수 없는 천띠 2개가 가죽 허리띠에서 새어나와 그녀의 가느다란 종아리까지 처져 있는 것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 천 띠 2개는 일반적으로 인간들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패션. 게다가 그 천 띠 2개의 끝자락에는 은빛 초승달이 그려져 있고 겉은 검붉은 룬문자로 천 띠와 허공의 공계를 명확히 해주고 있다. 천 띠 2개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앞으로 접은 나비의 날개라고 하는게 좋겠다. 또한 천 띠 뒤로 보이는 종아리를 대부분 덮어버린 검은 스타킹. 그 검은 스타킹이 환락가에서 새어나온 인생 종친 계집이 수컷을 끌여들이려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확실히 류애는 그런 속물들과는 다른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 소녀는 긴 머리를 위로 올라가게 집게비슷한 머리핀으로 잡아버렸다. 머리핀이라고 하기보다는 무슨 악력기만한 크기다. 머리를 풀면 몸의 가장 가느다란 부분까지 닿을 것도 같은 머리길이를 이 악력기는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악력기라는 말을 다른 용어로 대체하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뒷머리는 아름다웠다. 미의 여신도 눈여겨 볼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우주의 일부분을 때어 놓은 검은 눈동자는 류애의 속마음보다 더 깊을 것으로 보였다. 알 수 없는 깊이감.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를 한번 쯤 생각하게 하는 그 눈동자.

총통은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알 수 없는 깊이감의 검은 눈동자를 짓이겨 버리고 싶었다.

언젠가 자신이 그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 깊이감에 의해.

“오늘 아침에 있었던 그 살인 방법. 마법도 아니었고, 너의 직업이라던 정령사의 것도 아니었다. 분명 호러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흡혈귀의 손톱이었다. 묻겠다, 그것은 무엇이지, 엘프 소녀?”

총통은 눈동자 속에서 헤어나오고자 동물원의 사자에게 고기를 주듯 질문을 내던졌다.

“아침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무엇일까.

“윈더죠.”

에헤헤... 머쓱게 웃으며 자신의 대답을 돌리려 하지만 상황은 결코 모면되지 못한다.

“윈더? 아아, 그런 것이라면 들은 적이 있지. 10년전 일이군. 그 때가 제 2차 어머니의 전쟁이었으니.”

총통은 과거라는 이름의 화선지에 자신의 뇌리를 기억이라는 이름의 붓으로 그어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워낙 옛 일. 벌써 10년 전 일. 총통은 윈더의 모습을 기억해내려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사실 총통은 윈더라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단지 일개 중대가 윈더라고 불리는 한 마리 엘프에게 전멸해버렸다는 것을 동료에게 들었다는 것 외에는 윈더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화선지가 그에게는 없다.

“더럽혀진 자, 버림받은 자, 하지만 버림받지 못하는 자... 그것이 윈더라 불리는 족속들. 악마들에게 더럽혀진 피를 계승한 자.”
“아, 진짜 이 바보 엘프가 또 무슨 소리를 말하려는 건지...”

더 이상 어려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유카인의 메모리는 없다. 유카인의 메모리는 하나 더 끼는 것도 불가능한 구식 메인보드.

“들을꺼야, 안들을 꺼야?”
“풋!”

풋은 뭐가 풋. 별 쌩뚱맞은 소리는. 류애는 듣는다는 대답으로 받아듣고 말을 시작했다.

“전, 인간들이 말하는 이성과 광기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어요.”

결국 류애도 쌩뚱맞은 소리인가. 계속 대화가 재미없는 내용으로 줄줄 맴돌아 대고 있다.

- 1143, 종말의 칸타타, 끝 -

류애,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이런 글이 써질지도 모른다. 이제 끝이다.

“이보게, 엘프 소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 따위가 아냐. 단지 어떻게 손톱가지고 그렇게 간단하게 갈비뼈까지 아작내는 그런 짓거리를 할 수 있냐는 것이지. 이것이 우리 루이온 공화국에 걸림돌이 된다면, 여기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네. 엘프 소녀.”

이번 대답이 중요한 무언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류애는 입가에 대고 있던 손의 축을 뒤흔든다. 손톱이 입가를 스쳐 지나간다. 손톱사이에 베어버린 귤의 강렬한 냄새. 상큼하지만 모랄까. 귤이 익숙하지 않은 류애에게는 마약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 귤의 향기는.

이 향기, 처음 한 번 맡을 땐 톡 쏘는 내음이 코를 강하게 자극하지만 뒤에 남는 것은 은은한 레몬의 내음이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에서 맡어지는 손톱 속에 베어버린 피냄새는 류애의 감상을 깨뜨리는데에 충분하다. 레몬과 섞여버린 미량의 피냄새. 생선비린내보다는 더 둔탁하고 그 흔적만을 겨우 맡을 수 있을 정도지만 흔적 자체로써 전신에 장미가시가 얽힌 것과 같은 소음을 돋게 만드는 피냄새와 귤내음의 하모니. 그래.

이 전율이다.
류애는 실감할 수 있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적어도 이런 피냄새를 풍기는 죽음이라는 것들은 결코 간단히 볼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살아 있는 이 세상 어떠한 것이 이렇게 전율을 느껴주는 피냄새를 낼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이러한 피냄새를 풍길 일은. 죽음은 아픔으로 인해 연결되어지는 것이지만 실은 아픔과는 정반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니까, 죽어서도 망령이 되어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그저 육체가 쇠하고도 자아의 가슴 한 구석이 아픈 것 뿐.

“그저 저는요. 약한 부위를 제대로 노려서 찌른 것 뿐이에요. 단지 유카인을 위한 정당방위 정도. 네, 네! 그래요.”

말은 그러고 있었지만, 류애는 알고 있다. 자신이 한 편으로는 피를 갈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극명되는 사실을. 그리고 교차한다. 갈망과 결핍은. 이것이 오늘 아침의 해답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단 말인가, 엘프 소녀. 그렇다면! 우리 아들 녀셕 호위를 맏겨도 되겠군!”
“하하핫, 나는 바보 엘프 따위 호위 필요 없어! 총통! 그건 이 녀석도 바라는게 아니라구!”
“그렇다면 상황은 다 정리 됬군! 자, 비서양!”

[터컹]

문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인 양 요동치듯 열려졌다. 마치 그것은 열리기를 기달리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네 갑니다, 총통 각하!”

짐수레? 그리고 짙은 남색의 군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 네 사람이 일렬로 더걱더걱 들어오더니. 이건 조폭들도 아니고, 무슨.

“수레에 태워!”

총통의 명령?

“으아악?”
“에에?”

상황은 긴급 돌변 돌변 돌변! 건장한 남자 네 명이 유카인과 류애. 이 소년 소녀들을 덮쳤다. 아니, 아 그게 아니라.

그래, 그 둘을 일방적으로 짐수레에 쑤셔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그냥 계단 아래로 짐수레를 떨어트려 버렸다!

[콰탕탕탕]
“이, 이게 무슨짓이야, 총통!!”
“자슈르행 특급열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특석은 없습니다.”

짐수레에 태워진 채 유카인과 류애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저가는 고약한 여비서의 모습이 유카인의 홍채너머로 교차되어 졌다.
비서일 줄이야... 그냥 지적이기만 한 긴 생머리의 비서인 줄 알았구만, 제길. 이제 얼굴보고 안속으리라. 잘못 생각했다, 역시 여자는 마음이야, 마음. 이라고 유카인은 말하면서 그 생각을 고치지 않은 적이 몇번 째인지. 요번에도 그저 저런 여자가 지적인 비서인 줄았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덜커덩콰탕]
“잘 갔다 오라구~ 아들아~ 어머니가 보고 싶댔지! 그렇다면 너희들이 찾고 있는 것도 거기에 있을지 몰라!”

그 비서 옆에서 무흣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가 한 명 더 추가!

‘어, 어머니...?’
‘찾고 있는 것...?“

총통의 입에서 때 아니게 튀어 나온 단어들이 순식간에 유카인의 머릿 속에 잠자던 고슴도치를 기지개키워버렸다.

프리오리!
순간적으로 유카인은 반짝이는 전구가 되었다ㅡ우리가 찾고 있던 바로 그 것. 왜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걸까. 찾고 있다. 갈망한다. 목말라 한다. 아니, 이런 단어가 아니다. 우리들은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필연인 것 같다, 프리오리ㅡ
하지만 그것이 전부. 이들이 주위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 이들은 이틀이 지난 어느 춥지도 않은 겨울 교향곡의 밤의 음표로써, 지표면에 그려졌다.

그리고, 이것은 부자간에 마지막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희(喜)가 되어 교향곡의 첫 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교향곡 9번의 저주는 이제 시작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713건 39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143 마도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1-18
2142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 01-16
열람중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 01-12
2140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1-09
2139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1-07
2138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1-05
2137 †여신지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01-05
2136 여신사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7 01-04
2135 da cap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1-03
2134 월류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1-01
2133 여신사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12-25
2132 문라이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12-23
2131 신의보디가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12-22
2130 노르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2-22
2129 †여신지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12-19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532
어제
934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1,119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