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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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장미전쟁의 이름을 따와 나름대로 각색한 글이옵니다 ;ㅅ; 절대 정확한 세계사의 거울로 보지 말아주세요오]
[소녀 그리고 기사의 약속]
"다시 만날일은 없는거네..?"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세상 모든 더러운것들을 감춰줄수 있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내가 찾아갈께. 네가 어디에 있던간에 내가 꼭 찾아갈께"
새하얀 눈위에 두명의 인영이 비친다.
검은머리칼을 길게 드리운 한명의 소녀와, 그녀를 마주보고 있는 여행복장의 소년.
소녀의 눈엔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맑은 이슬이 맺혀있다.
"항상 이자리에 서 있을께 , 네가 어떤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늘 여기 서 있을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슬을 훔친 소녀는 조용히 웃어보이려한다.
그러나 감정이란 장난감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수 없었던 것일까, 웃으려 한 소녀의 입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약속할께.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내 숨이 붙어있는 한은 너에게 찾아가도록 할께"
소년은 말했다.
굳은 입술을 열어, 자신의 앞의 가련한 소녀에게 말했다.
찾아가겠노라고, 약속하겠다고.
그렇게 소년은 소녀를 떠나갔다.
떠나가는 소년을 잡지못한 소녀는 조용히 눈물 짓는다. 그리고 그 눈물은 조용히 그녀의 가슴팍에 떨어진다
가슴팍의 붉은장미가 그려진 블로치 위로 떨어진 눈물은 마치 장미위에 떨어진 이슬과도 같았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은 둘 사이에 머물러 그 공간을 얼어붙였다. 마치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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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전쟁 (wars of the roses)]
전란은 영국 전역을 휩쓸었다.
왕위를 얻으려 하는 가문과 왕위를 지키려는 두 가문, 랭커스터왕가와 요크가는 서로 대립하였으며 급기야 전쟁에 이르게 된다.
랭커스터 가문의 붉은장미. 요크가의 흰장미
그래서 이름붙여진 영국의 내전 장미전쟁은 조금씩 국토를 좀먹고 있었다.
"하아...."
하얀입김이 허공을 수놓는다.
금발에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어딘가 믿음이 보이는 남자다운 얼굴, 왼쪽뺨에 검흔은 그가 전쟁을 치러왔음을 어렴풋이
알려주고 있다.
거리는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을 찾기가 힘들었으며, 국토는 황폐해져 가고 있다.
남자는 조용히 거리를 둘러본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있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가지 물어보고싶구나."
남자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작은 꼬마숙녀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에게 질문을 받은 꼬마숙녀는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도망쳐 버린다.
"흐아아아앙 엄마아-"
말을 걸었던 소녀가 점점 멀어져간다.
남자는 겸연쩍은듯 웃으며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자신의 옆을 지나쳐가는 농부에게 말을건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얼굴에 최대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말한다.
그러나 농민의 얼굴에선 그 웃음을 받아줄수 있을만한 마음의 공간이 없었을까?
"....타지에서 온 양반같은데 뭐가 궁금하슈?"
"아..그게 이 근처에 혹시 묵어 갈만한 여관이 있을까 해서요.."
농민의 기세에 약간 풀이 죽어버린 남자는 점점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모습을 본 농민은 그리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느낀것인지 말투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
"흠. 용병이오? 뭐..상관은 없다만 이 거리로 쭈욱가다가 분수대에서 오른쪽으로 꺽으면 '호수의 여관' 이라는 곳이 있지.
그곳이 음식도 잘하고 침대도 푹신하다오"
자신의 할말을 끝마쳤다는 듯이 농민은 자신의 오른쪽에 내려놓았던 자루를 다시 들고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농민에게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후 농민이 말해준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터벅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농민이 말해준 곳에 위치한 여관에 도착한 남자는 조용히 웃었다.
"재미있는 이름이군..호수의 여관이라.. 안그렇습니까 란슬롯경?"
그누구도 남자 주위에 없다.
혼자말같아 보이지만 그의 어투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듯 하다.
"란슬롯경의 또다른 이름이 호수의 기사였다죠..?"
남자는 조용히 읊조린다.
[웅웅웅웅웅웅]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발원지는 남자의 허리춤이다. 정확히는 남자의 허리춤에 매여진 검에서 나오는 소리.
남자는 더 할말이 없다는 듯 여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말을하는 주인장의 얼굴에 피곤함이 엿보인다. 홀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체우고 있었으며 모두 자신의 병장기를
근처에 두고 있다. 홀에 있는 사람들 역시 용병으로 보였다
"방 하나 주시고 저녁식사를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주인장에게 조용히 말한다.
주인장은 알았다는듯이 숙박부에 그의 이름을 적기위해 펜을 들엇다
"203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이름은..?"
열쇠를 받아든 남자는 말했다
"제 이름은 kawelster du lac (카웰스터 듀 락) 입니다. 그냥 카터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카웰스터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남자는 자신의 짐을 들고는 2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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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수프와 빵 그리고 샐러드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끝낸 카터는 홀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끼이익]
"전쟁은 언제쯤 끝나려나....."
요크가와 랭카스터왕가의 왕위쟁탈전도 지겹게 이어지고 있다.
서로 섞일수 없는 두 색의 장미는 서로 싸웠으며 국토를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꽃의신은 차차 흰장미의 아름다움에 손을 들어주는듯 하였다.
[주군을 찾지 못한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허한 목소리. 마치 이세상의 것이 아닌듯 울려퍼지는 목소리.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는 요코가로 기운듯 하군요.."
어디선가 들려온 공허한 목소리에 답하듯 카터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의 얼굴엔 약간의 슬픈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재미있군. 아직 모실만한 진정한 주군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다시한번 실내로 공허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왕위를 두고 싸우는 두 가문이 제겐 그저 똑같은 사람들로 보입니다 '란슬롯경'"
정체불명의 목소리에게 리즈는 이렇게 불렀다. '란슬롯'경이라고
란슬롯 듀 락(Lacelot du lac) 호수의 기사로도 통했던 이 기사는 그 옛날 아더왕의 원탁의 기사중 한명으로
매우 뛰어난 기사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 전설속에만 존재하는 인물. 그런 그가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카터라는 남자와.
[그대의 실력은 이미 훌륭한 기사다. 그것은 내가 보장하도록 하지. 하지만 그대에겐 하나 가지지 못한것이 있다.]
어린아이를 꾸짖는듯한 엄한목소리.
"'신념' 이로군요.."
카터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공허함만이 남아있다.
[그렇다. 알고있으니 다행이군. 하긴 내가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 이 '아론다이트'를 넘길 일이 없으니.]
아론다이트(Arondight)
호수의 기사 란슬롯이 애용하던 전설상의 검이다.
"후하하.. 절 인정해주셔 감사할 따름입니다 란슬롯경"
한바탕 웃어재낀 카터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무언가 기억의 끝자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일까?
눈을 감은 카터 앞엔 검은머리칼에 소녀가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기사작위를 받으면 내앞에서 기사의 맹세를 하기로 한거다->
검은 머리칼의 소녀는 활발히 웃으며 카터에게 말했다. 검은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눈이 내린듯 하얀 피부와 아기새의이미지와도 같은 작은 몸.
<네에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대답한 카터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인다.
그러나 웃음뒤엔 카터라는 소년의 강한 결의가 숨어있다.
[그 웃음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이손으로 베어버리겟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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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든듯 고요히 눈을 감고 있던 카터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래...그것이 나의 신념.."
기억의 끝에서 잡아낸 자신의 신념, 그리고 결의. '그 웃음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이라는.
그동안 전쟁을 통해 수련하고,또 최고의 기사가 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은 오직 한 소녀의 기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아아...정말이지 점점 무뎌져가는구만 나란녀석은..."
[기사의 기세는 언제나 날카로워야 한다 무뎌지면 안된다.]
카터의 중얼거림에 란슬롯이 대답했다.
상황에 어긋나는 대답을 준 란슬롯의 목소리는 근엄하고 단호했다.
"하하...그렇죠 란슬롯경.."
카터는 어이가 없는듯 웃어보였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놓아둔 검 '아론다이트'를 들어올렸다.
"그렇습니다 란슬롯경. 제게도 확고한 신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약속도 있습니다."
검을 뽑은 카터의 눈엔 무언가 강한 결의가 담겨있다.
[기사가 한 약속은 세상이 뒤집혀도 지켜내야한다. 너라면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기사 란슬롯의 충고를 들은 카터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하룻밤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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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맹세]
"어릴적 그녀는...하얀장미가 어울리는 순수한 소녀였지..."
카터는 자신의 망토에 수놓여진 흰 장미를 생각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후훗..옛 여인의 추억인가? 뭐..상관없겠지.. 자네는 이미 요크가의 기사니까."
카터의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
백발에 섬칫할정도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남자.
그는 자신의 백발을 쓸어올리며 조용히 미소짓는다.
"맹세는 기사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것. 그정돈 알고있겠지 카웰스터경?"
"........................알고있습니다"
카터는 그저 요크가의 문장인 흰 장미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됐다.
전세도 이미 요크가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전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요크가는 마지막 쒜기를 박으려는 것인지 가문의 힘을 한곳에 집약시키고 있다.
"자네가 해주어야 할 일은 간단하네. 급하게 만든 기사단인 만큼..아니.. 기사가 아니지..기사는 자네뿐이니..
이번에 고용한 용병들을 이끌고 타우턴으로 가주면 되네."
피우고 있던 담배의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간다.
"지원병력은 있습니까?"
카터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물론. 내 휘하에 3개 기사단과 병사들이 움직일걸세 걱정말게. 자넨 그저 적을 도륙하는데만 신경을 쓰면 될거야"
차갑게 내뱉았다.
적을 도륙하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카터는 더이상 할 말이 없는지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머리속을 강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
[훌륭한 기사가 되어서 그녀앞에 돌아가겠다는 약속]
"저기...에드워드경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자리에 멈춰 서있던 카터는 재차 몸을 돌리며 공손히 백발의 남자 에드워드에게 말을걸었다.
"뭔가?"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전에 대영 아카데미에 재학중이던 한 여학생을 찾는 일입니다만.."
말하는 카터의 눈에서 간곡함이 묻어나온다
그런 그의 눈빛을 본 에드워드의 눈에선 간교함이 묻어나온다.
'킥...카터...네녀석이 스스로 네녀석의 다리에 족쇄를 채우는구나'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고친 에드워드는 돌아서서 대답했다
"신상정보에 대해서 아는것이 있다면 말해보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카터는 입을 열었다.
"나이는 저와 동갑입니다. 같은학년이었으니까요. 머리칼은 아름다운 흑색이었고 눈동자도 흑색이었습니다. 그녀가 제게 이름을 밝히기를 케이트 라고 했습니다. 꼭좀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것을 말한 카터는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는듯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방엔 에드워드만이 우두커니 서있다.
그리고 그의 눈은 흡사 독사와 같이 재빠르게 빛난다.
"설마...그런건가..? 훗..훗훗..이것참..아이러니하게 되었군.."
한동안 에드워드의 서고에선 음침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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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요..?"
금발의 남자 카터는 허공에 자신의 생각을 흩날린다.
[영웅 밑에 강한자가 따르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느때처럼 짧고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약간은 끝이 흐지부지한 목소리.
[하지만 그 에드워드란 자는 상당히 간교해 보이더군. 영웅은 영웅이되 간웅의 모습이었다.]
마지막 말을 들은 카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을 나섰다.
하늘은 울고 있다.
끊임없이 쏫아져 내리는 빗줄기.
전쟁으로 얼룩진 피로 물든 영국의 영토를 정화하듯이 비는 계속 내린다.
"이 전쟁으로...마지막으로 매듭지을수 있기를.."
작게 읊조린 카터는 그 빗속을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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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종식. 깨어진 약속]
영국의 내전의 마지막 종식은 타우턴전투에서 끝이났다.
타우턴전투의 시작전 에드워드는 자신을 에드워드 4세라 칭하며 스스로 제위에 올랐다.
카터역시 타우턴전투에서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는듯 자신의 검을 휘둘러 무위를 뽐냈다.
그 끝에 승리가 있었고, 마침내 요크가는 랭카스터가문에게서 왕위를 빼앗아 올수 있었다.
하지만 그 승리의 달콤한 열매는 카터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운명의 잔혹함.
"......왜....왜 케이트가 이자리에....?"
지금 카터가 서 있는곳은 랭카스터가문의 귀족들의 처분을 정하는 장소.
하지만 그곳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의 눈동자와 찰랑거리는 검은색 머리칼.
아기새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난 성숙한 이미지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순수함.
"그럼 죄인들의 처벌을 정하도록 하겠다."
왕으로 즉위한 에드워드4세의 엄숙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카터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아니 닿지 못했다.
[카터. 진정해라. 냉정함과 침착함은 기사의 본분이다.]
란슬롯이 카터를 진정시키려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까지 카터의 귀에 닿지 못했다.
"...내...내가...왜..내..내가..."
떨면서 중얼거리는 카터의 손은 이미 검의 손잡이로 향해있다.
[벤다.
벤다.
여기 있는 요크가의 인간들을 벤다.
베고 케이트를 구해내야한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자신만의 목소리.
그때 에드워드4세의 단 한마디가 공황에 빠져있는 카터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았다.
"카터경 앞으로 나오게"
카터를 불렀다.
카터가 왕으로 섬긴자가.
운명의 이끌림일까? 악마의 장난일까?
카터는 조용히 자신의 왕 에드워드4세의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자네가 알아보라고 한 여학생말이야..."
카터가 몸을 떨었다.
에드워드의 입술이 떨어진다.
"자네 뒤에 있구만"
[펑]
카터의 사고가 일순간 정지했다.
말해버렸다.
자신의 왕 에드워드 4세가 말해버렸다.
뒤를 돌아본 카터에 눈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케이트가 있었다.
"처벌을 정하도록 하지. 전 왕이었던 헨리6세와 그밖에 귀족들을 국외로 추방하겠다."
추방이다.
순간 카터의 정지했던 사고는 빠르고 냉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막아버리는 왕의 한마디.
"그리고 전 왕녀 케이트는 그 행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니 화형에 처한다. 이상."
울려퍼진다.
화형.
그녀를 불에 태워 죽인다는 소리.
행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소린 그저 왕이 지어낸 명분일뿐.
"..에...에드워드..네..네놈이...!!!"
말끝이 떨려온다.
카터의 손은 이미 검의 손잡이를 잡고있다.
"뭐..? 카터경..? 짐이 뭔가 잘못들은것인가..? 네놈이라고..?"
에드워드4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비웃고 있다.
명백히 카터를 비웃고 있다.
"네놈..전부 알고 있었던거냐..? 나를 가지고 논거..."
카터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뒤에서 에드워드4세의 측근이 방패로 카터의 머리를 내려쳤다.
둔탁한 음성
[털썩]
의식을 끈을 놓지 않으려는듯, 카터는 필사적이었다.
"케...케이트...나..나..이런것은..."
[퍽]
다시한번 머리를 방패로 강타당한 카터는 그 가늘었던 의식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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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지하감옥안.
그곳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 카터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들어본적 있는 목소리.
그렇다.
자신이 섬겼던 왕이다.
"킥킥..뭐..잘못한건 네녀석이니 내가 사과할 필요는 없는것 같군"
비웃고 있다. 평정심을 가지지 못한 카터를.
"그리고..쓸모없어진 사냥개는 제대로 처리해야하는 법이니까.."
그말을 마친 에드워드4세는 몸을돌려 계단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뱉은 차가운 한마디.
"네녀석이 사랑한 그여자는 말이다..오늘 정오에 화형당할꺼다. 그것만 알아두도록. 후하하하하하하"
그리곤 카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크...으으으...케..케이트..."
흐른다.
눈물이 흐른다.
가슴깊이서 차올라오는 뜨거운 눈물이 카터의 눈에 흐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약속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조용히 앉아있던 카터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포기할수 없었을까?
카터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얻어맞은 머리에 흐르던 피는 이미 멎어 있다.
"영혼의 이끌림에서부터...내게로 오라...나의 검이여"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검의 형태를 한 빛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론다이트(Arondight)"
그리고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 자리엔 고고하게 광채를 내뿜는 한자루의 검이 들려잇었다.
[남자의 눈물은 언제나 뜨거운법이지.]
"흥...실없는 소리군요 란슬롯경.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물론. 내가 자네를 주인으로 고른이상 절대로 충성할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야죠"
카터는 있는힘껏 아론다이트를 휘둘렀다.
[서거걱]
두부가 잘리듯 잘려버리는 쇠창살
'쇠'라고 부르기도 민망할정도로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기다려...케이트..."
카터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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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우중충하다.
높게 쌓아올린 장작더미 위에 하얀장미 한송이가 매여있다.
하얀장미에 어울렸지만 붉은장미일수 밖에 없었던 그녀.
".....카터...미안해..내가..내가..왕녀라는걸 감추지 않았다면..."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흐른다.
후회에 가득찬 모습.
그녀의 주위로 아무도 없다.
화형을 집행하려고 그자리에 서 있는 병사 몇을 제외하곤.
"그럼 형을 집행하도록 한다"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녀가 올라가 있는 장작위로 기름이 뿌려진다.
하얀장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죄인 케이트는 왕녀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여러 남자와 음탕하게 놀...컥!"
집행자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한자루의 검에 의해서.
"누가 누구랑 음탕하게 놀았다고..? 응?"
그리고 말을 끝마친 카터의 몸이 섬전과 같이 움직였다.
전광석화.
그 옛날 전장을 누비던 아더왕의 기사 랜슬롯의 부활.
과거 용맹을 떨치던 호수의기사가 이곳에 강림했다.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자와 토끼의 싸움.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동안 주위에 있는 모든적을 베었다.
"카...카터..?"
화형대 위에 묶여있는 케이트는 멍하니 카터를 바라보고 있다.
"늦어서 미안해..케이트..."
정말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일까?
그렇게 불러본 카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솟구친다.
"어서와...다시볼수있어서 다행이야 카터.."
그렇게 두 남녀는 다시 만날수 있었다.
화형대에 묶여있는 여자와 그 밑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나 카웰스터 듀 락. 호수의 기사의 화신으로서 당신의 기사가 되고자 합니다.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케이트의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잊지 않고 있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네. 저 케이트는 그대를 저의 기사로 받아들이겠..."
[푹]
무언가 뚫리는 관통음.
무언가를 '뚫는' 물체는 하얀장미를 그대로 관통했다.
"기사로...받아들이겠...습니...."
하얀장미가 붉게 물들어가 간다.
그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하지만 카터의 눈엔 그저 또 하나의 자신이 사라져가는것으로 보일뿐이었다.
".......케...케이트으으!!!!!"
울려퍼진다.
갑자기 날아온 한대의 쿼렐(석궁에서 쏘는 화살)은 케이트의 가슴을 궤뚫었다.
"지하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소릴듣고 이쪽으로 올줄 알았다. 역시 내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는구나 카터"
창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에드워드4세였다.
그리고 문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나와 카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네놈...네놈...대체 왜...왜 케이트를..."
절규에 가득한 목소리가 주위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화답하는 차가운 한마디.
"말했지 않았던가..? 쓸모없어진 사냥개는 효과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말이야."
말을 끝마친 에드워드4세는 창문가에서 몸을돌려 사라져갔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며
"죽여"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병사들은 일제히 카터를 덥쳤다.
[신하를 버린것도 모자라 이렇게 잔인한 일을 일삼는 왕은 왕이 될수 없다.]
카터의 검 아론다이트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다.
[싸워라. 나의 주인이여! 그대의 손으로 모든것을 바로잡아라.]
그리고 카터는 바람이 되었다.
먹이를 사냥하는 늑대마냥, 질풍이 된 카터는 자신을 덮쳐오는 무수한 창칼사이를 누볐다.
카터가 지나간 자리엔 더이상 인간이라 할수 없는 고기덩어리들이 허공에 흩날릴뿐.
아무런 갑옷도 입지 않았다.
그저 한손에 든 아론다이트가 전부.
하지만 카터는 강했다.
몰려오는 병사들을 끊임없이 배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엔 한계가 있었다.
[푹]
지붕위에서 쏘아낸 쿼렐
케이트를 붉게 물들인 그 쿼렐은 카터의 몸까지도 붉게 물들였다.
"이까짓...이까짓걸로 죽어줄성 싶으냐!"
다시 검을 휘두른다.
카터의 검이 휘둘러질때마다 두명에서 세명의 병사가 고깃덩어리로 전락했다.
[푹]
또 하나의 쿼렐이 가슴에 박혔다.
"크윽"
입을 비집고 나오는 붉은액체
하지만 카터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푹]
[푹]
연이어 두개의 쿼렐이 카터의 몸을 헤집었다.
검을 휘두르던 팔에 힘이 점점 옅어진다.
"이정도로...이정도로..."
[퍽]
[퍽]
손의 움직임이 적어지자 그사이를 헤집고 두개의 창이 카터를 궤뚫었다.
"크어어어어..."
[퍽 퍽 퍽 퍽]
연이어 들려오는 관통음.
카터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아론다이트를 지지대 삼아 간신히 서있다.
[.......카터. 그대는 진정한 기사였다. 내가 주인으로 모셔도 충분할만큼.]
"...아아....감사했습니다...란...슬...롯...겨...."
그리고 카터의 몸은 완전히 '정지' 했다.
못박힌듯 처형장에 눈을 뜬채로 숨을거둔 카터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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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소녀의 기사가 되고자 했던 어린 소년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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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의 최후 그리고 지켜진 약속]
장미전쟁을 통해 왕에 오른 에드워드4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엔 자신의 휘하였던 워릭백작의 반란으로 한번 위험에 쳐했다.
하지만 간신히 세력을 회복한 에드워드4세는 다시 헨리6세를 몰아내고 왕에 올랐으며 헨리6세를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라도 마음편히 잘수 없었다.
밤마다 카터의 망령이 나타나 그를 괴롭혔기 때문일까?
그렇게 1483년 에드워드4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12세였던 에드워드5세가 왕위에 올랐지만.전왕의 아우였던 리처드가 에드워드5세를 감금. 살해후 자신이 왕에
오르게 된다. 그 이후 추방당해있었던 랭커스터계의 리치먼드백작 헨리튜더는
1485년 웨일스에 상륙하여 보즈워스전투에서 리처드 3세를 패사시켜 30년에 걸친 장미전쟁은 끝났다.
헨리는 즉위하여 헨리 7세라 칭하고 튜더왕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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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어디지..? 난 이미 죽었을텐데...."
카터는 조용히 눈을 뜬다.
주위는 조용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하얀공간이 전부일뿐.
"그래...여기가 천국인가...? 참 아이러니하군...전쟁터를 살아온 내가 천국에 올줄이야..."
카터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어서와 카터. 기다렸어"
절대 들을수 없는 목소리
다신 들을수 없을줄 알았던 목소리.
카터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자리에 서있다.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자신의 떠나기전 하얀눈이 내리던 그때로.
카터는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에게 물어본다.
"나 카웰스터 듀 락. 호수의 기사의 화신으로서 당신의 기사가 되고자 합니다.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똑같은 질문.
그곳에선 끝까지 대답하지 못한 약속
"네 저 케이트는 그대를 저의 기사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눈이 그친다.
그녀는 조용히 웃고있다.
"어서와 카터. 그동안 힘들었지?"
카터의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이제껏 자신이 해왔던 모든것을 잃었던 상실감에서 벗어나서일까..?
"응.. 다녀왔어. 다녀왔어...다녀왔어 케이트..."
말을 마친 카터는 케이트를 바라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
"이젠....쉬어도 될꺼야...그만큼..노력했잖아?"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지만 카터는 웃고있다.
그런 카터의 앞으로 다가가 케이트는 조용히 그를 감싸 안는다.
"약속했잖아..? 어디서든지 가장 아름다운모습으로 기다리겠다고..."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카터는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 안는다.
어릴적 한 약속
깨어진줄 알았던 약속
하지만 약속은 이루어졌다.
비록 그 장소가 이승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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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그런데..케이트.. 너 몸매 너무 빵빵하게 변했..."
[퍼어어어어어억]
-THE END-
[소녀 그리고 기사의 약속]
"다시 만날일은 없는거네..?"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세상 모든 더러운것들을 감춰줄수 있는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내가 찾아갈께. 네가 어디에 있던간에 내가 꼭 찾아갈께"
새하얀 눈위에 두명의 인영이 비친다.
검은머리칼을 길게 드리운 한명의 소녀와, 그녀를 마주보고 있는 여행복장의 소년.
소녀의 눈엔 잡티 하나 섞이지 않은 맑은 이슬이 맺혀있다.
"항상 이자리에 서 있을께 , 네가 어떤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늘 여기 서 있을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슬을 훔친 소녀는 조용히 웃어보이려한다.
그러나 감정이란 장난감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수 없었던 것일까, 웃으려 한 소녀의 입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약속할께.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내 숨이 붙어있는 한은 너에게 찾아가도록 할께"
소년은 말했다.
굳은 입술을 열어, 자신의 앞의 가련한 소녀에게 말했다.
찾아가겠노라고, 약속하겠다고.
그렇게 소년은 소녀를 떠나갔다.
떠나가는 소년을 잡지못한 소녀는 조용히 눈물 짓는다. 그리고 그 눈물은 조용히 그녀의 가슴팍에 떨어진다
가슴팍의 붉은장미가 그려진 블로치 위로 떨어진 눈물은 마치 장미위에 떨어진 이슬과도 같았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은 둘 사이에 머물러 그 공간을 얼어붙였다. 마치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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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전쟁 (wars of the roses)]
전란은 영국 전역을 휩쓸었다.
왕위를 얻으려 하는 가문과 왕위를 지키려는 두 가문, 랭커스터왕가와 요크가는 서로 대립하였으며 급기야 전쟁에 이르게 된다.
랭커스터 가문의 붉은장미. 요크가의 흰장미
그래서 이름붙여진 영국의 내전 장미전쟁은 조금씩 국토를 좀먹고 있었다.
"하아...."
하얀입김이 허공을 수놓는다.
금발에 그리 잘생기진 않았지만 어딘가 믿음이 보이는 남자다운 얼굴, 왼쪽뺨에 검흔은 그가 전쟁을 치러왔음을 어렴풋이
알려주고 있다.
거리는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을 찾기가 힘들었으며, 국토는 황폐해져 가고 있다.
남자는 조용히 거리를 둘러본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있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가지 물어보고싶구나."
남자는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작은 꼬마숙녀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에게 질문을 받은 꼬마숙녀는 누군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도망쳐 버린다.
"흐아아아앙 엄마아-"
말을 걸었던 소녀가 점점 멀어져간다.
남자는 겸연쩍은듯 웃으며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자신의 옆을 지나쳐가는 농부에게 말을건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얼굴에 최대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는 말한다.
그러나 농민의 얼굴에선 그 웃음을 받아줄수 있을만한 마음의 공간이 없었을까?
"....타지에서 온 양반같은데 뭐가 궁금하슈?"
"아..그게 이 근처에 혹시 묵어 갈만한 여관이 있을까 해서요.."
농민의 기세에 약간 풀이 죽어버린 남자는 점점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모습을 본 농민은 그리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느낀것인지 말투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
"흠. 용병이오? 뭐..상관은 없다만 이 거리로 쭈욱가다가 분수대에서 오른쪽으로 꺽으면 '호수의 여관' 이라는 곳이 있지.
그곳이 음식도 잘하고 침대도 푹신하다오"
자신의 할말을 끝마쳤다는 듯이 농민은 자신의 오른쪽에 내려놓았던 자루를 다시 들고는 휘적휘적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런 농민에게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후 농민이 말해준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터벅터벅]
얼마나 걸었을까. 농민이 말해준 곳에 위치한 여관에 도착한 남자는 조용히 웃었다.
"재미있는 이름이군..호수의 여관이라.. 안그렇습니까 란슬롯경?"
그누구도 남자 주위에 없다.
혼자말같아 보이지만 그의 어투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듯 하다.
"란슬롯경의 또다른 이름이 호수의 기사였다죠..?"
남자는 조용히 읊조린다.
[웅웅웅웅웅웅]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발원지는 남자의 허리춤이다. 정확히는 남자의 허리춤에 매여진 검에서 나오는 소리.
남자는 더 할말이 없다는 듯 여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말을하는 주인장의 얼굴에 피곤함이 엿보인다. 홀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체우고 있었으며 모두 자신의 병장기를
근처에 두고 있다. 홀에 있는 사람들 역시 용병으로 보였다
"방 하나 주시고 저녁식사를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주인장에게 조용히 말한다.
주인장은 알았다는듯이 숙박부에 그의 이름을 적기위해 펜을 들엇다
"203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이름은..?"
열쇠를 받아든 남자는 말했다
"제 이름은 kawelster du lac (카웰스터 듀 락) 입니다. 그냥 카터라고 불러주시면 되요"
카웰스터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남자는 자신의 짐을 들고는 2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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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수프와 빵 그리고 샐러드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끝낸 카터는 홀에 있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끼이익]
"전쟁은 언제쯤 끝나려나....."
요크가와 랭카스터왕가의 왕위쟁탈전도 지겹게 이어지고 있다.
서로 섞일수 없는 두 색의 장미는 서로 싸웠으며 국토를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꽃의신은 차차 흰장미의 아름다움에 손을 들어주는듯 하였다.
[주군을 찾지 못한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허한 목소리. 마치 이세상의 것이 아닌듯 울려퍼지는 목소리.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는 요코가로 기운듯 하군요.."
어디선가 들려온 공허한 목소리에 답하듯 카터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의 얼굴엔 약간의 슬픈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재미있군. 아직 모실만한 진정한 주군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다시한번 실내로 공허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왕위를 두고 싸우는 두 가문이 제겐 그저 똑같은 사람들로 보입니다 '란슬롯경'"
정체불명의 목소리에게 리즈는 이렇게 불렀다. '란슬롯'경이라고
란슬롯 듀 락(Lacelot du lac) 호수의 기사로도 통했던 이 기사는 그 옛날 아더왕의 원탁의 기사중 한명으로
매우 뛰어난 기사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 전설속에만 존재하는 인물. 그런 그가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카터라는 남자와.
[그대의 실력은 이미 훌륭한 기사다. 그것은 내가 보장하도록 하지. 하지만 그대에겐 하나 가지지 못한것이 있다.]
어린아이를 꾸짖는듯한 엄한목소리.
"'신념' 이로군요.."
카터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공허함만이 남아있다.
[그렇다. 알고있으니 다행이군. 하긴 내가 인정하지 않는 자에게 이 '아론다이트'를 넘길 일이 없으니.]
아론다이트(Arondight)
호수의 기사 란슬롯이 애용하던 전설상의 검이다.
"후하하.. 절 인정해주셔 감사할 따름입니다 란슬롯경"
한바탕 웃어재낀 카터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무언가 기억의 끝자락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일까?
눈을 감은 카터 앞엔 검은머리칼에 소녀가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기사작위를 받으면 내앞에서 기사의 맹세를 하기로 한거다->
검은 머리칼의 소녀는 활발히 웃으며 카터에게 말했다. 검은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눈이 내린듯 하얀 피부와 아기새의이미지와도 같은 작은 몸.
<네에 네-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대답한 카터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인다.
그러나 웃음뒤엔 카터라는 소년의 강한 결의가 숨어있다.
[그 웃음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이손으로 베어버리겟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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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든듯 고요히 눈을 감고 있던 카터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래...그것이 나의 신념.."
기억의 끝에서 잡아낸 자신의 신념, 그리고 결의. '그 웃음이 영원토록 이어지기를'이라는.
그동안 전쟁을 통해 수련하고,또 최고의 기사가 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은 오직 한 소녀의 기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아아...정말이지 점점 무뎌져가는구만 나란녀석은..."
[기사의 기세는 언제나 날카로워야 한다 무뎌지면 안된다.]
카터의 중얼거림에 란슬롯이 대답했다.
상황에 어긋나는 대답을 준 란슬롯의 목소리는 근엄하고 단호했다.
"하하...그렇죠 란슬롯경.."
카터는 어이가 없는듯 웃어보였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놓아둔 검 '아론다이트'를 들어올렸다.
"그렇습니다 란슬롯경. 제게도 확고한 신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약속도 있습니다."
검을 뽑은 카터의 눈엔 무언가 강한 결의가 담겨있다.
[기사가 한 약속은 세상이 뒤집혀도 지켜내야한다. 너라면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기사 란슬롯의 충고를 들은 카터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하룻밤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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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맹세]
"어릴적 그녀는...하얀장미가 어울리는 순수한 소녀였지..."
카터는 자신의 망토에 수놓여진 흰 장미를 생각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후훗..옛 여인의 추억인가? 뭐..상관없겠지.. 자네는 이미 요크가의 기사니까."
카터의 앞에 누군가가 서있다.
백발에 섬칫할정도로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남자.
그는 자신의 백발을 쓸어올리며 조용히 미소짓는다.
"맹세는 기사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것. 그정돈 알고있겠지 카웰스터경?"
"........................알고있습니다"
카터는 그저 요크가의 문장인 흰 장미에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됐다.
전세도 이미 요크가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전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요크가는 마지막 쒜기를 박으려는 것인지 가문의 힘을 한곳에 집약시키고 있다.
"자네가 해주어야 할 일은 간단하네. 급하게 만든 기사단인 만큼..아니.. 기사가 아니지..기사는 자네뿐이니..
이번에 고용한 용병들을 이끌고 타우턴으로 가주면 되네."
피우고 있던 담배의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간다.
"지원병력은 있습니까?"
카터는 혹시나 해서 물었다.
"물론. 내 휘하에 3개 기사단과 병사들이 움직일걸세 걱정말게. 자넨 그저 적을 도륙하는데만 신경을 쓰면 될거야"
차갑게 내뱉았다.
적을 도륙하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카터는 더이상 할 말이 없는지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머리속을 강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
[훌륭한 기사가 되어서 그녀앞에 돌아가겠다는 약속]
"저기...에드워드경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자리에 멈춰 서있던 카터는 재차 몸을 돌리며 공손히 백발의 남자 에드워드에게 말을걸었다.
"뭔가?"
"꼭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전에 대영 아카데미에 재학중이던 한 여학생을 찾는 일입니다만.."
말하는 카터의 눈에서 간곡함이 묻어나온다
그런 그의 눈빛을 본 에드워드의 눈에선 간교함이 묻어나온다.
'킥...카터...네녀석이 스스로 네녀석의 다리에 족쇄를 채우는구나'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고친 에드워드는 돌아서서 대답했다
"신상정보에 대해서 아는것이 있다면 말해보게"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카터는 입을 열었다.
"나이는 저와 동갑입니다. 같은학년이었으니까요. 머리칼은 아름다운 흑색이었고 눈동자도 흑색이었습니다. 그녀가 제게 이름을 밝히기를 케이트 라고 했습니다. 꼭좀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것을 말한 카터는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는듯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방엔 에드워드만이 우두커니 서있다.
그리고 그의 눈은 흡사 독사와 같이 재빠르게 빛난다.
"설마...그런건가..? 훗..훗훗..이것참..아이러니하게 되었군.."
한동안 에드워드의 서고에선 음침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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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요..?"
금발의 남자 카터는 허공에 자신의 생각을 흩날린다.
[영웅 밑에 강한자가 따르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느때처럼 짧고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약간은 끝이 흐지부지한 목소리.
[하지만 그 에드워드란 자는 상당히 간교해 보이더군. 영웅은 영웅이되 간웅의 모습이었다.]
마지막 말을 들은 카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을 나섰다.
하늘은 울고 있다.
끊임없이 쏫아져 내리는 빗줄기.
전쟁으로 얼룩진 피로 물든 영국의 영토를 정화하듯이 비는 계속 내린다.
"이 전쟁으로...마지막으로 매듭지을수 있기를.."
작게 읊조린 카터는 그 빗속을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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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종식. 깨어진 약속]
영국의 내전의 마지막 종식은 타우턴전투에서 끝이났다.
타우턴전투의 시작전 에드워드는 자신을 에드워드 4세라 칭하며 스스로 제위에 올랐다.
카터역시 타우턴전투에서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는듯 자신의 검을 휘둘러 무위를 뽐냈다.
그 끝에 승리가 있었고, 마침내 요크가는 랭카스터가문에게서 왕위를 빼앗아 올수 있었다.
하지만 그 승리의 달콤한 열매는 카터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운명의 잔혹함.
"......왜....왜 케이트가 이자리에....?"
지금 카터가 서 있는곳은 랭카스터가문의 귀족들의 처분을 정하는 장소.
하지만 그곳에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의 눈동자와 찰랑거리는 검은색 머리칼.
아기새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난 성숙한 이미지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순수함.
"그럼 죄인들의 처벌을 정하도록 하겠다."
왕으로 즉위한 에드워드4세의 엄숙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카터의 귀까지 닿지 않았다. 아니 닿지 못했다.
[카터. 진정해라. 냉정함과 침착함은 기사의 본분이다.]
란슬롯이 카터를 진정시키려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까지 카터의 귀에 닿지 못했다.
"...내...내가...왜..내..내가..."
떨면서 중얼거리는 카터의 손은 이미 검의 손잡이로 향해있다.
[벤다.
벤다.
여기 있는 요크가의 인간들을 벤다.
베고 케이트를 구해내야한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자신만의 목소리.
그때 에드워드4세의 단 한마디가 공황에 빠져있는 카터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았다.
"카터경 앞으로 나오게"
카터를 불렀다.
카터가 왕으로 섬긴자가.
운명의 이끌림일까? 악마의 장난일까?
카터는 조용히 자신의 왕 에드워드4세의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자네가 알아보라고 한 여학생말이야..."
카터가 몸을 떨었다.
에드워드의 입술이 떨어진다.
"자네 뒤에 있구만"
[펑]
카터의 사고가 일순간 정지했다.
말해버렸다.
자신의 왕 에드워드 4세가 말해버렸다.
뒤를 돌아본 카터에 눈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케이트가 있었다.
"처벌을 정하도록 하지. 전 왕이었던 헨리6세와 그밖에 귀족들을 국외로 추방하겠다."
추방이다.
순간 카터의 정지했던 사고는 빠르고 냉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막아버리는 왕의 한마디.
"그리고 전 왕녀 케이트는 그 행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니 화형에 처한다. 이상."
울려퍼진다.
화형.
그녀를 불에 태워 죽인다는 소리.
행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소린 그저 왕이 지어낸 명분일뿐.
"..에...에드워드..네..네놈이...!!!"
말끝이 떨려온다.
카터의 손은 이미 검의 손잡이를 잡고있다.
"뭐..? 카터경..? 짐이 뭔가 잘못들은것인가..? 네놈이라고..?"
에드워드4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비웃고 있다.
명백히 카터를 비웃고 있다.
"네놈..전부 알고 있었던거냐..? 나를 가지고 논거..."
카터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뒤에서 에드워드4세의 측근이 방패로 카터의 머리를 내려쳤다.
둔탁한 음성
[털썩]
의식을 끈을 놓지 않으려는듯, 카터는 필사적이었다.
"케...케이트...나..나..이런것은..."
[퍽]
다시한번 머리를 방패로 강타당한 카터는 그 가늘었던 의식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지하감옥안.
그곳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 카터의 몸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나?"
들어본적 있는 목소리.
그렇다.
자신이 섬겼던 왕이다.
"킥킥..뭐..잘못한건 네녀석이니 내가 사과할 필요는 없는것 같군"
비웃고 있다. 평정심을 가지지 못한 카터를.
"그리고..쓸모없어진 사냥개는 제대로 처리해야하는 법이니까.."
그말을 마친 에드워드4세는 몸을돌려 계단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뱉은 차가운 한마디.
"네녀석이 사랑한 그여자는 말이다..오늘 정오에 화형당할꺼다. 그것만 알아두도록. 후하하하하하하"
그리곤 카터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크...으으으...케..케이트..."
흐른다.
눈물이 흐른다.
가슴깊이서 차올라오는 뜨거운 눈물이 카터의 눈에 흐르고 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약속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조용히 앉아있던 카터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포기할수 없었을까?
카터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얻어맞은 머리에 흐르던 피는 이미 멎어 있다.
"영혼의 이끌림에서부터...내게로 오라...나의 검이여"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검의 형태를 한 빛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론다이트(Arondight)"
그리고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 자리엔 고고하게 광채를 내뿜는 한자루의 검이 들려잇었다.
[남자의 눈물은 언제나 뜨거운법이지.]
"흥...실없는 소리군요 란슬롯경.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물론. 내가 자네를 주인으로 고른이상 절대로 충성할뿐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야죠"
카터는 있는힘껏 아론다이트를 휘둘렀다.
[서거걱]
두부가 잘리듯 잘려버리는 쇠창살
'쇠'라고 부르기도 민망할정도로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기다려...케이트..."
카터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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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우중충하다.
높게 쌓아올린 장작더미 위에 하얀장미 한송이가 매여있다.
하얀장미에 어울렸지만 붉은장미일수 밖에 없었던 그녀.
".....카터...미안해..내가..내가..왕녀라는걸 감추지 않았다면..."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흐른다.
후회에 가득찬 모습.
그녀의 주위로 아무도 없다.
화형을 집행하려고 그자리에 서 있는 병사 몇을 제외하곤.
"그럼 형을 집행하도록 한다"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녀가 올라가 있는 장작위로 기름이 뿌려진다.
하얀장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죄인 케이트는 왕녀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여러 남자와 음탕하게 놀...컥!"
집행자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한자루의 검에 의해서.
"누가 누구랑 음탕하게 놀았다고..? 응?"
그리고 말을 끝마친 카터의 몸이 섬전과 같이 움직였다.
전광석화.
그 옛날 전장을 누비던 아더왕의 기사 랜슬롯의 부활.
과거 용맹을 떨치던 호수의기사가 이곳에 강림했다.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자와 토끼의 싸움.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동안 주위에 있는 모든적을 베었다.
"카...카터..?"
화형대 위에 묶여있는 케이트는 멍하니 카터를 바라보고 있다.
"늦어서 미안해..케이트..."
정말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일까?
그렇게 불러본 카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솟구친다.
"어서와...다시볼수있어서 다행이야 카터.."
그렇게 두 남녀는 다시 만날수 있었다.
화형대에 묶여있는 여자와 그 밑에서 바라보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나 카웰스터 듀 락. 호수의 기사의 화신으로서 당신의 기사가 되고자 합니다.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케이트의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잊지 않고 있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네. 저 케이트는 그대를 저의 기사로 받아들이겠..."
[푹]
무언가 뚫리는 관통음.
무언가를 '뚫는' 물체는 하얀장미를 그대로 관통했다.
"기사로...받아들이겠...습니...."
하얀장미가 붉게 물들어가 간다.
그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하지만 카터의 눈엔 그저 또 하나의 자신이 사라져가는것으로 보일뿐이었다.
".......케...케이트으으!!!!!"
울려퍼진다.
갑자기 날아온 한대의 쿼렐(석궁에서 쏘는 화살)은 케이트의 가슴을 궤뚫었다.
"지하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소릴듣고 이쪽으로 올줄 알았다. 역시 내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는구나 카터"
창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에드워드4세였다.
그리고 문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나와 카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네놈...네놈...대체 왜...왜 케이트를..."
절규에 가득한 목소리가 주위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화답하는 차가운 한마디.
"말했지 않았던가..? 쓸모없어진 사냥개는 효과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말이야."
말을 끝마친 에드워드4세는 창문가에서 몸을돌려 사라져갔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며
"죽여"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병사들은 일제히 카터를 덥쳤다.
[신하를 버린것도 모자라 이렇게 잔인한 일을 일삼는 왕은 왕이 될수 없다.]
카터의 검 아론다이트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한다.
[싸워라. 나의 주인이여! 그대의 손으로 모든것을 바로잡아라.]
그리고 카터는 바람이 되었다.
먹이를 사냥하는 늑대마냥, 질풍이 된 카터는 자신을 덮쳐오는 무수한 창칼사이를 누볐다.
카터가 지나간 자리엔 더이상 인간이라 할수 없는 고기덩어리들이 허공에 흩날릴뿐.
아무런 갑옷도 입지 않았다.
그저 한손에 든 아론다이트가 전부.
하지만 카터는 강했다.
몰려오는 병사들을 끊임없이 배었다.
하지만.
인간의 몸엔 한계가 있었다.
[푹]
지붕위에서 쏘아낸 쿼렐
케이트를 붉게 물들인 그 쿼렐은 카터의 몸까지도 붉게 물들였다.
"이까짓...이까짓걸로 죽어줄성 싶으냐!"
다시 검을 휘두른다.
카터의 검이 휘둘러질때마다 두명에서 세명의 병사가 고깃덩어리로 전락했다.
[푹]
또 하나의 쿼렐이 가슴에 박혔다.
"크윽"
입을 비집고 나오는 붉은액체
하지만 카터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푹]
[푹]
연이어 두개의 쿼렐이 카터의 몸을 헤집었다.
검을 휘두르던 팔에 힘이 점점 옅어진다.
"이정도로...이정도로..."
[퍽]
[퍽]
손의 움직임이 적어지자 그사이를 헤집고 두개의 창이 카터를 궤뚫었다.
"크어어어어..."
[퍽 퍽 퍽 퍽]
연이어 들려오는 관통음.
카터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아론다이트를 지지대 삼아 간신히 서있다.
[.......카터. 그대는 진정한 기사였다. 내가 주인으로 모셔도 충분할만큼.]
"...아아....감사했습니다...란...슬...롯...겨...."
그리고 카터의 몸은 완전히 '정지' 했다.
못박힌듯 처형장에 눈을 뜬채로 숨을거둔 카터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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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소녀의 기사가 되고자 했던 어린 소년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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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의 최후 그리고 지켜진 약속]
장미전쟁을 통해 왕에 오른 에드워드4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처음엔 자신의 휘하였던 워릭백작의 반란으로 한번 위험에 쳐했다.
하지만 간신히 세력을 회복한 에드워드4세는 다시 헨리6세를 몰아내고 왕에 올랐으며 헨리6세를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라도 마음편히 잘수 없었다.
밤마다 카터의 망령이 나타나 그를 괴롭혔기 때문일까?
그렇게 1483년 에드워드4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12세였던 에드워드5세가 왕위에 올랐지만.전왕의 아우였던 리처드가 에드워드5세를 감금. 살해후 자신이 왕에
오르게 된다. 그 이후 추방당해있었던 랭커스터계의 리치먼드백작 헨리튜더는
1485년 웨일스에 상륙하여 보즈워스전투에서 리처드 3세를 패사시켜 30년에 걸친 장미전쟁은 끝났다.
헨리는 즉위하여 헨리 7세라 칭하고 튜더왕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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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어디지..? 난 이미 죽었을텐데...."
카터는 조용히 눈을 뜬다.
주위는 조용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하얀공간이 전부일뿐.
"그래...여기가 천국인가...? 참 아이러니하군...전쟁터를 살아온 내가 천국에 올줄이야..."
카터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어서와 카터. 기다렸어"
절대 들을수 없는 목소리
다신 들을수 없을줄 알았던 목소리.
카터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자리에 서있다.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자신의 떠나기전 하얀눈이 내리던 그때로.
카터는 조금씩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에게 물어본다.
"나 카웰스터 듀 락. 호수의 기사의 화신으로서 당신의 기사가 되고자 합니다.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똑같은 질문.
그곳에선 끝까지 대답하지 못한 약속
"네 저 케이트는 그대를 저의 기사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눈이 그친다.
그녀는 조용히 웃고있다.
"어서와 카터. 그동안 힘들었지?"
카터의 눈가에 눈물이 흐른다.
이제껏 자신이 해왔던 모든것을 잃었던 상실감에서 벗어나서일까..?
"응.. 다녀왔어. 다녀왔어...다녀왔어 케이트..."
말을 마친 카터는 케이트를 바라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
"이젠....쉬어도 될꺼야...그만큼..노력했잖아?"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지만 카터는 웃고있다.
그런 카터의 앞으로 다가가 케이트는 조용히 그를 감싸 안는다.
"약속했잖아..? 어디서든지 가장 아름다운모습으로 기다리겠다고..."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카터는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 안는다.
어릴적 한 약속
깨어진줄 알았던 약속
하지만 약속은 이루어졌다.
비록 그 장소가 이승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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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케이트.. 너 몸매 너무 빵빵하게 변했..."
[퍼어어어어어억]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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